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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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경기도가 실종됐다 지면기사
봄이 왔다. 선거의 계절이 조금씩 짙어진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문자가 쏟아진다. 대부분 지방선거 지지 당부 문자이거나 후보의 일정 안내다. 필자도 4년마다 정치부에서 지방선거를 챙기고 있다. 정치부 기자로 몸소 체험하는 4번째 지방선거다. 지방선거는 지방분권시대 꽃이다. 지방자치도 어느덧 31살이 됐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대표를 지역민들의 손으로 직접 뽑는 선거다. 말 그대로 민주주의의 축제다. 지역 대표를 뽑는 선거지만, 웬만한 국가의 대선급 지방선거도 있다. 경기도가 그렇다. 경기도 인구는 1천390만명을 넘었다. 이 때문에 관심도도 전국구다. 지방에 사는 사람도 경기도 사는 가족이나 친구 하나쯤은 있다. 그래서 더 관심 지역이다.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더욱 그렇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이 여럿 나왔다. 4년 전 이맘때엔 '남경필' 대 '이재명·전해철'로 선택이 간소했는데, 지금은 굳이 비교하자면 뷔페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선에 출마했던 김동연 전 부총리를 비롯해 경기도 터줏대감이자 민주당 5선 중진인 적폐 해결사 안민석 의원과 정책통 조정식 의원, 지방자치 전문가인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파란 점퍼를 입었다. 국민의힘에선 대선 단골 후보인 경제전문가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이재명 저격수로 불리며 윤핵관으로도 인지도를 높인 철의 여인 김은혜 의원, 국회부의장 출신 심재철 전 의원과 정책위의장을 거친 함진규 전 의원도 후보 명함을 팠다. 이밖에 가로세로연구소로 연일 화제(?)인 강용석 변호사와 걸어온 인생이 진보이자 노동운동이 된 송영주 진보당 후보도 있다. 10여 명이 넘는 후보들이 진을 쳤기에 여론조사 기관들도 역대급 애로를 호소할 정도다. 10여명 넘는 다양한 여야후보들 도지사 출마입장 발표·출마 선언 경기도 아닌 서울서만눈에 띄는 정책도 없어 기대감 조금씩 줄어 달라진 점은 또 있다. 서른 살이 넘는 지방자치 시대 경기도의 대표를 뽑는 선거인데, 경기도가 실종됐다. 이유를 찾고자 10일 전송된 선거 문자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본다.민주당 출마예정자 조정식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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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시대 지면기사
전문 영화제작사가 아닌 IT기업들이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가 극장 상영관이나 방송사가 아닌 OTT 서비스(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옮겨 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파라마운트 시리즈 최신작인 '미션 임파서블 7' 상영관 개봉일 수를 두고 주인공 톰 크루즈와 제작사 사이의 갈등을 벌이고 있는 이유도 OTT서비스 제공 시기 때문이다. 파라마운트는 극장에서 35일만 상영하고 자회사인 '파라마운트플러스' 플랫폼을 통해 독점 출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톰 크루즈는 제작사에 극장에서 90일간 상영할 것을 요구하며 변호사까지 고용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이 콘텐츠 플랫폼에 뛰어드는 이유는 콘텐츠 독점 공급으로 수익을 더 많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이 콘텐츠를 독점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면서 가능해진 일이다.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시장은 모바일 기기와 초고속 인터넷망 발달로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전 세계 OTT 시장 규모가 159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시장도 올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2005년 구글 비디오를 출시한 데 이어 2006년에는 유튜브를 인수했다. 비디오 대여 체인망을 운영하던 넷플릭스는 2007년부터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애플도 같은 해 애플TV를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디즈니사도 디즈니 플러스를 국내에 진출했다. 아마존 프라임과 중국 아이치이(iQIYI)도 조만간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2010년 CJ가 티빙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상파 3사와 SK 합작 플랫폼인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 등 발달로 시장 급속 확장성공하려면 우선 탄탄한 스토리 뒷받침 돼야 미디어 콘텐츠로 성공한 최근 사례는 일본 만화 '귀멸의 칼날(총 23권)'이다. 귀멸의 칼날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일본 내에서만 1억5천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소니는 자회사 '애니플렉스'를 통해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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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명칭에 대한 단상 지면기사
인천테크노파크가 잘한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명칭 변경을 들겠다. 인천테크노파크 옛 명칭은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다. 2016년 인천테크노파크, 인천경제통상진흥원, 인천정보산업진흥원 등 3개 기관이 통합하면서 탄생한 이름이다. 3개 기관의 명칭 일부를 조합해 만들다 보니 길어졌다. 명칭이 너무 길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2019년 3~4월 이사회 의결과 중소벤처기업부 승인을 거쳐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3개 기관이 통합한 지 2년 9개월 만의 일이다. 인천테크노파크 옛 명칭을 보면 1970·80년대 개그 유행어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이 생각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었다. 명칭 변경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다.새 명칭이 두루 쓰이지 않는 사례도 있다. 우리가 남동국가산업단지(인천 남동구 남촌동·논현동·고잔동 일원)라고 부르는 곳의 브랜드 명칭(애칭)은 '남동인더스파크'다. 