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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AI를 품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 지면기사
교육·일상생활 편리하게 이용 역량키우고인간의 탁월한 소양 개발 충분히 포용해야따뜻한 품성·지배되지 않고 효율적 활용땐개인주의 아닌 '사람냄새' 가득한 세상 누려설 명절 휴가기간 동안 SNS에서 따뜻한 에피소드를 접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길 한복판에 폐지가 가득한 리어카를 힘겹게 끄는 노인 옆에서 우산을 씌워드리고 함께 가는 어느 여성의 모습이었다. 목적지까지 비를 맞으며 모시고 간 후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아 저녁을 드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상실감에 젖어있는 추운 계절에 마음의 온도를 올리기에 충분했다. 나날이 눈부시게 기술이 발전하고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과 반비례로 인간관계는 단절되고 따뜻한 마음을 잃어가는 요즘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올해 최고의 화두는 '생각하는 AI'인 '생성형 AI'의 출현이다.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 생활에 상당히 밀착하여 다가오는 느낌이다. 삼성전자에서 가장 최근에 출시된 스마트폰에 탑재된 AI는 13개 국의 언어를 실시간으로 통·번역할 수 있게 개발되었고, 실제 사용해보니 일상대화는 물론 어려운 말도 대략 뜻이 통하는 수준으로 번역이 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외국어를 배우기 위하여 고생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최근 AI의 발전 속도는 눈부실 정도이다. 2021년 미국의 전 외무장관 키신저(Kissinger), 구글의 전 CEO 슈밋(Schmidt), MIT 학장 허튼로커(Huttenlocher)가 공저를 한 'AI 이후의 세계'라는 책에서 AI가 인간의 생활 전반에 있어서 대단한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였다. 2년이 지난 2023년 키신저 등 3명의 공저자들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Chat GPT가 지적혁명(Intellectual Revolution)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뉴욕타임스는 직업세계에서 AI가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학졸업자의 75%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그만큼의 직업군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였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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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헤어질 결심 지면기사
'이혼 통보' 받은 제나라 재상 안영의 마부부인의 말에 겸손함 되찾고 개과천선 이뤄권력자 주변서 이권 챙기는 배우자 부정에'마부 아내' 같은 용기있는 충고, 지금 필요"여보! 우리 이혼합시다!" 마부의 아내는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헤어질 결심을 통보했다. 마부는 갑작스런 부인의 이혼통보에 당황했다. 제(齊)나라 재상인 안영(晏영)의 마차를 모는 직업은 비록 신분이 낮은 일이기는 하나 제나라의 강력한 실세 안영을 모시는 일이기에 사람들은 알아서 자신에게 잘 보이려 했다.마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혼을 통보받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이혼 사유를 찾을 수 없었던 마부는 아내에게 왜 헤어지려 하는지 물었다. "당신은 재상을 모시는 마부입니다. 그런데 오늘 시장에서 본 당신의 모습은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제나라 실세인 안영은 겸손하게 마차를 타고 있는데, 당신은 권력의 실세인양 의기양양(意氣揚揚)하게 마차를 몰고 있으니 당신의 부인으로서 창피했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머리를 조아린 게 아니라 마차에 타고 있는 권력자에게 한 것인데, 주제도 모르고 권력의 주변에서 함께 누리려 하니 그것이 제가 당신과 헤어질 결심을 한 이유입니다."사마천 '사기' 안영과 마부의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권력의 주변에는 늘 주변 실세가 있다. 권력자는 이미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조심하고 경계한다. 그러나 권력의 주변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자신의 이권을 챙기는 사람이 많다. 권력자의 배우자, 친척, 비서실 직원, 수행 기사 그리고 그들의 측근들은 모(母)권력의 주변에서 자(子)권력을 즐기는 사람들이다.이권을 가진 사람들은 늘 자(子)권력 주변에 모여든다. 명품과 뇌물로 유혹하기도 하고, 아부와 아첨으로 달래기도 한다. 잠깐 잘못하면 무심코 받은 뇌물과 청탁 수락에 모(母)권력이 흔들리고 무너지기도 한다.권력이 무너지는 것은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내부 기생권력에서 시작된다는 예는 역사 속에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환관과 외척들, 십상시와 측근들, 권력에 기대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주변 실세들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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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자기 혁명을 한다는 것 지면기사
