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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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인천 도시재생 정책 방향은 지면기사
2000년대 초반 '재개발·재건축' 가장 활발금융위기이후 대부분사업 폐지·축소·지연박남춘시장 공약 '원도심-신도시 균형발전'공공주도 한계 민간참여 등 '솔로몬지혜'를인천 남구 주안4동에 올해 개교 123주년을 맞은 인천고등학교가 있다. 1895년 6월 27일 개교한 '관립 한성외국어학교 인천지교'가 여러 번의 교명 변경 및 통합을 거쳐 인천고등학교(1951년 8월 31일)가 됐다. 인고가 주안4동에 자리 잡은 건 1971년 6월 5일이다. 인천감리서 안에서 개교한 인고는 송림동, 율목동을 거쳐 이곳에 왔다.인고백이십년사편찬위원회가 2015년 만든 '인고 백이십년사', 미추홀구(옛 남구)가 지난해 발간한 '도시마을생활사' 주안동 편에는 인고 이전 당시의 주안동 모습이 기록돼 있다. 주안동 일대는 인천 변두리 지역으로 학교 주위엔 논과 밭밖에 없었다. '민가 하나 없는 쌀쌀한 찬바람만 불어오는 황량한 지역'이었다. 허허벌판에 학교만 덩그렇게 있으니 동문의 불만이 많았다. 학교는 "지금은 이렇지만 10년 후에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며 설득에 나섰지만, 옛터로 되돌아가자는 극성파 동문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읽고 예측하는 능력이 있었던 것인지, 동문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적당히 둘러대어 위기를 모면한 건지 알 길 없지만, 어쨌든 주안동이 서서히 달라졌다. 인천 도심이 토지구획정리사업 등 도시 개발에 따라 이동·확장하면서 주안동 일대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거다. 1975년 인고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석바위시장이 개설됐고, 2년 후 시장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주안주공)가 들어섰다. 남동구와 연수구가 개발되기 전까지 주안동 일대, 특히 주안2·4동은 신도시 개념의 부촌(富村)이었다고 한다.며칠 전 찾아간 인고 뒤편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단독주택·빌라·상가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었고, 건물 외벽에 빨간 스프레이로 '철거'라고 적혀 있거나 현관문이 쇠사슬 또는 나무 막대로 굳게 잠겨 있었다. 이 일대 약 9만560㎡는 주택재개발구역으로, 철거 등 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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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폭염속의 한국 경제 지면기사
최저임금 인상에 소상공인 등 타격 심각고용시장도 위축 취업률 증가폭 낮게 잡아정부, 저소득층 가계소득 보전 지원대책'땜질식 처방'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해야7월 폭염 못지 않게 인터넷이나 신문을 뜨겁게 달군 것이 바로 최저임금일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올해 대비 10.9% 늘어난 8천35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경영계나 노동계 모두 불만족한 결과로 이어져 지금까지 폭염 못지 않게 최저임금이 화두가 됐다. 특히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기록한 최저임금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타격은 더욱 심각해졌다. 당장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반발했고, 일선 영업장에선 폐업까지 고려한다고 하니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하다.소상공인 중에서도 편의점 업계는 더욱 심각하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전국적으로 4만192개(3월 기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0년 1만6천937개에 비해 2만3천255개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점포당 매출액은 지난해 2월 3.5% 감소한 뒤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인상된 최저임금(16.4%)이 적용되면서 편의점 가맹점주와 본사 모두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편의점 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 월평균 수익이 195만원에서 130만2천원으로 감소했다며, 내년에는 50만∼60만원 정도 수익이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지난해 국민들은 최저임금 상승의 당위성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년 연속 최저임금이 두자릿수로 오르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해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이 인건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존 일자리까지 사라지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저소득층의 생계는 더욱 팍팍해졌다.고용시장도 크게 경직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712만6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6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2월부터 4월 고용동향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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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두려운 '감시자의 눈' 지면기사
