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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알아주는 세상이 있다면 기쁘지 아니한가

    나를 알아주는 세상이 있다면 기쁘지 아니한가 지면기사

    [경인일보=]어려서 곧잘 '괴도 뤼팡'과 '셜록 홈즈'를 견주었었다. 최고의 도둑과 최고의 탐정, 누가 더 매력적인가? 물론 도덕적으로야 탐정이 좋고 경찰이 훌륭하지만 멋진 도둑, 불의에 맞서는 의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힘없는 기층민의 꿈이고 희망이었다. 때문에 로빈후드, 임꺽정, 홍길동 등 허다한 의적들은 지금도 끝없이 대중의 상상력 안에서 변주되고 있다. 특히 어려운 시기일수록 제도를 넘어 독자적으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적의 이야기는 작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게 마련이었다. 일제강점기 이해조, 홍명희, 박태원, 김사량 같은 최고의 작가들을 매료시켰던 작품은 '수호전'이었다. 구한말 애국계몽기 최고의 신소설 작가였던 이해조는 '한씨보응록'과 '홍장군전'이란 소설에서 '수호전'의 에피소드를 응용하였고 조선의 3대 천재 중 하나로 이름 높았던 홍명희는 그의 불후의 명작 '임꺽정전' 첫머리에 '수호전'을 일컬어 '일백단팔마왕이 묻힌 복마전을 어림없이 파젖히는 엄청난 재주'라 평가하면서 자신에게는 그 같은 재주는 없다고 겸사했지만 곳곳에 '수호전'의 흔적을 남겼다. 박태원은 '삼국지'와 함께 '수호전'을 새로이 번역하였고 일제말 동경제국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인을 능가하는 일본어쓰기로 일본 굴지의 문학상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김사량은 '수호전'에서 받은 깊은 인상을 언급하더니 마치 갈 곳 없는 호한들이 양산박으로 향하듯이 급기야 일본의 감시를 뚫고 탈출하여 항일 근거지 태항산으로 입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의적으로 상상하는 정의와 희망이 성취되기는 어려웠다. 이는 동서양 구분이 없었으니 쉴러의 희곡 '군도'에서 칼(Karl)이 결국은 자기 정의조차 실현하지 못하고 이율배반에 처했던 것과 같이 '수호전'의 송강 또한 대의를 지킬 수 없는 세상을 버리고 양산박으로 피난하여 오히려 충의를 이루기 위해 황제의 진정한 초무를 기대했지만 결국 좌절하여 피붙이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했던 의형제들과 자결하고 만다. 호풍환우조차 자유로운 호한들의 세계에서도 제도권의 높은 벽을 넘어서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이를

  • '광화문' 이 좋다

    '광화문' 이 좋다 지면기사

    [경인일보=]광화문에는 '광화문'이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초등학생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광화문'이었다. 신기했다. 집에 걸린 문패를 비롯해서 가게나 회사 간판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한자를 쓰던 시절이었다. 그 한자 때문에 심부름을 다니는 것도 두려웠었다. '永華商社' 코앞에서 "아저씨, 이 근처에 영화상사가 어디 있어요?"라고 물었다가 창피를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런 시절이었기에 '광화문'이란 한글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돌이켜 보면 남대문에 걸린 '崇禮門'이라는 현판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일, '興仁之門'을 보고 '동대문'을 왜 넉 자로 썼을까 궁금해 했던 일 등이 모두 한자에서 비롯한 사건들이었다. 한글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니 한자 현판을 달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도처에 널려있는 한자 표기는 우리가 아주 오랫동안 중국에 의존해야만 했던 글자 더부살이의 역사를 말해준다.광화문의 현판이 '光化門'이었던 것 역시 우리에게 한글이 없었던 궁박한 시절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세종은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소리글자 한글을 창제했다. 세종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문자를 갖게 되었다. 어린 백성도 하고픈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문화 민족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15세기가 되어서야 이룬 문자 독립이고 자립이었다. 그러나 그 후로도 광화문은 '光化門'이었다.광화문에 한글 현판이 걸린 것은 1968년이었다. 한자 현판을 떼고 한글 현판을 단다는 것은 매우 파격적인 발상이었지만, 한글을 중시한 위정자는 대한민국의 중심에 한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웠다. 한글을 소통의 바탕으로 삼은 대한민국 호의 출항이었다. 한글 '광화문'이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자 나어린 꼬맹이들도 자신 있게 '광화문'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한글 상용으로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소통도 한층 원활해졌다.그런데 몇 년 전 광화문 복원 이야기가 나오고, 현판 글씨가 박정희 친필이라는 사실에 대한 논란이 일더니 새 현판에 한자를 쓰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9세기 말 경복궁을

  • 日 '하류사회' 韓 '청년실업'은 이웃사촌 ?

