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부자(富者)들의 기부 지면기사
부자(富者)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만큼 나쁜 곳도 없다. 굳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형 부정부패 사건이 터져 나올 때마다 오르내리는 재벌들의 이름은 이제 식상 하기까지 하다. 수십 년 간 지속돼온 이런 재벌들의 행태에 더해져 고속 성장의 그늘 아래 단물을 빨아 먹으며 탄생한 졸부들은 사회 곳곳에서 '갑질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연말연시만 되면 수억, 수십 억원씩 기부하며 사진 한 장 찍는 재벌 기업, 부자들이 좋은 일을 하고도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사회적 인식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천에서는 부자들의 기부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뜻깊은 일이 있었다. 바로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100호 탄생 행사가 열린 것이다.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하는 인천 아너소사이어티는 지난 2008년 1호 회원을 시작으로 9년 만에 100번째 고액 기부자를 탄생시켰다.이름을 올린 기부자 대부분은 인천 지역에서 터를 닦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이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중에는 혈혈단신 인천으로 올라와 고생 끝에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이 많았다. "그동안 인천에서 돈을 벌어 이만큼 왔으니 이제는 지역 사회에 돌려줄 차례"라며 기부를 한 이들도 있었고,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을 맞아 자식들과 함께 '통 큰 기부'를 한 기업인들도 많았다.인천공동모금회의 한 관계자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가입자 대부분은 기존에도 지역 사회에서 봉사 활동이나 기부를 해 왔던 이들이고, 익명으로 거액을 내놓은 사람들도 있다"며 "돈이 아니라 마음이 부자인 이들이 고액 기부자로 이름을 올린다"고 말했다.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중에는 부부(3쌍)나 형제(2쌍), 부자(父子·3쌍)지간인 이들도 있었다.정유년 새해에는 이런 부자들의 훈훈한 소식이 더 많이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김명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
[오늘의 창]미봉책(彌縫策) 지면기사
미봉책은 꿰매어 깁는 계책이란 뜻으로, 결점이나 실패를 덮어 발각되지 않게 이리저리 수선해 감추기만 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춘추시대 주(周)나라와 정(鄭)나라의 전쟁에서 유래돼 군대를 재배치해 보충한다는 의미였으나,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순간의 결함만 떼우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일을 처리할 때 쓰곤한다.최근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딱 미봉책이다. 교육부는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밀려 눈치보기 식으로 교육현장 적용을 1년 유예하기로 한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는 국정교과서 사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토본 공개 당시 박정희 대통령 미화 또는 친일 행적 미화 등 특정 사안에 대한 지적들이 잇따랐고,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올해 신학기 현장적용 강행이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교육부는 유예결정 발표 당시 올해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 연구학교로 지정해 운영하겠다는 단서조항을 제시했다. 국정교과서 사용을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학교에서 사용하겠다고 신청한다면 권장하겠다는 것이다.이 쓸데없는 미봉책 때문에 교육현장은 또다시 혼란을 겪고 있다. 교과서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최종 선택한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정서상 학운위와 학교장 결정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결정할 경우 반발하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과의 마찰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 보듯 뻔할 수 밖에 없다.특히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해 전국 13개 시·도 교육청은 벌써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학교가 국정교과서를 선택하면 관할 교육청에서는 교육부에 연구학교 지정을 승인요청을 해야 하나, 지정요청 등의 법 절차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 교육청내 몇몇 학교들은 역사교과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교육청의 거부방침에 최근 주문을 취소했거나 취소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선택했던 일부 학교들은 학내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는가 하면 교육청의 눈
-
[오늘의 창]기대보다 걱정 앞서는 정유년 지면기사
지난해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되길 바랄 수밖에 없는 2017년 새해가 드디어 밝고야 말았다. 그런데 시작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헌정 질서를 문란케 한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단죄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새해에도 여전할 터이다. 특검은 강도 높게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국회에서 의결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 심리 중이다. 정치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은 속도를 내고 있고, 조기 대선과 개헌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정국은 혼란스럽다. 가계소득은 정체됐는데 농·축·수산물 등 먹을거리와 각종 서비스 요금 등 물가는 크게 뛰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 속도는 올해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인천에서는 이미 광역버스 요금이 올랐다. 청라에서 강남을 가는 광역버스는 그동안 2천500원만 내면 됐지만, 이제는 3천350원을 줘야 강남까지 갈 수 있다. 