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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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취향 지면기사
짧지 않은 시간 문화체육부 문화담당 기자로 일하다 최근 정치부로 옮겼다. 인사 명령을 받고 나면 언제나 크고 작은 힘든 일이 생긴다. 꼭 수습기자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사회부 기자로 일하다 문화체육부로 옮길 때도 비슷했다. 그때 무엇보다 가장 어색했던 건 '읽기'와 '듣기'였다. 문화·예술 영역 창작자들이 생산한 글을 눈으로 읽을 때나 그들과 직접 만나 대화할 때 귀로 듣는 언어는 평소 사용해온 말이나 글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창작자의 생각이나 마음을 제대로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었고 거리감이 느껴졌으며 일에 재미를 붙이기도 처음엔 어려웠다.그래도 참고 계속 접하다 보니 '취향'이라는 것이 생겼다.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에 더 끌렸다. 취향이 생기니 하고 싶은 얘기도 조금씩 생겨났다. 물론 좋다고만 할 수 없는 취향이기에 굳이 공개하지는 않았다.정치부에 오니 역시 비슷한 일을 겪는다. '읽기'도 힘들고 '듣기'도 어색하다. 뾰족한 수가 없어 참고 보고 읽고 듣는 수밖에 없어 계속 '정치'와 '시정(市政)'을 배우려 노력 중이다.직전 부서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취향'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시점에서 나의 취향은 '먹고 사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고 싶은 얘기도 곧 생겨나리라 믿는다.다행인 것은 한동안 그렇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치권이 '먹고 사는 이야기'로 크게 한 판 '정책 대결'을 벌이려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가 앞다퉈 '민생'을 외친다.'먹고 사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그런데 모든 이가 먹고사는 데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여서 말하는 이의 '진정성'을 간파하기도 쉽다. 만약 그것이 거짓말이라면 곧 들키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역풍도 뒤따를 것이다. 부디 신중을 기해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김성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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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안산시 큰 숙제 인구감소, 당론 중요한가 지면기사
안산시의회 의원들의 연구단체인 '인구정책연구모임'은 지난 8월 '인구 감소 실태 및 대응 방안 연구용역'에 대한 중간보고회를 갖고 오는 2040년에 안산시의 인구가 63만명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기준 안산시 인구는 72만8천585명으로 가장 많았던 2014년 77만7천932명보다 5만명 가량 줄었는데, 오는 2040년에는 이보다 두 배인 10만명 더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연구를 통해 나온 것이다.연구용역의 보고서에서는 만 18세 이상 49세 미만 남·여 5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 인구감소현상을 알고 있는 비율은 조사대상의 56.7%였으며 이중 80%가 도시경쟁력 및 경제쇠락 등의 이유로 인구감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또 응답자들은 주거공급과 교통 확충, 일자리 등이 인구 유입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했다.실제로 화성시와 시흥시 등 주변의 지방자치단체는 신도시 개발 등으로 주거를 대거 공급하면서 인구 유입에 대한 재미를 쏠쏠히 봤다.이 기간 안산시는 시장이 계속 바뀌어서 그런지 매번 달라지는 도시개발 정책으로 인구를 계속 인근 지자체로 빼앗겼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산에는 대규모 공공주택지구 개발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장상지구(1만4천579가구), 신길2지구(6천192가구), 안산·군포·의왕지구(1만4천625가구) 등을 통해 4만5천여명에 달하는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개발이 가능하다.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안산시만의 정책이 필요하다. 안산시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담 부서인 도시개발단 신설 등의 조직개편을 내년 1월1일 추진하려 하는데 현재 안산시의회의 반대로 막혀 있다.항상 여야 의원 모두 인구 감소가 안산의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던 만큼 당론을 떠난 한목소리가 가장 필요할 시점이다. /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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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영업부장 쿠마몬의 또다른 직함 '행복부장' 지면기사
