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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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기억해야 할 '국민방위군' 지면기사
1·4후퇴를 앞두고 60만명 이상 반강제 징집한국전쟁 70년 역사 속에 숨겨진 '민간인軍'국가지원 못받아 상당수 아사·동사·전염병관련보도 잇단 제보, 이제라도 재조명 시급한국전쟁 70년, 잊힌 군인들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역사 속에 숨겨진 '국민방위군'이다. 수십 만명의 민간인으로 구성된 국민방위군은 상당수가 굶어 죽거나 얼어 죽었다. 그나마 이들에게 지급돼야 했던 각종 국고와 물자들은 간부들이 착복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재조명이나 명예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책 없는 징집에 수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책임도 없었다.국민방위군 사건을 재조명해 준 유정수(1925~2010)씨의 일기에는 '사랑하는 내 어머니와 아내와 동생들에게 이 기록을 드리노라'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국민방위군에 징집된 1950년 12월23일부터 이듬해 3월까지 76차례 일기를 작성했다. 이 일기에는 극한의 추위와 굶주림 속에 이동하는 과정이 기록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국민방위군 희생에 대해 어떤 보상도 사과도 이뤄지지 않았다.국민방위군은 한국전쟁 당시 반강제로 징집된 민간인으로 구성된 부대다. 서울이 북한군에 의해 다시 점령되는 1·4후퇴를 앞두고, 정부는 급하게 민간인을 징집해 국민방위군으로 편성했다. 이때 국민방위군 징집총수는 60만명 이상이다. 이들은 남쪽 지역에 설치된 교육대로 이동해 교육을 받았다. 이때 제대로 된 피복과 음식 없이 급하게 이동하며 상당한 국민방위군이 거리와 산속에서 동사하거나 아사하게 된다. 더욱이 어렵게 도착한 교육대는 시설이 열악했고, 질병으로 또다시 많은 국민방위군이 희생되기도 했다. 1950년 12월 17일 공포된 국민방위군 설치법은 사실상 강제 징집이었고 40세가 넘는 고령자나 학생, 공무원 등도 징집 대상이었다.이들은 죽어서도 버림받았다. 대다수가 '전사통지서'도 받지 못했다. 유해가 암매장된 곳이라고 주장하는 곳은 현재 경작지로 바뀌어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도 없다. 세월은 현장을 바꿔 놓았고, 기억에만 의존하는 증언들은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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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님비를 핌피로 지면기사
내구연한 끝난 영통권 소각장문제로 '시끌'주민들 '폐쇄 주장' 반발… 이전 쉽지않아화성 함백산 추모공원사업처럼 지혜 필요'지역민 많은 혜택'으로 현안 해결 어떨까'님비현상'. 최근 이 같은 현상이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님비현상'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행동 양태를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시의 자체 폐기물 매립지 후보지 발표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현상들이다.인천시는 최근 옹진군 영흥도를 매립지 후보지로 발표했다. 주민들은 지역 이미지가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1990년대 영흥화력발전소가 들어섰을 때처럼 지역사회에 악영향이 훨씬 많다는 게 영흥도 주민들의 생각이다. 당장 관광산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영흥도로 향하는 유일한 육로 도로(시화방조제)가 난 시흥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크다. 실제 지난 2014년에도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자 시흥시의회가 앞장서 반대 결의안을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이때 시흥시의회가 채택한 내용은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대체부지 영흥도 선정 반대 결의안'이었다. 당시 시흥시와 안산시는 영흥도 매립장 조성에 반대하는 별도의 주민대책위원회 구성을 추진한 전례도 있었다.수원시도 최근 소각장 문제로 시끄럽다. 내구연한이 끝난 상황에서 주민들은 폐쇄를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매립장조차 없는 수원시는 대수선해 사용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옮길 곳이 없어서다.실제 수원 서부권에는 음식물자원화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지역에서 악취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안구지역인 서북부권에는 장례식장이 있다. 영통권에는 이곳 쓰레기장이 2000년도부터 운영되고 있다. 폐쇄하면 서부권이나 서북부권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이곳 또한 님비현상이 예상, 이전이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쓰레기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지혜를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 '님비현상'을 '핌피현상'으로 바꿀 수 있는 지혜 말이다. 핌피현상은 님비현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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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복붙 지면기사
