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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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도시와 정위 감각 지면기사
도시 확장땐 방위식 지명 정보 기능 잃어 ‘혼란’행정구역 명칭 변경으로 새지명 부여 신중 기해야‘굴포천 복원’ 도심주거환경 회복 큰 역할 기대도시들은 자꾸만 미로를 닮아 가고 있다. 구불구불한 길들은 없애거나 직선화하고, 다양한 모양과 표정의 가옥들을 허물고 비슷비슷한 주택으로 바뀌었다가 점점 기하학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최종 목표인 것처럼 말이다. 홀로 길찾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도시의 곳곳에 서있는 마천루가 위치를 대략 가늠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늘 볼 수 있는 것도 산정에서 내려다 볼 때 외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매트릭스같은 도시에서 믿을 것이라곤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의 지도 앱이다. 위치파악시스템(GPS)없이 생활할 수 없는 도시인들의 황량한 영혼, 손상된 정위(正位) 감각을 회복할 길은 없는 것일까.정위감각이란 생명체들의 생명활동의 필수적인 능력이다. 식물의 뿌리는 아래로 향하고 가지는 태양을 향한다. 철새들은 수백, 수천 킬로의 하늘을 착오없이 오가면서 한해를 보낸다. 연어처럼 강에서 태어난 회귀어종들은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되돌아와 알을 낳고 일생을 마친다. 이런 신비한 능력을 정위 본능과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사람들도 나침반이나 지도 없이도 감각을 통해 지각되는 환경 단서와 지리적·공간적 특징을 활용하여 적절하게 방향정위(orientation)를 하는 능력을 본래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도시화 과정과 별도로 지명부여나 주소체계도 정위감각을 뒤흔든 원인이다. 대도시의 행정구역 명칭도 주요한 환경 단서와 지표 중의 하나이며 방위개념이 포함된 지명은 직관적인 방향 정보이다. 서울의 경우 도시 확장이 이루어졌지만 중구, 동대문구, 서대문구, 성북구 등의 행정구역 명칭은 이동자의 정위에 여전히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는 지명이라 할 수 있겠다. 정치적 중심을 정부청사가 있는 광화문 일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가 확장되거나 행정중심지가 이동할 경우 방위식 지명은 방향정보의 기능을 잃어버려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된다.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은 생활공간에 알맞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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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으세요, 당신의 삶은 ‘다큐’입니다 지면기사
매 순간 일상을 찍고 보는 ‘영상의 개인화시대’흩어지고 잘리듯 삶도 제대로 연결 안될때 많아참고 견디며 감동적인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자이윽고 음식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릇 위에 놓인 요리는 정갈하다. 음식과 그것을 담아낸 그릇의 색상도 저마다 맞춤이다. 흰색 도기 위에 살짝 놓인 녹색 채소, 검고 붉은 칠그릇 속에 담긴 하얀 생선살, 보라색 햇가지를 감싸고 있는 겨자빛깔 튀김옷과 대나무접시. 정해진 순서대로 하나씩 하나씩 선을 보이는 요리는 그때마다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자, 그렇다면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다음 행동은? 흠흠, TV속 셰프를 흉내내며 음식내음을 맡는다? 꼴깍, 침을 삼키며 한 점 조심스럽게 집어 맛본다? 천만에. 아니다. 절대 아니다. 다음 순서는 그게 아니다. 다들 스마트폰을 꺼낸다. 그리고 저마다 음식을 찍기 시작한다. 20대 후반의 딸과 아들도, 50대 엄마도 한결같다. 찍은 영상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한 뒤 비로소 흡족한 표정으로 말한다. “식겠다, 빨리 드세요.”우리 가족 얘기다. 아니 대한민국 사람들 얘기다. 너나 할 것 없이 찍는다. 찍은 다음 그 다음 일을 시작한다. 소셜네트워크나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도, 그럴 생각이 아예 없는 사람도 일단은 다 찍는다. 찍고 본다. 찍은 다음 그 쓰임을 판단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바람직하다거나 그렇지 않다거나 따지고 논하는 것 자체가 무색하다. ‘스마트영상시대’니 하는 말은 오히려 진부하고 식상하게 들린다. ‘영상의 개인화(personalization) 시대’다. 개인의 일상이 영상으로 시작되고 영상으로 끝나는 희한한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찍은 영상의 대부분이 파편적이고 분절적이라는 안타까움이 있긴 하지만.나의 일터는 시대를 관통하는 이런 흐름의 한복판에 있다. 시민들이 영상미디어를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최적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이다. 영상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촬영장비와 시설도 ‘공짜로’ 빌려준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표정과 목소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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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대학 누구 책임인가 지면기사
