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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나키'와 '아노미' 지면기사

    사람의 얼굴에 난 7개의 구멍은 아무렇게나 뚫린 게 아니다. 이목구비의 입지(立地) 조건에 의해 가장 적절한 자리에 뚫려 있고 각자가 가지런한 질서를 유지한다. 서로의 구실에 대해 참견하는 법도 없고 침해하는 일도 없다. 오직 각자의 위치에서 생래(生來)의 고유한 구실과 책임을 다할 뿐이다. 이런 상태가 가로되 '질서정연'이고 본형(本形)이다. 따라서 '얼굴의 무질서'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입이 이마로 올라간다든지 시각과 청각 기능이 뒤바뀐다든지 그런 뒤죽박죽 두루뭉수리 상태를 떠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굴의 혼돈이란 있을 수 없는 가정(假定)에 불과하다.고대 중국의 '혼돈(混沌)'의 신(神)도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다른 신들은 이목구비 7개의 구멍이 모두 뚫린 정상적인 모습으로 창조됐는데 반해 혼돈의 신만은 그 7개의 구멍이 만들어지는 일곱째 창조의 날에 그만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미처 정리가 되지 못한 두루뭉수리 얼굴이 되고 말았다. 이를 일본에서는 '놋페라보'라 이른다. 혼돈을 뜻하는 영어 '카오스(chaos)'도 마찬가지다. 그리스어 'Khaos'에서 온 '카오스'는 그리스 신화 또는 우주개벽설에서 일컫듯이 우주가 생성되기 이전의 원초적인 뒤죽박죽 무질서 상태를 가리킨다. 하늘과 땅이 열리기도 전의 상태, 해가 서쪽에서 뜰 수도 있던 상황이 즉 카오스 상태였다.그런 카오스 극복이 천지창조 신의 몫이었고 엉망진창 두루뭉수리 얼굴을 가진 혼돈의 신 또한 천지창조 신이 책임질 일이라면 인간 사회의 무질서는 전적으로 인간의 몫이다. 인간 사회의 무질서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시적인 무질서와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이다. 전자가 거리와 공공장소 등의 무질서라면 후자는 사회 정의와 도덕, 규범과 기강, 진실의 질서가 무너진 상태에서 일어나는 온갖 부정부패와 문란, 해이(解弛) 등의 무질서다.국가 원수의 공식 행사길이 시위대에 막혀 뒷문으로 들어가고 5·18 영령을 추모하는 대통령의 조화가 무참히 짓밟힌다는 것은 극심한 사회적 무질서, 즉 아노미(anomie) 상태의

  • [김영호칼럼]골프장지어 경기부양이라니 지면기사

    '골프 만세 만만세' 소리가 날로 높아지나 보다. 경기가 나쁘다지만 골프장을 예약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단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단다. 그러다 보니 그 무서운 사스 바람이 몰아친다는 곳으로 비행기에 골프채를 싣고 나들이 가는 이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노무현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참모진을 대동하고 골프를 쳤다고 해서 화제다. 서민 대통령답지 않게 골프를 쳤다고 말이 많은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소비진작을 위해 골프채를 들었다는 후문 때문이다. 대통령이 골프를 친다고 경기가 좋아진다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골프장은 이미 만원이라는데 말이다.노 대통령이 골프를 즐긴 데 이어 골프장 면적규제를 완화한다는 소식이 뒤따랐다. 정부가 이르면 하반기부터 시·군·구별로 건설, 운영할 수 있는 골프장의 총면적을 지역별 임야면적의 3%에서 5%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클럽하우스의 면적제한도 없앤다고 한다. 또 스키장 부지가 전체 슬로프 면적의 200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폐지했다. 갑자기 산림훼손을 허용하는 정책이 나온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라고 한다.경기도에만 100개 이상의 골프장이 더 들어설 판이다. 그런데 군사보호지역, 개발제한구역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35∼40개를 새로 건설할 수 있다고 한다. 골프장 1개를 건설하면 800억∼1천억원의 투자효과와 함께 50억∼90억원의 세수증대가 기대된다고 한다. 이에 앞서 재경부는 국세청이 추진하던 골프장 및 룸살롱 등 이른바 향락성 접대비에 대한 손비처리 불허방침을 뒤집었다. 소비경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골프장은 돈 많은 서울 사람들이 드나들기 편한 경기도에 몰려 있다. 전국에 골프장이 210개인데 그 중에 절반에 가까운 102개가 경기도에 밀집해 있다. 여기에다 건설계획중인 골프장이 30여곳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니 정부가 면적규제를 풀기만 하면 경기도 곳곳에서는 산허리를 잘라내고 산중턱을 깎아내는 굉음이 요란할 듯하다.경기도에서 골프장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의 1%나 된다. 전국비율 0.2%와 비교하면 5배나 높은 수

