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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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급증하는 안성시 노령인구, 종합대책 필요 지면기사
안성시의 노령인구가 급증하는데 반해 관련 대책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지역사회에 팽배하다. 안성시가 최근 발표한 '노인등록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관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외국인 포함 총 인구의 17.4%를 차지하는 3만6천32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대비 10.3%가 늘어난 수치로 2년 사이에만 10% 이상의 관내 노인 인구가 늘어난 셈이다. 또한 이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 오는 2040년에는 관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8만여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지역의 고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특히 인구가 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노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생산연령인구 대비 노령인구를 비교하는 노년부양비를 따져보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을 수준에 이른다. 통계로 보면 2022년 기준 안성지역 노년부양비는 24.2명으로, 생산연령인구 4.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오는 2040년에는 생산연령인구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이다.시와 정치권도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며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그 방향이 다소 엇나가 있는 듯하다. 현재의 정책들의 초점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젊은 층 인구의 유입은 물론 출산 장려를 통해 생산연령인구를 높이는데 치중돼 있다. 그러다 보니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 보다 몇 푼 안 되는 지원금으로 '퉁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현재의 노인들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지금의 선진국 반열에 올리기 위해 본인 삶을 희생하며 자식 세대들에게 모든 것을 헌신한 사람들이다. 물론 안성지역 노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그러기에 시가 '노인등록통계 보고서'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토대로 단순히 경제적 도움이 아닌 노인들에게 지금 현재 꼭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도 언젠가는 늙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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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모처럼만에 가평군민 뭉친다 지면기사
모처럼 가평군민들이 하나로 뭉치고 있다.가평군은 최근 몇 년간 제2경춘국도 가평군 노선(안) 배제, 공동형 장사시설 건립사업 제동, 경기도 산하기관 유치 탈락 등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특히 공동형 광역장사시설 건립사업을 두고 민심은 찬반으로 격하게 대립했다.다수의 주민 등이 장사시설 건립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입지 후보지 선정에는 재공모까지 진행되는 등 주민 간 갈등이 고조됐다. 이 갈등은 군수 주민소환투표 서명운동으로 이어지면서 극에 달했다.이후 청구인 측이 시한 1주일을 앞두고 청구를 철회,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지만 이 갈등의 문제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 지금껏 사회적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다.이런 가운데 지난해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2025~2026년 경기도 종합체육대회 가평군 유치 확정'의 희소식이 들렸다. 지역사회는 환호했다.3번의 도전 끝에 이뤄낸 성과로 2003년 제14회 경기도생활체육대회 개최 이후 20여 년 만이다. 그 사이 대회 규모는 4배 이상 커졌다. 대회 개최가 확정되자 군은 '경기도체육대회추진단'을 신설하는 행정기구 개편을 단행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군민들도 힘을 보탰다.지난달 이장협의회, 주민자치회, 노인회, 새마을지도자회, 지역사회보장협의회, 각 봉사단체와 사업체 등의 구성원들은 민간추진단을 발족했다.또 가평교육지원청을 비롯해 가평초, 가평고, 청평중, 청평고, 조종초, 북면중 등 관내학교는 대회기간 관련 학교시설 개방을 약속했다.다음 달에는 각급 사회단체장 등을 포함한 주민 200여 명으로 구성된 대회조직위원회도 출범한다. 여기에 약 300개의 숙박·외식업체 등도 속속 대회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그동안 민민·민관 등의 갈등으로 점철됐던 지역사회가 '2025~2026년 경기도종합체육대회'를 통해 분열과 반목이 봉합되길 기대해 본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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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고향 떠난 수자기 지면기사
황색 무명 천에 검정색 커다란 '장수 수'(帥) 자가 새겨진 세로 430㎝, 가로 410㎝ 크기 어재연 장군 '수자기(帥字旗)'. 수자기가 또 고향 강화(江華)를 떠나는 긴 여행길에 올랐다. 지난 12일 수자기가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떠났다. 수자기의 장거리 여행은 이번이 세번째다.첫 여행은 납치나 다름없었다. 150여 년 전 1871년 6월 미국의 조선 침략인 신미양요 당시 벌어진 광성보 전투에서 조선은 패배했고 깃발은 미군 손에 들어가 강제 여행을 떠나야 했다. 당시 전투에서 미군 전사자가 3명, 부상자가 10명인 반면 조선군 전사자는 어재연 장군을 포함해 무려 350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때 수자기는 군함에 실려 떠났고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서 담요처럼 둘둘 말린 채 전시됐다.두번째 여행은 2007년 10월의 일이다. 정부가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과 협의 끝에 '장기 대여' 형식으로 수자기를 들여와 136년 만에 다시 고국에 들여오기 위한 여행길이었다. 