전직 기자 자전 에세이 '…경비원입니다'형의 죽음후 내면 관조 상실·치유 이야기연봉 높아도 보람 없다면 인생 헛된 소비관습 껍질 깨고 온몸으로 성큼 나아가라사는 게 답답하고 제 운명이 마치 갑옷을 두른 것처럼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족 부양의 의무를 짊어진 가장이라는 짐을 싣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낙타 같다는 상상을 하면서 어디론가 숨고 싶은 유혹에 빠졌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곤 했다. 낯선 고장을 여행하고 돌아오면 꽉 막혔던 숨통이 트이고 울렁이던 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마음의 공허는 메꿔지지 않았다. 세월이 흐른 뒤, 나는 뒤늦게 더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었음을 깨닫는다.전직 '뉴요커' 기자이던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심장을 두드리는 책이다. 제 결혼식이 열리기로 한 날, 형의 장례식이 치러지는데, 그날이 그의 운명의 변곡점이었다. 형을 잃고 내면의 질서가 무너지는 경험을 한 뒤 그 지점에서 더 앞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촉망받는 기자는 엉뚱하게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란 직장을 구해 이직한다. 미술관 한 모퉁이에 하루 종일 서서 하는 일이란 가장 단순한 일을 수행하는 직업이다. 미술관 경비원이란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에게 새로운 일터는 심리 치유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그곳은 속세와 단절된 고요한 피안이었던 곳이었다.사람들은 어떤 계기에 삶의 방식을 바꾸곤 한다. 새 직업을 찾는 시도는 가치의 위계와 자기 시간을 쓰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시도다. 기업가나 정치가도 변화와 혁신을 외친다. 한 기업 총수가 한 "자식과 마누라를 빼고는 다 바꿔라!"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이것은 살아남기 위해 기업의 혁신이 얼마나 절실했던가를 환기시키는 발언이었다. 무언가를 바꾸는 일은 미래를 담보하는 위험한 투기일 테다.자기에게 충실한 삶을 산다는 것, 그건 자기다움을 유지하며 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다움이 아닌 것의 속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뭔가에서 벗어나는 것의 최종심급은 혁명이다. 김수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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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윤석열 정치'의 한계와 V2 지면기사
'김건희 리스크' 안고 수도권 승리 불가능총선승리 없는 한동훈의 정치적 미래 없다'韓 사퇴요구' 대통령이 자초한 리더십 위기잘못은 고칠 수 있지만 한계 극복은 어려워약속대련일까? 아니면 실전일까? 이번 주를 뜨겁게 장식하고 있는 '윤석열 vs 한동훈' 맞짱을 바라보는 양론이다. 약속대련이든 실전이든 둘의 근거는 유사하다. 한쪽은 이관섭 비서실장이 '등장'해서고 다른 한쪽은 그가 '지목'되어서다. 등장이든 지목이든 이 실장은 '(대통령의 비대위원장) 사퇴요구'를 전달한 사람이다.약속대련의 이유는 간단하다. 한동훈 밀어주기 이벤트를 통한 총선 승리다. 총선 패배는 윤 대통령에게는 식물정부이고, 한 위원장에게는 강제퇴출이다. 둘의 공동목표는 '대선승리의 선거연합' 복원을 통해 가능하고, 특히 수도권 선전(최소 37석+)은 필수적이다. 수도권 승부는 원내 과반의석 확보는 물론 민주당과의 원내 1당 경쟁이 가능한 출발점이다. 다수설은 '실전론'이다. 용산의 누적된 불만의 폭발이라는 해석이다. 그들의 공식적 설명은 원칙적이다.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면 특혜처럼 보이지 않도록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지역 등을 선정해야 한다"며 "법무부 장관도 지냈으니 시스템 공천을 할 거라는 기대감이 컸는데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간다" 그리고 "김 여사는 불법적인 몰카 공작의 피해자"라는 것이다.사람들은 공감하지 않는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이라는 언급이 '김건희 리스크'를 제기한 김경율 비대위원이 주요타격방향이라는 것을 가리지 못한다. 문제의 핵심은 '디올백 사과와 책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대통령실의 "한 위원장 거취문제는 간여할 일이 아니다"라는 언급도 공허하다. 대통령의 비대위원장 사퇴요구는 '대통령이 여당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정치적 중립위배 문제에 따라 정치(당무)개입 또는 직권남용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은 '자신이 누구의 부하도 아니지만 모두가 자신의 부하'인 '윤석열 당(黨)'을 원하지만 '김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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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아름다운 산책 지면기사
