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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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실미도 공작원 4명의 유해는 어디에 있나 지면기사
인천 앞바다에 있는 무인도 '실미도'는 영화 한 편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2003년 12월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는 1968년 창설된 실미도 684부대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비겁한 변명입니다"(설경구), "나를 쏘고 가라"(안성기) 등 영화 속 명대사가 유행하면서 다양하게 패러디됐다.실미도부대는 1968년 4월 북한 침투 작전을 목표로 창설됐다. 실미도에서 훈련을 받아오던 공작원 31명 중 24명은 1971년 8월 기간병 18명을 살해하고 서울로 진입하던 과정에서 군경과 교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공작원 20명, 민간인 6명, 경찰 2명이 숨졌다. 영화의 결말과 달리 살아남은 공작원 4명은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생존 24명 억울함 알리려 서울 향하던중군경과 교전하며 20명 현장서 목숨 잃어 실미도 부대 공작원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었다. 중앙정보부 김형욱 부장은 1968년 1월 말부터 2월 초 육군·해군·공군 참모총장 등을 긴급 소집해 김일성 거처와 북한 124부대를 습격하는 특수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수부대 훈련은 공군이 맡게 됐다. 공군은 공작원 물색 작업에 들어갔다. 공작원 모집책은 무연고자 등 민간인에게 접근해 "장교후보생 대우를 해주겠다", "훈련이 끝나면 직장을 알선하고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 애초부터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다. 이렇게 실미도에 설치된 특수부대는 공작반, 경비반, 지원반으로 구성됐다. 공작반은 돌격조, 경계조, 폭파조 등으로 세분화됐다.훈련 과정은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만큼 잔인하고 혹독했다. 외줄 타기 훈련 중 떨어져 다리와 머리를 다치거나 훈련 성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물속에서 구타를 당했다. 부대를 이탈한 공작원 2명을 동료 공작원들이 몽둥이로 때려죽이게 지시한 일이 있었고, 부상을 당한 공작원을 방치해 숨지게 하는 일도 벌어졌다. 훈련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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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13.9분과 종이신문의 위기 지면기사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현관 앞에 던져진 신문을 집어 드는 일이다. 신문을 좌탁에 올려놓고 분주히 아침을 준비한다. 쌀을 씻고, 국거리를 장만해 불에 올리면서 시계를 흘낏 쳐다본다.이제 신문을 펼칠 시간. 언제부터라고 콕 집을 수는 없지만 제목 훑기식으로 신문을 보는 게 습관이 됐다. 어제 저녁 잠자리에 누워 휴대전화로 본 기사 외에 혹 다른 기사가 있나를 챙긴다. 몇 분을 봤을까. 채 20분을 못 넘기고 이내 출근준비에 들어간다. 오롯이 집에서 신문지면을 대하는 시간은 이렇게 아침 20여분. 거실 좌탁에는 나중에 다시 보겠다는 심산으로 던져놓은 신문이 쌓여만 간다.평소 3~4개의 신문을 보며 선후배들로부터 무불통지로 통하던 대쪽같은 성격의 한 선배가 있다. 환갑이 넘어 혼자 사시는 선배는 얼마 전 전화로 고해성사하듯 미안함을 전하셨다. "○○야, 나 지난달 신문을 끊었어. 고민 많이 했어. 근데 끊었어. 다른 것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어서." 아직 신문사란 물에 남아 악전고투하고 있는 후배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선배의 말 너머에는 평생 글을 써왔던 선배의 삶에도 변화가 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사 정보를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씁쓸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독자들 종이신문 1주일에 '평균 4일' 읽어정부의 광고집행 기준도 올해부터 달라져 지난달 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1 신문잡지 이용률 조사'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신문·잡지를 읽었는지를 나타내는 열독률이 13.2%라고 한다. 독자들은 종이신문을 1주일에 평균 4일, 하루평균 13.9분 읽는다는 것이다. 매일 머리 싸매고 열심히 취재해서 내놓은 뉴스들이 독자들에게 하루 15분도 안 되는 촌각만 머문다는 사실. 종이신문의 위기에 대해서는 수년 전부터 거론됐음에도 수치화 될 때만 다급할뿐 달리 출구를 못 찾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읽는 뉴스를 멀리하고 보는 뉴스를 선호하는 현실은 대부분의 시사 정보를 텔레비전(54.8%)이나 인터넷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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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골프장 이용료 폭리, 더 이상은 안 된다 지면기사