남동인더스파크는 수도권에 산재해 있는 중소기업을 한데 모으기 위해 조성됐다. 1980년 7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조성계획이 확정됐고, 1985년 4월 3개 단계로 나눠 공사가 시작됐다. 1단계 1989년 12월, 2단계 1992년 6월, 3단계는 1997년 2월 완료됐다. 조성 초기에는 남동공단(남동공업단지 약칭)이라 불렀는데, '공단'이라는 단어가 대기오염 물질을 뿜어내는 '굴뚝 산업'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나와 남동국가산업단지로 바꿨다. 이를 '남동산단'이라 줄여 쓰거나 부른다. 남동인더스파크라는 새 명칭을 얻은 건 2011년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의 회색 이미지를 탈피하고 단지별 특색을 드러내고자 남동 등 주요 국가산업단지의 브랜드 명칭을 선정했다. 이후 단지 내 교량에 '남동국가산업단지 새로운 이름, 남동인더스파크'라는 홍보 문구를 설치하고, 한국철도공사를 통해 수인분당선 역명에도 넣었지만, 여전히 남동산단이란 명칭이 쓰인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내놓은 자료에서도 남동인더스파크라는 명칭은 찾아보기 어렵다. 3개 기관 통합 인천테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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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지면기사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됐나 싶더니 또 다른 선거전이 시작되고 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어느새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국회는 아직 이번 지방선거의 선거구 획정 조차 끝내지 못하고 있지만, 각 정당들은 후보 공천을 위한 체제 정비가 한창이고 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자 등록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예비후보자들은 출마 선언식, 선거사무소 개소식 등을 열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이모티콘으로 만들거나 랩 선거송을 제작하는 등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선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이번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 직후 치러지는 만큼,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 소속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가까울수록 선거 결과가 비슷하게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후보등록 이틀 전 진행되는 새 대통령 취임식에 따른 컨벤션 효과가 상당할 수 있다는 그럴듯한 전망도 나온다. 대선과 지선 간격 짧을수록 선거결과 비슷올해엔 85일 불과하지만 예단 이르다는 평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결과는 과연 어느 정도나 상관관계가 있을까. 몇 년 전 이와 관련해 경인일보가 대통령선거와 인천시장선거를 중심으로 보도했던 내용을 참조하면, 14대 대통령선거와 민선1기 지방선거는 922일 차이가 났다. 당시 민주자유당 소속의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인천시장선거 당선인도 같은 당 소속의 최기선 후보였다.15대 대통령선거와 민선2기 지방선거는 174일 차이로, 앞선 선거보다 간격이 훨씬 좁았다. 대통령과 인천시장 당선인의 소속 정당은 각각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이었는데, 당시 DJP 연대로 이들 두 정당은 모두 여권으로 분류됐다.대선과 지방선거의 간격이 533일이었던 18대 대선과 민선6기 지방선거(이상 새누리당), 401일이었던 19대 대선과 민선7기 지방선거(이상 더불어민주당) 역시 대통령과 인천시장의 소속 정당이 같았다. 대선과 지방선거와의 간격이 1천일을 넘으면 대통령과 인천시장의 소속 정당이 달랐다. 민선3기와 민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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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기고도 개운치 않은 경기도 대선, 지선에서 만회하려면 지면기사
여러 번 대선을 취재했지만 20대 대통령 선거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한 선거는 처음이다. 아직도 붙었다 떨어졌다 반복하던 텔레비전의 개표 자막이 눈에 선하다. 역대 최근소 차인 24만7천여 표에, 득표율 0.73%p 차이. 이긴 쪽에선 기대에 못미쳐서인지 누구의 '덕'이냐, '탓'이냐를 놓고 공방이 나오는 사이, 진 쪽에서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자위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흔히 축제라고 하는 선거는 이렇게 끝났다. 승패를 인정하고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간. 아슬아슬한 결과였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번 대선은 10년의 진보·보수 권력 주기를 5년으로 단축 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정권교체가 주는 의미를 반추하며 정권 인수를 착착 진행해야 할 때이다.윤 당선인은 지난 22일간 유세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외쳤다. 강직한 정의파 검사 출신답게 공정과 상식을 얘기했다. 중반 이후에는 '공직자는 국민이 시키는 대로 머슴이 돼야 한다'는 이른바 '머슴론'도 들고 나왔다. 국민은 안중에 두지 않고 '독선'과 '내로남불'로 점철된 현 정권을 저격한 발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세현장은 뜨거워졌고, 치열한 만큼 사람도 많이 몰렸다. 메시지도 점차 강해졌고 '0선'에 8개월짜리 정치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흡입력과 호소력이 있었다. 선거 초반 수원 지동시장 앞에서 열린 유세 때는 자체 추산 2만명이 모여 수원이 들썩했다. 동북부지역인 남양주 유세장에는 역대급 청중이 몰려 당 관계자들마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이재명 후보 유세에도 인파가 많이 몰렸지만, 승자는 윤 당선인에게 돌아갔다.尹 당선인, 역대 최근소 표차로 '대선 승리'서울에선 이겼으나 경기·인천 지역에선 져 이제 승자는 결정됐고 표 차이를 얘기해서 무엇하랴. 이유 없는 무덤 없듯 결과에 대해 서로 인정하고 선거 때 약속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시간이다. 선거 때 약속한 '머슴론'을 실천하고 정상적인 나라를 만드는 데 몰두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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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방역완화… 아수라장 된 현장 다시 바로 잡아야 지면기사