10년으로 기한이 정해진, '반환' 아닌 '대여'였지만 최근까지 1~2년 단위로 대여기간이 연장됐다. 계속 머무를 것으로 알았지만 우리 바람처럼 되지 않았다. 미국 해군사관학교는 대여 기간을 더 연장하지 않았다. 오는 2025년 봄부터 2028년까지 3년 동안 진행할 아시아 유물 특별전에 전시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평소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수자기를 당분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 수자기 실물과 인사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게으름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우리에게 선택권조차 없고, 그저 보내야만 한다니 자존심도 상했다. 먼 길 잘 다녀오라고 작은 행사라도 치렀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바람처럼 되지는 않았다.부디 수자기의 이번 여행길이 편도가 아니기만 바랄 뿐이다. 다음 귀국길이 수자기의 마지막 여행이 됐으면 한다. 반갑게 다시 인사하는 날까지 모두 함께 착실히 준비했으면 좋겠다. /김성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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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돌고 돌고 도는 민원 지면기사
김포에서 있었던 일이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등산로에 화장실이 없어 불편하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 아예 희망위치까지 지정해 민원이 이어졌다. 시에서 화장실 조성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악취와 청소년 비행 등을 우려한 이들의 반대민원으로 사업은 수개월 간 지연됐다.또 다른 장면 하나. 김포시는 여름철 땡볕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주요 사거리마다 접이식 그늘막을 설치했다. 그런데 어느 사거리 모퉁이에는 지난해 여름 내내 이 그늘막이 접혀 있었다. 그늘막을 펴면 자신의 매장이 완전히 가려진다는 항의민원 때문이었다.똑같은 사안을 놓고 민원이 충돌하는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누구는 주차단속을 요구하고 누구는 단속 예외를 요구한다. 현수막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에는 '왜 우리 것만 떼느냐'는 반발민원이 따라붙는다. 공영주차장 입구가 어두워 사고위험이 있다는 민원을 받고 차단봉에 조명을 설치했더니 불빛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항의한 사례도 있다.김포 공무원 사망사건은 민원이 꼬리를 물다가 벌어졌다. 제설 요구 민원에 따른 염화칼슘 선제 살포, 염화칼슘 살포에 따른 포트홀 발생, 포트홀 항의민원에 따른 긴급 보수공사, 보수공사에 따른 교통정체로 특정 공무원에게 '좌표'를 찍고 분노를 쏟아냈다. 심야시간대에 공사를 진행했는데도 항의가 걷잡을 수 없이 빗발치다가 기어이 사달이 났다.민원이 끝모르고 계속되는 건 행정기관의 저자세와 무관치 않다. 헌법상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 규정된 공무원의 지위가 발목을 잡으면서 어떤 부당한 일을 겪고 공격을 당해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행정서비스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대다수 시민은 안다. 그럼에도 민원인들은 문제의 해결 여부를 떠나 감정쓰레기통 역할이라도 할 것을 공무원들에게 강요해왔다.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돌고 도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끊어내야 할 때다./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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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부천을 향한 선거 파동 지면기사
4·10 총선을 앞두고 부천지역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중앙 정치권의 혼란이 지역 정치권에 큰 파동을 안기는 모습이다. 파동은 크게 두 가지다. 선거구 획정 파동과 공천 파동이 있다.선거구 획정 파동은 전형적인 '중앙 발'이다. 기존 부천지역 선거구는 갑·을·병·정 4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말 부천시 4개 선거구를 3개로 줄이는 내용이 담긴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애초 지역에선 선관위 획정안을 '실현 가능성 없는 안'으로 치부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텃밭인 부천지역 선거구를 줄이는 선관위 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위기감은 높았다. 전례를 볼 때, 직전 국회에서 선거구 분·합구 얘기가 나오면 다음 국회에서 확정되는 일이 즐비해서다.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획정위의 원안을 받아 29일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다. 이로써 부천지역 선거구 축소는 시간문제가 됐다. 지역 정치권은 뒤집혔다. 4개 선거구 현역인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시민의 투표권과 평등권을 제물로 '국민의힘 지역구'를 지키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부천 선거구 획정의 정상화 협상에 즉각 응하라"고 촉구했다. 지역 민심도 크게 동요했다. 인구수가 더 적은 서울 강남이나 대구 달서가 아닌 부천의 선거구 축소에 자존심이 단단히 상했다.공천 파동도 심상찮다. 6선 고지를 바라보던 설훈 의원이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에 들었다. 부천지역에선 '비명계 수장' 격인 그의 행보와 관련해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40여년 간 민주당을 지켜온 이에게 '가혹한 형벌'이 내려졌다고 입을 모았다. 설 의원은 결국 탈당을 선택했다. 이 무렵, 지역 정가에선 하위 20% 안에 또 다른 현역 의원이 포함됐을 것이란 풍문이 돌며 민심을 자극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부천지역 파동은 앞으로 더 커질 모양새다. 선거구 획정안의 향배가 곧 결정되고, 여야의 공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연태 지역사회부(부천)차장 kyt@kyeongin.com김연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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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철도 지하화 공약 남발 지면기사
