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데스크칼럼] 좌우 진영 패싸움에 가려진 22대 지역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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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좌우 진영 패싸움에 가려진 22대 지역총선 지면기사

    유권자 탄식만 나올뿐… 축제장 멍들어 가공약대결 대신에 말싸움·반사 이익만 노려후보 자질·능력보다 설화·이슈에 표심 술렁민심 도도한 물결 시시비비 현명한 표로 결정선거라는 게 끝나고 나면 항상 '국민은 위대하다'라는 걸 알게 된다. 불을 뿜는 선거기간 동안 다양한 예측이 존재하지만 결론은 하나, 국민의 준엄한 평가였고 심판으로 귀결되더라. 수십년 정치권과 선거판을 취재하면서 여러 여론조사와 말 한마디에 출렁이는 표심도 봐왔지만 청중민주주의는 항상 국민의 승리였다.수도권, 즉 경기도 선거는 더 그렇다. 오만한 권력에는 견제로 균형을 잡아주고, 힘이 필요할 때는 동력을 만들어주었다. 팔도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도 해왔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미래통합당)은 역대 최악의 참패를 맛보았고, 와신상담 2022년 대선에선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키는 동력을 만들어 냈다. 그 여세를 몰아 그해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인 국민의힘이 크게 승리했다.그런 의미에서 22대 총선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 윤석열 정부를 떠받치고 있는 국민의힘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평가적 의미가 실린 선거가 됐다.그러다보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연일 윤석열 대통령 때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현 정부를 '매만 때리고 사랑은 없는 의붓아버지와 계모'에 빗대 콩쥐팥쥐 얘기까지 하면서 가는 곳마다 경제를 망친 무능한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이에 반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선량한 국민을 범죄혐의자, 부도덕한 정치꾼들의 지배를 받도록 놔둘 수 없다", "정치를 ×같이 하면 안 된다. 22대 국회가 범죄인의 도피처가 돼서는 안 된다. 쓰레기를 다 치워야 한다"고 일갈하고 있다.여기에 야당은 서민들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고물가, 경제문제를 자극하면서 윤 대통령이 특가 판매하는 '875원짜리 대파'를 놓고 마트에서 나눈 발언을 앞뒤 다 자른 뒤 5천원짜리 '대파 인증샷'으로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폈다.국민의힘은 "70평생, 이렇게 나

  • [데스크칼럼] 플랫폼의 시대에 생긴 스포츠 진입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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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플랫폼의 시대에 생긴 스포츠 진입장벽 지면기사

    OTT업계, 독점 중계 잇단 성공 거둔 사례국민스포츠 야구 유료화·방송 사고에 불만새 팬층 유입 가로막지 않을까 우려스럽다팬·선수·구단 함께 즐기는 구조 고민해야스포츠는 돈이 된다. 다소 거칠고 속되게 느껴지겠지만 스포츠는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 위에 세워졌고, 또 다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1996년 디즈니에 인수됐는데, 이후 발생된 수익으로 디즈니는 스트리밍 구축과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 폭스 등의 인수 비용을 마련해 지금의 콘텐츠 제국을 세울 수 있었다.국내에서도 스포츠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플레이는 2022년 토트넘 홋스퍼 내한을 시작으로 스포츠 중계에 박차를 가했다. 해외 구단의 잇단 방한과 친선 경기를 독점으로 중계하고 지난해에는 OTT업계 최초 K리그 전 경기 중계, 카타르 아시안 컵, MLB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로 흥행몰이에 잇따라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또 다른 국산 OTT 티빙은 KBO(한국야구위원회) 독점 중계를 시작하면서 올해 30~40%의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이번 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부터 티빙을 제외한 온라인 야구 관련 사이트에서 KBO 무료 실시간 중계 서비스는 모두 종료됐다. 모바일 기기 등으로 야구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선 티빙에 가입해야만 하는 상황인 만큼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다.플랫폼 기업의 밝은 전망 뒤에는 팬들에게 들이닥친 어두운 부분도 존재한다. OTT 업체에서 해외 스포츠 리그를 독점 중계한 사례가 적지 않지만, 이미 '국민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야구의 독점 중계에 여러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스포츠인 야구를 보기 위해 돈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기대에 못 미치는 어설픈 중계가 이런 불만을 증폭시켰다. 최근 최주희 티빙 대표가 나서 "유료 중계가 무료보다 못하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며 논란에 대해 사과했지만, 지난 22일 프로야구 개막전을 앞두고 진행한 미디어데이 생중계도 방송이 끊기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데스크칼럼] 푸바오는 위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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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푸바오는 위대해 지면기사