  • 신도시의 성공조건 지면기사

    신도시 건설이라면 우리나라보다는 영국이 저 만큼 앞서 간다. 영국도 처음에는 몇 개의 신도시들이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다. 런던에서 버밍험 방향으로 8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밀턴 케인스(Milton Keynes). 영국의 30번째 신도시인 밀턴 케인스는 주거와 산업이 함께 공존하는 '성공한 자족 신도시'로 꼽힌다.밀턴 케인스는 런던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1967년 영국 정부가 밀턴 케인스 개발공사를 설립, 3년의 계획수립기간을 거친 뒤 70년부터 건설이 시작됐다. 우리처럼 '뚝딱'하면서 만들지는 않은 것 같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당시 늪지대였던 밀턴 케인스는 12개의 인공호수를 갖춘 아름다운 도시, 수천개의 기업이 입주한 자족도시로 발돋움했다. 200여만평 규모에 격자형 도로망과 분산화된 도시구조, 그리고 도로변과 주택단지 사이에는 넓은 방음림이 조성돼 있어 자동차 소음을 차단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전체 면적의 12%인 318만평에 달하는 산업지역에는 4천500여개 기업이 입주해 고용을 창출하는 자족도시로서의 기능도 갖췄다.호주에 가면 또 수도 캔버라가 있다. 1901년 호주 연방정부가 출범하면서 1912년부터 건설하기 시작한 행정·정치 중심도시로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204㎞ 지점에 있다. 캔버라의 특징은 정치·행정 기능 이외의 주거·상업·업무시설 등 자족기능 시설을 위성도시로 철저히 분산, 완벽하게 건설했다는 점이다. 캔버라의 인구는 30여만명. 수십년 세월이 소요된 호주의 캔버라 뉴타운 개발. 캔버라는 그동안 수많은 계획수정이 있었지만 철저한 기능구분, 도시팽창 억제, 위성도시 육성정책에 힘입어 자연친화적인 인공도시로 성장했다.정부가 최근 김포(480만평 규모)와 파주(275만평)에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키로 했다.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늘려 서울과 수도권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강남발(發)' 집값 폭등세를 잡기 위한 대책의 하나다. 그러나 김포와 파주가 서울에서 30㎞나 떨어져 있는데다 위치도 서울 서북부에 편중돼 집값 안정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라는 지

