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 하남시 자족기능 회복, 정부 손에 달렸다
    오늘의 창

    [오늘의 창] 하남시 자족기능 회복, 정부 손에 달렸다 지면기사

    하남시는 1989년 광주시의 동부읍과 서부면, 중부면 일부가 법정리 지역으로 합쳐지면서 탄생했다. 이후 시는 서울과 인접해 있단 이유로 서울의 주택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거주용 주택단지(신장택지개발사업, 하남 풍산택지개발사업, 미사강변도시 택지개발사업, 위례지구 택지개발사업, 하남 감일 공공택지지구사업)로 특화돼 개발됐다.하지만 도시개발이 주택난에만 집중돼 개발되다 보니 도시의 자족기능은 인구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민선 8기는 출범 이후 자족도시 기능회복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도시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먹거리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시는 '미사섬' 일대에 세계적인 영화촬영장과 디즈니사의 아이언맨 등 13개 캐릭터를 활용한 테마파크 마블시티를 비롯 K-POP 공연장과 인공지능(AI) 및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첨단영상문화 산업단지 조성 사업인 'K-스타월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이 사업이 완료되면 전체 인구수의 10%에 달하는 약 3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2조5천억원의 경제유발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K-스타월드 프로젝트' 사업만으로도 하남시는 침상도시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로 탈바꿈된다. 하남지역은 그동안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상수원과 서울의 허파 역할을 하는 녹지지역 등으로 인해 자족기능 회복을 위한 자체적인 개발이 힘들었다. 이 규제는 지금까지도 하남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시는 잇따라 정부의 문을 두드리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도시의 개발은 인구 증가와 함께 일자리 창출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한쪽에만 편중된 기형적인 개발은 겉모습은 그럴 듯 하지만 실속이 없는 '화이부실(華而不實)'과 다름이 없다. 때문에 정부는 이제라도 하남시가 균형을 갖춘 알찬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규제 완화 조치를 해줘야 한다. /김종찬 지역자치부(하남)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지역자치부(하남) 차장

  • [오늘의 창]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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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과 함께…" 지면기사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과 함께…." 가톨릭에서 미사가 끝날 때 신부님이 신자들에게 강복을 할 때 하는 멘트라고 한다. 가톨릭 신자 지인의 말을 빌리면 천주교 교리에서 '미사'는 예수의 최후의 만찬을 기념해 행하는 제사 의식으로서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보내시는 가장 위대한 은총의 순간을 함께하는 기적'이라 했다.지난 7월 달라진 정권의 민선 8기 출범 이후 남양주시에 새로운 교리가 등장한 듯하다. 공직사회에서 "우리 주님께서~", "주님 말씀대로~" 등 주광덕 시장의 성을 딴 직원들만의 애칭, '주님'이 일종의 밈(meme)처럼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 기관에서조차 겹치는 단어가 들리는 걸 보면 취임 후 보인 소통 확대와 내부 탕평인사 등 그간 발자취가 대내외적으로도 긍정적인 결과로 뿌리내린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시장과의 면담을 수차례 거절당했다는 수도검침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우개선을 약속했던 시정의 속도가 느렸던 것인지, 이들은 여전히 ▲타 시군 검침원 및 관내 현장직 공무직 대비 낮은 임금 ▲현장지원직 중 유일한 위험수당 미지급 직군 등 만성피로처럼 쌓인 개선안을 촉구하고 있다. 10년 전 우연히 취재를 위해 수도검침원 체험을 한 적이 있다. 놀라운 점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났는데도 당시 요구안이 현재까지 반복되며 검침원들의 삶을 옭아매고 있다는 데 있다.물론 남양주시도 어느 때보다 신중한 행정을 펼칠 시기임은 분명하다. 최근 남양주도시공사에선 일반직과 무기계약직 간 임금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선 '검침원의 난' 제하로 남양주 수도검침원들의 실명이 거론되며 이들을 비난·조롱하는 글이 게시되는 등 관내에서 빚어지는 직원 간 갈등이 그 어느 때 보다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악인은 없는데 피해자가 있을 땐 구조적인 문제에 시선을 모아야 한다. 높은 분께서 가진 평소 신념대로 더 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한정된 은총이 모든 이와 함께 하길 기원해 본다. /하지은 지역자치부(남양주) 차장 zee@kyeon