    귀여운 외모·앙증맞은 몸짓에 우울감 떨쳐캐릭터 앞세운 유통 마케팅 쉼없이 이어져지자체·공공기관 각종 정책 홍보용도 사용웃는 순간이 '바라볼때뿐'이라는게 서글퍼새삼스럽게 '푸바오 앓이' 중이다. 푸바오가 대나무를 먹는 모습, 사육사들과 장난치는 모습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멍하니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최근 몇 주간의 패턴이었다. 뭐 하나 뜻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고 몸을 움직여야 하고 해내야 하는 일이 산더미인 일상이지만, 적어도 푸바오를 보는 순간엔 그 모든 것들이 무색해진다. 푸바오는 무해하니까. 행복을 주는 보물이니까.많은 이들은 이미 푸바오가 태어났던 무렵부터 그 신기한 경험을 해온 듯하다. 국내에서 자연 번식을 통해 처음으로 탄생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7월에 태어났다. 언제 정체불명의 전염병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만남은 단절된 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불편함, 일상에서 접한 모든 사람과 사물이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무엇보다 언제 이런 사태가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막막함 등이 한데 섞인 우울한 시기였다.그 때 선물처럼 등장했던 게 아기 판다 푸바오였다. 연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는 푸바오의 성장기를 많은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봤다. 푸바오의 귀여운 외형과 앙증맞은 몸짓, 서툴러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자라나는 모습에 깔깔거리며 웃거나 왜인지 눈물을 흘리면서 잠시나마 불안감과 우울감을 떨쳤을 것이다. 감염병과의 오랜 싸움, 일상 속 크고 작은 전쟁에서 푸바오는 꽤 적지 않은 이들을 구해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선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는 한 누리꾼이 '푸바오를 보면 힐링된다고 했더니 관련 영상을 더 많이 보라는 처방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단 5분간 푸바오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추운 날씨 속 5시간가량 기꺼이 줄을 선 모습은 미국 CNN 등 해외 유명 언론에서도 조명할 정도로 이례적인 광경이었지만, 이런 '푸바오 열풍'은 그만큼

  • [데스크칼럼] '슬로 스타터' 인천Utd,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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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슬로 스타터' 인천Utd,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면기사

    올 시즌 프로축구 3년연속 파이널A 목표개막전 석패 이후 2경기째 승점 1만 신고과거 초반 부진은 시민구단 '재정문제' 탓호흡·경기력 거듭할수록 좋은 모습 기대프로축구가 시작됐다. 이달 첫 주말 K리그1(1부) 12개 팀은 일제히 2024시즌 1라운드를 치렀다. 그다음 주말에는 2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다. 전체 38라운드의 정규리그가 시작된 것이다.시민프로축구단 인천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을 앞두고 3년 연속 파이널A(1~6위)에 진입해 강호로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목표와 각오를 내비쳤다. 인천은 2022년 4위에 이어 지난 시즌 5위에 오르며 2년 연속 파이널A에 들었다.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 파이널A에 진입한 팀은 울산HD와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인천뿐이다.올 시즌 2경기씩 치른 가운데, 인천은 득점 없이 승점 1만 신고했다. 지난 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홈 개막전에서 인천은 수원FC에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인천은 페널티킥을 내주기까지 유효슈팅 없이 3개의 슈팅만 허용했다. 반면 공격에서 인천은 7개의 유효슈팅을 비롯해 10개의 슈팅을 기록했으나, 상대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당일 경기장을 찾은 1만5천여 축구팬들 앞에서 당한 아쉬운 패배였다. 1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2라운드 경기에서도 인천은 상대를 몰아쳤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결국 0-0 무승부로 시즌 첫 승점을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날 서울 원정에 인천 서포터스 4천300명이 함께했다. 이들의 응원은 다수의 홈 서포터스에 밀리지 않았으며 선수들의 사기 진작에 일조했다. 시즌 두 경기 모두 우세한 경기를 펴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인천이지만, 팬들의 응원과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인천은 지금까지 주로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은 모습을 보였다.인천을 이끄는 조성환 감독은 2022시즌 8월과 2023시즌 7월 '이달의 감독'에 선정된 바 있다. 해당 월에 인천은 연승행진을 이어가며 각각 5경기에서 승점 11과 승점 13을 적립했다. 조성환 감독 이전에

