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 국적없는 아이들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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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국적없는 아이들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지면기사

    목장갑을 낀 외국인 근로자들이 쉴새 없이 들락거리는 경기도의 어느 공장지대 뒷골목. 이곳에서 유난히 크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여섯 살 꼬마 다니아(가명)를 만났다. 공장지대 틈새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따라 20여 분을 걷자 이윽고 패널로 지은 허름한 조립식 건물이 나타났다. “설마 이런 곳에 사람이 살까?”하는 의문이 들 만큼 형편없는 외관을 하고 있어 주택이라기보다 언뜻 창고 같아 보였다. 주방이 딸린 10평 남짓 비좁은 이곳이 아빠와 엄마, 동생 등 다니아 가족 4명의 보금자리였다. 방은 냉기가 돌 정도로 추웠지만, 그 흔한 난방기구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다니아는 파키스탄인 부모 사이에 대한민국 땅에서 태어났지만, 파키스탄 혹은 대한민국 그 어느 나라의 국적도 갖지 못했다. 1년여 만에 다시 국적 없는 아이를 마주한 순간이었다. 엄마와 인터뷰를 하는 사이에도 천진난만하게 갓난쟁이 동생과 장난을 치는 다니아의 해맑은 모습에서 암담한 현실을 떠올리는 것이 왠지 죄스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유치원 대신 인근 복지기관이 운영하는 보육시설에 다니며 한국말밖에 할 줄 모르는 다니아는 한국인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다니아에게도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혼돈을 겪는 시기가 곧 닥칠 것이다. 우리는 다니아와 비슷한 처지로 살다 성년이 된 무국적자들을 취재하며 안타까움을 넘어 위기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조국이라 생각하며 살다 어느 순간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깊은 혼란과 좌절, 배신감 등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국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심적인 동요가 이들을 더욱 참담한 현실로 내몰고 있다. 국적이 없어 아무런 신원자료도 없는 이들은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언제 어떻게 ‘범죄의 늪’에 빠져들지 모르는 이들을 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들을 대책 없이 내버려 둘 것인가?외국인 비중이 2%에 육박하는 ‘다문화 시대’에 우리는 이들의 현실은 외면한 채 ‘상생’과 ‘화합’이라는 헛구호만 외치고 있는 건 아닐까? 쌀쌀한

  • [오늘의 창] 제대로 된 부천시의회 상(像)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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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제대로 된 부천시의회 상(像)을 기대한다 지면기사

    부천시의회가 지난 7월 15일 제1차 정례회 파행 이후 4개월째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부천시청사 옆 시유지인 옛 문예회관 부지와 호텔부지, 사유지를 묶어 통합 개발하기 위한 중동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공유재산 매각안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하던 시의회는 부지를 개별 매각하는 것으로 귀결됐지만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집행부와의 싸움이 의회 내부로 번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간, 또 의원들 간의 골 깊은 갈등과 불신으로 번져 의회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그 사이 시의회는 ‘동료 의원들에 의한 의원 납치 소동(?)’에 이어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는 공전을 거듭하다 시의회 개원 이래 ‘오전 예결위 심의, 오후 본회의 처리’의 하루짜리 심의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또 상임위원장이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 4명을 비롯 동료 의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를 보이콧 하는 등 비난전을 벌이고 있다.지난달 29일에는 시의회 운영위원회가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자며 시흥까지 원정을 가 오찬 회동을 가졌으나 정작 다음날 207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 운영위 소속 의원 9명 중 4명이나 불출석해 시민들은 물론 공무원과 일부 시의원들까지 어이없어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어 지난 4일부터 2박 3일간 강원 속초에서 소속 28명의 의원 합동연수가 계획됐으나 이마저도 돌연 일정이 변경돼 1박 2일로 기간이 줄어든 데 이어 새누리당 의원이 빠진 상태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12명만이 참여하는 반쪽짜리 연수로 전락했다. 이를 두고 의회 집행부 간의 볼썽사나운 책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과연 이들 시의원에게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귀담아 들릴지 알 수 없다. 또 지난해 7월 의회에 입성할 때 가졌던 초심을 되새겨 보라는 말이 소용 있을 지 의문이다. 오는 23일부터 12월 22일까지 30일간 208회 정례회가 열릴 예정이다. 시정질문과 행정사무감사, 2016년도 예산안 심의 등 굵직한 안건이 줄줄이 기다리는 올해 마지막