일본 구마모토현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는 지역 홍보의 공로를 인정해 쿠마몬을 인턴사원급에서 단숨에 영업부장으로 초고속 승진시켰다. 이후 지사가 주재하는 간부회의 때마다 쿠마몬을 참석시켰고 다른 지역에 방문해 고위급 인사를 만날 때도 쿠마몬을 대동했다. '상식을 벗어났다', '장난이 도를 넘었다' 등의 비판을 온전히 수장이 감내하면서 직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자유로움이었다. 공조직의 틀을 깬 직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속에서 쿠마몬은 무럭무럭 성장, 지금의 위치에 섰다.구마모토현 주민들에게 쿠마몬은 곧 자부심이다. 지역에 많은 경제적 이득을 안겨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을 널리 알리고 이곳에 사는 주민으로서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줬다는 데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영업부장 외에 행복부장 직함도 가진 쿠마몬의 목표는 '구마모토현민의 행복량 최대화'이다. 여기에 태어나 자라고 또 자식을 낳아 키우고 평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행복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으로 만든다는 게 구마모토현의 최종 지향점이다.경기도는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광역단체다. 그러나 도시 개발로 인해 외부에서 유입된 주민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다른 시·도에 비해 지자체에 대한 소속감과 애향심이 낮은 편이다. 도내 각 지자체는 이를 극복하고 인지도를 끌어올릴 방안 중 하나로 캐릭터 사업에 눈을 뜬지 오래지만, 아직 주목할만한 성과에 이르진 못했다. 대학생들이 평소에 '과잠(학과 점퍼)'을 착용하고, 관중들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는 건 소속감 때문이다. 캐릭터를 훌륭한 홍보 수단 정도로만 삼을 게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존재로 키워야 하는 이유다.아무리 귀여운 캐릭터라 해도 하루아침에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순 없다. 만드는 것보다 가꾸는 게 훨씬 중요하다. 쿠마몬의 뱃살이 두둑한 건 구마모토현의 깨끗한 지하수를 통해 자란 맛좋은 농·수산물을 먹기 때문이란다. 이 같은 발상이 그저 놀랍다. /황성규 지역사회부(용인)차장 homerun@kyeongin.com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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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내 탓이오! 지면기사
요즘 광명시의회는 조용한 날이 없다. 협치는 오간데 없고 혐치만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6개월여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협치를 거부하고 독재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본회의를 거부, 파행됐다. 안성환 의장이 공개 사과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국민의힘 의원 5명은 지난 8월7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력하고 비도덕적인 안성환 의장은 자진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지난 9월 임시회에서는 몇 개월 전 국민의힘 구본신 부의장의 민주당 여성의원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이 공론화되면서 성희롱 논란이 제기됐고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구 부의장을 불신임했다. 이재한 국민의힘 대표의원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한 것은 덤이었다.그리고 이번달 임시회 기간 중 안 의장의 관용차 사적 사용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민주당 의원 한 명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5대 5' 동수가 됐다. 자동차가 마주 달리는 치킨게임처럼 사생결단으로 맞붙는 양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나온다.여기에 안 의장과 구 부의장의 동반사퇴를 요구했던 광명시민단체협의회가 지난 2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부결한 의원들을 비판하자 이에 반박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내 탓'은 없고 오로지 '네 탓'만 하는 시의회의 모습을 볼 때 민주당과 국민의힘간 갈등으로 인한 파행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여의도의 꼴불견이 고스란히 시의회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시민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일컬어지는 시의회가 중앙정치를 닮아간다면 존재가치는 없는 것이다. 누구를 탓하기 전 본인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문성호 지역사회부(광명) 차장 moon23@kyeongin.com문성호 지역사회부(광명)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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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부천 마을버스 위기 '생존 생태계 조성' 급선무 지면기사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경영난으로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는 부천시 마을버스 업계의 하소연이다. 