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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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나를 알아가는 시간 지면기사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어느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하지만 이 때문에 사람들간의 마찰이 빚어진다.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함께 일을 하다 실패한 경우 나의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하지만 자신의 잘못인 경우도 있지만 이를 인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속으로 자신이 잘못을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함께 일한 그 누군가가 조금만 더해줬으면 그리고 그 사람은 나를 알기 때문에 또는 그 일을 잘 알기 때문에 결코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얼마전 인터넷에서 소소한 감동을 주는 한편의 글을 봤다. '세이유(Seuil)'라는 내용의 글이었다.세이유란 프랑스어로 경계·문턱이라는 뜻으로 도보여행을 통한 청소년 교화 프로그램으로 2000년부터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세이유 프로그램은 소년원에 수감 중인 15~18세 청소년들이 언어가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에서 3개월동안 하루 25㎞ 이상 총 2천㎞를 걸으면서 석방을 허가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다시 나쁜길로 빠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국내에서도 이 프로그램에 영감을 받아 러시아에서 스페인까지 무려 4천17㎞를 걷고 그 여정에 대한 소감을 책으로 낸 작가도 있다. 그는 '사람들 사이 어딘가의 내 위치를 알아내는 게 아니라 나의 호흡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자신의 불안감을 해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이 찾은 문턱의 해답이라고 했다.우리는 저마다 인생의 여정에서 몇 번의 힘든 여정을 맞이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 여정을 경험하면서 괴로워하고 자신의 한계를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혼자만의 일이 아닌 경우 남의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 자신을 조금더 알고 믿는다면 실패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 모든 사람들이 세이유를 경험할 수 없지만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한계라는 것은 극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의 잘못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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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내항 1·8부두 재개발과 주상복합 지면기사
인천에는 항만이 있다. 위치나 조성 시기를 고려해 내항, 남항, 북항, 신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중 가장 오래된 곳이 내항이다. 내항은 수도권 관문 항만의 구실을 충실히 해오다가 외항 시대가 열리면서 남항·북항·신항에 그 소임을 내주고 있다. 내항은 8개 부두로 돼 있는데, 1부두와 8부두 2곳이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오랜 기간 지켜온 자리를 후배들(외항)에게 물려주고 퇴임하는 셈이다.1·8부두는 무역항과 산업항 구실을 다하는 동안 주변으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았다. 화물 하역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소음·악취·교통난 때문이다. 그간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떠나는 게 서운할 듯싶다. 하지만 이미 항만 기능을 상실한 데다, 부두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분진·소음 등의 피해를 겪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어쨌든 수명이 다한 1·8부두는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그렇다면, 내항 1·8부두에 어떤 시설을 조성할 것인가. 이점이 우리의 고민이다. 초기에 검토됐던 문화·집회시설과 공원을 비롯해 다양한 시설이 얘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상복합을 짓자는 목소리도 나온다.1·8부두는 항만시설에 막혀 있던 바다를 시민 품으로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재개발돼야 한다. 주상복합 등 주거·상업시설 중심의 재개발은 이르다. 주상복합 건립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속담처럼 나머지 2~7부두의 수명을 단축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가뜩이나 항만 관련 민원이 많은 상황에서, 내항 안에 주상복합을 지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주상복합을 지을 곳이 그렇게 없단 말인가.1·8부두 인근에 우뚝 서 있는 15층짜리 호텔은 내항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8부두 내 주상복합은 내항 풍경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될 것이다. 주상복합이 내항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그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 내항 풍경을 독점하는 건 더더욱 반대다. 1·8부두에 주상복합을 짓는 일보다는, 항만 인근에 있는 아파트 단지를 송도 등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게 우선돼야 한다. 주상복합은 내항 전체의 수명이 다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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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주민을 위한 행정은 유통기한이 없다 지면기사
