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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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도어스테핑 언제 합니까? 지면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출근길 질의응답)을 잠정 중단한 지 3개월하고 20일이 지났다. 지난해 11월21일 'MBC 기자-비서관 공개 설전' 사태 여파로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 이후 오늘(13일)이 딱 113일째 되는 날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 취재환경도 꽤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달 윤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의 동선을 침범한다'는 이유로 청사 1층에 내려와 리모델링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도어스테핑 재개에 대해 기대가 있었으나 아직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은 채 '금기어'가 돼 있는 상태다. '다시 해야 한다', '별 도움 안 된다'는 주장이 엇갈리지만, 윤 대통령이 시작한 출근길 질의응답 시간은 누구도 시행하지 않았던 소통의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윤 정부는 '국민 속으로'를 실천하기 위해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긴 최초의 정권이다. 출근길 문답이 진행되면서 기자들도 대통령의 속마음을 알 수 있고, 즉흥적인 답변에서 국정의 기조를 읽을 수 있었다. 여러 부침 속에 무려 61번의 도어스테핑을 진행했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국정의 방향성과 국가 경제·안보 문제, 글로벌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과거 청와대의 취재 환경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MBC기자와 설전 사태후 113일째 잠정중단임시벽 설치… 尹 '국민속으로' 다짐과 달라 그러나 지금, 그 자리엔 임시 벽이 쳐져 있고 얇은 나무 합판 가림막이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고 하니 화분과 조화 벽을 임시로 설치해 놓고 있다. 예전에는 통로 사이로 가끔 대통령의 동선과 오가는 내외빈의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볼 수 없는 단절된 공간이 돼 버린 것이다.이건 윤 대통령이 처음 얘기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다짐과 다른 것이다. 일부 언론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 치더라도 이런 빌미로 국민과 소통하는 통로를 막는 것은 언어도단이고, 이렇게 오랜 시간 내버려둬서는 더 치사한 일이다.윤 대통령 자신도 도어스테핑을 정착시키고 전통으로 만들려는 강한 의지를 여러 번 보인 바 있다.언론의 갈증,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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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오래 전 콘텐츠의 화려한 복귀 지면기사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3년 콘텐츠 산업 전망 키워드로 '콘고지신'을 선정해 발표했다. '콘고지신'은 콘텐츠(Contents)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합성어로, 과거의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이 올해 콘텐츠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만화 '슬램덩크'의 붐을 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예측은 아주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하겠다.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개봉(1월4일)에 맞춰 새해 첫 주 베스트셀러에 '슬램덩크 챔프'가 순위권에 들더니,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을 거쳐 영화제작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은 '슬램덩크 리소스'까지 베스트셀러에 안착했다. 흥행한 영화라고 할지라도 제작 과정 자체를 책으로 내는 것도 드물고, 이렇게 흥행하는 것도 드물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순위가 집계되지 않는 각종 굿즈까지 감안하면 지금 화제가 되는 단 하나의 콘텐츠는 슬램덩크 외에 다른 선택지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최근 콘고지신과 관련한 기사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과거 콘텐츠가 사랑받는 배경을 분석하면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끌렸던 설명은 '불황'이 과거의 향수를 부른다는 것이다. 슬램덩크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한국에 정식 소개된 첫 일본 만화 중 하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에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한국에 소개된 작품이라는 사실이 어쩌면 지금의 슬램덩크 열풍을 만들어낸 간접적인 배경 아닐까 싶다. 3040세대에게는 그야말로 큰 걱정 없던 청소년기에 풍요로운 가정에서 생활하던 시절, 만화방에서 빌려보든, 학교에서 돌려봤든 간에 당시를 추억하게 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슬램덩크였다.과거 아이템 활용한 '콘고지신' 올해 키워드슬램덩크·타이타닉 등 향수 불러오며 열풍사실 콘고지신이라는 말 자체는 신조어지만 콘고지신이 포함하는 '레트로 문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우리 생활 곳곳에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디저트 시장에서 '할매니얼(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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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동연은 대안이 돼야 한다 지면기사