반 평생을 '시민의 발'로 지역 골목 골목을 누비고 다녔지만, 깊어진 시름만큼 불어난 빚더미에 지금은 밤잠까지 설칠 지경이라고 한다.마을버스 업계의 위기는 '기울어진 생태계'에서 비롯됐다.부천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타 지자체 등 목적지로 이동하는 시민의 경우, 대다수가 마을버스→시내버스, 마을버스→전철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된다. 그러나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전철의 요금은 각각 다르다. 부천시의 마을버스 기본요금(성인·교통카드 기준)이 1천300원인 반면, 경기도 시내버스는 1천450원, 수도권 전철은 1천400원이다.이 가운데 운송업체들은 수도권통합환승할인요금제도에 따라 수익을 배분한다. 비례정산 배분 방식이 적용된다. 말 그대로 요금을 지불한 시민이 이동한 거리만큼 나눠 갖는 구조다. 여기에서 가장 불리한 업체는 마을버스다. 기본요금이 가장 낮아서다.한 시민이 총 이동거리 2㎞를 각각 시내버스로 1㎞, 마을버스로 1㎞를 이동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평소대로 요금 1천450원을 지불한다. 요금 체계상 승객의 추가 부담은 없다. 그러나 버스업계에선 기본요금이 더 비싼 시내버스가 마을버스에 비해 많은 이익을 취한다. 마을버스보다 기본요금이 높은 전철도 예외는 아니다. 전철은 지난 7일 150원을 인상한데 이어 내년에도 150원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의 수익 배분에 있어 마을버스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그렇다면 마을버스 요금을 시내버스나 전철만큼 올리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을 하게 된다. 마을버스 요금 인상은 지자체의 몫이다. 부천시는 2019년 11월 마을버스 요금을 1천300원으로 인상한 이후 4년간 요금을 동결 중이다. 당시 인근 지역 마을버스 요금은 1천350원으로 인상됐다. 지역 마을버스 업계에 비상이 걸린 게 이때부터다. 다른 지역의 운수업체에 비해 같은 인원을 수송해도 운송수입이 적어 재정난이 닥쳐올 게 뻔해서다. 금융권 대출과 사채 등으로 명맥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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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주인없는 곳간 열쇠 누가 움켜쥘 것인가 지면기사
어김없이 선거철이 돌아왔다. 이번에 하남지역 총선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내년 총선에서는 인구수 변동에 따라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는 지역구가 생길 전망인데 하남시의 분구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지역선거구별 상한인구(27만1천42명)를 초과한 선거구는 전국에서 18곳인데 지난달 기준 하남 인구는 32만9천621명으로 상한 인구수보다 5만8천579명이 많다.올해 1월31일 기준 인구가 상한 인구보다 많은 선거구는 지역구를 나누는 '분구' 대상이 된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1명 늘어나는 것이다. 덕분에 하남은 선거구 분구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선거철마다 거론되는 기존 후보군 외에 신규 후보까지 등장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일 모양새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지난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창근 당협위원장과 윤완채 전 경기도의원, 구경서 교수 외에 송병선 하남경제연구소장, 이용 의원 등이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종윤 의원, 오수봉 전 시장, 강병덕 전 지역위원장이 총선을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보면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에서 본 선거를 위한 접전이 예상된다.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자체 후보군 간 출마 지역 가르기에 나선 반면 국민의힘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한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공천 일정이 결정되면 예비 주자들의 도전지역은 자동 정리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총선이 다가올수록 예비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 예비 주자들은 최근 각종 행사장을 다니며 얼굴 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하남 지역은 보수 성향의 원도심과 진보 성향의 미사동을 중심으로 선거구가 갑·을로 분리될 공산이 크다. 예비 후보들은 주인 없는 곳간의 열쇠를 움켜쥐기 전에 우선 시민들의 기대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어떻게 곳간을 가득 채울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종찬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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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위기의 도시공사, 내부갈등부터 봉합해야 지면기사
