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데스크 칼럼]최순실과 경호실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최순실과 경호실 지면기사

    '프리패스' 사실에 대통령 경호시스템 전면 개선 주장당연히 해야하지만 국가적 자산 일거에 날리면 안돼사극(史劇)을 보면 왕(王)을 호위하는 무사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왕의 안위를 지키는 지금의 경호 요원이다. 시대마다 그 명칭은 달랐지만 예로부터 왕과 왕실의 경호 임무는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 민족의 경호역사는 그래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깊다. 경호시스템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구촌에서 다자간 정상회의가 해마다 수차례씩 열리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 대통령은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정상에 버금가는 최상의 경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식 경호'가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데에는 경호 실력과 시스템이 최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개최된 APEC, G20,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통해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역량은 외국 정상 경호팀 사이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경호 한류'란 용어까지 심심찮게 등장한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이러한 대통령경호실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정 농단의 주범과 공범들이 청와대를 '프리패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국회의원뿐 아니라 유력 대선주자가 나서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경호실을 떼어내는 등 대통령 경호시스템을 전면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경호 조직을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는 것은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의 산물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에 동조하기도 한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경호실이 대통령 직속기구로 유지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0·26과 같은 대통령 위해 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경호실의 존재 이유인 대통령에 대한 경호작전을 실패한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패스'에 대한 징벌적 조처로 경호실 시스템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고약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의 대통령 경호는 국가안보 차원의 임무를 요구하고 있다. 군사적 위협이나 국제테러의 위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유럽 등지의 경호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이

  • [데스크 칼럼]종자 주권은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는 미래산업이다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종자 주권은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는 미래산업이다 지면기사

    국내 해외법인 개발 종자 막대한 법인세 과세 '황당'국익위해 '토종형 원종 개발' 정부지원 절대적 필요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종묘업계에 닥쳤던 잔혹사가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서울종묘, 흥농종묘, 중앙종묘 등등… 국내 종묘산업을 이끌던 토종 간판 업체가 몬산토, 신젠타, 다끼이, 누넴 등의 외국 자본에 넘어간 '종자 주권'의 상실 시대를 맞이하게 했던 하나의 굴욕사로 기록된다. 우리 미래 먹거리 산업이 거대 외국자본에 이처럼 속절없이 무너진 당시 국민적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우리의 먹거리를 외국계 회사에 맡기게 된 잘못된 운명 탓이다. 아쉽게도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국내 종묘업계는 당시 충격을 아직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 후유증 탓일까? 국가 경제의 빠른 발전상과는 달리 유독 이 업계만큼은 영세성의 그늘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종자 개발부터 상용화에 이르기까지의 긴 시간을 요구하는 종묘업계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작용은 이처럼 더딘 걸음으로 나타나고 있다.세계열강의 종자 주권 경쟁에서 가뜩이나 뒤처진 국내 종묘업계에 최근 믿기 어려운 황당 사건이 벌어졌다. 국세청이 최근 N종묘사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벌여 이 업체의 지난 2015년 기준 1개 분기 매출분의 막대한 법인세를 과세한 것이다. 국내 해외 법인에서 개발된 종자를 채종·보급한 일을 두고, 도매유통업으로 규정해 내린 세무당국의 결정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다른 시각에서 보여지는 인식차에 불과하다. 현 조세특례제한법상 농업회사법인의 경우 법인세를 면제 또는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먹거리를 책임지는 업계의 중요성을 법 취지에 살려보자는 것이다. 우리의 종자산업을 보호 육성하려는 의도를 잘 살린 대목이다. 그럼에도 단순 인식차에 불과한 결정이었다면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우리의 국내 종자산업의 발목을 스스로 잡은 엄청난 자살골 행위나 다름없다.해당 업체는 이 과세에 불복해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이 업체 주가의 폭락세가 이어지고, 외국계 지분률이 절반 이상 꺾여 나가는 등의 혹독

  • [데스크 칼럼]플라타너스 그늘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플라타너스 그늘 지면기사

