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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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탄생 150주년, 라흐마니노프의 매력은 지면기사
'클래식 음악'으로 칭하는 20세기 탄생 작 중 가장 많이 연주되고 청자들로부터 애호되는 음악은 무얼까. 최근 수십 년 동안의 음악계 동향을 살펴봤을 때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작품을 꼽을 수 있겠다. 명확히 가를 수는 없지만 교향곡을 좋아하는 이들은 쇼스타코비치를 선호할 것이고, 피아노곡 애호가들은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더 가까이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생존 시차는 30년 정도고 같은 러시아 태생의 작곡가들이지만 삶의 질곡이 다르다 보니 작풍도 다르고 그에 따라 애호가들의 선호도도 나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 작곡가 모두를 좋아하는 이들도 상당수이다. 글에선 올해로 탄생 150주년인 라흐마니노프를 조명해 본다. 지난해 6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베이스퍼포먼스홀에서 당시 18세의 임윤찬은 포트워스 교향악단(지휘·마린 앨솝)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연주했다. 이 곡은 '피아니스트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고난도 테크닉을 요구하는 작품으로, 임윤찬은 난곡을 완벽히 연주해내며 큰 화제를 일으켰다.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로 등극한 무대였다. 또한 그의 이 라흐마니노프 연주 동영상은 업로드 6개월 만인 올해 초 1천만회가 넘는 조회 수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임윤찬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작곡가의 탄생 150주년을 맞는 올해 라흐마니노프의 이 작품 또한 더 많은 청자와 만나고 있다.190㎝가 넘는 거구인 라흐마니노프는 유난히 손발이 컸다. 한 손의 손가락을 펼치면 30㎝에 달했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그가 작곡한 피아노곡의 스케일 역시 크고 음역이 넓다. 라흐마니노프 작품의 명연들은 작품이 가진 테크닉적 요소와 함께 감정 표현 또한 완벽히 표출하며 청자들을 감동시킨다.뛰어난 피아니스트로 '마지막 낭만주의자'명연들 테크닉적 요소·감정 표현 완벽 표출'피아노 협주곡 2번' 도입부 우아함 인상적주관적 정서 환상적 표현에 힘찬 형식 취해'마지막 낭만주의자'로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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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민선 8기 인천 정비사업 활성화 계획 지면기사
인천시가 최근 정비사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내놓았다. '주민 제안 제도 활성화'와 '입안 요청제 시행' 등을 통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제도 개선 및 절차 간소화로 신속한 추진을 지원하겠다는 게 뼈대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일보다는 구도심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는 '시민의 삶을 담아내는 원도심 균형발전'이라는 부제에 명확히 담겼다.인천이라는 도시는 매우 특이하다. 택지개발지구와 경제자유구역 등 신도시 개발은 구도심이 낙후되는 문제를 낳았다. 역대 인천시 정부가 구도심을 활성화하려고 안간힘을 다했지만 결국 허사로 돌아갔다. 눈에 띄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신도시 개발이 계속 진행되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구도심의 재생은 한계가 분명했다. 다른 도시들도 신도시와 구도심 간 격차가 존재하지만, 인천만큼 심각하진 않다. '주민 제안'·'입안 요청제' 시민참여 확대주택공급 확충보다 원도심 균형발전 방점 인천시가 낙후된 구도심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건 민선 4기 때로 기억한다. 당시 경인전철과 경인고속도로 주요 거점을 정비해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여러 개별사업이 인천의 대동맥 격인 경인전철과 경인고속도로 두 축을 중심으로 계획됐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 '사업성 부족', '주민 갈등'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국내 첫 입체복합도시를 꿈꿨던 루원시티 개발사업(서구 가정오거리 일대 도시개발사업)은 우여곡절을 겪다 가까스로 공사가 진행됐지만 일반 택지 개발 수준에 그쳤다. 가좌나들목, 제물포, 주안·부평역, 동인천 주변도 그때와 지금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시재생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도 적지 않았는데, 당시 인천시 한 고위 관계자는 "새 살이 돋으려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며 당연한 현상으로 치부했다.민간 영역에선 주택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붐이 일었다. '2010 인천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반영된 정비예정구역은 212곳. 재개발·재건축이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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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천5·3, 소요사태에서 민주항쟁으로 지면기사
