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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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배려와 어우러짐의 상징 '깍두기 문화' 지면기사
경제·사회적으로 팍팍한 코로나19 시대를 살면서 문득 배려와 어우러짐의 상징인 '깍두기 문화'가 생각났다.여기서 깍두기는 김치의 한 종류인 깍두기가 아닌 대한민국 사람만이 가진 정(情)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놀이문화에서 파생된 용어를 의미한다.지금처럼 다양한 놀이문화가 없었던 1980년대 시절, 동네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술래잡기나 오징어 게임, 공기, 비석 치기, 고무줄 놀이 등 맨몸 또는 간단한 물건으로 할 수 있는 놀이를 즐겼다.이러한 놀이는 대부분 편을 갈라서 했기에 아이들의 숫자가 홀수가 되면 1명은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하지만 우리의 현명한 당시 아이들은 '깍두기'라는 묘수를 발휘해 문제를 쉽게 해결해냈다.공정한 놀이의 근간은 나의 편과 상대편의 수가 동일해야 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당시 아이들은 놀이의 근본적 가치인 '함께 즐긴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한 명의 외톨이 없이 어느 한 편에 끼워서 모두가 즐거운 놀이를 통한 추억을 만들어 갔다.특히 이 '깍두기'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몸이 불편하거나, 어리거나, 게임을 잘 못하는 아이들이었기에 나는 감히 '깍두기 문화'를 배려와 어우러짐의 상징이라 주장하고 싶다.현재 대한민국은 초고속 성장의 이면에 드리워진 무한경쟁사회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경제 등의 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팍팍한 시절을 보내며, 대부분의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이기적으로 변모해가고 있다.대한민국의 기성세대들은 이미 깍두기 문화를 알고 이를 몸소 실천했던 만큼 힘들었지만 함께 즐겁기 위해 서로를 배려해주는 넉넉한 마음을 가졌던 어릴 적 기억을 되새겨 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길 희망한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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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정치의 계절 지면기사
얼마 전 인근 사립초등학교에 입학 원서를 냈다가 떨어졌다. 추첨으로 남녀 각각 21명씩을 뽑는 전형이었는데, '똑' 떨어졌다.사립초등학교가 공립초등학교에 비해 어떤 교육이 더 나은지는 솔직히 잘 알지 못한다. 교육의 질을 따질 형편이 못됐다. 나는 대한민국 워킹맘이고 내 아이는 내년 3월부터 점심만 먹고 돌아온다는 그 무서운 '대한민국 초등학교 1학년'이 되기 때문이다.특히나 대한민국에서 초등학생이 제일 많이 사는 경기도 대도시 초등학교는 돌봄교실조차 추첨을 통해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추첨에서 떨어지면 엄마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을 떠돌아야 한다는 육아 선배들의 전언을 익히 들어온 터라 나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사립초등학교는 '유치원'처럼 돌봄교실이 내실 있게 잘 돼 있다고 들어 부랴부랴 추첨 대열에 끼었다.비단 나만의 일은 아니다. 곧 초등학생이 되거나 초등학교 입학을 1년여 앞둔 주변 워킹맘들은 대부분 사립초등학교 입학을 고민한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입학할 수 있다'는 소문대로 결과는 꽝이었지만. 자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지지리 복도 없는 엄마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내 아이는 2015년생이다. 아이를 출산할 무렵, 육아 선배들은 하나같이 육아휴직을 전부 소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1학년 시기를 위해 조금이라도 남겨두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휴, 그때 되면 세월이 7년이나 흐르는데, 우리나라도 바뀌겠죠." 지금은 그때의 나에게 코웃음을 쳐주고 싶다.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내년 상반기,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열린다. 간절한 기대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귀 기울여보지만, 진실을 알 수 없는 정쟁만 난무하다. 예비 '초등맘'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현실의 문제엔 여전히 답이 없다. 언제쯤 우리 정치는 내 삶을 바꿔줄까. /공지영 정치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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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10만 도시' 내다본 가평형 도시계획 수립을 지면기사
