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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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구름과 차 한 잔 지면기사
천국인듯 착각 무릉도원 '수종사'세월 흐름속 무심한듯 그 자리에개혁·부활 정신 유유히 흘렀으면가을 정취속에서 자연이치 깨닫고우리의 삶과 역사의 성찰 이어가길요즘 경제 상황이 날로 어려워지면서 생활도 힘들어져 마음이 무겁다. 그렇지만 이런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언제 더위가 있었나 할 정도의 선선한 바람, 푸른 하늘과 무심한 듯 둥둥 떠 있는 구름이 왠지 마음을 편하게 한다. 마치 신(神)이 주신 위안이 아닐까 싶다. 길고 힘들었던 여름의 무더위와 열대야 현상 이후 맞이한 것이기에 더욱 소중하다.무더위 끝에 찾아온 시원한 바람에 문득 기독교의 '십자가의 부활'에 대한 믿음을 떠올리게 된다. 예수의 부활은 기독교의 본질이다. 그러나 그 기쁜 소식도 골고다 언덕을 오르던 순간의 고통과 절망이 전제되고 있음을 상기해 본다. 마치 우리가 느끼는 이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긴 여름의 찌는 더위의 고통을 전제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 아닐까.이러한 마음으로 나는 독자들에게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수종사(水鍾寺)의 종소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수종사는 불교의 양대 교파인 선종과 교종 중 교종의 본찰인 봉선사의 말사(末寺)로, 운길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비록 절은 작지만, 절 마당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의 풍경은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푸른 가을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리는 곳이다.수종사에는 흥미로운 전설도 전해 내려오는데, 세조가 왕위에 오른 후 혁명에 대한 스트레스로 피부병을 앓게 되었고, 이를 치료받기 위해 강원도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고 한다. 그때 동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마치 맑은 종소리처럼 들렸고, 그로 인해 이 절을 '수종사'라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다.또한, 수종사는 실학의 대가인 정약용과도 깊은 인연이 있었을 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 정약용의 고향이 바로 수종사 근처 두물머리이니, 어린 정약용이 틈이 날 때마다 수종사에 올라 두물머리와 하늘을 바라보며 조선의 개혁을 꿈꾸었을 것으로 생각해 본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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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스포츠계 양적 성장을 넘어서 질적 변화 도모 지면기사
생활체육 참여율 2023년 절반돌파전문체육, 역사상 최고 수준 올라스포츠 방송 프로그램·셀럽 증가경기장서 노력·능력 '공정' 평가신체활동 가치·만족도도 높아져지난 7월7일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하고, 8월5일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 문제를 언급한 후부터 지금까지 스포츠조직 문제가 사회문제로 급부상하였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가 스포츠조직(대한배드민턴협회, 대한축구협회, 대한체육회)을 강도 높게 조사하는 중이다. 스포츠조직문제가 잠깐 주목을 받은 적은 있지만, 이번에 이 문제가 장기간 언론에서 언급되고 정치계와 정부까지 나서서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양질전환(量質 轉換)' 법칙이 떠올랐다. 양질전환 법칙은 19세기 독일 철학자 헤겔이 세상 변화가 일어나는 3대 기본 원칙 중 하나로 설명한 것인데, 양적 변화가 축적되면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마치 열이 가열되어서 열에너지가 양적으로 축적되어 100도에 이르면, 물이라는 액체가 기체로 변해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과 같다.최근에 나타난 스포츠계 양적 변화를 짚어보자. 먼저, 생활체육(아마추어 스포츠)을 보면 생활체육 참여율이 2023년 기준 52%에 이르러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1회에 30분 이상, 1주일에 2회 이상 운동하는 사람의 비율을 '생활체육 참여율'이라고 한다. 2008년의 34.2%와 비교하면 15년간 152%(1.5배) 증가한 것이다. 특히 지난 15년간 여성의 생활체육 참여율이 크게 증가하였다. 2008년 여성의 생활체육참여율은 32.8%에서 2023년에 55.6%로 증가하여 지난 15년간 약 170% 증가하였다. 이에 비해 남성은 35.5%에서 52%로 같은 기간 146% 증가하였다. 둘째, 전문체육(엘리트 스포츠와 프로 스포츠)을 살펴보자.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 13개는 대한민국의 하계올림픽 참가 역사상 가장 많았던 2008 베이징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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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어느 K 중년 등산인의 탄생 지면기사
