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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혜석의 부활과 수원의 미래

    나혜석의 부활과 수원의 미래 지면기사

    나혜석의 생가 터가 있는 수원 행궁동 동사무소 강당에서 지난 22일 오후 제1회 나혜석 학술상 시상식이 열렸다.그는 1896년 4월 수원에서 태어나 1913년 일본에 유학하여 동경여자미술학교를 졸업한 조선 최초의 여성 화가였으며 1917년 단편소설 '경희'를 발표한 최초의 여성 작가이기도 했다.1919년 3월 조선독립운동 당시에는 여기에 참여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던 그는 생의 전반부에는 조선 최고의 명망가였다. 그러나 1930년 남편과 이혼한 이후 그의 삶은 비극적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비참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특히 그가 1934년 발표한 '이혼 고백장'은 당시 조선사회를 뒤흔들 정도의 반향을 불러일으킨 일대 사건이었으며 정조를 유린한 대가를 요구한 '위자료 청구사건'은 사회적 관습에 굴하지 않는 그의 불꽃 같은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파격적인 일이었다.나혜석의 찬란한 예술적 성취는 그가 불러일으킨 파란과 비참한 몰락으로 인해 망각의 저 편으로 사라져갈 위기에 처해 있었다.망각의 어둠 속에서 나혜석의 삶과 예술을 최초로 부활시킨 것이 이번 학술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이구열 선생의 평전 '에미는 선각였느니라'였다. 1974년 간행된 이 책은 나혜석에 대한 본격적인 평전으로서 이후 나혜석 연구의 길잡이가 되었다.이후 나혜석은 불사조처럼 다시 태어나 그가 생전에 염원했던 것처럼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았다. 나혜석에 대해 긍정과 부정이 혼재하던 시기에 이번 최우수 학술상 수상자인 서정자 교수는 작가로서 나혜석의 작품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선구적 업적을 축적했다.서 교수는 1988년 처음 나혜석의 단편 소설 '경희'를 발굴한 것은 물론 그의 문학사적 의미를 부각시켰으며 2000년 나혜석의 예술적 업적을 총망라한 '정월 나혜석전집'을 발간하여 최초의 여성 작가로서 나혜석 연구의 초석을 다졌다. 나혜석의 본격적인 부활은 기념사업회를 이끈 유동준 회장의 열성적인 노력에 힘입고 있지만 수원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도움이 없었더라면 결코 지금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수원시가 미래지향적으

  • 융복합(融複合)장르로서의 문학

    융복합(融複合)장르로서의 문학 지면기사

    과학기술의 발달이 문화의 흐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문화 분야 전문가들조차도 과학기술의 변화에 둔감하다. 불황과 호황을 동시에 겪고 있는 최근 한국 출판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든다. 종이책 출판계는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김훈의 '칼의 노래', 그리고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같은 베스트셀러를 출판한 출판사들도 불황을 비껴가지 못하고 부도를 내고 있다. 출판계는 불황의 첫 번째 원인으로 아이패드, 스마트 폰 같은 IT 기기의 대중화를 꼽고 있다. 그런데 전자 출판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교보문고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전자책 매출은 전년 대비 64% 늘어났다.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전자책 이용 현황을 조사해 보니 전자책 이용자가 작년에는 조사 대상의 23%였으나 올해에는 51%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전자책에 대한 만족도도 58%에서 79%로 크게 늘어났다. 시민들은 만족한 가장 큰 이유로 휴대하기 편리한 아이패드, 갤럭시 탭, 스마트 폰의 출현을 꼽고 있다. 같은 IT 기기의 대중화가 한 쪽에는 불황, 다른 쪽에는 호황을 가져다주었다. 독자들이 휴대하기 편리한 단말기가 보급되지 못한 점이 전자책이 보급되지 못한 요인이었는데,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가 이 불편을 해소해 주었다종이책 출판의 불황과 전자책 출판의 호황은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2000년 전후 디지털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많은 이들은 신문, 책과 같은 인쇄매체가 사라지고 인터넷 신문, 전자책과 같은 디지털 매체 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하였다. 그러나 인쇄 매체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주요 매체로서의 지위를 유지하자 이러한 예견은 잘못된 예견으로 치부되었다. 2007년 아마존 닷컴이 킨들이라는 휴대용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하면서 미국에서는 전자책이 빠른 속도로 공급되기 시작하고, 한국에서 스마트 폰이 출시되어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가 시간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도 출판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전자책 시대가 도래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

