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 미리 그려보는 내년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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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미리 그려보는 내년 연말 지면기사

    피해자에 감정을 이입하는 일은 기자가 하지 말아야 할 행위 중 하나다. 감정에 휩싸여 자칫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감정을 이입할 수 없는 대상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어떨까. 지난 19일 오산시 궐동의 한 의류수거함에서 숨진 영아가 발견됐다. 탯줄이 그대로 있었고 옷에 싸인 채 숨을 거둔 상태였다고 한다. 구스다운 패딩을 입어도 추운 한 겨울밤에 금속 재질의 통속에서 숨을 거둔 아이는 어땠을까. 희로애락을 구분할 수 없고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어서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고작 우는 것 뿐이었을, 그런 존재였을테다.며칠 동안 마음에 돌이 걸린 것처럼 밤잠까지 뒤척이다 성탄이 지나서야 의류수거함 앞을 찾아갔다. 거기에 한 시민이 꼭 내 심정 같은 말을 써뒀다. "이 추위에 엄마 따뜻한 품에 안겨 보지도 못하고 젖도 한 모금 먹지 못하고 옷도 한 벌 없이 얼마나 춥고 무섭고 배가 고팠을지 상상도 못하겠구나. 어젯밤에도 아침에도 얼굴도 모르는 너가 안타깝고 짠하고 가슴이 너무 아파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구나. 어른이라서 너무 미안하구나."성탄 직전 법원은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 대표활동가에 유죄를 판결했다. 1심서는 무죄가 나왔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심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의 무죄 평결이 '사실 관계'에만 적용되고 '법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나 개인 신상 공개가 사적 단체의 권한 밖이라거나 배드파더스가 사진 공개·삭제 등 운영상의 난맥상을 보였다는 점은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판단이었다.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되 유예한 것만 하더라도 재판부의 고심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한 명의 어른으로 또 한 사람의 기자로 새해에는 부디 의류수거함 속에서 생명이 꺼지는 일이 없길, 양육비가 없어 생활을 못하는 아이들이 없길, 그래서 작년보다는 올해가 나아졌다는 말을 내년 연말쯤엔 웃으며 할 수 있길 바라본다. /신지영 사회부 차장 sjy@kyeongin.com신지영 사회부 차장

  • [오늘의 창] '파주시의 꿈'… 국방부, 지원은 못할망정 훼방 놔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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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파주시의 꿈'… 국방부, 지원은 못할망정 훼방 놔선 안돼 지면기사

    파주 운정신도시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운정신도시 '랜드마크'로 건설 중인 주상복합건물이 국방부로 인해 차질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국방부는 경의중앙선 운정역세권(P1, P2 부지)에 짓고 있는 '힐스테이트 더 운정' 사업에 대해 "방공화력 운용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지난달 법원에 '주택건설사업계획 및 분양신고수리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이달 초 "(집행정지 신청) 심리전까지 일시적으로 사업승인과 분양신고 수리의 효력을 중지하라"며 파주시에 '효력정지' 결정을 통보했고, 분양계약은 중지됐으나 얼마 가지 못했다. 의정부지방법원 제2 행정부는 지난 22일 국방부가 제기한 '주택건설사업계획 및 분양신고 수리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재판부는 "신청인(국방부)이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운정 주민들은 '국방부를 비난하는 의견'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고 운정신도시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또 청약에 당첨돼 계약금까지 낸 수분양자들도 "무슨 날벼락이냐"며 정부를 맹비난했다.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유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운정역세권 주상복합건물은 지상 49층(171m) 규모의 오피스텔(2천669가구), 아파트(744가구) 등 주거용 13개 동과 대형 복합문화쇼핑센터가 들어서는 운정신도시 랜드마크로 조성될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기대도 매우 크다.국방부는 처음 이 사업이 추진되던 지난 2019년 9월 사업자의 '군협의 대상 여부'를 묻는 질의에 대해 "해당 부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아니며, 토지의 규제 여부는 국토교통부 토지이용계획원에서 확인이 가능하며, 관할 부대 협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회신했다. 그러나 2020년 8월 파주시의 '작전성 검토대상 여부'를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관할 부대와 협의해야 한다"며

