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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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무덤에서 나온 글씨 지면기사
최근 정우량 선생 묘소서 발굴 묘지 2기'동국진체' 완성한 조선후기 이광사 작품문화와 문명 발전시켜 온 기록의 힘 증명새로운 인천 문화정책 구현 가늠자 되길얼마 전 인천에서는 작지만 매우 귀한 발굴 작업이 있었다. 지난 6월 11일, 인천 연수구 동춘동 영일 정씨 묘역에서 묘지(墓誌) 발굴이 이루어졌다. 우의정을 지낸 정우량(鄭羽良, 1692~1754) 선생의 묘소에서 2기의 묘지가 나왔다. 옥으로 깎았으며 글씨는 붉은색으로 새겼다. 가로 37㎝, 세로 42㎝, 두께 9㎝ 정도였다. 이번 묘지 발굴이 눈길을 끈 것은, 인천에는 무덤 밖에 세우는 묘갈(墓碣)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을 것도 없거니와 수령들의 선정비를 모아 놓은 비석군은 4곳이나 돼 유난히 많은데 무덤 속에 묻는 묘지는 거의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특히 정우량 선생 묘지는 그 글씨가 조선 후기 명필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 1705~1777)의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묘지는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기록이자 기념물이다. 무덤 안에 묻는다는 점에서 묘소 앞에 세우는 묘갈과는 다르다. 수해로 인하여 묘역이 훼손되어 바깥의 석물들이 쓸려 내려갈지라도 끝까지 남아 묘소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게 하려는 목적도 묘지는 갖고 있다. 따라서 묘지는 무덤의 주인공 신원 확인을 위한 이중 장치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지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꾸민 묘갈은 묘소의 주인 행적을 약간이라도 과장하게 마련이지만, 땅속에 묻는 묘지는 죽은 이 스스로가 늘 보도록 한다는 점에서 매우 사실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묘지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자 기억의 동물이다. 사람들이 지난 일을 잊지 않는다면 머리 아프지 않고 두통 없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이 잊지 않는다면 인공지능 컴퓨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서 잊기도 하고, 일부러 체념하듯 잊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잊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를 쓰고 잊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기도 한다. 글로 남기고, 기념물을 세우고 하는 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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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그랜드투어(grand tour) 지면기사
17세기 유럽 귀족 청년들 '견문유람' 관습현대적 의미 '패키지 여행'으로 발전 계기코로나사태 왕래 막히며 동양인차별 행태올 여름휴가는 우리문화·둘레길 탐방을…상업이나 군사적 목적이 아닌 인류가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에 나선 것은 17세기 말 영국과 독일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주로 재정적으로 풍요로웠던 영국과 독일의 귀족 출신 젊은이들이 유럽 일대와 멀게는 아시아 서쪽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때 생겨난 말이 '그랜드 투어(grand tour)다. 당시 유럽 귀족의 여행 목적은 여가나 휴식보다 견문을 넓히는 성격이 강했다. '그랜드 투어'의 최고 인기 여행지는 이탈리아였다. 유럽인들이 이탈리아를 최고의 여행지로 꼽은 이유는 르네상스 문화유산과 가톨릭의 본거지이기 때문이다.이화여대 남종국 교수는 공동 저서 '18세기 도시'에서 "거장의 걸작을 직접 느껴보려는 예술가들, 연구 자료를 찾으려는 인문주의자들, 영혼의 구원을 갈구하는 독실한 가톨릭 순례자들은 모두 이탈리아 여행을 간절히 꿈꿨다"며 "돈 많은 귀족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서 마차, 하인, 가이드, 숙소를 모두 제공하는 현대적 의미의 '패키지여행'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라고 했다. 18세기에는 로마, 파리, 베네치아, 밀라노를 모르면 영국 신사가 될 수 없었다고 한다.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 "영국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에 보내지 않고 곧 그들을 외국에 여행 보내는 것이 점점 하나의 관습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이 여행을 통해 일반적으로 대단히 발전해서 귀국한다"고 쓰기도 했다.여행은 낯선 곳을 찾아가는 설렘과 기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의도치 않게 전염병을 옮기는 수단이기도 했다. 인류·역사학자들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한 이후 한두 세기에 걸쳐 남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인구 중 최대 95%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희생된 남아메리카 원주민도 많았지만, 그들이 옮긴 질병(세균)에 희생된 원주민들이 더 많았다. 1520년 남아메리카 정복에 나선 에스파냐의 코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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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경기만 갯벌을 살리는 대안… 경기도 정책 지면기사