  • [데스크칼럼] 인천 GRDP(지역내총생산) 100조원 시대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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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인천 GRDP(지역내총생산) 100조원 시대의 이면 지면기사

    시민 개개인 경제여건 타도시 보다 뒤처져전통제조업 구조·높은 부채비율 복합 작용코로나19 같은 변수땐 경제지표 '곤두박질'경제자유구역 성과 도심 고루 퍼지지 못해인천시의 지역내총생산(GRDP)이 100조원을 돌파하며 부산을 앞질렀다.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높은 수치로, 인천시는 '서인부대'(서울· 인천·부산·대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인천이 제2의 도시로 자리잡았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GRDP는 일정 기간 중 한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지표다. 도시의 경제적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통계다.통계청이 지난해 말 공표한 '2022년 지역소득(잠정)'을 보면, 2022년 인천의 GRDP는 2021년보다 5조8천억원 증가한 104조5천억원으로 집계돼 8대 특별·광역시 중 서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2022년 인천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6.0%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6.4%의 성장률을 올린 데 이어 2년 연속 6%대 성장을 이어갔다.인천의 성장률을 견인한 업종은 운수·창고업과 숙박·음식업 등 서비스업이었다. 운수·창고업은 2021년 대비 29.3%의 부가가치 성장률을 기록해 가장 높았고, 숙박·음식업도 18%의 성장률을 보였다.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국외 여행과 수출·수입 등 물류산업이 활성화하면서 인천의 서비스업이 가파르게 성장했다.통계치만 보면 도시 전체적인 경제 수준은 우려할 게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 그렇다면 시민 개개인의 경제적 수준도 이렇게 나아졌을까.통계청은 GRDP 지표를 공표할때 '1인당 개인소득'이란 것을 같이 내놓는다. GRDP가 기업을 포함한 인천의 모든 경제주체를 포함하는 개념이라면 1인당 개인 소득은 말 그대로 여타 다른 요소를 모두 제외하고 시민 1인당 소득을 산출한 통계다. 인천시 전체가 아니라 인천시민이 어느 정도 잘 사는지 가늠하기 위해선 이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인천 지역 1인당 개인소득은 2천241만원으로 집계됐다. 전

  • [데스크칼럼] 계양구을 '정치 도박판' 걷어치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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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계양구을 '정치 도박판' 걷어치우자 지면기사

    원 前장관 첫 출마발언 '이재명 아웃' 초점李 재선 도전 불투명… 취재하며 마음 착잡지역일꾼 뽑는 차원에서 괴이한 선거 풍경유권자 반응 싸늘… 일시적 정치소비 우려4·10 총선을 취재하는 지역기자로서 인천 '계양구을'을 보고 있으면 착잡하다. 여야 중량급 인사 둘의 맞대결이 예고돼 전 국민의 관심 지역으로 부상했지만 가만히 보면 이들은 계양구을 현안 해결 적임자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각자가 속한 정당의 '총선 승리' 구도 속에서만 움직이고 발언하고 있다.국민의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첫 출마 발언이 '계양구을'이 아닌 '이재명 아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건 특기할 만한 일이다. 지난 주말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계양구을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그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건 '이재명은 안 된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내가 지역 현안 해결 적임자"라는 그 흔한 레퍼토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선거전 초장부터 이렇게 노골적으로 네거티브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사례를 알지 못한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본인 입으로 '계양구을 재선 도전'을 선언한 적이 없다. 그가 계양구을 지역구 후보로 나설 것인지조차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대표가 계양구을 출마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야당 대표가 공천심사가 진행되는 시점에도 본인의 '진로'를 밝히지 않은 건 역대 총선 여야 당 대표들의 행적을 돌이켜볼 때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2년 전 대선에서 패한 뒤 치러진 계양구을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했다.총선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계양구을 선거전을 보는 관점이 갈린다.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로만 규정한다면 계양구을에서 벌어지는 선거전 양상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상대를 철저하게 무너뜨리면서 승리를 거머쥐는 '올 오어 나씽(all-or-nothing)'의 구도에서 전쟁처럼 선거를 치러 반드시 이겨야 한다. 반면 동네에 애정을 갖고 있어 지역 사정을 훤하게 아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성격으로 본다면 현재 계양구의 선거 풍경은 괴이하다

  • [데스크칼럼] 사할린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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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사할린의 아이들 지면기사