  • [오늘의 창] 백년 건물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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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백년 건물을 주목하라 지면기사

    ‘북변동’은 한때 꽤 잘 나가는 김포의 중심가였다. 하지만 김포경찰서와 우체국 등 주요 공공기관이나 시설이 한강신도시 등지로 빠져나가면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김포시와 지역사회는 그동안 각종 재개발·재건축 등을 추진하며 다양한 노력을 시도해 왔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는 못한 상황이다. 기존의 것들을 헐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짓는 방식의 토목적 사고의 한계 때문에 더는 새로운 대안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최근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 인사동이나 수원 행궁동 등을 가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수원 행궁동 등은 오랫동안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옛것’을 재발견·복원하고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키워 나갔다. 더 나아가 먹거리와 볼거리, 시민참여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페스티벌을 개최해서 한 지역을, 공동체를, 혹은 도시 전체를 관광자원화해 성공한 게 주효했다. 이 같은 실험을 김포 원도심인 ‘북변동’에서도 품격있게 시도해야만 한다. 우선 ‘백년 건물’에 주목해야 한다. 원도심엔 우선 보물같은 건물들을 다수 품고 있다. 100년 이상 된 건축사적으로, 역사적으로 큰 가치를 지닌 건물들이 다수 현존하고 있는 만큼 역사적 자원을 ‘재발견’해야 한다.김포향교(888년)와 김포제일교회(121년), 김포초교(115년), 김포성당(105년) 등 그 가치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언더우드 선교사 등 한국 근현대의 영웅들이 세우거나 가꿔 온 이 건물들은 관광상품 가치로만 환산해도 무궁하다. 최근 입소문으로 그 맛을 보기 위해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60년, 70년 된 오랜 식당 등 먹거리도 원도심엔 풍부하다.우체국이 이전한 뒤 공터로 버려진 공간을 중심으로 ‘김포백년거리페스티벌’이 최근 열렸다. 김포 토박이 문화예술가들과 주민자치위원회 등 지역 공동체가 백년 건물 등에 착안해 손을 잡고 마련한 아주 작은 마을 축제다. ‘얼개’ 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미생’의 축제였지만 페스티벌을 기획·운영한 주최 측과 참여한 주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한다.김포시는 앞으로 백년 건물을 관광 자원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

  • [오늘의 창] ‘참된 지역발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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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참된 지역발전이란’ 지면기사

    지난 29일 과천시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침통함 그 자체였다. 과천시 의회가 지난 수 개월간 시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29일 열린 제20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승마체험장과 캠핑장 건립을 위해 시가 상정한 사업비 전액을 삭감했다. 시의회는 승마체험장과 캠핑장이 들어설 위치가 잘못됐고 시민들의 반대 또한 거세다는 이유 등을 근거로 사업예산 전액을 삭감했다.겉으로는 대의 명분을 앞세웠으나 속으로는 집행부 및 여당을 견제하는 태도를 취했다. 시는 지난 3월부터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국·도비 확보에 최선을 다해왔다. 직원들은 물론 신계용 시장까지 수시로 세종시를 방문해 각 중앙부처를 돌며 예산확보에 혼신을 쏟았다.직원들이 오죽하면 신계용 시장을 ‘근성의 시장’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신 시장의 노력 끝에 시는 내년까지 총 67억5천만원의 국·도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예산을 토대로 시는 승마체험장 및 캠핑장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번 임시회에서 시가 상정한 41억5천만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전 확보한 37억5천만원도 내년 초 반납할 위기에 처했다. 내년 확보된 예산까지 합치면 총 67억5천만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직원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이다. 지난 6월 민선6기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된 신 시장과의 인터뷰가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당시 신 시장은 “과천이란 큰 배에 민선 6기의 돛을 달고 지난 1년간 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시민들의 손을 잡고 달려와보니 정부청사 이전으로 과천시의 도시 자생력이 한계에 와 있는 점을 알게됐다”며 “과천시의 미래와 후손을 위한 사업이 추진될 때에는 과천시 구성원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최선의 노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지역발전의 파수꾼을 자처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과천시 혼자 아무리 지역발전을 외친다고 해도 시의회가 이를 외면한다면 과천시의 미래를 위한 노력은 언제나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집행부와 견제기관, 정당을 떠나 과천시라는 큰 울타리에서 지