시화호·화옹지구 대단위 간척·매립사업탓갯벌 망가지며 그 많던 어패류가 사라졌다경기도·일선지자체 예산 지원에도 역부족답은 물길살리기… 道 종합적인 대책 희망 경기만 갯벌이 망가졌다. 소금 한 줌이면 젓가락처럼 긴 맛조개를 한 솥 잡아 석쇠에 구워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20년 전쯤의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갯벌에서 낙지 등 어패류를 잡아 아들, 딸 대학 보낸다는 그런 희망은 사라졌다.물길이 바뀌면서 나타난 문제다. 그 중심에 시화호가 있었다. 1994년 완공된 시화방조제. 1977년에 반월 신도시 건설 사업으로 탄생된 시화방조제(12.67㎞)는 1985년 시화지구 매립 추진 계획과 당시 경기도 시흥군 군자면과 화성군 대부면을 연결해 1억8천t의 담수호를 만드는 계획에 의거, 건립됐다.시화방조제 준공 당시 시흥시·안산시·화성시 일대의 농업 용지 확보, 공업 용지 확보, 담수 자원 확보에 커다란 성과를 이룰 토목 사업이라고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2000년대 시화호 오염이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됐다.1997년 3월 시화방조제의 배수 갑문을 개방해 해수까지 끌어들이는 대책이 나왔고 1998년 11월 시화호의 담수화 계획이 완전 백지화됐다. 2011년 시흥시와 안산시의 행정 경계 부근에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건립, 발전을 개시했다.이후 현재 시화호엔 바닷물이 유입, 옛모습을 되찾았다.간척사업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 사례가 됐다. 물길 변화로 갯벌이 죽어가기 시작한 것이다.또 다른 사례론 경기만 일원의 매립사업이다. 지난 1991년 화옹지구인 화성시 서신·우정·장안·남양·마도 일원 6천212㏊를 메웠고 1998년부터는 시화지구로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화성시 송산·서신면 4천396㏊에서 간척사업이 진행됐다.이후 1980~90년대 서해 갯벌에서 잡히던 망둑어류 1천763t, 낙지 263t은 현재 각각 65t, 90t으로 급감했다.수산자원 전문가들도 어종이 풍부하던 과거 모습이 사라진 이유로는 지난 1991년부터 서해안 일대에서 이뤄진 간척·매립사업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경기만'을 살리기 위해 경기도 등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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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파트 지면기사
감염병 사태에 소비주체 온라인 무게 이동비대면·비접촉의미 언택트문화 일상 정착결혼기피·저출산… 대형아파트 찬밥 신세철통보안·방역에 '마음 닫힌 세상' 걱정돼아파트 단지 등 주택가에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있다. 정해진 요일에 종이·플라스틱·비닐·캔·병 등을 내다 놓으면 다음 날 업체가 수거한다. 큰 종이상자는 테이프 등 이물질을 제거한 후 잘 펴서 차곡차곡 쌓아 놓아야 한다. 부피를 줄이는 방법이다. 종이상자를 펴는 것이 귀찮아 그냥 두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땐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일일이 펴서 정리한다.재활용 분리수거장을 관리하는 게 경비 아저씨 업무는 아니다. 내년부턴 경비 업무만 수행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들이 없으면 누가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관리할지 벌써 걱정된다.코로나19 사태로 달라진 점이 있다.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쿠팡 '로켓배송' 등 택배 종이상자가 많아진 것이다.대형 할인점에서 고객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종이상자는 보기 어려워졌다.대형 할인점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사라진 이유도 있겠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택배 방식의 물품 구매가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최근 물류센터에서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택배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방식의 비대면(非對面) 소비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상가의 공급 과잉을 막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소비 경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추세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졌으니 말이다. 온라인 소비 시장이 확대되면서 오프라인 상가 수요는 줄고 기존 상가 간 경쟁이 더 심화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비접촉을 의미하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일상생활 모든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는 대표적인 언택트 문화로 자리 잡았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등 일부 매장에서 제공했던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가 다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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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체육회 '법정 법인화' 필요하다 지면기사
