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데스크 칼럼]무엇을 해야 하는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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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무엇을 해야 하는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라 지면기사

    농·축산업 근간 유지 돈으로 대체 못해식량 자급률·외국산으로부터 시장 사수제값 받도록 유통구조 개선 정부가 할일이제 듣기도 보기도 어려운 말이 됐다. 그만큼 우리가 그들을 잊고 외면하고 있다는 뜻이다.'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한은 먹어야 하고, 그 먹는 것을 농업이 해결하니 농업과 농민이 천하의 근본이란 말은 틀림 없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 이런 말을 꺼냈다가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런 고리짝 시대 이야기냐"고 핀잔을 듣기 딱이다. 하기는, 이제 이 말은 명절이나 전통놀이 행사 때에 겨우 볼 수 있는 잊혀져 가는 말이 됐다. 세상에 먹을 것이 넘쳐나 밥 굶을 걱정이 없다 보니 농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진 탓이다.지금 우리 경제의 중심은 제조업이다. 뭐든 열심히 만들어 국내외에 팔고, 그렇게 들어온 돈이 돌고 돌아 경제가 굴러간다. 특히 제조업체가 많은 경기도, 항만과 공항이 있는 인천은 제조와 무역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에서 제조업과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정부의 정책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쏠렸다. 무역장벽을 낮춰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해외 각 나라들과 부지런히 협정을 체결했다. 우리는 자동차와 반도체, TV를 팔아야 했다. 상대편은 우리나라에 농축산물과 지식시장을 내놓으라 했다. 비록 시차를 두고 내놓았지만, 우리는 결국 시장을 내줬다. 그러면서 정부는 "자동차와 반도체, TV를 팔아 번 돈으로 농업을 살리겠다"고 했다. 쌀 시장을 열겠다고 약속한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라 우리는 차근차근 외국쌀에 문을 열어 주었다. 가뜩이나 쌀 소비량이 줄어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미국산 소고기와 호주산 소고기, 프랑스·벨기에산 삼겹살도 시장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시장은 차츰차츰 외국산 농축산물에 점령당해 갔다. 식탁에는 외국산 농축산물이 자연스럽게 놓여졌다.시장을 개방하면서 정부는 농축산업이 죽지 않도록 경쟁력을 높이고, 손해를 보는 만큼 보전을 해 주겠다고 했다. 작년에 쌀값이 폭락했다. 그 때문에 쌀 변동직불금으로

  • [데스크 칼럼]반려동물 기르는 인구 1천만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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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반려동물 기르는 인구 1천만명 시대 지면기사

    해마다 8만마리 이상 버려지거나 길 잃어버려'등록제' 강화 등 제도장치 보완·책임의식 필요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중 약 457만가구, 인구 1천만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다섯 가구 중 한 가구, 네 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났음에도 잘 키우던 반려동물을 길에 내다 버리는 '유기동물'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정부 통계에는 해마다 8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고의로 버려지거나(유기), 길을 잃고(유실)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아직도 재미삼아, 혹은 호기심으로 반려동물을 키웠다가 무책임하게 길에 내다 버리는 행위가 없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휴가철만 되면 반려동물의 유기가 더욱 심각해진다는 조사도 나와 있다.지난 2015년 유실·유기동물 처리비용은 128억9천만원에 달했다. 이 비용은 전년보다 23.5%나 늘어난 수치다.이처럼 반려동물 유기 행위가 계속되는 이유로는 양육자의 무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부 사람들은 비용부담을 이유로, 그리고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면서 병이 나거나 사고 등으로 불구가 될 경우 그동안 가족처럼 살아왔던 반려동물을 길에 내다 버리고는 한다.여기에 동물은 마음대로 버려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대신해서 키워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심리가 좀처럼 유기동물 개체수를 줄어들지 않게 하고 있다.동물보호단체들과 지자체, 일부 동물병원들이 나서서 반려동물 교육 및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 등을 벌이고는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반려동물 문화 선진국들에서도 유기동물 문제가 발생하고는 있지만 이후 이들 동물에 대한 입양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고 배워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에서도 이런 유기견들을 대상으로 한 입양활동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이달 중 전담 조직을 꾸려 보다 체계적인 관리와 산업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지난 2014년 의

  • [데스크 칼럼]"하필(何必) 왜 불필(不必)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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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하필(何必) 왜 불필(不必)입니까" 지면기사