인권위 지적처럼 인권침해 할 수 있는 CCTV사방에서 24시간 '감시' 당하고 있는평범한 사람들에겐 가슴이 답답하기만 해무작정 늘리는게 정답인지 따져봐야 할때좀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사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할 때처럼 집 밖 어딘가에 멈춰 있을 때 고개를 들어 뭔가를 찾는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혼자 탈 때면 나도 모르게 천장 모서리를 슬쩍 쳐다본다. 역시나 어김없이 그곳에 딱 있다. 맞다 내가 찾는 건 CCTV(폐쇄회로TV)다. '찾는다'는 말이 어색할 만큼 굳이 찾을 필요도 없는 건, 열이면 열 꼭 생각한 그곳에 어김없이 있기 때문이다. CCTV를 볼 때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제목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라는 윌 스미스 주연의 스릴러 영화다. 주인공 윌 스미스는 액션하고는 관계가 없는 변호사였는데, 국가안보국 요원들에 쫓기던 옛날 대학 동창이 슬쩍 그의 쇼핑백에 넣은 '중요한' 녹화 테이프 때문에 그도 쫓기는 신세가 된다. 여기서 국가안보국이 CCTV며 인공위성까지 동원해 주인공을 추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 영화를 보면서도 CCTV 추적이 무시무시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억 속에 깊이 박힌 영화가 됐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지금부터 20년 전인 1998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CCTV라는 게 그 정도로 흔하지 않을 때다. 그 이후 20년 사이에 엄청나게 숫자가 늘어나고 성능이 정교해진 CCTV들을 생각하면, 정말 우리는 CCTV의 '손바닥' 안에서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실제로도 CCTV는 이제 어디에서나 눈을 부라리고 있는 '감시자의 눈'이 되어 버렸다. 이런 기억들과 최근 뉴스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CCTV 영상들이 더해져 CCTV는 나에게 뭔가 '찜찜한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행정안전부 통계를 찾아보니 작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CCTV 개수가 95만4천261개나 된다고 한다. 통계를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게다가 최근에는 1년에 10만개도 넘게 늘어나고 있다. 2016~2017년 한 해 동안에도 10만9천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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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러 거장 지휘자 '로제스트벤스키' 서거 지면기사
1955년 볼쇼이극장서 발레 지휘로 데뷔오페라 등 모든 장르 뛰어난 실력 갖춰정부 간섭 불구 서방에서 활발하게 활동2012년 서울시립교향악단 객원 지휘하기도러시아의 거장 지휘자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Gennady Rozhdestvensky·1931~2018)가 지난달 1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구 소련의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로제스트벤스키는 모스크바음악원에서의 뛰어난 성적을 인정받아 1955년 볼쇼이극장의 발레 지휘로 데뷔했다. 1959~1973년 모스크바 국립방송교향악단의 수석 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재임한 로제스트벤스키는 1962년과 1972년에는 레닌그라드 필하모닉과 미국 공연을 펼쳐 대성공을 거두는 등 발레 음악과 오페라, 교향곡 등 모든 장르에서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다.20세기 중반 러시아 지휘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예브게니 므라빈스키(Yevgeny Mravinsky·1903~1988)와 키릴 콘드라신(Kiril Kondrashin·1914~1981)의 뒤를 잇는 로제스트벤스키는 당시 구 소련의 여타 지휘자들과 달리 서방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콘드라신이 1979년 네덜란드로 망명한 이후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에서 지휘자로 활동하지만, 로제스트벤스키는 국적을 유지하면서도 다수의 해외 교향악단의 객원 지휘와 함께 1974~1978년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1978~1982년 BBC 교향악단 수석 지휘자를 역임했다. 이후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서방에서의 활동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간섭이 있었다고도 한다.로제스트벤스키가 돌아왔을 때,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은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Vladimir Fedoseev·1932~ )라는 또 다른 걸출한 지휘자가 이끌고 있었다. 이에 소련 당국은 로제스트벤스키를 위해 소련 문화성 교향악단(USSR Ministry of Culture Symphony Orchestra)을 급조했다.로제스트벤스키와 소련 문화성 교향악단이 남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집' 음반(멜로디아)은 특히 뛰어나다. 소련 유일의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로, 폭 넓은 레퍼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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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주 52시간 근무제… 당신의 삶은 지면기사