  • [오늘의 창] 500억원 vs GB 5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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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500억원 vs GB 5만㎡ 지면기사

    서울 도봉면허시험장의 의정부시 이전이 사실상 결정됐다. 지난 22일 서울시와 의정부시, 노원구 3개 지자체가 맺은 협약으로 사업은 이제 되돌리기 힘든 수준에 도달했다.도봉면허시험장을 의정부 장암동으로 옮기는 대신 서울시 등이 500억원의 상생발전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약을 두고 의정부 시민사회에선 '팔아넘겼다'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협약을 반대하는 이들은 장암동 면허시험장 부지 5만㎡가 미래 발전을 이끌 중요한 거점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면허시험장은 환경·교통 문제를 초래하는 기피시설이다. 반면 의정부시는 해당 부지가 수십년간 개발제한구역(GB)이었고, 면허시험장 유치가 아니라면 앞으로 개발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500억원의 상생발전지원금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장암동의 미래 발전 가능성을 돈으로 산출할 수 있느냐는 주장과 비슷한 사례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금액으로, 모두 주민들을 위해 쓰일 것이라는 반박이 충돌한다.면허시험장 문제를 취재하면서 안타까웠던 지점은 이 모든 것을 풀어놓고 '숙의'하는 과정이 생략됐다는 점이다. 대화가 아닌 비난과 주장만 난무했다. 일련의 기자회견과 설명회는 '내가 옳다'는 주장의 전달 창구였지, 냉정하고 합리적인 대화의 장은 아니었다. 많은 시민을 초대한 노원구와 달리 비밀작전하듯 협약식 일정을 비공개해야 했던 의정부시의 모습은 시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부족했음을 반증한다.의사 결정엔 해답이 없다. 500억원과 GB 5만㎡ 중 무엇을 취해야 했을지, 어떤 선택이 더 나았을지는 많은 시간이 흘러봐야 알 것이다. 그러나 결정까지의 과정을 얼마나 민주적으로 충실하게 채울지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차장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차장

  • [오늘의 창] 우리 동네 문화재에도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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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우리 동네 문화재에도 관심을 지면기사

    안양시가 지난 17일 망해암 '석조여래입상'이 경기도 유형 문화재 지정이 유력해졌다고 밝혔다. 지난 9월16일께 지정신청서를 제출했던 망해암 석조여래입상은 내년 5월19일 최종 심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망해암은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조선시대 중수 기록이 남아있다. 석조여래입상은 망해암 용화전 내 있는 고려 전기 불상이다. 불상 위 보개(불상의 머리 위를 가리는 장신구)에는 성화 15년(조선 성종 10년)에 조성했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안양시는 이번 예비 심의 통과는 고려 전기 제작된 불상에 보개를 올렸다는 연대를 확인할 수 있고 역사적,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석조불상이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면 지난 1980년 삼각사마애삼존불상 이후 40년 만의 성과라고 밝혔다.지난달 10일 과천시는 문원동에 소재한 '차천로 묘소'를 시 향토유적에 지정했다고 소개했다. 차천로는 조선 중기 문신으로 한호, 최립과 함께 '송도삼절'이라 일컬어진다. 그는 안빈낙도를 노래한 강촌별곡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번에 향토 유적으로 지적된 부분은 묘 1기와 문인석 2기다. 문인석은 17세기 양식으로 문화재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봤다.문화재는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인류 문화활동의 소산이다. 국보 1호 서울 숭례문이나 보물 1호 흥인지문, 경주에 있는 다보탑(국보 20호), 석가탑(국보 21호) 등 주요 문화재들은 교과서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앞서 소개한 향토 문화재들은 시민들로부터 역사적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망해암 석조여래입상이나 차천로 묘소 이외에도 지역 향토 문화재에 관심을 갖는 것도 역사 계승 차원에서 중요하다. 꼭 시험에 나오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지역의 교육기관들과 지역민들이 '우리 동네 문화유산'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들도 논의돼야 한다. /이원근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lwg33@kyeongin.com이원근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 [오늘의 창] 부천시, 정책 홍보물 급작스레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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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부천시, 정책 홍보물 급작스레 사라진 이유 지면기사

