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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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나는 어떤 코로나 일기를 쓸것인가 지면기사
고산 윤선도 손자 '지암일기' 펴낸 윤이후전염병 등 재난속 굶주린이웃 함께한 용기우리사회 팬데믹 극복 국민적 몸부림 치열자신만의 재능·지혜 공유로 나눔 실천할때그 할아버지는 누구일까. 지난 2월28일, 코로나19로 대구지역이 마비 상황에 빠지고 전 국민이 마스크를 구하려고 야단법석을 떨 때 7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인천시청을 찾아왔다. 그는 코로나19 담당 부서를 안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반인 출입이 안 된다고 하자, 박남춘 시장에게 전달해 달라면서 봉투를 건네고 사라졌다. 봉투 안에는 '힘내세요 대구.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마스크 구입에 보탰으면 합니다. 인천 시민 드림'이라고 적힌 편지와 현금 24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는 도대체 어떤 분일까. 문득문득 떠오른다. 지금은 좀 안정을 찾았지만 지난 2월 말이면, 처음 겪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 모두가 안절부절 하지 못할 때다. 마스크 구입 문제로 사건·사고도 많았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에는 이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고, 마스크를 팔지 않는다면서 약사를 폭행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어떤 할머니는 길바닥에 나앉아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정말 난리 통이었다. 그럴 때, 나는 괜찮다면서 남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내놓는 그 할아버지의 용기와 이타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감염병이나 굶주림으로 인한 재난 상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럴 때의 행동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판가름이 난다. 나만을 위하느냐, 남을 돌아보느냐. 올해 초에 번역되어 나온 윤이후(1636~1699)의 '지암일기'는 300년 이상의 세월을 뛰어넘어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암 윤이후는 '어부사시사'로 잘 알려진 고산 윤선도의 손자이자 조선 후기 선비 그림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공재 윤두서의 생부다. 54세에 과거(증광시)에 급제해 때늦은 벼슬길에 나섰으나 함평 현감에 재직 중 돌연 그만두고 낙향했다. '지암일기'는 그가 함평 현감으로 있던 1692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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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파스타 몰아내기 캠페인 지면기사
오늘날 선전 행태 비판적사고 무력화 경향온라인 공간서 쏟아지는 '묻지마' 의혹·주장실패로 자주 인용되는 '이탈리아의 사례''내로남불' 사람들 능할수록 진실 못 다가가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심복으로 나치 정권에서 선전장관을 지낸 요제프 괴벨스는 이런 말을 했다. "한 번 거짓말은 거짓말일 뿐이지만, 천 번을 반복하면 거짓말은 진실이 된다."오늘날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선전 행태를 보면 요제프 괴벨스의 선전술을 기반으로 비판적 사고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문학비평가를 지낸 미치코 가쿠타니는 저서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에서 21세기 선전 행태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대중에게 정보를 쏟아붓고, 주위를 흐트릴 거리를 만들어내 관심과 집중력을 약화시키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고의로 혼란과 공포의 의혹을 퍼뜨리며 거짓말을 만들어내거나 주장하고, 반복 공격으로 신뢰할 만한 정보 전달기관이 작동하기 어렵게 만든다."관심을 돌릴만한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면 이전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대중의 속성이다. 그래서 선전가들은 이슈를 덮는 방법으로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낸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는 온갖 이슈를 만들어 대중을 지치게 해 진실에 다가가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게 하는 것이 21세기 선전의 특징이다.두 번째 특징은 '뻔뻔함'이다. 언론은 아무리 중대한 이슈라도 사실(팩트) 확인이 이뤄질 때까지는 보도를 자제한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공간이나 정식 언론 매체가 아닌 곳에서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과 주장을 쏟아낸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다.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三人成虎)다. 뻔뻔한 거짓말의 반복 효과는 이래서 무섭다.최근 특정한 주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선전술의 세 번째 특징이다. 이런 현상은 주로 대중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온라인(특히 유튜브)에서 이뤄진다. 서로 맞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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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NO 플라스틱 지면기사
