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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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2017년 3월의 리얼리즘 소설 지면기사
탄핵 결정으로 끝맺은 소설같은 현실"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허허로운 결기만 남긴 메시지에 심란1789년 부르봉왕조를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이룩한 프랑스대혁명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1830년 '7월 혁명'과 1848년 '2월 혁명'의 잇따른 실패는 그러한 희망과 낙관을 의심케 만들었다. 이상적인 사회 건설을 회의(懷疑)하기 시작했고, 회의는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들여다보기를 요구했다. 리얼리즘(realism, 사실주의)은 이런 사회적 변화를 토양으로 태동한 문예사조다. 혁명에의 실망과 좌절, 그리고 낭만주의에 대한 반발이 불러온 결과다. 자아를 향한 우아한 찬사는 이제 뒤로 멀찌감치 물러나게 됐다.스탕달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새로운 문예사조의 선구자다. 그의 작품들은 동시대(同時代) 현실의 객관적 재현을 지향한다. 소설 '적과 흑'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사실 더 주목받는 작품이 있다. 바로 '파르마의 수도원(La Chartreuse de Parme)'이다. 이탈리아 한 지역에서 영사로 재직하던 무렵 교황 파울로 3세의 비화를 담은 옛 문서를 직접 접한 뒤 영감을 얻었다. 앙드레 지드는 이 소설을 "프랑스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칭송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발자크 역시 "모든 면에서 완벽함이 돋보인다"고 극찬했다. 이 소설을 리얼리즘의 대표작품으로 손꼽게 만든 장면 중 하나가 나폴레옹이 엘바 섬을 탈출한 뒤 치른 최후의 격전 '워털루 전투'다. 스탕달이 재현한 전투는 낭만주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도 등장하는 '워털루 전투'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위고의 '워털루 전투'는 신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무대다. 영웅이 등장하고 황제의 권위는 신적이다. 반면 스탕달이 재현한 '워털루 전투'는 인간의 진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철저한 현실이다. 등장인물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심지어 추하기까지 하다. 비록 높은 지위를 가졌다 해도 권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장군이 꺼져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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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지공도사' 양산(量産)이 정답이다 지면기사
어르신 공짜로 지하철 적자 원인이라지만온양온천·양평등 역주변 전통상가 성업중신중년들 지갑 열게하는 마중물 전략 필요요즘에는 종종 1호선 전철로 수원 나들이를 한다. 한동안 출퇴근 때 지겨울 정도로 애용(?)했었는데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니 과거의 기억들이 새롭다. 차창 넘어 펼쳐지는 목가적인 정취가 잠시나마 일상의 고단함을 망각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던가. 창밖의 전원(田園) 풍경들이 사라진 자리에 흉물스런 시멘트 덩어리들만 가득하다. 어르신 승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구구팔팔 청춘(?)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진 때문이나 개중에는 단거리 여행객 숫자도 상당했다. 지공도사 양산정책이 초래한 결과로 지공도사란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65세 이상의 노인을 지칭한다. 1호선뿐이겠는가. 전국 지하철 객실의 공통된 모습이다. 지공도사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좌석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어르신들이 젊은이 무안 주기 일쑤이고 대낮부터 술 냄새 풍기며 노인들끼리 다투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얌체노인들의 새치기는 비일비재하다. 경제활동 중인 청년들의 불만도 크다. 만원전철에 시달리는 것도 힘든데 정부가 공짜손님을 대량생산해 스트레스를 키운다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경로무임승차제를 철폐하자는 선동구호들까지 등장했다. 지하철 운행역사가 가장 오래된 서울시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갈수록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2015년 기준 18호선의 누적적자 규모는 무려 12조4천억원이다. 지하철 여객수가 늘어날수록 적자는 더 커지는 야릇한(?) 비즈니스인 것이다. 광고비 감소, 부정승차 및 프리라이더 증가 때문인데 서울시는 어르신 공짜손님을 적자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빠른 노인인구 증가로 서울에서만 연평균 13%씩 무임승차가 증가한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작년 5월에 발생한 2호선 구의역사고도 비용최소화를 위한 고육책이 빚은 참극이란다.서울시의 지하철요금 인상요구를 정부는 번번이 묵살했다. 지공도사 때문에 발생한 적자를 부담할 수 없다는 청년들의 집단히스테리가 두려웠을 것이다. 궁지에 몰린 시는 정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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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탄핵 절차는 민주주의와 친화적인가 지면기사