    숨진 1세대 한인 자녀도 '귀국허용' 목소리국내 주거지 충분치 못한것도 해결할 과제후세들 슬픈 역사 기억 정체성 새기게 될것정부·사회, 뿌리 잃지않도록 지속 관심 필요광복 70주년이었던 2015년 러시아 사할린에 간 적이 있다. 일제에 의한 국권 침탈기 당시 사할린에 강제 징용된 후 돌아오지 못한 한인들을 취재하기 위한 것이었다. 낯선 땅에서 단지 생존을 위해 버텨야 했던 설움, 광복 이후에도 들리지 않았던 고국의 부름, 조국으로의 귀환을 위한 오랜 투쟁과 이산의 슬픔이 켜켜이 쌓여 고스란히 깊은 한이 된 채였다. 사흘 간의 취재 기간 안타까움과 슬픔, 미안함 등으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여러 공간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며 이야기를 들었던 가운데 가장 큰 충격은 뜻밖의 장소에서 받았다. 사할린 에트노스 아동예술학교에서 4세대 한인 아이들을 만났을 때였다. 검은 머리에 살구색 피부. 일곱살에서 아홉살 사이의 아이들은 한국에서 늘 봐왔던 아이들과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사할린에 강제 징용된 한인들의 아들·딸, 손자·손녀들이 낳은 아이들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러분은 한국 사람인가요, 러시아 사람인가요"라는 통역사의 물음에 7명 중 4명은 "러시아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나마 "부모님이 한인이니 나도 한국 사람"이라는 아이들도 "고향은 러시아"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한국말을 사실상 전혀 하지 못했다. 이름도 러시아 이름이었다. 한국 이름을 가진 아이는 3명 뿐이었다. 왜 러시아에서 태어났는지, 한국에 살던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왜 사할린에 오게 됐는지 아이들은 알지 못했다. 부모님이 러시아어를 쓰고 쭉 러시아에서 살아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강제 징용된 사할린 한인들(1세대)은 물론, 그 자녀들(2세대)도 한국으로의 영주 귀국 문제에 매진해왔던 것은 평생 고국을 그리던 부모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인 측면이 크지만 비단 그 때문만은 아니다. 사할린 에트노스 아동예술학교의 아이들처럼 이후 세대의 한인들은 한국을 언젠가 돌아가야 할 조국이 아닌 막연한 조상의 나라, 타국으로 인식한다.

  • [데스크칼럼] '합창'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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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합창'과 '기대' 지면기사

    베토벤 '합창' 새로운 교향곡 출현에 경외감 하나의 우주 구현하려한 후대 작곡가에 영향쇤베르크 '기대' 여인의 극한 심리상태 표출악곡 통일 선율적 근거얻는 '12음 기법' 창안올해 탄생 기념년인 작곡가들이 많다. 이달 '이슈&스토리'(1월19일자 10면 보도)에서 소개한 안톤 브루크너를 비롯해 교향시 '나의 조국'으로 유명한 체코의 베르드지흐 스메타나가 탄생 200주년을 맞았다. '12음 기법'의 창시자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아르놀트 쇤베르크와 관현악 모음곡 '행성'의 영국 작곡가 거스테이브 홀스트, 미국 모더니즘 음악을 개척한 찰스 아이브스는 탄생 150주년을 맞는다.또한 서양음악사에서 거대한 획을 그은 두 작품이 각각 200년과 100년 전에 발표됐다.루트비히 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Op 125 '합창'은 5번 '운명'과 함께 클래식의 대명사격이다. 이 중 베토벤이 완성한 마지막 교향곡인 9번 4악장엔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환희의 송가' 구절을 가사로 사용한 합창이 등장한다. '합창'이라는 부제를 얻게 된 연유다.'합창'은 200년 전 대중에 공개됐다. 청력을 완전히 잃은 베토벤은 1824년 5월7일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에서 자신의 지휘로 첫 선을 보였다. 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없던 베토벤은 지휘자로 참여한 앞선 공연들에서 연주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아닌지에 신경을 쓰다가 머뭇거리기 일쑤였고 이는 커다란 혼란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주위에선 지휘를 만류했지만, 베토벤은 '합창'의 초연 무대에 오르겠다는 결심을 꺾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단원들은 포디엄에 선 베토벤이 아닌 무대 한쪽에 숨어 있는 또 한 사람의 지휘자 미하엘 움라우프의 지시에 따라 연주했다. 베토벤의 지휘는 문제가 많았지만, 연주회는 성공적이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은 새로운 교향곡의 출현에 놀라움과 경외감을 느꼈다.작품은 초연 이후 약 2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특히 교향곡 5번에서 운명을 극복한 성취는 마지막 교향