역대정권 ‘자율 명목’ 대학 재량권 확대만 공들여치열한 경쟁속 교수요원들 어떻게 양성할지 고민조령모개의 자율화타령에 20년만에 구제불능 직면지난 5월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5·31 교육개혁 2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가 주목되었다. 임천순 세종대교수는 1995년 ‘5·31교육개혁’의 성과로 학습자 중심교육 실천, 교육선택권 확대, 고등교육 특성화와 다양화, 대학의 자율성 확대 등 대학교육의 질이 개선되었다고 진단한 것이다. 그동안 현장을 지켜온 필자의 소회는 “글쎄?”였다. 지난 세월 대학들은 정부의 ‘아니면 말고’식 개혁타령에 대책 없이 휘둘려 온 탓이다.20년 전 김영삼 정부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일정수준의 학생정원과 교사(校舍), 교지 확보비용 등 최소한의 기준만 갖추면 누구나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전까진 설혹 자격조건을 갖추어도 정치권과의 유착 없이는 대학설립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경향 각지에서 신생 대학들이 우후죽순 마냥 생겨났다.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으로 바뀐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4년제 대학 수가 종래 100개에서 200여 개로 증가했다. ‘서잡대(=서울의 잡대)’, ‘지잡대(지방의 잡대)’ 등 은어들이 생겨난 배경이다. 2002년을 기점으로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졸업생 수보다 많은 역전현상이 간취되었으나 무시했다.2002년 김대중정부는 수업료와 입학금 책정권한을 대학에 선물로 안겨주었으며 참여정부는 2004년에 국공립대와 수도권 사립대 및 사범계 정원만 정부가 관리하고 나머지는 모두 대학자율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2007년 8월 교육인적자원부는 33개 과제의 대학자율화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기본방향을 사전규제에서 사후평가로 전환했다.1970·80년대를 보내면서 우리 사회에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군부독재에 용감하게 대항했던 상아탑 전사(戰士)들에 대한 값진 보상은 ‘민주화=자율화’인 때문이다. 대학이 스스로 정한 방법으로 대학 특성과 교육목표에 맞는 학생을 뽑아 가르치는 것이 정석이다. 역대 정권들이 한결같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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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대책, 재벌(財閥) 진정성 갖고 나서라 지면기사
10대기업 유보금 500조 돌파 불구 일터창출 인색인턴 명목 노동력 착취 ‘열정페이’ 사회초년생 울려‘10만명 채용’ 美 기업 실업해결 프로젝트 배워야며칠전 교수인 친구에게 메일을 받았다. “열정페이에 멍드는 사회 초년생들이 불쌍하다. 허울뿐인 직함에,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에 비지땀을 흘리는 모습에 눈물이 날 정도다. 제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내 자신과, 투자도 안하면서 사내 유보금만 잔뜩 쌓아 놓는 우리나라 재벌들이 밉다.” 열정페이로 상처받는 제자들을 지켜보는 교수의 절절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지난해 국내 10대 재벌의 사내 유보금은 1년 사이 40조원이 늘어나 500조원을 돌파했다.그제 정부가 앞으로 3년간 20만개 이상 청년 일자리 기회를 재계와 공동으로 창출하겠다는 내용의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정년이 연장되는 공공기관·공기업 종사자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이로부터 절감되는 인건비로 청년을 신규 채용하고, 교원 명예퇴직을 확대해 신입 교사를 새로 뽑는 등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대책에 다급성이 느껴지나, 단언컨대 한국의 재벌들이 팔을 걷어붙이지 않는 한 이번 대책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열정페이’는 무급 또는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일컫는 말이다. 즉,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을 무급 혹은 저임금 인턴으로 고용하는 관행으로 올해 초 디자이너 이상봉이 저임금에 인턴을 착취하고, 소셜커머스 업체가 수습직원을 2주간 부려먹은 후 전원 해고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열정페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가 됐다. 이 땅에서 젊은이들의 사회생활 첫발은 ‘열정페이’로 시작된다. 지난 22일 고용노동부는 패션, 미용, 호텔, 제과제빵 등 인턴을 다수 고용한 151개 업체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103곳에서 255건의 노동 관련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적발된 사업장 중에는 재벌 계열의 유명 호텔과 유명 패션, 미용업체 등이 다수 포함됐다. 여름철 성수기에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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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리조트 집적화가 필요한 이유 지면기사