  • [오늘의 창] 봉쇄투쟁과 엄중대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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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봉쇄투쟁과 엄중대처 사이 지면기사

    한국어 아름다움은 섞임에 있다. '신문'이란 단어도 한자다. 대체로 명사는 한자가 많고 순 한글이라고 불리는 말은 형용사가 주다. 오랜 기간 한자 문화권에 있었기에 한자를 제외하곤 한국어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기자들도 어려운 말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말을 쓰려 노력한다. 대개 한자를 담은 단어를 풀어쓰는 경우가 많다. 갈등을 다툼으로 노후는 낡음으로 인접은 가깝다로 바꾸는 식이다. 한자 문화에서 영어 문화로 바뀌며 영어를 반영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리모델링이란 말을 탈바꿈으로 바꾸면 어색해 결국은 단어를 그대로 쓴다.얼마 전 후배가 쓴 기사를 고치려다 두 단어에 시선이 머물렀다. 봉쇄투쟁과 엄중대처였다. 봉쇄와 투쟁, 엄중과 대처 모두 일상에선 쉬이 쓰지 않는 단어이기도 했지만 단어에 섞인 맥락 때문에 골똘했다. 하나는 노조가 보내준 자료에 나온 말이고 하나는 행정부가 보도자료에 쓴 말이었다.길을 막는 걸 투쟁이라고 부르고 불법을 대응한다는 상식을 엄정이라고 부르는 대척의 말이었다. 서로 섞이지 않는 이 말들을 바꾸지 못했다. 봉쇄투쟁을 봉쇄로 엄중대처를 대처로 바꾸려 했지만 그런다고 의미가 바뀌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학교 비정규직, 화물, 지하철 등 곳곳에서 파업이 벌어지거나 벌어질 예정이다. 입장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회색 지대가 사라진 상황이다. 한 발을 디뎌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밀리면 죽는다'는 전쟁 용어만 남았다. 가운데로 오지 않으니 섞일 리 만무하다.이제사 저 두 단어를 고치지 않은 게 후회된다. 단어를 고칠 뿐 아니라 사회에 회색지대를 만드는 게 언론 역할이다. 기자는 한국어를 다루며 매일 섞인 언어로 현실을 전한다. 한국어가 말하는 건 순 한글도 순 한자도 순 영어도 각자론 한국어를 이룰 수 없고 섞이고 바뀌어야 온전한 한국어가 된다는 사실이다.모두가 자기 입장만을 말할 때가 회색지대에서 섞임을 얘기할 때다. 봉쇄투쟁과 엄중대처 사이에 작은 점을 찍어야겠다. /신지영 사회교육부 차장 sjy@kyeongin.com신지영 사회교육부

  • [오늘의 창] 시민의 대표인가, 천덕꾸러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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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시민의 대표인가, 천덕꾸러기인가 지면기사

    어린이집 관리 감독을 시의회에서 하겠다며 이삿짐 박스 3개 분량 자료를 요구한 시의원, 간부 공무원과 언성을 높이곤 인사자료를 요구한 시의원….요즘 전례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시의원들 소식으로 의정부시가 연일 시끄럽다. 막 뽑힌 선출직 공무원의 열정으로 보기엔 그들이 사용하는 말과 행동의 방식이 꽤 강압적이어서 대부분 '이해'보다는 '불쾌'로 다가온다고 피해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지방자치법에 명시된 권한 내 정당한 의정활동인지 여부를 따질 것도 없이, 일부 시의원의 사례는 사회인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존중과 예의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사례가 모이다 보니 문제의 시의원을 공천한 정당의 판단 기준을 문제 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시의원은 지방행정에 작지 않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시민의 대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시민은 시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표로 삼는 과정에 다소 밀려나 있었다. 시의원 후보를 정하는 일엔 시민의 의견보다는 정당의 결정이 우선한다.그러다 보니 인성이나 능력이 준비되지 않은 인물이 당선되는 일이 발생하고, 그를 향한 기대와 실제 사이에 괴리가 발생해 잡음이 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당 중심의 현재 선거 시스템상 이 괴리를 없애려면 우선은 정당과 시의원이 시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시의원은 자신의 권한이 본인이 잘나서 부여된 것이 아니라, 시민의 대표로 일하기 위해 주어졌다는 점을 자각하고 겸손해야 할 것이다. 모르면 배우고, 부족하면 채우려는 노력 또한 요구된다. 시 집행부를 하부 기관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가는 파트너로 보는 인식도 필요하다. 사명감과 책임감을 기반으로 한 의정활동을 보여야 천덕꾸러기가 아닌, 진정한 시민의 대표로 인정받을 수 있다. /김도란 지역자치부(의정부)차장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자치부(의정부)차장