    버스셸터광고는 많은 옥외광고 매체 중에서 사람들 눈높이에 위치한 유일한 조명 광고로 최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부천시는 이달 3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관내 버스정류장 24곳에 해당 광고를 진행했다. 시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광고내용을 보면 '스마트-시티 똑똑한 부천생활'을 알리는 내용이다. ▲공공와이파이로 데이터 free도시 ▲부천나누림센터에서 정보격차 해소 ▲스마트시티 패스로 편리한 이동생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란색 바탕에 붉은색으로 쓰인 똑똑한 부천생활이란 글자는 유독 눈에 띄었다. 게다가 1970~1980년대 복고풍 스타일의 '철수와 영희'를 닮은 캐릭터 그림은 시민들의 시선을 더욱 사로잡았다. 시 정책 홍보는 제대로 된 듯했다.그러나 이 광고물이 4일 만에 사라졌다. 이유는 광고물 중앙에 빨간색 동그란 테두리가 있는 데다가 주변으로 노란색 빗살 무늬가 그려진 모습이 마치 일본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욱일기를 언급한 이들은 "공무원이 고의로 한 것 같다. 사상이 의심된다", "담당자가 일베충(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회원) 아니냐"고 비난했다. 욱일기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사용한 깃발로,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함께 군국주의 침략의 상징으로, 당시 일본으로부터 침략당했던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 국민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이다. 이처럼 해당 광고물에 대해 때아닌 욱일기 논란이 일자 시는 즉시 교체를 선택했다.그런데 정작 이를 본 시민 10명 중 단 한 명만 욱일기를 언급하는가 하면 기자 역시 눈에 띄는 광고일 뿐 욱일기는 전혀 연상되지 않았다. 홍보의 목적은 남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당연히 일부는 이번 홍보물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들은 앞다퉈 '레트로 마케팅'으로 소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기자는 이번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홍보물이 시대에 걸맞은 특색 있는 기획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상훈 지역사회부(부천)차장 sh2018@kye

  • [오늘의 창] '위기'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유지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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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위기'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유지될 수 있을까 지면기사

    인천지역 연안여객선 준공영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인천 옹진군 자월면 이작·승봉·자월도와 육지를 잇는 2개 항로를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항로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앞서 해수부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연평도 항로를 오가는 연안여객선 운항 선사에도 올 하반기 준공영제 결손금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이 항로 연안여객선은 하루 1차례 운항으로 전환된 바 있다.연안여객선 준공영제는 정부가 매년 일정액의 예산을 운항 선사에 지원해 안정적으로 연안여객선을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도서지역 항로 가운데 2년 연속 적자 혹은 1일 생활권이 구축되지 않은 항로를 대상으로 선사 운항 결손금을 국비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1일 생활권 미구축 항로 중 선사가 항차 수 혹은 기항지를 늘려 운항했을 때 발생한 결손액을 전액 지원하는 한편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항로는 운항결손액의 최대 70%를 보전해왔다.그런데 이작·승봉·자월도와 연평도의 준공영제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서 이들 섬 주민들은 병원 진료 등을 받기 위해 배를 타고 나오면 무조건 이틀 이상 육지에 머물러야 할 형편에 놓이게 된다. 주민들이 당연히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지역의 여론이 악화하자 해수부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연평 항로를 다시 준공영제 항로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도 육지와 이작·승봉·자월도를 오가는 연안여객선이 1일 2차례 유지될 수 있도록 예산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으나 아직 제대로 확정된 것은 없다.정부와 인천시는 인천 도서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유지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육지 사람에게는 당연한 교통편의를 섬 주민들도 누릴 수 있게 만들겠다는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취지를 고려하면 당연한 행정이다. 섬 주민들도 육지 주민들과 동등한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정부와 지자체는 명심해야 한다. /김주엽 인천본사 사회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사회팀 차장

