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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상수지 덜미 잡는 해외관광 지면기사

    해외여행에도 유행이 있나보다. 한때는 동남아에서 보신관광이니 매춘관광이니 해서 말썽을 빚더니 요즈음은 명품관광이 붐이라고 한다. 파리나 로마에서는 한국인들이 떼지어 유명 상품을 싹쓸이하느라고 난리란다. 여기에다 철따라 피서여행이니, 골프여행이니 해서 공항은 연일 붐빈다. 방학 중에는 대학생의 배낭여행마저 늘어나 공항은 만원사례다. 달러화의 약세로 환율이 떨어지자 해외여행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봇물 터진 해외여행 탓에 작년 12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단다. 지난 3년 사이 해외여행자가 급증하고 있다. 2000년 550만8천명, 2001년 608만4천명이었는데 지난해는 712만3천명으로 전년보다 100만명 이상 늘어났다. 이에 따라 여행수지 중에서 일반여행 부문의 적자가 크게 증가했다. 2000년 2억9천760만달러, 2001년 12억3천300만달러로 증가추세를 보이다 작년에는 37억7천380만 달러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여기에다 유학·연수 부문의 적자 14억920만달러를 합치면 지난해 여행수지 적자규모는 51억8천300만달러로 늘어난다. 세일한다는 소문만 나면 유명 상표 사재기에 나선 한국인들로 매장마다 북새통을 이룬단다. 값, 모양, 크기, 색깔을 가리지 않고 싹쓸이한다고 한다. 루이비통 같은 상품은 한 사람에게 한 개씩만 팔기 때문에 배낭여행하는 학생들에게 수고비를 주고 사달라고 부탁하는 진풍경도 연출한단다. 관세청에 적발된 여행자 휴대품을 보면 쇼핑여행이 얼마나 극성을 부리는지 짐작된다. 작년 한해 동안 세금을 안내고 휴대품으로 반입하려다 적발된 고가사치품이 무려 60만4천565건이나 된다. 전년보다도 23.2%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란다. 카메라 11만1천420건, 보석 및 귀금속 2만2천475건, 핸드백 5만7천475건, 고급주류 22만5천655건 등이다. 이 중에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상품이 수두룩하단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설을 타고 국제유가가 요동친다는 점이다. 전쟁이 터지면 국제유가가 1배럴당 50달러까지 뛴다는 비관적인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가 치명타를 입는다

  • [이성춘칼럼]대통령과 친인척 지면기사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의 부친 리친군(李進坤)옹은 아들이 나라의 제 1인자로 30여년간 재임하는 동안 친구와 함께 시내 상가에서 조그만 시계방을 운영했다. 아들 내외 및 손자 손녀들과 총리관저에서 함께 생활한 이 옹은 매일 아침 관저앞에서 버스편으로 가게에 나갔다. 1959년 아들이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된 싱가포르의 총리로 취임하자 시계방에는 검은 돈 등 뇌물을 싸들고 각종 이권과 인사를 청탁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이 옹은 이들에게 “억만금을 준다해도, 고급 시계 1천개를 팔아준다 해도 아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거절했고 뇌물, 검은 돈, 청탁 등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이 총리는 매주 청탁자와 청탁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한 후 모조리 구속, 엄벌하겠다고 선언, 청탁은 그날부터 근절됐다.총리직을 고촉통(吳作棟) 총리에게 물려주고 원로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리콴유에 대해서는 '독재자'와 '싱가포르를 눈부시게 발전시킨 공로자'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하지만 그가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적은 나라로 만들었다는데는 모두가 평가하고 있다.1970년초 사업가인 닉슨대통령의 동생이 방한하자 정부의 고위층과 몇몇 재벌들이 혹시나 백악관과 선을 댈 수 있을까 하는 기대속에 칙사대접하듯 환대하자 동생은 눈치를 채고 “나와 형이 하는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잘라말해 우리측 인사들을 무안하게 했다.선진국에서 권력자의 친인척 관리는 엄격하다. 만의 하나 권력의 위세를 빌려 이상한(?) 행동을 할 경우 언론·여론은 가차없이 채찍질을 한다. 카터 대통령의 동생이 리비아로부터 환대를 받았고 클린턴의 배다른 동생이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마이클 잭슨 등 유명 연예인의 공연을 떠벌리다 혼쭐이 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반면 한국은 대통령 친인척들에게 있어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제들이 인사와 이권에 개입하고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이 되어 재벌들로부터 이상한 모금을 했는가 하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조카, 처남, 동서 등의 권력을 빙자한 위해행각 등