대표적인 생활물가인 휘발유·경유 가격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올해 국내 가계부채가 1천5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 와중에 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인천지역 가계대출 규모는 2014년 42조7천억원, 2015년 43조9천억원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9월 현재에만 48조4천억원 규모로 껑충 뛰었다. 금리 인상이 빚 있는 가계를 압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인천시가 올해 맞닥뜨릴 과제도 만만치 않다.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경인고속도로가 도심 균형발전을 저해한 만큼, 이 도로를 일반도로로 바꿔야 한다는 부분엔 정부와 인천시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4천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일반도로 조성 비용은 누가 어떻게 마련할지 대안이 없는 상태다. 검단새빛도시, 루원시티 등을 조성하기 위한 토지공급도 올해 예정돼 있는데, 이들 사업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전문 기관들은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제3연륙교 건설,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이전, 경인아라뱃길 활성화 문제 등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 현안은 유정복 인천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조속한 정국안정은
-
[오늘의 창]그렇지만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지면기사
연말연시가 되면 언론사에는 각종 미담사례 소식이 밀려든다.올해도 좋은 일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언론사 측에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얼마전 일이다. 모르는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왔기에 무심히 넘겼는데 이튿날 또 전화가 왔다.경기 광주에 사는 한 노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분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사연이 기사화될 수 있느냐'고 문의해왔다. 솔직히 말하면 꼭 기사화 해야 한다며 간곡히 부탁해왔다. 이 노인은 올해 73세의 할아버지로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가족없이 혼자 생활하고 있다. 본인 말로는 '평생을 사회에 대한 불만과 피해의식을 갖고 살아왔는데 이번 일로 세상을 따스하게 바라보게 됐다'며 말을 꺼냈다."올 여름 폐가 좋질 않아 병원 치료를 받게 됐다. 기초생활수급자 생활비(40여 만원)가 전부인 상황에서 (입원이) 부담이 됐지만 몸이 워낙 안좋아 짧게 입원하고 퇴원했다. 그런데 한달 뒤 상태가 더 나빠져 재입원하는 상황이 됐다"는 할아버지는 당시 눈앞이 막막해 이대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하지만 의사가 강경하게 입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뜻을 따랐지만 막상 퇴원날짜가 다가오자 할아버지는 걱정이 앞섰다.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의료비 할인혜택이 있었지만 이 할아버지는 수술비를 내고 나면 사실상 생계가 힘든 상황이었다.그런데 퇴원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수술비가 모두 정산됐으니 퇴원해도 좋다는 병원 측 얘기가 있었고, 내용을 알아보니 해당 의사가 안타까운 할아버지 사정을 알고 자비로 병원비를 내준 것이다.할아버지는 너무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시할까 하다가 '여러 사람에게 이런 훌륭한 의사분을 알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언론사에 제보하기에 이르렀다. 제보를 받고 바로 해당 의사를 찾아갔다.바쁜 진료시간에 짬을 내 만난 미담사례의 주인공은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일부 선행 주인공들이 그렇듯 이 의사도 자신의 선행이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는 것 같아 설득하려 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은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지만
-
[오늘의 창]지금 이 순간 지면기사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 필자의 페이스북에 지금 이 순간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댓글을 남겨달라고 했다.팔로워가 많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 연말이고 많은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해 사랑의 손길을 내밀기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국정농단 청문회를 개그콘서트보다 재밌게 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수백의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의 진실이 알려지길 기대했지만, 그렇게 많이 배우고 높으신 양반들은 갑자기 까마귀 고기를 드셨는지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있다.그래서 차라리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통 사람들끼리 공유해 보려고 한다.'너무 웃어서 배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오늘도 웃을 수 있는 이유 사랑하는 내 가족과 오늘 만큼은 여유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산타클로스 혹은 하나님이 있다면 우리나라좀 들여다 봐주세요. 너무 죽어나가요. 정치인들은 내년에 복지예산 좀 늘려줘요. 서민들도 좀 삽시다!', '○○○ 구속이 누군가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대한민국 만세', '청문회에서 나오는 죄짓고 거짓말하는 인간들, 국민세금 펑펑 쓴 인간들, 불공정하게 특권을 누리거나 그걸 봐준 부역자들 싹 다 잡아서 가둬주시고,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정치적 혹은 개인적 이야기들로 보이겠지만 이 것이 지금 이순간을 살아가는 동시대 자화상들의 말이다.누군가는 화를 내고 있고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 처한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지 사람의 생각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표현한다. 같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살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건 자신의 착각이다.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한다. 이 글을 읽어오는 동안 시간이 지났고 그렇게 시간은 내일로 향하고 있다. 조금만 있으면 2016년 한 해도 다 흘러간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속에서 살아간다. 누군가 그랬다. '세상의 끝으로 떨어지면 좋은게 하나 있다.