작년 '연구자의 집' 산행에 첫 참여선배들의 간식과 다정함 나를 살려나이가 들면 다들 산에 오르는것은새롭게 갖춰야할 권위에 대한 사례함께하는 등산에 있기 때문 아닐까지난해 7월부터 연구자 단체인 '연구자의 집' 산행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동네 뒷산을 오르는데도 에베레스트 등산 차림'이란 한국의 K 중년 등산복 대신 운동복 바지에 면티를 입고 모자·스틱 없이, 선글라스 하나 달랑 쓰고 펄펄 끓는 7월의 한여름, 그늘 한 점 없는 바윗길 험준한 산을 올랐다. 얼마 가지 못해 동행한 분들이 가지고 온 손수건, 스틱, 얼음물이 차례로 내게 왔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타던 시커먼 머리카락을 덮기라도 할 손수건이 없었다면, 끊임없이 올라도 끝나지 않던 바윗길에 의지할 스틱이 없었다면, 미지근한 물과는 견줄 수 없는 차가운 한 모금의 얼음물이 없었더라면 결단코 내 발로 하산하진 못했다. 한여름의 바위산을 오르면서 편의점에서 산 성의 없는 '원플러스 원' 500리터 생수 2병은 연민을 넘어 무모함에 대한 실소를 자아내지 않았을까 싶은데도 선생님들은 우매함을 탓하는 대신 오장육부까지 벌겋게 익었을 내게 얼음물을 건넸다. 보랭백에 넣어온 여러줄의 김밥, 이틀 전부터 가지런하게 썰어 꽁꽁 얼려 온 수박, 수분이 담뿍 담긴 야채, 순간적으로 힘을 끌어낸다는 식초 원액까지. 선생님들의 무거운 배낭에서 나온 간식과 다정함이 그날의 나를 살렸다.다시는 못 가겠다 싶던 산행을 해가 바뀌어서도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기본적 등산용품도 하나씩 장만했으나, 3월의 산이 그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눈 덮여 꽁꽁 언 산을 아이젠 없이 오르기도 했다. 선생님의 왼쪽 아이젠을 빌려 신고 한발씩 나란히 미끄러지던 날은 혹독한 추위와 바람에, 내 안전을 위해 반쪽의 안전을 선뜻 내준 배려에 대한 미안함으로 "저는 여기까지"라며 "되돌아가겠다"는 말을 결국 꺼냈다. 할 수 있다며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오르며 내주던 곁들이 모여, 내려 올 때는 결국 내 두 발 모두에 채워져 있던 다정한 아이젠들이 모여, 할 수 없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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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문제는 대통령이다 지면기사
한번 결정하면 물러섬 없는 대통령의사 의견 물었는지 모를 의료개혁5명 정원에 2명만 운영되는 방통위장관 후보는 새시대 적합한지 의문독선과 오만, 국민들의 근심거리로주변에 무당층이 많아졌다. 지지정당이 없다고 말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은 사람이다. 선구자들은 이미 강서구청장 보선 이전에 지지를 철회했다. 총선 이후에 상당수가 돌아섰다. 사실 이들은 윤 후보를 적극 지지하지 않았다. 상대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 차마 이재명 후보를 선택할 수 없어서, 투표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자책하고 있다. 취임초 50%를 상회했던 지지율도 최근 20% 초반으로 떨어졌다. 갤럽조사는 70대 이상의 영남출신이 주 지지층이라고 말한다. 이재명 대표에게 '개딸'이 있다면 윤 대통령에게는 '영남 노년층'이 힘이다.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 제왕적 권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청와대를 나온다고 했다. 관저 이전은 전격 추진되었다. 충분히 준비한 후 이전하라는 권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는 것도 신선했었다. 돌발 상황과 대통령 권위에 상처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무시했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출근길에 기자와 만났다. 수사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언론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년이 지난 지금 도어스테핑은 사라졌다. 기자와의 만남 횟수도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오히려 적은 편이다. 만난다 해도 일방적으로 본인 이야기만 한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찾을 수 없다. 검사와 대통령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대통령은 의료개혁이라고 말하지만, 국민들은 의료대란으로 이해한다. 같은 주장만 되풀이한다. 대통령은 뭔가 착각하고 있다. 의료개혁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방법이 문제다. 왜 다른 정권은 의료개혁을 이루지 못했는가, 단지 기득권의 저항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혁명적 개혁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는 점진적 개선을 선호한다. 무엇보다 의대정원을 한번에 1천509명을 증원하는 것이 문제다. 실험·실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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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마음은 눈감을 줄 모르는 고향 지면기사
