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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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추석에 무슨 얘기를 나누셨나요 지면기사
기자의 시댁은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포항이다. 다행히 수재를 피했지만 인근 시장은 주요 피해지역 중 하나였다. 추석을 맞아 내려가니 물에 잠겼던 시장 주변으로 여전히 접근금지 노란색 줄이 쳐졌고, 소방차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지하 기계실 및 창고 등의 물을 뽑아내고 있었다. 배수작업 막바지였던 셈이다. 그날 오후 금줄을 거두고 차량 통행이 재개됐지만 일상으로 돌아오진 못했다. 시어머니는 자꾸 올라가는 추석 물가에 당일에 닥쳐 성수품을 준비하면 좀 나으려나 싶어 머리 쓴 소비자들이 홍수로 살 물건이 없어 차례상을 준비 못 하는 상황이라고 소식을 전했다.구룡포가 고향인 큰 형님도 안타까운 소식을 들고왔다. 식육점 냉장고가 쓸려갈 정도의 태풍 위력, 상인들이 추석 대목을 위해 떼어놓은 고기를 모두 포대에 버린 일, 상수도가 망가져 흙물이 쏟아져 나오고 밥을 해 먹을 수 없어서 인근 편의점 도시락이 동나는 등 힌남노가 지나갔다는 뉴스 이면에 감춰진 실상을 낱낱이 들려줬다. 지하주차장에서 인명피해가 난 그 아파트에 사는 친구의 소식, 그 아파트 옆 범람한 냉천의 정비사업은 수재의 원인을 두고 논쟁이 불붙었다.그런데 이 어디에도 정치는 없었다. 추석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철저한 대비를 했었다. 야당의 당 대표 기소를 두고 추석까지도 수습되지 않은 여당의 자중지란을 덮으려는 노림수란 분석이 다수였다. 야당의 영부인 특검법 발의도 같은 해석이 뒤따랐다. 추석 밥상에 밉상은 자당만이어서는 안된다는 계산이었을 터.하지만 정치권의 이름 중 유일하게 등장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뿐이다. 구룡포가 피해복구가 더딘데 그 지역 사람들은 대통령이 구룡포를 다녀가지 않아서라고 원성이 높다는 것이었다.국회 패싱. 양당 모두 밉상이어서 패스하는지, 아니면 너무 의견이 갈려 가족 간 불화가 싫어 패스하는지 모르지만, 양당이 추석을 맞아 준비한 것이 민생과 전혀 관련이 없어 등장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윤 대통령이 등장한 단 한 번의 순간조차 수해복구와 연관 지어서니 말이다.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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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지자체가 청년 창업자들을 도우려면? 지면기사
"장사라는 게 쉽지 않네요." 지난해 4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연수구 청년외식사업지원센터'에서 만난 박천수씨는 취재를 하러 나온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 달 전 문을 연 연수구 청년 외식사업 지원센터가 개소하자마자 인기몰이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취재에 나섰던 기자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는 "아무래도 장사를 처음 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다. 그만둘지도 모르겠다"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1년여가 지난 이달 1일 만난 박천수씨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는 "여러 시도를 하다 보니 고객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찾을 수 있었다"며 "외부 매장이었으면 고정 비용 부담 때문에 새로운 실험은 해보지도 못하고 기존에 하던 일만 되풀이하다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수구 청년 외식사업 지원센터는 내가 외식 사업가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연수구 청년외식사업지원센터가 청년 창업가들에게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센터는 '공유 주방'으로 운영되는 배달 전문 외식 창업 공동체 공간이다. 임대료와 보증금 등 초기 비용을 대폭 낮춘 데다, 배달 전문이라는 특성 때문에 코로나19 영향에도 청년 창업자들이 성장하는데 보탬이 됐다.지난해 4월과 지난 1일 이곳을 취재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처음 입주했던 10명의 청년 창업자가 현재까지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 청년 창업 지원 정책 중 가장 대표적인 전통시장 '청년몰'의 1년 내 폐업률이 43.6%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다.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시장이 침체하면서 청년들의 창업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초기에는 박천수씨처럼 많은 청년이 실패를 맛보고, 사업을 포기하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박천수씨는 연수구 청년 외식사업 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사업 초기의 어려움을 버텨나갈 수 있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청년 창업자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차장 kjy86@kyeo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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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조합장 선거, 우리의 일이 되려면 지면기사
