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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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국민주권과 헌법재판소 지면기사
'박대통령 사임' 국민 요구로 국회서 탄핵 이끌어가능한 범위내 '인용 결정 여부' 헌재 의지가 관건판결 핵심은 탄핵사유 판단 아닌 '대통령자격 유무'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정족수를 훨씬 넘게 압도적으로 가결되고, 최종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심리로 넘겨졌다. 그러나 촛불민심은 여전히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위임된 권한을 정지시키고 최종 임기를 중단시키는 절차는 헌법에 따라 행해지는 게 법치주의에 부합한다. 정치는 법치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이상적인 정치질서의 핵심원리로 법치를 강조했으며 자연법 사상과 로크, 칸트, 벤담, 밀 등 근대자유주의자들은 법의 지배를 정치질서의 근간으로 간주했다. 헌재의 재판이 법적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주권자인 국민이 압도적으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여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탄핵안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최종 탄핵 여부는 헌재의 9명의 재판관에 달린 운명이 되었다. 주권자의 일반의지가 부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헌법도 주권자인 국민을 배제하곤 상정할 수 없다. 물론 1987년 국민에 의하여 개정된 헌법에 따라 설치된 헌재의 존재가치를 부인하자는 게 아니다. 여기서 헌재의 존재가치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한 지배를 기본원리로 한다. 그러나 다수는 종종 숫적 우세로 소수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다양한 운영 원리 중 하나인 다수결의 원리가 최고의 가치가 아닌 이유이다. 이러한 다수의 전제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헌재의 존재이유이다. 물론 대법원이 아닌 헌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의 논쟁은 별도의 영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심판 대리인을 통해 세월호 참사 책임론과 뇌물죄가 담긴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했다. 이는 대국민담화에서 최순실 게이트는 주변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고,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과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을 하다 생긴 일이라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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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환대와 관용의 도시 지면기사
로마제국, 관용의 원리 작동되면서 초강대국 발전이민자의 나라 미국 몰락한다면 '불관용'이 원인외국인10만 글로벌시티 인천의 미래 좌우하는 관건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이는 떠돌이 노인으로 변장하고 이타케로 돌아온다.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는 걸인으로 변장한 옛 주인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오디세이를 나그네의 한 사람으로 맞아들여 정성껏 대접한다. 오디세이가 고마움을 표하자 에우마이오스는 태연히 말한다. "나그네여! 그대보다 못한 사람이 온다 해도 나그네를 업신여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요. 모든 나그네와 걸인은 제우스에게서 온다니까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우주 만물이 '신'이었으며, 특히 인간의 형상을 한 신들은 매번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인간들의 집을 찾아온다고 여겼다. 낯선 곳에서 오는 이방인에 대해 조건없이 '환대(hospitality)'하는 것과, 신들에게 가축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는 그리스인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손님에 대한 환대가 그리스인들의 일상이었다면 역사적으로 명멸했던 모든 제국들은 군대의 힘이 아닌 '관용'으로 유지되었다. 신흥 제국인 미국의 전략도 문화적 관용이었다.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현재의 미국이 물질문명 뿐 아니라 정신문명에서도 최고 수준의 나라임을 부인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비결은 '멜팅팟(melting pot)' 정책, 용광로처럼 이질적 문화를 하나로 융합하여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예일대학의 에이미 추아(Amy L. Chua) 교수는 '제국의 미래'에서 고대 페르시아로부터 오늘의 미국에 이르기까지 2천500년 동서양 제국의 흥망사를 개관하면서, 역사상 존재했던 초강대국들이 가진 공통점은 관용이라고 분석했다. 관용이란 정치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의미한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인종과 종교, 출신 배경과 무관하게 생활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마제국의 경우 다양한 출신 배경의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관용의 원리가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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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정부 3.0과 미디어 리터러시 3.0 지면기사
중학생들에 미디어전문가 꿈·희망 심어주고 싶어드론촬영 교육·남동체육관 전용공간 마련 성공이맘 때면 공공기관들이 분주하다. 경영실적을 보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내년 봄 경영평가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성과급의 크기가 달라진다. 꼭 돈의 문제만은 아니다. 존재감과 자존심이 걸려있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가 속해 있는 시청자미디어재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으로 출범했고, 올해 2월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됐다. 경영평가란 걸 처음 받는다. 열정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모든 게 낯설고 어렵다. 이런저런 평가지표와 용어들은 어지럽다.그중에서도 특히 '정부 3.0'은 아주 난해한 녀석이다. 담장을 허물고,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소통·협력하면서, 국민 개개인이 실감할 수 있는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쯤은 안다. 