-
[오늘의 창]경인고속도로 원상 복구 지면기사
인천시가 경인고속도로 인천 구간을 일반도로로 전환해 시민들에게 돌려주려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경인고속도로 인천~서인천IC 10.45㎞를 일반도로로 전환하는 내용의 협약을 국토교통부와 체결했다. 그런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고속도로 양옆에 있는 방음벽과 축대 벽을 헐고, 고속도로와 그 주변 도로의 높낮이를 맞추는 일 등 도로 개량사업에만 약 4천억원이 들 것으로 인천시는 추산한다. 거기에 공원을 조성하는 등 도로 일부를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려면 더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유지·관리비도 문제다. 매년 40억원이라는 유지·관리 비용을 인천시가 감당해야 할 상황이다.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사업이 자칫 '돈 먹는 하마'라는 애물단지를 끌어들이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국토부는 "정부가 일반(지방)도로 개량 비용과 유지·관리비를 줄 근거와 준 사례도 없다"며 인천시의 국비 지원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인천시는 국비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설물 인수를 보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연한 결정이라 아니 할 수 없다.경인고속도로는 인천항과 서울을 연결하기 위해 1960년대 후반 개통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다. 이 도로가 인천시민의 서울 접근성을 향상시킨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도로가 인천 도심을 관통하면서 도시 공간은 단절됐고, 그 주변은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경인고속도로는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이미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했다.정부는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사업의 취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인천시가 단순히 도로 시설물과 관리권을 넘겨받겠다는 것이 아니다. 인천시민들의 소음·먼지 피해를 줄이고, 도시계획 차원에서 도시 공간 단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일반도로화 목적이다. 피해 보상 차원에서라도 국비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는 통행료 징수를 통해 경인고속도로 건설 비용을 두 배 넘게 빼 내갔다. 2014년 말 기준 회수율은 225%(건설투자비 2천729억원, 회수액 6천150억원)다.도로 개량비 4천억원은 원상 복구 비용이나
-
[오늘의 창]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지면기사
중소기업인이 뽑은 2017년도 사자성어에 '파부침주'(破釜沈舟)가 선정됐다. '파부침주'는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말 그대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모든 국정 시스템이 마비돼 시국이 혼란스러우니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국가 존립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말로 보인다.모든 국민이 며칠 앞이면 다가올 2017년의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물론 희망적이기보다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실제로 각종 경제 관련 전문기관에서 내놓는 경제전망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심화로 체감경기는 악화를 거듭하고 있고 각종 경제 지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는 승자 독식의 대기업 중심 구조 속에 정경유착의 병폐가 여실히 드러났고 가계부채의 폭발적 증가, 소득 불균형 심화, 대외 수출 의존도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불균형 등 악재가 산재해 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내년도 경기전망에서 10개 업체 중 9개 업체가 '내년 경기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이것이 과연 중소기업들만의 생각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새롭게 펼쳐질 내년에 그동안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험난한 길이 펼쳐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든다. 모든 경제 지표가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정치 지도자의 합리적인 리더십이 있다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마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더욱 안타깝다. 결국 이 모든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 스스로 나서는 방법 외엔 없어 보인다.상황이 악화할수록 더욱 굳건해지는 국민성을 토대로 위기 극복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2017년 희망의 대한민국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바로 국민들의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 나라의 주인은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이성철 경제부 차장이성철 경제부 차장
-
[오늘의 창]'협치'와 '소통'의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지면기사
요즘 김포는 2017년도 '번갯불' 예산심의 결과를 놓고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김포시의회 예결특위가 1조1천여억원에 달하는 내년 시 살림에 관한 예산안에 대해 단 하루 만에 61억여원을 대폭 삭감, 14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예결위 활동은 애초 각 실·국 별 현미경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 공직사회가 잔뜩 긴장하고 있었으나 지난 9일 전례도 없이 단 하루만 예결산 회의를 열고 '속전속결' 심의 후에 활동을 종료했다. 일부 심의 과정에서 속기록에 남는 아무런 논의나 소명 절차도 없이 예산이 대폭 삭감돼 부실 심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민족디아스포라(1억5천만원) 등 김포 평화도시 조성을 위한 정책예산을 전액 삭감당한 예산담당 부서의 한 팀은 2017년 사업예산 편성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함에 따라 사실상 개점휴업을 면키 어렵게 됐다.