  • 국회, 변화의 주체로 거듭나야 지면기사

    대북송금사건 특검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한창이다. 해결책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중진이 머리를 맞대는 '청와대 회동'이 거론되는 모양이다.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지난달 26일이다. 대화와 타협을 전제한 다수결 존중이라는 의회민주주의 원칙이 이번에도 예외없이 정쟁앞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대가 열렸어도, 개혁과 변화가 대세인 사회가 개막됐어도 우리 국회는 여전한 구태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특검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노 대통령의 중재로 해소될지, 아니면 여야 전면전으로 비화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정당 스스로 국회의 권위와 역할을 포기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회는 국민권력의 한 축이다. 국회는 국민이 선출한 최고통치자인 대통령을 견제할 유일한 국민대표기관이다. 국회는 입법과·예산심의·동의권을 발휘해 대통령의 국가 운영을 견제하고 협조함으로써 당면 국가과제나 현안에 대한 국민의사를 관철해야 한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이든 내각책임제를 실시하는 나라이든 국민대의기구인 의회가 제역할과 권위를 상실하면 통치권의 전횡과 정쟁만 횡행하게 된다. 또 '국민의 대표'라는 명예를 포기한 채 집권세력의 통법부로 전락한 국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의회가 제대로 작동하는 정치선진국에서는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각종 참사의 후진성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고발하는 처절한 증거들이다. 시대가 변화와 개혁을 원하고 있다. 방법과 절차에 대한 견해차에 불구하고 '이대로 안된다'는 슬로건 앞에선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없다. 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반칙과 특권이 용납됐던 시대의 종식'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의 청산'을 강조한 것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국정원, 국세청, 검찰, 경찰 등 특별한 권력을 행사하던 기관의 정상화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찬가지로 국회도 변해야 한다. 아니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의회 존재의

  • 混血 국가' 건설을 앞당기자 지면기사

    사자+호랑이의 튀기 '라이거'는 사자도 호랑이도 아닌 열성(劣性)이다. 수나귀와 암말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도 그렇고 암나귀와 수말 사이의 잡종이자 노새와는 사촌간인 '버새'도 그런가 하면 수퇘지+암소의 혼혈인 '매기'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가까운 개만 해도 중앙선을 넘어 혈통이 섞이면 그 몰골부터가 기품이 떨어지고 질적으로도 한두 단계 팍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출생한 튀기 2세가 다시 흰둥이와 결혼해 태어난 혼혈아, 즉 4분의 1로 유전인자가 희석된 '쿼터 튀기' 중엔 유달리 수재와 천재 우성(優性)이 많다는 것이다. 이른바 '카드룬'이라는 혼혈 수재, 잡종 천재들이다. 흑백 혼혈뿐이 아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엔 백, 흑, 황, 갈, 회색 등 무려 1천여 인종의 온갖 혼혈 2세, 3세들이 도도한 인파를 이룬다. 그런 미국을 '인종의 도가니(melting pot of races)'라 일컫는다. 한데 미국의 힘은 바로 그 '혼혈의 용광로'에서 솟구친다. 미국을 또 '샐러드 사발'이라고 하는 것도 가지가지 채소가 범벅이 돼야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은 까닭이다. 다시 말해 그 숱한 인종의 아종(亞種)과 변종(變種)의 도가니에서 나오는 힘이 오늘의 미국을 이끄는 것이지 이른바 와스프(WASP)라는 순수 백인들만으로는 어림없는 얘기다. 그러니까 88년 대통령 후보였던 그리스계 듀카키스 같은 비(非) 백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미국과 맞섰던 옛 소련의 파워도 그 수가 절반도 안되는 슬라브 민족을 비롯한 150개 인종의 도가니로부터 철철 넘쳐흘렀다. 그곳 역시 90년 소련 대통령 선거에서 '발렌틴 최'라는 한국인이 보리스 옐친과 경합을 벌였듯이 비 슬라브계가 러시아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캐나다, 중국 등 다민족 국가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페루의 후지모리, 미크로네시아의 나카무라 같은 사람이 어느 나라 대통령으로 튈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우리는 단일 민족이다. 그래서 곤란하고 그래서 안된다. 우리는 뭔가 부족하고 어딘가 늘 모자란다. 개별적으로