문제는 국민들이 미디어를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하며, 자신의 시각과 목소리를 오롯이 담은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내가 그것을 과연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굳이 경영평가가 아니더라도 '언론'과 '방송'이 삶의 대부분이었던 나로선 진작에 곰곰 생각해 봤어야 할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올 한해 추진했던 여러 사업 가운데 몇몇에서 의미 있는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싶다.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는 재작년 개관과 함께 '시청자교양아카데미'를 선보였다. 방송제작에 참여하는 유명인사들을 직접 만날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였다. 인문학콘서트 형식이었는데 '방송의 사각지대' 인천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그런 식으로라도 방송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정관용 교수, 이영돈 PD, 이정민 아나운서, 진모영 감독, 이욱정 PD, 김학순 감독 등 많은 분이 방송과 영상과 새로운 미디어테크놀로지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강연했다.올해는 대상을 학생으로, 현장을 학교로 옮겼다. 자유학기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었다. 미디어전문가로의 꿈을 키우는 계기도 마련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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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촛불이 경제 먹구름도 걷어냈으면… 지면기사
수출규모 점점 줄고 소비심리·건설경기 '곤두박질'글로벌자금 썰물·中 '한한령' 발효 등 대외여건 심각생활물가지수도 2년 4개월만에 인상폭 가장 커지난 토요일 모처럼 만에 서울 북촌을 찾았다. 고단한 일상을 접고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독도서관 축대를 끼고 삼청동으로 접어들면서 낭만여행은 접어야 했다. 연두색 조끼에 진압 장비를 갖춘 순경들이 무리를 지어 골목들을 지켰으며 경복궁에서 삼청터널로 빠지는 차도에는 경찰 버스들로 장성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오후 2시 정도의 대낮이었음에도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길은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다. 구멍가게 문을 닫고 있던 초로(初老)의 여주인 심정이 궁금했다.그날의 촛불시위는 6차라 했다. 주말마다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점령한 지도 벌써 한 달 반이나 흐른 것이다. 갈수록 인파도 많아지고 구호도 격해지고 있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 했던가. 필자는 솔직히 나라 경제가 걱정된다. 실정(失政)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쏟아질 때마다 경제난을 들먹이던 수구세력의 앞잡이여서가 아니라 가난을 귀신보다 두려워하는 민초들의 심정을 혜량하는 탓이다. 세계 11위의 한국경제에 이상 징후들이 확인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지난 3분기 2.7%로 2분기보다 나빠졌다.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점하는 수출규모가 점차 축소된 영향이 크다. 소비심리도 곤두박질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전달보다 6.1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의 94.2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다. 소비자들의 향후 경기에 대한 인식도 2009년 3월 이후 가장 안 좋다. 기업의 체감경기수준도 엇비슷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1월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1.0으로 19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연말 특수철인 12월의 BSI전망치도 91.7에 불과하다. 김영란법 시행은 경제심리를 더 얼어붙게 했다. 최근 2년간 경제성장을 '나홀로' 견인했던 건설경기도 식어가고 있다.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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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정치란 무엇인가 지면기사
군주는 주권자인 국민 이익 위해 권한 행사하는 것권한 남용자들 행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국가안위보다 정략적 술수만 쓰는 정치권도 문제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온통 최순실일당의 국정농단사건 기사로 점철되어 있다. 지난 11월 12일 광화문일대에 100만명이 시위를 한 것에 이어 19일, 26일에도 경향각지에 100만명 이상이 모여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였다. 시위참가자들도 학생이나 교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하였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가 몹시 불안정한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터져 몹시 안타깝기만 하다. 검찰이 발표한 중간수사결과를 보면 모든 비리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고, 최순실이나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은 모두 대통령이 시켜서 한 것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고 한다. 이번 국정농단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잘못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지만, 그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하는 정치권도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접하면서 정치의 본질과 공무원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본다.정치란 무엇인가?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정치란 다양한 계층간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특히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신속하게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사회에는 항상 갈등(빈부, 지역, 이념, 종교 등)이 존재해 왔고, 원시 자연상태에서는 폭력이나 무력에 호소하는 것이 갈등해결을 위한 주된 수단이었다.그러나 사회가 진보하고 인권의식이 확산됨에 따라 사람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를 통해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발전하게 되었다. 그 과정 속에서 주권자인 국민은 선거를 통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였다. 그리고 피위임자인 정치인들은 위임의 취지에 따라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주권자인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해야 할 책무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치라는 행위의 핵심이다.춘추시대말기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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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광장'은 탄핵을 끌어낼 수 있을까 지면기사