  • [이성춘칼럼]구악과 잡초정치인 지면기사

    1961년 5월16일 새벽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소장 등 일단의 군부세력은 국민들이 선거로 뽑아세운 민주정부를 뒤엎은 이유와 명분으로 3가지를 들었다. 그것은 먼저 장면 정부의 무능으로 인한 사회혼란, 국가혼란을 들었고 다음 북한의 침략위협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겠다는 것을 내세웠고, 끝으로 부정부패한 구(舊)정치인들의 제거를 명분으로 삼았다. 특히 구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아예 혁명공약에서 구악(舊惡)으로 규정하고 깨끗이 일소시키겠다고 다짐했다.당시 기세등등했던 쿠데타 세력의 한 간부는 “구정치인들은 나라를 갉아먹은 박테리아-병균들”이라고 한술 더 떠 비난한 후 “나라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박테리아를 박멸시키겠다”고 큰 소리쳤다. 이를 실천하듯 얼마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정치정화법을 제정하고 많은 구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을 상당기간 금지함으로써 손발을 묶었다.근 1년반동안 금지됐던 정치활동이 1963년 연초부터 재개되면서 정화법에 묶이지 않은 구정치인들이 저마다 야당 재건을 서두르며 기세를 올리자 위협을 느낀 군사정부는 느닷없이 군정연장을 선언하여 국내외를 경악케 했다.야당과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박 소장은 4월초 윤보선 전 대통령 및 허정 전 과도정부수반 등과 연3일간 마라톤 영수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윤씨는 군정연장 절대불가론을 역설한뒤 “석탄만으로 만든 구공탄보다 석탄 외에 진흙, 톱밥 등 잡물을 섞어서 만든 구공탄의 화력이 월등 세다”면서 정치인들에 대한 규제를 즉각 해제하라고 요구했다.이에대해 박 소장은 구악론을 다시 주장하면서 깨끗한 정치와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며 일축했다. 그런데 박 소장은 그해 11월에 있은 6대 국회의원선거에 공화당의 신진들만으로는 승산이 어렵자 구자유당 구민주당 등 구정치인들을 영입해 후보로 내세웠다. 박테리아-구악-적과 동침을 한 것이다.잡초가 다른 식물 등에 영향을 주는 나쁜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반 농작물의 수확을 감소케하고 병·곤충의 서식처 역할을 하며 농작물의 품질을 저하시키고 인축(人畜)에 유해할뿐더러 수로 등의 물 이용을 방해하고

  • 대책없는 교육계, 학생은 괴롭다 지면기사

    교단 갈등이 갈수록 꼬인다.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 자살 사건 이후 빚어진 교장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간의 대립과 반목이 교육인적자원부까지 가세되며 자칫 교육주체들 사이에 정면 충돌의 위기감으로 나타나고 있다.특히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에 반대해 온 전교조는 강경투쟁을 선언, 6일 단식농성을 시작으로 이달중 조합원이 참여하는 연가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반면 이에 맞서 전국 교장단도 11일 예정대로 전교조 반대집회를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이처럼 대화와 타협이 멀어져만 가는듯한 분위기를 두고 '교육계의 5월 대충돌'로 비유되는 초유의 현 교육사태를 바라보는 전국 학부형, 학생들은 그야말로 괴로움의 연속이 아닐수 없다.이번 사건은 충남초교에서 한 기간제 교사가 처우의 부당성을 알리는 항변이 발단이 되었다. 교사 직분에 맞지 않은 차 시중을 시켰다는 사건이 일파만파되자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며 교장이 결국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교육계는 걷잡을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사실 진위를 떠나 사건 자체는 결과에 비해 여간 애처로운 것이 아니다.그러나 문제는 원인규명과 대책을 찾고 다시는 이런 엉뚱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야 하는 교육 주체들이 본질은 외면한 채 변질되어 극한적 기 싸움의 대립양상으로 번져가는데 있다.처음에는 서로가 교장의 죽음앞에 여론을 의식해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교단 갈등의 원인을 제거하고 치유해 보겠다며 대화의 광장으로 조심스럽게 나섰던 이들이다. 이것이 시간이 갈수록 본말이 전도되고 서로의 또다른 입장만 확대 재생산, 불신의 폭이 증폭되면서 대화는 단절된 채 맞받아치기식 강경일변도로 치닫고 있다.마치 빌미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극한으로 치닫는 양쪽의 위협과 고압적 대응자세는 당위성을 넘어 안하무인격이다. 2세를 가르쳐 이 나라 백년대계를 꿈꾸는 교육이 돼야 할 교육현장은 학생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표류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아이들을 올바르게 가르치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된 교육이 돼야 한다는 각 단체의 주장을 도외시하는 것은

