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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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초대 재외동포청장이 고민해야 할 것 지면기사
"외교부와 각국 대사관 등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서울'과 '인천' 중 어느 지역이 재외동포청 소재지로 적합한지를 물었는데, 이런 여론조사가 어딨습니까."외교부가 재외동포청 소재지에 대한 동포들의 여론 수렴을 위해 조사했다는 설문 문항에 대해 인천시 핵심 관계자가 토로한 불만이다. 정부가 재외동포청 소재지로 인천과 서울을 두고 막판 저울질할 당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단면이다. 재외동포청은 우여곡절 끝에 내달 5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부영송도타워에서 문을 연다. '인천이냐 서울이냐' 재외동포청 소재지를 둘러싼 논란은 이렇게 일단락됐다.인천에선 앞으로 재외동포청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융화할 수 있을지로 관심사가 넘어갔다. 외교부는 지난 8일 재외동포청 소재지를 발표하면서 "편의성·접근성, 지방균형발전, 행정 조직의 일관성 측면에서 본청을 인천에 둔다"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지방균형발전 측면을 언급한 게 눈길을 끈다. 인천시는 재외동포청 유치 당위성으로 첫 이민의 출발지란 '역사 명분'과 재외동포 거점도시 구상의 '미래지향'을 강조해왔다. 인천이 특별히 내세우진 않았던 지방균형발전을 외교부가 콕 집은 건 지역사회와도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차관급인 초대 재외동포청장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이 크다. 외교관 출신 전직 국회의원이 내정됐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초대 청장인 만큼 재외동포사회와 관련 현안을 잘 아는 인사가 낙점될 것으로 보인다.재외동포청장이 임기 초 고민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지역성 확보다. 초대 청장은 우선 뜨거웠던 인천의 재외동포청 유치 열기에 대해 이해하고, 환영하는 지역사회에 호응해야 한다. 인천연구원이 분석한 재외동포청 유치 파급 효과는 약 1천500억원이다. 대부분 재외동포청의 공공사업 투자와 재외동포 관련 마이스(MICE) 행사 개최 효과로 산출했다. 인천연구원이 분석한 파급 효과가 '허수'가 되지 않기 위해선 재외동포청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수다. 앞선 외교부 설문 문항 같은 인식이라면 인천 지역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박경호 인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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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MOU는 사랑보다 아름다운 우정으로 상생 지면기사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양해각서)란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양자 간에 합의한 내용을 명시한 문서를 말한다. 그러니까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단계로 일반적인 계약과는 달리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다만 원칙과 방향을 확인함으로써 본 계약의 성사를 원활히 하고, 또 계약에 앞서 대외 홍보의 역할을 한다는 이점이 있다. 이 후자의 역할이 빠른 성과를 내고자 하는 욕구와 맞물려 MOU를 양산하곤 한다. 당연히 성공한 MOU가 있는 반면에 슬그머니 사라진 실패한 MOU도 있다.여주시가 최근 연이틀 MOU를 맺었다. 지난 16일에는 (주)신세계사이먼과 여주시 문화관광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17일에는 EBS와 문화·관광·교육·홍보 분야의 경쟁력 확보와 미래 사회 인재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신세계사이먼과의 MOU는 날로 증가하는 여주프리미엄아울렛 방문객을 여주 시내로 유입시켜 내부 상권을 활성화하고 여주시가 가진 자연·역사·문화 관광자원을 널리 알려 여주시 관광 및 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EBS와의 MOU는 여주시 문화 관광 사업 분야의 홍보와 여주시의 주요 정책 과제인 '아이 키우기 좋은 여주'를 위한 교육 인프라 개선과 교육격차 해소에 방점을 두고 있다.그러나 모든 계약은 서로 간의 이익이 되어야 성사되고 또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법적 구속력도 있다. 그런 점에서 MOU는 사랑보다는 우정에 가깝다. 사랑은 일방의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우정은 그렇지 않다. 우정은 서로에 대한 존경심, 곧 배우고 얻을 것이 있어야 이뤄지는 관계다.여주시에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이 입점한 지는 올해로 16년째다. 짝사랑은 가능하지만 '짝우정'이란 말은 없다. 여주시가 신세계사이먼과 EBS와 맺은 MOU가 '아름다운 우정'으로 상생하기를 바란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차장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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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이민의 역사 지면기사
한인 이민사는 미국과 정치·경제적 관계를 맺으며 시작됐다. 1900년대 초 노동력이 부족하던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으로 7천200여명의 한인이 떠났다. 이들은 더 많은 소득을 찾아 미국 본토로 흩어졌다. 한국전쟁 직후에는 입양과 국제결혼 등으로 바다를 건넜고, 조금 지나서는 선진국 '드림'을 실현하기 위한 이민·유학이 이어졌다.이민은 자긍심의 역사로도 기록됐다. 1963년~1980년 정부는 실업문제 해소와 외화획득을 위해 서독(독일)에 7천900여명의 광부를 파견했다. 같은 목적으로 1966년~1976년에는 1만여명의 간호사가 보내졌다. 현재 경북 영양군 인구보다 많은 인력이 이역만리에서 송금한 외화는 대한민국 고도성장기에 중요하게 쓰였다. 1970~80년대 가족과 생이별하고 중동 뙤약볕으로 간 100만 건설근로자는 두 차례 석유파동으로 위기에 몰렸던 한국경제를 지켜줬다.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더 나은 인생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도 증가 추세다. 경제·문화·민주주의 등 다방면으로 이뤄낸 이 같은 성장의 이면에는 선대 이민자의 피와 땀이 자리한다.