  •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지면기사

    봄이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섰다. 제주에서부터, 땅끝에서부터 봄소식은 들려온다. 더 이상 갈데가 없어 갈두(葛頭·칡머리)라 했던가. 황톳길 구비구비 따라 더 이상 갈 곳 없는 마지막 땅 해남 땅끝에 서있노라면 그 곳에서 떨어져나온 조각 섬들 사이에 갈매기들이 끼룩대고 일손 바쁜 뱃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도 파도에 실려오는 곳이다.지난 주말 다녀온 땅끝과 시선(詩仙) 윤선도가 거닐던 반도의 파라다이스 보길도에 동백꽃이 활짝 피다 못해 시들어가는 따스한 봄이 성큼 찾아왔다. 예송리 바닷가 하늘 중턱에 걸려 있던 정월 대보름달이 고기잡이 배들과 함께 평화스런 정경을 보여주고 자갈밭 해변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는 가슴 속을 잔잔하게 파고든다. 응달진 계곡에 아직도 쌓여 있는 눈밑으로도 봄의 소리가 들려오고 두껍게 얼었던 강물도 따뜻한 햇살과 훈풍 앞에 맥없이 녹아 춘심(春心)을 실어나르며 유유히 흐른다. 정도전은 '봄은 봄의 출생이며, 여름은 봄의 성장이며, 가을은 봄의 성숙이며, 겨울은 봄의 수장이다'고 했다. 이런 시귀(詩句)가 아니더라도 봄은 모든 사물의 소생을 의미하고 생명의 경이와 신비감을 일깨워주는 환희의 계절이다. 농부들은 씨앗을 뿌릴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남도(南道)에서부터는 화신(花信)이 들려오고 양지바른 곳에도 목련의 꽃망울이 잔뜩 부풀어 있다. 19일은 겨우내 얼어 붙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다. 그러나 우리 마음 속에는 봄같지 않은 봄이다. 춘래불사춘이랄까.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오랑캐 땅에는 꽃도 없고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 당나라 시인 이백은 한나라 원제(元帝)의 명령으로 흉노족에 팔려간 한 아름다운 궁녀의 심정을 이렇게 읊었다. 봄이 분명히 오고 있음에도 봄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웬일일까. 서민층의 마음들은 아직도 한겨울처럼 썰렁하다. 집값과 전셋값·사글세가 치솟고 각종 물가가 천장 높은 줄 모르게 뜀뛰기 경쟁을 하는 데다가 국제정세마저 어지러우니 화사한 봄을 느낄 수가 있겠는가. 새대통령의 취임식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 어렵게 돌아가고

  • DJ의 결단, 용단을 고대한다. 지면기사

    1972년 6월17일은 미국의 역사를 뒤바꾼 사건, 즉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대통령 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이날밤 수도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5명의 괴한이 침입했다가 체포된 것이다.백악관의 돈·지글러 대변인은 '단순한 3류 절도사건'으로 평가절하 했지만 수사결과, 전직 중앙정보국 요원도 포함된 범인들의 침입목적이 도청장치의 설치임이 밝혀지자 경찰과 검찰은 긴장했다. 이어 워싱턴 포스트의 우드워드와 번스타인 두 기자의 잇단 특종보도 등 언론의 끈질긴 추적으로 범인들이 닉슨대통령의 3대 핵심참모이자 비선조직의 총책인 찰스 콜슨의 부하임이 밝혀지자 하마터면 단순절도 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권력의 불법공작사건으로 번졌다. 사실 당시의 국민과 여야는 이들의 범행동기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닉슨은 여러차례의 대국민 성명과 회견을 통해 자신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전혀 모르며 백악관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으나, 국민의 의혹이 날로 심상치 않자 연일 참모회의를 열어 진화대책을 서둘렀다. 그런데 사건 은폐의 책임자였던 존 딘 백악관 법률고문이 면소(免訴)를 조건으로 상원청문회에서 닉슨이 범인들의 입막음용 자금지원 등 불법적인 은폐를 지시했고, 그 사실은 백악관의 녹음테이프에 수록돼 있다고 폭로해 국민을 분노케 했다.닉슨은 이를 부인하고 CIA로 하여금 FBI(연방수사국)의 수사저지를 지시하고 의회와 대법원과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에 완강히 맞섰으나 압력이 더욱 강화되자 테이프 제출, 봅 할데만 비서실장과 존 엘리히만 보좌관 등을 해임하며 변명에 급급했으나 끝내 20여명의 참모들의 유죄판결로도 해결이 어렵자 1974년 8월8일 대통령직을 사임, 권좌에서 내려왔다.미국 국민들이 닉슨에 대해 가장 분노한 것은 온 국민의 스승이요, 사부(師父)인 대통령이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해 국민을 속인 것과 누구보다 앞장서서 법을 준수해야 할 인물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당시 닉슨의 연설문 작성자이자 훗날 포드, 레이건, 부시, 클린턴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데이비드