    정치인들 얼마나 '쓸모없는' 존재인지 눈치 못 채선거때마다 출마자들 특권 내려놓겠다고 아우성'진정 '쓸모있음'은 비움에서 출발' 성철은 가르쳐김정남은 왜 하필이면 이 시점에서 독살을 당했을까. 김정남은 그렇게도 북한 측에 불필요한 존재였을까. 이 두 문장에서 쓰인 하필(何必)과 불필(不必)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다. 요즘 정치판에는 참 많은 군상이 등장한다. 대통령을 필두로 정치인은 필수이고 관료와 법조계 인사, 그리고 대학교수 집단까지. 돈이면 물불 가리지 않고 좇아가는 저잣거리 간상배나 진배없는 이들의 진면목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 장면을 연속극 보듯 해야 하는 우리에게 이들은 어김없이 우리의 눈과 귀를 괴롭혀 결국은 자괴감에 젖게 한다. 그러면서 드는 질문 하나, 저들은 꼭 필요한 존재일까. 그 질문을 하도 많이 하다 보니 요새는 '나는 필요한가'로 옮아가고야 말았다. 답을 못 내놓는 불초한 입장에서 스스로 묻고 답하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이 두 단어를 말하기 위해서는 성철 스님(1912~1993)을 이야기하여야 한다. 1957년 스님의 딸 수경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머리를 깎았다. 성철은 딸에게 법명을 내렸는데 바로 '불필(不必)'이었다. 딸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쓸모없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었으니 그 맘이 오죽하였으랴. "하필 왜 불필입니까." 딸은 따지듯이 물었다. 이제 사바세계의 아버지가 아니라 산중의 스승이 된 성철은 답했다. "하필(何必)을 알면 불필을 알게 된다." '왜 꼭 필요한지'를 알면 '쓸모없음'을 알게 된다니, 세속에 찌든 우리야 도무지 알 수 없는 얘기다.성철은 산중으로 자신을 찾는 이들 누구에게나 삼천배를 시켰다. 노인이나 병자도 예외가 없었다. 절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이다. 몸이든 마음가짐이든 내려놓는다는 점에서 절보다 나은 것이 없다. 삼천배를 하는 데 며칠이나 걸린 경우도 있었다. 죽음을 기다리는 폐병 말기 비구니가 있었다. 죽기 전에 스님의 법문을 꼭 듣고 싶었다. 성철은 죽게 생긴

  • [데스크 칼럼]하던 거나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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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하던 거나 잘 하자 지면기사

    차별화 보다 평준화 추구하다 보면 망하는건 시간문제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 사라지지 않는건 불경기 증거출근 시간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들고 나서는 젊은 직장인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바쁜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커피+샌드위치' 조합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좋고, 스타벅스도 아침 시간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기회다.원두커피가 인기를 끌면서 대형 고깃집을 비롯한 웬만큼 규모 있는 식당마다 원두커피 취급 공간을 늘리는 것을 보면 유행을 어설프게 따르는 한국판 한단지보(邯鄲之步)를 보는 듯하다. 남의 것 흉내 내다 제 것마저 잊어버리면 따라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최근 대형 음식점 중에 별도의 커피숍을 마련하거나 비싼 커피머신을 들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중에는 까다로운 손님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가하면 주인이 직접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곳도 있다고 한다. 고깃집 주인이 신선한 고기 찾지 않고 고급 커피 원두 구하러 다닌다면 망하는 건 시간문제다.특화한 제품으로 전문성을 키울 것인지, 다양한 상품군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출 것인지는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다. 차별화라는 것이 오직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보니 불안한 마음에 평준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너무 하나의 제품에만 의지하는 것 아닌가. 다른 것도 좀 섞어 팔면 낫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남들도 하는데 나만 안 하는 것이 불안해 이것저것 손을 뻗다 보면 일의 근본인 줄기는 잊고 사소한 부분에만 사로잡혀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고깃집에서 커피로 매출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오만에 가깝다.차별화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오래된 맛집에는 식단 메뉴가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런 맛집에 가면 보통 "2그릇 주세요. 4명이요"라는 말만 하면 된다. 메뉴만 50개가 넘는 곳을 맛집이라고 평가하는 것을 듣거나 본적이 드물다. 맛집이라면 냉면이든, 해장국이든 한두 가지 음식으로 평가받는 곳이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 [데스크 칼럼]코너링, 그리고 그들의 아들과 딸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코너링, 그리고 그들의 아들과 딸 지면기사