경제산업부에서 일한 지 1년 가까이가 돼간다. 이 부서에서 느낀 것은 부끄럽게도 그동안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1차 산업의 중요성이다. 경기도 곳곳이 급격히 도시화 되면서 논과 밭이 점차 사라지고 소·돼지 울음소리가 작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농촌은 많은 이들의 삶 그 자체다. 농촌에서의 삶이 유유자적하리라는 것은 도시의 환상이다. 숱한 현안들이 번번이 농민들의 한숨을 깊게 한다.올해는 유독 더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얽히고설킨 국제 정세가 평생 흙 속에 산 경기도의 나이 든 농부들에게 직격탄을 쐈다. 쌀 가격이 떨어지고 사료 가격이 치솟는 게 다수의 도시 주민들에겐 당장은 먼 이야기 같이 느껴져도,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뛴 요즘 농촌의 고충이 곧 도시 주민들의 애환으로도 이어진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그런 가운데 제3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1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농업, 축산업, 어업, 임업 할 것 없이 농민들의 생활은 지역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을 떼어놓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조합장 선거는 지역 농민들의 삶과 밀접한 해당 조합의 대표를 뽑는 선거다.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공직선거와 다르게 유권자가 한정돼, 많은 주민들에겐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질 터다. 이 때문에 조합장 선거는 한때 '깜깜이 선거',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명 속 금품 선거 등으로 혼탁 양상을 빚기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관리를 위탁받으면서 상황은 나아졌지만 단숨에 개선되진 않았다.지역 농·축·수협과 산림조합이 건강해야 건강한 농촌과 어촌, 산촌을 만들 수 있다. 농민들의 주름살이 펴져야 도시 주민들의 주름살도 펴질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인 조합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 모두가 조합장 선거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 되면 땅도, 바다도, 산도 좀 더 건강해질 것이라 믿는다. /강기정 경제산업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정 경제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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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의지'가 아니라 '조직'이다 지면기사
최근 뇌과학에 관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뇌과학을 알아야 건강도 지키고 사회성도 기른다고 한다. 뇌과학을 모르고는 부자는커녕 낙오자가 되기 쉽다는 '섬뜩한' 글도 보인다. 닉 채터라는 영국의 인지과학자는 '생각한다는 착각'이란 책에서 인간의 판단이나 행동의 기저에 의지나 가치 같은 심오한 인간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고전적인 인식을 깨부순다. 인간의 뇌는 고작해야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즉흥적인 행동을 만들어내는 기관이라는 것이다.민선 8기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지자체마다 새로운 시장이 내놓은 공약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하다. 전에 없던 조직이 생기는가 하면 어떤 조직은 유명무실해진다. 여주시는 편리하고 신속한 민원처리를 위해 허가건축과를 허가과와 건축과를 분리하는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양평군은 생활행정 실천을 위해 청소과의 신설과 함께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관광과와 도로과 신설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반면에 선거 때 보여준 '의지'가 보이지 않는 그늘도 있다. 여주시는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실천할 방안이 딱히 거론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공론화도 형식적 절차에 그칠 공산이 크다. 양평군의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추진했던 정책들(토종자원, 양평공사)은 자칫 두루뭉실하게 변질될 공산이 크다.행정의 성패는 최고 관리자의 능력에 달렸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은 오직 구성원들의 협력과 협조다. 업무를 전문화하고 능률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조직의 기능이다. 뇌 과학자들은 소신이나 책임 같은 심오한 정신의 깊이에 대한 환상을 떨쳐버리고 지극히 표면적인 '과정'에 집중할 것을 주장한다. 행정에서는 그 '과정'이 바로 조직이다. 조직만이 '평면적이고 얄팍한' 인간의 생각을 굳세게 만들 것이다. /양동민 지역자치부(여주·양평) 차장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자치부(여주·양평)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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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숲의 약속 지면기사
