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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내 마음속의 자화상 지면기사
“촌스럽지만 오히려 도도하게 보이고, 편협해 보이지만 감쌀 줄 알며, 게으르고 산만한 듯하지만 오히려 참된 모습에 가깝다네. 네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세상과 동떨어진 케케묵은 사람이라고 말하겠지.” 보면 볼수록 머릿속에 잔상이 남게 되는 어떤 그림이 있다. 이 그림에는 다리 위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그의 곤두선 신경세포를 상징하듯 주변은 어둡고 탁한 붉은색과 푸른색이 만들어낸 어지러운 선율이 가득하다. 그렇다. 이 그림은 ‘절규’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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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지금, 주변 풍경 지면기사
차를 탈 수도 안 탈 수도 없는 애매한 지점에 살고 있어 걷는 일이 빈번하다. 출퇴근도 마찬가지다. 사무실까지의 거리가 2㎞ 정도여서 5년 전부터 그냥 걸어다닌다. 그러다보니 차로 휙휙 지나칠 때는 몰랐던 주변의 많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아파트를 막 나오면 어린이공원이 나타난다. 놀이기구가 설치돼 있어 현장학습을 오는 유치원 아이들부터 방과 후의 청소년들까지 왁자지껄 놀다 가는 곳이다. 노인들이 많아 아이들의 자취는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길 건너편에는 자그마한 연못이 있는데 지금 한창 예쁜 색깔의 수련이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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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파리의 미용사가 되고 싶다 지면기사
친구가 파리에 산다. 중학교 동창인데, 유학한 이국에서 반려자를 만나 결혼했다. 여름마다 가족과 함께 고국으로 휴가를 와서 파리 생활을 들려준다. 친구에게서 파리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깜짝 놀란다. 내가 상상한 파리와 너무 달라서. 파리는 예술과 패션의 도시 아닌가? 언젠가 멋스럽게 차려입었을 때 파리지앵 같다는 칭찬을 듣고 우쭐해진 적이 있었다. 이십 대에 내 영웅은 고흐였다. 고흐가 그린, 꼬불꼬불하고 울퉁불퉁하고 뜨거운 세계를 사랑했고, 고흐가 사는 도시라서 또 파리가 좋았다. 그런데 친구의 파리는 내 상상 속 파리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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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여름에 기억해야 할 것들 지면기사
여름을 좋아한다. 애초에 타고나길 더위를 덜 타는 체질이기도 하거니와 유년기의 아름다운 순간은 대부분 여름방학이라는 마법 같은 시간과 함께였기에 여름을 안 좋아할 수가 없었다. 외할머니댁에 놀러 가 시골 평상에 누워 올려다보던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라든가 풀벌레 울음소리 가득한 논둑길을 걷던 여름 수련회의 기억, 태어나서 처음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했던 해운대 해수욕장에서의 여름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사촌 형들이 어린 동생들을 깜짝 놀래켜 주기 위해 문방구에서 사온 다양한 종류의 불꽃놀이 폭죽들도 생각난다. 불을 붙여 불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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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그때 그 여름 지면기사
종종 그림을 그린다. 디지털 드로잉을 시작한 이후로는 아무 때나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좋다. 물감이며 물통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그렇기 때문에 카페에서나 작업실에서나 침대에서나 언제든 그릴 수 있다. 그저 태블릿만 충전을 잘해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태블릿 속 흰 도화지 화면을 한참 쳐다보다가 무엇을 그릴지 결정했다. 노란 마룻바닥. 예전 내가 자란 집의 그 마룻바닥을 그리고 싶어졌다. 그러니까 80년대 풍경이다. 80년대라면 벽과 천장은 짙은 나무색이어야 한다. 나무 패널을 모양 있게 붙인 천장엔 긴 형광등 하나가 달렸다. 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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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폭염 속 도서관 유랑자 지면기사
전례 없는 폭염 탓인지 요새는 도서관마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자리가 없어서 3층, 2층을 돌다가 지하 북카페까지 내려왔는데 운이 좋았다. 두 명이 마주 앉는 큼직한 테이블에 있던 사람이 때마침 짐을 챙겨 나가는 바람에 내 차지가 된 것이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책과 노트를 꺼냈다. 한참 정신없이 책 구덩이를 파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고개를 들어보니 커다란 챙이 달린 모자를 쓴 중년 여성이 내 앞쪽 의자를 가리키며 “여기 자리 있어요?”라고 물어본다. 아니라고 하자 아주머니는 손에 든 텀블러를 탁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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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사소함을 들여다보는 눈 지면기사
밤마다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여름이 찾아왔다. 물렸을 때의 따가움과 가려움, 짜증스러움은 이 작은 생물을 만국 공통 인류의 적이라 불릴 만하게 한다. 사실 모기를 미워하는 감정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옛사람들 또한 모기에 대한 분노를 담아 글을 남기며 속풀이를 하곤 했다. 숙종임금은 “널 부르는 이도 없는데, 까닭 없이 찾아와 뾰족한 침으로 침상의 베갯머리를 찌르느냐”고 했고(‘열성어제’ 권10), 김성일(金誠一)은 ‘학봉집’에서 아무리 팔을 휘저어 쫓아도 자꾸 나타나 결국 물고야 마는 모기의 성가심을 탄식했다. 남구명(南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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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영화 속 슬픔과 Y 걱정 지면기사
‘조 블랙의 사랑’이라는 영화를 보려는 순간, Y(62)가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실려갔다는 전화를 받았다. 가족들에 따르면 최근 몸이 점점 안 좋아져 구토를 했고 이어 심한 두통이 찾아왔다고 한다. 중환자실에 실려간 Y의 병명은 뇌경색. 병원에 실려가서도 혈압이 너무 높아 며칠 뒤에나 다시 뇌를 검사해봐야 한다고 했단다. 뇌경색은 시간이 생명인데 이렇게 며칠씩 늦춰도 되는 것인지 심히 걱정된다. Y는 우리말을 잘 조탁하는 시인(詩人)이다. 다만 자기를 드러내는데 소극적이어서 그의 시를 본 사람은 별로 없다. 그의 산문은 어둡지만 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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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장소 지면기사
합정역 인근의 카페에서 기자를 만나 신간 소설에 관해 인터뷰를 했다. 미래에는 젊음을 사고 파는 시대가 오고, 가난하고 젊은 사람들이 돈이 많은 노인들에게 호르몬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다시 청춘으로 돌아간 노인의 인생이 행복한가 하면 그 반대다. 겉모습만 젊어진 노인들은 신체 나이만 비슷한 젊은이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해 외롭다. 물질만 사랑하고 내면과 정신의 가치를 잃어버린 우리 세대는 필연적으로 노화를 두려워하게 된다. 과거에 노인들은 공동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사람들은 삶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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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오랜 바람이 이루어지는 것 지면기사
일만 하고 놀지 못해 스트레스 받던 차에, 머리나 식힐 겸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최근에 개봉한 영화 ‘F1’을 보았다. 오래도록 하부 리그를 전전하던 은퇴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나이의 카레이서가, 가장 유명하고 가장 빠르며 기술적으로 정교한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여 노력 끝에 결국 우승을 하는 이야기다. 만원 정도의 가격이면 집에 편히 누워서 수백 수천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OTT 세상이 있는데 굳이 두 배의 돈을 주고 단 한 편의 영화를 위해 교통체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좀 손해 보는 것 같은 시대가 왔다지만 거대한 화면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