  • 소비는 사랑의 촉매제 지면기사

    사랑의 촉매제로서 소비를 얘기하면 오해받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소비를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주니까 말이다. 그러나 소비를 적절한 타이밍으로 잘 활용하면 사랑의 매개체로서 더없이 고마운 수단이다.한 번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가르치는 대학생들에게 질문을 해 보았다. “여러분, 요즘 밸런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 맞지요?” 라고 물었더니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이 일제히 “네!”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이번 밸런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선물했는데, 만약 상대방이 다음 번 화이트데이 때 아무 것도 선물하지 않으면 어떡할래요. 계속 만날 겁니까, 아니면 절교하겠습니까?”했더니, 대다수의 여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뭣하러 만나요. 당장 절교할거예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물론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선물 하나 안한 걸로 절교까지 갈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초콜릿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사탕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더 좋아질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간혹 연인들 사이, 부부사이에 싸움이 일어날 때가 있다. 이 때도 소비행위를 어떤 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사랑을 회복시킬 수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싸움 끝에 화풀이로 술을 엄청나게 마신다든가, 가재도구를 때려 부순다든가 하는 행위는 사랑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약간 다른 방법으로 소비행위를 이용하면 사랑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래 전부터 젊은 세대 사이에 유행한 것이 커플상품이다. 커플 티셔츠나 커플 귀고리에서부터 커플 청바지, 커플 팬티까지 다양하다. 싸움 끝에 서로 감정이 악화된 연인이나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용기를 내어 커플상품을 선물해보자.약간의 서먹함도 잠시, 오히려 사랑은 싸움 전보다 더욱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사회이론에 보면 테크놀로지(Technology)결정론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유사한 상품을 사용하다 보면, 서로 다른 의식일지라도 한 방향으로 의식이 수렴된다는 이론이다. 이론을 증명하는 예로서

  • 불확실성 해소가 급선무다 지면기사

    우리 사회에 불확실성이 증폭하고 있다.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다. 나라 밖으로는 미-이라크 전쟁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으며 내적으로는 북핵과 현대상선 대북비밀송금, 주한미군 감축문제와 같은 민감한 악재들이 지뢰밭처럼 깔려 있다. 이에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승하면서 우리의 경제가 침체되고 불안감은 쌓여 가고 있다. 급기야 11일에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로부터 우리의 국가 신용등급이 2단계 하향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그렇다고 이런 난제들이 일시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해지고 있다.위기 아닌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점증하는 불확실성이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런 현상 한 가운데는 분명 북한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북한에 보내고 우리는 북한의 핵개발로 뒤통수를 얻어 맞았다. 우리사회 한쪽은 대북 비밀 송금에 대해 진실을 밝히라고 연일 떠들고 그 와중에 비밀송금의 한 주역은 금강산 육로관광의 길을 뚫어 역사적인 일을 해냈다고 눈물을 흘렸다. 참 아이러니한 얘기여서 혼돈스럽고 어리둥절할 뿐이다.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젠 우리는 그 진실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대책을 세우고 마음을 가다듬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지 않겠는가. 현재 우리 국민들은 너무 모르는 것이 많다. 북핵의 실체가 그렇고 대북 비밀 송금 문제도 그렇다. 우리는 몇달째 북핵위기를 걱정하면서 정작 북핵의 실상을 모르고 있다. 북한의 핵폭탄 유무는 물론이고 북한이 농축우라늄 핵폭탄을 정말 만들 것인지 협상용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아전인수격인 해석만 분분할 뿐이다.핵문제 뿐만 아니다. 북한은 남북대화에서도 속을 열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필요한 제안, 필요한 합의만 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대화를 하면서도 언제 그 대화를 중단할지, 또 다른 조건을 내세울지 항상 알 수 없는 것이 북한의 태도이다. 북측이 약속을 깨든 말든, 비난받을 짓을 하든말든 간에 우리는 대화에 우선을 두고 있다. 심지어 서해에서 우리 함정을 격침하고 우리 장병을 살해