    이름 좋고 코너링 탁월한 운전병 '민정수석의 아들'수십억짜리 말타고 돈도 실력이라는 '가정주부의 딸'컵라면 남긴채 숨진 비정규직 청년보니 '가슴 먹먹''코너링'이 고도의 운전기술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요즘이다.회사가 새 건물에 둥지를 튼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지하 주차장에 진입할 때면 여전히 핸들에 긴장감이 전해진다. 쇼트트랙을 연상케 하는 나선형의 난코스(?)를 최대 일곱 바퀴를 돌아내려 가야 하는데, 운전에 몰입하다 보면 마치 레이스를 펼치는 드라이버가 된 듯한 기분이다. 문제는 규정속도를 잠깐이라도 어길라치면 바퀴와 경계석의 마찰음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바퀴의 스크래치는 늘어만 가니, 미숙한 운전실력을 탓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직 벽에 페인트 자국을 남기지는 않은 만큼, 드라이버로서의 기본 테크닉은 갖추었다고 자위해 본다. 그런데 스물을 갓 넘은 청년이 코너링을 그렇게 잘한다고 하니 수십년 경력의 운전자로서 부럽기 그지없다. 북악스카이웨이 길에 코너가 많고 요철이 많은데도 굉장히 '스무스'하게 잘 넘어갔고 코너링도 아주 좋았다는 것이다. 이 정도 실력이면 이 청년은 카레이싱계의 테크니션이자, 베스트 드라이버가 아닐 수 없다.그런데 부러운 일이 또 있다. 이 청년의 이름 또한 아주 일품이라는 것이다.이 청년을 서울경찰청 차장 운전병으로 발탁한 모 경위는 "임의로 뽑은 5명 가운데 그 청년의 이름이 좋아서 운전병으로 선발했다"고 밝혀 특검팀의 감탄사(?)를 자아냈다고 한다. 일찍이 코너링 실력과 운전병으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갈파한 혜안에, 성명학적 근거까지 접목했으니 그 얼마나 치밀한 인재발굴의 전형인가.더 나아가 이 청년의 사례는 세월에 묻혀버린 유머까지 소환하고야 만다. 우리나라 병역제도에 '방위병'이라는 보충역 제도가 있던 시절이다. 부모를 잘 만나 군대에 가지 않는 병역면제자는 이른바 '신의 아들'로 일컬어졌다. 6개월 방위병은 '장군의 아들', 18개월 방위병은 '사람의 아들'로 불리었다. 18개월 방위에

  • [데스크 칼럼]약속어음 vs 현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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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약속어음 vs 현찰 지면기사

    정치권, 조기 대선 겨냥 표심잡기용 장밋빛 공약들재원마련 구체 계획없는 공약, 국민들이 심판해야대선열차 이행 가능한지 두 눈 부릅뜨고 골라타야대선이 임박해오고 있음을 온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빠르면 벚꽃 필 무렵부터 늦으면 연말까지 기간도 정해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인용 또는 기각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모양새다. 한쪽은 조기 인용을 주장하고 또 다른 진영은 기각을 주장하며 주말마다 광장에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조기 대선을 겨냥해 한치도 양보없는 대국민 민심잡기에 나섰다. 줄잡아 여야 정치권 등에서 20여명 정도가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권 전체가 과히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치러진 역대 6번의 대통령 선거보다 더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덩달아 제자·백가들도 주군을 옹립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면서 표심잡기용 장밋빛 공약 남발로 정국을 혼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중소기업을 위하고, 서민·자영업자를 위해, 학부모·학생들을 위해, 지역경제를 위해, 국가안보를 위해 등 전 국민 모든 계층·지역·세대를 위해 세금을 풀고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각종 약속어음을 남발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만남부터 모병제 실시, 복무단축, 사교육 철폐, 수도이전, 아이 많이 낳기, 일자리 몇 백만개 창출, 규제철폐, 청년수당, 국민소득·토지배당 소득 등 듣기만 해도 국민 모두의 배가(?) 부를 지경이다.반면에 눈 씻고 찾아봐도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국민 희생을 강요하는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증세는 표가 안되는 것은 물론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내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재화는 유한하고 한정돼 있다. 지금도 예산은 늘 부족하다. 국민 숙원·현안 사업들이 예산 부족으로 늦어지고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새로운 복지와 정책에는 반드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세금을 신설하든지 기존 정책을 폐지해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없이 장밋빛 공약 남발로 표를 사겠다는 후보를 이제는 국민