한곳에 몰려야 시너지효과와 도박 부작용 최소화공항·항만 필수… 20분내외 위치 집객효과 볼수 있어신중하고 과감한 접근 중요… 전국 도박장화는 안돼복합리조트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온 나라를 얼어붙게 만든 메르스 한파나 정치권의 치열한 세력다툼도 리조트 유치를 위한 자치단체들의 강렬한 욕망을 꺾진 못했다. 전국의 10여 자치단체에서 유치를 신청했고 관심을 보인 업체들도 20여개가 넘는다. 리조트 유치가 과열 양상으로 치닫게 된 데는 정부의 리조트 분산방침과 표를 의식한 단체장들의 치적 쌓기 경쟁이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유치경쟁에 뛰어든 자치단체 마다 리조트가 들어서야 할 당위성을 지역경제 활성화니 서민경제 살리기니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워 설명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리조트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대형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도 바탕을 이루고 있다.문제는 복합리조트(Resort complex)란게 카지노 즉 도박장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이다. 대놓고 도박장을 만들겠다고 하면 저항이 심할 듯 하니까 그럴듯하게 포장한 게 복합리조트다. 카지노만 만들자니 낯 간지럽고 하니 대규모 회의시설인 컨벤션도 집어넣고 문화공연장도 끼워 넣는다. 라스베이거스는 그런 식으로 성공했다. 이런 복합리조트를 정부가 균형발전을 내세워 전국에 골고루 들어서게 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치고 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으로 리조트 유치를 원하는 지역에 하나씩 던져주며 인심쓰겠다는 얘기다. 겉보기엔 그럴듯할지 몰라도 전국을 도박장화해서 정서적인 황폐화를 초래하는 ‘인간의 사막화 정책’과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 나눠 주다 보면 전국의 도박장화라는 부작용은 필연적이다.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들어 인간의 사막화에 성공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복합리조트의 집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정부의 도박장 분산화 정책이 위험한 이유 중 또 하나는 풍선효과다. 지금까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리조트 유치경쟁을 바라만 보던 지자체들이 정부정책을 보고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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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체제의 재편은 가능한가 지면기사
적대적 공존·대립하는 정당구도 ‘시대 착오적’정치가 혐오·불신 대명사 된 근원은 ‘정당체제’여야중도세력, 이념지향 맞춰간다면 ‘변화 가능’한국 양당체제는 역설적이게도 ‘적대적 공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보수정당이다. 물론 새정치연합이 현안이나 쟁점 집단에서 보다 진보적 경향을 띤다. 이념적 구분은 시대의 산물이고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새롭게 정립된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보수와 진보가 서구 부르주아의 발달 역사 속에서 형성된 보수와 진보를 닮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수구적 기득권의 인식에 동조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뒷받침하는 집단을 ‘보수’ 또는 ‘보수세력’과 등치하는 왜곡은 시정되어야 한다.현재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내부의 계파 갈등은 이념과 노선에 따른 균열의 측면보다는 내년 총선의 공천을 둘러싼 권력투쟁 성격이 짙다. 그러나 양당체제의 적대적 공존과 거대 정당의 카르텔 구도의 우산 속에 안주하는 세력에 맞서는 새로운 집단 출현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주 ‘진압’된 유승민 사태는 정책과 이념의 분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임기의 반환점도 돌지 않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반기(反旗)를 든 정치인의 배제를 통해 집권 3년 차의 레임덕을 막아보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승부수가 통한 정치공학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모든 역사가 그랬듯이 다른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왜곡되어 있던 ‘보수’의 개념 부여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지난 4월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의 유승민 의원의 발언은 보수에 대해 새로운 정립의 단초를 제공했다. 복지와 세금에 대한 새누리당의 전통적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 당내 민주주의에 입각한 건강한 논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등 법인세 인상의 공론화 필요성 제기, 새로운 보수의 지평에 대한 언급 등은 가치지향을 둘러싼 논쟁의 주제를 제시했다. 유승민 사태를 보는 관점이 여권 내의 권력지형의 변화나 청와대 일방 우위의 당청 관계 확인 등 정치공학적 해석에 머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본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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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이 지녀야 할 ‘보편적 가치’ 지면기사