생각 굳으면(Ctrl+c) 절대 안바꿔(Ctrl+v)요즘 정치권에 일명 '똥고집' 유행처럼 번져난 항상 옳고 잘못없다 '편향'… 종국엔 낭패현안마다 치고받는글 복붙전파… 국민 눈살Ctrl+c, Ctrl+v. 컴퓨터를 이용한 문서·이미지 작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축키다. 복사하려는 글이나 그림을 지정하고 자판의 Ctrl키와 c키를 함께 누른 뒤 다시 붙이고 싶은 곳으로 커서를 옮겨 Ctrl키와 v키를 함께 누르면 그대로 옮겨진다. 요즘은 줄인 말로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같은 의미로 Copy&Paste를 줄인 코피페(コピペ)라고 한다.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한 번 생각이 굳어지면(Ctrl+c), 다른 상황에서도 바꾸지 않으려(Ctrl+v)는 현상이 늘고 있다.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막무가내식 '고집'을 피우는 것이 정치권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분위기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심리적 상태를 편향(偏向, bias)이라고 한다. 우리의 뇌는 신중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쉽게 떠오르는 정보나 주변 상황을 기준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스스로 잘못한 오류를 깨닫거나 인정하기를 극히 꺼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쉽게 '똥고집' 정도로 풀이하면 되겠다.편향보다 한층 더 위험한 상태를 '선택 지지 편향'이라고 한다. 심각한 수준의 '오만'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심리 상태에 빠진 경우 자신은 틀린 게 없고, 항상 옳다는 생각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명백한 오류나 잘못이 드러나도 자신이 맡은 일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고, 성과를 내고 있다고 우긴다. 조직의 리더들이 이런 심리상태에 있다면 나중에는 정책 실패, 외교 단절, 예산 낭비, 인사 참사 등의 참담한 결과로 나타난다.'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성폭력 처벌을 받았지만, 성폭력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유는 '확증 편향'일 가능성이 크다. 고의성도 없었고, 실제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죄인으로 몰고 있다는 범죄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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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황해 평화와 인천 지면기사
'인천·남포항' 도로·철도 등 인프라 최적조수 간만의 차 극복 갑문 운영도 공통점바닷길 복원 개성공단 가동 등 사업 재개'인천'… 남북교류 협력 중추적 역할 불변지난 20일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2020 황해평화포럼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인천시와 인천연구원이 '평화도시 인천과 한반도 평화의 길'이란 주제로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남북 교류협력 방안을 북측에 제안했다. 박 시장은 "말라리아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코로나19 방역 등에 남과 북이 적극 협력해 보건·환경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수해 복구와 관련해 "접경지역 주민들이 다가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방한 물품을 지원해 북측 노력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했다. "우리 미래를 그려 나갈 아이들을 남과 북이 함께 키운다는 마음으로 어린이 보건의료협력과 영양개선사업을 제안한다"고도 했다. 남북 경협 방안으로는 ▲인천~남포 등 기존 남북 해상항로 복원 ▲한강하구 생태·환경 등 공동 관리와 이용 ▲서해 공동어로활동 협력을 제시했다.인천항이 서울의 관문이라면, 남포항은 평양의 관문이다. 남북이 본격적으로 경협에 나선다면 수도를 배후에 둔 인천항과 남포항 역할이 자연스레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인천항이 남북 해상 교류의 거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두 항만은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남포항은 화력발전소가 인접해 있어 전력 공급도 원활하다. 인천항과 남포항은 조수 간만의 차를 극복하기 위해 갑문(閘門)을 운영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일본인 저널리스트 가세 와사부로(加瀨和三郞)가 편찬한 '인천개항 25년사'(1908)를 보면 인천과 관계가 가장 깊은 곳은 남포다. 남포에서 수입하는 것은 대개 인천항이 중개했다. 과거 인천항과 남포항 간 교류가 활발했던 것으로, 인천항이 환적 또는 허브 항만 역할을 한 것이다.2010년 5·24 조치 이전까지 인천항~남포항 바닷길은 사실상 남북을 오가는 유일한 정기항로였다. 한반도 분단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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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공정위는 공정한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면기사