한국경제가 인력난에 신음하고 있다. 인력난은 고비용 저효율에 따른 경기침체 악순환을 부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는 장래를 어둡게 한다.이런 우리의 숨통을 이주민들이 틔워주고 있다. 코로나로 사라졌던 외국인노동자가 신속히 유입된 덕분에 1분기 세계 선박 수주액 1위를 달성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농촌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있다. 결혼이민자는 출산율에도 기여한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밖에 모르는 수많은 이민자 자녀가 한국의 발전을 꿈꾸고 있다.외국인 주민과의 공존은 이제 '가볼 만한 길'이 아니라 '가야 할 길'이 됐다는 김병수(김포시장)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장의 최근 발언이 그래서 주목된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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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민선 체육회장 체제, 관선으로 되돌릴 순 없나 지면기사
경기도민의 화합과 전국체육대회에 대비한 선수 발굴 및 기량 향상을 가늠하고자 '제69회 경기도체육대회'가 성남에서 개최하는 날 안타깝게도 민선체육회 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짧게나마 적어보고자 한다.2020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자 국민체육진흥법을 국회 주도로 통과시켰는데, 오히려 개정 전보다 더욱 정치권의 영향력이 커진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올해 성남에서의 대회 추진은 당초 경기도체육회의 판단에 따라 결정됐어야 했지만, 2021년 7월 경기도는 경기도체육진흥위원회를 열어 체육회 의견은 배제한 채 개최지를 확정했다. 심지어 도민체전과 도장애인체육대회, 도생활체육대축전, 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 등 경기도종합체육대회를 분산 개최키로 일방 결정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체육회관 관리권한을 도체육회가 빼앗겼는데 도민체전 개최 결정 권한마저 경기도 정치권에 빼앗겼다. 도지사가 바뀌어도 개최지 결정권한을 돌려주지 않았다.지역 체육회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연직 회장 시절에는 시와 체육회 간 마찰 없이 원만한 업무 협조를 이루며 준공무원으로서 활동해 왔다고 볼 수 있지만, 법 개정 이후부터 시와 시의회로부터 감사는 받되 대우는 민간 업체 수준으로 떨어졌고 체육회장 역시 상당수가 시장·군수의 뜻과 궤를 함께하려 한다.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 탓에 시·군체육회장이 지자체장에게 미움·불신 등을 사게 된다면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체육행사는 표심으로 환산되는 생활체육 위주다.도민체전을 도지사, 시장·군수들은 시민들에게 좋은 리더로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고 있으나, 지역별 체육회장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오히려 다음 지방선거에, 다음 총선에 체육회장을 발판으로 출마를 저울질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일까. 이에 관선 시절 체육회가 차라리 좋았다고 하는 것이다./송수은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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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안성시 인구 증가 위한 해법 마련 시급 지면기사
한때 19만명을 넘어서며 몇 년 안에 20만명을 넘을 것 같았던 안성시 인구가 지난해 7월을 정점으로 재차 18만대로 주저앉았다. 안성시 인구는 2023년 3월 기준 18만8천574명으로 경기도 내 31개 지자체 중에서 22번째 순위다. 수도권에 위치한 도시라기엔 턱없이 부족한 인구수다.안성은 조선시대, 사통팔달의 교통망과 전국 3대 시장을 갖춘 상업도시로 그 위상은 조선 8도에서도 으뜸가는 도시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지나 산업화시대와 민주화시대를 거치는 동안 인구가 전혀 늘지 않고 정체됐다. 특히 지난 10년간의 인구수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더욱 처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안성 인구는 2013년에 18만2천200여명이었으니 지난 10년간 인구가 6천400여명 밖에 늘지 않은 셈이다. 과거 인구수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던 평택시와 용인시가 2023년 3월 기준 각각 58만3천여 명, 107만3천여명인 점을 비교하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지역발전의 수장인 정치인들은 지난 10년 전부터 선거철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누구나 '30만 자족도시 건설'을 앵무새처럼 외쳐왔다.하지만 딱 거기까지. 당선 이후엔 인구 증가를 위한 뚜렷한 해법과 획기적인 방안을 누구도 내놓지 못했다. 수치는 거짓말하지 않기에. 물론 정치인들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이제는 '교육하기 좋은 도시',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 등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성과라도 올릴 수 있는 실효성 높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타 시·군과 인접한 지역에 아파트를 신축해 인구 유입을 유도하고, 첨단산업보다 일자리 창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의 기업 유치, 그리고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산업 및 직업군 발굴 등 눈에 띄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효과가 높은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 했다. 이제는 인구 증가를 위해 모두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시기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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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문제가 문제야 지면기사