수도권에서 가장 울창한 산림을 보유한 가평 축령산 자락 해발 약 500m에 환경성질환예방관리센터가 있다. 가평군은 산업화·서구화로 인한 환경성 질환의 치유를 돕겠다며 2019년 산 깊은 곳에 센터를 설립하고 '숲의약속'이라 이름 붙였다.시설은 거창할 게 없다.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메인 건물과 조그만 숙박동 3개가 전부다. 숲의약속은 그러나 수령 80년 이상된 잣나무가 최대로 분포하는 가평의 대자연을 끌어안고 있다. 깨끗한 건물 내부 가득한 나무향기, 창문 하나 열면 훅하고 들어오는 숲내음, 지저귀는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고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노라면 몸도 마음도 맑아진다.환경성 질환자들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숲의약속은 전 구역에서 음주와 흡연을 철저히 금한다. 훌륭한 운영철학과 시설에 비해 저렴한 숙박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회공헌 수준의 휴양지다. 바로 옆에는 2014년 개장한 '경기도잣향기푸른숲'이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드문드문 펜션이나 볼 수 있던 이 일대는 이제 수도권 최고의 산림복지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명소가 됐다.가평군은 '모바일 스탬프투어'를 통해 숲의약속을 다른 관광지에 링크한다. 가까이 아침고요수목원부터 더스테이힐링파크, 쁘띠프랑스·이탈리아마을·스위스마을, 음악역, 레일파크로 외지인의 발걸음을 유도한다. 기존 관광지인 호명호수와 자라섬 등도 물론 포함돼 있다.얼핏 가평에 원래 관광자원이 넘쳐난 듯 보이지만, 이는 불과 10~15년 사이에 민관이 각자 혹은 협업으로 이룬 창조물에 가깝다. 복선화로 떠나버린 옛 경춘선에는 레일바이크를, 추억 속 관광지였던 청평호에는 이국적인 유럽의 마을을, 아무것도 없던 숲에는 시대흐름에 맞춘 휴양시설을 조성하며 어디에도 없는 가평의 색깔을 완성해 가고 있다.관광 측면에서 특색 없고 올드하다는 이미지를 좀처럼 벗지 못하는 김포와 같은 지자체가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김우성 지역자치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자치부(김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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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한 마리 토끼라도 제대로 잡아야 지면기사
현시점에서 코로나19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공간은 어디일까. 하나의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지만 인천국제공항이 답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몇 차례 유행이 왔다. 최근에도 하루 10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바이러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그 사이 '인식'과 '방역정책'도 달라졌다. 바이러스 발견 초기에 정보가 없었고 많은 이들이 두려워했다. 확진자 1명이 늘어갈 때마다 두려움이 커졌다. 정부는 방역정책을 강화해 확산을 막는데 주력했다. 지금은 아니다. 사적 모임 등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제됐다. 하루 10만명에 달하는 확진자 숫자에 대한 반응도 줄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확진자가 발생해도 크게 놀라지 않고, 확진자를 빼면 격리도 이뤄지지 않는다. 일상은 이미 '포스트 코로나'에 닿아 있다.반면 공항은 다르다. 여객 수는 크게 늘지 않았고, 한산하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 휴양지로 신혼여행을 고민했던 이들이 제주도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아직도 허다하다.항공업계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정부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강도 높은 방역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입국 전에 코로나19 음성검사서를 제출하도록 했지만 입국자 중 확진자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볼 수 있지만 정부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방역'과 '항공산업'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우려를 한다.보건복지부 장관이 오랜 기간 공석이다. 이 때문인지, 항공업계에서는 정부의 '변화 없음'을 하소연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항공산업은 수출과 수입뿐 아니라 관광·레저·문화 등 여러 분야와 연계된 중요 산업이다.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머지않아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은 없다'가 정답으로 인식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산업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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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알권리 위해 '피의사실 공표 기준' 마련을 지면기사
