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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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경찰의 반부패에 대한 의지 지면기사
경찰은 최근 서울 지역 클럽과의 유착관계가 진행되며 해당 경찰서 직원 18%가 교체되는 등 향후 부패에 대해 강도 높은 수준으로 문책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그간 반부패에 대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최근에는 수사권조정과 자치경찰제 시행 등 경찰의 역사적 과제를 앞에 두고 있어 인권 경찰ㆍ청렴 경찰로 쇄신하기 위한 노력을 일환으로 생각된다.그렇다면 부패란 무엇인가? 영어로는 'Corruption = Cor(함께) + Rupt(무너지다)'의 합성어이며 한자로는 腐(썩을 부) + 敗(패할 패)이다. 어원을 보면 '함께 무너지다'의 뜻으로 작은 부패 하나로도 조직 전체가 썩고 부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이다.이제 경찰은 숙명과제를 두고 썩은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14만여만 경찰 조직이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가 목전으로 다가왔다.이에 최근 전국 경찰서에서는 각계각층의 지역주민을 모셔두고 '반부패 토론회'를 개최하며 부패 근절을 위한 해결방안 및 그간 경찰의 미진한 점 등 따끔한 충고를 들으며 여기서 나온 내용을 참고하여 향후 반부패 관련 정책에 반영 및 참고할 계획이다.또한, 위와 같은 토론회를 통해 경찰의 청렴의지를 다시금 표명하고 주민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며 지역에서 함께 호흡하는 경찰이 되기 위해 계속적으로 노력 중이다.이 토론회의 피날레는 경찰의날(10.21) 전후 경찰청에서 국민들의 초청하여 개최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개인적으로 부패가 우리 조직에서 영원히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부패의 원인의 다양하여 개인적인 경제적ㆍ심리적인 요인에 따라 발생하기 때문에 100%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과거 탐관오리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가 구성되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완벽히 없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다만, 우리 경찰은 부패의 연속성과 규모가 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순간적인 실수 등은 이해가 되나 오랜 기간 돈을 상납 받는다든지 이런 식의 장시간 부패와 여러 명이 얽히고 얽힌 부패 등은 조직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에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그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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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음주운전 방조하는 것도 큰죄 지면기사
지난 6월 25일부터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음주단속 수치가 0.05%에서 0.03%로 낮춰지고 음주단속 처벌수위도 음주운전 2회로 면허를 취소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면허정지와 취소 기준 등이 강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일 보도되는 언론에서는 강화되어 시행되는 제도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하다. 음주운전으로 사상자를 내고 존경받은 아버지에서 원망받는 아버지로 낙인 찍히고, 이것을 본 많은 사람들이 혀를 차게 하는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비극은 지역과 지위에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 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원망을 하기에 이르고 있다.몇 달 전 명예로운 은퇴를 바라고 한평생 팬들의 사랑 속에서 영구결번을 바라던 야구선수가 전날 마신 술로 인해 음주사고를 냈다. 한순간에 명예로운 인생에서 불명예 은퇴를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사례가 있었다. 과연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여기에 대한 답변은 음주운전을 하게 되는 것은 잘못된 마음가짐이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나 하나쯤, 너 하나쯤"은 "너나 내가 그러면 안 되지", "한잔은 괜찮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은 "한 잔도 안 돼"라는 단단한 마음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단호하게 주장하고 싶다. 음주운전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음주운전은 한 개인뿐만 아니라 아무런 잘못이 없는 다른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행복한 가정을 파괴하는 살인행위를 더는 저질러서는 안된다. 이것은 개인만의 문제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들이 발 벗고 나서서 분위기 확산을 시켜야 한다. 엄연히 개정된 윤창호법에는 음주방조죄가 명시되어있다. 음주운전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는 것은 범죄이다.다시 한 번 외치고 싶다. 음주운전은 개인차원의 실천 문제를 넘어, 도와주고 막아야 하는 이웃의 문제이고 나아가 사회질서와 안녕을 유지해야 하는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노승호 가평경찰서 경사노승호 가평경찰서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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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불법촬영 범죄, 당신이 피해자 될 수도 지면기사