연일 이어지고 있는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확진자도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거리두기는 우리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호황인 곳이 있다. 바로 골프장이다.한겨울에 웬 골프장 지적이냐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럴 수 있지만 이 추운 겨울에도 골프장의 그린피(이용료) 폭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수도권의 한 회원제 골프장을 찾은 한 이용객은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흔히 말하는 성수기인 10월 이용료와 영하 15도를 기록한 12월 말 금액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 마신 것밖에 없는데 전체 이용료가 25만원이나 결재됐다. 회원제 골프장뿐만 아니다. 인근 대중제골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말만 대중이지 회원제골프장과 가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겨울 골프는 다른 계절보다 골프장 이용료인 그린피가 뚝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과거 겨울철 문자메시지로 할인 문자를 보냈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한 달 전보다 골프장 예약하기는 조금 더 수월해진 것은 분명한데, 그린피를 내리는 곳은 많지 않다. 한겨울에도 이용료는 그대로다. 그나마 겨울 골프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그린피를 기대했던 골퍼들에게는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확산·한파에도 여전히 호황인 골프장해외 차단·젊은층 늘면서 그린피 수직상승 다시 골프장의 지난 2년간의 행태를 지적해 보려 한다. 사실 겨울 골프 지적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겨울 골프 그린피에 대한 불만은 최근 골프장이 보여줬던 행태에 비하면 일부분에 불과하다. 코로나19는 전 산업에 걸쳐 지난 2년간 모두를 힘들게 했다. 최근에는 매일 7천명 가까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또다시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온 국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들 정도로 힘들다.하지만 골프장 업계는 다르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 골프가 차단되고 덩달아 젊은 층의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초부터 골프장의 호황은 지속해서 이어졌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골프장 이용료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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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진흙탕에서도 대선 꽃은 피워야 한다 지면기사
79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은 최악의 네거티브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유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흠결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다 보니 '사과'를 많이 하는 후보가 질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거판은 진흙탕으로 얼룩지고 있다. 요 며칠 사이 윤 후보 부인의 허위경력 논란에 대한 '부인 사과', 이 후보 아들 도박 보도에 대한 '아들 사과', '조국 사과' '개 사과' 등으로 이어지면서 과연 진정성이 있는 사과냐는 말까지 나온다. 그래서 생존의 달인, 정글의 법칙만 존재할 뿐이다. 말싸움 잘하고 잔꾀와 임기응변에 능한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며 벌써 TV 토론회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기가 찰 일이지만 현실이다. 기자가 보는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 중에는 세 가지 부류가 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희로애락이 있게 마련, 거친 풍파와 난관에 부딪혀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야 할 때도 있다. 그런 위기 때 현자와 소인의 대응은 다르다. 첫째 유형은 위기에 처하면 그 순간만 모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기도 모르고 낭패를 보는 사람도 있다. 위기를 더 좋은 기회로 만들어 내는 슬기로운 사람도 있다. 대선 게임은 후보 혼자 결정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후보의 인성과 개성이 묻어나게 마련이다.이번 대선 '쏟아지는 사과' 최악 네거티브전말싸움·잔꾀에 능한 후보가 유리 벌써 걱정이명박 정부 때 일이다. 이 전 대통령이 몇 해 전 해외 순방길에 손주의 손을 잡고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는 장면이 카메라 기자들에게 들켰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사과와 여행 경비 반납을 요구하며 강하게 몰아붙였고, 도하 언론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꾀돌이'로 통하던 이동관 홍보수석실은 "정상외교에서 대통령의 가족동반은 국제적인 관례"라며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해외순방을 예로 들면서 빠져나가는 듯했다.선거판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예도 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절에 장인어른의 부역 논란이 일자, "그러면 제 아내를 버리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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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나인투식스' 과연 행복한가 지면기사