민주주의 국가를 지탱하는 근간에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투명성이다. 투명성이 극대화되기 위해선 국민 모두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가 함께 공유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 알 권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그러나 사법기관들은 어느 순간부터 피의사실 공표죄를 이유로 일반인은 물론 기자들에게도 대부분의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죄 강화는 양날의 검이다. 무죄 추정 원칙 실현과 인권 침해, 2차 피해 등을 예방할 수 있지만 사법기관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기 위한 도구로도 악용될 수 있다. 물론 분단국가의 특성상 국가의 존립과 존망을 다투는 피의사실과 정쟁을 위한 정보 등은 제한돼야 마땅하지만 그것을 일반적인 사건·사고에까지 적용해서는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오는 10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즉 '검수완박'이 시행되면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하게 된다. 이는 비대해진 경찰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언론의 감시밖에 남지 않게 되는 셈이다.하지만 피의사실 공표죄를 이유로 기자들조차 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 접근성이 차단된 현실에서 감시는커녕 사법기관이 입맛에 맞게 부분적으로 공개하는 사실만을 받아쓰기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사법기관이 감시 없이 제멋대로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은 덤이다. 현재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사법기관의 폐해를 사전에 막을 방법이 없어져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언론의 감시는 사법기관이 수사를 끝낸 후 내놓은 결과물을 갖고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발생한 후 수사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사법기관들은 피의사실 공표죄는 국민의 알 권리를 차단하는 마패가 아님을 인식하고, 시급히 사건·사고와 범죄 사실에 대한 합리적인 공표 기준을 마련해주길 희망한다. /민웅기 지역자치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자치부(안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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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정치의 진심 지면기사
나는 아이들 문제에 진심이다. 이 문장이 우리 문법에 들어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유행대로 기자인 나를 표현하는 데는 딱이다. 요즘은 어떤 것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을 때 '진심이다'를 넣어 말하는 게 유행이다. 또 각종 SNS 게시물, 일상 속 오가는 말을 살펴보면 진심은 '아주' '매우' 와 같은 부사를 대신해 관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단순한 행위를 설명할 때도 진심을 유행어로 활용하는 만큼 진심,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사회의 중요한 가치판단 기준이 됐다.나를 비롯해 타인을 판단하고,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그렇게 변했다. 그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종종 타인의 행위를 두고 '진심이냐, 아니냐' 갑론을박이 오가고 거짓말, 가짜로 판명나면 이전보다 훨씬 더 크게 분노하고 배신감을 느낀다. 그래서 연예인과 같은 공인들에게 사람들의 시선은 더 가혹해졌고, 일반인과 공인의 경계에 있는 유튜버, 인플루언서들도 진심을 평가받아야 한다. 하물며 이러한 '진심 레이더'는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이젠 어딜 가나 진심을 다해, 조심스럽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게 요즘의 분위기다. 안타까운 건 유독 진심 레이더에 빗겨있는 게 정치라는 영역이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며 뜨거운 선거현장 한복판에 서 있어보니 목이 터져라 외치던 그들의 말, 두 눈을 마주치며 꽉 잡은 두 손을 진심이라 믿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요즘 회자 중인 '양두구육'과 같은, 우리 정치의 본색을 보았다. 진심 레이더에 걸려 가짜인 것을 들켜도 개의치 않는 이들 또한 정치인들이다. 지지율이 바닥을 쳐도 아무렇지 않은 최근의 서울 정치만 해도 그렇고, 지난 7월1일 출발한 민선8기 경기도와 11대 경기도의회의 지난 47일도 딱 그렇다. 그런 정치를 바라보면 뒷맛이 아리다. 그럼에도 민생 곳곳이 탈출구가 쉬이 보이지 않는 위기에 직면했고 우리는 경기도민을 위하겠다던 지난 봄, 그들의 진심에 기댈 수밖에 없다. /공지영 정치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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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완성도 아쉬운 지역현안공약 지면기사