  • [김영호칼럼]제구실 못하는 사외이사제 필요없다 지면기사

    SK글로벌 분식회계의 여파가 금융시장을 여전히 흔들고 있다. 사외이사라도 제구실을 한다면 이런 사건이 일어날까 싶다. 분식수법이 너무 간단하다. 외상채무를 누락시키고 가공자산을 계상하는 수법이다. 대출금을 부채로 잡지 않는데 채권은행이 돈줄을 대줬다. 회계감사는 초보적인 분식회계조차 적발하지 못했다. 신용평가기관은 신용의 의미를 모르는지 이런 기업에 최우량 신용을 등급했다. 더 한심한 것은 무엇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인지 모르겠다는 점이다.밖에서 감시하는 눈이 어둡다면 안에서 감시하는 눈이라도 밝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감사나 이사는 지배주주가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골라서 앉히면 그만이다. 기업주의 눈 밖에 나면 끝장 나니 알고도 모른 척하는 처지다. 거액의 분식회계가 이루어져도 손발을 맞출 수밖에 없다.그래서 기업내부의 감시를 강화해서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자고 1996년 사외이사제가 도입됐다. 외환위기가 터지자 1998년 재벌개혁 차원에서 이 제도를 강화했다. 모든 상장기업은 전체이사의 4분의 1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의무화했던 것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서 외환위기와 같은 사태를 막자는 취지였다.SK글로벌 분식회계의 결과만 본다면 사외이사가 아무런 역할을 못하지 않나 짐작된다. 그래도 주요기업의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저명인사들이다. 경제부총리, 대법관, 장·차관에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고위검사, 국세청 고위간부와 같은 권력기관이나 유관기관 출신들이 많다. 여기에다 대학총장을 비롯한 고명한 교수, 덕망가로 알려진 시민운동가, 필명을 날리는 언론인 등등 저마다 쟁쟁한 인사들이다.그 동안 사외이사와 관련하여 말썽이 적지 않았다. 대학총장이 사외이사를 겸직하여 논란을 빚기도 하고 국무총리 지명자가 과도한 스톡옵션을 받아 눈총을 받기도 했다. 대학총장 출신 장관이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한 사실이 밝혀져 일찍 퇴진한 일도 있다. 워크아웃을 받는 기업이 은행간부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는가 하면 건설회사가 건설부 장·차관 출신을 모시기도 했다. 전자회사가 과기부 장관

  • 말 문(門)을 활짝 열자 지면기사

    우리 사회는 지금 심각한 대화 결핍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적 국민 갈등구조가 증폭되면서 결론 없는 쟁점을 확대 재생산 하는데 국력이 소진되고 있다. 이를 국가개조를 위한 성장통이나 통과의례 쯤으로 여기는 시각이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무언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정치권은 국가운영 방향을 놓고 보수와 개혁 세력이 대치 중이다. 그리고 사회 각 분야는 보_혁 구도 아래에서 각론마다 찬-반 그룹을 형성해 양보 없는 대결에 휩싸여 있다. 보-혁, 찬-반 진영 모두 겉으로는 국익이나 공익 실현을 명분으로 내걸고 있다. 문제는 국익과 공익 실현을 위한 방법과 수단에 대해 서로 '절대 선'을 독점하려는 태도다. '나는 선(善) 너는 악(惡)'이라는 위험천만한 선악 구분법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하니 매듭이 풀릴리 없다.노무현 대통령은 집권하면서 '개혁'을 통치 이데올로기로 내걸었다. 불행한 것은 노 대통령의 개혁 지지세력이 대부분 장외 세력이라는 것이다. 친정(?)인 소수 여당 민주당에서도 개혁 친위 세력은 소수다.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과 대화를 통해 국정을 이끌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상생의 정치를 강조하며 야당과의 대화 정치를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라크 파병동의안 처리까지는 잘 나가나 싶더니 결국 '고영구 국정원장 청문회'가 사단이 됐다. 노 대통령은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장 고영구 부적절' 의견에 월권이라고 발끈했고,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월권 발언이 월권이라며 대응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월권 시비는 의미가 없다. 대통령의 권한이나 국회의 권한 모두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다. 서로 우열을 다투라고 준 권한이 아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의 의사를 소통시킴으로써 국리민복을 실현하라고 준 권한이다. 누구 마음대로 누구를 위해서 권한을 다투는 것인가.엊그제는 민주당 신주류가 개혁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선거를 통하지 않은 정계개편은 선거로 확정된 정당체제를 인위적으로 전복한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그나마 현재의

