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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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디지털 유전(油田) 지면기사
어느 날 개구리 한 마리가 넓은 세상이 보고 싶어 나무에 올랐다. 개구리가 나무에 오르는 것을 본 친구들이 "나무 위에 독수리가 날고 있다"고 소리쳤다. 개구리는 친구들이 자신을 응원한다고 생각했다. 넓은 세상이 보고 싶었던 개구리의 소망은 독수리의 한 끼 식사와 맞바꾸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개구리가 나무에 올라간 것을 탓하는 게 아니다. 주변에 위험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는 얘기다. 위험 신호를 수집하는 감각이 발달한 동물들은 그렇지 않은 동물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는다.원시시대 인류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오감(五感)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맹수의 서식지, 깨끗한 물과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는 장소를 알아내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정보였다. 통신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한 19세기 말부터는 정보양도 늘어나고 전달 속도도 빨라졌다.인류 역사상 정보가 많을수록 막대한 부와 강한 권력을 소유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단적인 예로 나라와 글로벌대기업들이 인공위성을 띄우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국방과 안보, 기업 이익에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컴퓨터와 모바일, 인터넷에서 사용자들이 남긴 흔적(데이터)은 단순한 수치뿐만이 아니다.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비롯해 문자, 영상데이터 등 '디지털 정보'는 원유((原油) 이상의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디지털 정보는 생성주기가 짧고 규모가 방대해도 특별한 비용 없이 쉽게 복제할 수 있어 무한 제공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 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 가치가 크다.메타(옛 페이스북)와 같은 대형 IT기업은 '사용자 프로파일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의 행동과 생각을 예측하고 개인별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인터넷서점에서 고객의 소비 성향을 분석해 선호하는 분야나 작가의 책을 추천하거나 온라인에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에서 전쟁영화를 시청했다면 전쟁과 관련된 영화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호기심에 한 번 검색했다가 민망한 장면을 모은 콘텐츠들을 무더기로 추천받은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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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경인철도·경인고속도로 지하화와 선거 지면기사
경인철도는 인천과 서울을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다. 120여 년 전 일제가 한반도 침탈을 목적으로 건설한 철도라는 아픔이 있다. 경인철도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건 1974년이다. 인천과 서울 간 교통의 대표 축으로, 인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철도망의 확충과 인천 내항 기능 축소에 따른 화물 수송 역할 약화 등으로 경인철도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부분의 구간이 지상으로 지나면서 도시를 양분화해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경인고속도로는 경인철도와 함께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또 다른 교통 축이었다. 1968년 개통된 우리나라 최초 고속도로로 산업화의 동맥 역할을 했다. 구로, 주안, 부평 등 수도권 인근에 조성된 국가산업단지 발전에도 기여했다. 도시의 성장과 발전은 경인고속도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게 했다. 도로가 시가지를 단절하고, 도시의 공간구조를 왜곡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도심의 침체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인천시장·국회의원 선거때마다 단골 공약예타 대상사업 선정 등 정부 재정지원 필수 '지하화'는 경인철도와 경인고속도로가 갖는 도심 단절 등 사회문제를 해소하고, 인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대안이 됐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도 이 대안에 관심을 가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 자료를 참조하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이 대안이 후보 공보물 공약으로 처음 등장한 건 2004년 국회의원 선거로 파악된다. 당시 부평구갑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는 "터널 공법에 의한 경인전철 지하화와 기존 철도의 도로화를 추진해 철로 주변 주민의 재산권 회복과 도로변 상권을 형성하겠다"고 했다.경인전철 지하화는 2006년 인천시장 선거에 다시 등장했고, 2010년 인천시장 선거에선 경인고속도로와 경인전철을 함께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이 나왔다. 2014·2018년 인천시장 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도 경인철도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는 후보들의 단골 공약사항이 됐다. 이를 공약한 후보들은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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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중소기업이 살아야 ○ ○한다! 지면기사