내주부터 300인이상 사업장·공공기관 시행직장인들 "인생2모작·투잡 준비" 희비교차고용노동부 '시간단축 가이드' 내놓았지만 복잡 업종 '혼선' 전망, 노사정 절충대화를얼마 전 지인이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얘기했다. 소기업을 운영하는 그 지인은 일부 직장인들이 자기 계발과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인생 2모작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다른 이는 부족한 급여를 채우기 위해 다른 직업을 찾는다고 했다. 직장인들도 저녁 있는 삶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그의 말대로 실제 요즘 직장인들은 자기 계발을 위해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듣고 백화점 등 문화센터에서 행복한 삶을 준비하고 있다. 문화센터도 이런 직장인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오후 6시 넘어 20% 강좌의 프로그램을 늘렸다.그러나 또 다른 직장인은 먹고사는 문제로 투잡을 준비 중이다. 야근수당이 줄어든 만큼 급여도 감소할 것으로 보여 대리기사 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열을 올린다. 한 아르바이트 업체에 따르면 중소기업 직장인 10명 중 4명은 투잡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조사 당시보다 20%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이처럼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이 다음 주부터 시행된다.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이 적용 대상이다.한국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천52시간(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천707시간을 훨씬 넘는다.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은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우리 기업의 국제적 경쟁력 확보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기보다는 느슨하게 시간을 보내는 비효율적 근무 관습이 생겨난 것도 장시간 노동이 빚어진 결과일 수도 있다. 낮은 국민 행복지수, 높은 산업재해율과 자살률도 이런 장시간 노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물론 사업현장에서도 걱정이 많다. 어디까지가 노동시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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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보수, 카이사르 그리고 이재명 지면기사
'끼리끼리만 모여' 현실직시 못한 보수진영진보도 그런다면 총선서 '정반대 결과' 예상'다른일에 성공 정세 만회하려는 사람있다'검증대 오른 이재명 당선자 되새겨볼 문구'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도 10여 일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후폭풍이 거세다.압승한 진보 진영이나 참패한 보수 진영 모두 도도한 민심의 흐름에 놀라워하고 있다. 진보 진영은 겸손과 책임, 보수 진영은 반성과 개혁을 꺼내 들며 민심 앞에 머리를 숙였다.문재인 대통령은 '등골이 서늘해진다'고 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의 두려움이 아니라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그런 정도의 두려움"이라며 "그 지지에 답하지 못하면,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유능·도덕성·겸손한 태도를 강조했다.보수 진영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더욱 통렬하다. 보수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9일 '대한민국의 보수: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살린 것인가'라는 제하의 세미나에서 "없어 보이는 보수, 막말 보수, 무능한 보수로 전락한 보수 야당에 과연 미래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사실 보수에 대한 '빨간 불'은 끊임없이 울려 왔고 참패를 모면할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냉정히 판단하면 보수 진영이 이를 부정하며 민심과 반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대표적인 게 여론조사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여론조사 기관들은 안심번호제, 유무선 비율 조정, 전화면접 등의 방법을 도입하며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여왔다. 이런 여론조사는 민심의 현 주소와 흐름을 읽어내는 데 여전히 유용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하지만 보수 진영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정당지지도는 물론 '6·13 지방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를 부정했다. 자신들의 조사와는 다르다며 여론조사 기관들을 어용으로 몰아붙였고, 선거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은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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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선거사범 수사, 경찰의 본 모습 기대 지면기사