  • [데스크칼럼] 서울 5호선 연장 갈등 초래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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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서울 5호선 연장 갈등 초래한 정부 지면기사

    대광위, 인천시 제안 원당·불로역 미반영김포案과 평가 선정 방침에 '노선 유치경쟁'확정때까지 검단·김포주민 교통불편 지속국토부, 한발 빼고 '인천-김포 싸움' 씁쓸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최근 서울지하철 5호선 검단·김포 연장사업 조정안을 내놓았다. 총 10개 정거장 가운데 7개를 경기 김포시에, 나머지 3개는 인천(2)과 서울(1)에 설치하는 방안이다. 서울 5호선 연장 조건인 건설폐기물처리장(건폐장)·차량기지 이전과 관련해선, 김포시와 인천시가 '부지 제공' '사업비 분담' 등 공동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김포시와 인천시 입장은 엇갈렸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김포시안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아쉽지만, 시민만을 생각하며 앞으로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대광위 조정안을 존중하되 통진(마송), 김포경찰서역, 급행화 등 시민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시가 오랜 기간 검토하고 분석한 최적안에서 원당역과 불로역을 제외하는 등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당역과 불로역이 최종 노선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포시는 '수용', 인천시는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인천시가 반발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정거장 수만 놓고 보면 대광위 조정안(김포 7, 인천 2, 서울 1)이 김포시안(김포 6, 인천 2, 서울 1)에 가깝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김포 6, 인천 4, 서울 1' 방안을 대광위에 제안했었다. 인천 검단지역의 원도심이라 할 수 있는 원당역과 불로역이 대광위 조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일각에서는 대광위가 서울 방화동 건폐장을 받기로 한 김포시 의견을 많이 반영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서울시는 건폐장 이전을 서울 5호선 연장의 전제 조건으로 고수했고, 2022년 11월 김포시와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상 건폐장을 김포시 관내에 조성하기로 했지만, 그 위치에 따라 인천 서구지역이 환경 피해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이 건폐장을

  • [데스크칼럼] 경북 포항에서 보낸 수백 켤레의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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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경북 포항에서 보낸 수백 켤레의 신발 지면기사

    전세사기 희생자 속출 '골든아워' 놓친 비극'先구제 後구상' 빠진채 특별법 한계 드러내'피해자 돕는 사람들' 연재기획에 위로 사연신발도매업자 '희망의 끈 놓지 마세요' 당부한낱 종잇장에 손끝이 베일 때가 있다. 청소기를 돌리다가도 허리를 삐끗하고, 늘 오가는 동네 골목에서 어이없게 고꾸라지기도 한다. 하필이면 꽉 막힌 출근길에서 멀쩡하던 차가 멈춰 서고, 직장에선 십수년 몸에 익은 일을 하다가 병원 신세를 진다.인천 한 40대 여성은 가벼운 타박상이나 입을 법한 사고에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한가로이 자전거를 타던 그녀는 넘어지면서 손잡이에 가슴 쪽이 부딪혔다. 그 충격에 간 등이 심각하게 파열됐다. 다발성 골절이나 급성 출혈 등으로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중증외상환자'라고 한다. 화재, 붕괴, 범죄 등 사건·사고 현장에서만 이런 환자가 생기는 게 아니다. 이 여성처럼 평범한 일상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녀는 복부 내 과다 출혈로 병원 도착 10분 만에 심정지가 발생했다. 당시만 해도 살 가망이 적은 환자였다. 의료진의 응급처치로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뛴 그녀는 수일에 걸친 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았다.죽음의 문턱까지 간 그녀를 살리기 위해 많은 이들이 도왔다. 한 행인의 신고가 그 시작이다. 환자상태를 확인한 119구급대는 '인천권역외상센터'로 급히 방향을 잡았다. 연락받은 의료진은 협진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환자를 위해 정부가 전국 주요 병원에 거점 형태로 지정한 의료기관이다. 그녀가 일반 응급실로 옮겨졌다면, 이른바 '골든아워'(Golden Hour)를 놓칠 수 있었다. 센터는 외상·흉부·신경·정형외과 등 고난도 응급수술에 능한 의료진을 갖췄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도 숨가쁘게 돌아가는 센터의 모습이 그려졌다.의학적 용어인 '골든아워'는 사회 전반에 통용된다. 때를 놓치면 참담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건·사고 현장에선 말할 것도 없다. 시민의 신속한 신고와 구급대의 정확한 상황 판단, 국내 중증외상 의료체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