  • '대박'꿈에 '피박'쓰는 나라 지면기사

    양담배 이름으로 유명한 '러키 스트라이크'(lucky strike)라는 말이 있다. 번역하면 '행운타'(幸運打)이지만 무슨 뜻인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시쳇말로 옮긴다면 '대박'이라는 말과 뜻이 통한다. 지금 이 나라에는 로또 광풍이 몰아쳐 온 국민이 대박 꿈에 흥분해 있다. 저마다 돈벼락을 맞겠다며 로또를 합창하며 그 행렬에 뛰어든다.19세기 중반 미국의 서부지역 곳곳에는 '골드 러시'가 벌어졌다. '노다지'를 찾아 금광업자와 광부들이 벼락부자의 꿈을 안고 몰려 들었다. 신흥촌에는 술집과 도박장이 들어서고 도둑과 창녀가 들끓었다. 사기꾼과 사채꾼에다 총잡이까지 끼어 들었다. 서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어느날 금맥이 끊기면서 찬 바람이 몰아치고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했다.그 황량한 폐광촌에 웬 사나이 둘이 나타났다. 술집에 들러 어디 가면 금이 있느냐고 소리쳐 묻자 술잔으로 시름을 달래던 어떤 건달이 이렇게 대꾸했다고 한다. 저 산꼭대기에 가보라고 말이다. 금은 다른 물질보다 비중이 높아 지층이 낮아야 나온다고 한다. 그 말을 믿고 그곳으로 달려간 얼간이들이 괭이로 치자 금이 쏟아졌다고 한다. 금이 안나올 곳에서 나왔다고 해서 '러키 스트라이크'라는 말이 생겼단다.로또도 '러키 스트라이크'를 닮은 모양이다. 당첨확률이 벼락 맞은 나무가 또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단다. 1등 당첨확률은 0.00001%라니 뒤집어 말하면 탈락확률이 99.99999%이다. 일확천금의 꿈은 언제나 헛꿈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당첨확률이 영(零)에 가까우니 1등 당첨자가 연속해서 안나오고 당첨금은 눈덩이처럼 불어 1천100억원에 육박한다. 그 도박판이 지금 로또를 사면 고층 빌딩의 주인도 될 수 있다고 손짓한다.IMF 사태이후 빈부격차가 가위곡선처럼 점점 더 벌어진다. 허리가 휘도록 일해도 살기가 버겁다. 저축한들 금리가 낮아 돈이 불지 않는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내집 마련의 꿈은 무지개처럼 멀어졌다. 마흔만 넘으면 언제 백수대열에 낄지 모른다. 봉급의 절반을 과외비로 쏟아 부어야 아들, 딸을 대학

  • 아름다운 퇴장을 위하여… 지면기사

    “우리의 단풍은 이미 아름답게 물들어 국민들에게 보여졌으며 이제 마지막 잎새는 21일이 남았다. 그 마지막 잎새들이 낙엽으로 떨어져 노무현 정부의 밑거름이 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4일 비서실 월례조회에서 한 말이다. 김대중 정부의 업적에 대한 자부(自負)를 느낄 수 있다. 또 역사의 순환을 깨달은 사람의 달관도 엿보여 듣기에 좋다. '국민의 정부'를 표방한 김대중 정부에 헌신한 박지원 실장이기에 가능한 귀거래사다. 국민들은 박 실장의 표현대로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잎새가 아름답게 추락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일의 희망을 잉태하는 숭고한 소멸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어찌하랴. 5년 임기중 20일만을 남겨놓은 지금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잎새는 '대북송금' 의혹의 광풍을 만나 아름다운 나선형 추락이 힘들게 됐다. 그 잎새가 노무현의 대지 위에 떨어지는 그 순간의 비장함, 숙연함을 공감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대북송금 의혹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속출하고 있다. 처음에는 검찰수사에 모두 동의한 듯 보였다. 그러다 문희상 새정부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가 정치적 해결을 제안하더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국회에서 진상조사 방법을 결정하라고 최종적인 입장을 밝혔다. 야당은 특검제, 국정조사를 들먹이며 이 문제를 대선패배의 고통을 상쇄할 절호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청와대 입성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야당은 분열된 전열의 수습 차원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이 이렇듯 들썩이자 정작 법질서의 마지막 수호자인 검찰은 수사를 유보하겠다며 강 건너 불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대북송금 진상규명을 놓고 벌이는 작금의 혼란이 불가피한 것인지 의문이다. 대북송금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는데도 이를 알아내기 위해 정치권이 논쟁을 벌이고 국민적 에너지를 낭비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말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