요 며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을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불볕더위도 이제는 한풀 꺾였구나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지난여름부터 군포에서는 가마솥더위 만큼이나 시가 추진하는 일부 사업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여전히 들끓고 있다.먼저 지난 5월 초 당동초교 인근에 위치한 축산물품질평가원 부지에 고층아파트 건설사업이 최종 승인되면서 바로 인접한 아파트 주민들이 건설 반대에 나섰다.특히 신축될 아파트가 당동초에서 불과 10여m 떨어져 있어 먼지와 소음, 공사 차량으로 인한 통학로 안전사고는 물론 학습권 침해, 과밀학급 등의 문제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대대적인 반대에 부딪혔다.학부모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시가 건설을 승인했는데 시장을 비롯해 시청 공무원들은 정작 주민들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군포시는 또 대규모 택지개발에 따른 인구 증가 등의 이유로 행정동을 신설하고 기존 동 체제를 일부 개편하는 행정구역 조정계획을 내놓으면서 또다시 해당 지역 주민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신설되는 행정동의 주민센터를 어디에 지어야 하는가를 두고 주민갈등으로 번졌다. 하지만 이 문제를 두고 대다수 주민들은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미흡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와 함께 최근 송정지구 내 사회인 야구장을 건립키로 한 데 대해 내년 입주를 앞둔 입주예정자들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며 적극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서면서 시와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주민들은 야구장 시설 건립에 대해 시의 설명은 없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이처럼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군포 지역은 뜨거운 이슈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다. 주민들의 잇단 항의에 시청 공무원들은 말 그대로 '화끈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시장을 비롯해 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단체장 임기는 정해져 있다고 해도 주민들을 위한 공무원들의 행정서비스는 유통기한 없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각종 불만이 팽배하고 갈등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과연 주민들을 위한 행정, 주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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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 출범 20주년과 그 과제 지면기사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한반도 지뢰문제는 국제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대두됐었다.'대인지뢰금지협약' 초안이 통과된 지난 1997년 9월 노르웨이 오슬로 회의에서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의 대인지뢰 제거 문제가 쟁점화됐다. 당시 미국은 "남북한이 대치 상황인 한반도의 지뢰 사용은 예외로 인정해야 할 것"을 주장하다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에서 탈퇴했고, 쟁점의 당사자인 한국 정부는 스스로 논의과정에서 배제됐다.이 같은 어처구니없던 상황을 지켜보던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 등 21개 시민단체는 같은 해 11월 8일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를 공식 출범시켰다. KCBL은 "우리 정부가 한반도 대인지뢰 문제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국제사회와 연대, ICBL 집행위원회로부터 "한반도 대인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국제 민간단체가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결의를 이끌어냈다. 그 이후로 지뢰제거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지난 2015년 지뢰피해자지원법을 통과시키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DMZ는 물론 남한 내의 지뢰제거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한반도 평화정착은 DMZ의 지뢰 제거 여부와 직결된다. 남북 당사자 간 DMZ 지뢰제거 합의·실천이 없이는 한반도 평화는 사실상 오지 않는다. DMZ내 평화생태공원이나 희귀한 자연생태계 보전 등은 겉으론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사실상 지뢰제거가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지뢰가 연쇄 폭발하게 되면 DMZ내 인명뿐만 아니라 희귀 동·식물들은 화염에 싸여 한순간에 사라질 수밖에 없다.지뢰제거 없이는 DMZ의 평화적 활용은, 더 나아가 남북간 교류는 제한적이거나 허망한 슬로건으로 끝날 게 뻔하다.KCBL이 공식 출범한 지 올해로 20년이 되는 해다. 한반도 지뢰제거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켜야 한다. 또다시 시민사회의 연대와 촛불을 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DMZ내 지뢰제거와 함께 남한산성과 우면산 등 일상의 공간에서 우리들의 삶을 위협하는 지뢰제거에 나서야 한다. 미얀마 등 지뢰로 고통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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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장밋빛 청사진인가? 빛바랜 흑백사진인가?' 지면기사
최근 안양지역의 최대 화제 거리 중 하나가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민간 법인 지정 취소다. 현재 도매시장에는 안양원예농협, 안양청과(주), 대샵청과(주) 등 청과부류 3개 법인과 수산 부류에 안양평촌수산(주) 등 총 4개 법인이 존재한다.이 중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법인들은 대샵청과(주)와 안양청과(주)로, 시는 도매시장 침체 원인으로 이들 법인 2곳을 지목한 상태이다.시는 이들 법인들이 소속 중도매인들에게 제때 물건을 대주지 않거나 농산물 출하대금 등을 미지급하는 등 법인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문제가 된 각 법인들을 불러 법인 회생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이에 법인들은 농산물 출하대금 미지급금 해결을 위한 운영자금 확보와 함께 기존 경영진을 전면 교체 하는 경영 정상화 노력을 기울였다.하지만 시는 이들 법인들의 노력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급기야 문제가 된 법인 중 한 곳인 대샵에 대해 지난 7월 법인 지정 취소란 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나머지 법인인 안양청과는 오는 11월 법인 지정 취소 및 유지가 결정 난다.대샵 법인 지정 취소 발표 당시 시 관계자는 "더 이상 농산물 출하자의 피해를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그러자 일부 시의원들은 즉각 환영의 입장을 밝히며 시의 이 같은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이문수 시의원은 "지금에서라도 도매시장 침체 원인으로 지목된 법인들에 대해 시가 강경한 입장을 취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며 "이 기회를 통해 그동안 침체된 도매시장의 재 도약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하지만 장밋빛 청사진이 예고되던 도매시장에 갑자기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시가 예상치 못한 중도매인 및 상인들이 시를 향해 불만의 목소리를 터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문제가 된 법인을 정리하고 신규 법인을 뽑아 소속 중도매인들의 자리(?)를 이동시킨다면 중도매인들의 피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한 연장선 개념으로 시는 우선 법인 지정이 취소된 대샵의 중도매인들을 안양원예농협으로 흡수 하는 방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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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상처가 됐다면… 지면기사