"결국 사업을 정리하시던데요. 직원들도 많이 내보냈다네요."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한 중소기업인의 근황을 전해 듣고 마음이 착잡해졌다. 해당 중소기업인은 건축자재를 납품하고 있는 업력 20년을 훌쩍 넘긴 업체의 대표였다. 2년 전 제보자로 만나 "납품을 하면 할수록 손해다. 아무리 입찰로 사업에 참여했다지만 계약일과 납품일 사이 수개월 시간 차에 엄청나게 자재 단가가 올랐는데 반영해 주지 않으니 미쳐버릴 지경이다"라는 하소연을 듣게 됐다. 이 기업은 대기업이 시공하는 경기도 내 아파트 건설현장에 자재를 납품했고 계약 당시 대비 평균 30%, 어떤 품목은 50% 넘게 자재 단가가 상승한 것도 있었지만 이를 인정해주지 않아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취재를 통해 사연을 알렸고, 해당 기업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 내심 대기업과 중재가 되길 바랐다. 그러나 인상된 자재 단가 부분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다. 대한민국 돌아가게 하는 근간 속뜻 담겨져업체 59.7% 원가상승분 납품단가 반영 못해 사실 당시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던 때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일시적일 거라 생각했다. 이 시기만 잘 넘기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촉발된 전 세계적 기업 여건 악화는 원자재가 상승에 더해 물류난이 심화되며 가격을 계속 끌어올렸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몇년 새 천정부지로 오른 건축자재 가격이 아파트 분양가마저 밀어 올리고 있으니 당시 제보자의 하소연은 상승 변곡점이었던 것이다.해당 기업에 안타까움이 더했던 것은 기업이 장애인 채용에도 앞장서 와서다. 자재를 재가공해 납품하면서 지역 내 장애인을 대거 채용해 왔는데 이젠 직원들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을 맞으니 아쉬움이 컸다.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올 상반기 중 표준계약서 등을 통한 납품단가 연동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을 감안해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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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새 저금통이 생겼다 지면기사
작은 저금통을 만들었다. 그리 볼품은 없다. 쿠키가 들어있던 투명 플라스틱 통을 재활용했다. 기부를 위해 만든 저금통이다.아내가 빈 통을 헹궈서 건넸다. 구멍을 뚫어달라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통을 받아들었다. 돌발 변수는 언제든 생기기 마련. 칼끝으로 아무리 힘껏 찔러도 통 뚜껑이 꿈쩍 안 했다. 괜히 헛기침이 나왔다. 핀잔을 듣기 전에 얼른 통 옆구리 쪽에 칼집을 냈다. 한참 진땀을 뺀 끝에 간신히 구멍을 뚫었다. 그제야 체면이 좀 서는 듯했다. 아뿔싸! 기껏 뚫었더니 동전이 안 들어간다. 아내가 눈을 흘겼다. 그렇게 한번 퇴짜를 맞고 나서 소임을 끝냈다.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 냉큼 저금통을 가져갔다. 그러곤 사인펜으로 꽃과 나무, 집 등을 그렸다. 식구 모두의 손길이 닿은 세상 하나뿐인 저금통이 탄생했다. 인천 사랑의 온도탑 '126.8℃' 목표금액 넘겨적십자 특별회비 모금 한창… 시민 적극참여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이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해 전 세계가 또 발칵 뒤집혔다. 어둡고 기나긴 터널이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올해 설날에도 고향을 찾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이산가족이 따로 없다. 고용시장 한파에 취업도 어렵다. 직장을 못 구한 청년들은 부모 뵐 면목이 더 없다. 교실의 풍경도 바뀌었다. 일상이 된 마스크에 담임 선생님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새 학년에 올라간다. 같은 반 친구들의 해맑은 미소도 봤을 리 없다. 동네 경로당은 문이 굳게 닫혔다. 사람이 그리운 어르신들은 몹시 외롭고 우울하다. 골목상권에선 깊은 한숨들이 새어나온다. 영세 상인들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버티고 버티다 문 닫는 가게들이 속출한다. 한낱 바이러스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이들의 비통한 심정은 또 오죽할까.마른 가지에도 꽃은 핀다. 각박한 세상에도 이웃을 향한 온정의 손길은 식지 않았다. 인천시청 애뜰광장에 세웠던 '사랑의 온도탑'이 126.8℃를 찍었다. 이 온도탑은 연말연시 지역사회 기부 문화의 상징이다. '나눔, 모두를 위한 사회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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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마계(魔界) 인천’이라 불러야 하나 지면기사