    국정농단 후안무치 사람들 대부분 고위층에 언변 화려낮은 위치·말주변 없으면 그들의 뻔뻔함 대응도 못해한여름 찌는 더위를 피하려고 나그네들이 플라타너스 그늘에 누웠다. 그들이 누워 나무를 바라보니 열매가 없었다. 더위를 식힌 나그네들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는 쓸모가 없다며 자리를 떠났다.무슨 말일까. 나무 그늘에 쉬면서 한 말이 '열매를 맺지 못한 나무라 쓸모가 없다'는 것인데. 잠시나마 열매를 맺지 못하는 플라타너스가 생물학적으로 경제학적으로 기술적으로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 따져볼 뻔했다.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을 후안무치(厚顔無恥)라고 한다. 후안무치 특징 중 하나가 오만이다. 이런 유형에서 나타나는 오만은 나를 건드릴 수 없다는 지나친 자신감에서 나온다. 자신이나 가족의 사회적 지위, 권력이나 부를 믿고 행동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대부분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증상을 보인다.후안무치의 또 다른 증세는 '탐욕'이다. 내 것은 물론 남의 것도 내 것이어야 한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성공할 것 같은 일에 숟가락 슬쩍 얹어 이익을 나눠 가져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겉으로는 돕겠다는 취지로 접근하지만 이미 다른 사람이 이뤄놓거나 이루기 직전에 말 한마디 얹는 정도로 슬쩍 무임승차하는 민첩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혹시 일이 잘못이라도 되면 자신은 전혀 무관하고, 그 일에 관여했던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도 한다. 이런 유형은 '착하면 손해 본다, 정당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결과만 얻으면 상관없다'는 고약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지금 대한민국에서는 4개월 가까이 '국정농단 TV 방송'이 연일 화제다. 몇몇 개인과 정부관리들이 나라를 어지럽히고도 죄 없다 주장하는 후안무치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조선 임금 중 선조는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준 인물이다. 자신만 살겠다고 중국으로 달아나려다 신하들의 간청으로 어쩔 수 없이 국경인 의주에 머물면서 온갖 갑질을 다 했다고 한다. 1597년 정유년(丁酉年) 3월 4일 일본 침략에 맞서 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있던 이순신

  • [데스크 칼럼]4·12 재보궐선거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4·12 재보궐선거 지면기사

    전임 단체장 추진했다고 공들인 사업 좌초돼선 안돼유권자들 피해가지 않게 적임자 신중하게 선택해야 선거 임하는 각 후보들도 각별히 유념해야 할 대목오는 4월 12일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지난해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 총선과 함께 치러졌던 재보궐 선거 이후 1년여만이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확정한 현재 4·12 재보궐 선거 대상 지역은 전국적으로 21곳(기초자치단체장, 기초·광역의원)이다. 경기도의 경우 하남시와 포천시 등 2곳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을, 용인 3선거구(용인 기흥구)에서는 광역의원을 각각 뽑게 된다.재보궐 선거는 사망 또는 선거법 등 법령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나 피선거권 상실, 그리고 개인 사정 등으로 그 직에서 물러나는 경우에 치러지게 된다.이교범 전 하남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선거법이 금지한 기부행위와 관련, 한 장애인 단체장에게 '당신이 식사비를 낸 것으로 해달라'고 허위 진술을 교사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27일 대법원에서 징역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시장직을 잃었다. 서장원 전 포천시장은 지난 2014년 9월 한 여성을 성추행한 뒤 돈을 주고 입막음을 하려 한 혐의로 2015년 1월 구속기소 됐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면서 지난해 7월 29일 시장 직무가 정지됐다.시장들의 중도하차로 당시 하남시와 포천시 공직사회는 크게 술렁였다. 그리고 이들 시장이 주도했던 현안사업들은 연속성을 확보하지 못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시장의 시장 권한대행으로는 시장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현안사업들을 계속 추진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4·13 총선에서도 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재보궐 선거가 병행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중도 하차한 양주시장과 구리시장을 새롭게 뽑았다. 여기에 광역의원(경기 7곳, 인천 1곳)과 기초의원(경기 1곳, 인천 2곳)도 함께 뽑았다.지난 2014년 6월 4일 제6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통해 경기도내 31개 기초자치단체장이 선출됐고 그동안 4명의 기초자치단체장이 중도 하차했다.여기