지옥섬인 나가사키 하시마섬 혹독한 ‘강제 노역장’일본, 강제노동 대신 ‘일을 시켰다’ 애매한 표현‘전쟁피해 강조의 수단 활용’ 日국익에 부합 안돼결국 하시마를 비롯한 일본 근대산업시설들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일본이 등재 신청한 이른바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은 규슈와 야마구치지역 8개현 11개 시에 소재한 총 23개 시설이다. 이들 시설 중 7개 시설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강제징용의 한이 서린 시설로, 약 5만7천900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되어 노역했던 곳이다. 특히 나가사키의 하시마(端島) 섬은 ‘지옥섬’으로 불릴 정도로 혹독한 강제 노역의 현장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7개 시설에서의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는 방법을 놓고 논쟁하였으나 합의를 이뤄 등재안이 통과됐다.등재결정 직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본 정부가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과거 1940년대에 한국인 등 자기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한(forced to work)’ 사실이 있었음과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인포메이션 센터 설치”를 중심으로 한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이를 계기로 ‘한일양국관계가 선순환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런데 일본 외무상은 해당 문구를 ‘강제 노역’이 아니라 ‘노동을 하게 됐다’는 의미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강제노동(forced labour)’이라는 명백한 개념어 대신 ‘일을 시켰다’(forced to work)라는 애매한 표현을 허용한 것과, 합의내용을 주석(註釋)형식으로 삽입키로 한 것도 실수였던 것으로 보인다.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등재 기준은 해당 유산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니고 있는지 여부다. 일본이 메이지 산업혁명유산이라고 자랑하는 근대 산업시설은 러일전쟁과 태평양 전쟁 등의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하였으며, 상당수가 조선인을 비롯한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에 의해 가동되었던 시설이었다는 점에서 보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성격을 다분히 지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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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8대 전략산업, 어떻게 육성하나 지면기사
어느 시점까지 추진할 것인지 신중하게 결정중국시장 의존도 낮추는 대비책 마련 중요정부협력 얻고 성공여부 가늠해 선별투자 필요인천시가 유정복 시장 취임 이후 전략산업 육성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골격이 바로 ‘인천 8대 전략산업’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최고 연구진과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그 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6월 1일 대토론회라는 이름으로 기초 윤곽을 공개했다. 현재 토론회에서 나온 지적을 반영하고 또 시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쪽과의 교류를 통해 친(親)시민 관점의 조언을 청취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번에 인천시가 선정한 8대 전략산업은 항공, 첨단자동차, 로봇, 바이오, 물류, 관광, 녹색금융, 뷰티산업 등이 해당한다. 미래에도 이들 산업이 그대로 중요할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인천의 먹거리 산업으로 예측되는 산업을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크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전략산업의 육성책을 논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육성해서 성과를 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산업들의 선정 논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선정된 각 산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해 합리적인 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몇 가지 중요 이슈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한 도시의 전략산업을 논의하는 데에서 어느 시점까지를 볼 것인지는 중요하다. 말하자면 5년 후와 30년 후 중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방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인천시의 이번 보고서에는 단기적으로는 3년 후에 대한 방책, 장기적으로는 35년 후인 2050년까지를 내다보는 대책이 담겨있다. 카메라 렌즈로 치면 망원렌즈와 접사렌즈가 혼용된 상황이다. 3년 앞의 산업육성도 봐야 하고 2050년이라는 미래 청사진도 놓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런 다(多)초점 렌즈를 적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실현가능성을 생각하면 초점이 명확해야 한다. 여러 시점을 동시에 놓고 말하기에는 인천의 산업육성 정황이 그리 한가롭지 않다. 더욱 많은 일자리가 필요하며, 고부가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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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자본의 서민금융 공략 지면기사