최근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던 모 방송국 앵커가 여성의 하반신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체포됐고, 5급 공무원 합격 후 연수를 받던 교육생이 여자 교육생을 몰래 촬영하다 적발됐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도 일본인이 선수들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다 적발되는 등 불법 촬영 범죄가 늘어나면서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성범죄 발생은 3만2천272건으로 2013년 2만8천786건 대비 약 12% 증가했다. 특히 불법촬영 범죄 발생 건수는 2013년 4천823건에서 2017년 6천470건으로 34%나 증가했다.이렇듯 불법촬영 범죄가 증가하는 이유는 휴대폰, 카메라 장비 발달과 무음 카메라앱과 같은 수법의 다양화 등의 기술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고 유포하는 것을 '술 취해서','실수로 했겠지' 등과 같이 이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이 있다.하지만 불법 촬영된 영상과 사진이 유포되는 순간, 물리적으로 파일을 모두 삭제하는 것은 현재 시스템으로는 역부족이기에 불법 촬영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경찰에서는 지속해서 불법 촬영 카메라를 점검하고 지자체 협업을 통해 불법촬영에 대한 인식개선 및 여성불안 환경제거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으나, 모든 불법촬영 범죄를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일 것이다. '남 일에 귀찮게 왜', '저 정도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자. 나의 사랑하는 가족, 친구라고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본다면 시민들 자체가 CCTV 역할을 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불법촬영 범죄,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가 불법촬영 범죄예방의 한 방법이자 최선의 예방법이다./현철승 의정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위현철승 의정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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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농기계 교통사고 예방, 백문이 불여일행 지면기사
지난해 7월 안성시 발화동 마을에서 농업용 트랙터가 주행하던 중 마주오던 오토바이와 정면충돌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현장에서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이처럼 농촌지역에서 경운기와 트랙터 등 농기계의 운행이 증가하면서 농기계 교통사고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안성시를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 농기계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358건으로, 이 중 34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차종별 교통사고 사망률 분석 결과'에 따르면 농기계 교통사고 사망률(11%)이 일반 교통사고 사망률(1.5%)보다 7배가 높다. 왜 농기계 교통사고가 자동차 교통사고에 비해 치사율이 이렇게나 높을까?농기계는 후사경이 부족하고 과적으로 인해 후방을 확인하기 어려우며 농기계 자체 소음이 크기 때문에 자동차가 다가오더라도 인지하기 어렵다. 또한 이른 새벽부터 야간까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농기계에는 반사장치나 발광장치가 부족하고, 농기계 운전자가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운전자로 인지능력과 운동신경이 떨어져 조작이 미숙하기 때문이다.따라서 농촌에서 운전하는 농기계 운전자는 안전속도 이하의 주행과 주기적인 농기계 점검·정비, 야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반사장치 부착 등 안전수칙 준수가 필요하다.농촌지역을 운전하는 운전자는 공간과 시야가 충분히 확보된 곳에서 경적을 울려 운전자의 접근을 알리고 항상 서행해 더 주의하고 양보하는 운전습관을 가져야 한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교통사고 예방의 관점에서도 이 고사성어는 '백문이 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으로 접목된다. 백번 안전운전에 대해 듣는 것보다 운전자가 서행하고 양보하는 운전하는 행동이 중요하다. 농촌지역에서는 운전자들 스스로가 시민들의 교통안전에 관심을 좀 더 기울여 안전운전, 서행운전 할 것을 당부드린다. '생명을 지키는 교통문화'에 적극 동참해주시길 바란다./박경선 경장 (안성경찰서 교통관리계)박경선 경장 (안성경찰서 교통관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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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양파소비촉진의 나비효과를 기대하며 지면기사
요즘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조치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전국민적인 관심사항으로 대두되면서 '양파가격 폭락문제'가 언론의 관심에서 좀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양파가격 폭락에 따른 농업인들의 타들어가는 시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얼마전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모 유명인이 양파를 소재로 한 요리 레시피를 유튜브 채널에 올려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우리는 흔히 '어려운 농촌을 돕자'라고 하면 "나 하나가 무슨 큰 도움이 되겠어?"라는 생각을 으레 해왔던 게 사실인데 이 유튜브 방송은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보통의 도시민인 우리가 양파재배 농가를 도울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무엇일까?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 가족의 식탁에 양파요리를 많이 올리고 많이 섭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개인들이 속한 각 단체, 조직 차원에서 양파소비 촉진방법을 찾는 것이다. 농협에서도 양파소비촉진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전국 하나로마트에서는 양파소비 확대를 위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고, 각종 기부활동에도 양파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양파즙이용확대 운동을 전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농협이념중앙교육원에서도 교육참여활동 우수자 시상품을 기존의 공산품을 대체해 양파즙으로 주고 있다. 양파재배농가를 돕자는 취지를 이해한 수상자들도 양파소비촉진운동에 본인도 동참했다는 마음에 괜시레 뿌듯해 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양파재배 농가의 한숨소리에 작은 관심을 갖고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그리고 내가 먼저 작은 일부터 실천하여 양파소비촉진의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주인공이 한번 되어 보는 것은 어떤가./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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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사회적 네트워크 강화 통한 치안인프라 구축 지면기사