'해진 옷 무료 수선' 사지말라는 의류회사노이즈마케팅 전략 아닌 '환경 보호' 실천음식물등 오염 국내 재활용비율 절반그쳐지금이라도 '쓰레기와 전쟁'에 동참해야옷을 사지 말라고 광고하는 의류회사가 있다. 해져서 못 입는 옷이라 새로 사야 한다면 새 옷처럼 수선해줄 테니 옷을 사지 말라고 한다.아주 오래된 제품은 물론 다른 회사 브랜드의 옷도 무료로 수선해주는 원웨어(Worn Wear)서비스를 제공한다.한국에도 이 회사가 운영하는 무료 수선소가 있다. 옷을 사면 수선해 입으라고 수선 키트를 담아주고 동영상으로 수선법까지 알려준다.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를 옷감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기업인 파타고니아(patagonia)다. 이 회사는 2011년 미국 최대 세일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라는 전면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게재했다.광고에 실린 재킷은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를 60% 사용한 상품이었다.광고는 현란한 문구도 없었고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전략도 아니었다. 환경을 생각해 재킷을 사지 말라는 말뿐이다.회사도 최대한 친환경적 공정을 추구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탄소를 배출하고 환경을 해친다며 매출의 1%(지구를 위한 1% 프로그램)를 23개 환경단체에 지원한다. 최근에는 옷감 소재로 유기농 목화로 만든 면을 고집하고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석유제품이 아닌 무, 옥수수, 사탕수수 같은 생화학 소재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국내외 소비자들은 파타고니아를 친환경 기업으로 꼽는다.잘 알려진 파타고니아의 사례를 언급한 것은 지난 12일부터 연속 보도한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에 관한 얘기를 좀 더 하고 싶어서다.쓰레기 중 가장 골치 아픈 것이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다. 종이는 2~5년, 우유팩 5년, 나무젓가락 20년, 일회용 기저귀·플라스틱 용기 100년, 스티로폼은 500년 이상 돼야 썩는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 비율은 50% 정도다. 나머지 절반은 음식물이나 화학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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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뉴타운돌이'를 아시나요 지면기사
수도권 국회의원 후보들 너도나도 약속우후죽순 지정… 장밋빛 공약 '거품으로'유권자 마음 사로잡는 '철도' 쏟아낼 듯사전검토 없이… 불확실한 기대감 '혼란'2008년 제18대 총선 때 '뉴타운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뉴타운 붐이 일자 국회의원 후보들이 너도나도 관련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뉴타운 공약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들을 뉴타운돌이라고 불렀다. 당시 인천은 뉴타운보다 주택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대유행했다. 구도심을 중심으로 도시정비예정구역이 늘어났다. 웬만하면 도시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해주는 분위기였다. 첫 삽을 뜨는 것은 주민들의 몫으로 넘겼다. 우후죽순 지정됐던 재개발사업은 부동산 경기침체, 사업성 부족, 주민 갈등으로 장기간 정체됐다. 서울과 경기지역 뉴타운사업도 다를 바 없었다. 결국 서울·경기·인천은 출구전략 짜기에 바빠졌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부동산 정책은 전면 철거 방식을 지양하는 '도시재생'과 소유권보다 주거권을 강화하는 '주거복지'로 전환됐다. 공약은 지키려고 내놓은 것이지만, 여하튼 뉴타운돌이의 장밋빛 개발 공약은 '거품'으로 막을 내렸다.'철도'는 총선과 지방선거 '단골 공약'이다. 철도가 놓이면 출퇴근이 편리하고, 무엇보다 집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이보다 좋은 '사탕'이 없다. 철도는 개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임기 안에 계획 반영이나 타당성 조사만 통과하면 어느 정도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자평한다. 향후 공약 이행 평가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셈이다.오는 4월15일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철도 공약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더욱 그럴 것 같다. 지난해 8월 GTX-B노선(송도~서울역~마석)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정치인들은 보도자료나 SNS를 통해 GTX-B노선의 예타 통과 소식을 알리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GTX-B노선 예타 통과가 단 한 명의 노력으로 가능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마다 다들 '내 덕분'이라고 나서니, 머릿속이 어지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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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책장과 셰프 지면기사