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서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행정조직 자체의 존립을 부정하는 심각한 행위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단 조성 등을 추진한 일부 김포시 실·국은 예산 편성의 필요성과 사업 타당성 등을 설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하게 됨에 따라 어디에 하소연도 못 하고 망연자실하고 있는 상태다.특히 시장 업무추진비를 70%나 삭감한 데 대해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대다수의 반응이다. 법정경비인 시장의 업무추진비는 전국 각 지자체에 공통된 기준을 적용, 운영되는 점을 고려할 때 납득이 안된다.행정감사 등에서 논란이 되었던 시장의 과도한 외유가 문제였더라면 그에 관련된 예산만 삭감하는 게 맞지, 대중국기지를 표방하고 있는 김포시의 국내외 교류 추진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경제가 어려워지는 이 마당에 예산절감 차원이었다면 시의회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의 자체 업무추진비에 먼저 손을 댔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더욱 중요한 문제는 예산 졸속 심의의 원인이 바로 '협력' 혹은 '협치'의 정신 부재란 점이다. 예결위 심의를 둘러싸고
-
[오늘의 창]탄핵정국 속에 가려진 농민들의 슬픔 지면기사
전국 각지에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는 요즘 들녘에는 풍년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탄식이 가득하다. 매년 반복되는 쌀 가격 하락 문제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농민들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가 추수 직후 쌀 수매에 선제적으로 나서기도 했지만 쌀 가격 하락을 막지 못했고, 최근 탄핵 정국에 빠져들며 정부와 정치권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성난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국내 농업계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단독 집회에 나서기도 하고, 탄핵 집회에도 참여하고 있다.농민들이 거리에 나선 건 꼭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쌀 가격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에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는 문제와 농업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문제를 각성시키기 위함이 클 것이다.최근에는 역대 최고 속도로 조류독감이 퍼져 나가고 있다. 25일만에 1천만마리가 살처분돼 가금류농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조류독감을 바라보는 농민들은 언제나 그렇듯 현실적이지 못한 대책과 대응, 그리고 사후처리 등으로 인해 또다시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쌀값 하락 문제는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조류독감을 비롯한 가축류와 가금류에 대한 질병 문제도 수년째 발생하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과 대책은 농민들의 상처를 보듬기보다는 아픔만 가중시키고 있다.옛부터 가을 들녘은 풍요를 상징했다. 1년 동안 힘들게 일궈 놓은 성과가 풍요라는 결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올해 추수 이후 들녘은 불안한 미래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슬픈 눈빛만이 가득하다.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민심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민들은 이로 인해 정국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밝은 미래를 여는 과정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농업계도 지금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탄핵정국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서 쌀수매가 하락문제, 조류독감을 비롯한 가금류와 가축류의 질병 문제 등 수년째 반복되며 농업계를 힘들게 하는 각종 문제에 대해 농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
[오늘의 창]지진피해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지면기사
지난 10월 경북 경주 지진(규모 5.8) 발생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에서도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규모는 여진에 해당하는 2.3 이었지만 수도권도 더 이상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에서 이뤄진 '활성단층 지도 및 지진 위험 지도 제작' 연구 보고서에도 수도권 지역에는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제4기 단층)인 추가령 단층과 왕숙천 단층 등이 지나간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추가령단층은 서울~성남~안양~수원~오산 등으로 뻗어있으며 지난 10월 수원에서 발생한 지진 역시 이 단층에 인접해 있다. 아직 추가령단층에서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주 지진에 이은 지진 불안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양의 경우에도 지진 피해를 우려한 대책 마련 요구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추가령단층 지역인 안양의 동안구는 지난 1989년 정부의 1기 신도시 건설계획에 따라 들어선 평촌 1기 신도시가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은 안양지역에서도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건물 상당수의 건설 시기가 20년을 훌쩍 넘었다. 재개발·재건축 대상지만 18곳에 달한다.또 국민안전처가 지난해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 대상시설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양시 내진보강 대상은 총 50개소로, 일반건축물 21개소, 교량 15개소, 병원 9개소 등이 해당한다.교육 시설은 안양시 관내 87개 초·중·고교 시설물의 총 290개 동 가운데 지난해 개정된 내진 설계 기준에 따라 설계 적용된 건물은 66개동, 전체동의 34.9%에 불과하다. 20년 이상 노후된 학교 65개교에 대해서는 내진 설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다행히 안양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사용제한 및 사용금지에 해당하는 D·E등급의 노후 건축물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북 경주에 이어 수원 지역 등에서 유례없는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안양시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안양시도 앞으로 시설안전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