본사와 '불합리 계약' 대리점주 간절한 호소공정위, 제대로 응답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고통받는 을에 필요한건 法보호 확신과 믿음"영세 사업주에 공평·법 집행" 헛구호 안되길2013년 5월 남양유업 물량 밀어내기 갑질사태는 본사에 의한 '대리점 갑질'의 민낯을 대한민국에 낱낱이 드러낸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사건 직후 '을의 눈물'에 공감하는 여론이 형성됐고, 후속 대책의 하나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더불어민주당내 을지로위원회도 '을지키기 경제민주화 추진위원회'란 이름으로 그때 생겼다. 대기업을 상대로 노동·불공정거래 문제를 제기하는 당사자들을 대변해 사회적 공론화 및 중재를 주도했다.이후 2017년 5월 공정(公正)의 가치를 국정철학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라는 문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를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서 구현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한껏 고조된 시점이었다.문재인 대통령은 재벌 저격수로 명성을 떨친 김상조 한성대 교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를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함으로써 한국사회에 뿌리박힌 불공정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도 취임사에서 '을의 눈물'을 이야기하며 발을 맞췄다.그는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것"이라며 "공정위는 호소를 듣고, 피해를 구제하며,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대리점 갑질 해결은 김상조 전 위원장의 주요 추진 과제 중 하나였다. 취임 2개월 만에 전 산업에 걸쳐 대대적인 본사-대리점 간 거래 실태조사에 나섰고, 이듬해에는 '대리점거래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그로부터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대리점 갑질문제는 도통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김상조 전 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을의 눈물'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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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경기도체육회,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지면기사
사무처장 개방형 공모, 새로운 시작을 의미체육계 이해·행정경험 많은 자가 선택돼야'법정법인화' 이뤄도 자립경영 시간 더 필요지자체 지원 없이는 생활체육 확대 어려워'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언제 오는가'. 요즘 체육인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소리다. 사무처장 자리를 왜 이렇게 오랫동안 비워두는지 묻는 체육인도 많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좋은 소식이 지난주에 들렸다. 올해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맞이한 도체육회가 3개월간 공석 상태인 사무처장 임명을 완전 개방형 공개 모집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소식이 나온 것이다.사무처장 개방형 공개 모집 방식은 경기도체육회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도체육회 사무처장은 대개 도 출신 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이 도로부터 내정돼 도체육회 이사회 및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해왔다. 이번 개방형 공개 모집은 도체육회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도체육회는 지난 1월15일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체육회장 선거를 시행, 이원성 회장이 초대 민선체육회장으로 선택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 회장을 바라보는 도와 일부 시·군의 불협화음도 잠시 있었지만, 이 회장은 화합을 전제로 모든 것을 수용했다.하지만 지난 7월 박상현 사무처장이 사퇴의사를 보인 뒤 사무처장직에서 물러났고 현재까지 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 이 회장 선출 후 체육회와 도의 가교역할을 했던 사무처장의 사임은 '뜻밖'이라는 일부 얘기도 있었지만, 일부 체육인은 '이 회장이 도와 분명한 선을 긋고 홀로서기 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나돌았다.이에 이 회장은 "체육회 행정을 이끌어갈 사무처장의 장기 공석으로 체육계가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은 만큼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사무처장을 공개 모집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체육회 내부 살림을 꾸리는 사무처장은 외부 기관의 의뢰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체육계의 높은 이해와 행정 경험이 많은 자가 선택돼야 한다. 또 이 회장을 비롯한 도체육회 사무처는 더는 체육계 안팎에서 걱정하는 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이제는 믿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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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AI에 대한 불순한 생각 지면기사