    日 '하류사회' 韓 '청년실업'은 이웃사촌 ? 지면기사

    [경인일보=]2005년에 미우라 이츠시가 일본에 '하류사회'를 출판한 이후로, '하류'는 최근 일본 사회의 변화, 특히 일본 젊은층의 변화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를 잡았다. 미우라는 '하류'의 의미를 단순히 소득이 적다는 것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 생활능력, 일할 의욕, 배울 의욕 등 삶에 대한 의욕이 총체적으로 낮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일본 젊은이는 의욕을 상실한 것이다.일본 하류의 주류는 프리터(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 또는 취업을 희망하는 무직자)와 니트(학교에도 가지 않고 구직하지 않는 무직 젊은이)이다. 2008년 일본 정부의 통계에서 이러한 젊은이가 170만명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니 하류라는 용어가 회자될 만하다.이러한 분위기가 국내에서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얼마 전 4학년생에게 취업을 추천하였더니 집에서 너무 멀어서 갈 수 없다고 하면서, 생활이 어려워 집 근처 호프집에서 당분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여 나를 당황하게 만든 일이 있어, 우리 젊은이에게도 하류화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잠시 해 본 적이 있다.우리 주변에 대학 졸업 후 집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젊은이가 꽤 많다. 주위에서 취업을 부탁하는 연락을 부모님에게 자주 받는다. 정작 취업을 알선하면 젊은이들은 취업에 대한 의욕이 없으며, 월급이 적거나, 주말이 보장이 안 되거나, 힘이 들거나 등의 이유로 기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월급 많고, 쉴 거 다 쉬고, 편안한 직장이 있으면 대학을 그만두고 당장 내가 취업하겠다고 부모님에게 이야기하고 마무리하지만, 부모님에게도 섭섭한 경우가 많다. 자식이 모르면 부모가 나서서 설득하여 진정한 삶의 현장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다시 과잉보호로 돌아가 버리니 안타까운 일이다.이러한 문제는 요즘 젊은이나 부모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전 국민의 대학생화를 만들어 버린 교육제도, 대기업의 해외 생산시설 이전 등으로 신규 고용이 줄어드는 변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등 수많은 문제점이 산재해 있을 것이다. 그러

  • 다수결이 항상 타당하지는 않다

    다수결이 항상 타당하지는 않다 지면기사

    [경인일보=]10명이 사는 공동체를 상정해보자. 그리고 다수결에 의하여 공동체와 관련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법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그 공동체에서 발생할 법한 이런 경우를 생각하여 보자. 10명 모두 자신의 방식대로 농사짓고 수확한 곡물로 먹고 지내왔는데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서 보니 9명은 곡물들이 모두 떨어져 먹을 것이 없었지만 1명은 다음 수확기까지 먹을 식량을 저장해두었다. 그래서 열린 공동체 회의에서 1명은 자신이 저장해 놓은 것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았지만 9명은 그 1명이 저장한 것을 10등분하여 이 고비를 넘기자는 쪽에 찬성하는 바람에 자신이 배고파하면서 아껴두었던 곡물을 빼앗기게 되었다. 이런 일을 겪고 난 그 1명은 자신이 굳이 아껴두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저장한 곡물을 나누어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이번에는 곡물을 저장하지 아니하였고, 다시 봄이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곡물을 나누어줄 것을 요청하였지만 거절당하였다. 그래서 공동체 회의가 열렸지만 다른 9명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곡물을 나누어받지 못하였다. 이런 이야기는 극단적일 수 있지만 다수결 원칙이 발생시킬 수 있는 오류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배를 타고 가다가 거친 파도가 치는 급박한 상황에서 다수결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아니면 선장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타당한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동원그룹의 김재철 회장은 원래 원양어선의 선장이었던 분인데, 자서전에는 '배를 타고 가다가 파도가 거세게 치면 선원들은 파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선장의 얼굴을 본다. 선장이 흔들리면 선원들도 동요하여 결국 그 파도를 헤치고 나올 수 없지만 선장이 침착하게 대처하면 그 난국도 이겨낼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 월드컵이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축구 경기할 때 전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선수들과 감독, 코치가 다수결에 의하여 결정한다고 한다면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다수결은 그 자체로 오류가 있을 뿐 아니라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왜 많은 경우