지난 6·1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지역 현안들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언론사 등도 예외 없이 선거 1년여 전부터 출마 예상자를 전망하고 사전 여론조사 등을 실시, 결과·분석 등 관련 기사를 쏟아내며 선거 관심도를 끌어올렸다. 경인일보는 지난 4월 18·19일 양일간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가평군수 여론조사를 벌여 후보 지지·적합도, 정당지지도, 시급처리 현안 등에 대한 여론을 살폈다.여론조사 분석결과, 선거 주요 판단 기준으로 정치 성향과 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 등이 지목됐다. 가평지역의 시급처리 현안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주거환경개선 등이 제시됐다. 이처럼 다수의 지역 현안은 유권자에 의해 제시됐고 출마자의 입을 통해 이슈화됐다.유권자의 물음에 출마자들은 선거공약으로 답했다. 이런 과정 등을 거쳐 국민의힘 서태원 후보가 가평군수로 낙점됐다.당시 서 후보는 '인구증가 정책 발굴 추진', '명품주거단지 1만세대 건립', '10만 자족 도시 완성' 등 12대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매우 포괄적 공약이라며 좀 더 구체화한 개괄적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의 소리가 나왔다. 그러면서 가평읍 대단위 공동주택 조성에 따른 교통 대책 마련 등의 현안을 한 예로 들었다. 가평읍에는 오는 2023년까지 5개소 1천800여세대의 공동주택이 들어선다. 또 3개소 900여 세대는 주택건설사업계획이 접수된 상태로 총 2천700여 세대가 늘어날 전망이다.하지만 이들 공동주택 준공이 목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 교통 후 입주' 계획이 이뤄지지 않아 교통난 및 주차난 등으로 주민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로 확충, 주차장 확보 등 기반시설 확충을 간과한 채 인구 늘리기, 1만세대 건립, 10만 자족 도시 완성 등의 포괄 공약에만 치중하면 공약의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공약의 대전제는 실천이기 때문이다. /김민수 지역자치부(가평)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자치부(가평)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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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순천을 다녀오니 더 아쉬운 안산 지면기사
여름휴가지 중 한 곳으로 순천을 들렀다. 소싯적엔 순천이라고 하면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과 자주 헷갈렸지만 이제는 국가정원과 갈대습지로 머릿속에 확고하다.사실 최근 순천을 방문한 이유도 국가정원과 갈대습지를 가기 위해서다.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이따금 비치는 햇빛으로 오히려 정원이 더 빛났다.꽃·나무·풀·잔디와 호수·언덕·다리·이국적인 건물 등 정원이 사람들 마음에 주는 긍정적 영향은 비도 습도도 이따금 비치는 따가운 햇살도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정원을 둘러본 뒤 갈대습지로 가기 위해 이동 수단으로 탑승한 모노레일은 자연 속에 현대 장치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모노레일 안에서 바라보는 순천만의 풍경 역시 글로 담기 어려울 정도다. 한시도 눈길을 떼지 못했다.모노레일에서 내려 갈대열차(셔틀버스)로 갈아탄 뒤 도착한 갈대습지는 순수한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한눈에 담지 못할 정도의 넓은 공간에 가득히 핀 갯벌 위 갈대는 오락가락 내린 비로 다소 지친 마음마저 치유했다. 갈대 밑 갯벌에 기어 다니는 농게와 짱뚱어만 봐도 눈이 즐거웠다.인공적인 국가정원과 순수한 갈대습지의 조화는 그야말로 최고의 파트너다. 멀어도(수원과 약 300㎞거리) 찾는 이유일 것이다.지난 2013년 제1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당시 인구 30만명도 안 되는 도시에 무려 440만 관람객이 다녀간 것도 국가정원과 갈대습지의 조화 속에 나오는 힘이다.이에 순천은 내년에 10년 전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한층 더 발전한 국제정원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유사한 정원(세계정원 경기가든(가칭))이 조성될 예정인 안산시로서는 참으로 부러울 따름이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지금 안산에서도 어디 못지 않은 정원 안을 거닐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앞서 경기도는 지난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옛 안산시화쓰레기매립장에 세계정원 경기가든 조성을 추진했다. 하지만 첫삽 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2020년에 계획보다 늦어진 2024년 완공하겠다며 2022년 하반기께 착공한다고 했으나 이마저도 소식이 없다. 2022년 하반기면 지난달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