인천 지역을 담당하는 기자(記者)다 보니 유튜브와 네이버 등 플랫폼에서 ‘인천’에 관한 정보를 자주 검색한다. 습관이요, 일종의 직업병 같은 것이다. 참 편한 세상이다. 네이버 검색창에 ‘ㅇ’자만 입력해도 자동완성검색어로 ‘인천’이 나오고, 유튜브에 들어가면 필자가 즐겨 볼 만한 영상물들이 줄을 선다.최근 유튜브에 들어가니 좋아하는 UFC(종합격투기) 파이터 ‘코리안 좀비’ 정찬성의 채널이 맨 위에 있었다. ‘좀비 트립(Zombie Trip): 파이터를 찾아서’. 각 지역에서 주먹 좀 쓴다는 길거리 파이터들이 종합격투기 선수에게 도전하는 정찬성의 공식 채널이다. 정찬성, 전 농구선수 하승진, 익살맞고 입담 좋은 개그맨 안일권이 출연한다. 종합격투기 선수의 ‘길거리 파이터 깨기’ 구성에 예능적 요소를 가미한 듯하다. 동네에서 싸움깨나 한다고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면 안 된다는 선도(善導)·교훈적 메시지도 전달한다.거리 파이터들 허세 부린다고 불리는 오류사건·사고도 다른 도시보다 많은편 아니야좀비 트립 첫 행선지는 ‘인천’으로 이 단어 때문에 유튜브 첫 화면에 정찬성 공식 채널이 떴다. 한데 제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상의 제목은 ‘허세만 쩔고 싸움은 못 하는 인천’으로 시작부터 ‘마계(魔界·악마의 세계) 인천’(Incheon the Devildom)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이 영상물에선 시합을 신청한 인천의 길거리 파이터 2명이 종합격투기 선수에게 패하고, 또 다른 도전자는 다리 부상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이 영상물을 보면서 일반인도 아닌 유명인의 유튜브 공식 채널의 제목과 자막을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에서 벌어진 몇몇 사건·사고 때문에 ‘마계 인천’이라고 부르고, 몇몇 거리 파이터의 격투기 실력이 약하다고 해서 인천을 허세만 부리는 도시로 대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영상물의 내용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제작진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자극적인 제목과 자막 때문에 인천이라는 도시를 비하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채널 구독자 수는 6일 오전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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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지방선거가 대선의 액세서리인가 지면기사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대선 이후로 일괄 연기하기로 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지방선거 예비후보의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사실상 지역 여당 정치인들에게 한눈 팔지 말고 대선에 '올인'하라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린 결정으로 보인다. 대선 기여도에 따라 지방선거 공천 여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지방분권 강화를 그렇게 외쳐대던 여당 정치인들이 지방자치의 근간인 지방선거를 대선의 하부 '이벤트'쯤으로 인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민주당 김영진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광역·지방선거 후보자가 대선 승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 공천 룰 세부 사항 등을 다 대선 이후에 확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예비후보 등록 대선이후 일괄 연기지역 정치와 시민들의 권리 무시하는 처사 법적으로는 다음 달 1일부터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은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일괄적으로 이를 미루고 대선에 올인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전략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검증위의 자격 심사를 거쳐야 한다. 자격 심사 없이 신청할 경우 당원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일부 예비후보자가 대선을 앞두고 지방선거 운동에 나설 경우 선거운동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전례 없이 대선과 지방선거가 맞물려 있어 지방선거가 '실종'됐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마당에 여당의 이런 조치는 지역 정치는 물론 지방선거에 투표하는 시민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공직선거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예비후보 등록 제도는 선거운동 기회의 자유와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이 제도는 현직 의원이나 단체장과 비교해 선거운동에서 불리한 상황에 있는 도전자(정치 신인 등)에게 좀 더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됐다. 선거운동 개시 전에라도 제한적으로 현직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있는 도전자들에게 선거운동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대선 때문에 지역 정치인들의 이런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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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신년음악회 지면기사