남양주도시공사 직원들이 '임금 격차' 갈등으로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하며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직과 무기계약직 직원 간 임금 역전, 커지는 임금 격차 문제가 불거진 탓이다. 일반직 직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직무급제' 시행을 추진했지만 무기계약직 직원들이 반발하며 노조를 구성, 복수노조가 탄생해 대립하고 있다.한 공사 직원은 "병가 등 '그들(무기계약직 직원)'의 부재 시 그들의 동료에게 업무를 부탁하면 '초과근무'라며 거부하기 일쑤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일반 직원들이 해당 업무까지 책임져야 하는 실정"이라며 "업무 과부하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매년 10여 명이 퇴사하고 있다. 직원 대다수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희망할 정도"라고 현 세태의 단면을 조명했다. 특히 무기계약직 직원이 고용노동부 고시단가를 적용받아 매년 임금이 인상되는 반면, 일반직 직원은 올해 남양주시로부터 행안부 총인건비 가이드라인 기준(1.7% 이내)을 반영하지 않은 임금 인상률 0%를 통보받았다. 일반직 직원 입장에선 당연히 근무의욕이 떨어지고 상대적 박탈감에 그 분노가 무기계약직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수년간 지속한 이 같은 상황에 지난 7월 신임 사장의 취임은 오랜 가뭄의 단비였다. 남다른 스펙, 역대 사장들과 차별화된 공격적 행보와 소통 등 짧은 시간에 공사의 존재감과 신뢰를 높이며 리더로서 자질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단행된 공사의 사규 개정을 기점으로 일반직 직원들을 외면했다는 내부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자체사업 하나 없이 '무늬만 도시공사'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공사가 내외부적인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민선 8기 슈퍼성장과 인구 100만 특례시를 향하는 길목에서 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자명하다.'철밥통' 공무원은 이미 옛말이다. 힘든 업무에 금전적 보상마저 만족스럽지 못한 공직사회는 어느덧 기피 직장이 되고 있다. 이 골든 타임에 귀한 자원들을 지켜내고, 직원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 아닐까. /하지은 지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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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설명이 필요할 때 지면기사
내년도 예산 문제로 의정부시가 어수선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는 매년 중앙정부 등이 제공하는 교부금과 보조금에 세입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왔는데, 내년엔 그 액수가 올해보다 수백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기에 자체적으로 징수하는 세입도 올해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에 돌입한 시는 올해 대비 적게는 20%에서 50%까지 사업예산을 줄이는 초긴축 살림을 준비하고 있다.당연하게도 시가 직면한 예산 문제는 내년도 시민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당장 문화 행사 및 축제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신규로 계획했던 여러 사업이 무산되거나 축소되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단체에 지원됐던 활동비나 각종 보조금도 절반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직원들의 인건비가 부족하거나, 복지비도 축소될 수 있다는 소식에 공직사회도 뒤숭숭하다.벌써 시청 각 부서 사무실에선 내년도 예산 때문에 진땀을 빼는 광경이 수시로 벌어진다. 긴축 예산에 영향을 받는 단체와 당사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때론 항의로 언성도 높아지지만 그 누구에게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그동안 소통행정을 강조해 온 시가 내년도 예산 상황과 관련해 공식적이고 명확한 설명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은 의아함을 자아낸다. 당장 시민들의 피해가 눈앞에 보이는데, 소통의 부재가 각종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시의 재정 여건과 현재 상황을 소상히 밝히고 이해를 구해도 모자랄 판국에 때아닌 침묵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이 될지 모르는 재정의 암흑기를 돌파하려면 공동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려면 소통이 필수다. 특히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시민을 상대로 한 자세한 설명이다. 책임 있는 사람이 나서 진정성 있게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혼선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차장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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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댁내 추석 차례상은 풍성하셨습니까 지면기사