PC방들 인테리어·컴퓨터 높은 사양 '한계'젊은 고객 입맛맞는 메뉴로 영업전략 바꿔'책장 마케팅'이 미국 출판업계 살린것처럼요즘 '업계매출' 요리사 음식솜씨에 달렸다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기에 난데없이 '책장(冊欌)' 유행이 일어났다. 경기 불황으로 뉴욕 인쇄 출판업자들이 도산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 책장이 유행했다는 것은 의외였다. 이런 유행의 배경에는 당시에는 치밀하게 계획된 '선전 활동(프로파간다)', 지금으로 표현하면 노련한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책장 유행을 일으킨 주인공은 전 세계 수많은 언론과 지식인들이 'PR(Public Relations, 홍보)의 아버지'로 기리는 에드워드 버네이스(Edward Bernays, 1891~1995)다. 버네이스는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조카이기도 하다. 버네이스는 홍보를 과학과 산업으로 정립했으며 1923년 뉴욕 대학교에서 최초로 '홍보'라는 교과 과정을 가르치기도 했다. 버네이스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홍보 지침인 '프로파간다(propaganda)'를 썼으며 나치 선전 활동을 도와달라는 히틀러의 요청을 거부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출판업 자체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뉴욕의 주요 출판업자들의 구조 요청을 받은 버네이스는 "책장이 있는 곳에 책도 있게 되죠"라고 했다고 한다. '생각을 빼앗긴 세계'의 저자인 미국의 저널리스트 프랭클린 포어(Franklin Foer)는 "책장은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 생소한 물건이었으며 제이 게츠비 같은 부유층에게나 어울릴만한 사치품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책의 내용을 빌리면 버네이스는 건축가들을 설득해서 실내장식 설계에 책장을 포함하게 했고 '아름다운 집', '미국 가정', '가정의 동반자' 같은 잡지들에 등장하는 기사를 통해 붙박이 책장을 알리게 했다. 포어는 "책장은 분명 장식품이었지만 단순한 장식품에 그치지 않았다. 집안에 책이 있다는 건 사회적 출세를 의미했다"며 "책은 지적 능력이 필요한 직업을 갖고 신분이 상승하는 전문직 계층이라는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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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인천의 랜드마크는 지면기사
개항기 건축미 극치 독일식 '인천각' 첫손송도 151층 '인천타워' 경기침체로 백지화세계 여섯번째 높은 448m '청라 시티타워'관광객 붐비는 '내실있는 건축물' 준비해야'랜드마크(landmark)'는 부동산 업계에서 많이 쓰는 용어다. 고층 건물 등 규모가 큰 개발사업을 소개할 때 많이 쓴다. 특히, 아파트 분양 광고물에 자주 등장한다. 광고물 내용이 맞는다면, 해당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은 랜드마크에 사는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파트를 지역의 랜드마크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랜드마크라고 생각하는 이도 없을 성싶다.관공서도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홍보할 때 랜드마크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등의 문장을 넣어 기대감을 높이는 방식이다. 민간은 랜드마크라는 표현이 아파트·상가 등 분양 대상의 가치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관공서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등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듯하다.랜드마크는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구별하게 하는 표지'를 말하는데, 현시대에선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을 의미한다. 랜드마크라는 용어가 지역의 대표 부동산을 가리키는 단어로 굳어진 것이다.인천의 랜드마크는 어디일까.개항기 랜드마크 중 하나는 영국인 제임스 존스턴의 별장이었을 것이다. 인천의 언론인이자 향토사학자였던 고일(1903~1975) 선생은 1955년 펴낸 '인천석금'에서 '항구로 들어오는 배 위에서 인천 시가지를 바라보면 청관의 지하실이 고루거각(高樓巨閣)으로 다가왔고, 만국공원(자유공원)에 우뚝 솟은 독일식 건물 '인천각'(존스턴 별장)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고 했다. 향토사학자 최성연(1914~2000) 선생은 1959년 낸 '개항과 양관역정'에 '응봉산 서쪽 산꼭대기 비단결 같은 잔디 위에 아담스레 자리 잡은 인천각은 가까이 가면 구석구석 오밀조밀한 건축미의 극치를 이룬 귀족적 향기가 높은 영국식의 커다란 근세 전당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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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공무원과 정치인도 기업과 같은 잣대를… 지면기사