  • 중국 행보를 보는 핵심 관전포인트

    중국 행보를 보는 핵심 관전포인트 지면기사

    '중국인들이 오고 있다', Chinese are coming, 얼마 전 영국 BBC 방송을 보니 이런 주제를 놓고 대담 프로를 진행하고 있었다. 중국이 이제 전 세계인들의 관심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앞날에 대해 음양오행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현재 미국과 여타 서방세계는 은근히 중국을 한 번 자빠뜨려볼 생각을 하고있다. 이 정도에서 한 번 견제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렵겠다는 생각, 그거야 '현실 국제정치'에서 당연하다 하겠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그다지 나쁘지 않으리라. 하지만 만일 날카로운 잽이 멋지게 성공한다 해도 뻗어가는 중국의 기세를 근본적으로 봉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은 이미 과거 일본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의 사례를 지켜보면서 미국의 공세, 특히 경제공세에 대해 많은 연구와 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우선 중국이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을 전면 개방하지 않았다는 점만 봐도 중국이 얼마나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더하여 중국은 최근 들어 금리인상을 통해 경기를 조절하고 있고 덩달아 증시도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시장만 고가권에 있을 뿐 종합적으로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유지해가고 있다. 줄여 말하면 상대의 주먹을 막아내기 위해 '가드'를 철저하게 올리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의 운세로 볼때 중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져서 2018~2023년중 무술(戊戌)년부터 2023년 계묘(癸卯)년까지의 5년 동안 그 기세는 가히 전 세계를 진동하게 될 것이라 본다. 따라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금년과 내년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이 서구식 데모크라시를 시도하지 않는 한, 그리고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하지 않는 한 중국에 대한 견제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우리로서는 중국에 대한 미국과 서구의 견제가 먹혀도 골치 아프고 그렇지 않아도 길게 보면 좋을 것이 없다. 만일 중국에 대한 견제가 성공하면, 다시 말해 중국 경제를 한 번 크게 흔들어 놓는데 성공한다면 그 악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처지인 셈이고, 그냥 중국이 이대로 순항한다면 동아시아

  • 연꽃 위로 강 바람은 불고 있는데…

    연꽃 위로 강 바람은 불고 있는데… 지면기사

    학문과 인생의 대선배 부부와 저녁을 한 뒤 늦은 귀갓길. 지하철 유리벽의 시 한 편이 가슴에 와 꽂혔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중략)…/ 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미당 서정주의 시 '蓮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였다. 시의(詩意)의 깊이를 헤아리진 못했다. 그냥 좋아서 여러 대의 지하철을 지나친 채 한참을 서서 외웠다.미당의 시 '연꽃…'에 발길이 잡힌 것은 얼마 전, 남양주 예봉산과 운길산 하산 길에 들른 양평 세미원(洗美苑) 때문이었던 것 같다. 두물머리(양수리) 강가 정원은 연꽃의 화해(花海)였다. 아직 만개하기엔 이른 철이었지만, 빗속에 핀 연꽃은 멀리 물안개 자욱한 북한강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미당의 말년은 일제 말엽의 친일 행적으로 고달팠다. 작고할 때까지 30년을 살았던 서울 관악구의 봉산산방(蓬蒜山房)이 헐릴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다. 지자체의 도움으로 원형을 유지했지만 미당의 삶 자체가 화해와 통합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날 선배 부부와 저녁 자리에서는 지난달 초 돌아가신 김준엽 선생과의 인연이 화제에 올랐었다. 중국 대학들을 함께 둘러본 기억이었다. '중국 지도층 인사들이 얼마나 열렬히 환영하고 극진히 모시던지, 항일 투쟁에 대한 존경심같은 것이 느껴졌다'고 했다. 일본군 학병으로 끌려가 중경 임시정부로 탈출한 6천리 길의 신산했던 김준엽 선생의 여정은 자전적 독립운동사인 '장정(長征)'에 오롯이 남아있다. 항일과 민주화, 권력에 대한 선생의 초연함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뚝 서기에 족하다. 비교의 영역이 아니다.다만 우리는 여전히 산행과 저녁식사의 평범한 일상에서조차 항일·친일의 역사와 부딪치며 살고 있다. 광복이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시점에. 언제쯤 진솔한 반성과 사회적 재평가 작업이 마무리되어 '대화해의 시대'는 올 것인가.하기야 최근 KBS 수신료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백선엽 장군의 친일 전력이 도마에 올