헌정주의는 민주주의와 '상호 보완적'그러나 탄핵에선 '대립적관계' 될 수도가장 본질적 정의는 '다수에 의한 지배'지난 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그것도 재적 3분의 2가 넘는 234표라는 압도적 표로 통과되었다. 이후 석 달이 다 가도록 이념적 갈등은 물론이고 국정의 비정상적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여러 의미 중에서 국민주권주의는 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이다. 이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의회가 국민을 대표해서 통과시킨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전적으로 최종 결정이 위임되는 지금의 제도는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고, 주권자의 의사가 왜곡될 위험성도 안고 있다. 이는 탄핵안의 인용 여부와 무관하게 대의제의 의미와 관련해서 헌정주의가 민주주의와 대립하는 지점일 수도 있다. 국회에서 입법된 법률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리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차원에서 헌재 심판에 승복하는 것은 규범과 당위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 측은 헌재 재판의 절차와 정당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헌재 재판정에서의 망언과 극언은 물론이고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법치를 부인하는 언사를 예사로 쏟아놓는다. 헌재의 판결에 재심이란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대리인단이 결국 헌재의 심판을 지연하고, 최종 결론이 인용으로 날 때 이에 불복하기 위해 8인 체제는 '재심 사유'라고 궤변을 늘어놓는다.탄핵 기간이 길어질수록 갈등의 절충과 타협을 통한 사회적 합의의 도출은커녕, 대립 지향적 구도의 형성으로 사회적 통합은 요원해 진다. 또한 국정농단의 당사자들에 대한 단죄의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헌법 체계를 부정하는 물리적 폭력이 수반한 혁명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최소정의적 관점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길이다. 탄핵심판 선고는 얼마 남지 않았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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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도시 정책의 창의성과 일관성 지면기사
지자체, 단기성과만 노리면 성공 어려워'광명동굴' 공공개발로 사업성 확보 주목17년 된 日 '모에레누마공원' 계속 투자광명동굴이 한국 최고의 동굴 테마파크의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경제적 가치가 1천5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명동굴은 매년 137억2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59억6천만원의 순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명동굴의 개발 사례는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결과이다. 광명시는 2011년부터 2016년 말까지 6년간 토지매입과 주차장및 진입로 확충 등 기반시설조성에 총 573억3천만원을 투입했으며, 경기도와 정부도 총 216억원을 지원받았다. 지난 6년간 총 775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투자된 것이다. 현재 광명동굴에 대한 초기 투자는 끝난 단계이다. 향후 시설 유지비, 운영비, 콘텐츠개발비 등에 수입의 일부를 재투자 한다면 세외수입이 증가하여 흑자경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3억원에 매입한 폐광산의 자산가치가 37배 증가한 것이다. 2016년 광명동굴의 유료입장객은 142만 명을 돌파해 국내는 물론 국제적 관광지 수준이 되었으며,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대표관광지 100선에 올랐다. 세외수입이 증가하면 행자부가 지원하는 보통 교부세 인센티브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광명동굴 개발로 자산가치 증가 뿐 아니라 도시브랜드 가치 상승, 지역 특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의 유무형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지자체들도 산업화 시대의 유산인 폐산업자원을 이용한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광명동굴과 같은 성공사례는 흔치 않다. 유럽이나 일본에서 폐산업시설을 문화공간화하여 도시재생사업에 성공한 사례는 많다. 그런 사례에서 발상법을 배워야지 콘셉트까지 모방하다가는 짝퉁이 되고 만다. 정책입안 단계에서 창의성이 사업성을 좌우한다. 창의성은 꼭 기발한 착상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사물을 보는 관점을 조금만 달리하면 숨겨졌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폐철도와 인근 부지를 관광자원으로 전환하여 성공한 사례라든가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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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페이크뉴스(fake news)' 라는 괴물 지면기사
