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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창] 하남 양궁의 미래, 사회적 관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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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하남 양궁의 미래, 사회적 관심 필요하다 지면기사

    한국양궁은 1963년 7월27일 FITA(국제양궁연맹)에 정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국제 무대에 진출하게 됐다. 이후 각종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수상하며 한국 양궁의 위상을 드높였고, 현재에 이르러선 세계 양궁을 선도하는 리더로 자리잡고 있다.이를 위해 선수들은 유소년 시절부터 전문 지도자로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하남지역에서는 천현초등학교(10명)와 신장중학교(4명)가 양궁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학생은 양궁 강국에 걸맞은 세계적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하고 있다. 선수들은 '미사 배수지 양궁장'을 이용해 훈련하고 있다.하지만 하남지역 유일의 훈련장이 도시 발전으로 인해 이전할 처지에 놓이면서 학생들이 운동만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다.양궁장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황산숲'에 위치해 있는데 일부 민원인들은 도심 속 쉼터 조성만 외칠 뿐 학생들의 운동 여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유소년 체육에도 사회적 합의점 도출에 이용되는 다수결의 법칙이 적용, 소수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현재 배수지 양궁장을 이용하고 있는 학생들은 기존 훈련장을 그대로 사용하길 원하고 있다.그러나 이전은 불가피하다. 도심 속 쉼터를 마련하는 '황산숲 산책로 조성사업'에 앞서 안전상의 이유로 양궁장은 반드시 이전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하남시는 대체 부지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운동부가 속한 교육기관의 반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올림픽 기간만 되면 국민들은 한국양궁의 선전을 기대한다. 양궁 강국의 위상은 선수들만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하남 양궁장 이전 문제 역시 사회적 관심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종찬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 [오늘의 창] 남양주 GB사태, 철저한 조사·진상 규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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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남양주 GB사태, 철저한 조사·진상 규명을 지면기사

    남양주시가 별내동 일대 그린벨트(GB) 임야에 주택과 캠핑장 조성을 위한 행위허가를 내줘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특혜 의혹 대상자는 시 산하기관에서 수석부회장을 역임한 임원 출신이다.지난 50년간 GB로 묶여 개발이 제한돼온 해당 임야가 단 수개월 만에 매입·허가 절차를 거쳐 산지전용 허가를 득하고 '대지'로 전환되는 지목변경이 이뤄지면서 인근 주민들은 하나 같이 "말 도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 유명 관광지인 불암산을 토대로 그동안 많은 주민이 개발에 욕심을 냈지만 번번이 '관계법'이라는 진입 장벽에 부딪혀 무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임원은 산하기관 재직 당시 임야를 수십억원에 매입하고, 수개월만에 허가 등을 거쳐 5배 가량 뛴 가치 상승을 안게 됐다고 한다. 남양주는 GB와 더불어 상수원보호구역, 자연보전권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등 각종 굴레에 갇혀 많은 시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규제지역이다. 2017년 7월 조안면에서는 당시 26세 청년이 당국의 대대적인 불법영업 단속과 벌금·규제에 절망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각종 규제, 특히 GB 관련법은 주민들에겐 숨도 못 쉴 정도의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무서운 법이다. 시는 관내 GB 소유주를 상대로 한 불법행위에 대해 2017년 230억원, 2018년 122억원, 2019년 49억원, 2020년 100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도 했다.이런 남양주에서 발생한 GB 특혜 시비에 주민들의 배신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예상대로 시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별내동 인근 주민들은 시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올바른 감사와 원상복구를 촉구했고, GB 소유주들은 성명을 내고 집회 등 집단행동과 수사기관 고발을 예고하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마침 정부기관에서 경인일보 기사와 관련 해당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서고, 전국 지자체 사례를 취합하는 등 대대적 손질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다. 모쪼록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고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

  • [오늘의 창] 타인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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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타인의 고통 지면기사