  • [이성춘 칼럼]권력과 언론 지면기사

    민주당 출신의 존 스타 의원은 미국의회에서 손꼽히는 국방통(通)-국방문제 전문가였다. 1969년 후반부터 하원의원을 거쳐 20여년간 상원의원을 지내는 동안 줄곧 국방위원으로 활약했으며 국방위원장을 역임했다. 그에게는 오래전부터 꿈이 있었다. 그의 꿈은 대통령·부통령이 아닌, 국방장관이 되는 것이었다. 카터 이후, 12년간의 레이건과 부시의 공화당정권이 끝나고 1992년 민주당이 집권한 뒤 클린턴 대통령이 스타를 국방장관으로 내정하자, 그는 뛸 듯이 기뻐했다. 하지만 청문회가 시작되자 어제까지 동료였던 공화·민주 양당의원들은 안면을 바꾼 채, 그의 경력·능력을 이잡듯이 캐고, 물고 늘어졌다. 청문회가 끝난 뒤, 표결결과 인준은 부결됐다. 이혼 등 복잡한 사생활도 그렇고 폭음 습관에, 취하면 주사(酒邪)가 심하다는 게 부결 사유였다. 대통령에게 핵 미사일의 발사여부를 판정·건의하는 막중한 국방장관직에 '주정이 심해'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강경보수파이자, 법학자로도 저명한 로버트 보그 판사를 대법원 판사로 내정했으나 진보파 의원들의 공세로 젊은 시절 대마초를 핀 사실이 드러나 부결되고 말았다. 부시 현 대통령에 의해 법무장관에 내정된 앤스클로프트 장관은 과거 인종차별 발언 등이 문제되어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른 끝에 간신히 인준됐다. 청문회 제도를 창안한 것은 영국이지만 확고한 민주주의의 제도로서 뿌리를 내린 것은 미국 의회였다. 우리나라가 청문회 제도를 도입한 것은 1988년 6월 13대 국회로서 입법과 조사청문회만을 채택한 후 실시된 5공, 광주사태, 언론, 한보사건, 고급옷 로비청문회 등은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안겨주었다. 2000년에는 인사청문회도 도입, 이한동 총리가 처음 거쳤고, 장상·장대한 후보자는 부결됐다. 또 노무현 정부직전에 있은 청문회법에 따라 법에 의한 인준표결은 하지 않지만 국정원장, 검찰청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소위 4대 기관장(Big-Four)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지난 22일 실시된 국정원장에 대한 국회정보위원회는 많은 국민들의 비상