대선국면 '가짜뉴스' 구별 오해와 억측 낳을 수도퇴치 위해선 합리적 사고·판단만이 유일한 무기1센트짜리 신문 '페니 프레스(penny press)'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뉴욕 선(New York Sun)'이 창간 2년 무렵인 1835년 8월 21일 평범한 기사 하나를 싣는다. 존 허셀 경이라는 영국 귀족이 남아프리카 희망봉에서 최신형 대형 망원경으로 '매우 아름다운 천문학적 발견'을 했다는 영국 신문기사를 인용한 보도다. 그런데 이렇게 시작된 보도는 며칠 뒤 "허셀 경이 큰 산과 초목이 무성한 숲, 그리고 뿔을 가진 네 발 짐승의 모습을 한 생명체를 발견했다"는 내용으로 확대된다. 그 이튿날부터는 "푸르스름한 납빛을 띤 염소처럼 생긴 동물들과 물새를 발견했다", "허셀 경이 달의 한 지역에서 아홉 종의 포유류와 다섯 종의 난생동물들을 분류해내는데 성공했다", "등 뒤에 크고 반투명이며 막으로 된 날개를 가진 인간박쥐까지 찾아냈다"는 기사가 계속 이어졌다. 뉴욕의 다른 신문들은 이 기사들을 '퍼 나르기'에 바빴다. '달 날조사건(The Great Moon Hoax)'으로부터 180년이 지난 지금도 페이크뉴스(fake news), 즉 가짜뉴스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트럼프와 힐러리가 차기 미국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격전을 벌이던 과정에서 확산된 '프란시스코 교황의 트럼프 지지'라는 가짜뉴스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될 일이다. "힐러리가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공급했다", "힐러리 이메일 유출사건을 수사 중인 FBI요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내용의 가짜뉴스들은 힐러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힐러리와 민주당 인사들이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른바 '피자게이트'는 압권이다. 20대 남자가 선거도 끝난 12월 4일 피자가게를 찾아가 진상을 직접 파헤치겠다며 총기를 난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 투표일까지 미국 대선기간 석 달 동안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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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정경유착 망령의 부활 지면기사
재벌개혁,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보다 훨씬 어려워섣부른 공약 스스로 옥죄는 어리석음 되풀이 안돼"백사장 그 사람 참 꾸준하고 고마운 사람이야. 한번 들어오라고 해."며칠 후 백사장 내외는 경무대의 오찬에 초대되었다. 그 자리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백사장 그동안 도와주어 고마워. 내가 돈이 있으면 갚겠으나 나에게 먹고살라고 준 것이 아니고 나랏일 하라고 준 것이니 고맙게 받겠어. 백사장도 국리민복을 위해 일하면 도와주겠어." 백씨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했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의 아버지인 백낙승에 관한 이야기이다. 거상(巨商)의 후예 백낙승은 일제의 전시(戰時)경제정책에 편승해 막대한 부를 챙겼다. 또한 그는 1945년 11월부터 1948년 8월 이승만이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 생활비 조로 매달 50만원과 정치자금을 상납했다. 얼마나 갖다 바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요즘 가치로 대략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라면 그렇게도 벌벌 떨던 이 대통령이 일본 기계를 들여와 태창방직을 확장하도록 허가해준 것은 이 인연 때문이었다." 이승만의 개인비서였던 윤석오의 회고이다. 또한 백낙승은 국내 최대의 방적공장인 고려방직 영등포공장을 귀속재산 명목으로 헐값에 불하받았으며 백낙승 소유의 대한문화선전사는 국가독점사업이었던 홍삼전매권까지 넘겨받았다. 태창그룹이 국내 최초의 재벌로 부상했던 배경이다.고질적인 정경유착의 시발점이다. 이후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권력과 돈과의 밀월 관계는 확대재생산 되었다. 해방 이후에 일관된 정부주도의 경제개발이 배태 기반이었다.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자원을 시장원리보다는 낙숫물 효과를 기준한 인위적 배분방식을 고수해 도덕적 해이 시비가 불거질 여지가 컸다. 제2, 제3의 백낙승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장기간의 군부 독재정권 하에서는 '준조세'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일해재단이 대표적 사례이다. 1984~1987년 4년동안 전두환 정부는 30대 재벌과 주인 없는(?) 공기업들로부터 거의 강제로 589억5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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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대통령의 처신 지면기사