    '타인의 고통'을 쓴 수전 손택은 사라예보에서 만난 사람에게서 "내가 다른 나라 전쟁의 참상을 보며 '끔찍하군' 한 마디만 던졌듯, 내가 겪는 전쟁의 고통에 타국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낼 수는 없다. 사람이란 그런 존재다"(타인의 고통 p.151, 도서출판 이후)라는 말을 듣고, '무력감과 공포'를 끌어낸다.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은 '나는 거기에 연루돼 있지 않다'는 안도이고, 타인의 무관심에 관대한 것은 '무력감과 공포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냉소 역시 사실은 분노와 좌절의 감정이 가득 찬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면서 무력감과 공포, 동정을 넘어 악랄한 정치를 극복하라고 종용한다.3·1절로 시작하는 3월이 이토록 고통이었던 적이 있나 싶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제3자 대위변제 해법을 우리가 제시한 것부터 한일정상회담 이후까지, 3월은 우리 대통령의 '무력감과 공포'를 드러낸 시간이었다. 지난달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과거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며 "취임 이후 존재마저 불투명해져 버린 한일 관계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왔다.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했다. 피해자와 유족에 대해서는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끔찍하군' 한 마디 하는 타인처럼 자국민의 고통을 보면서 '과거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고 구경한다. 일본이 우리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는 데서 대통령의 무력감이 읽힌다.그러나 식민지의 상흔은 전쟁의 상흔만큼이나 세월을 거치며 이리저리 왜곡돼 이 땅에 사는 온 가족에 새겨져 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이 역사와 국민 앞에 무력감을 드러낼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은 국제정치의 악랄함을 담대하게 봐야 한다. 무력감과 공포를 걷어내고 보면 굴곡진 세월을 헤쳐낸 민족의 역량이 보일 것이다.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gin.com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 [오늘의 창] 시민의 대표와 시정의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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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시민의 대표와 시정의 수장 지면기사

    얼마 전 의정부시에서 한 시의원과 공무원 집단이 갈등을 빚는 일이 있었다. 추가경정예산의 시의회 심의를 앞두고 한 부서 공무원 여럿이 사전 설명을 위해 시의원 사무실을 찾았고, 해당 시의원이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본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언성을 높이다 다툼이 벌어졌다. 피해 공무원들은 모욕적인 시의원의 막말에 상처를 입었다고 했지만, 정작 시의원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오히려 공무원들을 탓했다. 이후 이 사안 해결을 위해 공무원 노조와 시의회, 정당이 참전했고, 한때 성숙한 대화는커녕 책임 회피와 비난만 난무한 광경이 벌어졌다. 결국 해당 시의원과 당사자 공무원들이 상호 사과하는 듯한 자리를 가졌다고 하나, 누구 한 사람 만족하지 못한 채 승자도 패자도 없이 큰 상처만 남았다.이번 일을 포함해 지난해부터 시의회 안팎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되돌아보면 지역 발전을 위해 동반자로 함께 가야 할 시와 시의회의 관계가 갈수록 삐걱거리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특히 일부 시의원이 시민의 대표임을 앞세워 시정에 간섭하려 하거나, 지시에 가까운 요구를 하는 것이 협치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듯하다.법상 시의원은 시민의 대표가 맞다. 그러나 동시에 시정의 수장은 시장이다. 시의원에게 조례 입법과 예산 심의, 집행부 감시 권한이 있는 것은 맞지만 시가 추진하는 사업마다 이래라저래라 하고, 그것이 당장 반영되지 않는다고 해서 공무원을 윽박지르거나 겁박하는 것은 월권이다.물론 시의원이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시민의 여론을 수렴해 최종 결정하는 건 시장이 할 일이라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시장은 평소 얼마나 시의회와 소통하는지에 따라, 또 시의원의 제안과 의견을 얼마나 잘 수용하는가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을 테다. 시와 시의회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 그걸 자꾸 잊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차장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차장