  • 시장답게… 공무원답게… 시민답게…

    시장답게… 공무원답게… 시민답게… 지면기사

    [경인일보=]경상 북부지역에 널리 전해지는 설화에 어리고 지혜로운 원님 고창영에 대한 시리즈가 있다. 시중에는 '지혜로운 꼬마원님'이란 어린이용 동화로 각색되어 출판된 판이 여럿 있다. 이야기인즉 고창영은 열 세 살의 어린 나이로 고을 원이 되어 부임한다. 그러나 원님이 어리다고 깔보고 놀리는 고을 아전들 때문에 여러 차례 곤란을 겪는다. 이에 고창영은 어느날 수수밭을 지나가다 짐짓 어리석은 체하고 아전들에게 묻는다. "저기 저 나무는 몇 년이나 자랐기에 저리도 키가 큰가?" 아전들은 비웃으며 그것은 나무가 아니라 한해살이 곡식 수수라고 알려준다. 원님은 수숫대를 꺾어오게 하여 아전들에게 소매 속에 넣어보라고 명령했고 아전들이 쩔쩔매며 용서를 빌자, "한 해 자란 수숫대도 소매 속에 넣지 못하면서 열 세 해나 자란 나를 얕보고 놀리려 드느냐!"고 호령한다.어른보다 지혜로운 어린이는 근대에 들어와 '어린이'를 단순히 어른의 축소판으로 이해하던 전근대적 인식을 넘어 어린이 시기가 지닌 사회적 중요성과 이 시기의 교육 등이 특별히 강조되면서 만들어진 성격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요갈등을 구성하는 어른과 어린이를 강자와 약자로 놓고 보면 강자보다 지혜로운 약자의 이야기는 임금보다 지혜로운 광대, 현자보다 더 현명한 바보의 이야기로 변주되며 늘 권력을 해석하는 민중적 시선 안에서 살아 움직여왔다. 전통적으로 지방의 아전들은 중앙에서 임명된 고을 원들이 바뀌어도 그대로 직책을 유지했다고 한다. 중앙에서 파견한 관리는 각 고을의 시속에 밝은 아전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으니 이들은 지방행정의 중요한 파트너였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곳에나 세력 간의 알력은 있기 마련이니 지방의 하급 관리와 중앙에서 파견된 고위 관리의 갈등이 정도를 넘어서는 일도 적지 않았고 지방실정에 어두운 중앙관리를 놀리고 얕보는 경우도 없지 않았으며 심지어 고을 원의 눈을 피해 한술 더 떠 백성들의 재산을 우려내는 일조차 없지 않았으니 이상의 설화는 바로 그 흔적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서로 협력하며 목민의 본분을 다해야 하는 지방관리들이 범처럼

  • 올바른 언어생활, 남은 건 실천이다

    올바른 언어생활, 남은 건 실천이다 지면기사

    [경인일보=]선생님의 그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말은 틀렸다. '잊히지 않는다'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도 '잊힌 계절'이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과일이 담겨진 접시'나 '잘 닦여진 도로'는 '과일이 담긴 접시', '잘 닦인 도로'여야 한다. 잘못 사용하고 있는 피동 표현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우리말 지킴이' 체험학습에 참여한 중학생들이 거둔 값진 성과이다.학생들은 우리가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체험 학습에 임한 것 같다.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다양하다. 우리말 지킴이와 우리말 훼방꾼을 찾아 나선 어느 날, 비빔밥 가게에 걸린 'bibigo'라는 표기가 눈에 거슬렸나 보다. 역시 비빔밥은 '비벼' 먹어야 제격이라는 지적과 함께 훼방꾼 3위를 기록했고, '세□프라자웨딩홀'이 2위, 1위는 한글이 한 자도 적혀있지 않은 'THE COF□EE B□AN'이었다.광화문 근처에서 체험 학습을 마친 학생들은 영어 간판이 생각보다 많은 것에 놀랐다며 탄식했다. 그리고 마치 그 영어 간판들이 세종대왕을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고 했다. 우리나라지만 영어를 모르면 살기 어렵겠다는 푸념도 있었고, 영어 간판을 단 가게들을 '배신자'로 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성찰과 반성도 있었다. 난 외래어를 항상 사용했고 외래어가 쓰인 간판을 봐도 아무렇지 않다. 하지만 막상 돌아보니 심각한 상태다. 난 앞으로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겠다는 말에서는 비장한 결기마저 느껴진다.이구동성으로 영어 남용을 지적한 학생들은 '세종온누리약국', '어른을 공경하는 종로구', '국수생각', '꼬르륵 꼬르륵' 같은 우리말을 더 많이 애용해야 한다는 강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忠武公李舜臣將軍像'이라는 한자 표기의 어려움을 지적하기도 했다. '충무공이순신장군상'이라면 초등학교 동생들도 금방 이순신 장군을 알아볼 거라는 의견이었다.어떤 학생은 학습의 딱딱함을 풀기 위해 우스갯소리를 게시하기도 했다. 가요 방송을