'치안(治安)'이라는 말은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유가에서 이상으로 삼는 덕치주의(德治主義)에서 '치(治)'의 다스림이란 백성들 개개인의 소망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 주는 것이다.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예전에 이뤘던 혈연중심의 공동체 사회에서 분리됐다. 이후 점점 개별적으로 고립돼가고 있다. 사회 시스템은 승자독식과 패자부활이 없는 성과 중심사회로 변했다. 그 결과, 성과에 지친 많은 사람이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조현병 진료 환자 수는 10만7천여 명이다. 하지만 사회 통념상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사람들까지 집계하면 50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지난 4월 진주 방화·살인사건부터 6월중 발생한 화물차 역주행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치료 중단 정신질환자에 대한 의료기관 간 정보공유 체계가 미비해 발생한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물론 모든 조현병 환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불만과 인간에 대한 실망이 만연해질수록 범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진다.우리는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적 네트워크 강화해 치안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범죄 예방은 경찰 활동을 통해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 보건당국, 비정부기구(NGO), 시민이 모여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네트워크 속에서 범죄 요인을 가진 사람들을 보호하고, 치료해 더 이상 비슷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국민들이 안전하게 자신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절실한 과제인 까닭이다. 법과 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 모두가 치안 인프라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조철현 인천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조철현 인천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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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화재 발생땐 '대피'를 최우선으로 지면기사
어느날 집 현관 한쪽 구석에 찌든 먼지가 쌓여있는 분말소화기 먼지를 털어내면서 소방관인 나 역시 화재예방에 대해 얼마나 신경 쓰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화재 발생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인명피해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의 증가로 화재 발생 속도가 빨라지고 유독성 가스 발생으로 인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짧아졌다. 과연 화재 초기 소화기를 이용한 화재진압이 무조건 옳은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간략하게 화재 발생 시 우선으로 해야 하는 몇 가지 행동요령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첫째, 화재를 인식한 경우 하던 일을 멈추고 즉시 대피해야 한다. "불이야"라고 큰소리로 외치며 다른 사람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고 비상벨을 눌러 경보를 작동시킨다. 그리고 피난층 또는 안전한 지상으로 대피 후 화재 발생 사실을 119에 신고한다. 둘째, 대피할 때는 젖은 수건이나 옷가지 등으로 코와 입을 막아 연기흡입을 최소화한다. 또한 승강기는 열과 연기의 수직통로로 피난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므로 절대 사용해선 안된다. 문을 열 때에는 손등을 손잡이에 살짝 대어 열기가 있는지 확인하고 열기가 느껴지면 다른 통로로 대피해야 한다. 셋째, 아래층으로 피난이 어려울 경우 옥상으로 대피해야 한다. 화염과 농연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탈출을 시도하다 중간에 고립되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공동주택의 경우엔 전용 대피공간 또는 하향식 피난시설, 경량칸막이 등 피난시설을 이용해 탈출할 수 있다. 날이 더워지면서 에어컨 실외기 화재와 선풍기 과열 등 전기화재가 발생한다. 화재 발생 시 귀중한 재산들이 잿더미가 될 수 있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무리하게 불을 끄다가 화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는다. 내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화재 시 대피를 최우선으로 해 나와 내 가족, 국민 모두가 안전할 수 있길 바란다./간종순 양평소방서 대응전략팀장간종순 양평소방서 대응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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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아동학대가 남기는 뇌의 상처 지면기사
지난 5월 23일 정부는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추진방향으로 설정하고 10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아동학대의 범위를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 내 체벌'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민법이 규정한 친권자의 징계권은 1960년 제정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고 아동 체벌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인용됐다. 최근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아동학대 사건으로는 계부의 성범죄를 신고한 후 계부와 친모의 공모 속에 살해당한 아동 사건이 꼽힌다. 부모와 사회의 보호 속에 건강하게 성장해야 할 아동의 삶을 앗아간 아동학대는 매우 심각하고 끔찍한 범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는 아동학대를 부모 훈육의 한 방법으로서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실제로 필자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임상심리사로 근무하면서 만난 아동학대 행위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는 "말로 해서 안 듣는데 그럼 때려서라도 가르쳐야죠" 등이다.