  • [오늘의 창] 경기도 난임부부 지원 확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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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경기도 난임부부 지원 확대돼야 지면기사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한 난임 부부들은 난임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진료·시술, 검사, 약 등에 쓸 각종 비용들을 아직 찾아오지 않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한 투자로 생각하고 이를 감내하고자 하지만 만만치 않은 금액에 부담을 느낀다.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 전 여성들은 초음파 검사와 혈당, 갑상선 수치 확인 등을 위한 피 검사를 시작으로 자궁 내 혹 제거 등 시술, 난자의 배란 유도 및 과배란 유도 주사 등 조치가 이뤄진다. 남성들도 정자 수, 운동성 등을 살피는 정자 검사를 비롯해 시술을 앞두고는 정자 특수 처리 등 별도 과정을 거친다.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난임 부부들은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난임 시술의 마지막 단계인 시험관 아기 시술까지 가게 되면 비용은 훌쩍 뛴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다시 신선 배아와 동결 배아로 나뉘는데, 여성의 몸 상태와 성공 확률을 고려해 동결 배아를 선택할 경우 동결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동결 시 배아 1개당 가격은 수십만원으로, 동결 배아가 다수일 경우에는 동결 배아당 추가 비용이 붙는다. 시험관 아기 시술 전체 과정에서 1회당 최대 500만원까지도 비용이 소요되지만, 첫 시술에서 임신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N차 시술'을 받게 되면 난임 부부들의 비용 부담도 N배가 된다.난임 시술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환자 연령대가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난임 부부를 위한 지원 사업은 현실에 맞게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을 보면 경기도 난임 시술 대상자는 2021년 기준 3만6천443명을 기록해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된 2017년 2천532명보다 10배 넘게 증가했다. 출산율 회복이라는 거시적 관점을 차치하더라도 난임 부부들이 겪는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보다 덜어 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 /이원근 지역사회부(안양) 차장 lwg33@kyeongin.com이원근 지역사회부(안양) 차장

  • [오늘의 창] 실익없는 싸움에 애꿎은 노인들만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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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실익없는 싸움에 애꿎은 노인들만 희생 지면기사

    부천시청 앞 도로에는 1년 넘게 수십 명의 노인이 피켓을 들고 연일 시위 중이다.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주말을 제외하곤 늘 같은 시간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이 부착한 현수막과 피켓에는 지역의 한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다.부천시에서 파악한 이들의 사정은 이렇다. 이들은 한 종교단체에서 일당을 주고 고용한 대략 30명 정도의 노인들로 추정되고 있다.이 단체 소속의 민원인은 재개발사업 부지에 있던 선친 소유의 땅을 주변인들이 등기 이전 등을 통해 이익을 나눠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그는 땅을 찾겠다며 시측에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인허가 사항뿐 아니라 조합원 명단, 회의자료, 분양자 명단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하지만 시에서는 개인정보 및 명목상 재개발조합의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모두 비공개로 처리했다.상황이 이렇자 어느 날부터 노인들을 대동해 집회를 여는 것으로 추측된다. 뿐만 아니라 이 단체는 지난해 초부터 시를 상대로 소송도 진행 중이다. 내용을 보면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소송과 정비구역 취소 소송 그리고 조합설립인가 취소 소송 등이다.그러나 이미 재개발사업 부지에는 총 37개 동, 3천700여 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재개발사업이 마무리된 상황이다 보니 이 단체가 진행하는 집회는 물론 소송은 결국 실익이 없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힘 없고 순진한 노인들이 시청 앞에 삼삼오오 모여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이들의 민원이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조용익 부천시장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서 보고는 받았지만, 민원인을 직접 만나는 시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조 시장은 '시민중심'과 '소통'을 강조하며 시정을 이끌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이들이 시청 앞에서 연일 집회를 여는 이유 등을 파악하고 사태를 해결해 불법 현수막으로 인한 도시미관 저해 문제는 물론 집회 소음 등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상훈 지역사회부(