일명 '나인투식스(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을 일컫는 말인데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이를 지키기 위해 적게는 몇 십분 많게는 몇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낸다.아니 도로 위에 갇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네 삶이 더 고된 지 모르겠다.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과연 없는 것인지 고민하다 내 주위 지인들의 삶에서 충분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수원 S전자에 다니는 지인 A씨는 자율 출퇴근제를 잘 활용하고 있었다. 자녀 등하교 등 아침 시간이 바쁜 A씨는 출근 시간을 늦춰 오전 10시에 출근하고 오후 7시에 퇴근을 한다. 아침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는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 다소 여유롭다. 그래서 그는 직장생활에 만족하고 있다.자동차 회사인 K사에 다니는 지인 B씨는 출퇴근 시간을 합쳐 3시간가량 도로 위에 갇힌다. 어쩔 수 없이 개인 자유시간을 길에서 보내고 있는 것인데, 자녀교육 때문에 직장 인근으로 이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는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주말에도 피로감에 집 밖 생활보다는 집안 생활이 더 많다. 자신보다는 자녀 교육을 택한 것인데, 그래서 B씨는 A씨보다 더 고된 직장생활을 한다.이처럼 출퇴근 시간이 다소 자유로운 것만으로도 직장생활의 만족도가 갈린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되레 저녁이 있는 삶을 빼앗긴 사례도 있다. 주 52시간 도입 후 야근이 없어진 지인 C씨는 요즘 나인투식스로 출퇴근 시간이 변경됐다. 안산이 직장인 그는 요즘 수원에 있는 집 도착 시간이 오후 8시다. 예전에 오후 7시까지 야근을 하고 퇴근해도 도착 시간은 오후 8시였다. C씨는 꽉 막힌 도로에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나와 앞 차량의 뒤꽁무니를 쫓아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급여 또한 줄어 투잡을 준비하고 있다.꽉막힌 출퇴근길 직장인들 도로에 갇힌 삶불문율 깨는 기업 인센티브 주는건 어떨까 이처럼 직장인들에게 일상생활에서 나인투식스를 조정한다는 것은 행복한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그렇다면 정책적으로 나인투식스를 깨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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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비와 바람 사이를 걷던 날 지면기사
지난 주부터 회사 인근 단골 커피숍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어주기 시작했다. 연말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정말 시간이 쏜살처럼 흘렀다.작년 이맘때쯤, 새해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못했던 둘레길 걷기를 다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단계적이라도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4단계 방역 지침이 내려지면서 사라졌다. 추석이 지나서야 2차 백신을 맞고 나니 그동안 밀려있던 일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둘레길 걷기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인근 커피숍에서 캐럴을 틀어주기 시작했다새해가 얼마 남지 않아… 시간은 쏜살 같다 걷기에 대한 관심은 10여 년 전쯤 우연히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갖게 됐다. 그때만 해도 국내외 둘레길과 순례길을 다녀온 이들이 기행문 형식의 책을 쓰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걷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어 관련 책들을 뒤적이고 있을 때 만난 글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중 한 대목이다. "냉혹한 현실에 매번 울 뻔했고 근육과 허파는 전력을 다해야 했다. 언제나 내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야 PCT는 내리막길을 보여주곤 했다. (중략) 내리막길은 또 어떤가. 잠깐은 천국 같다.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그렇게 내려가다 보면 이번에는 그 내리막길이 엄청난 형벌처럼 느껴지고 급기야 지쳐버려서 다시 오르막길이 나오길 기도했다." 이 글을 읽고 내가 살고 있던 삶과 누군가 걸었던 긴 길의 여정이 정말 많이 닮았다는 것에 충격과 위안을 받았다.화자(話者)인 셰릴 스트레이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 캐나다 국경 너머까지 아홉 개의 산맥을 따라 펼쳐지는 4천285㎞의 도보 여행길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the Pacific Crest Trail)을 걸은 경험을 쓴 '와일드(Wild)'의 저자다. 무기력과 상실감에 빠져 있던 20대 후반의 여성이 자신을 찾기 위해 4천여㎞를 혼자 걸은 이야기는 리즈 위더스푼이 주인공을 맡아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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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서해5도가 인천이라고? 지면기사