정치가 험하다. 공개적으로 욕만 안 했지, '이판사판'이다. 정치판에서의 적은 연일 미사일 공세로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도, 힘을 빌미로 각종 보복을 하겠다고 으스대는 주변 강대국도 아니다. 여당에겐 야당이 야당에겐 정부와 여당이 곧 주적이자 없어져야 할 파렴치한 존재다. 물론 현대사 들어 우리 정치가 이러지 않을 때가 언제였냐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정치에도 '진화'라는 것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정치란 게 진화는커녕 쓸모 없는 존재여서 차라리 퇴화하고 있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 아닐까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의 꽃인 선거만 다가오면 정치는 더 쓸모가 없어진다. 열린 게 입이고, 남발하는 게 심판이다. 그나마 분수를 알아서인지 차라리 '차악(次惡)'을 선택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게 정치인들이다.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이 제1야당의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 이를 계기로 정치판 싸움은 최근 더욱 막장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적 제거', '검찰 독재', '조리돌림'이라는 말을 써가며 군사정권보다 더한 전대미문의 폭거라고 비판한다. 이 모든 게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정부와 검찰의 작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부정부패', '토착비리'라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라고 압박한다. 여권 중진 의원은 "파렴치한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를 정치탄압이라고 우기는 모습이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비판했다. '초유' 논쟁은 덤이다. 민주당이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라고 반발하자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범죄 혐의자를 대표로 뽑은 것이야말로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라고 했는데 어찌됐든 둘 다 맞는 말 같다. 제1야당 대표 구속영장 놓고 여야 거친싸움국민들 뉴스인지 드라마·예능인지 헷갈려 국민들은 헷갈린다. 지금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상황이 뉴스인지 드라마나 예능인지, 구분이 안간다. 분명한 것은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콘텐츠보다 자극적이고 흥미롭다. 김건희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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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투명한 보물창고 지면기사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은 물건이 있고 새로운 것이 가치를 인정받을 때가 있다. 고려청자, 조선백자,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라이카 카메라, 로마의 콜로세움 등은 세계적으로 역사·기술·예술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반면 스마트 휴대전화기, 자동차, 컴퓨터 같은 제품은 최고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가치를 인정받는다. 명품처럼 만들어진 때와 상관없이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롤렉스 시계, 에르메스, 샤넬, 디오르 등의 인기 제품은 리셀 플랫폼에서 발매 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인류가 귀중히 여기고 사랑한 것 중에는 인문적인 요소와 장인(匠人)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감각적이고 첨단 기술이 탑재된 제품에 대한 소비시장이 커지고 있다.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에서는 신세대 감각을 갖춘 젊은 인재를 선호한다. 언뜻 보면 트렌드 산업이 전통적 산업구조를 흩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트렌드 업계는 물론 세계적인 유력 언론사, 출판사, 다국적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직원을 채용하고 제품 생산과 마케팅에 인류학 연구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출판·언론 대중 관계 경험·지혜 쌓여있는곳꼰대문화 보다 중요한건 '사람에 대한 이해' 20세기 초 현대적 의미의 분과학문으로 성립한 인류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류학은 기업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포함해 문화·예술 분야의 콘텐츠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유력 언론은 인류학 전공자들을 주요 부서에 배치하는 추세다. 