  • [데스크 칼럼]박근혜와 트럼프, 두 혼란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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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박근혜와 트럼프, 두 혼란의 사이 지면기사

    박대통령 둘러싼 갈등, 가치 중심적보다 지엽말단적트럼프와 반대진영 공방, 철저한 미국적 가치 중심미국에서 벌어진 정치혼란으로 전 세계가 시끄럽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벌어진 소동이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가치를 둘러싸고 현재권력 트럼프와 미래권력 민주당의 기 싸움이 팽팽하다. 양측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도 양분됐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둘러싼 충돌인 만큼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다. 트럼프는 미국 제일주의라는 대선공약을 대담하게 실행하고 있다.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유턴중이고, 멕시코 장벽 추진 의지를 재천명한데 이어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하늘길까지 봉쇄하고 나섰다. 국수주의적 백인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 진보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척 슈머 원내대표는 "이민자를 환영해 온 미국의 위대한 전통이 짓밟혔다"며 분루를 삼켰고, 샐리 예이츠 법무부장관 대행은 명령이행을 거부했다가 바로 해임됐다. 트럼프의 가치를 부인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연대도 점점 견고해지는 추세다. 미국은 바야흐로 트럼프의 미국과 반대진영의 미국으로 갈려 극심한 혼돈으로 치닫는 형국이다.대통령의 정치철학과 리더십을 놓고 한국과 미국에서 벌어진 정치·사회적 갈등. 공교롭지만 매우 주목할 만한 비교체험 주제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민망한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초래된 혼란의 양상은 비슷하다. 그러나 혼란의 출발이 다른 점을 음미하고 혼돈의 종결 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두 나라가 겪는 정치·사회적 혼란의 기승전결을 견주어보면 우리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지 싶어서다.우선 출발이 다르다. 혼란의 단초를 제공한 한국의 박근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다르다. 똑같이 선출된 권력임에도 박 대통령은 공적인 통치기구와 공론장을 외면한 채 비서실 실세 김기춘씨와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의존해 국정을 펼쳤다. 미디어와의 접촉을 단절함으로써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했다. 청와대가 주도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실행한 블랙리스트 작성 사건에서 보듯이 음지에서 국정을 운영했다. 이와 달

  • [데스크 칼럼]스포츠는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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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스포츠는 쉬지 않는다 지면기사

    겨울농사 결과가 한해 결정짓는 스포츠 선수들프로야구·축구단 해외 전지훈련 체력·전술 다져설 연휴 다양한 경기로 국민들에 희망·용기 선사이제 곧 설날이다. 설날에는 떨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들이 모인다. 그러나 스포츠 만큼은 설 연휴에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오히려 선수들은 더 바쁘다. 특히 올해는 국내 스포츠뿐만 아니라 야구 국가대항전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일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남은 경기까지 굵직굵직한 대회가 이어진다.스포츠 선수들에게 있어 요즘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대부분 설날 하루만 쉬고 다시 본격적인 훈련에 대비한다. 이는 겨울 농사가 곧 한 해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종목들은 비시즌기간 따뜻한 남쪽 지방을 찾는다. 추운 날씨보다 더운 날씨에서 체력을 키우고 그 힘으로 한 해를 버텨내야 한다. 비시즌 기간인 겨울에는 체력에 큰 비중을 둔다.이 기간 대부분의 프로야구단은 미국 플로리다와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미국 플로리다는 메이저리그 팀들을 비롯해 쟁쟁한 파트너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 프로구단들도 그곳으로 향한다. 각 팀 사령탑들은 연습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베스트멤버를 구상한다. 이후 선수들은 시차 적응을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일본에선 선수들의 기량에 대한 점검뿐만 아니라 옥석을 가려내는 게 훈련의 목적이다. 투수는 투수대로, 내야수는 내야수대로, 외야수는 외야수대로 상호 경쟁을 펼친다.프로축구단은 설날을 외국에서 보낸다. 12월 말~1월 초면 이미 외국으로 떠나 체력과 전술 훈련을 병행한다. 야구에 비해 프로축구 K리그는 3월에 경기가 펼쳐진다. 3월부터 11월까지 긴 레이스를 벌이기 위해선 축구 역시도 겨울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 야구에 비해 축구의 전지훈련 장소는 다양하다. 유럽과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태국까지 각기 다른 곳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는다.아마추어 선수들도 동계 전지훈련은 필수적이다. 프로 스포츠와 다른 점은 훈련비가 적어 주로