이러한 현상은 아동학대가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의 경우, 발달상 자신이 고통받는 점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또 적절하게 의사를 표현할 수 없어 초기 대처가 지연되기도 한다. 특히 학대받은 아동은 여러 연구에서 해마의 부피가 더 작다는 것이 관찰됐다. 해마가 정서 조절과 사건에 대한 의식적인 기억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학대받은 아동은 정서적 어려움을 처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 번 손상된 뇌의 회복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걸린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에는 손상된 채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더군다나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조현병 등 심각한 정신장애에 있어 유년시절 아동학대의 경험이 여러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한다. 아동학대로 인해 아동의 뇌에 평생 회복되지 않을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부모가 인지하고, 경각심과 민감성을 키워야 한다./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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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주민 배려' 성숙한 집회 문화 첫걸음 지면기사
더운 날씨에 창문을 열면 자동차와 공사 장비, 확성기 소리 등 일상적인 소음이 들려온다.불규칙하게 뒤섞여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소음'이라고 한다. 경미한 소음은 생활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소음이 커지면 심리적·신체적 영향을 미쳐 심한 경우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우리는 각종 집회 현장에서 확성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적정한 음량은 불쾌감을 주지 않지만, 그 소리가 기준치를 넘어 소음이 된다면 많은 스트레스를 초래한다.최근 법원은 장시간에 걸친 고성능 확성기 소음은 상대방의 청각기관을 직접 자극해 육체·정신적 고통을 주는 유형력의 행사로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이러한 집회시위는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생활소음에 대한 일반법으로 '소음·진동관리법'이 있다. 집회 소음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 적용된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보면 소음은 집회 주최자가 확성기·북·징·꽹과리 등 기계·기구를 사용하여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리를 말한다. 집시법 제14조 '확성기 등 소음기준'에는 주거지역·학교·종합병원·공공도서관 등은 주간 65db(데시벨) 이하, 야간 60db 이하 그 밖의 지역은 주간 75db 이하, 야간 65db 이하로 규정한다. 소음기준을 위반하면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해진다.폭력적인 불법 집회는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은 급증하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인해 주택가, 아파트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건설현장에서의 확성기 소음은 인근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집회시위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자유·의사 표현의 중요한 권리다. 하지만 소음 발생을 당연시하고 기준을 넘는 소음으로 불편을 준다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집회라고 할 수 없다. 성숙한 집회 문화를 정착하려면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들의 질서의식과 법규를 준수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양승민 수원중부署 경비과 경위양승민 수원중부署 경비과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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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새우깡에 맛 들인 갈매기 지면기사
화성 전곡항이나 궁평항, 안산 탄도항, 시화호 조력발전소 등 사람이 많이 모여드는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그 언젠가부터 새우깡에 맛 들인 갈매기들이 사람들 주변 가까이 날며 경쟁하듯 '새우깡이 먹고 싶다'고 아우성이다.그런 갈매기를 보고 사람이 새우깡을 하늘 높이 던진다. 던진 새우깡을 앞다퉈 낚아채 먹는다. 그것을 보기 위해 남녀노소 너나없이 손에 새우깡 봉지를 들고 하나둘 던지기도, 팔을 뻗어 손바닥에 얹어 놓고 갈매기를 유인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갈매기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즐기기 위해 새우깡으로 유혹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에 맛 들인 갈매기들의 생태적 변화다. 본시 그들이 먹고살기 위해 하던 먹이 사냥을 하려 하지 않고 사람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얻어먹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그러다 보면 사냥을 하여 먹고 사는 야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갈매기는 생존을 위해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야 한다. 그 점을 생각해 더 이상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 주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갈매기들이 그동안 자연에서 먹잇감을 사냥하며 살아온 대로 살도록 놔둬야 한다. 새우깡 던져주면 갈매기가 날아와 받아먹는 그 모습을 감상하면서, 결과적으로는 갈매기를 죽이는 짓을 해서는 안된다.갈매기에게 무심코 새우깡을 던져주는 행위는 사소한 것 같지만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다. 그 또한 인간의 욕심에서 생기는 행위로 자제해야 한다. 자연은 보전돼야 하고 파괴돼서는 안된다. 낙곡을 주워먹고 벌레를 잡아먹고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던 그대로 갈매기를 보존해야 한다.생태계가 건강해야 인간 또한 건강하고 보다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다. 두 번 다시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는 행동은 하지 말자./한정규 문학평론가한정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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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보이스피싱' 이제는 전화를 끊어야 할 때! 지면기사