최근 가평지역 곳곳에서 도로·고층 아파트 등 대규모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노선(안)을 마련 중인 제2경춘국도를 비롯해 가평읍 8곳(3천800여 가구), 설악면 8곳(5천600여 가구), 청평면 6곳(2천600여 가구) 등 총 1만2천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오는 2025년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인구 유입은 3만명 이상으로 가평군은 전망하고 있다.이는 현재 군 전체 인구 6만4천여명의 약 50% 가 증가하는 것으로 군 단위 지자체의 이상인 '10만 도시'를 꿈꾸게 한다.이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인구유입,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걱정의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도시의 발전적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조성된 도시계획도로, 부족한 공영 주차장, 열악한 응급의료시설 등 미비한 도시기반시설 문제를 우려하는 소리다.인접도로가 유일한 도심에 300여 가구 규모의 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는가 하면 다수의 시가지 도시계획도로 등이 개설과 동시에 주차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가평의 실상이다.아무런 대책 없이 이러한 사업이 추진되면 도심 교통 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또 주차장으로 전락한 시가지 도시계획도로는 보행자 안전 위협은 물론 소방차 등 긴급 자동차 진입이 어려워 화재 발생 시 대형사고 우려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계획에 따른 형식적 도로 개설이 아닌 교통량, 인구분포 등 전반을 고려해 보행도로, 주차장 등 관련 시설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 후 추진돼야 한다.여기에 2개뿐인 관내 응급의료시설도 걱정거리지만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것도 지역의 안타까운 현실이다.이처럼 지역 곳곳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제라도 군은 단기 지엽적 도시계획이 아닌 장기 본질적 도시계획 수립 등 문제 해결방안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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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인천여성의전화 새로운 출발을 응원한다 지면기사
인천에서 활동을 이어온 대표적인 여성 인권단체인 사단법인 인천여성의전화가 30년 가까이 써온 단체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 찾기에 나섰다는 소식을 최근 알게 됐다.인천여성의전화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오는 30일까지 온라인에서 새 이름을 공모해 다음 달 후보작을 추린 뒤 내년 1월 열릴 정기총회에서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는 공지가 있었다. 이름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링크와 함께 이 같은 결정이 지난 9월17일 열린 총회의 의견조사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30년 가까이 써온 이름을 바꾸게 된 더 자세한 이유를 알고 싶어 '인여전'에 전화를 걸었다. 전국에 있는 20여 여성의전화의 대표단체 성격인 한국여성의전화의 '지부'로서의 '연대'관계를 끝내며 새 이름을 찾기로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30분 가까운 통화였는데, 요약하면 한국여성의전화가 인천여성의전화 한 회원의 활동을 문제 삼았는데 그 과정에서 충분해야 할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거부되거나 생략됐다는 것이 연대를 끝내기로 한 주된 이유였다.30년 가까이 인천여성의전화를 이끌어온 김성미경 대표는 정들었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데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그는 "여성의전화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는데 이름과 작별해야 한다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하지만 이 새로운 여성들의 요구와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수용하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다행인 것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인천여성의전화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새 이름 공모에 지난 주말을 기준으로 벌써 180건 넘은 이름이 도착하며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인천여성의전화 