  • [데스크 칼럼]'아름다운 강산' 에서 '줄탁동시(啐啄同時)'를 엿보다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아름다운 강산' 에서 '줄탁동시(啐啄同時)'를 엿보다 지면기사

    1974년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절 금지곡 명단 올라원곡의 가치 재현 창법 광화문 광장에선 사뭇 달라알껍질 깨려는 부리소리 '격렬한 저항 몸짓' 같아누군가 지난해 가장 인상 깊었던 노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아름다운 강산'을 꼽을 것 같다. 정확히는 정유년을 코앞에 둔 2016년의 마지막 날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 울려 퍼진 노래다. 이 노래는 '금지곡 시대'(?)로 일컬을 수 있는 70, 80년대, 당시 권력의 빗나간 문화의식을 엿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최근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당시 수백 곡의 가요 및 팝송이 국가안전 수호와 공공질서에 반하고, 사회질서를 문란케 한다는 이유로 금지곡 판정을 받았다. 민간 문화영역에 권력의 자의적 잣대를 들이댄 것 자체가 민주사회에서 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일이지만, 더욱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금지곡 판정 사유다.가령,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는 '행복의 나라로 간다면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라는 이유로,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왜 이루어질 수 없나'란 이유로 금지곡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송창식의 '왜불러'는 '경찰의 장발 단속에 저항하고 정부 정책에 반발할 우려가 있다'며, 김민기의 '늙은 군인의 노래'는 '현역 군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며 금지곡 낙인이 찍혔다.개인적으로, 압권은 배호의 '0시의 이별'이다. 통금이 있던 시절, 0시에 이별하면 통행금지 위반이라나?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1974년에 만든 '아름다운 강산' 또한 당시 금지곡 명단에 올랐던 곡이다. 그런데 이 노래의 금지곡 판정 사유는 앞의 곡들과 조금 다르다.신중현의 아들이자 유명 기타리스트인 신대철이 최근 밝힌 일화에 따르면, 이 노래는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 신중현이 '각하'의 노래를 만들라는 권력의 강권을 거부하고 만든 곡이다. '권력자를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없지만 아름다운 우리 대한민국을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있다'는, 지금 돌이켜 보면 록의 저항 정신으로 탄생한 노

  • [데스크 칼럼]왕건 vs 남지사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왕건 vs 남지사 지면기사

    혼돈의 시대 '호족연합'·'연정'으로 화합 유도 닮은점대권 꿈꾼다면 '대한민국 리빌딩'위한 메시지 던져야'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한치 앞을 예단할 수 없는 혼돈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과 촛불시위, 여권발 분당에 따른 정계개편 등 정치권도 요동치고 있다. 당초 내년 연말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에 따라 시기가 결정된다. 정치권에선 자신들 입맛에 맞는 '벚꽃대선' '썸머대선''단풍대선' 등 대선 장날을 예측하며 정국을 혼란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현재로선 대선이 언제 열릴지 신도 모르는 형국이다. 여권의 분당으로 국회는 26년만에 4당 교섭단체 체제로 바뀌었다. 가히 춘추전국시대이고 제자백가들은 대권욕에 사로잡힌 군웅들과 민심을 잡기 위한 본격 대선 레이스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격동의 후삼국 시대를 평정한 고려 태조 왕건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 정국이 후삼국 시대만큼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더불어 왕건 같은 리더가 나타나 통일 한국을 이끌어 주기 바라는 심정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자연스레 대권 주자 중 유일하게 왕건의 성장배경과 정치이력 등 동선이 상당부분 겹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둘은 태생이 금수저이고 선대가 상인 호족 정치인이다. 유복한 집안으로 구김살없이 낙관적이고 어려서부터 해외견문을 쌓았다. 이를 통해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다양성과 개방성을 인정하며 실용적인 감각을 익힌 것으로 분석된다. 왕건은 궁예의 카리스마와 견훤의 저돌성을 뛰어 넘는 리더십을 갖춰 후삼국을 통일했다. 혼돈의 시대를 호족 연합과 연정을 통해 화합의 시대로 이끌어내는 면도 닮았다. 왕건은 통일과정과 통일후에도 왕권 안정및 강화를 위해 호족세력 29명과 혼인정책을 통해 호족연합의 화합정치를 펼쳤다. 현대판 연정이다.남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연정'은 이제 초기 혼란을 뛰어넘어 시스템에 따른 완숙기에 접어들어 화합형 정치 롤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기