1986년 5월3일 인천시 남구(현 미추홀구) 시민회관사거리에 시민 5만명이 운집해 '직선제 개헌'과 '군부독재 종식'을 외쳤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항쟁 이후 최대 규모 시위였다. 정권 유지에 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무조건 잡아들여 고문하고 가둬버리는 시기였다. 민주화운동 세력이 공개적으로 세를 모으고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해,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암약'해야만 했다. 그해 5월3일의 시위대 다수는 조직되지 않은 시민 그리고 학생이었다. 대통령을 직접 선거로 뽑고 자유를 억압하는 정권을 끝내버리자는, 숨죽여온 열망이 한꺼번에 분출된 현장이었다. 시민회관사거리는 주안역과 가까워 인천~서울을 전철로 잇는 주요 플랫폼이자 광장으로 유동인구가 많았다. 경찰은 인천·경기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 80개 중대 1만명을 배치해 시위 현장을 포위하다시피 했다. 극렬 시위가 발생했고 경찰에 진압, 해산됐다. 1986년 시민 5만명 운집 '직선제 개헌' 목청당시 보도지침, 과격시위·고문축소 등 주문 인천5·3민주항쟁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명시된 것을 계기로 37년 전의 역사를 취재하면서 전두환 정권이 각 신문사에 하달한 '보도지침'을 마주했다. 인천5·3민주항쟁 당일 보도지침은 1면 머리기사를 '한·영정상회담'으로 하고 시위 기사는 1면 사이드 톱 또는 사회면 톱 등으로 쓰게 했다. 기사 내용과 방향까지 정해줬다. 학생·노동자 시위로 쓰지 말고, '폭동에 가까운 과격시위'로 쓸 것을 주문했다. 이어지는 보도지침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경찰의 과잉 개입이 과격 데모를 유발했다는 식으로 하지 않을 것'(5월5일), '5·3시위 구속자 고문 사례를 가급적 보도하지 말 것'(6월17일) 등을 지시하며 마치 편집국장처럼 지면에 개입했다. 안타깝게도 당시 모든 언론사는 보도지침대로 따랐고, 거기에는 경인일보도 포함돼 있다. 신문으로 세상을 본 시민은 1986년 5월 3일 인천의 민주화 시위를 '5·3 소요 사태'로 기억하게 됐다. 여전히 인천에서 인천5·3민주항쟁이 아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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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헌법에 명시된 공공기관 책무 지면기사
인천항 갑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40대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한 인천지방법원 판결문이 최근 지역사회에서 화제가 됐다. 이 재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준욱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실형(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2심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묻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듯하다.40대 임시직 노동자 A씨는 2020년 6월3일 인천항 갑문 보수 공사 현장에서 떨어져 숨졌다. 두 아이의 아빠인 A씨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이었다. 코로나19 사태와 경기 부진으로 사업체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생계유지를 위해 공사판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갑문 상부에서 H빔 등 중량물을 18m 아래 바닥으로 내리는 작업에 투입됐다. 안타깝게도 중량물과 함께 갑문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끔찍한 사고를 당했는데, 그의 추락을 막을 안전설비는 없었다. 앞서 중량물 하역 작업에 대한 안전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10대 자녀 둘을 둔 가장은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인천항 갑문 공사 현장서 40대 사망 사고사업주 아닌 발주자 실형 이례적 판결 화제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발생한 사고임에도 '사업주'나 '도급인'이 아닌 보수 공사 '발주자'(최 전 사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발주자인 공공기관도 안전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인데, 오히려 공공기관의 책임을 무겁게 봤다. 판결문에는 헌법 제34조 제6항이 등장한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오기두 판사는 판결문에서 "공공기관이라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에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법률 해석"이라며 "건설 공사 도급을 주된 업무로 하는 공공기관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인 사업주로서 책임을 더 엄격하게 지워야 한다"고 했다. 또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는 건설공사 발주를 주된 업무로 하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허용돼선 안 된다"고 했다.지난달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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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동연이 혁신할 때다 지면기사