  • 베스트 配役, 워스트 배역 지면기사

    출생부터가 신(神)이 있다면 신의 '인사 발령'을 받은 것이고 결혼부터가 하나님이 있다면 하나님에 의해 각각 신랑 신부로 가정 근무 인사 발령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그 출생부터가 강간 등에 의한 잘못된 인사 발령이 쌨고 부부 또한 그릇된 발령에 의한 엉터리 배역(配役)이 많다.그 흔해빠진 설문 조사 통계를 보면 보통 80% 이상의 남편과 아내가 다시 태어나면 현재의 남편 또는 아내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는 고백이 그 엉터리 부부 배역이 '많은' 정도를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아니, 어느 짓궂은 개그맨이 음식점에 모인 30여명의 중년 여성 계원을 모두 '뒤로 돌아 벽 앞으롯!' 앉힌 뒤 눈을 감게 하고는 “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남편과…”를 손들게 했다가 그만 주먹밥 같은 쇼크를 삼키지 못해 뒤로 넘어질 뻔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놀랍게도 단 두 명의 여성만이 리턴 매치를 원했다던가 해서다.누군가를 붙들고 쩌렁쩌렁 묻고 싶다. 도대체 안방 인생극장 부부 배역의 80%, 90% 이상을 요즘의 흔한 말로 황금 콤비와 드림부부가 아닌 언밸런스, 노 하모니로 망쳐 놓는 캐스터(caster)가 누구란 말인가. 남녀의 인연을 맺어 준다는 전설상의 늙은이 '월하노인(月下老人)'인가 '월하빙인(月下氷人)'인가. 그렇다면 그 노인은 단순한 노안(老眼) 정도를 넘어 심한 난시와 착시에다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80%, 90%나 맘에도 들지 않는 노새 탄 기사(騎士)를 보내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부부 배역뿐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배역, 캐스팅(casting)이 그야말로 최악의 워스트(worst)가 아닌 베스트가 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TV 드라마만 보더라도 적재(適材)의 적역(適役)인 베스트 캐스팅이란 보기 드물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배우가 그 역할을 맡고 있고 도저히 그런 구실이 적격이 아닌 배우가 흉내만 내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흔한가. 가수 배역 또한 그렇다.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진부한 타성적 창법 아니면 발성 자체가 안돼 주어진 음계도 소화하지 못하는 가수가 얼

  • [김영호칼럼]보행권도 없는 엉터리 나라 지면기사

    러시아워가 따로 없다. 대도시는 물론이고 중소도시에서도 언제 어디를 가나 종일 차량이 홍수를 이뤄 교통체증이 풀리지 않는다. 그런데 교통질서마저 난장판이다. 자동차들이 빨간 불이 켜져도 그냥 달리고 파란 불이 켜지기 전에 출발하여 교차로는 뒤엉킨 차량들로 통행이 마비되어 버린다. 횡단보도에도 차량들이 버젓이 차지하여 보행자는 이리저리 피하다 보면 길을 반도 못 건넜는데 빨간 불이 켜진다. 보도는 주차장으로 변해 지나다닐 틈도 없다.교통질서가 엉망인 데도 단속의 손길은 좀처럼 볼 수 없다. 차량은 넘쳐 나는데 교통질서는 실종돼 시민의 사회생활이 날로 더 불편해진다. 무질서가 교통체증을 더욱 가중시켜 이제는 불편의 차원을 넘어섰다. 물류비용의 증가는 막대한 국력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정부 차원에서 어떤 교통정책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무대책-무대응으로 일관한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어도 교통대책에 관한 한 아무런 소식이 없다. 언론도 다를 바 없다. 반복성 기사로 아는지 교통문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나라가 온통 주차장으로 변한 느낌이다. 어딜 가나 인도의 절반쯤은 자동차 차지이고 어떤 곳은 아예 사람들이 차도로 다녀야 한다. 인근 빌딩이 인도를 주차장 주인처럼 쓰면서 큰소리까지 친다. 골목도 주차장으로 변해 소방도로고 뭐고 없다. 이리 저리 차를 피해 가느라고 애를 먹는데 비키라고 뒤에서 경적을 울려 깜짝 깜짝 놀란다. 보행자의 권리는커녕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이다. 비단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도 실정은 비슷하다. 농로에까지 차를 세워 시비가 날로 잦아진다. 도대체 이런 엉터리 나라가 세상에 또 있는지 모르겠다.1981년 1월 서울의 자가용 승용차 대수가 10만대를 돌파했다. 지금 생각하면 요순 시절 같건만 그 때도 도심의 교통체증이 심하다며 통과세 부과를 놓고 논란이 분분했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1992년 4월 100만대를 돌파했고 지금은 200만대가 넘는다. 어쨌든 1990년대 들어 차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