보이스피싱은 지난 2006년 시작돼 현재 여전히 진행형인 범죄다. 수법 또한 교묘하게 진화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이스피싱 범의 어눌한 말투가 재미있어 코미디 소재로 사용된 적도 있었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어떨까? 정확한 표준말을 구사할 뿐만 아니라 금융업무에 대한 이해와 숙지도가 전문가 못지않다. 또 해외전화 또한 변작하고 있으며, 대출회사를 사칭한 앱(app, 악성코드)을 설치하게 해 피해자의 전화를 통제하는 수법까지 진화했다. 최근에는 예전과 다르게 피해자의 연령대가 30~5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왕성한 경제활동으로 인해 자금이 가장 많이 필요한 연령대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신용이 좋지 않아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 상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경기남부경찰은 금년 한해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경찰 모든 부서의 역량을 결집하는 한편 금융기관 등 유관기관과 협업하여 적극 대응하고 있다. 또한 경찰서 지능범죄팀 내 전담반을 구성해 검거와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이것만 알면 예방할 수 있다. 첫째 전화·문자로 대출 권유를 받은 경우 대응하지 말고 금융회사에 반드시 확인. 둘째 대출처리비용 등을 이유로 선입금 요구 시 보이스피싱 의심. 셋째 저금리 대출을 위한 기존 대출금 상환 개인계좌 이용 시 100% 보이스피싱. 넷째 전화로 정부기관이라며 자금이체를 요구하면 100% 보이스피싱. 다섯째 출처 불명한 파일·이메일·문자는 실행하지 말고 즉시 삭제. 여섯째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 시 즉시 112신고 및 계좌 지급정지 요청. 그리고 보이스피싱에 사용하는 대포통장은 일반인 명의가 대부분이다.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는 돈을, 정부기관에 보내는 돈을 일반인에게 보내라고? 한 번 더 의심하고 주의하자. 이것을 지킨다면 누구나 피해 예방이 가능하다.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경찰의 중요한 임무이다. 그러나 범죄의 예방은 경찰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국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무척 중요하다. 보이스피싱 전화는 대응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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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화재 인명피해 예방, 법령 정비부터 지면기사
대형 화재사건이 매년 발생함에 따라 중앙 각 부서는 국가안전대진단, 소방청은 화재예방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하면 원인을 찾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하지만 법이 미비한 상태에서 소방조사와 안전대진단만 되풀이한다고 인명피해가 줄지 않는다. 지난 2월 대구 사우나화재(사망 3명·부상 88명)와 2018년 11월 서울 종로고시원화재(사망 7명·부상 11명)가 그랬다. 인명피해 원인의 대부분은 건축 당시부터 완벽한 비상통로가 설치돼있지 않아서다. 건축에서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노후 건축물의 경우 방화구획이 현실과 맞지 않아 강화유리로 된 덧문을 설치해 방화문을 열고 영업하거나, 방화문만 있을 때도 방화문을 열어둔 채 영업한다. 이러한 불법행위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연기가 계단을 굴뚝으로 인식해 피난에 어려움을 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승강로가 방화구획 안에 위치해 연기가 건물 내부로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관리단의 당연 설립 등)를 보면 건물의 소유주가 다수인 경우 관리단을 구성토록 하고 있으나, 구성을 안 해도 벌칙이 없다. 이 법을 강화해 관리단 미구성 시 소유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관리단 구성을 강화한다면 대형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2004년 인천호프집 화재 이후 다중이용업소는 비상구 강화차원에서 발코니 또는 전실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전실에서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전실에 대한 법 미비였다.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개선이 아닌 실제 안전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같은 법에 발코니는 넓이 규제는 있지만 하중 규제가 없어 벽면에 앵커볼트만 끼어 놓은 상태로 10년이 넘게 흘렀다. 그 발코니가 비바람에 부식되고 있다. 조사와 대진단 이전에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 안전 관련법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조항이 없는지 재정비하고, 잘못된 관행을 일소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정해득 부천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위정해득 부천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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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시민이 만들고 가꿔가는 지역화폐 지면기사
시흥화폐 시루가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7개월여 만에 발행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지역 내 소비의 역외유출을 막아 소상공·자영업자, 그리고 지역경제가 활짝 웃을 수 있도록 민과 관이 착실히 준비한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모바일 지역화폐는 스마트폰을 통해 시루의 구매와 결제가 가능한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시흥시의 '모바일시루'가 국내 최초다. 현장의 목소리는 생소함과 불편함에서 신속함과 간편함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앱 구동 속도 등 개선사항이 없지 않지만, 몇 번 사용하면 동네 분식점에서 핫도그를 사 먹을 때도 지갑이나 잔돈이 필요 없는 모바일시루에 대해 '왜 이제야 도입했냐'고 되묻는 시민이 늘고 있다. 시흥의 전통시장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스마트한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하다.