배우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후일담으로 '운발'(운이 좋다)을 이야기했다. 그의 아이돌인 할리우드 스타 피터오툴이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으로 아카데미에 수차례 노미네이트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상을 못 했는데, 자신은 처음 후보에 올랐는데 수상까지 했다며 한 말이다. 많은 노력과 뛰어난 능력이 전제돼야 하지만 '운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정치는 더 그렇다. 여소야대와 야대여소는 한 끗 차이 같지만 실제로는 천지 차이다. 선거에서는 예선부터 본선까지 대진운도 따라줘야 되고, 난세를 만나야 영웅이 될 수 있는 운도 정치권 이야기다.전임 경기지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운'(?)이 따른 정치인이다. 경기도지사 시절,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정부와 다른 광역단체들이 하지 못한 '재난기본소득' 등 현금 복지를 통해 일 잘하는 이미지를 부여받았다. 밑바탕에는 '부자(富者) 경기도'가 있었다. 당시 부동산 활황으로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세금이 들어오던 때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당시 이 대표는 "부동산 거래세 등의 초과세수가 1조7천억원에 이르는데, 이 초과 세수 중 경기도 몫으로 전 도민지급을 하고도 남는다"고 말할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경기도의회까지 민주당이 압도적인 다수여서 걸림돌도 없었다. 이 또한 이 대표의 운이라면 운이다. 이재명 지사시절 부동산 활황 '부자 경기도'김지사, 경기침체로 13년만에 가용예산 감액 경기도 재정은 아껴서, 또는 열심히 한다고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부동산 거래세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좋냐 나쁘냐에 따라 가용예산도 고무줄처럼 변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지리 운도 없는 도지사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경기도는 지난해 무려 13년 만에 가용 예산을 감액 편성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쁘다. 올 1분기 취득세는 1조9천87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6.6%인 3천960억원이 줄었다. 재작년인 2021년 2조8천227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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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이유 지면기사
그땐 안 되고 지금은 된 이유가 무엇일까.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말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건 지난해 11월부터다. 당시 정부와 지자체는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을 인지했지만 소극적 태도로 대처했다. 올해 2월과 4월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20~30대 3명이 절명하지 않았더라면 대책이 나왔을까 싶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좀 더 일찍 귀를 기울였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정부와 정치권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라고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린 건 지난 4월17일 미추홀구에서 30대 여성인 세 번째 사망자가 나왔을 때다. 지난 4월14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불과 사흘 만에 세 번째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당정은 조속히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까지 약 한 달 보름이나 걸렸다. 국회의 전세사기 특별법 의결 전날(5월24일)에도 귀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미추홀구에서 있었다.GM부평노동자 창원 파견후 정신건강 심각절반이 불안·5명중 1명 '극단적 선택' 생각 이처럼 올해 들어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20~30대 청년 3명과 40대 남성 1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청년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장소는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의 전셋집이다. 이들이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전세보증금 6천500만~9천만원의 전셋집은 마지막 안식처가 됐다. 힘들게 일해 모은 돈에 은행 빚까지 끌어다 마련한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이자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언제 길거리로 내쫓길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거란 암담함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주식이나 코인은 투자에 따른 위험이 있지만, 전세보증금은 이익을 얻기 위해 투자한 돈도 아니다. 당연히 돌려받을 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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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천대 제물포캠퍼스, 효과적 활용 방안 찾아야 지면기사