코로나19로 우리 삶이 대변혁을 겪는 요즘 스포츠에서도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열었다당면과제는 예산 지원을 안받는 자립 경영전국 시도협회 유기적체제 구축 결실 기대코로나19로 일상생활이 변한 요즘이다. 언제부터 아침 출근 시간에는 소지품을 챙기는 것보다 마스크를 찾느라 바빠졌고, 귀가 후에는 손 씻기와 손 소독제를 바르는 것도 잊지 않고 사는 세상이 됐다. 또 코로나19가 주춤하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했지만, 생활 속 방역과 사람이 많은 곳에서의 마스크 착용 등 우리네 삶은 더 팍팍해진 느낌이다.이런 혼돈의 시기에 대한민국 스포츠도 사상 최초로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열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이 맡던 회장직을 민간 선출직으로 바꾸면서 올해 첫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연 것이다. 비록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닌 지자체 체육회장 선거관리위원회로 일원화되면서 준비도 소홀하고 규정도 미흡했지만 진통 끝에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맞았다.경기도체육회를 비롯해 도내 31개 시·군체육회도 모두 회장을 뽑으면서 이제 당면 과제는 체육회의 자립 경영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체육회의 '법정 법인화'가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현재 도체육회 뿐만 아니라 대다수 시·도체육회는 예산 대부분을 해당 지자체로부터 받고 있다. 도체육회의 경우 1년 예산 약 500억원 중 450억원을 도가 지원하는 구조여서 자립도가 매우 낮다. 또 경기도사격테마파크, 경기도체육회관, 경기도유도회관, 경기도검도회관 등도 모두 도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도체육회가 자립 경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은 없다.게다가 민간체육회장 당선자가 해당 자치단체와의 연대를 잘 이뤄낸다면 예산을 지원받는 데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임기 내내 불협화음에 따른 예산 부족으로 체육회 전반적인 운영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따라서 이번 민간체육회장 시대에는 체육인의 숙원 사업인 '법정 법인화' 작업을 이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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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그 섬, 물치도 지면기사
영종도 오른쪽 끄트머리 앞 '작은 섬' 하나매입한 일본 사람 '작약도'로 지었다 전해져인천 동구, 작년부터 '지명 환원' 정당성 확보온전히 시민 품으로 돌려주기 머리 맞댈 때섬은 섬에서보다 섬 밖에서 보아야 제격이다. 인천 자유공원 정상에 있는 인천기상대 역사관 언덕에서 강화도 쪽을 바라보노라면 만석고가 넘어 영종도 오른쪽 끄트머리 앞에 작은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작약도(芍藥島)다. 원래 이름은 물치도(勿淄島) 또는 무치도(舞雉島)였다고 한다. 자유공원 아래로 보이는 바다까지는 온통 공장의 플랜트 시설이 그득하고, 저 건너 영종도는 아파트 단지가 도배하듯이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작약도는 사람 손이 안 타 보이는데 그게 오히려 위태롭기 그지없다.지난 21일 인천광역시지명위원회는 작약도란 이름을 물치도로 바꾸기로 하는 대단히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이는 올 하반기에 열릴 국가지명위원회를 거쳐야 최종 확정될 사안이지만 큰 문제 없이 통과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미 작약도가 속한 동구는 작년부터 '물치도 지명 환원 자문위원회'를 꾸려 작약도란 이름이 왜 물치도로 바뀌어야 하는지 그 정당성을 확보해 왔던 터다. 이를 토대로 동구지명위원회는 작약도를 물치도로 고칠 것을 의결하고, 이를 시 지명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일제 강점기 잔재를 정리하고 이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새롭게 세우자는 차원이었다.작약도란 이름은 그 섬의 모양이 작약꽃 봉오리처럼 생겨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드론 촬영한 작약도의 모양은 남북으로 길쭉하다. 위에서 보면 전혀 작약꽃 같지가 않다. 자유공원이나 월미도 같은 데서 보면 둥그런 것이 조금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기는 하다. 그런데 왜 작약도란 이름이 일제 잔재일까. 물치도란 이름이 작약도로 바뀐 것은 일본 관련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 섬을 처음으로 매입한 일본 사람이 작약도라고 이름을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인천항 개항 당시 일본인들은 인천을 작은 일본으로 개발하려는 야욕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청일전쟁(1894~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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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무관중 경기 지면기사