  • 중소기업정책 재점검 효율 높여라

    중소기업정책 재점검 효율 높여라 지면기사

    [경인일보=]경기도의 도정을 책임질 도지사가 선정되었다. 처음으로 재선 도지사가 탄생하여 도정의 연속성을 가지게 되어 다행이지만,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변화의 바람을 어떻게 수용하느냐도 과제로 남아 있다. 경기도의 산업정책 방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여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경기도의 살림살이를 보다 더 좋게 하는 것이라고 보인다.지난 4년간 여러 가지 방면에서 경기도의 정책이 도민들에게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재선이 가능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정책과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는 다른 분야보다 두드러진 실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러한 추론은 경기도와 인접한 지역의 시·도지사들의 산업 정책에 관한 공약을 살펴보면 경기도 도지사의 공약이 구체성이나 비전 제시가 다소 결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기도 도지사의 산업정책은 수도권 규제라는 틀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피해의식도 다소 엿보인다. 수도권 관련 규제 말고도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또 하나의 장벽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을 완전히 철폐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한편으로는 규제 철폐 등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정책도 펴내면서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도 구체성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경기도 도지사의 산업정책 공약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첨단 지식 기반 산업단지를 구상 중이고, 반도체·디스플레이·BT·NT·자동차·섬유 산업 등의 산업군에 IT를 접목하고 친환경 분야도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IT 및 과학기술 육성 정책도 지속적으로 육성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육성 정책은 다소 미흡하다. 서울시 오세훈 당선자의 IT를 바탕으로 1인 앱개발자들을 육성하여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거나, 인천시 송영길 당선자의 시장 직할 중소기업진흥 위원회를 신설하고 강소 중소기업 1천개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정책과 같은 구체성이 없다.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중소기업 종합 지원센터를 만들어 중소기업 지원을 잘 해오고 있지만, 최근 들어 경기도 중소기업 종합 지원센

  • 중국보다 한 발 앞서기

    중국보다 한 발 앞서기 지면기사

    [경인일보=]지구본을 가지고 하는 이런 우스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장학사가 초등학교에 가서 지구본에 있는 지구가 왜 옆으로 기울어 있는지 질문하자 처음에 초등학생은 '제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그 다음에 담임선생은 '제가 올 때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학교 교장은 '원래 중국산은 다 그래요'라고 답하였다는 우스갯소리.그런데 필자가 학창시절 때 들었던 똑같은 우스갯소리의 교장 답변은 '원래 국산은 다 그래요'였다. 그랬던 것이 우리나라 공산품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중국산으로 바뀐 것이다. 공산품뿐 아니라 농산품이나 심지어 한약재도 그 품질이 좋지 않으면 중국산 아닌가 한 마디쯤 하는 것이 요즘 현상이기도 하다.이렇게 중국산을 우습게 여겼던 것은 아마도 이전에는 없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중국에 공산국가가 세워지고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경제발전에 뒤처지는 동안 우리나라는 고속의 경제발전을 이루어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그런데 중국에 여러 번 갔다 온 기업가의 견해에 의하면 중국산이라고 무시하는 시절이 곧 끝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중국이 지난 2008년 올림픽과 지금 진행되고 있는 2010 상하이 엑스포를 거치고 나면 옛날처럼 우리나라를 모든 면에서 앞서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지금까지는 중국이 생산기반을 확충하기 위하여 전 세계로부터 기업을 유치하고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그 덕을 많이 보았지만 중국의 생산기반 확충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는 그곳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전 세계로 뿌려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품질면에서 월등한 우위를 지니지 못한 분야는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것이며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제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그 기업가는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였다. 자신은 중국에 가서 중국 젊은이들이 하는 발마사지를 받고 왔지만 다음 세대에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중국에 가서 2등 시민으로 살면서 중국 사람들의 발을 마사지하게 될 것이라고. 그런데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길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이라도