  • [오늘의 창] 국정교과서 논란과 일본해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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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국정교과서 논란과 일본해 왜곡 지면기사

    최근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문제로 논란이 사뭇 뜨겁다.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여당의 주장과 ‘친일·독재 미화 술수’라는 야당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어느 측면에서는 자신들의 입장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전쟁으로 비치기도 한다.그렇다면 역사 왜곡의 대표적인 사례인 ‘동해(東海)의 일본해(日本海) 표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얼마 전 중국 국가박물관을 잠깐 둘러볼 기회가 있어 지하 1층 고대중국 전시관을 관람하던 중 전시관에 걸려있는 지도를 보고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었다.우리의 독도처럼 중·일간에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의 영유권 분쟁 중이고 한·중 관계로 미뤄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박물관의 지도에는 당연히 동해로 표기돼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금 남송시기전도’, ‘원 시기전도’ 등 전시관에 걸려 있는 지도에서 東海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日本海만 존재할 뿐이었다.중국국가박물관의 일본해 단독 표기는 나만 보지 않았을 것 이라고 생각돼 포털사이트를 찾아봤고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국가박물관을 관람했던 사람들로부터 일본해 단독 표기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특히 지난해 3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원욱 국회의원까지 “중국 최고의 국가박물관마저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중국 국가박물관의 일본해 표기가 달라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내게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 이외엔 뾰족히 설명할 말이 없다고 보여진다.실제 올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국제수로기구(IHO) 회원국 교과서의 절반 이상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고 있으며 동해와 일본해 병기도 20%에 미치지 못했고, 우리나라와 터키만 동해로 단독 표기할 뿐이다. 또한 최근 5년간 외국 온라인상 동해·독도 표기 오류중 시정 건수가 10%에도 못 미쳤다.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할지,

  • [오늘의 창] 절박함에서 빼든 카드, 우리 실정에 맞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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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절박함에서 빼든 카드, 우리 실정에 맞추자 지면기사

    우리 사회에서 임금피크제가 노동계의 현안(청년실업 해소까지)을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지만, 고령화가 극심해지는 기업 환경에 맞춰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견해는 지배적이다.일부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도 지난달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끌어낸 데는 청년 고용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일반적으로 고령자 고용안정에 기여하는 임금피크제가 기업 차원에선 청년 근로자의 채용 동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세대 간의 상생 고용’을 위해 임금피크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다수의 전문가가 내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연공형이 완전히 배제된 직무급과 성과연봉제 운용이 어려워서 임금피크제라는 보완적 보상제도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임금피크제의 순기능으로서 가져가야 할 신규채용은 노사뿐만 아니라 세대 간의 협력과 상생이 필요한 제도이므로, 큰 틀에서 피크 감액률과 신규 채용자수를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를 140개국 중 26위에 올려놨다. 하지만 노사 간 협력 분야 132위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정리해고 비용(117위), 고용 및 해고 관행(115위) 등이 100위권 밖에 있다.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을 주도하며 노동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구조적인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기에 아직까진 부족하다는 분석이다.WEF와 함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양대 기관으로 꼽히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 5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 61개국 중 25위(지난해 26위)를 기록했다. 노사 관계에서는 57위로 꼴찌 수준이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면 우리 실정에 맞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노사정 대타협안(임금피크제)이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다. 하지만 노사정이 상생의 정신으로 유연하고 안정된 노동시장을 만들어 가야 하는 출발 지점에 섰다./김영준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김영준 인천