지역의 살림살이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은 결국 살기 좋은 동네를 일궈가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시흥화폐 시루는 '경제+공동체' 활성화를 비전과 미션으로 두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도 이러한 공동체성을 살리기 위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영국 브리스톤, 프랑스 낭트, 네덜란드 마키 등 6개의 지역화폐 시범사업을 완료하고 2050년까지 지역화폐를 유럽 전역에 확대한다고 한다. 지역화폐의 궁극적 목적은 공동체 강화이며 성패여부는 시민의 참여라는 인식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흥화폐 시루는 시민 참여를 중심에 두고 시작했다. 상인회, 시민단체, 생협, 중간지원조직, 시 관련부서 등이 모여 '시흥시지역화폐추진회'를 만들고, 2년여에 걸쳐 교육과 학습, 시민홍보와 설문조사, 이름과 디자인 시민공모, 시민열린토론회 등을 진행하며 전 단계에서 시민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했다. 시루가 성공적인 첫발을 뗄 수 있었던 것도 민관협치의 도입과정과 운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시흥시는 시루가 시민과 함께, 시민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함께 만들고 가꿔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미경 시흥시 소상공인과장고미경 시흥시 소상공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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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자살기도자 구조 이어 상담·사후관리 중요 지면기사
여청수사팀에 근무하던 시절 근무 중 제일 기억에 남을 사건을 되새겨 보면 실종신고 접수로 밤새 수색을 해서 자살기도자를 발견해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일이다. 자살 관련 112신고 현황은 전국 2017년 1만2천813건, 2018년 1만5천414건으로 20.3% 상승했으며, 현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에 따르면 성인기준 자살자의 경우 평균적으로 사망 전 20여 회의 자살을 시도하며, 상담 및 사례관리를 받은 경우 관리를 받지 못한 경우에 대비해 사망률이 5.9%까지 감소했다고 분석돼있다. 출동 현장에서 자해·자살기도 등 상황 발견 시 구조와 병행해 신속한 상담 및 사후관리 연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이에 안성경찰서에서는 2차 자살예방을 위해 '2019년 안성시 정신보건센터와 관할 지구대·파출소 간 협력간담회'를 통한 실시간 핫라인 소통창구를 마련해 24시간 현장상황 합동대응으로 자살기도자 예방에 힘쓰고 있다.대응사례로 박모(50)씨는 거주지가 없이 차에서 생활하며 일용직 노동자 생활을 하던 중 겨울에 일이 없어 생계를 유지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112문자신고를 통해 '지금 저수지 앞이다. 뛰어들 예정이다'라고 보내 112신고를 받은 파출소 직원들이 출동, 자살기도자를 구조했다. 구조에만 그치지 않고 안성시정신보건증진센터와 연계해 자살기도자는 현재 긴급생계비 지원으로 월세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이와 함께 2차 자살기도에 대한 예방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2019년 7월 16일부터는 자살예방법에 의거, 경찰 등 긴급구조기관은 정보주체의 동의를 전제로 자살예방센터에 정보 공유가 가능해졌다. 자살기도자의 1차적 보호자가 돼야 할 경찰이 판단 매뉴얼에 따라 응급입원 등의 추진으로 자살예방에 적극적으로 힘을 쓸 예정이다.2차 자살예방을 위한 안성경찰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민생치안을 더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살기도자의 신고출동현장에서 경찰관이 1차적 보호자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김나연 안성경찰서 순경김나연 안성경찰서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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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열수(洌水)와 사는 사람들 지면기사
지난 4월 20일~21일 'Think J'라는 주제로 남양주시 팔당 한강변에서 정약용 사색의 길 걷기 대회가 열렸다. 정(J)약용 선생과 조(J)안면을 다시 생각하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아름다운 한강을 느끼며 정약용 선생의 생가인 조안면 마재마을까지 천천히 걸었다. 마재마을은 정약용 선생이 태어나고 묻힌 곳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마재마을을 생각하면 화가 나고 가슴이 아프다. 마재마을은 팔당호 주변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 산세가 좋고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고들 한다. 과연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그렇게 느끼며 살고 있을까?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주민들은 주변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어렵고 힘들게 살아왔다. 안타깝게도 지금도 그렇다. 1972년 5월 4일에 정약용 선생의 묘가 경기도기념물 제7호로 지정되었다. 먹고 사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이때만 해도 마을 주민들은 정약용 선생의 호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하지 않았다. 이제 사람들이 묻는다. 선생의 호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뀐 것인지를. 나의 생각은 이렇다. 나는 조안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지역주민이다. 학문적 깊이는 학자들보다 많이 부족하지만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정약용 선생의 호를 다산, 사암, 열수, 여유당이라 부르지만, 선생은 본인의 저서에 옛 한강의 이름인 '열수'라는 호를 썼다. 고향땅 마재를 얼마나 사랑하고 생각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강진 유배지에서도 항상 마재마을과 가족을 그리워했다. 유배 시절인 1813년 하피첩을 쓰고 남은 빛바랜 치마폭에 선생은 매화와 새 두 마리, 시 한수를 쓴다. 시집간 딸의 행복을 바라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이 「매화병제도」에 담겨있다. 그리고 '열수 늙은이는 다산의 동암에서 쓰다'라고 적어 넣는다. 자신을 '열수 늙은이'라 칭하며 마재마을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몸은 천리 밖 강진에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늘 이곳 마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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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국가경영 전략은 있는가 지면기사