강물 검은돌들 위에 고요하게 덮인 하얀 눈올해 첫 글 아름다운 세상에 마음을 다쓰자빨래 정돈후 손 툭툭 내게 쳐준 박수 같았다아무일 없는듯한 조용한 마을, 아침이 좋다눈이 와 있다. 강물 위로 나온 검은 돌들 위에 눈이 소복하다. 하얀 눈이 마을을 고요하게 덮고 있다. 조심조심 강을 건넜다. 마을을 걸어 나온 내 발자국을 뒤돌아 바라보고 서 있다가 강물을 따라 걸었다. 눈은 가만가만 온다.이 글을 쓰는 지금 따뜻해지는 나의 마음을, 이 온기를 이해하여 마음에 담고 새 나가지 않게 오래오래 보관하기로 한다. 그곳에서 따뜻한 내 손이 세상으로 나오게 하자. 사랑이 변하지 않는 그 지점을 나는 걸으면서 배워 왔다.세상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세상에 마음을 다 쓰자. 이 글이 산책을 나서는 나의 첫 마음이고 조심하여 올해 내 첫 글이다.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이다. 기쁨이 슬픔을 설득할 수 있는 말들이 있어야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이다.글이 중요하지 않다. 삶은 지나가나니, 덧없다. 무정하다. 소용이, 내가, 어디에, 무슨 소용인가. 때로, 써 놓은 내 글 속으로 내가 들어가 편안한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나는 기대한다. 우리는 이렇게 살다 죽고 세월은 흐르고 그때도 저 산에 바람은 저렇게 불고 눈은 내리고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은 저녁 노을로 시를 쓸 텐데, 지금이 아니면 내가 언제 너를 사랑하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될까.길 위 관목 숲에서 나무 쪼는 소리가 났다. 오색 딱따구리다. 검은 꼬리 밑 부분에 진분홍색을 뽐내는 다섯 가지 색의 몸을 가진 새다. 땅 위를 뛰듯 서 있는 나무 몸을 타고 뱅뱅 돌아 뛰어오르며 쫀다.숲에 눈송이들이 내리고 숲은 조용한 아름다움을 가져왔다. 큰 눈송이다. 눈송이가 막 타 놓은 솜처럼 성글고 희어서 세상의 어디에 닿아도 소리가 없다. 산을 그려주며 산을 지나온 눈송이들이 강으로 내린다.눈을 감고 고요하게 서서 풀숲에 눈 오는 소리를 듣다가 가만히 눈을 뜨고 눈송이들을 따라 강가로 걸어갔다.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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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새해의 결심, '큰 바위 얼굴' 닮아가기 지면기사
이타적 삶 통해 주변과 함께 행복해지려면내가 할수 있는일 뭔지 생각하고 실천해야목표 달성 계획 세우면서 작은일부터 시작뜻맞는 사람들과 같이 갈수 있게 노력 중요미국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 래피드시 남쪽에 위치한 러시모어산에는 미국을 빛낸 4명의 대통령(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미국인이 존경하는 4명의 대통령 조각상은 미국 시민들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의 관광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초대 대통령 워싱턴부터 노예해방을 이끌어낸 링컨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도 친숙한 얼굴인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위인들의 얼굴이다.이러한 러시모어산의 석상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읽었던 나다니엘 호손(Nathanier Hawthorne)의 '큰 바위 얼굴'이 떠오른다. 미국의 작은 마을에 거대한 얼굴 모양의 바위산이 있었고, 언젠가 큰 바위 얼굴과 똑 닮은 위대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이 마을사람들에게 희망과 기다림을 주었다.소년 어니스트는 평생토록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위인을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오랜 시간 기다렸지만 위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소년에서 노인이 될 때까지 부자, 장군, 정치가, 시인들이 마을을 방문하여 열렬한 환영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서 사라지고 잊혀지는 얼굴이 되었다.어느덧 노년기에 들어선 어니스트가 마을 사람들 앞에서 지역의 앞날을 이야기하던 중, 마을 사람들은 햇빛에 비친 그의 얼굴이 큰 바위 얼굴과 닮은 모습을 보고 어니스트가 '큰 바위 얼굴'이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어니스트는 자신보다 더욱 훌륭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뜬다. 어린 시절부터 '큰 바위 얼굴'을 보면서 희망을 품고 살았던 어니스트는 자신이 위인이 되기보다는 그 모습을 닮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을 항상 품고 있었다. 마을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실천하는 행동들이 결국, 어니스트가 '큰 바위 얼굴'을 닮아가게 한 밑거름이 된 것이다.매년 이맘쯤이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의미 있는 한 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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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유세(遊說)의 시대 지면기사