  • [오늘의 창] 왜 굳이 중계했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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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왜 굳이 중계했냐하면… 지면기사

    법률이 제정·개정되기까지 꽤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을 간추려 보면 국회의원·정부의 법안 발의,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상임위 산하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 상임위 전체회의 심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상정·의결까지 6개 단계 정도다.보통 언론에서는 특정 법안이 발의돼 국회를 통과하는 모든 과정을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하진 않는다. 언론이 예외로 특정 법안 처리 과정을 중계할 땐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정치갈등이 첨예한 법안으로, 법안 심사 과정마다 여야 대립이 극심할 때다. 이 경우 수많은 보도가 쏟아지는데, 매우 기술적이고 전문적 영역인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까지도 국민 관심사로 유도한다. 둘째는 국회의원이 지역구 현안·민원관련 법안 처리 과정을 챙기면서 홍보 보도자료를 낼 때다. 법안 발의, 상임위 법안심사소위 상정, 전체회의 상정, 법사위 상정 등 과정마다 법안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희망 표현으로 보도되는 유형이다. 법안이 통과되진 않았지만 통과된 듯 보도하는 게 이 유형의 핵심이다.앞선 두 가지 유형은 아니지만 최근 처리 과정을 중계하듯 보도한 법안이 있다. 해양쓰레기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폐어구·부표 대책을 담은 '수산업법 전부 개정법률안'이다. 올여름 방송·신문에서 수차례 인천 앞바다의 심각한 해양쓰레기 현장을 보도,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여러 언론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며 현장을 알렸지만, 이후 실질적 대책 마련에는 언론의 관심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해상에서 발생하는 어구 쓰레기 대책 법제화의 핵심인 수산업법 개정안을 다루는 보도는 경인일보 기사를 포함해 한두 건에 불과했다. 시민사회는 법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촉구했지만 언론의 관심은 적었다.'보도의 홍수' 속에서 해양쓰레기 대책은 그대로 묻힐 게 분명해 보였다. 경인일보가 수산업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중계하듯 보도한 이유다. 지지부진할 우려가 컸던 수산업법 개정은 지난달 말부터 속도가 붙더니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박경호 인천본사 정

  • [오늘의 창] 온라인 플랫폼 전쟁서 생존위한 '상생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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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온라인 플랫폼 전쟁서 생존위한 '상생의 묘' 지면기사

    1810년대 영국에선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었다.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많은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됐고 고용 시장이 얼어붙자 기계를 부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을 막지 못한 채 기계는 산업 현장의 주역이 됐고 버티지 못한 기존 노동자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대신 기계를 만들거나 다루는 등의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나타나 사라진 노동자들의 자리를 메웠다. 산업의 양상도 바뀌어, 기계의 힘을 빌린 제조업이 경제를 주름잡는 주 산업으로 거듭났다.그리고 2021년, 4차 '산업혁명'을 맞닥뜨린 지금도 러다이트 운동은 형태가 달라졌을 뿐 현재진행형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곳곳에서 온라인 플랫폼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택시를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하는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기존 택시업계와의 마찰이 발생한 것은 신호탄일 뿐이다. 가상 착용 기술을 활용해 도수 있는 안경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려고 하자 안경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고, '중개'의 영역이었던 주택 매매 역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직거래'의 길이 열리면서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매장에 물건을 사러 가거나, 전화로 음식 배달을 주문하는 일 역시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졌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의 출현에 아우성이었다면, 대형마트는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송되는 e커머스의 출현에 시름하고 있다. 그 사이, 소외된 노동자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형마트의 출현 이후 전통시장 상인들이 설 곳을 잃었듯, 이제는 대형마트 판매원들의 일거리가 줄어들고 있다.기존 노동자들의 자리는 최신식 장비와 서비스로 무장한 새로운 노동자들이 채운다. 뒤안길로 사라진 이들이 다시 돌아올 자리는 많지 않다. 기계가 부숴지지 않은 채 결국 공장 한 가운데에 자리잡았던 만큼, 지금의 전쟁 역시 승자는 정해져 있을 터다. 패자는 하릴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을까. 상생의 묘가 필요하다. 변화의 시대, 정부·의회의 어깨가 무거워야 하는 이유다. /강기정 경제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