  • [데스크 칼럼]최순실과 그들이 찾아 준 수표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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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최순실과 그들이 찾아 준 수표 3장 지면기사

    김기춘·조윤선 나란히 구속 법조인 생리 떠올라대학때 산 법률서적 뒤적이다 10만원권 수표 발견기한 지나 못 쓴다면 누구에게 조력 구하나 걱정이제는 많은 국민이 변호인의 조력 없이도 검찰 수사나 법원의 재판에 임할 수 있게 된 듯싶다. 정말이지 법률 선진국의 문턱까지 왔다는 느낌이 확 든다. 이게 다 '선생님'으로 불렸다는 최순실과 그들의 덕분이다. 보통 사람들은 으레 검찰의 소환 통보만 받아도 다리가 후들거리게 마련이다. 이런 국민들에게 최순실과 그들의 사건 응대는 너무나 많은 법률정보를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앞으로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검·경의 수사나 법원의 재판이 호락호락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몸이 피곤하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하면 수사에 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미 알게 되었고, 헌재가 부르는데도 나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팁까지 받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나는 모른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이면 웬만한 조사는 통과 가능한 '전가의 보도'처럼 쓸 수 있다는 점도 각인시켰다. 앞으로는 '최순실은 되고 나는 왜 안 되느냐'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수사 대상자들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검·경만 골치 아프게 생겼다. '최 선생님과 그들의 법률 강의'가 생각보다 더 오래간다면 변호사들마저 그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20여 년 전 법조 출입 초창기에 '미란다 원칙'이라는 다소 낯선 법률 지식을 알게 되었다. 법원 관계자에게서 보기 드문 판결이 나왔다는 얘기를 우연히 듣고 취재했던 바다. 경찰관이 범죄용의자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그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진술 거부권 등을 고지했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경우였다. 경찰 영화에 많이 나오는 그게 바로 미란다 원칙이란 거였다. 수사 과정에 흠결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이다. 명색이 법조 출입기자가 기본적인 것도 몰라서야 되겠냐는 생각에 법률 상식을 다룬 책부터 샀다. 요새 부쩍 그렇게 법률 지식에 다가갔던 기억이 새롭다.유명 법조인 출신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

  • [데스크 칼럼]독도 소녀상과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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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독도 소녀상과 연정 지면기사

    경기도의회 "부산 소녀상 철거 논란전 계획된 사안"연정 외치는 남지사 "독도·소녀상 구별" 어정쩡 입장공론화 거쳤는데 도지사 다른 목소리 연정의미 없어혼란스럽다 못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정유년(丁酉年) 새해 벽두가 시끌벅적하다. 420년 전 이순신 장군이 상유십이(尙有十二·저에게는 아직도 열 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를 외치며 300여 척의 대일본 군단을 명량 앞바다에서 수몰시키며 대승을 거둔 해이기도 하다. 운명의 아이러니인가? 최순실 비선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내환(內患)과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망언을 서슴지 않은 일본정부의 외환(外患)이 겹친 게 임진왜란 당시의 국내 정세 상황과 너무 닮아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에 우리 정부의 외교적 기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도 서애 유성룡과 같은 대인이 없는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에 국민들은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그래도 촛불을 태워 광장으로 모여든 민심이 살아있고 외국 언론들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 바로 그 꺼지지 않는 촛불이라고 인정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망언은 뜻하지 않게 경기도의회 독도사랑·국토사랑회(회장·민경선 도의원)가 독도 소녀상 건립을 위해 지난 16일 도의회 로비에 모금함을 설치한 것이 발단이 됐다. 독도 문제와 위안부 문제가 별도의 이슈로 진행되는 와중에 '독도 소녀상'이라는 폭발력 강한 두 이슈를 한데로 묶은 대반격이 정부도, 광역자치단체도 아닌 광역의회에서 화두를 내던진 것이다. 그동안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연정 실험과 이를 둘러싼 도의회 정파 간 싸움 등에 지쳐온 터라 도의회의 독도 소녀상 건립 추진 발의 자체만으로 경기도민들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하지만 지방의회에서 추진되는 독도 소녀상 설치문제가 일본의 망언 발언과는 별개로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합쳐서는 안된다며 내홍을 겪고 있다. 정작 독도를 지역구로 둔 경북도의회 의원들은 독도 소녀상 추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울릉도(독도 포함)를 지역구로 둔 남진복(58·독도수호특위 위원장) 경북도의원은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