전세계 셧다운 상황 韓 프로야구·축구 개막SK-한화 개막전 해외 언론 11곳 취재경쟁K리그1 37개국 생중계로 1900만명 지켜봐'랜선 응원'마저 다른나라선 부러운 눈길로코로나19의 팬데믹화로 전 세계의 모든 스포츠가 셧다운 된 상황에서 우리 프로야구와 축구 리그는 이달 초 개막했다.지난 5일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는 리그 공식 개막전이었다. 경기장에 관중은 없었지만, 미국과 프랑스·영국 등 11개 해외 언론들이 취재 경쟁을 했다. 미국 ESPN과 일본 스포존은 자국에 생중계했다.그로부터 3일 후 프로축구 K리그1도 관중 없이 개막했다. 8~10일 열린 K리그1 1라운드 여섯 경기는 무려 37개국에 생중계됐으며, 방송과 인터넷으로 경기를 지켜본 전 세계 시청자가 1천9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무관중 경기'는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를 일으킨 팀에게 가하는 징계의 한 방안이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구단의 입장에선 입장료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팬에겐 경기를 직접 관람할 수 없는 페널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관중 경기는 선수보단 구단의 관리 미흡이나 팬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그 책임을 묻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비교적 최근의 무관중 경기들을 소환해본다.2012년 4월1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K리그 15라운드 인천과 포항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관중 없이 진행된 이 경기는 전 달에 열린 인천과 대전의 경기에서 발발한 양 팀 팬들 간 폭력사건에서 기인했다. 인천 마스코트가 도발했다는 이유로 대전 팬들이 경기장에 난입했고, 양 팀 서포터스 간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사건을 막지 못한 관리 책임을 물어 인천 구단에 무관중 경기 징계를 내렸다. 리그 역사상 첫 무관중 경기의 결과는 1-1 무승부였다.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우리 축구대표팀은 지난해 10월15일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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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풍경 기억 상실 지면기사
옛기억은 쉽지않다 느린 변화 탓 인식못해연평균 0.01도씩 지구 온도 상승 대표사례자연·인간 질병도 알아차렸을땐 이미 늦어우리사회에도 특정집단 악용 징후 큰 위협나고 자란 곳이라 하더라도 기록 사진이나 영상물을 보지 않고 20~30년 전 풍경을 정확하게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상징적인 건축물이나 구조물이 있었던 자리나 자주 다니던 대로변의 풍경이 어떠했는지 기억하는 정도다. 도시 풍경이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조금씩 이뤄지는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다 문득 "언제 이렇게 변했지" 하고 새삼스러울 때가 있다.변화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면서 과거의 풍경이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깨닫지 못하는 현상을 '풍경 기억 상실(landscape amnesia)'이라고 한다. 불규칙한 변동으로 인해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잘 드러나지 않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데 정치학에서는 '잠행성 정상 상태(creeping normalcy)'라고 부른다.'총·균·쇠'로 잘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앞서 출간한 '문명의 붕괴'에서 "경제, 교육, 교통 체증 등 어떤 문제가 매우 천천히 악화되고 있을 경우 한 해의 평균 수준이 그 전해에 비해 아주 약간 낮아졌다는 사실을 깨닫기 힘들며, 따라서 미세하지만 한 사람이 정상(normalcy)이라고 생각하는 기준도 매년 조금씩 변동하게 된다"고 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와 같은 변화는 사람들이 깨닫는 순간까지 수십 년간 계속 진행돼 어느 순간 몇십 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상태였으며, 현재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태가 사실은 악화된 상태임을 알게 되고는 갑자기 놀라게 된다"고 했다.매년 평균적으로 약 0.01℃씩 지구 온도가 상승해왔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확인하고 인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도 대표적인 '풍경 기억 상실' 사례다. 문제가 제기된 이후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지구 온도 상승이 일정하게 올라가는 것이냐, 일시적인 현상이냐' 등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구 온도 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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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이름만 남은 송도유원지 "잘 부탁합니다" 지면기사