  • [오늘의 창] 받아쓰기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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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받아쓰기 언론 지면기사

    '받아쓰기 언론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건'이라고 쓰니 뒤통수가 따갑다. 수습기자 시절, 사수는 늘 통신사 사건기사를 다시 확인하라고 시켰다. 모월 모일 모처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기사가 나오면 그 지역 경찰서 형사과장에게 전화를 건다. "과장님, 연X뉴스에 이렇게 보도가 됐던데 거기가 00동이 맞나요?", "X시스에서 나온 기사 보고 전화드립니다. 피해자가 ○○살이라고 나왔던데 확실한가요?"직접 취재한 사건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확인해야 하는지 매번 통화가 끝날 때마다 한숨을 쉬었다. 통신사 기자도 다 확인하고 썼을텐데라는 생각에서다. 어느 날부터인가 '재확인', 좋게 말해 '팩트체크'가 비효율적인 절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에게도 통신사 기사를 다시 확인해보란 말을 하지 않게 됐다. 수습의 다른 원칙 하나는 '디테일'이었다. 파출소를 돌던 수습시절 교통사고를 보고하면 "가해 차량 색깔이 뭐야?", 흉기 난동을 보고하면 "칼 손잡이가 나무야, 플라스틱이야" 같은 지엽적인 질문이 돌아왔다. "차종만 알면 됐지 차 색상이 중요해?" 그걸 또 확인하려고 파출소를 떠나지 못하고 1~2시간씩 더 머물렀다.질문이 몸에 익을만한 시간이 되니 원칙도 서서히 잊힌다. 디테일보다는 줄기와 흐름이 중요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고.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경인일보가 단독 보도한 '화성니코틴살인사건'(12월1일자 1면 보도). 피해자인 남편이 숨진 장소는 집이다. 아내는 "현관 앞에 남편이 쓰러져 있다"고 신고했다. 이 사건을 보도한 통신사에서는 남편이 구급차에서 숨졌다고 썼다. 줄잡아 20개 언론사가 남편의 사망지점을 구급차로 서술했다. 지금도 남편은 니코틴이 들어간 미숫가루 물을 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구급차 안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한 번 확인하면, 남편은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뒤 이튿날 집안 현관 앞에서 숨졌다. 받아쓰기 언론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건이다. /신지영 사회부 차장 sjy@kye

  • [오늘의 창] 집부자 아닌 무주택자 울리는 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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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집부자 아닌 무주택자 울리는 종부세 지면기사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혹자는 집값이 그만큼 올랐으니 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조세평등에 위배되는 징벌적 세금이라며 반발한다.그간 종부세는 보통 땅이나 집부자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이었기에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고공행진으로 뛰면서 과세대상이 대폭 늘어나 남 얘기가 아니게 됐다. 물론 무주택자들은 저세상 얘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종부세의 주 대상인 다주택자들이 오른 세금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한 뒤 '세입자에게 종부세를 부담하게끔 보증금을 올리겠다', '계약 만기 후 전세를 월세로 돌리겠다'는 등의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법이라는 보호장치가 있다고 해명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 집주인들의 '꼼수'를 막기란 쉽지 않다. 이미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1년이 훌쩍 넘었는데 전세대란은 여전하고 월세 전환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재계약 갱신율도 전국 평균 19.7%에 불과하다. 다섯 집 중 한 집꼴이다.정부의 말처럼 1주택자의 종부세 대상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면 결국 종부세는 다주택자 등의 집부자가 아닌 집 한 채 없는 무주택 세입자들이 떠안게 될 판이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형국이다.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리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는 만큼 향후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선 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또 집주인이 종부세를 세입자에게 미루지 못하도록 정부 차원의 현장 단속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처벌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