  • 아빠와 딸의 소통

    아빠와 딸의 소통 지면기사

    [경인일보=]우리 시대의 최대의 문제가 소통 부재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경험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해법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국회의원과 국민 사이에 국민과 국민 사이에 그리고 경영자와 노동자 사이에 제대로 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파생되는 수많은 문제들이 한국의 사회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대학 강단에서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가장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학생들과의 소통이다. 이번 학기 담당 과목 중에 '시창작 기초'가 있었다. 이 시간의 대부분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쓰고 싶은 소재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시를 한 편씩 써보라는 과제를 주었다.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느라고 뒤에서 고생하는 부모님들을 생각해 보라는 뜻에서였다. 남학생은 어머니에게, 여학생은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로 써보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작품을 읽으면서 학생들이 부모와도 제대로 대화하지 않고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런 경험이 그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대학에 들어갔으니 무사히 졸업하고 취직 잘 하여 인생을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소망을 가슴 속에 지니고 가급적이면 자녀들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 부모들의 태도이고 학생들 또한 간섭 받기를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그런데 한 학생이 다음 시를 제출하였다. "-아빠랑한잔할래/무심한 일곱 글자/한참을 들여다본다//아빠는 매일 새벽 넥타이를 맨다/목숨을 바쳐 일하겠다고 말하는 듯/목넘김이 불편할 때까지 조여맨다/존재하는 그 어떤 짐승도/자기 목에 줄을 매진 않는다//아빠는 매일 새벽 집을 나선다/그 어떤 열기도 빼앗기지 않은 태양에/물소가 질주하듯 달려간다/목구덩이에는 더 이상의 여유가 없는데/아빠는 그것을 허겁지겁 삼킨다//아빠에게 차가운 보름달을 선물한다/이 달은 무거운 끈을 감싸고 /따가운 태양도 끌어안고/온통 다 녹아내린다//아빠와 나는 침묵 속에서/밤새 달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한 잔 두 잔 서로를 다독이는데/얼굴에서 뜨뜻하게 달빛이 묻어났다" (윤

  • 안마시술소가 예술공간으로 바뀌었다

    안마시술소가 예술공간으로 바뀌었다 지면기사

    [경인일보=]지난 주말 늦은 밤, 한 무리의 문화예술인들이 수원시 인계동에 있는 한 빌딩에 모여 파티를 하였다. 빌딩 4, 5층과 옥상에 '인계 마켓'이라 이름 붙인 예술인들의 작업실과 공방에서 예술로 재생된 별별 것들을 파는 시장이 열린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인계 마켓'의 공간 구조가 특이하였다. 중앙에 홀이 있고, 사방으로 작은 방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으며, 지금은 작가들이 작업 공간으로 리모델링하였기에 그 흔적만 남아 있지만 이전에는 방마다 욕조와 침대가 있었다 한다. 공간 구조가 수상쩍어 물어보니 안마시술소였다고 한다. 안마시술소가 문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혐오 시설이 문화공간으로 전환한 사례는 많다. 오스트리아 빈의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은 쓰레기 소각장 기능을 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여 많은 이들이 찾는 문화관광시설이 되었다. 서울의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은 서울시와 시민단체가 합심하여 하늘 공원이라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 그 예이다. 이곳에는 평화, 하늘 등의 테마를 가진 공원과 야외공연장 등이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퇴폐 업소가 문화공간으로 바뀐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2006년 가나아트 센터가 경기도 장흥에 있는 러브호텔을 구입해서 미술인들의 창작스튜디오로 리모델링하여 작가들을 입주시켜 창작 활동을 도운 사례가 있다. 2009년에는 해태제과가 이곳의 러브호텔을 구입하여 새로운 아트 밸리로 조성하였다. '인계 마켓'은 작가들이 창작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한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장, 제작한 작품은 물론, 대중의 주문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미술시장도 겸하면서 교육도 한다. 입주 작가들의 면면도 다양하며 에너지도 넘친다. 겹벌이로 목수일을 병행하고 있다는 작가는 버려진 폐가구를 모아 마켓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고 있었고, 또 다른 작가는 헌 옷과 버려진 현수막을 이용해서 재활용 의상, 가방을 제작하고 있었다. 유리를 즐겨 다루는 작가는 빈 병이나 깨진 유리를 재료로 사용하여 조명 작품을 만들어 팔기 위해 전시하고 있다. 바리스타이기도