오랜 기간 인천 랜드마크로 폐장후 지명만옥련동·동춘동 식당가 음식특화지구 추진아트플랫폼·문화마을 등 '도시재생' 시도도중고차 수출단지 이전 후 부지 변모 궁금해"(택시) 기사님, 송도유원지 부탁합니다."일을 끝내고 출입처 관계자 등 지인과 저녁을 먹을 때가 있다. 신문사는 업무 특성상 일반 직장보다 퇴근 시간이 늦다. 신문 제작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다. 약속 장소에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벌주가 기다린다. 폭탄주 2~3잔은 훅 들이켜야 한다. 다 같이 술을 마시고 함께 취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술 문화다.점심이 아닌 저녁을 먹자는 것은 양이 많든 적든 술을 마시자는 얘기다. 그래서 주로 택시를 이용한다. 남동구 구월동, 미추홀구 관교동, 중구 신포동, 연수구 옥련동·동춘동과 송도국제도시 등지에서 만날 때가 많다. 연수구 옥련동 옛 송도유원지 주변에는 음식점이 많다. 택시 기사에게 "송도유원지 가주세요"라고 말하면 어디를 가자는 얘기인지 대부분 안다. 2011년 9월 문을 닫은 송도유원지를 가자는 것은 아닐 테고. 택시 기사가 "어느 식당으로 가면 됩니까"라고 물어본다.송도유원지는 오랜 기간 그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구실을 했다. 특히 송도유원지에 조성된 인공 해수욕장은 인천의 자랑거리였다. 인천 시민은 물론 수도권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회사 체육대회와 야유회 장소로도 인기를 끌었다. 해수욕장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었고, 서해와 송도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대관람차는 색다른 즐길 거리였다. 코끼리 공연장이 있었는데, 코끼리 네 마리가 송도유원지를 탈출해 경찰과 소방관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송도유원지는 적자가 누적되면서 폐장했다. '해수욕장 물보다 사람이 더 많다'고 했던 송도유원지 자리에는 중동 국가 등 해외로 팔려나갈 중고차들만 빼곡히 들어서 있다. 송도유원지는 이름만 남은 처지가 됐다.외국인투자기업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해외 본사에서 손님이 오면 옛 송도유원지 주변 식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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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재난지원금 전국민 확대, 적재적소에 사용돼야 지면기사
개인 복지개념보다 긴급·기본소득이 타당상·하위계층 모두 지급 국가경제 되살리기공무원 대상 반강제적 기부금 조성 부적절가족들과 선순환 소비 국가적 고난 극복을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했다. 소득 하위 70% 지급과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안을 두고 당 안팎 간, 그리고 국민들 간에 논란도 일었다. 어찌 됐든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것을 결정하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우선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자칫 우왕좌왕하다 시간을 놓칠 뻔했지만, 긴급 지원금을 지급하게 돼 다행이다.논란의 중심에는 보편적, 그리고 선택적 복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상위 30%도 지원 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가 핵심이었다. 국민마다, 그리고 이념마다 생각이야 다르겠지만, 복지라는 개념보다 긴급 지원, 또는 기본소득의 개념으로 확대해보는 건 어떤가 싶다.이번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말 그대로 긴급지원이다. 각 개인의 '복지'라는 개념보다는 그 지원금을 이용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세대뿐 아니라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네 또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독감 주사'라는 의미에 무게를 두면 상황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억대 연봉의 직장인도, 수백억원대의 자산가도 지원금을 받게 되면 본인 거주지 동네에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사용하지 않게 되면 자동 기부가 된다니 그것도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렵게 된 국민들에게 어찌 됐든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만약 상위계층에게 지원금을 주지 않게 되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일반 국민들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 왜 자신은 지원금을 못 받는지에 대한 논란이다.정부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생활고를 겪고 있는 차상위 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는 선별적 복지 지원을 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상위계층보다 현 상황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더 절실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실업은 물론 다양한 이유의 생활고까지 버티기 힘든 상황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위 계층은 물론, 상위 계층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