우리에게 국가경영 전략이 있는지 의심이 될 때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선을 빚을 때가 많다. 대한민국은 분명히 '자유민주공화국'이라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이에 따라 제헌국회 개회식도 이를 근거로 첫 출발을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정권만 바뀌면 정책의 혼선을 빚는다. 국가경영자가 바뀌면 모든 정책을 바꿔 새로 시작하는 것은 후진국형 발상이다. 선진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부끄러운 일이지만, 고려와 조선 왕조의 지도자들이 당파로 갈라져 당권 싸움에만 몰두하다 시대감각 없이 주변의 변화에 대처할 국가경영 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외세가 조정에까지 침투하여 처절하게 망했던 사실을 지금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중국의 한 외교관이 세운 '조선책략'이란 엉성한 전략을 앞세웠다가 그렇게 되었다. 나라 안팎의 정세가 바로 그때와 너무 닮았다는데 통탄을 금치 못한다. 그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국가의 장래를 위해 국민 전체가 웅비할 수 있는 국가경영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중국 덩샤오핑은 문화혁명 후 만신창이로 망가진 나라를 100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경영 전략을 세워 실천하였기 때문에 오늘날 중국의 기초를 닦았다. 그가 권좌에서 물러나기 전 국가경영전략에 대하여 '앞으로 100년간 이 전략을 변하지 말고 지켜라. 그러면 중국은 흔들림 없이 번영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라고 당부하였다고 한다. 지금 중국은 당과 행정부, 군대, 학계, 고위직 모두 덩샤오핑의 이러한 전략을 연구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일본도 마찬가지다. 2009년 등장한 신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한 신일본 창조를 위한 '국가전략국'을 만들어 이에 적당한 국가전략상을 임명한 다음에야 비로소 다른 각료들을 임명하였다. 우리의 국가경영 전략을 세워 이끌어갈 지도자가 없다. 국가경영과 민족경영에 대한 뚜렷한 내용 없이 나라 장래가 있을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인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면 그것은 국가경영과 민족경영에 대한 전략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아예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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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권력' 그리고 빛과 그림자 지면기사
"권력을 쥐면 사람의 뇌가 바뀝니다.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분출되는데 이로 인해 공감능력이 약화되고 목표달성이나 자기만족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뇌·신경 심리학자인 아일랜드 이안 로버트슨 교수의 말이다.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과다한 도파민 분출로 부작용이 발생하고 마침내 권력기관 또는 권력자 스스로가 무감각해져, 오히려 그러한 환경에 지배를 당하고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가는 자신들을 뒤돌아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물론, 권력에 도취되면 사람을 더 과감하게 하고 모든 일에 긍정적이며 심한 스트레스를 견디게 되는가 하면, 권력을 가진 사람을 좀 더 스마트하고 집중적인 전략가로 만들어주기도 한다.그러나 필자의 현장실무를 통한 경험과 각종 언론, 매스컴 등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변화들을 미루어볼 때 무소불위를 자랑하던 권력에 대한 장벽이 크게 허물어지고 쇠퇴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기득권은 대들보를 갉아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어떠한 개인 또는 조직이나 문화에서도 너무 무리하게 기득권을 유지하고 지키고자 한다면, 이 또한 권력을 취하고자 하는 단초가 될 것이며 역으로 오만한 권력에 중독자가 되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따라서 앞으로 점점 더 다변화, 다양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기득권과 권력이 아닌 정당하고 타당성 있는 올바른 경쟁력을 가진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며, 우리 사회가 좀 더 거듭나고 나아갈 길을 찾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해본다.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그것은 행위자와 심판자의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부여받기 때문이다. 화려함과 눈부심으로 가려진 '권력'이라는 유혹은 결국에는 명암을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빛에 가려진 그림자가 아닐까./조준상 안양동안署 갈산지구대장조준상 안양동안署 갈산지구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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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안성소방서 비상구, 그것이 알고 싶다! 지면기사
지난 3월 충북 청주시의 한 노래방에서 비상구 문이 열리며 5명이 추락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노래방 복도 끝에 위치한 방화문 밖 1평 정도 되는 부속실에서 비상구 밑으로 추락해 2명은 의식이 없고 나머지 3명은 중상을 입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인재 중 하나이다.비상구란 '영업장 주된 출입구의 반대방향에 설치하되 주된 출입구로부터 영업장의 긴 변 길이의 2분의 1 이상 떨어진 위치에 설치할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또한 설치 규정은 개별 업종에 적용 조항인 이유로 비상구 설치 유지관리를 해야 하는 자는 영업주이다. 문제는 이 법령이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세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다행히 2017년 12월 다중이용업소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되어 비상구에 추락방지를 위한 장치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비상구 발코니나 부속실에는 누군가 문을 열면 경보음이 울리도록 경보음 발생장치를 설치하거나, 또는 추락위험을 알리는 문구를 반드시 부착하고 외부로 향하는 문 앞에는 쇠사슬이나 안전로프를 설치해야 한다. 