  • [오늘의 창] 족구와 소맥 잔치
    참성단

    [오늘의 창] 족구와 소맥 잔치 지면기사

    전 국민이 안타까워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 정부는 지난 5일 자정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공직자들에게는 술자리 등 사적인 모임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 기간 지역위원회 정치 일정을 최소화해 달라고 의원 및 당직자들에게 요청했다.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각종 행사를 취소하며 슬픔을 나눴다.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하지만 누구보다도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할 부천지역 일부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민주당 소속 A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은 추모와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참사 바로 다음날 파주의 한 저수지로 당원 워크숍을 떠났다. 이 자리에서 전 국민의 슬픔을 무시한 채 술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당원들과 함께 족구경기도 하고, 소주와 맥주를 나눠 마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포천의 한 식당으로 이동해 술자리를 이어갔다.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A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려 깊지 못한 행사 진행으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반성하고 자숙하겠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음주 금지령에도 술판을 벌인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까지 이번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들의 사퇴를 잇달아 촉구했다.상황이 이런데도 A 의원과 시·도의원들은 아직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전히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하고 있다. 지역 정가는 기가 찬다는 반응이다. 시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사람들은 이들이 진짜 사퇴하길 기다리는 게 아닐 것이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는 정치문화가 정착하길 원하는 것으로 짐작된다.이태원 참사 희생자는 158명으로 늘었다. 슬픔에 잠겨 있을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 이제는 답해야 할 때다. 그게 바로 정치인의 책임 있는 자세다. /이상훈 지역자치부(부천)차장 sh2018@kyeongin.com이상훈 지역자치부(부천)차장

  • [오늘의 창] 빈곤 포르노
    오늘의 창

    [오늘의 창] 빈곤 포르노 지면기사

    '빈곤포르노'.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프놈펜 심장질환 환자의 집에 방문해 찍은 사진을 보고 한 말이다. 지난 14일 그 말이 나온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듣던 필자도, 그 회의 뒤 만난 타사 후배 기자도 서로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있다. '포르노'라는 단어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다른 기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곧 빈곤 포르노를 향한 비난이 빗발쳤고, 국민의힘은 장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대척점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돌을 던졌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성을 찾자'고 맺은 글에서 '빈곤포르노는 앞으로도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해봐야 하는 용어"라며 "빈곤포르노라는 용어에서 포르노에 꽂힌 분들은 이 오래된 논쟁에 대해 한 번도 고민 안 해본 사람임을 인증한 것'이라고 장 의원을 향해 던지는 비난에 일침을 놨다. 그의 말처럼 빈곤포르노는 후원금 모금을 위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적 영상과 사진을 사용하는 것을 비판하는 용어였다. 뉴스 채널을 틀면 저개발국 아이들을 등장시켜 후원을 요구하는 사회단체의 광고에 문제제기하는 용어다. 그렇다면 포르노와 동급으로, 윤리적 지탄을 받을 저열한 언어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장 의원의 표현이 적절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대중을 상대하는 정치인이 대중이 이해하는 언어를 썼는지가 의문이다. 관련 학회 세미나였거나 시민단체의 토론회였다면 단어가 적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단어로, 혹은 어려운 단어로 장 의원은 방문국(캄보디아)이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데 그 나라 국빈으로 초대받은 김 여사가 그와 반대되는 일을 한 것이 외교적 결례라는 요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의도적으로 논란을 원한 것이 아니라면 장 의원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gin.com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 [오늘의 창]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오늘의 창