실수로 같은 이름 아파트로 설정 내비 탓만만약 국가정보·안보·재난사용 AI시스템에잘못된 정보·데이터 입력된다면 심각한 문제불순의도 조작 오류가능성 없다고 장담 못해2016년 3월 이세돌이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 패하면서 AI(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당시 산업 현장에서는 다양한 센서와 기기들이 스스로 정보를 취합하고, 여기에 AI를 결합한 생산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팩토리'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브릴리언트팩토리'라는 발전된 개념의 시스템이 도입됐다. 소프트웨어와 AI를 기반으로 인력을 추가하지 않고 로봇만으로 새로운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일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AI 자동화 시스템이 스스로 공장 운영 프로그램을 짜고, 기계가 기계를 만드는 시대다. 앞으로 브릴리언트팩토리가 정착되면 최소한 이곳에서만큼은 '근로자', '노조'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다.자주 사용하는 휴대폰 내비게이션 앱도 AI 기반으로 활용된다. 실시간 교통 상황을 반영해 최적의 길을 안내하는 휴대폰 내비게이션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새로 생긴 도로나 각종 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자동 업데이트하는 기능은 정말 마음에 든다. 비가 내리는 어느 토요일 오후. 서울 양재동의 한 결혼식장에서 나와 여느 때처럼 휴대폰 내비게이션 앱을 켜는 순간 악몽이 시작됐다. 결혼식장에서 나오는 도로는 꽉 막혀 있었고, 도로공사로 직진을 우회하게 하거나 우회해야 할 길을 막아 놓은 곳도 있어서 내비게이션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계속 직진하라 하는데 길은 막혀 있고, 어찌 돌아 다른 길로 돌아서면 왔던 길로 다시 가라고 했다. 일단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방향감각에 의지해 한강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일단 한강 쪽으로 가면 인천으로 가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이래저래 도로표지판에서 한강에 있는 '대교'를 찾았다. 어느 대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강에 있는 대교만 찾으면 충분했다. 공사 구간이 끝나고 큰길로 들어서면서 내비게이션이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50여분 뒤면 집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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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코로나19 사태 속 첫 민족대명절 지면기사
추석 연휴동안 친척·친구들 우울한 얘기만아이들 비대면 온라인수업 학습격차 '걱정'그나마 어르신들 트로트가 위로라니 '다행'3개월후 설 명절엔 더 좋은 소식 풍성했으면올해 추석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맞은 첫 민족 최대 명절이었다. 예상대로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없었다. 부모님을 잠깐 찾아뵙고 식사 한 끼 함께 한 게 전부다. 추석 당일에는 차례상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어머니와 동생에게 보낸 뒤 영상 통화로 덕담을 나눴다. 예년 같으면 추석 전날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코로나19 사태만 없었더라면 명절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래방을 찾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추석 대목은 실종됐다. 노래방 사장들은 추석 대목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어야 할 시기에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서야 했다. 아예 노래방 문을 닫아 놓고 인근 가게에서 일하거나 대리운전기사로 뛰고 있는 업주도 적지 않다.추석 연휴에는 유독 친척과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지는데, 우울한 소식이 많다. 일자리를 잃어 1주일에 이틀만 일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한 이도 있고, 직장 동료들이 휴직에 들어가 업무량이 많아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금 사는 집이 재개발구역에 포함돼 이사해야 하는데, 전셋집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한다. 부동산 중개업소 수십 곳을 돌아다니며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지만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어르신들은 '미스터 트롯'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들이 나오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또 본다. 신예 트로트 가수들이 CF를 몇 편이나 촬영했는지부터 아픈 가족사까지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푹 빠졌다. 추석 명절에도 자녀들을 만나지 못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어르신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트로트가 큰 위로가 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추석 연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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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기운을 북돋아 주는 생선 지면기사