목이 칼칼하다. 약간 어지러운듯하면서도 식은땀이 났다. 열은 37.5℃로 올랐다. 해열제를 복용하니 조금 떨어지다가 다시 오른다. 집에 보관해 두던 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로 3번을 검사해봐도 음성이다. 혹시 몰라 동네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해봤는데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양성 결과가 나왔다. 인터넷에 나와 있던 증상은 다 나타났다. 감기몸살 정도로 생각했지만, 항원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으니 걱정이 앞섰다. 어디서 이 나쁜 병균이 왔는지도 모르겠다. 또 내가 그 누구한테 코로나를 퍼트렸을지 알 수 없다. 지난 며칠 함께 했던 직장 동료들과 가족, 지인들이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다.사실 이런 우려는 며칠 전부터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40만 명에 가까워지는 마당에 정부의 방역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우려를 한동안 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확진자 수가 1등이 됐다. K-팝, K-컬처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전 세계를 선도하는 것과 버금갈 정도로 K-방역은 처음에는 내놓을 만한 자랑이었다. 하지만 확진자 수 1등인 지금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옆 나라 일본을 비웃고 미국과 유럽의 확진 상황을 걱정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남의 나라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의료진 지칠대로 지치고 방역현장은 대혼란정부, 대선 앞두고 완화 정치적 결정 의심만 이처럼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붕괴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속항원검사 이후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찾은 지정 병원에는 그 줄만 수백m에 달했다. 오전 8시 30분부터 줄을 서도 오후 늦게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주말 세 군데를 찾은 지정 병원 사정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검사를 받을 수가 없어 오늘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의료진들도 많이 지쳤던지 표정들은 모두 어두웠다. 뭐라고 말을 걸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지쳐 보였다. 한마디로 방역 현장은 '아수라장'이다.한번 따져 보자. 하루 40만명이 감염될 정도가 된 이 험악한 상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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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뛰는 물가부터 잡아야 지면기사
물가 고공 행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평가 지표가 방역이었다면 앞으로 출범할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를 잡는 일이 돼야 한다.물가 상승의 가장 큰 문제는 그 피해가 모든 계층에 고루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일수록 상대적인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에 이어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보였다. 물가가 다섯 달 이상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약 10년 만이다. 상품 중에는 휘발유(16.5%), 경유(21.0%), 자동차용 LPG(23.8%)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석유류(19.4%)가 많이 올랐다. 석유류 상승 폭은 전월(16.4%)보다 확대됐다. 빵(8.5%) 등 가공식품도 5.4% 올랐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은 5.2% 상승해 전월(4.2%)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작년 동기比 3.7% 상승식료품 올라 취약계층 경제적 부담 더 가중문제는 이런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취약계층에 더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소득계층별 물가 상승률 차이' 연구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소득계층별 소비자물가 추이를 산출한 결과, 저소득층일수록 상대적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연구원은 소득계층별 소비지출 구성의 차이를 통해 각각의 물가가중치를 산출하고, 소비물가의 항목별 물가지수를 대입해 소득계층별 소비자물가지수를 추정했다.그 결과 2020년 1월 대비 2021년 9월 상승률은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20%)가 3.60%, 2분위(20~40%) 3.26%, 3분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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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선 이후가 더 문제다 지면기사
전투가 치열하면, 그 전쟁이 남기는 후유증도 깊게 된다. 특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열한 전투가 이어졌다면, 전쟁에서 패배한 나라도 그 결과를 승복하기는 어렵다.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불리는 20대 대선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대선이라지만 어쨌든 며칠 후면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 대선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내내 불편했다. 폭로와 비방 등 네거티브가 선거운동을 주도했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후보들의 얼굴이 유권자에겐 더욱 익숙해진 상황이다.선거가 박빙이라 더 그렇다고들 한다. 아무리 그래도 도를 넘어섰다. 후보들뿐만 아니라 진영으로 나눠 서로 헐뜯고 비난하는 게 선거 내내 일상이 됐다. 나는 무조건 옳고 너는 나쁘다, 합리적 비판도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보고 짖는다'는 식으로 서로 으르렁댄다. 정치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개 싸움'이다. 자신들도 이를 아는지 '정치보복'에 대한 신경전도 이미 여러 번 치렀다.정치는 선거고 선거는 승복인데 과연 이들이 결과에 대해 승복할 수 있을까. 여당 승리땐 국회 의석수로 野 고립시키고야당이 이기면 거대 여당과 사사건건 대립 박빙의 승부라 불렸던 대선이기에 박빙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문제도 박빙에서 나온다.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패자가 과연 승자의 손을 흔쾌히 들어줄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이미 선거운동 과정에서 서로를 인정하지 않았다. 