    [오늘의 창]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지면기사

    지난 1일 2022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는 인천SSG랜더스필드를 찾았다. 올해에만 20차례 넘게 야구장을 찾았지만, 처음 보는 생소한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공수교대를 할 때마다 인천SSG랜더스필드 전광판에는 좌석별 비상 대피 동선을 알려주는 방송이 나왔고 장내 아나운서는 야구장 내 계단을 조심해서 이용해달라고 계속 당부했다. 경기가 끝나자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가장 가파른 4층 관중석 입구에는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관객들이 안전하게 퇴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기 3일 전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해 바뀐 풍경이다.우리는 그동안 생활 속에 있는 많은 안전 위험 요소를 무심코 지나쳐 왔다. 매일 아침 지하철역에선 많은 사람이 갈아탈 열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력 질주를 해왔고, 열차 안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했다. 많은 사람이 찾는 시장 안에 점포들 사이에는 무질서하게 엉킨 전선들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멀티 탭 여러 개를 이어 수많은 전기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아직도 차가 많지 않은 왕복 이차로 도로에서는 무단횡단을 하는 시민들이 많다.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여러 재난 대비 시스템을 정비해왔다. 하지만 또다시 대형 참사를 마주하게 됐다. 안전 불감증의 위험을 아직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2019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주인공 백승수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냐"는 지적에 "소 한 번 잃었는데 왜 안 고칩니까? 그거 안 고치는 놈은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고 답한다.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수많은 대형 참사 속에서도 우리는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못했다. 또 다른 참사를 막으려면 이제라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할 시기가 됐다. 정부에서는 참사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 다시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대책을 제대로 세워야 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젊은이들과 유가족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유일한 길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사회교

  • [오늘의 창] 인천 강화도, 만주,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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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인천 강화도, 만주, 하와이 지면기사

    인천 근대사에서 중요한 인물인 손승용(1855~1928) 목사가 1900년대 초 강화도 잠두교회 목사와 잠두합일학교 교장을 지낼 때 쓴 애국창가집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창가집이면서 가장 많은 노래를 수록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손승용 목사의 창가집이 북간도의 '최신창가집 부악전'(1914년)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만들어진 '애국창가'(1916년)의 바탕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천 강화도를 꼭짓점으로 하와이와 만주가 연결되는 항일음악사의 고리는 우연이 아니다. 1902년 인천 제물포항에서 하와이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이 이뤄졌기 때문이고, 강화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성재 이동휘(1873~1935)가 북간도로 진출했기 때문이다.20세기 전후야말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시대다. 한반도에서 하와이는 물론 미국 본토와 중남미 등지로 이주하기 시작했으며, 일본과 만주로 이주한 한국인은 400만명에 달했다. 강제징용도 포함한다. 동북아시아 전체로 보면 1천만명이 국경을 넘어 살았다는 자료도 있다. 한일 강제병합 직후 강화도에서는 강화학파 유학자 이건승(1858~1924)이 서간도로 망명하고, 간도에서는 여성작가 강경애(1906~1944)가 인천의 노동자들이 등장하는 소설 '인간문제'(1934년)를 썼던 그런 시대였다.인천시는 정부가 신설할 계획인 재외동포청을 유치하기로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12~20일 유럽 출장길에 올라 재외 동포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재외동포청 설립 지역은 행정서비스 대상인 재외동포들의 의중이 중요하다. 특히 동포단체, 교민단체 등 성공한 재외동포들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반영된다. 이쪽을 중심으로 유치 활동을 하는 인천시 전략은 유효해 보인다. 인천시가 손을 내미는 재외동포의 범위를 더 넓혀보면 어떨까. 특히 역경의 역사를 딛고 뿌리 내린 고려인이나 재일교포처럼 그동안 한국사회가 주목하지 않은 이들도 재외동포청 유치에 함께한다면 더 좋은 명분을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의 역사 배경은 인천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인천에서는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 [오늘의 창] 쌀과 지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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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쌀과 지역언론 지면기사

