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 '제물포'와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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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제물포'와 '르네상스' 지면기사

    '르네상스'는 14~16세기에 일어난 문화운동을 말한다. 중세를 부정하고 중세 이전의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로 회귀하자는 운동이다. '학문이나 예술의 부활·재생'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인천시는 역점 사업으로 인천항 내항 일대를 개발하는 '제물포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다. 제물포는 조선시대 포구의 이름이다. 조선의 작은 포구는 개항을 계기로 근대식 항만인 내항이 들어섰고, 개발·확장을 거쳐 지금도 무역항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물포 르네상스는 무엇을 부활·재생하려는 걸까. 르네상스와 제물포라는 단어로만 추정하면 제물포 르네상스는 현대의 항만 대신 옛 포구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 내용은 전혀 다르다. 노후한 구도심이라는 이미지를 '부정'하고 새롭게 '재생'하겠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 비전은 화려하다. 해양·관광·문화가 융합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한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토지이용계획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내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내용도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결국 상업·주거 시설을 중심으로 한 개발 사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들 지역은 초기 계획과 달리 아파트와 주상복합 등 주거시설이 대거 들어섰다.인천항 관계자들은 제물포 르네상스 공약이 발표됐을 때부터 우려를 나타냈다. 인천항 내항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불만을 내비쳤다. 이 사업은 인천항 내항이 '없어져도 된다'는 전제가 있고,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인천항 내항은 산업화 시대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지금도 국가 무역항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노후한 지역을 대상으로 발전적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다만 인천항에서 땀 흘리는 이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보이지 않는 '제물포 르네상스'라는 이름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산업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산

  • [오늘의창] SPC의 20대 청년과 지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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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창] SPC의 20대 청년과 지역언론 지면기사

    우리가 맛있게 먹는 빵, 그 이면에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매일 매시간 15㎏ 소스용기를 배합기에 부어야 하는 20대 청년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 산업재해는 아주 오래전,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진다. 매일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만 흔하게 취급받아 사회면 한 귀퉁이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기 일쑤다. 사건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일어났다면 더욱 그렇다. 지난 15일 경인일보는 SPC 그룹 계열사 작업장에서 혼자 일하다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진 20대 청년의 사건을 단독 보도했다. 꿈많은 20대 청년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사업장에서 위험하게 일해야만 했던 이유를 끈질기게 보도하고 있다. 단독보도를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경인일보는 청년의 잘못된 죽음을 알린 그날,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로부터 콘텐츠제휴사 선정에 탈락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쉽게 말하면 대한민국 뉴스를 독점하는 네이버·카카오엔 20대 청년의 억울한 죽음을 제대로 알릴 길이 묘연해진 것이다. 분통이 터진다. 이유는 단 하나다. 피땀 흘려 생산한 뉴스가 온전히 독자에게 전달되길 바랄 뿐이다. 완벽할 순 없겠지만 경인일보 기자들은 경기도·인천 소식을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취재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한다. 열악한 취재환경 속에서도 탐사보도를 통해 대형기획을 쏟아내고 '디지털스페셜' 등 새로운 읽을거리를 선보이며 지역언론을 선도해왔다. 사회와 권력의 이면을 들춰내는 단독·특종기사도 쉬지 않고 쏟아냈다. 우리의 자신감은 당장 홈페이지에서 금방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진심과 전략은 뉴스를 '시장'으로 바라보는 네이버·카카오에겐 유효하지 않았다.원점으로 돌아가 지역 언론이 처한 현실을 고민한다. 대한민국 뉴스시장을 독점한 대형 포털은 지금처럼 지역언론의 목줄을 조일 것이다. 굴하지 않겠다. 77년 정통 지역언론의 기능과 역량은 흉내만 낸다고 될 것이 아니다. 경인일보를 통해 지역사회를 바라보고 목소리를 내는 경기도민, 인천시민을 위해 우리는 다시 달릴 것이다. /공지영

  • [오늘의 창] 인천시립박물관은 인천문화재단에 주차장좀 빌려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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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인천시립박물관은 인천문화재단에 주차장좀 빌려 줍시다 지면기사