  •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후보에 한 표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후보에 한 표 지면기사

    [경인일보=]대한민국 선거사에 전설적인 악명을 떨치고 있는 1960년 3·15 부정선거는 요새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초특급 엽기 그 자체였다. 투표와 개표 과정에 황당하기 짝이 없는 기술이 동원되었으니 '3인조 투표', '9인조 투표' 등이 투표 과정을 통제했고 '올빼미 개표', '샌드위치 개표', '닭죽개표' 따위가 개표 과정에서 저질러진 부정이었다. 단어만으로는 뭔 뜻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3인조, 9인조라 함은 국민들이 투표에 미숙하다고 셋씩, 아홉씩 조를 이뤄 투표를 하도록, 예를 들면 "자아, 여기에 찍으면 됩니다"하는 방식으로 특정 후보를 찍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밀없는 투표를 하도록 하고도 모자라 그 다음에 개표에서 표를 바꿔치는 부정을 또한 저질렀으니 '올빼미 개표'란 개표소가 갑자기 정전이 되는 것이니 전등이 켜지면 투표용지가 바뀌어 있는 것이었다. '샌드위치 개표'란 같은 지지표끼리 묶어두는 관행을 이용한 것이니 샌드위치처럼 겉과 속이 다른, 겉은 부정 당사자의 지지표요, 속은 경쟁 후보의 지지표로 구성된 경우를 말하였다. 진짜 엽기는 '닭죽 개표'인데 개표 참관인에게 수면제를 먹여 닭처럼 졸게 만든 후, 투표용지를 바꿔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소위 '자유당때' 이야기다. 그러나 이후 부정선거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더욱 체계적이고 제도적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선출직이던 지자체장을 임명직으로 바꾸었고 공무원이 나서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했으며, 개별 선거구마다 두 명의 국회의원을 뽑아 으레 한 명은 집권 여당이 선출되도록 하였다. 직접선거를 폐지하고 간접선거제로 바꾸어, 아무런 반대나 이의 제기 없이, 선출이 아니라 옹립이나 추대라고밖에 표현될 수 없는 이벤트를 벌였다. 대놓고 부정을 저지르는 방식은 고작 10년밖에 버틸 수 없었지만 시스템을 바꾸는 이 방식으로는 20년을 넘겼다. 이제 대한민국에 이 같은 엽기선거는 없다. 그렇다고 그 어떤 부정도 없이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규모 주류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

  • 한글박물관을 아십니까?

    한글박물관을 아십니까? 지면기사

    [경인일보=]아침부터 창밖이 시끄럽다. 5월 20일, 지방선거운동이 시작된 때문이다. 6월 1일까지는 후보의 이름을 알리는 소리, 노래 소리, 박수 소리가 요란할 것이다. 4대강 사업 지속과 중단, 세종시 수정과 원안 고수, 무상급식과 교육복지 실현 등등 주요 쟁점과 지역 현안을 둘러싸고 각각의 후보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시·도지사에서 교육감과 교육의원에 이르기까지 1인 8표를 행사해야 하는 만큼 각각의 후보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간 이름도 모르는 후보에게 도장을 찍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민군합동조사단이 증거로 제시한 어뢰 파편에는 '1번'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1번'은 러시아나 중국산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1'은 세계 공용이지만 '번'은 북한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도 '번'을 쓰지만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가 대한민국제일 수는 없다. 5월 24일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남북교류 전면 중단과 북의 무력 침범 시 자위권 발동을 선언했으며, 북한의 공식 사과와 천안함 사건 관련자들의 처벌을 요구했다.5월 22일, 문화방송의 박혜진 아나운서가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물리학자와 결혼했다. 박혜진 아나운서는 오랫동안 9시 뉴스데스크를 진행했고 최근 종영된 '성공의 비밀'을 진행했다. 같은 날, 배우 이범수는 14살 연하의 국제회의 통역사와 결혼했다. 이범수가 가수 비의 영어 선생님으로도 유명한 신부 이윤진을 만난 것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였단다. 배움의 길은 고되지만 열매는 달다.5월 24일 저녁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월드컵 평가전 한일전에서 박지성은 전반 시작하자마자 강력한 슈팅으로 첫 골을 터뜨렸다. 순간 6만의 울트라닛폰은 침묵했으며 불과 3천밖에 되지 않는 붉은 악마의 함성이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이날 대표팀은 일본에 2-0으로 낙승하였고 국민들은 열광했으며 월드컵 본선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고조되었다. 관심을 갖는다는 것, 누군가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