국내 20여개 日대부업체… ‘빅3’ 고리대 특수저축은행 진출 ‘연평균 2530% 이자율’로 초과이윤외국자본 지나친 유입 서민경제 위기 초래할 수도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또다시 기준금리를 끌어내린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죽을 맛이다. 사상 최저의 금리시대를 맞아 은행의 주 수입원인 예금과 대출이자간의 폭이 줄어들면서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기 때문이다. 예대 마진 차이가 2010년 2.94%포인트에서 4년만에 30%가량 하락한 터에 내수부진까지 가세한 것이다. 인원 및 점포감축 등 마른 수건 짜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다.그러나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은 성업 중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3분기 현재 영업 중인 전국 79곳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천443억원으로 1년 전의 적자 4천768억원에 비하면 엄청난 성과를 낸 것이다. 저금리를 역으로 이용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4년 새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낮춰 현재 1.50%까지 내렸으나 저축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는 여전히 10%대를 상회하고 있다. 대손비용 등 각종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예대마진폭이 810%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금리에 비해 무려 45배나 높다. 대출이자가 30%인 살인적인 고금리도 비일비재하다. 담보로 세울 건 몸뚱이밖에 없는 서민들을 감안하면 ‘빚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사상최대의 대출실적은 설상가상이었다. 2011년 뱅크런 사태로 한바탕 진통을 겪은 이후 저축은행들은 대출선을 종래 기업대상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소규모 가계대출로 전환한 결과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월말 11조3천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2014년 1분기에 비해서도 무려 26%나 증가했다. 저축은행들을 누가 애물단지라 했던가.그 중심에 일본자금이 있다. 1999년 A&P파이낸셜의 진출 이후 현재 국내에는 20여개의 일본 대부업체들이 고리대특수를 누리고 있다. 아프로파이낸셜·산와·KJI 등 일본계 ‘빅3 대부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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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병원을 보면 삼성의 미래가 보인다? 지면기사
메르스 2차진원지로 ‘부분 폐쇄’ 대형사고 터져철저했던 원칙주의 무너진 ‘동네병원’으로 전락불안한 지배구조 전세계 헤지펀드에 그대로 노출이상하다. 어떻게 이지경까지 됐을까.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애플과 한 판 겨룰 수 있는 지구 상 유일한 기업, 삼성 얘기다. 삼성이 이상하다. 지난 5월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 초대 이사장을 지냈고, 부친 이건희 회장이 맡았던 자리를 물려받는다는 점에서 그룹 경영권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계된 상징적인 조치이며, 마침내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개막됐다고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지배구조를 갖추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서도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도 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 1982년 설립된 이래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을 펼쳐왔던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1994년 건립해 운영 중이던 삼성 서울병원이 메르스 2차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부분 폐쇄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내외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한달만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큰 사고 앞에는 늘 전조(前兆)가 있는 법이다. 지난 11일 메르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삼성병원이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국회의원의 지적에 삼성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국가가 뚫렸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삼성병원의 반박에 회의장은 술렁였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신속히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약속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을 삼성이었다. 그런데 일개 과장이 사과 대신 국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서슴없이 뱉어냈다. 그로부터 3일 후에야 삼성병원은 고개를 숙였다. “모든 국민이 고통받는 엄중한 시점에 신중치 못한 발언이 나왔다”며 “대규모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으로서 집단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데 대해 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