최순애·정지용·백석·윤동주…고전 텍스트 '낯익은 새로움' 선사떠나고 나서 비로소 발견하게 되고가고 싶고, 언젠가는 가야만 하고가을이 오면 더욱 그리워하게 될것혹서의 계절, 고향(故鄕) 시편을 읽어보았다. 기억의 원형이나 보편적 공감을 담은 작품이 어쩌면 기본을 잃어버린 시대에 어떤 근원적 힘을 건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미 고전 반열에 오른 텍스트들은, 참신성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오히려 '낯익은 새로움'의 순간을 선사해주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최순애의 '오빠 생각'(1925)과 이원수의 '고향의 봄'(1926)이다. 현실에서 부부의 연을 맺은 두 분의 너무도 유명한 동요였다. 앞의 것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마며 서울로 향하는 이향(離鄕)의 모습을 포착했다면, 뒤의 것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회향(懷鄕)의 정서를 담았다. 근대인은 타향살이라고 했거니와 그들에게 고향이란 돌아가야 하지만 끝내 돌아갈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정지용의 '향수'(1927)와 '고향'(1932)은 지용 버전 고향 시리즈다.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와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라는 구절은 망향(望鄕)과 실향(失鄕)의 정서를 반대편에서 보여준다. 마음에서는 불변하면서도 현실에서는 변해가는 고향을 비대칭 데칼코마니처럼 그렸다. 5년 터울의 작품에서 정지용은 한쪽에서는 '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여전히 울고 있을 것 같고 한쪽에서는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가 사라져버린 고향의 양면성을 노래하였다. 김희갑과 채동선 곡으로 불러보아도 좋을 한국 현대시의 명편들이다.백석의 '고향'(1938)은 함흥 시절 경험을 다루었다. 혼자 앓아눕게 되어 의원을 찾았는데 의원은 아픈 데 대신 고향을 묻는다. 사람이 앓아누우면 그리운 것도 많은데 그때 고향이 비로소 살아나온다는 것을 이 작품은 암시해준다. 몇 차례 대화가 오간 후 '먼녯적 어늬나라 신선'같았던 의원은 어느새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지고 마침내 '고향도 아버지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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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고집불통의 '이순' 지면기사
'이순세대' 대통령과 야당대표에게'나 자신의 모습은 상대와 대화통해드러남'을 명심하는 날 오기를 기도기독교 본질 흐리는 일부 교회권력자완고함 내려놓는 노력·성찰 있기를내 나이가 벌써 60대 중반인데, 공자가 말한 논어의 '위정(爲政)'편 제4장에 나오는 '이순'(耳順, 귀가 순해짐)이 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아마도 '경험과 지혜'가 쌓여 타인의 의견을 잘 경청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지만, 나이만 먹었지 아직 이순이 아닌 듯해서다.우리나라에 이 '이순'에 해당하는 인구가 대통령과 야당 대표를 포함해 약 1천50만명(인구의 20%) 정도 된다고 한다. 이들의 '경험과 지혜'가 이 세상을 좀 더 편하게 만들어야 할 텐데, 오히려 우리 주변이 더 시끄럽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이들 '이순' 세대에게 물어보고 싶다.20세기 이후 서양 현대 철학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타자(他者)'에 대한 성찰이다.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 1907~2003)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윤리가 시작된다고 주장하였고, 타자와 자아의 동일성을 강조한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2~1981) 역시 자아가 근본적으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즉 타자를 통해 자신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자신 모습이 타자를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다.그래서인지 공자와 레비나스의 말을 가만히 새겨보면 동서양의 이치가 같은 것 같다. '이순'의 '경험과 지혜'는 타자를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순' 정도 되면 남의 이야기를 잘 경청해주는 여유가 생겨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끝없이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극단적 현상은 권력이 있는 정치권이나 교회 주변 종교계에서 유독 많이 일어나는 듯하다.십여 년 전 미국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교회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 때이다. 인종 차별주의자인 백인이 흑인 교회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해 목사 포함 흑인 신자 9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전국적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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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안세영 발언으로 세대간 소통력 시험대에 올라 지면기사