  • [오늘의 창] 여주 산업단지 조성 '혁신 클러스터'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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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여주 산업단지 조성 '혁신 클러스터'가 답이다 지면기사

    적극적인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은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바람이다. 이보다 확실하게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산업단지 조성이다. 제조업 산업 활동의 기본 요소인 토지와 노동의 투입을 원활하게 하고, 도로와 전기와 용수 같은 산업 인프라를 공동으로 활용해 기업을 돕자는 것이 산업단지 조성의 목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을 이끈 60·70년대의 산업화는 이를 기반으로 삼았다.1996년 지방자치제도의 본격 시행은 지방정부에 지방산단 개발 권한을 안겨주었다. 여기에는 1980년대 이후 국토 균형발전이란 화두와 맥락을 같이 한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지방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난개발로 인한 부정적 효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져야 했다.여주시가 경기도와 머리를 맞대고 산단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의 상생 협약이 기폭제가 되었다. 우선 수도권정비법 시행령의 개발 제한 규제인 '산업단지 공업용지 6만㎡ 이하'를 준수하되 대신 15개의 산단을 3개 지구로 나눠 한 번에 조성해 산업 집적지로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단순 기업의 군집이 아닌 혁신 클러스터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규모가 무려 90만㎡다. 여주시는 이곳에 약 70개의 기업을 입주시켜 최소 1천500여 명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여주시의 산단 조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렇다면 시는 그동안에 조성된 산단들이 왜 지역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는지를 꼼꼼히 되짚어봐야 한다. 시는 지난 2월 차세대 이차전지 제조업체인 (주)그리너지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공장이 준공되는 내년부터는 이차전지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민간 산단 및 공공 산단을 추진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시의 구상이다. 신속한 행정지원으로 경기 동부권에 K-배터리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시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 [오늘의 창] 현수막 난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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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현수막 난장판 지면기사

    정치현수막을 마주하는 시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총성 없는 현수막 전쟁은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 12월11일부터 시작됐다. 정당마다 신고·허가절차 없이 정치적 현안이나 정책이 담긴 현수막을 최대 15일간 마음껏 내걸 수 있게 됐다. 수량은 무제한이다.당연히 주요 길목에 현수막이 쏟아져 나왔다. 내용은 점점 진화했다. 초창기에는 난방비 등 민생정책을 놓고 점잖게 맞서는가 싶더니 요즘은 더불어민주당의 '정순신판 더글로리, 연진아 네 아빠도 검사니' 현수막과 국민의힘의 '이재명판 더글로리, 죄지었으면 벌 받아야지' 현수막이 같은 공간에서 감정적으로 대치한다. 민주당은 검찰을 조폭에, 국힘은 노조를 조폭에 비유한다. 대통령을 '이완용'으로, 야당 대표를 '깡패'로 지칭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정치현수막이 아니라 비방현수막의 고삐가 풀린 것이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공직선거법 취지가 무색해진다. 합성수지를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환경정책도 거스르고 지자체의 도시미관정책도 헛수고로 만든다. 평범한 시민은 허가를 받아 정해진 기간 지정게시대에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가장 큰 문제는 '관람등급'이 없다는 것이다. 명당은 죄다 차지한 까닭에 유·초·중·고생의 눈에도 쏙쏙 들어온다. 심지어 학교 앞까지 합법적으로 침투했다. 최근 김포시 사우동 학원가 건물에 '친일매국 굴종외교 꺼져 2××야!'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이 붙었다. 이 현수막은 건물 공동소유주인 60대 민주당원이 내걸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욕설 섞인 정권퇴진촉구 현수막을 걸었다. 보수진영에서도 건물 주변에 맞불현수막을 거는 등 당시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이번에는 이슈가 그때만큼 확산하지 않고 있다. 훨씬 자극적이고 가독성 좋은 정치현수막에 가려지는 분위기다. 이런 거 왜 허용했을까.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 [오늘의 창] 희비 엇갈리는 카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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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희비 엇갈리는 카페리 지면기사