    올해 쌀 시장은 가히 최악이었다. 쌀 수요는 점점 줄어드는데 벼농사는 잘된 탓이었다. 햅쌀 수확기에도 지난해 쌀이 창고에 가득했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니 가격은 뚝뚝 떨어졌다. 농민들에게 사들인 가격보다 훨씬 더 낮은 값에 팔아야 하는 지역농협의 손실은 수십억원에 이른다.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명품' 경기도 쌀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제산업부에서 일하며 경기도 벼 생산지 곳곳을 다녔고 각지의 쌀을 맛봤다. 품종마다 조금씩 특색에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밥을 지으면 윤기가 흐르고 밥맛이 쫄깃쫄깃했다. 농가와 지역농협은 명품 경기 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어려워진 쌀 시장에 대한 농가와 지역농협의 억울함은 이들이 흘린 땀방울만큼 컸다. 매일 땀 흘리며 성실하게 농사를 지었을 뿐인데, 새벽잠을 잊은 채 벼를 도정하고 쌀을 판매했을 뿐인데 상황은 해가 갈수록 열악해진다.경기지역 쌀 시장을 취재하면서 지역언론의 실정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지난달 경인일보는 SPC그룹 계열사의 평택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작업 도중 숨진 일을 단독 보도했다. 이후에도 해당 사건과 관련된 각종 사안들을 다방면으로 깊이 있게 조명했다. 모녀가 삶을 비관해 세상을 등졌을 때도, 꽃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아이가 모진 학대 끝에 숨졌을 때도 현장엔 늘 기자들이 있었다. 경인일보 외에도 많은 지역언론 기자들이 지역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땀 흘리며 성실하게 취재하고, 새벽잠을 잊은 채 기사를 작성한다. 그러나 지역언론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기자들의 노력은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다. 뉴스 공급의 대부분을 포털이 담당하는 지금의 상황은 이를 더욱 심화시킨다.쌀 시장과 지역언론의 어려움은 제품 질의 문제이거나 농부나 기자의 게으름에서 비롯된 게 아닐 것이다. 성실함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시장의 불균형에서 기인한다. 이는 입법·행정기관의 역할이다.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쌀도, 지역언론도. /강기정 경제산업부 차장 kanggj@kyeongin.c

  • [오늘의 창] 수도권은 '지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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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수도권은 '지역'일까 지면기사

    "아니 우리가 왜?" 서울과 가깝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경기도와 인천시를 '지역'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수도권이라는 별도의 틀로 분류하는 게 자연스럽다. 서울서 살다가 경기도에 처음 이주한 주민들은 KBS 9시 뉴스를 보던 중 별안간 로컬뉴스로 전환될 때 적잖이 당황한다. 서울과 일일생활권으로 묶여 직장과 문화를 상당 부분 공유하는 수도권에서는 지역 언론의 설 자리가 비좁다. 경기·인천 어지간한 도시는 중앙 언론에서도 직접 취재가 가능하기에 이곳 주민들은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에 의문부호를 던진다.그러나 수도권에도 중요한 지역 이슈는 많고 지역 언론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이 있다. 경인일보는 경기도 31개 시·군과 인천시 10개 군·구를 출입하며 1천360만 경기도민과 300만 인천시민이 궁금해하는 점을 깊이 있고 발 빠르게 보도하고 있다. 김포만 보더라도 경인일보는 세간에 드러나지 않았던 한강하구 민간인통제구역 오염실태를 십수 회에 걸쳐 보도하고, 한강하구 람사르습지 등재 갈등 상황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경인아라뱃길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분석도 경인일보에서만 볼 수 있었고, 한강변 경계철책 철거와 민통선 불법매립 문제에도 신속하고 깊이 있게 접근했다.일산대교 통행료 문제와 경기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이슈를 심층 보도하는 과정에서는 멀리 정부세종청사 취재를 주저하지 않았고, 항공기소음 문제를 짚어내면서는 김포 도심 저공비행 포인트를 발품으로 찾아다녔다. 상대방의 '법적 대응' 위협을 받아가면서도 지역 내 사학 비위 보도를 포기하지 않았다.김포는 극히 일부다. 최근 SPC 사태와 인천 형제 화재사건 이슈도 경인일보 보도로부터 시작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유일하게 밀착 취재한 것도 경인일보였다. 수도권이 통상적인 지역의 개념에서 벗어날 수는 있지만, 지역 언론마저 없었더라면 주민들의 권익을 위한 목소리를 좀처럼 내지 못하고 서울의 테두리에 머물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김우성 지역자치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자치부(김포)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