    거꾸로 된 조개껍질 모양의 건축물 3개가 나란히 놓인 기묘한 건축물인 송도트라이보울은 송도 신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기이한 외관 때문에 CF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인천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명소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트라이보울은 2009년 인천에서 열린 인천세계도시축전 기념관으로 지어져 2010년 완공됐다. 도시축전 이후 마땅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되며 '애물단지'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인천문화재단이 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관리·운영권을 넘겨받아 지금은 신도시 일대에서 가장 활성화한 문화공간으로 손꼽힌다. 송도에 아트센터인천이라는 공연장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아트센터인천은 클래식 음악만을 위한 전용 공연장이어서 트라이보울과는 공간 성격이 다르다.트라이보울은 원형극장(ARENA) 형태의 300석 규모의 공연장과 문화예술교육, 전시 등이 가능한 다목적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크고 작은 공연이나 전시, 문화예술 교육 등이 이곳 트라이보울에서 열린다.그런데 불편한 점이 있다. 주차장이 매우 부족하다. 특히 공연이 열리는 경우 문제가 된다. 작은 지상 주차장이 있기는 하지만 공연을 진행하는 스태프나 출연진이 차를 대기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때문에 공연 관람을 위해 트라이보울을 찾은 관객들의 주차는 불가능에 가깝다.주차장이 꽉 차면 다리 하나를 건너 경제자유구역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다시 차를 빙빙 돌려 센트럴파크주차장에 주차해야 하는데,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공연 시각에 임박해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시간에 쫓겨 트라이보울 주변에 불법주차를 감행한다. 이 같은 불법주차가 가능한 차량 대수도 지극히 제한적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라이보울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할 경우 주차 불편을 대신 사과하는 주최측 사회자의 멘트가 매번 등장한다.사실 트라이보울과 가까운 곳에 주차장이 있기는 하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운영하는 인천도시역사관의 주차장이다. 인천도시역사관의 주차장을 트라이보울 주차장으로 착각할 정도로 가깝다. 인천도시역사관 지

  • [오늘의 창] 166억 혈세에 대한 제값 실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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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166억 혈세에 대한 제값 실현 필요 지면기사

    안산시가 신안산선(2024년 개통 예정) 한양대역(가칭) 출입구 신설에 세금 166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애초 안산 호수공원 방향(특별피난계단 포함)으로 계획된 출입구에 더해 시 재원을 통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방향의 출입구를 추가한다는 골자다.앞서 시가 예상 수요를 분석한 결과 안산호수공원 방향 출입구는 15%에 머물렀다.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 학생들에게는 기존 1곳 출입구로는 불편이 뻔한 상황이다. 결국 출입구 신설을 위한 재원에 시가 '통큰' 결정을 내렸다.하지만 왜 애초부터 학교가 아닌 공원 방향으로 출입구가 설계됐는지를 놓쳐서는 안된다. 신안산선은 국비 50%와 민간 50%의 사업이다. 애초 출입구를 수요 중심으로 설계했다면 166억원이라는 시의 재원이 추가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당시 국토교통부의 설명을 보면 한양대역 방향 연결 출입구는 건물형으로 넓은 부지가 필요해 사유지 등의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위치로 계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시의 통큰 결정 뒤에는 32억원 가량의 출입구 부지(2천301㎡)를 학교가 기부채납하는 조건이 있다. 그런데 이 설명만으로는 왜 최초 설계에서 사유지 침범이 우려됐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최초 설계부터 기부채납 등으로 부지 문제가 해결됐다면 나머지 건설비용은 시 재원 없이도 해결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일단은 먼 과거의 일이니 잘잘못을 내려놓고 이젠 미래에 충실해보자. 시는 시민의 혈세 166억원을 투입하는 만큼 향후 그 이상의 가치를 시민들을 위해 실현해야 한다.이민근 안산시장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학병원 신설과 특성화고 신설 등을 학교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것만으로 시민들을 위한 166억원 이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십수년째 선거철 단골 공약인 대학병원 조성은 차치하고 특성화고로 시민들이 만족할지 모르겠다. 시는 향후 학교 측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시민들을 위한 제값을 이끌어 내기 바란다. /황준성 지역자치부(안산)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지역자치부(안산) 차