  • 미래의 대한민국을 생각해 보면

    미래의 대한민국을 생각해 보면 지면기사

    [경인일보=]이웃과 잘 지내라는 말이 있다. 가까이 살다보면 작은 시비도 생겨나게 마련이고, 때로는 얼굴을 붉히며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리고 크게 보면 이웃과 잘 지내는 것이 당연히 좋은 일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이 자명하고도 간단한 이치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까닭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먼 장래의 대한민국을 생각해 볼 때마다 한 가지 걱정되는 일이 있다. 우리는 현재 우리의 이웃인 일본, 중국 그리고 약간 멀긴 하지만 러시아와 잘 지내고 있는가 하고 자문해보면 그게 좀 그렇다. 일본? 1900년대 초반 우리나라를 강점했던 나라이기에 여전히 감정이 깔끔하지가 않다. 우리는 아직 일본 대중가요를 공중파에서 들을 수 없는 사회로 남아있다. 그러면서도 한류가 일본에서 인기를 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은근히 좋아한다. 중국? 역사상으로 늘 우리가 침략을 받았거나 또는 큰 나라로서 작은 우리가 섬겼으니 이른바 사대(事大)의 대상이었다. 그런 일로 해서 공식석상이 아니면 즉각 '쪽발이' 또는 '되놈'이란 말이 먼저 나오는 우리들이다. 독도 문제 그리고 동북아 공정 같은 문제가 나올 때마다 늘 흥분하곤 하는 우리들이다. 비교적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지만, 속내는 그렇지가 않다. 이런 식으로 겉으로만 잘 지내는 것은 사실 잘 지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지금이야 세계를 미국이 다스리고 질서를 잡고 있으니 별 탈이 없다 하겠지만, 언제까지 그럴 일도 아닌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훗날 미국이 아시아에서 물러가는 날,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과 경쟁 적대 관계로 들어간다면 그건 우리 민족과 나라의 존립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것이라 본다. 그러니 그때 가서 중국에 대해 또 다시 벌벌 기면서 사대하기도 사실 진짜 창피한 노릇일 것이다. 14 억 인구에 대해 남북한 합쳐 1억 인구는 이른바 쪽수에서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일본과 갑자기 친해지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우리가 광대한 영토를 개척한 광개토대왕을 존경하긴 하지

  •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 이후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 이후 지면기사

    [경인일보=]'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교수가 쓴 대학생들의 일상과 고민을 담은 책이다. 김 교수의 진성성과 온기어린 시선이 아이들에게 친절한 안내자로 바싹 다가서고 있는 것 같다.스펙 쌓기와 경쟁에 찌들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서슴거리지 않는 이 시대에 위안이 되기 때문이리라. '성공을 서두르지마라' '글은 힘이 세다' '신문을 읽어라'…. 강단에 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토해냈을 법한 내용들로 그득하다.그리 보면 우리는 해답을 알고 있다. 대학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를 경험칙 상으로 꿰뚫고 있다. 방학이면 만사를 제치고 여행을 떠나는 결기가 먼 훗날 삶을 융숭하게 만드는 자산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인문학적인 사고력과 통찰력이 인생의 긴 승부에서 유리하다는 진실도 체험을 통해 느끼고 있다. 마찬가지로 '소년 급제'가 누대(累代)에 걸쳐 내려온,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것쯤은 숙지하고 있다. 김 교수가 오늘에 맞게 정리했을 뿐이다. 영어와 상식, 여기에다 논문을 더하면 전공과 학점에 상관없이 어느 직장이나 공채에 응시할 수 있는 시절이 있었다. 1등부터 점수 순으로 합격자를 끊고, 면접을 거쳐 정식 직원이 되었던 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필기시험 성적순이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인식됐다. 그때 '스펙 쌓기 시대'가 올 것인지 누가 예측이나 했었는가.그 스펙 광풍이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지 벌써 오래다. 어학 연수를 위한 휴학이나 학점 관리를 위해 목을 매는 것은 더이상 얘깃거리가 아니다. 성적을 산정할 때가 되면 교수나 학생이나 똑같이 긴장 상태가 된다. 출석 점수라도 하나 잘못 계산하면 곧바로 항의가 들어오고, 순위가 뒤바뀌면 난감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어느새 이 스펙의 위력도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인턴 시절에 쌓은 경험과 성과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신입사원을 채용한 대기업 임원의 전언이니, 변하는 흐름을 엿볼 수 있겠다. 급변하는 국제경제의 규모나 기업환경을 언제까지 스펙으로 감당하긴 어려울 것이다. 필기시험이 종언을 고하듯 스펙도 역사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 스승 없는 스승의 날