올해 첫날도 어김없이 오스트리아 빈은 왈츠의 열기에 휩싸였다. 누구나 알고 공감하면서 즐길 수 있는 대표 클래식 이벤트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WPO) 신년 음악회'가 이달 1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날 오후 7시 전국의 메가박스 상영관에서 생중계됐다. 지난 9일 밤에는 KBS 1TV를 통해서도 볼 수 있었다.지난해 WPO 신년 음악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청중 없이 진행됐지만 올해엔 1천명(전체 1천700석)이 입장한 가운데 개최됐다.요한 슈트라우스 1세와 2세, 요제프 슈트라우스 등이 작곡한 왈츠와 폴카 등 단골 레퍼토리들과 함께 올해 음악회에선 슈트라우스 일가의 음악적 경쟁자였던 칼 미하엘 지러의 곡이 연주돼 눈길을 끌었다. 앙코르곡은 이미 신년 음악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걸로 유명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라데츠키 행진곡'이었다.지휘는 80세의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맡았다. 바렌보임의 WPO 신년 음악회 지휘는 2009년과 2014년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였다. 제2차 세계대전 고난속 국민에게 위안주고복잡해진 정치문제서 관심 돌리려는 의도도 WPO 신년 음악회의 시초는 1939년 12월31일 정오에 열린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회'이다.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클레멘스 클라우스가 지휘하는 WPO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작품들로 레퍼토리를 꾸몄다. 오페레타 '박쥐' 서곡을 비롯해 '아침의 꽃잎', '황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등의 왈츠로 구성됐다.이듬해에도 송년 음악회로 개최된 이 음악회는 이튿날인 1941년 1월1일 오전에 같은 프로그램으로 공연됐다. 이때부터 '신년 음악회'로 자리 잡았다. 1941년부터 매해 첫날에 거르지 않고 개최된 WPO 신년 음악회는 올해로 82회째를 맞았다.WPO 신년 음악회는 빈 왈츠에 기반을 둔 흥겹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새해에 선사해 더 많은 음악 팬들과 가까워지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또한, 제2차 세계대전의 고난 속에서 국민에게 음악으로 위안을 주고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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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성적표에는 없는 치료제 지면기사
돈이 아닌 행복을 모으는 '행복통장'이 있다. 새로운 정부 정책사업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돼지저금통에 기억을 담는 것이다. 그날의 행복한 기억을 적어 넣어두었다가 우울할 때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혹은 연말에 꺼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꼭 돼지저금통일 필요도 없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간단하게 메모만 해놓아도 행복통장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저금통에 돈을 넣어둔다면 이자가 붙을 일이 없겠지만, 행복통장에는 이자가 붙는다. 좋았던 일을 다시 꺼내어 보는 것만으로도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그 기억을 나눈 사람들과 더욱 끈끈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기억을 적어 넣어두고 꺼내보는 '행복통장'싸이월드에선 '무작위' 사진 3장 볼 수 있어 최근 싸이월드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할 수만 있다면 로그인할 때마다 3장의 사진을 무작위로 보여주고 있다. 곧 정식 서비스를 다시 시작한다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기억의 조각 중 하나다. '흑역사 저장소'라는 오명 아닌 오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싸이월드 전성기 10여년을 함께한 사람들에게는 십수 년 전 행복했던 기억, 즐거웠던 기억에 이자를 더해주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행복통장이나 싸이월드의 공통점은 과거를 비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 다가올 화창한 날만을 기대하면서 정신없이 달렸다. 기억은 시간이 날 때만 꺼내어 보는 것이지, 적극적으로 기록하고 필요할 때 꺼내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최근 진행된 2022 경인일보 신춘문예에도 자신의 주변과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피는 작품이 다수 등장했다. 그동안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주요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 부동산 문제나 양극화와 같은 경제 주제가 뉴스의 상당 지분을 차지할 때에는 신춘문예뿐 아니라 문학계에서도 민감하게 주제를 잡아 관련 작품들을 선보여왔다는 점에서 분명 대조적이다.문학계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결코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자신의 삶 속에서 발견한 진리는 다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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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포퓰리즘 공약은 안된다 지면기사