  • [오늘의 창] 새로운 방향의 교육 지원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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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새로운 방향의 교육 지원 정책 지면기사

    대학생 시절 학교 식당에서 사 먹었던 라면은 1천원이 넘지 않았다. 백반 한 끼도 부담 없는 가격에 먹을 수 있었다. 학교 주변에서 학생들은 대우를 받았었다. 공부하려면 밥을 든든히 먹어야 한다는, 돈이 없어서 책을 볼 수 없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푸근한 마음씨의 주방 이모와 책방 삼촌들이 있었다. 그 덕에 지식인을 길러내기 위한 사회의 역할과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때로부터 한참이 지난 요즘, 학식 가격이 논란이다. 많은 대학 식당들이 음식 가격을 올려 학생들이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학식이 7천~8천원이라니. 등록금, 주거비에 이어 이제 식비까지 대학생 어깨를 짓누른다.오산시는 지난주 오산시 대학생들의 거주환경 지원에 나섰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보유한 행복기숙사에 오산시 대학생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70명의 학생이 서울의 홍제·독산·개봉 등 3곳과 천안, 대구, 부산에 있는 행복기숙사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시가 이용료 일부를 지원해 학생은 월 7만~18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오산시가 이처럼 대학생들 주거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한국사학진흥재단과 협약을 맺고 기숙사 이용을 지원하는 지자체 중 가장 많은 기숙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협약은 민선8기 이권재 시장의 교육분야 공약에 따른 것이다. 이 시장은 학생들이 학업에 필요한 활동을 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의 내용 및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은 그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교육청의 역할이고, 시장이 할 일은 통학에 불편함이 없도록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학습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지론을 바탕으로 한 행보다. 새 시장이 취임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의 방향이 변하고 있다. 사회 변화와 이에 따른 시민의 요구가 잘 반영되는 변화를 이루길 바란다. /민정주 지역자치부(오산·화성)차장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자치부(

  • [오늘의 창] 경기도 국감, '정쟁 국감' 아닌 '민생 국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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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경기도 국감, '정쟁 국감' 아닌 '민생 국감' 돼야 지면기사

    경기도를 향한 국회 국정감사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국토교통위원회는 내달 14일, 행정안전위원회는 내달 18일 잇따라 경기도청을 찾는다.국회 상임위가 나랏돈을 받는 경기도의 정책과 예산의 쓰임을 검증하는 것은 국회의 고유권한이자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증'이라는 이름 아래 '정쟁'이 난무하지 않을까 걱정해서다.지난해 경기도 국감을 되돌아본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낙점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대장동 개발 의혹'이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경기도 국감은 말 그대로 '대장동'으로 시작해 '대장동'으로 끝을 맺었다. 오죽하면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국감장에 경기도는 없고, 대장동만 있다"는 볼멘소리를 했을까.문제는 올해 국감 역시 여야 수뇌부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장동 시즌2'가 될 조짐이 역력하다. 경기도를 이끄는 수장이 바뀌고, 정책에 변화가 생겼는데도 국감 화두는 변하지 않을 것이란 데서 이른 실망감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작금의 여론을 종합하면 올해 경기도 국감에선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대장동 의혹'과 부인 김혜경씨를 둘러싼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공산이 크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 처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1기 신도시 공약 이행'을 맞대응 카드로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경기도가 어떤 곳인가. 인구 1천350만명이 밀집한 전국 최대의 광역자치단체다. 도민의 생활 문제 해결이 곧 국민의 민생문제 해결과 직결되는 곳이기도 하다. 각종 SOC 사업은 물론 '경기북도 설치', '중첩규제 완화', '1·2·3기 신도시' 등 현안만도 셀 수 없이 많다. 도민의 삶을 되짚어 볼 소중한 시간이 '정쟁'에 소모돼서야 과연 국회의 면이 서겠는가.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 [오늘의 창] 사라지는 역사성, 강조되는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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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사라지는 역사성, 강조되는 '브랜딩' 지면기사