국민적 퇴진운동과 與 비주류 동참시키는 전략 필요野인사중 즉각퇴진 주장 의원들 이탈 가능성 배제못해 혼란정국 가닥 잡히면 대통령제 혁파할 개헌 논의해야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와 대국민담화 때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모금도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선의에 의한 모금이었다고 거짓 해명했다. 이는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안종범과의 공범 관계로 입증되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번 주에도 검찰 수사를 거부했다. 대국민약속 위반이며, 수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와 다름없다. 이러한 대응 방식으로 볼 때 특검 수사도 수용한다는 보장이 없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비주류와 청와대도 탄핵을 공식화하고 있다. 지금의 정국은 특정한 현안 해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법의 차이에 기인하는 혼란이 아니다. 정파간 정치적 이해의 경합 수준을 넘는 국가위기 국면이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하면 다음 달 2일 예산이 통과된다. 그러나 국민은 국회에서 어떠한 절차에 의해 예산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관료조직과 공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국정 리더십이 붕괴된 국가의 위기다. 즉각 하야와 '질서있는 퇴진'이 대안으로 거론됐으나 이미 물 건너갔다. 여야, 청와대는 각자 다른 셈법에 의해 탄핵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탄핵의 함정을 넘어야 한다.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명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총리 문제는 처음부터 해결책이기보다는 야권에 씌워진 덫이었다. 야권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전권 이양을 보장받는 거국내각총리를 주장했고,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보장을 단서로 내각의 실질적 통할을 보장하는 책임총리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야권이 거국내각총리의 덫에 걸린 형국이다. 지난 일요일 야당의 유력 주자 그룹 회동에서 탄핵과 국회주도 총리에 의견이 모아지면서 다시 총리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한 책임총리를 철회하겠다는 심산이다.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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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네트워크형 국립 한국문학관을 고민하자 지면기사
방대한 자료·관리 연구 등 고려 권역별 분관 필요대중화 위해 중앙관 만든후 순차적인 분관 건립 진취적 계획 세운 도시 순환 지역균형발전 기여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계획에 따른 부지공모사업이 중단된 지 반년이 지났다. 이 사업을 중단할 것인가 재개할 것인가?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 문학 자료를 수집·보존·복원·관리·전시하고 조사·연구하는 기능을 기본으로 하고 국내외 교류·협력 기능도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같은 사업은 '문학진흥법'의 핵심 목적이므로 유치경쟁 과열이 두렵다고 백지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기존의 방법으로 재추진한다면 문학인들과 지자체들이 문학관 건립을 놓고 지역으로 나누어 다투게 될 공산이 크고, 그 경우 한국문학의 발전은커녕 문학의 위상이나 문학인의 권위에 깊은 상처만 남길 수 있어 문광부나 문인들의 고민이 깊다. 한 지역순회토론회에서 '수도권 제외론'이 제기되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설계돼야 하므로 문학역량이 집중된 수도권은 아예 배제하자는 논리이다. 그러나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 국민들과 많은 문학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또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문학의 대중화와 세계화라는 목적도 달성해야 하므로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균형론 때문에 다수의 문학인들과 국민들이 접근하기에 불편한 곳에 국립문학관이 건립된다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우려도 높고 또 다른 역차별이 된다.국립한국문학관을 한 곳에만 건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립박물관은 12개의 지역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미술관도 5개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립해양박물관도 개관 운영 중인 부산관 외에 다른 도시에도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소장 전시해야 할 자료도 방대한데다 문화권역별 특성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국립한국문학관은 국제교류를 담당하는 중앙관을 우선 건립하고, 중기적으로 전국 문화권역별로 분관을 건립한 다음, 장기적으로는 지자체별 공립 문학관을 건립하거나 지정해나가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둘러싼 지자체별 경쟁에 대한 비판과 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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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300만 인천' 질문 없습니까? 지면기사