회원 수도 크게 늘었는데, 250여명인 회원이 현재 400명으로 인천여성의전화 출범 이후 가장 많은 회원 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결정으로 인천여성의전화는 더 큰 비난이나 배제, 고립, 핍박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길을 택한 여성의전화의 새롭고 당당한 새 출발을 응원하고 싶다. /김성호 인천본사 문체교육팀 차장 ksh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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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지자체 도시개발' 관리… 내 재산처럼 지면기사
지난해 3월 의왕테크노파크가 준공된 이후 1년 반이 지났지만, 이를 위해 지난 2016년 구성한 AMC(자산관리회사) 등의 청산작업은 착수조차 못하고 있다.매년 AMC 운영에 13억여원이 투입되는 가운데, 청산이 진행되려면 테크노파크 분양을 받은 일부 수분양자들에 의한 민사소송이 마무리된 내년 6월께나 가능하다고 의왕시는 전망했다.테크노파크 사업 추진을 위해 2대 주주로 뛰어든 의왕시는 당초 12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적절한 개입으로 잘 굴러갈 것만 같던 사업은 개발계획 일정보다 3년가량 지연됐으며 개발과정에서 AMC와 PFV의 대표이사 등이 부정을 저질렀다가 징역형을 받은 사실이 최근 1심 판결을 통해 전파됐다.배임 행위 등이 징역형을 받은 이유로 작용한 가운데 이들은 항소심을 통해 자신들의 무죄를 입증한다는 입장이지만, 2대 주주인 시는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요즘 공직사회에선 청렴성 확보 등을 이유로 기소만 되더라도 사표 얘기가 오가는 판에 설령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해임' 등의 의견을 내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음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민관합동 개발사업이었기 때문이다.내년 6월에 청산이 이뤄지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수이고, 그만큼 주주들의 이익금 배당에 악영향을 끼쳐 배당이익 감소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테크노파크 준공 직후 청산을 위한 조성원가 책정도 늦어졌고 결산작업 등도 시의적절하지 못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도 있다. 성남 대장동 사업과 같은 대형 이슈는 아니지만 '민관합동'이라는 개발 특성이 같은 데다가, 사업을 추진한 주체들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도 비슷하다. 시민들의 세금을 내 돈과 같이 여겼다면 사업기간도, 사업의 투명성도 좀 더 확보돼 의왕 제2산업단지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도 기대했을 것 같다. /송수은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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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무상교통이 꽃 필 타이밍이 왔다 지면기사
서철모 화성시장의 대표정책인 화성시 무상교통이 올 11월로 시행 1년을 맞았다. 화성시에서는 아동·청소년에 이어 어르신, 청년층까지 시내 구간의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실험으로 복지와 포퓰리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최대 논란이 될 듯했던 정책이었는데, 예상보다 순탄(?)하게 1년이 지났다. 비판과 우려는 이겨냈지만 그렇다고 흥행에 대대적으로 성공한 것도 아니다. 치열한 논쟁이 있어야 발전의 방향도 모색되는데,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멈췄다. 시민의 이동량이 줄고, 가급적 대중교통 수단 이용을 피했다. 무상교통의 혜택을 누리기에 지난 1년, 화성시민은 너무나 큰 통제의 삶을 살았다. 학교는 재택수업, 직장도 재택근무 등.무상교통이 시민의 이동권을 신장시키고, 탄소절감으로 환경에 기여하며, 지역경제도 활성화 시킬 것이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로 너무 움츠려 있었다.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 절호의 타이밍이 찾아왔다. 무상교통 1년이 된 11월, 우리 정부는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일상 회복에 나서면서, 시민들의 이동이 늘어나고 있다. 무상교통의 효용성을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일상 되찾기에 무상교통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무상교통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고 지역과 지역을 잇는데 화성시가 타 지역보다 부담이 덜하다면, 코로나 팬데믹 탈출도 타 지역보다 월등히 빠를 것이다.화성시는 최근 지난 1년의 성과를 분석한 연구용역에서 무상교통 이용자의 86.7%가 만족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충분히 가치 있는 성적표다. 무상교통에 대한 평가는 어쩌면 이제부터다. 앞으로는 시민의 86.7% 이상이 위드 코로나와 함께 무상교통의 가치를 누렸다는 성과를 얻길 바란다. /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mrkim@kyeongin.com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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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시흥 갯골이 전하는 메시지 지면기사