    급격한 도시성장은 때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는다. 지역민들은 개발에 밀려 뿔뿔이 흩어지고, 지역을 상징하는 역사는 점차 중요성을 잃게 된다. 역사와 상징성보다는 개발 이후 지역의 이미지와 상품성을 높이는 일명 '브랜딩' 행위가 많아진다. 브랜딩은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에 신뢰감, 충성도, 편안함 등의 감정을 느끼며 그런 감정들을 갖게 하는 긍정적인 경험들을 통해 그 브랜드에 가치와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하남시에선 풍산동이 대표적으로 '브랜딩'이 행해지는 지역이다. 풍산동에서는 수년 전부터 명칭변경 계획이 추진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역사성 등을 중시하는 원주민과 '미사'란 명칭을 앞세운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이주민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풍산동은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이 시행된 시기에 정해진 명칭으로 100여 년의 역사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원주민들에게는 '풍산'이란 명칭이 친밀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주민들은 단일 브랜드가 갖는 이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수록 부동산 가격 상승과 함께 지역 이미지까지 덩달아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주민들의 주장이다. 실제 미사는 하남지역에서 대표적인 신도시 명칭으로 통하고 부동산 시장 전체를 이끌어 가고 있다. 미사강변도시 택지지구 개발 당시 풍산동은 선동, 망월동, 덕풍동과 함께 개발지역에 포함돼 미사란 명칭으로 행정동 개편이 추진됐지만 유일하게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역시 주민 숙원 사업으로 풍산동의 명칭 변경이 추진됐지만 예산 확보 실패로 또다시 미뤄졌다. 내년에는 올해 미뤄진 절차가 재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명칭 변경이 필수 조건인 만큼 타협점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사업에 행정력을 낭비할 수 없는 만큼 이젠 문제점을 공론화시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김종찬 지역자치부(하남)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지역자치부(하남) 차장

  • [오늘의 창] 해결하지 못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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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해결하지 못한 숙제 지면기사

    지난 2월 파주 제조업 공장단지 안에서 인도 출신 이주 노동자가 불에 타 숨졌다. 그는 26.4㎡ 남짓 컨테이너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냈다. 불과 20분 동안 화재가 진행됐는데 컨테이너는 반쯤 불에 탔다. 그곳은 회사가 그에게 제공한 숙소였다.반년이 지나 현장에 가보니 여전히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숙소에 외국인들이 거주하며 일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이주 노동자는 이 숙소를 두고 "이 정도면 숙소 중엔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아주 가까운 가족도 공장 컨테이너에서 꽤 긴 기간 머물렀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컨테이너 안이 냉골로 변하는데 바람만 막아줄 뿐, 안이나 밖이나 온도가 같아진다고 한다. 두꺼운 외투와 밤새 켜둔 전기난로만이 차가운 밤 자신을 지켜주는데 보일러가 아닌 난로는 언제든 화마로 돌변할 수 있다. "잘 잤어?" 안부 인사로 밤새 품은 불안감을 해소하곤 했다.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화재에 취약한 간이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영세 기업이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열악한 숙소를 제공할 테고 한국인보다 외국인을 쓰는 공장이 더 열악할 것이다. 근근이 공장 살림을 꾸려갈 영세 경영자에겐 부디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길, 화재가 나지 않길 바라는 것만이 최선이다.현장 기자는 실패한다. 약속한 취재원이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하고, 생각했던 현장과 실제 현장이 달라 취재가 어긋나기도 하며, 막상 갔더니 취재할 것이 없어 빈손으로 현장을 떠나기도 한다. 컨테이너 숙소처럼 현장에서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는 때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 가지 않고 답을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번 가서 답을 가져오지 못하면 두 번 가는 것이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답을 찾을 때까지 현장에 간다. 현장 기자는 실패하지만, 그래서 실패하는 자만이 현장 기자가 된다. 경인일보 사회부는 간이 숙소에 머무르는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현장에 갈 것이다. /신지영 사회교육부 차장 sjy@kyeongin.com신지영 사회교육부 차장