기업 CEO 처벌 법령 20년전比 42% 증가직원 범죄땐 법인·대표이사도 함께 책임국민적 '눈높이' 정치·행정분야 도입해야70여일 앞둔 21대 총선, 국민 위한 공약을# "공직자 여러분, 오늘 이 순간부터 앞으로 4년간 저와 여러분들은 일심동체입니다. ○○시민들을 위한 '(주)○○시'의 CEO와 임직원으로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입니다."지난 2010년 경기도내 한 단체장이 취임식에서 던진 사자후(獅子吼)다. 취임사의 한 토막을 더 인용하면 "오늘부터 여러분들이 하는 행동과 행정, 하나하나의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저를 믿고 저와 함께 '(주)○○시'의 힘찬 미래를 위해 전진합시다." 이후 해당 지자체는 대통령 표창을 비롯 행안부 등 정부 각 부처와 경기도 등 대내외 기관으로부터 4년 동안 매년 100개 이상의 국내외 수상실적을 올린데 이어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외국 단체로부터도 적지 않은 수상 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직원들이 실수로 잘못을 해도 기업 최고경영자(CEO)까지 처벌하는 법령의 형사처벌 항목이 2천657개로 20년 전보다 42%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관련 법령 285개를 전수조사한 수치다. 이 중 2천205개는 범죄를 저지른 직원뿐 아니라 법인과 대표이사가 함께 처벌을 받는다.유예조치돼 기업들이 숨통을 돌리긴 했으나 300인 미만 기업까지 확대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하면 대표이사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도급 업체 직원이 자칫 사망할 경우에도 원청업체 대표가 징역형을 받는 산업안전보건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새로 강화된 법들이다.일부에서는 "대한민국이 점점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국제적 경영추세에도 맞지 않은 규제 일변도로 정부의 혁신성장과 규제개혁과도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또 국내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는 '녹슨 칼'을 들이대면서 정작 국내 기업만 옥죄고 있다며 시대적 변화에 역행한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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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세상 살이가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 지면기사
완벽주의·결핍·어리석음의 세가지 '저주'그 착각서 탈피 못하면 만족·기쁨 못 얻어행복은 어려움 겪어본 사람이 더 잘 알아포기않고 애써 얻는 것이 '작더라도 소중'새해다보니 "행복하세요"라는 덕담을 자주 듣는다. 문득 "행복이 뭘까" 궁금해졌다. 사전을 찾아봤다. "행복(幸福)[명사]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쓰여 있다. 또다시 궁금해졌다. 충분한 만족과 기쁨은 무엇인가. 어떤 상태가 돼야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가. 점점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론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 주장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이 주장했다.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이라고 불리는 이 이론은 1946년부터 빈곤국과 부유한 국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국가 등 30개 국가의 행복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스털린은 그 근거로 바누아투·방글라데시와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국민의 행복지수는 오히려 높고, 미국·프랑스·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행복지수가 낮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200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베시 스티븐슨(Betsey Stevenson) 교수팀은 이스털린의 설문보다 더 광범위한 실증조사를 통해 이스털린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스티븐슨은 "132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50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유한 나라의 국민이 가난한 나라의 국민보다 더 행복하고, 국가가 부유해질수록 국민의 행복수준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두 이론 모두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느 이론이 옳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연구 내용에 어떤 기준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부패지수를 포함했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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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한국 경제와 '눈의 꽃' 지면기사