300만명 동시대 삶의 공간 1926년 파리와 똑같아정체·가치·지향성에 대한 물음 인천도 존재하는가숫자에 미혹돼 소중하고 필요한것 빠뜨렸는지 불안화가 나혜석에게 파리는 충격이었다. 2년 가까운 유럽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뒤 5년이 지나서 쓴 글에서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1934년 잡지 '삼천리(三千里)'에 실은 글이다. "별과 같이 길이 뻗쳐났다. 그리고 건물이 삼각형으로 되어 자못 아름답다. <중략> 어디를 가든지 도로 좌우편에는 병목(병木)이 있고 중앙은 차마도(車馬道)로 목침만큼 한 나무로 모양 있게 깔고 좌우에 인도가 있고 거기에는 매 칸에 하나씩 수도가 있어 아침마다 물을 뽑아 길을 씻어내려 유리같이 되어 있다." 그녀가 본 파리는 '파리 개조 사업'의 결과물이다. 1853년 이전만 해도 파리의 좁은 길들은 미로처럼 얽혀있었다. 길 위로 시궁창물이 넘쳤다. 전염병이 창궐했다. 나폴레옹 3세는 황제로 즉위하자마자 오스만 남작을 지사로 임명했다. 그에게 도시구조 개혁을 지시했다. 중세도시 잔재 그대로였던 파리가 근대도시로 변모한 것은 이때부터다. 오스만은 1870년 지사에서 물러날 때까지 대대적인 개조사업을 통해 파리의 골격과 외양을 모조리 바꿔놓았다. 나혜석이 본 청회색 아연 지붕과 베이지색 벽면의 건물들이 즐비한 '빛의 도시' 파리는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뒤의 모습이다. 이때의 파리 인구가 300만 명에 육박한다. 1926년 기준 287만1천명. 외국인 체류자를 제외한 오늘의 인천 인구와 같다. 빛의 반대편에 그림자가 있었다. 그림자는 특히 도시빈민들 머리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20년에 걸쳐 파리가 뜯어고쳐지는 동안 그들은 공사판 소음과 먼지 속을 전전해야만 했다. 이후 몇 십 년이 지나도록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도 그들의 주거환경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직 한 사람,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제외하고. 현대의 모든 도시는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할 만큼 르 코르뷔지에는 도시의 미래를 내다봤던 건축혁명가다. 그는 산업혁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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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현대차 약진이 좋지만 않는 이유 지면기사
해외 생산량 국내보다 많아 격차 갈수록 벌어져좁은 내수시장에 고임금… 파업만능주의 고질병기아차 인수후 부품업체 계열화·중소업체 하청 전락현대기아차의 놀라운 성장이 주목된다. 지난 9월에는 기아차가 미국 텍사스에서 200㎞ 거리의 멕시코 페스케리아에 연산 40만대의 완성차공장을, 10월 중순에는 현대차가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시에 30만대 공장을 각각 준공한 것이다. 내년에 중국 충칭 5공장까지 완성되면 세계최대 규모의 토요타 자동차에 근접하게 된다.정몽구 회장의 현장경영, 뚝심경영, 품질경영이 돋보인다. 2000년 9월 자동차전문그룹으로 홀로서기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우려의 눈초리를 보냈었다. 중후장대형의 자동차산업은 '지옥의 카레이스보다 더 치열하다'는 게 정설인 때문이었다. 더구나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로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터에 왕자의 난까지 겹치는 등 창업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정 회장은 1998년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에 적자상태의 현대차를 4천억 원대의 흑자기업으로 반전시키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2004년에는 중국진출 3년 만에 중국내 판매순위 5위로 급부상했을 뿐 아니라 2008년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GM이 파산하는 등 세계자동차업계가 충격에 빠졌을 때 재빨리 '10년, 10만 마일 무상 보증수리' 카드를 제시해 자동차의 메카 미국에 확고한 뿌리를 내렸다. 1977년 현대정공을 설립해서 히트상품 '갤로퍼'로 국내 레저용 차량의 새 지평을 열었을 때 정 회장의 경영능력을 인정했어야 했다.그러나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약진이 달갑지만은 않다. 생산능력 측면에서 국내외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은 연산 530만대인데 비해 국내적으론 현대차 178만대와 기아차 160만대 등 총 338만대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올 1~9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303만대인 반면에 해외생산량은 332만대로 사상처음 해외생산이 국내생산을 추월했다. 휴대전화에 이어 현대차의 코리아 탈출이 본격화되었다.더욱 주목되는 것은 1996년 기아차 아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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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부정청탁 금지법'시대 공직자 등의 자세 지면기사
민원, 비공식 루트 통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제기법규 위배된 요구 계속땐 인내심 갖고 경청해야 법 정착되려면 민원인·공무원 지혜로움 필요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세인들의 관심 밖에 있다가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다시피 하였습니다. 법률 제정의 취지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착시키는데 지혜를 모으기보다는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부터 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한다는 불평까지 매우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었고, 급기야는 '란파라치'라고 불리는 고발꾼의 이야기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법의 제정취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고주의, 온정주의로 인해 쉽게 청탁하는 관행을 부정의 시작으로 보고, 부패 빈발분야를 특정하여 그 분야의 부정청탁행위를 제재하고, 이를 통해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청탁(請託)'이라 함은 '청하여 남에게 부탁함'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에서 어떤 일을 남에게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비슷한 말로 '청원(請願)이 있습니다. 역시 사전을 보면 '일이 이루어지도록 청하고 원함' '(법률용어로) 국민이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손해의 구제, 법령의 개정, 공무원의 파면 따위의 일을 관공서 등에 청구하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탁의 본래 의미와 상관없이 '청탁'에는 부정적이고 음습한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습니다. 위 법률도 금지된 청탁행위를 규정하면서,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습니다.부정청탁금지법은 선진국의 부패방지법제가 취하고 있는 '절차적 규제'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부정청탁의 유형까지 열거한 '내용적 규제'방식을 채택하였다는데 이는 가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반부패입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직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경우에는 소속 기관장 등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