밑줄 친 내용이 상징하는 변화로 가장 적절한 것은 무엇일까요?"그곳은 소나무 숲 대신 공장 굴뚝과 판잣집들만 빼곡히 들어찬 공장 지대가 되었다."①교외화 ②기계화 ③산업화 ④정보화 ⑤지역분화굴뚝이 있는 공장에 기계가 있는 것이 당연하니 ②도 답인 것 같고, ③도 답인듯하다. 특정 지역을 아우르는 설명인 것 같아 ⑤도 답으로 고르고 싶다.김중미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 도입부를 인용한 문제다. 실제 고교 2학년 한 사회과목 교재에 실려있다고 한다. 최근 강화의 한 책방에서 열린 '느티나무 수호대'(돌베개 刊) '북토크'에서 김중미 작가가 직접 소개했다. 며칠 전 자신이 돌보는 공부방 아이들이 "큰이모가 정말 저런 의도로 문장을 썼냐?"고 물어왔단다.다들 비슷한 생각이 들었는지 '북토크'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북토크에 찾아온 다른 유명 작가는 "이 문제야말로 문제"라고 말하며 웃었다.김 작가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직업이 논술교사인 한 손님의 질문 때문이다. 작품이 작가 의도나 주제와 다르게 시험 문제에 인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학생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했다. 작가는 "문학 작품이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는 것은 당연하다. 자유롭게 접근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답했지만, 원하는 답이 아니었는지 질문한 논술교사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작가는 "나도 그런 경우 난감하다"며 "문제집에는 이렇게 답이 나오지만 이모가 다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식으로 설명하곤 한다"고 솔루션을 줬다.이날의 장면이 한동안 떠올랐다. 작품을 쓴 작가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힘들어하는 '문제'의 답을 반드시 찾아내야 하는 아이들이 더 괴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니 마음이 편치 않고, 딱히 답도 떠오르지 않는다. 참 김중미 작가는 문제의 답을 맞혔을까. 한참이 지나고 넌지시 물었더니 '아예 풀지 않았네요. ㅎㅎ'라는 답장이 왔다. /김성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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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안산, '경제자유구역' 선물보따리 필요 지면기사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급성장한 안산시는 과거 기회의 땅이었다. 2011년에는 인구가 71만명에 달할 정도로 매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인구 유입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그중 산단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가 안산 인구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라 입을 모은다. 10~20년 전 안산에 정착한 사람들도 당시 안산에 오면 먹고 살 궁리는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그랬던 안산이 지금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해 65만명 선이 무너지더니 지난달에는 63만명 대로 떨어졌다. 특히 초중고 학생 수는 2013년 10만7천여명에서 2022년 6만7천여명으로 36%나 줄어 경기도 내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라기보단 삶의 터전을 타지역으로 옮기는 경우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일 심각한 문제다. 더욱이 자녀를 둔 가정이 안산을 떠나면서 시를 이끌 미래의 주역마저 함께 잃고 있다. 즉 인구 유입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먹고 살 궁리를 이제는 안산에서 하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게다가 산단을 통해 제조업 중심의 2차산업으로 성장했던 만큼 안산은 3차산업 기반이 부족하다. 기업의 일자리가 없으면 인구를 붙잡을 여력이 없는 셈이다.이제 산단 바라보기는 끝났다. 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데 쉬운 문제는 아니다.다만 다행인 점은 4차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상록구 사동 안산사이언스밸리 일대의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다.이민근 시장이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외국 자본 투자 유치를 위해 미국과 독일 출장길에 나섰던 만큼, 조만간 선물보따리 풀기를 기대해 본다. /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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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천지개벽'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 지면기사
하루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 녀석이 붕어빵을 사들고 와서는 "아빠, 우리 집은 붕세권이네요"라고 했다. 유명 커피전문점의 '스세권', 패스트푸드점의 '맥세권'까진 들어봤으나 '붕세권'은 처음 들어본 용어였다.요즘은 '반세권'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반도체로 인한 호재가 예상되는 주거지역을 뜻한다고 한다. 지난 3월15일 정부가 용인시 남사·이동읍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생겨난 신조어인 듯싶다. 반도체 덕분에 용인은 지난 한 달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떠올랐다.인근의 땅값과 집값은 곧바로 폭등했다. 남사읍에 위치한 용인 한숲시티는 단번에 '한숨시티'의 오명을 벗고 '(신의)한수시티'로 거듭났다. 용인뿐 아니라 화성 동탄2신도시 등 인근 지역의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반도체 분야는 이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에 300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투입되는 이유다. 시민들은 이 같은 시설이 용인에 들어선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껏 고무됐다. 