임금님 수라상 올랐던 여러이름 가진 '조기'최근 40여년만에 인천 앞바다 모습 드러내작년 옹진위판량 74.4t… 2012년比 '50배'올해 추석엔 참조기로 풍성한 차례상 기대얼마 전 '인천 한세기'의 저자인 고(故) 신태범 박사가 남긴 자료를 보다 '굴비(1997년 3월)'라는 제목의 칼럼을 찾아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박사님께 '먹는 재미 사는 재미'라는 교양 강의를 들었고, 기자가 된 이후 '격동 한세기 인천 이야기'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던 터라 우연히 찾은 선생님의 글은 반가웠다. 당시 85세였던 신태범 박사는 글을 마치면서 이런 소원을 하셨다. "잿빛 껍질에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큰 손바닥 만한 알배기 참조기로 만든 굴비를 다시 한 번 먹고 떠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면서 1920년대 소학교 시절 굴비를 챙겨주시던 할머니를 회상했다. "밥상에 놓인 굴비를 들어 대가리를 떼어 낸 후 껍질을 벗겨 흰 살을 뜯어주신다. 남는 몸살과 알이 찬 뱃대기(3마리에 2마리는 알배기였다)는 따로 거두어 두시고 대가리에 있는 눈과 잔살 그리고 지느러미살을 골라 드신다. 나중에는 비늘을 긁어낸 껍질까지 밥을 싸서 잡수신다. 할머님께서 굴비 한 마리를 남김없이 다루시던 알뜰한 손놀림이 신기해서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조기는 머리에 돌 같은 것이 있다 해서 석수어(石首漁), 석어(石漁) 또는 노란 몸에 돌이 들어 있다고 황석어(黃石漁)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어느 날 영조가 조기를 좋아하는 것을 본 신하가 영조에게 "석어는 몸에 기운을 북돋아 준다고 조기(助氣)라고 한다"고 말한 이후 석어 대신 조기로 불렸다는 얘기도 있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조선 21대 임금 영조는 "조기는 민어보다 기름이 많지 않아 담백하다. 조기는 강화에서 난 것이 좋으니 그것을 인원왕후께 올리라"고 했다. 조기를 잘 씻어 염장했다가 채반에 말린 것이 굴비다. 굴비라는 이름은 고려시대 이자겸이 법성포 지역에 귀양을 갔다 말린 조기를 먹어보고는 임금께 진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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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그리고 수인선 지면기사
대부분 경인 구간이었던 서울외곽순환도로30여년만에 지역 정체성 살린 이름 되찾아수인선도 25년만에 협궤→광역철도 재개통서울중심 탈피 지방시대 공동발전 노선 기대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수도권에서는 모든 길이 서울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던 로마가 그랬듯이 서울 또한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인적·물적 자원의 중심지이니 이의를 달기 어려운 표현이다. 그런데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수도권의 교통망은 주로 중심(서울)에서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방사형으로 설계돼 있다. 그런데 방사형 노선이 아닌 순환형 노선에까지 저변에 서울 중심적 사고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도로의 명칭을 통해 표면화된다. 단적인 예가 '고속국도 제100호선'이다.거의 모든 구간이 인천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이 도로의 공식 명칭은 지난달까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였다. 총연장 127.8㎞ 구간 중 서울을 지나는 구간은 극히 일부인데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라는 이름은 무려 30여년 간 사용됐다. 이 도로명은 인천과 성남, 의왕, 안양, 군포, 안산, 시흥, 부천, 김포, 고양, 의정부, 남양주, 구리 등 경기도의 주요 도시들이 마치 위성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다시 말해 이들 도시의 이미지를 '위성도시'로 고착화하는 데 일조했다. 좀 거칠게 말해 이들 도시를 서울에 의존하는 변두리로 전락시킨 셈이다.경기도가 지난 2018년부터 서울외곽순환도로 명칭 변경을 정부에 꾸준히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 도로는 지난 6월 국토교통부 도로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라는 새이름을 얻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라는 새 도로명은 지난 1일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맞춰 도로 표지판도 바뀌었다.'교통이 편리하면 그만이지 이름이 뭔 대수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속국도 제100호선'의 명칭변경은 단순한 '네이밍'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도시 정체성 측면에서 볼 때, 인천과 경기도권 도시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