  • [오늘의 창] 갑과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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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갑과 을 지면기사

    ‘갑’과 ‘을’은 원래 횡렬로 나열된 순서의 개념으로 쓰이는 60갑자 중 천간(天干)의 하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이 두 낱말이 상하 종적인 개념으로 변질돼 널리 쓰이고 있다. 아마 계약 관련 공문서상의 흔히 양 당사자를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갑은 주로 고용주나 사용자 등이며 을은 피고용인, 제공자 등으로 실상 갑이 을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갑이 이러한 위치를 악용해 을에게 권력을 행사하며 부당한 요구를 할 경우 이는 문제가 된다. 이른바 ‘갑질’이라고 하는 불공정하고 부당한 행위가 지금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8.6%가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이는 갑질이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권력행사’인 것으로 간주하고 직장 내 실태를 조사한 내용일 것이다. 이러한 갑질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부패와 범죄, 퇴보 등 각종 부정을 양산하고 있다. 문제는 갑질이 부정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비생산성을 불러 사회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이 특정 지역에 공장이나 물류창고 등 생산시설을 짓기라도 하면 기업의 담당자가 공무원을 ‘갑으로 모셔야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러한 병폐는 이제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 내려 거의 웬만한 조직에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두려움을 안기고 있다.요즈음 고령화 시대로 치달으며 노인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 돌봐줄 가족 없이 외롭게 사는 노인 중에는 폐지수집으로 생계를 연명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폐지수집은 유일한 생계수단이며 중요한 일자리다. 그런데 이러한 인생 최후 보루에 있는 생활 전선에서도 갑의 횡포가 활개 치고 있어 불우한 노인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 있다고 한다. 일부 폐지수집상은 노인들이 애써 모은 폐지를 값어치가 없다고 돌려보내거나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그래도 항의 한번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 항의하면 수집상과의 거

  • 탁상행정(卓上行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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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상행정(卓上行政) 지면기사

    탁상행정이라는 말이 있다. 현실적이지 못한 행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흔히 정부부처나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이 민원현장을 둘러보거나,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이론적으로만 추진하는 정책을 비유해 사용하곤 한다.탁상행정은 혈세를 비롯해 행정력과 인력 낭비뿐 아니라 주민 불편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넘어서 행정과 현장의 괴리로 인한 정책적 파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정부가 최근 교육현장에서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 통일부는 청소년들의 통일인식을 높이기 위해 초·중·고교마다 통일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일부는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 학생 11만6천명을 대상으로 통일교육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이중 53.3%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통일부는 우선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과 학교 통일교육 내실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이후 협약에 따라 학교별 교육과정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 시간에 통일교육을 편성해 교육하도록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통일부의 이 같은 계획은 교육현장에서 적용 시킬 수 없다. 일선 학교의 교육과정은 이미 학년 시작 전 세부 단원별 편성이 마무리된 상태다. 또 학년별 교육과정 편성은 초·중·고교 학생 모두 입학과 동시에 졸업까지의 일정이 짜여 있다. 때문에 간혹 수년 후 대입 정책이 바뀔 때마다 일선 학교에서는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특히 통일부가 통일 교육시간으로 제시한 학교별 창의적 체험교과 시간은 이미 학교폭력 예방, 학생인권, 흡연예방 등으로 학년별 의무교육활동 계획이 세워져 있어 변경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일선 학교에서는 통일교육이 도덕·사회·국사·윤리 등 기존 교과목마다 별도의 단원으로 편성이 돼 있기 때문에 신규 과목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중복교육이라는 입장이다. 교육현장을 둘러보지 않고 실정을 무시한 통일부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통일교육은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들의 통일인식은 다가올 미래, 통일에 대한 계획을 긍정적이고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도록