파리올림픽 金 역대 최고성적 불구'안 선수의 작심발언' 후폭풍 거세스포츠조직 시스템보다 주목할건청년체육인-임직원 가치관 충돌'국민과 선수' 위한 협회 조성해야지난 7월26일 개막한 파리 하계올림픽이 8월11일에 끝났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 수는 단체 구기종목의 부진으로 인하여 1976년 하계올림픽 이후 가장 적은 144명이다. 참가종목과 선수 수의 감소때문에 대한체육회는 대회 목표를 금메달 5개, 종합순위 15위로 예전보다 낮게 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하고, 종합순위 8위로 목표보다 훨씬 더 높았다. 금메달 수는 우리나라 하계올림픽 참가 역사상 가장 많은 2008 베이징대회, 2012 런던대회의 금메달 수와 같아서 최고 성적을 거둔 셈이다. 또한 전체 메달 수 32개는 역대 최다 메달 수(33개)를 획득했던 1988 서울대회와 거의 비슷해서 대회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그런데 역대 최고 성적으로 모두들 기뻐하기보다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 발언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8월5일(한국시간), 22세 안세영은 배드민턴 여자 단식결승전에서 승리하며 28년만에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 수상 기자회견에서 안 선수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미흡한 부상 관리와 대회 출전 자격에 관한 문제점을 말하면서 "협회가 모든 걸 다 막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 하나 밖에 나오지 않은 걸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협회를 비판하였다.인터뷰 이틀 후 8월7일에 대한배드민턴협회(협회)는 공식입장문으로 안 선수가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조모 조목 반박하였다. 8월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온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안세영의 표현 방식이 "서투르고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하면서 협회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한편 8월12일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협회에 대하여 미흡한 부상 관리, 복식 위주 훈련, 대회 출전 강요 의혹 등에 대한 경위 파악과 함께 논란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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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유보통합을 앞둔 보육교사 김 선생님께 지면기사
'돌봄'과 '교육' 이분화 영역 아냐보육교사 중심의 불쾌감은 '당연''일단 멈춤' 아닌 비판·대안 제시어린이집-유치원·국립-사립영유아 차별받지 않게 단결 필요김 선생님. 유보통합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누군가의 정치적 구호에 상처도 받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갈라치기 유보통합 일단 멈춤'이라 쓴 팸플릿을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갈라치기 유보통합'이란 표현에는 0~2세와 3~5세 이분화에 대한 불편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0~5세를 모두 담당하는 어린이집 교사에게 이 표현은 마치 0~2세는 '돌봄'이고 3~5세는 '교육'이며, 교육이 돌봄보다 우위에 있다는 표현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0~2세 돌봄사, 3~5세 교사로 유아교육을 구획하며 통합을 반대했던 기득권의 시간도 있으니 분명 이 구별에는 '갈라치기' 차별의 의도도 있겠습니다.유아교육은 신체·정서·사회적으로 아직 독립적이지 못한 유아기의 특성상 교육과 돌봄을 이분화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0~2세는 세상에 대한 신뢰와 불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주도와 부끄러움을 경험하는 시기이니 0~2세의 돌봄 안에는 세심한 교육적 관점이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신체적·언어적 독립을 일정 수준 획득한 3~5세는 0~2세와는 다르지만 건강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 안에 여전히 세심한 돌봄이 필요합니다. 3~5세뿐아니라 0~2세의 학교인 어린이집에 보호와 교육을 의미하는 보육이란 개념을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유아교육에서 0~2세, 3~5세를 구분한 것은 영유아의 발달 특성을 영아기와 유아기로 나누어 설명하기 위함이었으나 '돌봄'이란 단어는 그동안 거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돌봄'이란 단어는 교육학에서는 초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을 정규교과과정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방과후 돌봄 업무가 교사에게 과중하게 부여되며 돌봄영역을 학교 밖으로 빼려는 교사단체에 의해 부각됐습니다. 다시 말하면 초등학교에서의 돌봄은 정규교육과의 분리를 위한 방과후과정이란 의미이나, 유아교육에서의 돌봄은 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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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김민기, 이수만 그리고 K-POP 지면기사