  • [데스크 칼럼]포스트 박근혜, 패권의 해체로 출발해야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포스트 박근혜, 패권의 해체로 출발해야 지면기사

    민심 선포 '박근혜 정권 사망선고' 변할 가능성없어사람이 변하지 않으니 제도변화 절실 '개헌이 대안'위기틈새 사익추구 하려는자들 퇴장위해 촛불켜야역사의 흥망성쇠는 반복된다. 변하지 않는 건 흥망성쇠의 파도를 타고 계속 이어지는 역사의 항상성이다. 규모의 고저장단은 있을지언정 파도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자연의 질서이자 역사의 순환법칙이다. 탄핵정국도 예외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쇠락의 길로 들어섰지만 대한민국은 얼마든지 다른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다. 박근혜의 몰락을 거름삼아 희망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고, 박근혜의 쇠락과 함께 운명의 절벽에서 추락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흥망과 성쇠의 기로에 서 있다.흥분과 선동의 시간은 지났다. 대통령 박근혜는 탄핵 소추되어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진행 중이고 특검은 어둠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헌재의 심판을 두고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과 반대하는 촛불이 부딪힌다지만, 역사와 시대는 사실상 박근혜의 종언을 선포했다. 만에 하나라도 헌재가 탄핵 이유가 없다는 판결을 내릴지라도, 민심이 선포한 박근혜 정권의 사망선고가 변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니 헌재의 탄핵 여부와 신속한 판결을 조르는 일에 촛불을 켤 필요가 없다. 이제 국운의 갈림길에서 새로운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 촛불을 밝혀야 할 때다.박근혜 이후의 시대를 모색하려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박근혜까지의 시대를 성찰해야 한다.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자부심에 가려졌던 시대적 폐해를 직시하는 것이 성찰의 화두이다. 국가의 주도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시민의 열정으로 민주화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정신을 사장시켜왔다. 경제성장을 이끈 군정세력은 시민의 권리를 강제로 유보한 독재적 패권주의자들이었다. 또한 민주화를 쟁취한 시민세력의 지도자들은, 그 공로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권위적이고도 집단적인 패권주의를 키워왔다. 서로 자신의 신념에 박제돼 양립불가를 외치면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위대한 성취의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려 왔다.경제성장 세력을 대의하는 자들과 민주화

  • [데스크 칼럼]정유년에는 스포츠도 좋은 일만…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정유년에는 스포츠도 좋은 일만… 지면기사

    올해 체육계 '최순실 게이트' 직격탄에 '휘청'승부 조작·심판 매수 등 프로도 '부끄러운 민낯'정정당당 최정상 실력이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요즘 체육계는 타 단체와 마찬가지로 차분하게 송년회를 보내고 있다. 올 한해를 뒤돌아보고 반성한 뒤 내년에는 더욱 발전하고 화합하자는 취지에서 송년회를 맞이한다. 특히 체육계는 올해 잦은 불신과 불협화음으로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체육인들은 이런 얘기를 자주 한다. "스포츠가 왜 정치에 좌지우지되어야 하는가"라고 말이다.사실 올해 체육계는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에 휘청거렸다. 그 신호탄은 올 초 체육 단체 통합부터 시작됐다. 엘리트 스포츠를 담당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을 맡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했지만, 양 단체의 이해득실로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결국 통합 대한체육회는 공동 회장체제로 8월 올림픽을 맞았고 한국 선수단은 3회 연속 '10-10'(금메달 10개 이상-종합순위 10위 이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8위로 위안을 삼았다.'마린보이' 박태환도 마음고생을 했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 징계를 마친 뒤 올림픽 출전을 노렸지만, '이중처벌' 성격의 규정을 내세운 대한체육회와 갈등을 빚다 결국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판단을 구한 끝에 리우행에 몸을 실었다. 몸과 마음을 다친 박태환으로서는 재기는커녕 올림픽 예선 탈락이라는 쓴맛만 봤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박태환은 이후 전국체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건재를 과시했고 쇼트 코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올라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올림픽 이후 체육계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비롯 스포츠계 각종 이권 사업과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씨는 딸 정유라가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판정상 특혜를 받는 데 관여했고, 정유라의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을 통해