논리 비약과 사실 왜곡 가득한 인터뷰 적절치 않아반성·성찰할때 지지자에 최소한 예 갖출 명분 찾는것조기대선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나 예기치 않은 역사의 반동은 늘 있어왔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 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며 탄핵심판 시한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측은 "(헌재가)추가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재판부의 공정성이 의심돼, 대리인단이 중대결심을 할 수도 있다"며 헌재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1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 형식을 빌어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탄핵 사유와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허황된 거짓말'이라며 민심과는 동떨어진 '장외 여론전'을 펼쳤다. 인터뷰 다음 날 최순실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특검이 강압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박 대통령과 대리인단이 노골적으로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보수층'의 결집을 도모하여 기각을 위한 전략을 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지,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대면조사가 성사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된다면 그 후유증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에서 압도적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고, 탄핵 인용을 바라는 국민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은 상상하기 어렵다. 탄핵 기각은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의 첫 번째인 국민주권주의의 위반이기 때문이다. 헌법적 절차에 의한 통치인 헌정주의는 다수결의 횡포에 직면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견제하고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의미에서 국민주권주의와 보완을 이룬다. 그러나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자격의 유무를 논한다는 자체가 헌정주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의 비정상적 상태의 종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러한 상황이 내각제 권력구조에서 일어났다면 불필요하고 소모적 논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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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문화권(權)과 평가제도 지면기사
성과지표 중심 평가, 본래 목적 달성 못해 걸림돌문화적 소외 극복위해 공공성 실천 효과로 전환'지니계수' 지역 문화 불균형 해소 모델 삼아야<문화헌장> 제정을 통해 '문화적 권리'를 시민의 기본 권리로 선언한지 10년, '문화적 권리'를 <문화기본법>으로 법제화한지도 3년이 지났다. 최근의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문화예술 관람률은 완만하게나마 향상되고 있으나 지역별 편차가 크며, 저소득층의 문화예술관람률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같은 외부적 요인을 우선 거론할 수 있겠다. 공공문화시설들이 프로그램과 접근성 때문에 주민 참여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 내적 요인도 주목해야 한다. 내적 요인은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 문화시설의 운영을 평가하는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현재 대부분의 공공문화시설이나 문화행정기관을 평가하는 기준은 문화시설의 경우 이용 관객수, 입장료와 대관료 수입, 시설가동률과 같은 성과지표(output) 중심이다. 이런 평가는 운영효율화를 위한 경비절감을 유도하게 되고 평가제도가 오히려 공공문화시설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공공성을 우선해야 할 기관을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처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성과 지표 중심의 평가제도는 문화시설이나 문화행정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 체계의 효율성 위주로 흘러 정작 수용자인 주민들에게 파급하는 문화적 효과를 도외시하게 된다. 성과지표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객만족도 조사가 활용되고 있으나 대부분 조사방법의 한계로 참고용에 불과하다. 문화적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화시설의 평가 패러다임을 성과지표 중심에서 공공성을 실천하는 효과(outcome) 중심의 평가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공문화시설에 대한 운영평가의 핵심은 공공성의 구현여부이다. 이는 주민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문화 소외를 줄여나갈 때 가능하다. 시민들은 경제적 제약과 여가시간 부족, 신체적 장애와 이동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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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헬조선'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면기사