대내외적 악재·경기침체까지 온갖 어려움기업실적 부진·부동산정책 시장혼란 초래중장년층 빚더미 허덕…생활고 극단적 선택정부·지자체 '난관 극복 정책' 국민들 열망'어느새 길어진 그림자를 따라서 땅거미 진 어둠 속을 그대와 걷고 있네요. 손을 마주 잡고 그 언제까지라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눈물이 나는 걸요~그대와 내 가슴에 조금씩 작은 추억을 그리네요. 영원히 내 곁에 그대 있어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겨울에 가장 많이 부른다는 가수 박효신의 '눈의 꽃' 가사다. 가사 내용도 좋지만 부드러운 멜로디가 겨울에 딱 들어맞는 느낌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서 다사다난했던 2019년도 이렇게 지나간다.2019년을 보내고 2020년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왠지 불안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내외적인 악재에 경기 침체까지 우리들의 일상이 온통 경제 문제로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이다. 올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국내 제조업 수출은 하반기 들어 일본의 수출규제로 어려움을 겪더니 결국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자국 수출절차 우대국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한일 통상 관계는 급격하게 얼어붙었고, 한국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의 민낯도 드러났다. 그러나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취약점을 깨닫고 산업 전반을 재정비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도 마련됐다.이런 '전대미문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의 올해 실적도 부진했다. 수출·내수가 모두 동반 침체됐고, 특히 '한국경제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는 연중 불황이 겹치며 늪에 빠졌다.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구성된 '반도체 코리아'는 201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슈퍼호황에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올해는 불황의 여파로 한국 경제 전체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 한국은행 3분기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8%로 지난해 3분기(7.6%)보다 2.8%포인트 떨어졌다고 한다. 제조업 영업이익률도 4.5%로 지난해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이런 수익성 악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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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혈맹 대 혈맹 지면기사
한반도 최초 미군기지 '부평캠프마켓' 반환전국 폐군수장비 처리 오염도 가장 심한곳미군, 오염물질 제대로 정화않은채 파묻어합의에 빠진 정화비… 혈맹이 할 도리 아냐북미관계가 심상치 않다. 남북관계도 덩달아 얼어붙었다. 미국이 며칠 전 유엔 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자 북한은 잇단 ICBM 관련 시험으로 맞받아쳤다. 그야말로 한반도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 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제재 강화를 관철하려던 미국과는 결이 다른 목소리였다. 중국은 줄곧 북한을 지지해 왔다. 그에 비하면 요즘의 한미 관계는 묘하게 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액 대폭 증액 요구로 인해 전통적 우방이란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삐걱대고 있다.혈맹(血盟). 한미관계를 일컬을 때도, 북중 관계를 지칭할 때도 흔히들 이렇게 표현한다. 혈맹은 피로써 관계를 맺었다는 얘기다. 영화에서 보면, 서로 손을 벤 뒤 그 피를 사발에 담아 돌려가며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이런 게 혈맹이다. 1945년 8월,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했다. 그 틈에 소련이 만주지역(동북 3성)을 차지했다가 1년여 만에 철수했다. 이후 만주지역에서는 국민당의 장제스 부대와 마오쩌둥의 공산군 사이에 전쟁이 치열했다. 국공내전이다. 공산군의 열세였다. 북한지역에는 일본군이 남기고 간 무기가 많았다. 김일성은 이를 아낌없이 마오의 공산군에 지원했다.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중국 정부 수립의 발판이 되었다. 중국은 6·25 전쟁에서 북한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막대한 손실을 입어가면서도 군을 투입했다.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이 이때 전사했다. 누가 보아도 피를 주고받은 혈맹관계다.한국과 미국도 혈맹관계임에는 틀림이 없다. 6·25 전쟁에 참전한 미군 중 3만명 이상이 전사했고, 10만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미군은 낙동강까지 내몰린 남한을 구했다. 한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미국의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4년부터 1972년까지 엄청난 수의 한국군이 머나먼 베트남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