    스승 없는 스승의 날 지면기사

    [경인일보=]날이 갈수록 '스승의 날'이라는 말이 허전하게 들린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존경심은 어디로 가버리고 학생들에게 매 맞는 선생들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인으로서 교사 지망생은 급격히 늘어가고 있다. 이상한 기현상이다. 존경받지 못하는 직종에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린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은 스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안정된 직장을 구하는 직업인들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학교 교육은 사라져버렸다. 교실에서 졸고 있는 학생들은 물론 그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교사들 그리고 수업이 파하면 학원가로 몰리는 학생들은 분명히 정상적인 교육이 실종된 상황을 말해 준다. 교육의 성과가 오직 대학입학을 위해 평가되는 상황에서 누구도 적극적으로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일에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은 학부모들의 열성적인 자기희생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의 엄격성이 사라진 자리에 진정한 스승은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사회에서 촌지가 사라지더니 이제는 체벌 금지가 일거에 실시되어 학교 현장은 통제력을 상실한 채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민주화의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잘못을 훈도하는 적절한 대책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교실은 거의 무질서에 가까워졌다는 말이 들려오고 교사들은 자포자기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오로지 생존을 위한 점수 경쟁만이 있고 스승을 존경하거나 친구와의 우정을 존중한다는 인간적인 유대감은 어디서도 찾기 힘든 것이 우리의 학교 현장이다. 존경하는 스승이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존경하는 스승이 없는 곳에서는 사랑받는 제자도 있을 리 없다. 컴퓨터 게임 속으로 들어간 아이들 그리고 직업인으로 전락한 교사들 어디서도 사랑과 존경이 감도는 곳이 없다. 진정한 교육은 지식 교육이나 기술교육에 우선한다. 인간과 인간의 소통과 교감 속에서 삶의 지혜를 함께 하는 것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참 뜻이 생성된다. 한국 사회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진정한 열정을 지닌 교사들이 도처에서 자라나는 세대

  • 중소기업 문제를 문화경영으로 해결하기

    중소기업 문제를 문화경영으로 해결하기 지면기사

    [경인일보=]'트로이 목마' 이야기로 우리에게 알려진 트로이전쟁은 고대 그리스 시대 대표적인 전쟁의 하나이다. 트로이 유적을 찾은 관광객 중 2004년에 개봉된 영화 '트로이'에 나오는 웅장한 성곽을 기억하는 이들은 트로이 성곽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데 실망한다. 2007년 트로이 유적을 탐방한 필자도 그 중 한 명이다. 실망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입구 쪽 안내판에 로고 하나가 눈에 띄었다. 유적 안내판 하단에 그려진 한국 기업 로고이다. 기업들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문화 경영을 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이 터키에까지 그들의 이미지를 심고 있었다. 유적에 실망한 한국관광객들에게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기업의 여러 홍보프로그램 중 그 효과가 가장 높다고 하는데 같이 간 관광객들의 반응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이 문화 경영을 시작한 것은 오래되었다.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제품을 선택할 때 품질보다는 품격을 보고 선택한다. 품질은 단순히 제품의 성능만을 나타내 주지만, 품격은 품질에 문화적 감수성이 덧씌워져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기업의 이미지에 문화를 입히기 위한 문화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경영은 활용 측면에서 크게 세 가지 전략이 있다. 예술가들을 지원하거나 앞의 트로이 유적 사례와 같은 사회 공헌 전략, 예술 작품을 상품 디자인이나 광고에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 조직 관리에 문화를 도입하는 경영 전략 등이다. 한국에서 마케팅 전략과 사회적 공헌 프로그램은 다수 도입하고 있으나, 경영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매우 드물다. 문화 경영 전략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직원에게 포상으로 책과 예술 공연 관람권을 지급하는 것, 직원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것, 직원 및 가족을 문화예술행사에 초대하는 것, 문화예술 도서 위주의 도서 공간을 마련하는 것, 문화예술가들을 초청하여 교육을 실시하는 것, 거래처 및 고객을 문화예술행사에 초대하는 것, 사내 혹은 사외에 미술품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