불안하다. 대선을 앞둔 지금의 심정이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차치하고 대선 후보군들이 쏟아내는 각종 공약에 걱정이 앞선다. 공약 실현을 위해 누군가는 그 비용을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포퓰리즘 공약.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성격이 아닌, 선심성 공약에 대한 우려다.갈라치기 공약이라는 비난도 쏟아지지만 집단 이기주의화하면서 이를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나오는 공약일 것이다.하지만 특정인들을 위한 공약에 대해 박수를 보낼 수는 없고, 집단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비판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탈모자 건보·장병 월급 인상… 요즘 핫이슈갈라치기와 집단이기주의 조장해서는 안돼 탈모자들을 위한 공약, 군 장병에게 월급을 인상해 주겠다는 공약이 요즘 이슈다. 해당 공약이 나오자 찬·반 여론이 갈렸다. 예산 때문이다.공약이 발표된 후 특정계층에선 우리도 지원해 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비급여로 비싼 의료비를 부담하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암환자와 가족들, 고액의 치료비가 드는 임플란트 비용까지 지원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군 장병 월급 인상 관련 공약에 대해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반문이 쏟아졌다. 부사관 월급보다 더 준다는 게 과연 실현 가능하냐는 지적도 나온다.18세 국민배당금 월 150만원, 65세 이상 건국수당 70만원 추가, 결혼수당 1억원, 출산수당 5천만원, 연애수당 20만원, 코로나 긴급생계비 18세 이상 1억원 등등 특정 후보가 내건 공약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다행인 건 대다수 유권자인 국민이 포퓰리즘 공약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공약 실현은 재원 마련의 성공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리며 누군가는 혜택이 아닌,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집단이기주의를 조장하는 공약은 그래서 안 된다. 갈라치기이자 차별이다. '너는 내 편, 쟤는 네 편'식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공약에 대해서는 철저히 평가받아야 한다.공약도 불공정하면 문제가 된다. 한 예로 청년내일채움공제라는 제도가 있다. 청년(만 15세 이상~34세 이하) 본인이 2년간 3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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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천의 지도(地圖), 인천의 지도(知圖) 지면기사
실화를 다룬 영화 '더 포스트'는 당시 미국의 중소 신문사였던 워싱턴 포스트가 미 정부의 베트남 전쟁 조작 사건을 보도하기까지의 긴박했던 상황을 담고 있다. 영화는 뉴욕타임스가 베트남 전쟁의 비밀을 담은 '펜타곤 페이퍼' 일부 내용을 보도하면서 시작된다. 백악관은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법원에 보도금지를 요구하고 추가 보도 시 발행인을 비롯한 해당 언론인을 구속하겠다며 압박한다.이런 상황 속에서 워싱턴 포스트 편집장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는 4천여 장에 달하는 정부기밀문서를 확보하고 발행인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에게 베트남 전쟁 조작 사건을 보도하자고 한다. 아버지가 물려준 신문사였지만 관여하지 않다가 남편의 죽음으로 발행인을 맡게 된 캐서린은 재정난을 겪고 있던 신문사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고민에 빠진다. 보도로 인해 불법이 인정되면 투자를 받지 못해 신문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보도를 요구하는 편집장과 이를 만류하는 이사진에 둘러싸인 캐서린이 결정을 내리는 장면이다. 늦은 밤 캐서린은 'Run it(윤전기 돌려)'이라고 말한 뒤 "이제 자러 가야겠다"며 담담한 표정으로 침실로 향한다. 백악관의 고소로 대법원 법정에 선 캐서린은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가 정당했다(언론이 복종해야 할 대상은 정부가 아니라 대중이다)는 판결을 받는다.사태가 진정되고 캐서린은 윤전기 앞에서 편집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남편은 뉴스는 역사의 초고라고 했어요. 항상 옳을 수도 없고 완벽하진 않지만 계속 쓰는 거죠." 워싱턴 포스트는 베트남 전쟁 보도 이후 37대 미국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연이어 보도한다. '뉴스는 역사의 초고라고… 계속 쓰는 것'20년 기획보도 9권 정리 '인천이야기 전집' 초고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정해야 하는 글이다. 기자 초년시절부터 선배들로부터 "(기사를) 쓰는 것을 두려워하되, 쓰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다. 현재의 독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미래의 독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