"아무리 총선이지만, 예비후보들이 공약을 남발하는 모습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최근 만난 한 고위공직자는 "일부 공약을 보면 예산만 수조원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이같이 꼬집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수원역~성균관대 구간, 서울 영등포역~용산역 구간, 대전역 인근 등을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부 부지 통합 개발로 여가·문화 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더불어민주당 역시 철도, 광역급행철도(GTX), 도시철도 도심 구간을 모두 지하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철도 지하화와 상부개발을 함께 진행해 지역 내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라고 한다.철도 지하화는 지난 수십년간 선거의 단골 공약이었지만, 천문학적 사업비를 충당할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추진에 이르지 못했었다. 이렇다 보니 이번 총선에서도 여야가 유권자 마음 잡기에 혈안이 돼 실현 가능성 없는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고위공직자는 "요즘 이야기 나오는 철도 지하화 공약 중 일부 구간은 십여 년 전에도 전문가들과 여러 방안을 모색했었지만, 타당성 조사는커녕 초기 단계에서 검토만 하다가 끝났었다"면서 "공약을 발표하는 후보나 당 차원에서 제대로 검토는 해보고 추진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여야의 철도 지하화 공약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집값이 꿈틀대고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민심 잡기에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사업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하는 현실이다. 현실성 없는 마구잡이식 선심성 공약과 희망고문은 정치인은 물론 정당의 신뢰 하락이란 부작용만 남길 뿐이다. 철도 지하화 공약이 총선 이후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그런 공약으로 남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이상훈 사회부 차장 sh2018@kyeongin.com이상훈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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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사라진 애호박전과 물가통계 지면기사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면 인심이 흉흉해진다는 뜻이다. 사회가 삭막해졌다는 말로 요약하기도 한다. 그러니 다른 이의 '곳간'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정확히 진단해야 해결책을 내든,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든 처신을 바로 할 수 있다.이번 설 물가는 살인적이었다. 우리집의 경우 친정과 시댁에서 애호박전이 사라졌다. 시댁은 장손 집이라 손님이 많다. 명절엔 항상 과일을 박스로 사던 시부모님이 이번엔 정부 할인쿠폰이 붙은 배 3개들이, 사과 3개들이만 집어오셨다. 애호박전이 사라진 차례상은 처음 보고, 제수용 3개만 있는 과일상자는 결혼하고 처음본다. 아마 이 얘기를 대부분의 가정에서 공감할 것이다.다만 정부는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설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16대 성수품의 소비자가격이 1년 전 설 같은기간보다 3.2%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수준'도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낮은 수준'이라니, 이번에도 국민이 보고 느낀 것 대신 '바이든·날리면'처럼 정부의 강변(强辯)을 믿어야 하나. 어딘가 더 싼 게 있는데 내가 장을 잘 못봐서 그렇구나, 하고 자책을 해야 하나.다행히 우리가 보고 느낀 것을 확인해주는 통계도 있었다. 한국물가정보는 전통시장 기준으로 차례상 비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했다. 통계청도 각 품목별 통계에서 사과와 배가 10~20% 상승했다고 했다. 아마 시장 보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런 통계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누군가는 체감과 가까운 통계를 내는데, 정부는 체감과 동떨어진 통계에만 기댄 것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지난 정권에서 부동산 통계는 국민 감정을 상하게 하는 데 일조했고, 잘못된 정책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리고 현 정권은 그것을 '통계조작'이라는 이름을 붙여 수사 중이다. 여기 이 시장 물가 통계를 내는 방법에도 토를 단다. 아둔한 통계인가, 목적이 있는 통계인가. 5천만의 곳간을 살필 방법도 못 찾는 것은 곳간에 별 관심이 없어서인가. /권순정 정치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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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더 많은 전문 공연장 설립을 바라며 지면기사
"오랜만에 전문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지난달 27~28일 이틀 동안 인천 영종도에 있는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콘서트를 한 악뮤의 이수현은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전국투어 콘서트를 진행한 악뮤는 체육관이나 컨벤션 홀에서 공연을 열었다고 한다.악뮤 이수현의 말처럼 우리나라에는 건립 당시부터 전문 공연장으로 설계된 장소는 인스파이어 아레나 단 한 곳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 케이스포돔(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애초 체조 경기를 위해 만들어진 체육관이다.이 때문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K-POP 가수들이나 해외 뮤지션들도 축구·야구 경기장이나 체육관을 빌려 공연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축구·야구 경기장을 빌려 공연을 할 경우 잔디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아 스포츠 팬들이 피해를 보는 일도 종종 생긴다.