    인천을 두고 해양도시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해양관광 활성화를 내걸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한중카페리가 여객 운송을 재개하기 위해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인천과 중국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한중수교를 맺기 2년 전부터 인천과 중국 웨이하이를 잇는 카페리가 운영됐다. 이후에도 한중카페리는 한중 교역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엔 연간 100만명이 인천과 중국을 잇는 카페리를 이용했다. 3년여 만에 여객 운송이 이뤄지면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도 활기가 넘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19일에는 크루즈도 인천항에 기항한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영향으로 3년 넘게 인천에 오지 않았던 크루즈는 이달 첫 크루즈를 시작으로 올해 12차례 인천항을 찾는다.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화하면서 점차 해양관광도 활기를 찾는 모양새다. 다만 안타까운 점도 있다. 인천과 제주를 잇는 카페리 '비욘드트러스트호'는 지난달 22일부터 여객 운송을 못하고 있다. 비욘드트러스트호는 취항한 지 1년여 만에 여러 차례 고장을 일으켰다. 결국 안전을 위해 여객 없이 화물만 운송키로 한 것인데 그 기간이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잦은 고장으로 여객들은 불편을 겪었고, 이는 낮은 승객 탑승률로 이어졌다. 특히 인천~제주 항로는 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항로라는 점에서 더욱 안전이 강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잦은 고장으로 승객들은 점차 외면한 것이다. 여객 운송을 하지 않는 기간에 확실한 선박과 관련한 문제를 완벽히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객 운송이 재개됐을 때 다시 고장 등이 발생하면 여객 신뢰를 얻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인천이 해양도시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여객선뿐만 아니라 연안여객선 활성화도 중요한 과제다. 인천~제주 항로가 철저한 안전을 바탕으로 정상화하길 바란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 [오늘의 창] '문화의 힘' 재확인시킨 영화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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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 '문화의 힘' 재확인시킨 영화 슬램덩크 지면기사

    1990년대 일본 만화를 영화화한 슬램덩크가 대한민국 30·40대 남성들의 가슴을 울렸다. 영화 슬램덩크는 3월 현재 박스오피스 3위에 누적 관객수 338만명을 기록, 메가히트급은 아니지만 한 때 아바타2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이 같은 결과는 오롯이 극장가를 찾지 않는 30·40대 남성들만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 가히 '신드롬'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나이대 남성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 돼 웬만하면 추억과 감상에 젖어들지 않는 특성이 있다. 고단한 삶에 지친 남성들이 스스로 티켓을 구매하고, 혼자 영화관에 가는 풍경은 부인과 아이들에겐 의아한 현상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슬램덩크가 이들의 화려했던 청춘기에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촉매제라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사실 슬램덩크는 친절하지 않은 영화다. 만화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많다. 한 마디로 감독은 '너, 내용 다 알고 왔잖아'라는 느낌이다. 영화의 마지막 3분은 원작처럼 대사도 없고, 흔한 배경음악도 없다. 그리고 주인공 강백호가 역전의 버저비터 슛을 쏘기 전 대사 없이 입 모양만 나오지만 우리는 안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것을. 영화가 끝나고 관객석에선 기이한 현상들이 이어진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 옛 추억과 감동을 느낀 표정 등등…. 슬램덩크는 중년에 접어든 남성들에게 화려한 옛 영광을 토대로 미래를 헤쳐나갈 수 있는 삶의 활력소와 힘의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슬램덩크는 문화의 힘을 재확인시켜줬다. 개봉과 함께 반일몰이 소재가 됐지만 힘을 받지 못했다. 어떤 이념과 애국심보다 개개인의 추억이 더 중요했던 셈이다.대한민국은 이러한 현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향후 20년 뒤엔 남성들이 지금 느꼈던 이 감정과 감동을 전 세계인들이 우리의 영화를 보며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한류의 문화를 더욱 공고히 해주길 희망한다. 그것이 '문화의 힘'이기에. /민웅기 지역자치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자치부(안성)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