  • 선진화되고 있는 ‘경기 경찰’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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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화되고 있는 ‘경기 경찰’에 박수를 지면기사

    지난달 16일께다. 오전 일찍 경기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이하 여청과) 성폭력수사대에서 급하게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성폭력수사대는 부서 이름과 같이 성폭력을 전담으로 수사하는 부서로 피해자 노출 및 가해자가 특정하기 어려워 웬만해서는 보도자료 배포 및 언론에 사건을 밝히기를 꺼린다. 부서 특성상 아동 및 청소년, 그리고 장애인 성폭행 등 사건 자체가 매우 예민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날 긴급하게 배포된 자료 내용은 더욱 기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수원서부경찰서 소속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한 경위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긴급체포 됐다는 내용이다.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해 알게 된 여고생을 보호하고 상담해 준다는 명목으로 접근해 강제추행을 한 혐의 내용이다. 자료를 눈으로 직접 확인 하고도 믿기 힘들었다. 그동안 경찰관의 비위 사건이 있을 때 철저히 ‘내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경기경찰은 자료를 통해 피해자의 아픔이 조기에 치유될 수 있도록 심리치료와 상담을 진행한다고 했다. 해당 경찰은 언론사 보도 이후 구속과 함께 현재는 파면된 상태다.수원서부경찰서는 발칵 뒤집혔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어떻게 언론에 보도자료까지 뿌리며 ‘공개를 할 수 있느냐’는 섭섭함이다. 그것도 긴급체포 시에 공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하지만 이번 경기경찰청 여청과의 발빠른 모습은 적절했다는 평가다. 비위 사건을 꼭꼭 숨기려다 더 큰 사건으로 키운 과거와 달리 제 식구 먼저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수사한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피해자의 상처까지 치유해주겠다는 경찰의 의지가 ‘믿음직함’으로 다가왔다.이처럼 김종양 경기경찰청장 취임 이후 경기경찰의 변화가 크다. 형사·수사는 물론 각 참모 부서의 언론대응 관도 변하고 있다, 그만큼 경찰이 투명해지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언론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경찰의 홍보 기능도 더욱 세련돼졌다. 무조건적인 보도자제 요청 보다는 적극적인 해명과 빠른 사건 전달, 그리고 언론과의 유대관계 증진으로 그 어

  • 그 누구도 괜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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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누구도 괜찮지 않다 지면기사

    최근 실내 장식 및 공기정화, 관상수로 다육식물이 주목받고 있다. 산세비에리아·관음죽·파키라·행운목·선인장·아레카야자 등 이름도 다양한 이들 다육식물은 광합성과 호흡을 하며 유해물질을 흡수해 포름알데히드, 휘발성유기화합물, 중금속 등 새집증후군의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정집은 물론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됐다. 특히 다육식물은 줄기나 잎 또는 식물 전체가 두껍고 수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 큰 관리가 필요 없기 때문에 너도나도 다육식물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다육식물 역시 무관심으로 놔둘 경우 말라죽는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괜찮겠지’하며 방치하는 경우를 흔히 목격하게 된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 식물의 효능으로 더욱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저 사람은 ‘씩씩하니까’ ‘착하니까’ ‘화를 내지 않으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들 역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좌절도 하고 고민에 빠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결국 그 누구도 괜찮지 않다. 수년째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삶 역시 녹록지 않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인지 추석을 맞아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려는 온정의 손길도 많이 사라지는 분위기다.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오롯이 물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문제겠지만 그저 마음만으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 그 또한 어불성설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최소한의 배려와 마음가짐, 따뜻한 시선만으로도 각박한 사회 분위기는 바뀔 수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그저 주변 사람들의 기분과 분위기에 맞는 칭찬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행복한 위로가 될 수 있다. 그 마음가짐만으로도 사회는 시나브로 변화할 것이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사회보다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관심을 두는 것만으로 이 사회는 조금 더 따뜻해 질 수 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