저항가요·청년문화 중심 '김민기'노래 통해 민주화세력 구심점 역할대학가요 이끈 엔터테이너 '이수만'국내 안주하지 않고 세계시장 진출BTS 등 이들이 뿌린 씨앗의 결실'김민기'가 세상을 떠났다. 작곡가, 가수, 공연기획자로서 그의 이름은 길이 남을 것이다. 김민기는 6·25전쟁 중에 태어나 유신시대에 대학을 다녔다. 그의 이름은 권위주의 정권의 대중예술 탄압의 상징이었다. 동시에 저항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얼굴 없는 가수였다. 386대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선배로부터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배웠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들을 수 없었다. 모두 금지곡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생들에게 김민기의 노래는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공개적으로 구전되었다. 당시의 대학 정원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만 진학할 수 있었다. 대학생들은 엘리트였고 그들의 청년문화는 기성세대에 도전했다. 청년문화의 중심에 김민기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 시대의 대학생들이 김민기의 노래만 부른 것은 아니다. 1977년에 탄생한 대학가요제는 권위주의의 암울한 시대 상황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나 어떻게', '내가', '그때 그사람', '꿈의 대화', 'J에게' 등 가요제의 수많은 명곡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캠퍼스의 시위현장에서는 저항가요가, 학교 앞의 다방과 거리의 레코드점에서는 대학가요가 울려 퍼졌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대중가요는 다양해졌고, 대중들의 관심과 소비는 증가했다. 음악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초가 다져진 셈이다.마침내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김민기의 노래도 해금(解禁)되었다. 그러나 그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의 노래는 자연스럽게 운동권의 전유물처럼 변해갔다. 김민기 또한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가수에서 공연기획자로 변신했다. '지하철 1호선'과 어린이 뮤지컬을 상연(上演)했다. 그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이후 한국대중문화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가 만든 학전소극장은 운영난으로 최근 폐관됐다. 이제 김민기도 타계했으니 학전소극장의 명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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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그 섬에 가고 싶다 지면기사
국민 누구나 독도 앞에선 '애국자'日 방위백서 통해 또 영유권 주장정부, 항의했지만 다른 언급 없어사람들 태극기 품으며 감격하는데우리 외교언어 당당해지길 바란다유치환의 시 '울릉도'(1948)에는 해방을 맞은 우리 민족이 펼쳐갈 역사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한 점 섬 울릉도'는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존재하는 '국토의 막내'로 형상화되어 있다. 온전한 민족공동체를 소망하던 시인의 의지가 '장백의 멧부리'라는 표현을 통해 잘 나타나 있다. 말하자면 저 북방에서 시작된 우리 영토의 줄기가 남녘의 한 섬에서 완결된다는 뜻을 품고 있는 것이다. '창망한 물굽이'에 떠있는 고독하고 연약한 섬 울릉도의 소망과 그리움이 조국의 역사에 대한 애달픈 사랑으로 전이되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작품이다.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울릉도에서 동남쪽 뱃길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동도와 서도로 나뉜 독도가 당당하게 서있다. 지난 7월2일부터 사흘간 울릉도에 머물렀다. 첫날 비가 오긴 했지만 다행히 독도를 향하는 배가 떴다. 비록 밟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독도를 바라볼 수 있었다. 뱃전 어디선가 '홀로 아리랑'이라는 노래가 가느다랗게 들려왔다.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손 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싱어송라이터 한돌은 신형원의 '불씨', '유리벽', '개똥벌레'를 작곡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1989년에는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을 작사·작곡하였는데, 이 노래는 전통 아리랑 선율과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음색을 담은 가사로 호평을 받았다. '독도'라는 아스라하고 가슴 아린 기표를 우리 목소리 안으로 들여온 명편인 셈이다. 오늘도 거센 바람을 맞고 있을 '동해바다 외로운 섬'은 금강과 설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