나라와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와 역사, 민속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발달로 지구 어느 곳에서나 모든 나라의 언론 매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언론이 사용한 단어나 특정표현으로 인해 관련 국가나 민족의 감정을 건드려 분쟁이 일어나고, 테러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인류학의 관심과 필요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21세기에 들어서면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 넷플릭스,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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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천에 사는 40대 아버지의 하소연 지면기사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는 걸어서 족히 40분은 걸렸다. 버스가 하루에 서너 번 다니던 시골이었다. 그나마 등·하교 시간대는 운행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다. 언제부턴가 그 버스도 다니지 않았다. 마을 어르신들의 푸념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학교 사물함도 없던 시절이었다. 무거운 책가방을 짊어지고 먼 길을 걷고 또 걸어야 했다. 한여름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학교 근처에 사는 녀석들이 제일 부러웠다. 촌구석에 사는 내 처지를 원망했다. 중학교는 더 멀었다. 그래서 꾀를 냈다. 원치 않던 보습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랐다. 하굣길 힘을 덜 심산이었다. 학원차량이 집 근처까지 데려다 줘서다. 고등학교는 시내에 있어 더 멀었다. 학창시절 등·하굣길이 그렇게 멀고 험했다.최근 설 연휴에 한 40대 아버지의 제보를 받았다. 중학교 졸업반 딸아이를 둔 윤모(43)씨는 인천 일반계 고등학교 배정 결과에 분통을 터뜨렸다. 사연은 이랬다. 최근 추첨을 통해 그의 딸이 배정된 학교는 인천 부평구의 한 여고였다. 통학하는 데 1시간이나 걸리는 학교였다. 계양구 동양동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인천도시철도 1호선 귤현역에서 전철로 갈아타 부평역까지 가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한 포털에서 윤씨 딸의 등·하굣길 대중교통 노선을 검색해 봤다. 한 번만 갈아타면 되는 버스 노선들을 일러줬다. 이 역시 1시간은 족히 걸렸다.근거리 통학은 학교 배정의 가장 큰 기준이 된다. 명색이 인구 300만 광역시인 인천에서 어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버스~전철~버스 1시간 걸리는 딸 등하굣길부평·계양구 학군 묶여 12순위 배정 '분통' 인천 일반계 고등학교는 1~3학군으로 나뉜다. 중학교 졸업반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학군의 모든 고교를 지망해야 한다. 입학원서에 많게는 20개 넘게 학교를 적어낸다. 학교 배정은 각 지망 순위별 추첨을 통해 이뤄진다. 지원한 학교의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몰려 추첨에서 탈락하면 후순위 학교로 배정받는다.윤씨 딸은 부평구와 계양구가 하나로 묶인 2학군에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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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 오픈런 이어지길 지면기사
최근의 트렌드를 살피기 좋은 가늠자 중 하나가 '오픈런'이다. 말 그대로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입장해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일컫는데 최근엔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열풍이 이어지며 관련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1일에는 관련 이름을 딴 와인까지 출시돼 이목을 끌기도 했다.얼마 전 경인일보가 2021년 3월 시작해 2년여간 지면과 유튜브로 연재한 '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 기획특집이 22편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당초 해당 기획은 도내 대표 농산물인 쌀(1차 산업) 등을 활용해 술을 제조·가공(2차)하고, 이를 6차 산업인 농촌융복합산업의 대표 모델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나름의 포부를 담았다. 우리술로 대변되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체험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지역 내 관광자원(술도가 투어 등)으로까지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오픈런까지는 아니어도 최근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는 외국산에 맞서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경기·인천지역의 술도가 즉 양조장을 조명해 지역경제를 풍요롭게 하는 마중물이 되고자 했다.한 독자는 '지역 내 막걸리 몇 개 소개하고 말겠지 했는데 이렇게 많은 우리 술과 술도가가 있는지 몰랐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타 지역을 보면 안동소주라든가 소곡주, 진도홍주 등 떠오르는 대표 술이 있는데 경인지역에는 술도가는 많지만 정작 떠오르는 술은 없다'며 아쉬움을 전하는 독자도 있었다. '술도가 방문이 가능한지' 묻는 독자들도 꽤 있었는데 술도가 투어로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나름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양조장 조명 지역경제 활성화 마중물 역할해외의 경우 투어·체험프로그램 자리잡아 해외의 경우, 술도가 투어 프로그램이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위스키로 유명한 영국 스코틀랜드에는 100여 개가 넘는 증류소가 있다. 