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강의계획서에는 교재를 의무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강의실에 교과서를 들고 오는 학생은 거의 없다. 교수가 제공하는 강의 PPT나 e-book에 익숙한 세대에게 종이책은 낯설다. 전문 서적을 출판하려면 자비를 부담해야 하는 세상. 대학 교과서조차 팔리지 않는 시대다. 그런데 곳곳에서 6·3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현수막과 알림이 넘쳐난다. 출판된 책에 담긴 내용도 다양하다. 좋은 정책도 있고, 올바른 신념도 있다. 향기가 넘쳐나는 책이다. 하지만 후보자가 이해하고 직접 작성했는지 의심되는 책도 있다.
1·29 주택공급대책으로 과천시가 소란스럽다. 정부가 과천 경마장 부지에 주택 9천800호를 짓기로 했다. 새 정부의 첫 6만호 주택공급계획의 16% 규모다. 과천시가 졸지에 폭탄을 맞았다. 한 해 시 예산의 10%에 달하는 경마장 세수 500억원이 사라진 상태에서 계획된 과천·주암지구도 벅찬 도시 인프라로 경마장지구까지 감당할 처지가 된 것이다. 과천시와 시민의 반대 여론은 엄살이 아니다. 그렇다고 수도권 공공 부지를 쥐어짜 만든 대책을 정부가 철회할 리 없다. 예산의 10%를 내던 세원의 증발은 자치단체에게 재앙이다. 1989년
‘기후재난, 남겨진 사람들: 재난은 끝나지 않았다’의 연재가 끝났다. 한달 넘게 이어온 취재가 끝나면 보통 속이 후련해야 하는데, 이번엔 그렇지 못하다. 우리가 만난 피해자들의 재난은 여전히 끝을 알 수 없어서다. 제목을 은유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본 현실을 직관적으로 드러내야 독자를 이해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사도 그런 의도로 작성됐다. 과장하지 않았다. 현장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풀어내도 충분했다. 현실이 비극적이기 때문이다. 기획은 일본의 재해관련사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2026년도 신년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수도권 중심의 성장 구조를 넘어 지역이 스스로 성장 동력이 되는 국가 균형발전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지역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의 성장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수도권 집중이 효율의 상징이던 시대는 지나가고 이제는 지역의 다양성과 특성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복합적 위기의 국면에 서 있다. 인공지능과 반도체를 둘러싼 첨단기술 경쟁은 국가 간 격차를 빠르게 벌리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
수원구치소에서 50대 재소자가 입소한지 8일 만에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재소자 4명에게 집단 구타로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해 외부 종합병원에서 수술까지 받은 사실이 본보 단독보도로 알려졌다.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국가 교정시설의 열악한 환경과 부실한 관리로 폭행 등 다양한 재소자 범죄들이 빈발해 결국 재소자 인권침해가 만연한 현실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그렇더라도 수원구치소 내 재소자 집단폭행 사건이 특별한 것은 법무부의 교정시설 내 폭력방지 제도 시행 직후 발생한 점이다. 지난해 9월 부산구치소에서 같은 방 재소자들의 집단폭행
국민의힘 지도부가 29일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단식농성에서 돌아온 장동혁 대표가 복귀 일성으로 꺼내든 카드가 ‘통합’이나 ‘비전’이 아닌 ‘제거’였다는 점은 정치력 빈곤을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한국 정당사에서 보기 드문 자해적 숙청으로 기록될 것이다. 당권파는 이번 조치를 ‘당 기강 확립’과 ‘불확실성 제거’라고 강변할지 모르나, 중도층과 상식적 보수층에게는 지방선거라는 항해를 앞두고 스스로 배의 밑바닥에 구멍을 낸 자멸 정치에 가깝다. 장동혁 지도부가 내세운 제명 명분은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태’와 그에 따
요즘 대부분의 매장에 키오스크가 놓여 있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이 주문을 받는 매장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르바이트생이지만,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그럴 때면 키오스크 앞에서는 고르지 않던 메뉴를 하나 더 시키게 된다. 말 한마디, 눈 마주침 하나가 주문의 양까지 바꿔 놓는다. 아마 나와 비슷한 나이대라면 공감할 것이다. 키오스크 앞에 서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모든 키오스크의 UI(사용자가 화면을 보고 직접 조작하는 화면구성)와 사용법이 같다면 모를까, 매장에 들어갈 때마다 전
딸과 함께 제주에 다녀왔다. 이틀간 강의를 할 일이 생겼는데, 거기에 하루를 더 붙여 일도 하고 여행도 할 생각으로 일정을 짰다. 전부터 이런 식이었다. 제주에서 일거리가 생겨 돈을 벌면 그것을 경비 삼아 여행을 좀 더 하고 돌아오는 식이다. 모처럼 제주공항에 도착하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서 보낸 시간의 조각을 모아 놓으면 그것도 내 인생의 지표를 보여주는 그림이 되겠다고. 대학 친구와 이 섬에 처음 온 것은 이십대 후반이었다. 여느 관광객처럼 일주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고 성읍 민속마을에서 오미자차를 마셨다. 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