  • [오늘의 창] '기후위기 극복' 우리 모두 고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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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기후위기 극복' 우리 모두 고민 필요 지면기사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지자체 단위에서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과천시는 지난 16일부터 3일간 열린 과천축제에서 사용되는 음식 용기를 다회용기로 바꿔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시민들이 사용한 다회용기를 수거해 별도 세척과정을 거쳐 향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과천시는 배달용 전기이륜차를 구입하면 최대 370만원을 지원하는 보급 사업도 올해부터 진행하고 있다. 기존까지는 전기이륜차 구매시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었지만 배달용으로 구매할 경우 70만원을 추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안양에서는 오는 24∼25일 열리는 안양시민축제 우선멈춤 행사에 기후위기 체험 부스가 운영된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운영하는 이곳 부스에서는 '안양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조례' 제정을 위한 의견을 공유하고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알린다는 계획이다.안양시는 앞서 '안양시 기후 위기 대응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하고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추진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감축 전략에는 친환경 차량 보급 확대, 노후건축물 에너지 효율화, 폐기물 에너지 활용 등이 담겼다.기후 위기에 따른 기후 변화는 최근 심상치 않게 경험하고 있다. 실제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 힌남노는 북위 20도 이상에서 발생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상 이변으로 보고 있다. 남해와 동중국해의 해수 온도 상승에 따라 태풍이 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장마철과 동시에 이른 열대야가 시작됐고 장마철 이후에 역대급 집중호우가 내리는 등 기후 변동성이 뚜렷했다고 분석했다.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두 사람의 목소리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최근 삼성전자도 'RE100' 가입하면서 기후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로 했다. 우리 자녀들에게 보다 맑은 가을 하늘을 남겨주기 위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우리 모두의 고민과 참여가 필요하다. /이원근 지역자치부(안양·과천) 차장 lwg33@kyeongin.com이원근 지역자치부(안

  • [오늘의 창] 방송제한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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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방송제한구역 지면기사

    "특정 장소에서 방송을 못 하게 한다고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부천의 번화가에서는 수년 전부터 1인 미디어 BJ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광경을 방송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길거리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아프리카TV 열혈 시청자 A씨는 "상동 현대백화점이나 중동 롯데백화점 인근 로데오거리는 예전부터 BJ들이 자주 찾는 성지였는데 요즘은 그나마 줄었다"며 "그래도 인파가 몰리는 곳이면 개인방송을 하는 BJ들이 자주 목격된다"고 전했다.BJ는 시청자가 선물하는 별풍선(유료 후원 아이템)을 받아 돈을 번다. 별풍선 한 개 가격은 100원. 한 BJ는 최근 추석을 맞아 안산 중앙역에서 댄스경연대회 방송을 기획, 하루 동안 별풍선 52만4천여 개를 쓸어담았다. 5천240만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처럼 단시간에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부천의 거리에서 방송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돈벌이에 눈먼 일부 BJ의 행태는 시민들과 상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 많은 별풍선을 받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일삼는데, 예를 들어 노출이 심한 옷차림으로 춤을 추거나 욕설과 고성방가도 서슴지 않는다. 의도된 연출이든 아니든 때로 폭력사태도 벌어진다.부천시는 지난달 중순 '심곡동 피노키오광장에서 BJ들이 방송을 못 하게 해달라'는 공문을 아프리카TV에 발송했다. 소음 및 개인정보유출 피해 등을 호소하는 민원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아프리카TV 측은 실제로 해당 지점에서의 방송을 제한했다. 회사 차원에서 특정 장소의 방송을 금지한 첫 사례였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다른 장소는 여전히 제한이 없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자유롭게 방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와 유튜브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선을 넘는 일탈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부천의 사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려면 창작자들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이상훈 지역자치부(부천)차장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