동탄호수공원, 미사호수공원, 운정호수공원 등 신도시마다 새롭게 조성된 호수공원은 대리석 바닥에 화려한 분수, 잘 갖춰진 데크와 산책로, 체육시설 등 도시와 잘 어울리는 화려함이 있다. 호수공원을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잠시 머물다 자리를 뜬다. 여운도 느낌도 없다. 그저 가까운 곳에 호수공원이 있으니까 그곳에 산책하러 나갈 뿐이다. 또한 호수공원의 공통점은 바로 수질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사실 신도시 호수공원의 호수는 정확하게 말해서 호수가 아니다.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하천의 유속을 감소시키는 저류조에 인공적으로 물을 저장해 놓고선 호수라고 부를 뿐이다. 녹차라테로 최악의 수질은 뾰족한 해결책도 없다.그런데 시흥 내만 갯골에 조성된 생태공원은 호수공원처럼 화려하지도 눈에 띄는 즐길거리도 없는데 연간 4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이 찾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150만㎡ 규모로 조성된 갯골생태공원에선 뱀처럼 구불구불한 갯골을 따라 산책하거나 넓은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누워 온전히 보전된 자연 생태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이게 된다.갯골생태공원을 여유롭게 거닐다 보면 빼곡한 빌딩 사이의 호수공원에선 절대 느낄 수 없는 무엇인가가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이 시흥 갯골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공원은 휴식공간이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갖도록 하는 곳이 돼야 하는데 도심 속 공원의 대부분은 더 이상 휴식공간이 아닌 바쁜 현대인의 일상생활의 연속되는 공간이 됐다.인공 조미료에 길든 우리의 입맛이 천연 조미료의 새로운 맛에 푹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그동안 느껴 보지 못했던 천연 조미료 맛을 음미해 보기를 추천해 본다. /문성호 지역사회부(시흥) 차장 moon23@kyeongin.com문성호 지역사회부(시흥)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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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도시개발의 명암 지면기사
경기도 신도시에 들어서면 어디나 쾌적하고 정돈된 느낌에 기분이 밝아진다. 높이 솟은 건물들이 가지런하고 단정해서 안전하리라는 믿음마저 생긴다. 이런 도시환경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돈된 환경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상황이 다르다. 첫 단계인 부지 마련 과정에서부터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곤 한다.주거환경개선이라는 커다란 장점에 밀려 기존 토지 소유자들이 희생을 강요당하는 일이 있다. 토지를 수용당하는 경우가 그렇다. 원치 않더라도 다수의 동의가 있으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산시에서는 운암뜰도시개발사업지구 내 토지주들이 시와 갈등을 겪고 있다. 이들은 시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운암뜰 사업으로 특혜를 받는 자가 없게 하고 토지주들에게는 합리적인 보상을 하라는 요구다. 이 같은 갈등은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비교적 소규모로 진행되는 개발사업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오산에서 20년간 소유한 공장을 운영한 사업가가 자신의 공장 부지가 아파트 건설 사업부지로 수용될 위기에 처했다. 그는 시를 상대로 해당 사업계획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로서는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일 것이다. 그는 개인은 희생시키고 사업 시행자에게는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는 이러한 사업 진행방식을 한탄하고, 이러한 사정을 알고도 사업을 허가했다며 오산시의 무심한 행정을 원망했다.최근 성남시 대장동을 계기로 도내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졌다. 개발방식의 문제점에서부터 도시개발법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다양한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문제를 직면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공익과 개인의 권리가 알맞은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빛을 보게 되기를 바란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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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검찰은 그들끼리 무얼 하고 있나 지면기사