한 달 정도였다. 인천대가 개교 이후 30여 년간 보금자리였던 제물포를 떠나, 송도국제도시로 캠퍼스를 이전하기 위한 시간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인천대 30년사와 당시 경인일보 기사에 따르면 캠퍼스 이사 작업은 2009년 8월1일 시작돼 하순까지 5t트럭 1천605대가 투입됐다. 연인원 6천800여 명이 동원돼 이사가 진행됐다. 이사 비용으로만 22억7천여만원이 쓰였다. 이사 작업이 끝난 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인천대 위치변경계획을 인가(8월25일)하면서 캠퍼스 이전은 마무리됐다. 9월 송도캠퍼스에선 인천대 이전을 축하하고 학교 발전을 기원하는 개교 3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인천대가 떠난 공간은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란 이름으로 여전히 시민 곁에 남았다. 하지만 10년 넘게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찾은 제물포 캠퍼스는 용도를 잃고 현관이 쇠사슬로 잠긴 건물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13층 높이의 제물포 캠퍼스 본관 건물은 오래도록 관리가 안 된 흔적이 많았다.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돼 있었고, 몇몇 기둥은 부서진 콘크리트 사이로 철근이 보이기도 했다. 건물 주변엔 '이 지역을 통행하는 사람이나 차량은 안전에 유의하길 바란다'는 안내문이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송도캠퍼스 본관 사진을 배경으로 '탐구형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 국립인천대학교'라고 쓰인 중앙 현관의 홍보판 문구는 공허해 보였다. 캠퍼스 내 건물 곳곳에선 '교내 시설은 노후 시설로 운동, 산책, 기타 행위로 인한 사고 발생이 우려되오니 시설 이용을 삼가 달라', '인적·물적 피해 및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여럿이었다. 달리기를 하는 시민, 공놀이를 즐기는 시민,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시민들은 이런 안내문이 붙은 건물들 사이를 오갔다. 이전 10년 넘도록 용도 잃은채 제역할 못해市 "소유권은 대학측, 움직임 지켜볼 필요"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 22만㎡엔 건물 18개 동 가운데 활용 중인 건물은 10% 미만이다. 사용 중인 건물도 일부는 1주일에 한 두 번 정도만 활용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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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최기선 시장과 인천경제자유구역 20년 지면기사
'이건 인천이라는 한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인 대사업입니다. 여의도 면적의 여섯 배가 되는 매립지를 만들어 최첨단 정보통신 도시를 건설하는 일입니다. 한국 최대의 공항과 항만을 거느린 세계 전진기지의 첫 삽을 뜨는 날인데, 대통령이 꼭 오셔야 합니다. 그렇게 대통령의 참석이 성사되고 무사히 기공식을 마쳤다. 그곳은 암석과 바다, 갯벌 그리고 황무지만이 있는 허허벌판이었지만 나는 그 공간에 새롭게 탄생할 도시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1994년 9월10일, 김영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 송도신도시(현 송도국제도시) 조성사업을 위한 기공식이 열렸다. 2018년 작고한 최기선 전 인천시장은 송도신도시 기공식에 대통령을 참석시키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을 설득해야 했다. 최 전 시장의 자서전 '최기선 인천시대를 열다'에는 송도신도시 건설사업에 대한 그의 간절함과 의지가 술회 돼 있다.최 전 시장은 송도·청라·영종을 아우르는 인천경제자유구역 탄생의 주역이자 설계자였다. 간척지 위에 세워질 인천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확신은 사업을 추진하는데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최 전 시장은 회고했다.밀물과 썰물이 오가던 송도 갯벌은 현재 그의 바람대로 인천의 성장동력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수많은 첨단 기업들의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로 20년을 맞는 인천경제자유구역(2003년 8월11일 국내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은 그간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하며 인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1994년 물막이 공사를 시작해 조성한 당시 송도신도시 면적은 17.6㎢, 이 알토란 같은 땅을 밑천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탄생했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총면적은 122.42㎢ 규모로, 송도(53.36㎢), 영종(51.26㎢), 청라(17.80㎢) 등 3개 지구로 확대됐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여기에 더해 강화 남단, 수도권매립지, 인천항 내항 등으로 경제자유구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누적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144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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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죄르지 리게티 탄생 100주년 지면기사