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이민주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상급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히고, "국내 인기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무료 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언급해 많은 축구팬의 질타를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체육관들은 규모가 작은 데다, 경기장 대관 문제가 얽혀 있어 공연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지난해 콘서트를 비롯한 뮤지컬·연극·클래식 등 공연 티켓 거래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여러 공연을 관람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화강국으로 올라선 우리나라에도 전문 공연장이 만들어질 때가 됐다. 그간 지지부진하던 경기 고양 CJ라이브시티와 서울 창동 서울아레나 건립 사업도 다시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두 개의 전문 공연장뿐 아니라 시민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더 많은 공연장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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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기후동행카드 롤모델의 위기 지면기사
서울시가 지난달 27일 출시한 대중교통 무제한 통합정기권 '기후동행카드'(월 6만2천~6만5천원)가 닷새 만에 29만장 가까운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모양새다.서울시는 '친환경 교통혁신'을 내세운 기후동행카드의 롤모델로 독일이 지난해 5월 도입한 월 49유로(약 7만원)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 '도이칠란트 티켓'(D-티켓)을 꼽았다. 기후동행카드는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정책의 주요 취지와 정기권 방식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D-티켓과 가장 유사한 국내 정책이다.기후동행카드가 기후위기 대응에 얼마나 주효할지, 더 구체적으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다가 기후동행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는지 검증이 필요할 것 같다. 기후동행카드보다 훨씬 파격적 할인 혜택을 주는 D-티켓은 약 1천100만장의 구매자 가운데 8%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던 신규 고객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까진 D-티켓이 기후동행카드를 비롯한 대중교통비 지원 제도가 이루지 못한 혹은 지향해야 할 롤모델일 것 같기도 하다.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독일 철도기관사노조(GDL)는 새해 들어 2차례 파업하며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D-티켓 시행으로 철도 이용객은 늘었지만, 그에 따른 인력·인프라 부족과 높아진 노동 강도 등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독일은 지난해 연방정부와 16개 주정부가 총 30억유로(약 4조3천773억원)를 부담해 D-티켓을 운영했다. 하지만 독일운송회사협회(VDV)는 실제 D-티켓 운영에 연간 41억유로(약 5조9천812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파악했다. 11억유로의 격차가 난다.올해 D-티켓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됐으나, 독일 연방정부는 지난달 23일 올해 연말까지 티켓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문제는 여전히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티켓 운영 재원 부담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봉책이다. VDV는 연방정부 결정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D-티켓을 유지하기 위한 미래의 불확실성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박경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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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불편한' 나무베기 지면기사
강진에 있는 다산초당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의 유배 기간 중에 10년을 지낸 곳이다. '목민심서'를 비롯한 주요 저서들이 이곳에서 집필됐다. 초당이란 짚으로 지붕을 엮어 만든 집으로, 바람이 잘 통하고 볕이 잘 들어야 한다. 그늘이 지고 통풍이 안 되면 짚이 쉬썩어 지붕은 물론 목재의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이다.현재 다산초당 주변을 제법 굵직한 소나무가 에워싸고 있지만 다산이 살던 시절 초당 앞에 서면 강진만 바다가 한눈에 보였을 것이다. 다산유적보존회가 1957년에 초당을 '와당'으로 개조한 것도 모름지기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다산초당의 관리를 위해 주변 나무들을 베어내곤 하는데 이게 종종 민원을 야기하곤 한다. 벌채(벌목)는 나무를 베거나 산림·환경 훼손 등의 부정적 행위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이런 인식의 바탕에는 박정희 시대 식목을 장려한 '산림녹화' 정책, 벌거숭이 산하를 울창한 산림으로 만든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나라의 '불편한 시민 의식'이 깔려 있다.여주의 강천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강천섬은 갈대숲과 단양 쑥부쟁이·억새 군락지, 은행나무길 등 남한강의 수려한 수변공간으로 이름나 있다. 얼마 전부터 여주시에서 힐링센터를 운영해 오기도 했는데 지난해 장마로 강천섬 주변에 쓰러지거나 부러진 나무를 시에서 벌채해 쌓아놓은 것을 '무차별 벌목 현장'으로 한 언론사에 고발 기사가 난 것이다. 임야의 경우 10% 이상 남겨두는 친환경 벌목과 하천법에 따른 홍수 피해를 줄이고자 완전 벌목하는 하천변 수목정비 규정이 상충된 부분이 있다.경관식물을 심고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가지치기와 죽은 수목을 정비해 강천섬을 명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던 여주시는 내친김에 한때 실화로 폐쇄했던 야영장을 되살려 캠핑의 성지로 재개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캠퍼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남벌과 전쟁, 산업화를 겪으면서 자연파괴를 막자며 시작한 '자연보호' 운동에서 지속가능한 자연을 유지하고 향유하는 시대로 접어드는데 꼬박 50년이 걸린 것이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