경기남부경찰청 공직선거법위반 225건 접수분당署, 이재명 당선자 관련사건 수사착수은수미 성남시장 당선인 고발 중원署 이첩부분이 전체 반복 '프랙털 개념' 사례 안되길경기 남부지역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A씨. A씨는 어느 날 공사현장으로 출근하다 느닷없이 B건설노조원으로부터 뺨을 맞았다. 불법 체류자를 단속한다며 벌인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것도 경찰관들 앞에서의 폭행이었다. 건설노조원들은 해당 건설현장에 소속 노조원을 추가 고용해 달라고 연일 집회를 하며 외국인 노동자 등을 상대로 불법 행위를 하고 있었다.A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고소하세요"가 전부였다.경기남부경찰청이 관할 경찰서 담당 과장(경정)들을 불러 호되게 꾸지람을 했다. 적절하게 대처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 며칠 후 경기 서부지역에선 장애인들이 처우 개선 및 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에 나섰다. 행진 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휠체어를 타고 행진하던 한 장애인이 차로에 진입했다. 일순간 차량 통행이 마비됐다. 주민들은 "경찰이 뭐하는 거냐, 쳐다만 보고…"라며 항의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던 경찰이 족히 30명 넘게 현장에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주민들의 항의는 더욱 거칠어졌고, 경찰은 외면하기 급급했다. 결국 1시간여 뒤 해당 지역 자치단체 장애인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와 장애인에게 읍소와 설득을 거듭해 겨우 해결됐다.경찰의 '민망한 모습'은 6·13 선거 과정에서도 곳곳에서 목격됐다.서부권에서는 모 정당의 유력 단체장 후보를 위해 현직 공무원이 입당 원서를 수십장 받아 제출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 공무원은 후보와의 인연을 통해 과거 시간제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인물로 경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남부권에서는 모 정당 후보가 자신의 지지 선언 서명문에 현직 군인과 경찰의 이름을 임의로 넣었다 본인들의 강력 항의를 받았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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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선거도 바꿀 때가 됐다 지면기사
공보물 뜯기지도 않은채 버려져 '낭비'소음과 복잡한 길에 세워둔 유세차 '불편'찍을 후보 적극적으로 찾아나서 소통하는선거 주인인 유권자 의식 가장 먼저 변해야600그램 정도 된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집집마다 유권자들 앞으로 배달된 선거 공보물의 무게다. 들어보면 두툼하고 묵직하다. 후보들은 정성 들여 만들어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내용을 찬찬히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투표일 전후 재활용 쓰레기 수거 때 나가보면 봉투를 뜯지도 않은 공보물이 무더기로 버려져 있다. 열 번을 생각해도 아깝기만 하다. 속이 다 시원하다. 선거가 끝났으니 골목골목 세워져 있던 유세 차량이 사라질 것이고, 하루종일 울리던 후보들의 전화와 문자도 이제 끝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우리 선거구 후보들이 걸거나 보낸 것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다른 엉뚱한 지역의 후보들이 걸거나 보내는 게 훨씬 더 많아서 짜증이 난다. 집 전화는 그동안 아예 코드를 빼버렸다. 그렇게 보름이나 되는 시간을 보냈다.투표를 하러 가니 딴 세상이다. 두툼한 선거인 명부를 뒤적이는 모습이 사라졌고, 신분증과 함께 지문 인증을 한다. 사전투표 때는 투표용지를 프린터에서 척척 뽑아낸다. 자기 선거구에 굳이 가지 않아도 어디서나 거의 똑같이 투표를 할 수 있는 것도 좋다. 네트워크와 인증기술이 만들어낸 편리함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선거는 옛날 방식과 새로운 방식이 뒤섞여 있는 모양새다. 그중에서도 선거운동과 관련된 것들은 좀 구식(舊式)이 많다. 앞에서 말한 공보물만 해도 그렇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 많은 종이 인쇄물을 굳이 모든 유권자에게 돌려야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들고 보내는 일도 일이지만, 자원 낭비란 면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해 볼 만 한 문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배부된 공보물에 들어간 비용만 대략 1천억원은 될 것이라고 한다. 투표용지와 벽보까지 합치면 1만5천t에가까운 종이가 사용된다고 하니 엄청난 일이다. 그렇다면 미리 '공보물 발송 제외'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간편하게 온라인으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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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즈음해 지면기사