인천 옹진군 백령도는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이다. 백령도를 비롯해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5개 섬을 '서해 5도'라고 한다. 서해 5도에 전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시기는 2010년이다. 그해 3월26일 백령도 근해에서 해군 제2함대사 소속 '천안함'이 침몰해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이 전사했다. 좌초설 등 침몰 원인을 놓고 다양한 가설과 추론이 쏟아져 나왔는데, 민·군 합동조사단은 북한에서 제조한 감응어뢰의 강력한 수중 폭발로 천안함 선체가 절단돼 침몰한 것으로 판단했다. 같은 해 11월23일에는 연평도에서 포격전이 일어났다. 1953년 7월 휴전협정 이후 북한이 우리 민간인 구역을 공격한 첫 사건이다. 우리 피해만 보면,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 등 4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다.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는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됐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서해 5도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애국자"라고 주민들을 치켜세웠고, 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며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을 만들었다.서해 5도가 다시 국민들의 관심을 받은 건 그로부터 6년 후인 2016년이다. 그해 6월5일 연평도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우리 어민들이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서해 5도 어장이 중국어선에 뚫렸다는 지적이 나왔고,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한 정부와 해경의 소극적인 대응에 질타가 쏟아졌다. 정부는 단속 전담팀 상시 배치 등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9월에는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사건이 발생해 서해 5도 해역이 다시 주목받았다.이처럼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만 반짝 관심을 받는 곳이 서해 5도라는 섬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평상시엔 잊힌 섬이 된다. 연평도포격 등 대형사건 터질때만 반짝 관심평상시엔 잊힌 섬… 흔한 홈페이지조차 없어 서해 5도는 제대로 된 온라인 플랫폼(홈페이지)조차 없다. 네이버에서 '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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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선, 곶감 그리고 개발제한구역 지면기사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할 시기가 됐다.", "그린벨트를 푼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주민의 불편을 덜기 위해 합리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30년 가까이 국민의 사유재산을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묶어 사유재산을 침해한 건 용납할 수 없다." 1997년, 15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며 나선 후보들의 토론회 과정에서 언급된 개발제한구역 관련 내용들이다. 당시 김대중, 이인제, 이회창 등 주요 정당 후보가 각자의 생각과 대안을 이야기한 건데,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당시의 국민적 불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1971년 처음 지정된 개발제한구역은 30년 가까이 지난 그 당시까지 해제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해당 지역에서의 개발행위는 엄격히 제한됐다. 구청 공무원들의 오토바이 순찰 속에서 주민들은 농사에 필요한 작은 건물은커녕, 집이 부서져도 고칠 수 없었다. 작은 닭장조차 철거 대상이었다. 새마을운동 당시 집에 그대로 살아야 했던 이도 있었다. 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는 개발제한구역에 적용되던 '구역불변의 원칙'을 환경평가와 광역도시계획 등을 근거로 한 '구역의 합리적 조정과 활용'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2000년)돼 토지매수청구권 제도 등 주민 재산권 보장과 생활불편 해소, 도시의 계획적인 성장 등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주민들 "정부 쉽게 해제, 곶감 빼먹듯 한다"지정만 해놓고 관리·역할엔 소홀해선 안돼 그리고 20여년이 지났다. 최근 만난 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하는 짧은 생각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싱크대나 샤워시설 같은 농사 과정에서 필요한 시설에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불편이 여전하다", "개발제한구역이 천형(天刑)'이라던 옛 어른들의 이야기가 지금도 유효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작은 이면도로를 기준으로 일반주거지역으로 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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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뚱뚱한 환자, 뚱뚱한 의사 지면기사