"상처가 됐다면 ... 죄송합니다."공관병 갑질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박찬주 대장 부인이 최근 군 검찰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한 말이다. 그는 '아들 같이 생각하고 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찬주 대장 부인이 어떤 마음으로 공관병을 수족 부리듯 했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다만 박찬주 대장 부인 발언 중 "상처가 됐다면…"이라는 말이 걸렸다.누군가에게 사과할 때 종종 쓰이는 '했다면'이라는 말 앞에는 '어쨌든'이란 부사가 생략돼 있는 경우가 많다. 어찌하였든, 사과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본래 내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상대에게 알려주려는 시도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아무튼, 논란이 되니, 일단 사과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기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합니다", "불편하게 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정치, 경제, 사회, 연예 부문 뉴스에서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런 발언의 당사자가 우리의 가족, 친구, 직장 동료가 될 수 있다. 본인의 말과 행동에 기분 나빠하는 상대방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조건부 사과', '가정법 사과'는 우리 일상에 퍼져 있다.결국 인권 감수성이 문제인 것 같다. 시민 누구나 누리는 게 마땅한 '기본적 권리'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것이다. 내 말과 행동이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되짚어보는 사회적 덕목이 결여된 행위가 '공관병 갑질'을 유발했다고 본다. 군 내부의 그릇된 상명하복 문화로 치부하기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옛날엔 다 그랬다'고 치부할 게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는 인권 감수성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을 탓해야 한다.수족(手足)은 형제, 자녀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박찬주 대장 부인이 자신의 수족을 '수족 부리듯' 대우했을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전자 팔찌를 채울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박 대장 부인의 조건부 사과가 내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번 사안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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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오뚜기 지면기사
중견기업 '오뚜기'가 화제다. '착한 기업'의 본보기로 평가받고 있다. 심지어 '갓(God)뚜기'라는 칭송까지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오뚜기 함영준 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매우 이례적이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한 기업인 간담회라서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물론 오뚜기가 완전한 무결점 기업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오뚜기 창업자(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심장병 어린이 후원, 경영 승계 과정의 정직한 세금 납부, 정규직 채용 노력 등 여러 가지 선행은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을 멋쩍게 할 만했다.기자는 요즘 경인지역 창업자를 소개하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다. 톡톡 튀는 사업 아이템으로 무장한 대학생 청년에서부터 평생직장이라 여겼던 회사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쫓겨나온 동료들과 함께 제2의 삶을 설계한 중년에 이르기까지 사연도 참 다양하다. 그동안 만난 창업자들은 대부분 '착한 기업'을 꿈꾸고 있었다. 대학 학자금 대출, 취업난, 사기, 명예퇴직, 부도…. 적어도 한 번쯤은 인생의 쓴맛을 본 이들이기에 언젠가는 성공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그 누군가에게 힘이 돼 주리라는 다짐이었다.창업자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할 때면 내심 뿌듯해진다. 비록 넉넉지는 않아도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으며 성공을 꿈꾸는 이들 아닌가. 가장 최근에 만난 한 청년은 지역아동센터에서의 봉사활동이 자신을 창업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았어요. 독서 지도 수업을 하던 중 집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초등학교 3학년 한 아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월세'라고 답하더군요. 가난했던 제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해서 가슴이 아팠어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죠. 돈을 벌어 복지사업을 해야겠다는…."창업자들은 한결같이 "한번 쓰러지면 재기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오뚝이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강한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그리고 중견기업 오뚜기처럼 수많은 '착한 기업'들이 태어나기를 기대해본다./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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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제 논의 물 대기 행정 지면기사