아울러 추락방지장치를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 300만원이 부과된다. 다만 기존 업소는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해 금년 12월까지는 추락방지장치 설치를 완료해야 한다.어디서나 자리에 앉기 전에 반드시 비상구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 문 열림까지 확인한 다음에야 자리에 앉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소방시설이 잘 관리되고 있는 안전한 장소를 찾는 현명함도 필요하다. 영업주는 통로나 비상구에 물건 등 장애물을 쌓아놓는 행위, 비상구 훼손 및 폐쇄는 분명한 위법행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업장 찾는 모든 사람들은 개개인의 안전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자율 의식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현중수 안성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위현중수 안성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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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깜빡 놓고간 남의 물건 무심코 가져가면 절도죄 지면기사
요즘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모바일은행 거래를 많이 이용하지만, 아직도 은행 현금지급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바쁜 와중에 현금지급기를 이용(계좌이체, 현금인출)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지갑이나 현금을 현금지급기 위에 놓고 가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지난해 남양주 와부읍 소재 모 은행 현금지급기를 사용하던 최모씨는 은행업무를 마치고 현금지급기 선반 위에 시가 30만원 상당의 몽블랑 반지갑(현금 5만원)을 놓고 간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 장소로 다시 찾아갔지만 누군가 가져갔고 경찰에 분실신고를 했다. 최근에는 덕소역 2번 출구 앞에 잠시 놔둔 전동킥보드(시가 98만원)를 무심코 가져간 사건, 덕소역 자전거 보관소에 묶어둔 자전거(시가 30만원)의 자물쇠를 끊고 가져가는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위의 사례처럼 타인이 깜박하고 현금지급기 위에 놓고 간 물건이나 보관소에 있는 물건을 가져간 경우도 절도죄가 성립된다. 절도죄는 형법 제329조 타인의 재물을 절취(불법영득의사)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강력범죄에 속한다. 또한 절도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강력하게 처벌하는 비친고죄로 분류된다. 비친고죄는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수사 및 공소 제기되는 범죄를 말한다.남양주경찰서 와부파출소 차의진 경감은 "다른 사람이 놓고 간 물건을 무심코 가져간 행위는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중범죄"라며 "누군가 깜박 잊고 놓고 간 물건은 가까운 경찰서(지구대·파출소)에 신고하거나 분실물습득 관련 112신고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타인의 물건을 가져가면 잠깐의 행복이 평생의 후회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율학 남양주署 와부파출소 경장이율학 남양주署 와부파출소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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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제복입은 평범한 시민 지면기사
봄철 불청객 미세먼지로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한 날이 많은 요즘이다. 그래서인지 누구나 웃고 즐길 수 있는 경찰관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극한직업'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속 경찰관이 반복되고 지친 일상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수사하여 범죄자를 잡는 모습에 뿌듯한 것은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천생 경찰관인 것 같다. 경찰관은 '거리의 판사'라는 말도 있으나 "울고 보채는 아이를 잡아간다"고 혼내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국민들에게는 지금도 경찰관은 어렵고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곤 한다.하지만 안성경찰서에서는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라는 경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기 이전에 자신이 시민의 입장이라면 경찰관의 어떤 말과 행동에 신뢰와 공감을 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다양한 경찰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호위반을 한 시민에게는 면허증을 먼저 달라고 하기보다는 위반을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지 물어보고, 도로가 막히는 경미한 교통사고 현장에서는 차를 먼저 빼라고 말하기보다는 다친 데는 없는지 물어보는 게 시민들이 원하고 바라는 경찰상인 것이다.우리 양성파출소에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경위 홍승기 경찰관의 일화를 소개한다. 홍 경위는 112순찰 도중 초등학교 앞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어린이를 발견하고 급정차하게 돼 차에서 내려 아이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혀 아이 눈을 바라보며 "우리 친구 많이 놀랐지?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무단횡단하면 위험한데, 무슨 급한 일 있어?"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울먹이면서 "몸이 아파서 그랬어요. 경찰 아저씨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했고, 홍 경위는 아이를 순찰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혼날 줄 알았는데… 집까지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손을 흔들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홍 경위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고 한다./김성배 안성 양성파출소장(경감)김성배 안성 양성파출소장(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