많은 위스키 애호가들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이들 증류소 투어를 담아놓는다. 최근에는 사케의 고장, 일본이 전 세계적인 위스키 강국으로도 도약하며, 지역 내 위스키 증류소를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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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 지면기사
인천상륙작전 30주년 기념식은 성대히 치러졌다. 12·12 군사 반란 이듬해인 1980년 9월이었다. 당시 기사(경기신문 1980년 9월15일자 7면 보도)를 보면 그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다. 행사엔 한국과 미국의 참전용사와 유가족 등 2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팔미도 앞 해상헌화, 작전 재연행사 관람, 자유공원 기념행사·수봉공원 전적비 제막식 참석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참석한 미국 참전용사들은 '5천대 1의 도박', '세계 3대 상륙작전', '눈부신 발전의 밑거름', '긍지·보람' 등의 표현으로 소감을 나타냈다.인천상륙작전기념관 건립 계획은 이듬해 인천상륙작전 기념식이 치러지던 날 공개됐다. '인천시 남구 옥련동 일대 2만3천여㎡에 연건평 1천600여㎡의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건립, 인천상륙작전 당시 참전했던 미 해병용사와 국군장병들의 유품과 각종 병기가 전시된다'는 내용이었다. 600여 명 규모의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86곳의 접수창구가 지역 곳곳에 개설돼 모금운동이 시작(경인일보 1982년 4월3일자 6면 보도)됐다. '부산 미국 문화원 방화사건 범인들이 좌경화된 지하이념 서클 소속의 대학생들인 점을 중시해 전국 대학 총장들이 모여 그 대처방안 등을 다뤘다'는 소식이 같은 날 신문에 실렸다. 모금 운동은 약 1년간 진행됐고, 총 15억원이 모였다. 목표로 했던 10억원보다 5억원이 더 많았다. 여기에 시비 28억원이 보태졌다. 모금 완료 이듬해 준공된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은 이후 안보교육의 공간으로, 인천상륙작전 기념식이 치러지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인천시, 올해엔 대대적으로 열겠다는 계획작전중 주민 100여명 희생·실향민 귀향 요구 한국전쟁 50주년을 한해 앞둔 1999년 인천시는 대대적인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를 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인천상륙 2000'을 주제로 참전 16개국 인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송도,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월미도 등지에서 상륙작전 재연을 비롯해 록 페스티벌, 마라톤, 함정공개, 퍼레이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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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긴 근대문화유산 지면기사
"왜 고물을 사서 모으냐고 묻더군요. 골동품도 아니고 고물이래요."지난해 3월14일 '전쟁의 상흔이 깃든 피난민 태극기'를 시작으로 12월26일 '전통·현대가 공존 수원의 옛 건축물'까지 '경기도 근대문화유산 탐방 시리즈'가 총 20편으로 막을 내렸다. 벚꽃이 만개한 부천, 바람조차 더위를 피해 숨어버린 듯 더웠던 파주,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던 용인, 추위에 언 손을 억지로 녹여가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했던 포천. 1년 가까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지만 잊혀졌거나 잊혀져가는 역사의 파편을 찾아다녔다. 지금의 경기도·대한민국 만든 선배들 흔적많은 부침속 발굴 학예사·향토사학자 큰 공 근대문화유산을 대주제로 정한 만큼 목재솜틀기처럼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것도 있었고, 사진으로도 본 적 없는 낯선 것도 있었다. 협궤열차처럼 오래된 영화 필름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있었고, 구 안성군청과 같이 일상 속에 여전히 남아있지만 무심코 지나친 풍경 속에 가려진 것도 있었다.목적이나 형태는 달랐지만 모두 지금의 경기도, 대한민국을 만든 선배들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일군 이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특히 그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도 잊을 수 없다. 부천의 한 사회적 협동조합은 뉴타운 개발이 이른바 '엎어지면서' 주민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때, 역사에서 해법을 모색했다고 한다. 조금만 지역을 벗어나면 기억하고 있는 이가 없을 것처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었지만, 지역의 역사를 발굴하면서 서로의 뿌리를 기억해낸 것이다. 비록 지금은 생각이 다르고 서 있는 위치와 사는 모습이 다르다고 해도 모두 같은 삶을 공유하던 이웃이었다는 사실이 서로를 묶는 계기로 삼았다. 주요 사적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문화재와 또 다른 매력과 장점이다.