맹자왈 "성공해도 '효효'… 실패해도 '효효'"失望이란 당선후 '돌변' 국민 희망 꺾는뜻낙선땐 남 원망말고, 당선땐 초심 잃지 말길국민들 실망하면 공직자로서 가슴 아픈 일해가 바뀌자마자 국회의원 예비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달라는 문자와 전화가 빗발친다. 그러고 보니 올해 가장 큰 이슈는 3개월 남짓 남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다. 총선을 준비 중인 정당 대표들과 당직자들은 벌써 전국을 오가며 민심의 주도권을 잡으려 분주하고, 총선에 나갈 예비 후보들은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며 자기 이름을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하려고 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4월10일 이전까지는 온통 선거 이야기로 뒤덮일 기세다. 바야흐로 선거 정국이라는 큰 장이 대한민국에 서고 있다.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유권자의 표다. 유권자를 설득하여 마음을 얻는 과정을 유세(遊說)라고 한다. 유(遊)는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라는 뜻이고, 세(說)는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말하여 '설득한다'라는 뜻이다. 유세의 기원은 강태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폭군 주(紂)의 신하였던 강태공은 자기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다른 제후들에게 돌아다니며 자기의 정치적 이상을 유세하였다. 결국 문왕(文王)에게 유세하여 문왕의 신하가 되었고, 은(殷)나라를 멸하고 주나라 건국의 주역이 되어 제(齊)나라 제후로 봉해졌다. 유세의 성공으로 부와 지위를 얻은 것이다. 최초의 유세는 일반 백성이 아니라 귀족이나 왕족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지금 유권자를 설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대상이다.공자나 맹자를 비롯하여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들은 모두 귀족을 상대로 한 유세객이었다. 그들은 귀족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유세하였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들이 원하는 청사진을 제시하여야만 유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유세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자는 유세 도중 봉변을 당해 제자들과 고난을 겪기도 하였다.유세의 결과는 둘 중 하나다. 성공과 당선, 또는 실패와 낙선이라는 결과다. 성공과 당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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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더는 인생의 시중을 들지 않겠다 지면기사
올해는 나쁜일 보다는 좋은일이 더 많았다누구는 식구 늘리고… 가족 잃고 슬픔 잠겨새해에는 욕심 줄이고, 벗들과 많이 웃겠다그냥 생긴대로 살고 첫 해 벅차게 품으리라한파가 맹수처럼 한반도를 가로질러 가는 동안 대지 위의 웅덩이와 강은 죄다 얼고, 삭풍은 빈 나뭇가지를 붙들고 울어댄다. 나는 옷을 껴입고 올해의 마지막 일몰을 보러 임진강변으로 나섰다. 저 아래 평지는 월동을 위해 몽골에서 날아온 독수리 도래지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강 이쪽은 평야, 강 너머는 북녘 마을이다. 북녘에서 흘러온 물은 평야와 북쪽 마을 사이를 돌아 서해 쪽으로 무심히 흘러간다.밤이여, 오라! 시간이여, 흘러라!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동지도 지나고 한 해의 끝에 닿는다. 지금은 떠들썩한 소란보다는 고요 속에 머물며 한 해를 돌아볼 때다. 우리는 다른 처지에서 하루를 맞고 떠나보내는데, 어느 하루도 똑같지 않다. 그 다른 하루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나? 살아보니 인생의 목적을 돈이나 명예, 출세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뜬구름 같이 흘러간다. 인생의 여정은 의미를 찾는 것이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불행할까? 병을 앓는 사람도, 직장을 잃은 사람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도 아니다. 삶의 경이를 찾지 못한 채 무미하게 하루를 사는 이들이 불행하다. 줄 없는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같이, 과녁을 겨냥해 화살 없이 활시위를 당기는 사람같이 사는 이들은 공허하고 불행하다.올해 나는 아침마다 사과 한 알씩 먹고, 새로 나온 책을 부지런히 구해 읽으며, 새 책도 냈다. 여름에는 야구장에서 안타를 치고 준족을 뽐내며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내달리는 야구선수를 응원하고, 늦가을에는 대관령에 가서 독일가문비나무 숲속을 걸었다.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더 많았다. 집고양이 둘과도 사이좋게 지냈으니, 좋은 한 해를 보낸 셈이다.당신의 올해는 어땠는가? 나는 성실한 세탁부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최선을 다했다. 다만 기대만큼 소득은 없었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남들에게 손가락질 당할 만한 과오없이 한 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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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처음 되어본 사람 지면기사