오는 28일은 20세기 후반, 가장 진보적이고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 중 한 명이었던 죄르지 리게티(1923~2006)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이 위대한 음악가를 기리는 행사가 올해 국내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수열이 지휘하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는 27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경기 필 마스터피스 시리즈 Ⅶ'의 첫 작품으로 리게티의 출세작이며 대표작인 '아트모스페르'(1961)를 연주한다. 리게티의 탄생일에 열리는 연주회에서 선보이는 의미 있는 선곡이다. 지난 4월 초에 열린 2023 통영국제음악제도 리게티를 조명했다. 세계 최정상의 현대음악 연주 단체로 꼽히는 앙상블 모데른은 리게티의 '아방튀르'(1962)와 '누벨 아방튀르'(1965)를 한국 초연했다.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도 지난 4월 피에르 로랑 에마르와 리게티의 피아노협주곡(1988)을 연주했다. 또한, 오는 6월에 열릴 '2023 교향악 축제'에서도 정치용이 지휘하는 KBS 교향악단은 박종화와 함께 피아노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경기필, 27·28일 대표작 '의미있는 연주회'오스트리아 망명 후 서방 음악가들과 교류 리게티는 루마니아에서 유대계 헝가리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리게티는 어린 시절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부다페스트대학(수리·물리 계열)에 합격하지만, 학교 측은 유대인인 리게티의 합격을 번복했다. 과학자의 꿈을 포기한 리게티는 18세인 1941년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했다. 이내 부다페스트의 프란츠 리스트 음악원에 합격한 리게티는 작곡을 공부했다. 1949년 졸업 후 모교의 교수로 있다가 1956년 헝가리 의거 때 오스트리아로 망명했다.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 음악계의 관심은 나치 독재로 인해 중단된 음악 전통을 계승하는 것에 쏠려 있었다. 계승 대상은 여럿이었지만, 주된 흐름은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음렬음악)이었다. 독일 다름슈타트는 이런 흐름의 진원지였다.오스트리아 빈으로 망명한 리게티는 본격적으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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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선거 부패와 돈의 효율성 지면기사
선거 부패는 '선거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부정한 이익의 수수, 금전, 물품, 기타 공사의 이익 등을 포괄한 이익의 수수행위'로 정의된다. 여기엔 후보자 추천과 관련한 금품제공행위, 선거 운동 대가 제공행위, 투표 대가 제공행위 등이 포함된다. 선거 부패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고 한다. 은밀성이 대표적이다. 인간적이고 정치적인 의리에 기초한 사회적 연결망을 중심으로 평소 잘 아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은밀하게 이뤄진다. 현금을 선호하고,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때문에 적발은 물론, 적발되더라도 유죄 입증이 어렵다.조직적이라는 특성도 있다. 후보자 개인의 조직이나 후보자 소속 정당이 개입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더욱 조직적 개입 없이는 어렵다는 것이다. 보충성을 띤다는 특성도 손꼽힌다. 선거부패로 인해 동원된 재원을 당사자가 공직에 재임하는 동안 이를 반드시 회수한다는 것이다. 부패가 또 다른 부패를 만드는 순환적 구조를 갖게 된다. 이는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 내용의 일부다. 정의와 특성 등을 들여다보면, 선거 부패를 '돈 선거'로 치환해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돈 쓰는 선거의 논리'(1997)라는 논문엔 선거에 참여한 후보자들이 돈 선거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가 설명돼 있다. 논문은 '돈 쓰는 선거의 기본 원리는 결국 돈을 쓰는 것이 당선의 확률을 높일 것이라는 후보자들의 주관적 혹은 경험적 믿음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실이건 혹은 추정되는 믿음이든, 돈을 더 쓰게 되면 그만큼 자신에 대한 지지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혹은 적어도 상대방의 돈 공세에 밀려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돈의 효율성'이 돈 선거의 중요한 이유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상황과 지금을 직접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돈 선거의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현금선호·은밀' 적발돼도 유죄입증 어려워'선거부정 방지법' 30년 지났지만 계속 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