또 많은 부침 속에서 근대문화유산을 발굴해낸 학예사, 향토사학자들도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물을 사서 모은다'는 차가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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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동연 타임'은 누구의 잘못인가? 지면기사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장점은 '진정성'이다. 여러 명의 전임 지사를 지근 거리에서 경험해 본 경기도의 한 고위공직자는 김동연 지사에 대해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졌다'고 평가했다. 행정가 출신 지사들은 일을 '머리'로만 했고, 정치인 출신 지사들은 '가슴'을 앞세워 왔다는 것. 반면 김 지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발휘하는 큰 장점을 지녔다는 평가였다. 지난해 전 국민을 울린 이태원 참사 당시 김 지사의 대응은 이러한 김 지사의 장점을 잘 드러낸다. 그는 먼저 가슴으로 일했다. 도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이후 종료일까지 매일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고, 운영 마지막 날에는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및 도 국·실장과 함께 합동 조문까지 하며 애도에 '진심'을 담았다. 특히 정부 방침과 별도로 합동분향소 운영과 조기 게양을 연장하기도 했다. 머리로는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예방·대처·수습 3단계에 걸친 대책 마련을 재빠르게 내놨다. 안전예방핫라인 구축, 도민안전 혁신단 출범, ICT 기반 스마트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골자로 하는 '경기도 도민안전대책'은 다른 광역단체는 물론 중앙정부보다도 빠르고 세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 '진정성' 장점업무보고 등으로 행사 늦어져 오해 받기도 이런 김 지사의 '진정성'이 가끔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 시간에 대한 관념 때문이다. 김 지사는 무언가에 집중하면, 먼저 그 일을 해결하는 데 최우선을 둔다는 게 가까이서 모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 처리에 집중할 때면 누구의 간섭을 받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 가끔은 불호령도 떨어진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기도 하다. 업무 보고에도 토론이 동반되고, 이에 시간이 연장되기 일쑤다. 공직자도 언론도 모두 김 지사만 쳐다본다. 김 지사를 도와주는 사람이 부족한 탓이다. 이 때문에 도청 내부에서는 '김동연 타임'이라는 말이 생겼다. 지사에 대한 업무보고 등으로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각종 미팅이나 행사에 늦어지는 일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짧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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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겨울에도 꽃은 핀다 지면기사
아름다운 꽃도 사계절 내내 피지 않는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르다. 봄에는 개나리, 벚꽃, 철쭉, 목련, 영산홍 등이 핀다. 여름에는 장미, 나팔꽃, 해바라기. 가을에는 국화, 코스모스, 겨울에는 동백꽃, 수선화, 복수초가 있다. 웬만한 꽃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쯤은 갖고 있다. 신화와 전설에서 이름이 유래한 꽃도 있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전하는 꽃도 있다. 사람들은 꽃에 사랑, 우정, 추억, 애도 등의 의미를 부여한다. 동백꽃은 기다림, 애타는 사랑이다. 일 년 중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복수초는 추위에 강해 2월에 눈과 얼음을 뚫고 나온다. 복(福)·수(壽)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장수와 영원한 행복을 염원하는 꽃말을 갖고 있다. 전설이나 신화에서 이름 붙여진 꽃들도 있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는 수선화는 학명 자체가 나르키소스다. 그리스신화에서 유래한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자기애, 어리석음을 의미한다.계절별로 피는 꽃이 다르듯 사람마다 전성기를 맞는 시기도 다르다. 이른 나이에 전성기를 맞는 사람이 있고, 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는 사람도 있다. 74세에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씨는 이듬해인 2022년 외신이 선정한 최고의 드라마 '파친코' 등에 출연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50세 이전까지 미국프로골프챔피언스(PGA) 우승 단 한 차례도 없이 두각을 내지 못하던 스티븐 알커(51)는 50세 이상 선수만 뛰는 PGA에서 2022년 시즌 상금왕에 올라 화제가 됐다. 느지막한 나이에 성공을 이룬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日, 세계최고 전자제품 우리에게 밀려 사라져반도체 2030년 글로벌시장 점유율 '0%' 예측 '나일강에 꽃피운 이집트 문명'이라는 표현처럼 국가나 문명이 찬란하게 빛나는 시기를 이루었을 때 '꽃폈다'는 표현을 쓴다. 역사 속 찬란했던 세계 문명은 흥망성쇠의 길을 걸었다.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번성한 시기가 있다면 반드시 쇠하는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