지금보다 몸무게가 훨씬 더 많이 나갔을 때의 일이다. 코골이와 비염이 심해 인천 연수구의 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이비인후과 원장은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자고 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20여 가지의 성분을 침에 묻혀 등에 찌른 뒤 피부에 나타나는 반응을 살폈다. 원장은 "풀 알레르기가 있다"며 "성묘나 산에 가지 말라"고 했다. "번데기를 먹으면 귀가 간지럽고 재채기한다"고 했더니 "그럼 먹지 마세요"라고 했다.알레르기 진단이 끝나자 원장은 "코골이 증상이 알레르기보다는 비만 때문"이라는 말을 꺼냈다. 뚱뚱한 사람에게 비만이라는 단어는 심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의미로 들리기 때문에 무척 예민하다. 그런데 비만이란 말을 그렇게 쉽게 꺼내다니. 원장은 "환자분이 뚱뚱해서 코골이가 심해졌다. 수술하면 한 일이년은 편할 수 있지만, 살을 빼지 않으면 완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코골이·비염이 심해 병원에 갔던적이 있다의사는 '비만이 원인' 살을 빼야 완치 진단 원장을 처음 볼 때 마치 거울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은 상황에서 '비만', '뚱뚱'이란 표현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자기도 뚱뚱하면서…"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럼 원장님도 코골이가 심하시겠네요." 그러자 원장은 고개를 반쯤 올리더니 무슨 얘기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원장님도 뚱뚱하시니 저랑 증상이 같지 않겠어요." 나름대로 생각해 낸 세련된 복수였다. 옆에 서 있던 간호사가 '풋'하는 소리를 냈다. 무척 공감하는 눈치였다.원장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더니 간호사에게 "환자분하고 나하고 누가 더 뚱뚱하냐"고 물었다. 원장은 간호사의 대답을 듣지 못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원장은 "일반적으로 코골이는 콧속의 살이 비대해지면서 호흡에 불편을 주기 때문에 특히 수면 중에는 코로 호흡하지 못해 입으로만 호흡하면서 목젖이 늘어나 코골이가 더 심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렌즈가 달린 얇고 기다란 호스를 자기 콧속으로 집어넣었다. 원장은 "잘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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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하나의 처방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지면기사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다. 성남에서 왔다는 한 산모는 자신이 만삭일 때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가 "정말 그 안(뱃속)에 아이가 있어요?"라고 물어보더란다. 그 산모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는 듯이 한 얘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놀랐다. 임산부가 낯설고 신기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오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풍요와 수확을 상징하는 10월과 임신기간 10개월을 의미하는 이 날은 임신과 출산을 사회적으로 배려하고 출산, 양육의 어려움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정해진 법정기념일이다.하지만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고가 연일 이어지면서 이제는 대중적으로 그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도 다소 무뎌진 느낌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신도시 개발 등으로 지속적인 외부 인구 유입이 이어지고 있어 흔히 말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체감되기도 한다. 출생자보다 사망자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저출산 원인 집값·사교육비 잡기 노력연장하지만 2012년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1.3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 기준 0.84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천300명으로 전년 대비 10%(3만300명)가 감소한 것이고, 40대 초반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출산율이 떨어진 것이다.사태는 심각해지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지난해 사망자 수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섰지만 출생아 수도 사상 처음으로 30만명대 이하로 하락해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현상이 벌어졌다.정부는 그간 저출산 지원 예산을 2017년 20조원에서 매년 늘려 지난해 40조원을 투입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예산만을 늘려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렇다고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출산에 노력하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운 슬로건이 효과를 거둘까. 단연코 그렇지 않다.저출산 문제는 주식시장과 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