취업경험 없는 청년실업자수 지난해 '역대 최다'과일·쌀·집값 세계 상위권 '먹고살기 힘든 나라''청년들의 절망' 기성세대로서 그저 미안할 따름'헬조선'이나 '지옥불반도'라는 단어를 대할 때마다 두 가지 의문을 가졌다. 첫째는 정말 '지옥(hell)'이라고 말할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이냐는 것이다. 청년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희망과 절망을 한 걸음씩 내디디며 난폭한 강을 건너는 세대다. 불확실성은 늘 길동무처럼 옆구리에 바짝 붙어있고, 현실은 모순과 부조리와 불합리의 징검다리다. 힘들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고, 고통스럽지 않다면 그것이야말로 비정상적이다. 50대 중반 우리 세대는 더했다. 제국주의에 '저항'하고, 자본주의를 '해체'하며, 파쇼를 '타도'해야 하는 시대의 무거운 짐까지 지고 있지 않았던가. 지난(至難)했던 그때의 현실을 요즘 젊은 친구들은 알기나 하는 걸까. 목숨까지도 내놓고 싸웠는데.또 하나는 왜 하필이면 '조선(朝鮮)'이니 '반도(半島)'니 하는 표현을 쓸까 하는 것이었다. 조선시대처럼 신분이 고착화되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 한반도 남과 북의 청년들이 저마다 처해있는 고단한 현실을 싸잡는 자조적 표현임도 알겠다. 그런데 '북조선' 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 '조선'이라는 단어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반도'도 마찬가지다. 복잡하고 다중적인 의미다. 그렇다면 북쪽이야말로 사람이 살만한 곳이 되지 못한다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일까? 그런 곳을 닮아가고 있어 더 어이없고 절망스럽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요 며칠 사이, 나의 생각이 안일했음을 확인시키는 기사들을 잇달아 접한다. 그중 하나는 청년실업률과 관련된 것이다. 종종 접해왔던 청년실업률이 아니라 아예 한 번도 취업을 해보지 못한 청년들과 관련한 통계다. 지난해 취업 경험이 전혀 없는 청년실업자 수가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 비율이 19.3%로 역대 최대치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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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김영란법 폐기하자 지면기사
음식·숙박업소 '된서리'… 한우·화훼농가도 피해'유전무죄 척결' 더 시급… 서민경제 더 망가지기전에올해도 '닥터 둠'들이 정유년의 한국경제 전망들을 쏟아냈는데 예년에 비해 비관적 예측이 훨씬 우세하다. 한반도에 먹구름대가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제때에 치료를 못 받았으니 당연할 수밖에 없으나 점괘란 틀릴 확률이 더 높은 법이어서 맹신은 금물이다. 돌다리 두드리는 심정으로 복기(復碁)해 보자.수출에서 한 가닥 빛줄기가 확인된다. 수출액이 2015년 -8%, 2016년 -5.9% 등 2년 연속 감소했음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약하나마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월별 수출액이 26개월 연속 마이너스행진을 지속하다 작년 11월부터 두 달 연속 플러스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강(强)달러의 영향이 결정적인데 정부는 새해 수출이 연평균 2.9%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컴퓨터, 평판디스플레이, 반도체, 일반기계 등의 호조세가 점쳐진다. 한국경제를 홀로 견인해온 수출이 긴 잠에서 깨어날 조짐이나 낙관은 금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대통령의 신고립주의와 미국과 중국·멕시코와의 통상갈등,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제유가 인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불확실성이 높은데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우리 경제에 거대한 쓰나미가 덮칠 수도 있다. 갈수록 수출의 국민경제 기여효과가 축소되는 것은 설상가상이다. 수출의 국내고용 유발계수가 감소함은 물론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도 2000년대 들어 점점 떨어지고 있다.내수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나 작년부터 핵심기반인 민간소비 위축에 가속도가 붙었다. 연초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7월 사드 배치결정을 계기로 소비가 빠르게 축소되었는데 김영란법 시행과 최순실 국정농단파문은 점입가경이었다. 9월의 소매판매는 5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으며 지난 연말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액이 각각 -2.8%와 -6.1%씩 감소했다. 12월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로 7년 8개월 만에 가장 낮다. 아무리 불황이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