상대가 당선되면 '검찰공화국', '비리공화국'이 된다고 각자 떠들어 댔다. 주워담기엔 말에 너무 날이 섰다.패배를 해도 자신들의 모자람보다 선거 과정의 네거티브를 탓할 것이다. 후보 자신뿐만 아니라 그들 옆에 있고 그들을 대변하는 사람들 모두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국민은 차기 정부에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 동력을 좌우할 출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고, 자살률과 노인빈곤율도 OECD 국가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다.이 때문에 정치에 기대하고 선거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당면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네거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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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우크라이나를 위로할 음악은 지면기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공세가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현지 상황은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다. 2일 아침 뉴스에 의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와 제2의 도시 하리카우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특히 공격을 받은 지역엔 민간인 거주지도 포함돼 있어서 수십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우려가 더해졌다.세계 각국의 경제 제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음악계 또한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위로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카네기홀 공연에서 함께 무대에 설 예정이던 러시아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를 교체했다. 빈 필하모닉의 이번 공연은 마린스키 극장 총감독인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와 피아니스트인 데니스 마추예프의 협연으로 꾸며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단행된 후 카네기홀과 빈 필하모닉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의 음악감독인 야닉 네제세갱과 우리나라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으로 교체했다. 게르기예프와 마추예프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과 합병 당시 러시아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함께 지지 성명에 동참한 바 있다. 베를린에 거주 중이었던 조성진은 급히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성공적으로 연주했다.이 일이 있은 후 게르기예프는 지난 1일 뮌헨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에서 해고됐다. 뮌헨시는 당초 지난달 28일까지 게르기예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수석 지휘자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게르기예프는 푸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또한 게르기예프가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명확한 지지를 내지 않으면 오는 3월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을 지휘할 수 없다고 통보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출신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제2차 세계대전때 작곡한 '전쟁 소나타'는혼돈·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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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스포츠가 가진 통합의 힘, 바른 곳을 향하는 힘 지면기사
2022년은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연달아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이 그 시작을 알렸고, 현재 진행되는 패럴림픽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11월에는 FIFA월드컵 카타르가 기다리고 있으니 스포츠 팬들은 들뜰 수밖에 없다.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반가운 것은 높은 성적이 기대돼서라기 보다는 스포츠 자체를 즐기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대표팀 선수를 꼽자면 쇼트트랙 곽윤기(고양시청)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의 텃세(?)에 담담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12년 만에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에서 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눈에 띈 것은 팬들과 국민들의 반응이다. 과거 성적을 중심으로 국제대회 성패를 평가했다면 팬들은 더 이상 성적이 아닌 올림픽이라는 무대 자체를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때 은메달·동메달을 목에 걸고도 환히 웃지 못하는 우리 선수들의 표정을 외신들은 의아한 눈으로 봤다. 아마도 우리가 스포츠 성적이 국력을 가늠해 높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국위선양'의 도구로 스포츠를 대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신감이 높아진 지금 더 이상 스포츠는 우리나라의 '레벨'을 뜻하는 것이 아닌 감동을 나누는 행사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베이징 동계올림픽 응원 진보·보수 없었고우크라사태 해외 스포츠계 강한 힘 보여줘 그러다보니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없었고 오로지 한 팀을 응원하는 마음만 남았다. 그런 면에서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 해내지 못하는 어떤 것을 스포츠는 해내고 있다.해외로 눈을 돌려도 스포츠는 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스포츠계의 목소리가 커진 일이 그렇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에어리얼 결승에서 우크라이나 올렉산드르 아브라멘코와 러시아 일리아 부로프가 보여준 우정이 사진으로 널리 알려지며 반전의 목소리를 키웠다.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