선물같이 온 국민 가을 휴가가 끝났다. 정치권은 추석 연휴 전부터 이번 추석 밥상 머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주목했다. 특히 연휴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 새벽, 사법부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이 추석 밥상의 메인 메뉴였을 것이라고 여긴 듯싶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이튿날 아침 뉴스를 장식할 추석민심 논평을 이 이벤트를 중심으로 풀어갔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집에서 이 대표 영장 기각은 추석 밥상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가끔 뉴스에 등장하면 보수적인 부모님들이 토해내듯 한마디 뱉고, 그 옆에서 자식세대가 중얼대듯 소극적으로 대응해 버리는 게 그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식구들과 서로 다른 정치색을 확인하며 옥신각신할 이유가 없었다. 이 대표 이슈는 여론 속에서 비빔밥처럼 뒤섞여 어떤 결과물이 나온다기보단 각자의 마음에서 소화돼 표로 확인할 이슈인 것이다. 식구들 사이에 나눈 주된 얘기는 '줄어든 추석 음식'이었다. 고등학생 조카는 차례상 규모가 줄었다고 평했고, 어머니는 올해 추석 물가가 얼마나 비쌌는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풀어냈다. 채소가 비싸 전 가짓수를 줄인 얘기, 배춧값이 올라 자식들 손에 들려보낼 김치 양이 줄어든 것 등등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낼 때마다 물가 얘기는 비껴나가질 못했다. 시댁도 친정도 지난해와 같은 비용으로는 차례상을 차릴 수 없었다고 했다. 정치얘기? 어쩌다 기회가 있어 그 지역 의원으로 운을 뗀 토크는 '국민 세금으로 지들 잇속이나 챙기는 사람들'이란 쓴말을 남기고 하나 둘 엉덩이를 떼게 만들었다. 추석 차례상은 이전만 못하고 자식들이 부모님께 드리는 추석맞이 용돈도 줄어드는데 따박따박 세금 걷어가는 권력은 우리 삶에 관심이 없으니, 내가 던진 화제가 그나마 온기를 유지하는 식탁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어느 정치인이 '국회가 희화화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입법의 엄중함에도 국민의 놀림감이 되고 국무위원의 업신여김을 받음을 답답해했다. 국민들은 그 이상으로 답답하다. 언제쯤 정치인들이 자신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삶의 문제를 그들 중심에 세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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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지역 최대 정치집단 '주민자치위원회' 지면기사
주민자치위원회는 읍·면·동의 문화·복지 및 자치 기능 강화를 위해 주민자치센터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자문 기구 형태의 조직이다. 1999년 읍·면·동을 주민센터로 기능 전환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뒤 시범 실시 과정을 거쳐 2003년부터 전국으로 확산, 본격 실시되고 있다. 하남시만 해도 각 행정동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문제는 자문 기구 형태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어느 순간부터 공무원들의 '최대 기피 대상'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지위를 이용해 수시로 공무원들에게 업무 지시와 각종 민원을 넣으면서 직원들을 몸서리치게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역 정치권을 등에 업고 직원들에게 민원을 넣는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물론 행정복지센터의 경우 행정동 최일선에서 주민들을 만나기 때문에 민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와중에 직원들은 심한 폭언을 듣는다고 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제도적 보호장치로 인해 업무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때문에 공무원들은 주민자치위원회를 놓고 '상전 위에 상전'이란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그렇다고 지역 최대 정치 집단으로 떠오른 주민자치위원회를 견제하기는 쉽지 않다. 관련법에 따라 위원을 해촉하려면 스스로 사임하거나 해당 동 주민이 아닌 경우, 선거운동 및 정치적 중립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가 해당된다. 이 중 자의적이 아닌 타의적 선택에 의해 해촉되는 경우는 선거운동 및 정치적 중립의무 등을 위반할 때인데, 이 역시 자체 위원회의를 통한 의결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쉽지 않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출범 당시 중앙정부 체제가 아닌 주민 스스로 지역의 현안과 지역 발전을 논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위원회'라는 참여 자치 제도를 도입했다. '참여자치'는 시민의 힘으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제도인 만큼 정치와 주민자치를 분리해야 한다. /김종찬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지역사회부(하남)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