  • [데스크 칼럼]하 수상한 연말을 보내며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하 수상한 연말을 보내며 지면기사

    촛불 정국에도 朴대통령 명예회복 별러 결딴날 판각국 새 외교질서 짜느라 숨가쁜데 우리만 허우적무능·참혹 절절했던 1950년 연말과 별반 차이없어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는 말은 필시 요즘 시국에 꼭 들어맞는다고 하겠다. 연초만 해도 한 해를 넘기기가 이렇게 어려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주 남은 연말의 느낌이 여느 해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날씨는 을씨년스럽고 시절은 하 수상하기 그지없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의 어원이라고 할 수 있는 1905년 을사년(乙巳年)만큼이나 국민의 마음은 쓸쓸하고 어수선하다. 병자호란 때 끝까지 항복을 반대했던 김상헌(1570∼1652)이 청나라에 끌려가면서 썼다는 시조의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 둥 말 둥 하여라'는 대목처럼 한 치 앞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벌써 두 달째 주말 저녁마다 서울 광화문과 청와대 일대는 촛불에 뒤덮인다. 전국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하야 요구로 들끓는다. 그 목소리에 국회는 탄핵안 통과로 응답해야만 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 본인은 천부당만부당하다면서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이라고 억울해 한다. 박 대통령 옹호세력도 나름대로 힘을 모으고는 있지만 들불처럼 타오르는 촛불의 위세를 어쩌지는 못하는 형국이다. 대한민국의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는 이미 국민들에게 코미디 극장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정작 박 대통령은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그 사이에서 자칫 대한민국이 결딴나게 생겼다.지금의 시국을 병자호란이나 일제에 외교권을 박탈당했던 그 난리 통에 비유하는 것은 그만큼 목하의 사태가 엄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개월 뒤면 러시아와의 밀월 시대를 진작부터 예고해 왔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미·일·러 3국이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국제 이슈에 공동보조를 취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중국은 그만큼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각국은 새로운 외교질서를 짜느라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말 난리 통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만 '대통령 문제'에 빠져서

  • [데스크 칼럼]지음과 진실사이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지음과 진실사이 지면기사

    주식대박 무죄판결 진경준과 김정주 '유일한 친구'法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까?솔로몬의 명판결인가 vs 국민 법감정에 대한 공격인가?참으로 기막힌 판결이다. 지음(知音)이란 고사성어가 등장할 정도로 재판부가 고뇌와 번민 속에 내린 선고라고 여겨진다. 130억원대 주식대박을 터트린 진경준 전 검사장의 뇌물죄에 대한 무죄판결 얘기다. 앞서 지난 7월말 검찰이 진 전 검사장을 기소하면서 그의 예금과 채권, 부동산 등 130억원대의 재산에 대해 '추징 보전'을 법원에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으나 이번 무죄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진 전 검사장은 재산을 고스란히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이런 판결을 인정할 국민들의 법 감정이 어떨지 벌써 궁금해진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씨가 2010년 대한항공과 관련한 내사 사건을 무혐의 종결해주는 대가로 처남의 청소용역 회사에 147억원어치 일감을 받은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마저도 몰수·추징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돈 가운데 얼마가 부정한 이익인지를 검찰이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결론적으로 진 전 검사장은 시쳇말로 4년 아니 항소심 등에서 형량이 줄어들 경우 2~3년 정도 감방에서 사식 먹어가며 독서로 시간을 보내면서 때우고 나오면 수백억원대의 재산가로 화려한 제 2의 인생을 펼칠 수 있는 면죄부를 준 판결이나 다름없다. 어느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이다.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핵심 기소쟁점인 김정주 넥슨 NXC 대표로부터 2005년 무상 취득(4억2천만원·훗날 130억 주식대박이 된 자금)한 넥슨재팬 주식 건에 대해서는 '공짜 주식'을 받았다는 직접적인 대가 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게 사법부의 판단이다. 둘의 관계는 '지음(知音)관계'라며 고사성어까지 인용해 오히려 순수성을 재판부가 인정해줬다. 더욱이 "김정주가 고등학교 때부터 진경준을 '유일한 친구'라고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