땅값·집값 상승에 따른 각자의 이익 때문일 수도,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적 파급 효과와 지역의 발전을 기대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 지금도 시내 곳곳에서 국가산단 지정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국가산단이 순탄하게 조성돼야 한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소수의견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절대다수가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사이 남사·이동읍 일대 원주민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이주라는 정해진 수순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들의 합당한 요구를 더 많은 보상을 위한 전략쯤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정부 발표 이후 줄곧 보상·이주 대책 마련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에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황성규 지역사회부(용인)차장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용인)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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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안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다 지면기사
일조권 문제로 좌초위기를 맞고 있던 광명뉴타운 1R·2R주택재개발구역의 초·중학교 설립계획이 최종 백지화됐다.지역구 국회의원인 임오경 의원이 발의한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월 말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되면서 현재로서는 손을 써 볼 방안도 없는 상태다.앞서 지난해 8월24일 '광명1R·2R 비롯, 재개발구역내 학교 신설 위한 입법조치 추진한다', 9월6일 '국회 예결위에서 재건축·재개발 구역 내 학교 신설 통한 교육환경 보장 촉구', 2월15일 '학부모대표들, 광명 1R·2R 학교 설립 위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 정책간담회 개최' 등 3차례의 보도자료까지 낸 임 의원은 시민들에게 1R·2R구역 초·중학교 설립문제를 입법활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 기대감을 안겼다.정치인의 공약(公約)은 '빌 공(空)'자의 공약이라는 말처럼 지켜지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렇다고 최선을 다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정치인을 비난하지도 않는다.반대로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정치인의 태도는 당연히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정치인의 침묵은 유권자인 시민들을 속이는 행위, 다시 말해 적극적인 기만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1R·2R구역 초·중학교 설립 추진 과정을 볼 때 전자보다 후자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새로운 대안이 있냐?'는 질문에 이미 현실성이 떨어져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난 방안을 언급하는 의원실 관계자를 보면서 헛웃음만 나온다.광명시민들은 일부 정치인들에 대해 "행사장에서 사진 찍는 것 말고 그동안 한 일이 뭐냐"고 대놓고 말한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보여진다. '안 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다'는 광명의 현실이 웃프다(웃기면서 슬프다). /문성호 지역사회부(광명) 차장 moon23@kyeongin.com문성호 지역사회부(광명)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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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내려 놓음'이 전하는 정치 현실 지면기사
내년 총선 첫 불출마 선언이 경기도 정치권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인 오영환(의정부갑) 의원이 스스로 '금배지'를 내려놓기로 했다. MZ세대를 대표하고, 소방관들의 소명을 짊어졌던 청년정치인의 하차다.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소방)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어 "재난으로 인한 비극을 더욱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치에서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는 오만함도 함께 내려놓겠다"고 덧붙였다.정치인이 총선을 1년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공천 동아줄을 놓아버린 건 극히 이례적이다.무력감 속에서 그만큼 절박했고, 두터운 벽에 부닥쳤을 터다.이런 흔적은 회견문에 고스란히 담겼다. 우리나라 정치 현실과 한계를 개탄했다. 키워드로 요약하면 '극한대립' '정치개혁' '국민통합'으로 이어진다.오 의원의 메시지는 이랬다.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으려 하고 있다.", "극한 대립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은 양보와 타협조차 쉽게 이루지 못하고 있다."정치권이 늘 쓰는 표현이지만, 자신의 직을 내려놓는 청년 정치인의 성찰에서 나온 말이라 더 겸허히 다가온다.그는 개혁 의지를 품은 초선 의원들의 한계도 내비쳤다. "책임 있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극단의 갈등 속에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조정해 낼 정치적 능력을 제 안에서 찾지 못했다."더 말해 무엇하랴. 이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스스로 '내려놓음'을 선택한 오 의원은 기득권을 향한 정치개혁도 강조했다. "책임져야 할 이가 책임지지 않고, 잘못한 이가 사과하지 않는다. 오로지 기득권과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이 우리 정치 사회에서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할 대상이다."오 의원의 당부를 귀담아들어야 할 대상은 이제 299명 남았다.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