차세대 한국축구 이끌 유망주 육성 시급대표팀 승리위해 모든걸 불태울거라 믿어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어두운 전망 보단열악한 환경서 우뚝선 그들에게 박수 보내자2018 러시아월드컵이 4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국내 축구계와 축구팬들은 16강은커녕 1무라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가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조별리그에서 만나게 될 팀들이 한국 대표팀에 비해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선수들의 기량을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국제축구연맹이 인터넷을 통해 발표하는 국가별 순위를 보면 한국은 57위인데 반해 1차전 상대인 스웨덴은 24위, 2차전에서 만나는 멕시코는 1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독일은 세계랭킹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번 러시아월드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다. 상대 역대전적에서도 한국은 스웨덴에 2무2패, 멕시코에 4승2무6패, 독일에는 1승2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이런 수치화된 자료만 따지고 봤을 때 한국은 전 세계 국가들이 대륙별로 겨뤄 32개팀이 나가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만하다. 또 여러 자료에서 열세인 상황에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겨룬다는 것만으로도 대표팀 선수들은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공은 동그랗다'라는 스포츠계의 말이 있다. 스포츠계에서 공에 빗대어 경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는 말이다. 스포츠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참여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장 상태와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달라진다. 독일과 한국의 FIFA랭킹이 1위와 57위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승패는 경기 결과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 승패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만들어내는 거지만 경기장 밖의 분위기는 팬들이 만든다. 월드컵은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축제라고 말한다. 세계 3대 스포츠축제의 개막이 불과 3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국내 분위기는 전혀 축제 분위기가 아니다. 혹자들은 남·북한과 북미 간의 화해 분위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으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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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문화, 선거공약의 양념이 아니다 지면기사
'인천, 시인과 만나다' 후보자 한명도 안 와대개 건설·복지 내걸고 '문화'엔 관심 적어이제부터는 작은 모임이라도 참여 한다면지역문화 살찌우고 자신 '문서력'도 키울듯지난주 토요일 오후 5시 인천 중구청 근처의 한국근대문학관에 갔었다. 이설야 시인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가 진행을 맡았다. 한국근대문학관의 '인천, 시인과 만나다'란 프로그램 세 번째 순서였다. 이설야 시인의 시집 '우리는 좀 더 어두워지기로 했네'에 실린 작품들이 이야기의 주제였다. 시들은 인천 동구와 중구, 그중에서도 빈민들의 동네 이야기였다. 50석이 넘는 자리는 금세 꽉 찼다. 통로마다 보조 의자가 더 깔렸고, 뒤에는 서 있는 이들도 있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도 있었고, 두 발로 걷지 못하는 휠체어를 탄 아저씨도 있었다. 시를 안 읽는다는 요즘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인천 시'에 관심을 갖고 참석한 것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김응교 교수는 이 자리에 오기에 앞서 시에 나오는 인천의 여러 장소를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고 했다. 시집에 등장하는 인천과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그 인천을 비교하면서 시인이 말하는 인천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김응교 교수는 "이설야 시인의 시는 인천을 기반으로 한 그로테스크한 리얼리즘"이라고 했다. 진행자와 시인, 그리고 강의실을 가득 채운 청강생들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시를 읽었다. 그렇게 모두는 '동일방직에 다니던 그 애'의 이야기를 읊기도 했다. 인천의 아주 오래된 동네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꿈틀댔다. 지금은 흔적조차 희미해진 인천의 옛 기억이 불려나왔다. '인천의 시'는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몄다.이런 게 바로 문화구나 싶었다. 문화는 먼 데 있는 게 아니었다. 거창하거나 화려한 것도 아니었다. 서로 모여 옛 기억과 장소를 더듬고 그곳에 얽힌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문화는 충분히 누릴 수가 있었다. 주어진 시간, 90분이 지나갈 무렵에 문득 생각 하나가 스쳤다. 여기에 왜 정치인들은 없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