수원지검 원천동 청사는 1984년 지어져 35년 동안 쓰였다. 지금은 지검과 고검 모두 수원시 영통구 하동 광교신도시에 있다. 현 검찰청사를 가면 창밖으로 광교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이른바 '호수 뷰'다. 작고 답답했던 원천동 청사를 기억하는 기자에겐 상전벽해다.낡고 좁은 원천동 청사는 경기 남부의 늘어나는 사건 수요에 맞춰 공간을 증설해 왔다는 게 특징이었다. 오래된 건물에 보안을 지킬 방법이 마땅치 않아 복도에 쇠창살을 내려 통행을 막는 원시적인 방법을 쓰기도 했다. 허름한 공판검사 방은 마치 영화 '변호인' 속 1980년대 초 변호사 사무실을 보는 듯했다.그래도 할 수사는 다했다. 기자가 수원지검을 출입한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수뢰혐의로 하남시장이 구속됐고 경기 남부 국회의원들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줄줄이 수사를 받았다. 활성탄 비리를 저지른 한국수자원공사에선 대규모 구속사태가 빚어졌다.수원지검에 온 검사에겐 '한 건 해서 서울로 가야 한다'는 의지가 읽혔다. 승진을 위해선 수사할 거리가 많은 경기 남부에서 큰 사건을 반드시 치러야 했다. 그렇게 성과를 낸 검사들은 차장검사로 승진해 지방에 내려가거나 이른바 '서울로 영전'해서 돌아갔다.'영전의 선순환'이었다. 적어도 수사가 이뤄지고 또 많은 범죄 혐의가 밝혀졌으니 말이다. 4년 만에 돌아온 수원지검은 조용하다. 무엇을 수사하는지도 알 수 없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도 갸웃하다. 건물은 커지고 번듯해졌지만 생동감이 사라졌다.원천동 청사에 있을 때도 수사 보안 때문에 검사실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도 기자들과 소통하는 검사들이 있었고, 지역 언론은 그들을 통해 토호세력의 비리가 포착되고 척결되는 현장을 찾아냈다. 바뀐 검찰 문화는 중앙보다는 지역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래서 감시의 눈이 적을 수밖에 없는 지역에서 토착비리가 피어날 공산이 더 크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어두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신지영 사회부 차장 sjy@kyeongin.com신지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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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소설가 김유정, 삶·문학으로 하남을 보다 지면기사
삼국시대 초 백제 시조 온조왕 13년에 현재의 하남시 춘궁동 일대를 도읍으로 정하고 '하남 위례성'이라 부른 이래, 백제 근초고왕 25년까지 백제의 도읍지였던 하남은 예로부터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다 보니 문인들의 작품 속 영감의 대상지로 많이 거론됐다.하남은 현재도 근대 소설가 및 문인들의 발자취가 많이 남아있는데 소설 '추월색'으로 유명한 최찬식 선생과 소설 '스리'를 쓴 법학자 유진오 박사의 고향이다. 또 황순원 작가의 소설 '일월'의 무대이면서 모윤숙 시인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의 시상을 떠올리게 한 장소로도 유명하다.그중에서도 1930년대의 농촌 현실, 궁핍한 모습을 특유의 해학과 웃음, 순박한 토속 언어로 풀어낸 문단의 보물이라 일컫는 김유정(1908~1937) 선생이 기거하다 타계한 곳이 하남이다. 현재까지도 조카들이 세거하고 있다. 짧은 생애 동안 그가 실제로 작품 활동을 한 기간은 불과 4~5년밖에 되지 않지만 대표작 '소낙비', '봄봄', '산골나그네', '동백꽃' 등 주옥같은 30여 편의 단편으로 우리 문학사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작품들을 남겼다.그의 업적을 기리는 '김유정문학촌'은 그가 태어난 고향인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해 있다.비록 작품성만 놓고 보면 하남시와 소설가 김유정을 연결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김유정 선생이 춘천실레마을에서 태어나 옛 이름 광주, 하남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만 놓고 보면 작가의 동선에 따라 하남의 특정 지역이 창작의 모티브로 사용된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이다. 소설가 김유정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하남의 문화적 정체성 역시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찬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