생애 처음해본 '달리기 시작' 의미있는 한해'30분 넘게 달려 5㎞ 돌파' 인생 최대 환희그러나 나에겐 뚜렷한 긍정적 변화 못느껴 영원히 매순간 행복하고 보람찬 일은 없다한해를 돌아보니 늘 그러하듯이 2023년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섞여 있었다. 여러가지 일들 중 하나는 1972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일어나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한번도 일어나본 적이 없는 일이 일어난 해로서 2023년은 분명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었다. 나는 2023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고등학교 체육시간이 끝난 이후로 나는 자발적인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깜빡이는 신호등의 파란 불에 쫓겨 조금 발걸음을 빠르게 하기만 해도 얼굴이 빨개져서 헉헉거리는 대단한 운동치였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처지인 것처럼 보이던 이웃 언니가 어느날 살을 예쁘게 빼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달리기를 해보라고 권했다. 달리기 같은 건 하지 못한다고 손사래를 치자 직접 휴대전화에 앱을 깔아주기까지 했다. 자기 같은 사람도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쉬우며, 두 달이 흐르면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수 있는 사람.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멋지게 들린 말은 다시 없는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은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겨우 휴대전화 무료 앱과 2개월의 시간이면 그런 유니콘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니? 그것은 더없이 매혹적인 유혹이었고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나의 욕망을 자극했다. 폭염이 어느 정도 지나서 해진 뒤에는 숨쉴만하다 싶던 늦여름 저녁에 나는 처음으로 휴대전화 앱이 시키는 대로 달리기의 첫발을 내디뎌보았다.나와 같은 서툰 초심자에게 최적화된 달리기 앱은 한가지 중요한 팁을 알려주었는데, 숨이 차지 않도록 천천히 달리라는 거였다. 옆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라고 했다. 시키는대로 했더니 거의 달리기라고 할 수 없는 속도가 되었다. 발걸음이 빠른 사람이라면 나를 휙휙 지나쳐갈 수 있을 만큼 나는 느릿느릿 천천히 달렸다. 어쨌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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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업그레이드된 인재영입이 필요하다 지면기사
총선 앞둔 외부수혈 '선거승리' 필요 조건'세대교체' 상징… 당 주인이 직접 나서고'가치·철학 어젠다' 정치개혁 전문가 필요'공익·공동체·공공성'의 성실·겸손 갖춰야총선의 시간이다.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되었고, 한쪽에서는 '불출마와 사퇴'가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장재원 불출마와 김기현 사퇴' 그리고 '이탄희·홍성국 불출마'가 한쪽이라면 '인재영입위원회'와 '인재위원회'가 다른 한쪽이다.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는 첫 '총선 영입인재' 5명을 발표했다. 박지성과 이영표 그리고 장미란 영입설도 있다. 내년 1월 중순까지 매주 새로운 인재를 발표하며 모두 40여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첫 '총선 영입인재'는 기후환경 전문 여성 변호사다. 박정훈 임은정 류삼영 영입설도 있다. 민주당 인재위원회는 국민추천제를 통해 8천632명을 접수받아 이중 1천400여 명을 영입대상으로 검토 중이란다.총선을 앞둔 외부수혈은 '대한민국 선거승리의 필요조건'으로 외연확장의 효과다. 새로운 사람 영입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상대의 강점을 약화시킨다. 15대 총선은 '역대 최고의 영입'으로 평가된다. 김영삼 대통령의 신한국당은 민중당 출신 이재오 김문수 이우재 정태윤을 영입한다. 운동권 출신과 함께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그리고 총리시절 갈등관계였던 이회창까지 함께한다. 승부사 YS의 진면목이다. 이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출마하며 '민주 vs 반(反)민주' 구도를 희석시킨다. 결과는 신한국당 139석 원내 제1당 특히 수도권 96석 중 54석을 얻는다. "한 자릿수 의석확보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넘어선 선전이다. 1997년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인재영입은 '정계은퇴 번복과 대권 4수'를 넘어 '뉴 DJ'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인기가 높았던 소설가 김한길과 MBC 앵커 정동영 그리고 정세균과 추미애가 영입된다. 노태우의 대북정책 담당자였던 군 출신 임동원도 함께하며 균형을 맞춘다.영입은 '세대교체'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