남양주시 조안면사무소가 주민숙원사업을 이유로 개발제한구역 내 농로 300여m를 혈세 2천500만원까지 들여 콘크리트로 포장을 했다. 그러나 포장된 구간 중 250여m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아 포장(형질변경)을 해야 하는 곳이다.체육시설 출입 및 농로 신규 개설 등 주민숙원사업 명목으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을 집행하는 지자체가 오히려 법을 위반한 셈이다. 조안면사무소는 철거비 2천700만원을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해 원상 복구한다고 밝혔지만,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시민들이 개발제한구역을 훼손했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하는 것과 비교하면 조남면사무소와 와부읍의 행정은 안일하다는 것 이외에는 표현하기 어렵다.뿐만 아니라 와부읍사무소는 얼마 전 콘크리트 포장도로 바로 옆에 주택 건축허가를 내줬다. 불법 포장된 도로이더라도 현황도로이고 이미 건축허가가 난 전례가 있기 때문에 건축허가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와부읍사무소의 설명이다.하지만 취재결과 해당 도로는 2~3년 전 포장도로 초입에 이미 건축물이 들어서 현황 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더구나 주변 주택이나 과수원 등도 없어 현황 도로로 볼 여지마저 없어졌다.주택 건축허가로 인해 불법 포장도로 인근 주민들간 법적 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와부읍은 건축허가에 문제가 없기에 당사자 간의 문제라고 손을 놓고 있다. 원인제공자로 볼 수 있는 와부읍의 현황도로 주장은 자칫 '제 논에 물 대기'라는 논란을 충분히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한번 잘못된 행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불법을 양산하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당연히 행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한번 떨어진 신뢰도는 회복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명심하기를 바란다./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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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타계 20주기 위대한 피아니스트 '리흐테르'를 떠올리다 지면기사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지난 6월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 베이스퍼포먼스 홀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1위인 금메달리스트로 선정됐다. 피아노로 한정했을 때 2015년 부조니 콩쿠르 문지영, 2016년 쇼팽 콩쿠르 조성진에 이어 3년 연속 한국 피아니스트가 거둔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 우승이다.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냉전 시절이던 1958년 소련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념하는 대회다. 55년의 역사를 지닌 이 대회에서 한국인의 우승은 선우예권이 처음이다. 부조니와 쇼팽 콩쿠르의 한국인 첫 우승자도 각각 문지영, 조성진이었다.우리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활약을 보면서 8월 1일로 타계 20주기를 맞는 러시아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Sviatoslav Richter·1915~1997)를 떠올린다. 20세기 피아니스트 중 최고의 위치에 있는 리흐테르는 3년 전 가난한 천재 피아니스트를 다룬 국내 드라마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드라마 중에 나오는 책 '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수첩'(브뤼노 몽생종 편저/이세욱 옮김)도 유명세를 탔다.필자는 2005년 국내 번역판이 출간되자마자 이 책을 구입했다. 책은 리흐테르가 세상을 떠나기 전,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몽생종에게 어린 시절 자신의 스승인 네이가우스와의 만남에서 부터 이후 음악가들과 교류에 대해 말한 1부, 1970년부터 연주 활동을 마칠 때까지 25년 넘게 쓴 일기로 구성된 2부 등 1천여쪽으로 구성됐다. 특히 일기에는 자신의 연주회와 함께 타 음악가의 연주회에서 느낀 생각이 담겼다. 거장 피아니스트의 예술관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이다."내가 연주하는 것은 청중을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연주한다. 내가 내 연주에 만족하면, 청중 역시 만족한다. 연주를 하는 동안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하든 그건 작품과 관련된 것이지 청중이나 성공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또한 내가 청중과 관계를 맺고 있다면 그 관계는 작품을 통해서 맺어진 것이다."('리흐테르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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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그곳에 살고 싶다 지면기사
1995년 1월. 일본에서 쥐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개와 고양이가 이유없이 소란을 피웠다. 또 까마귀가 크게 울어 대는 등 동물들의 이상행동이 계속됐다. 이후 며칠이 지나고 고베 대지진이 발생했다.2005년 스리랑카에서도 지진해일이 발생했다. 엄청난 해일이 밀려와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야생 동물원에 있던 동물들은 단 한마리도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해일 발생전 동물들이 모두 공원내 높은 지역으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이같은 현상을 두고 학자들은 동물들이 지진이나 해일 등 천재지변을 감지하는 특별한 감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진 발생 전 지하수의 수위와 지형이 변하는 등의 전조현상이 일어나는데 사람은 느끼지 못하고, 동물들은 특별한 감각을 이용해 감지한다는 것이다. 또 일부 과학자들은 지진 발생전 전자파가 발생하는데 동물들은 알아챌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이와는 반대로 최근 의왕 왕송호수에는 겨울철새인 저어새가 여름임에도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고 있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겨울 왕송호수를 찾아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저어새는 최근까지 떠나지 않고 1~2개체가 계속 관찰되고 있다. 멸종위기 1급 생물인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3천300여마리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서도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서해의 청정지역 갯벌과 인적이 드문 무인도 등 깨끗한 곳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왕송호수에서, 그것도 여름까지 떠나지 않고 관찰되는 것은 호수의 수질과 생태환경이 매우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수 있다. 이러한 생태환경의 변화는 계절이 바뀌면 떠나야 하는 철새의 특성까지 바꾸며 저어새를 머물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왕송호수의 저어새를 보면 사람들이 천재지변을 동물들처럼 미리 알아챌수는 없지만, 생태환경을 보전하고 복구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한 성과는 분명 있는 듯하다. 왕송호수를 떠나지 않는 저어새를 보며 의왕시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수질개선 등 환경보호에 대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