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노트북]영흥화력발전 환경시설 개선 서둘러야할 이유 지면기사
"1·2호기 환경 시설만이라도 먼저 개선해주세요." 올 가을 최악의 미세먼지가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화력발전소 가동 제한이라는 조치를 내렸다.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로 '화력발전'을 꼽은 것이다.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도 그 대상에 포함됐다.7일 방문한 영흥화력발전소의 모습은 한마디로 '압도적'이었다. 면적 8.26㎢의 땅에 30m 높이의 전기터빈, 100m 높이의 석탄보일러 등으로 구성된 발전시설 6기와 수십만t의 석탄을 저장하는 저장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거대한 모습에 자연스레 '저기서 뿜어내는 오염물질도 어마어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영흥도 주민들은 가동 제한 조치에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10년 넘게 화력발전의 피해를 겪어온 이들에게 20%의 제한 조치는 크게 와닿지 않는 듯했다. 그 와중에도 주민들이 유일하게 지적한 문제가 바로 발전소 1·2호기의 환경 시설이었다. 1·2호기는 영흥화력발전소의 '문제아'다. 이 두 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발전소 전체 6기 오염물질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또 그 농도 또한 타 시설에 비해 약 2~3배가량 짙다. 더 강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의미다. 이는 모두 두 시설이 오염물질 배출기준이 강화되기 이전 만들어진 탓이다.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화력발전 특성상 오염물질 배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1·2호기 가동 중단 주장에 대해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단에 따른 비용소모, 오염물질 과다 배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신 그들이 내놓은 해답은 환경시설 개선이다. 2021년까지 1·2호기의 오염물질 저감 시설을 타 시설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발전소 측이 계산한 실제 공사 기간이 약 1년인 점을 감안하면 2020년에야 교체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화력발전이 멈추지 않는 한 영흥화력발전소는 1년 365일 돌아간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대기 오염물질도 계속 배출될 것이다. 그 피해는 영흥도 주민뿐만 아니라 인천시
-
[노트북]정약용 선생의 호 '다산' 대신 '사암'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 지면기사
요즘 정약용의 고장 남양주에서는 조광한 시장 취임 후 이 지역 대표 역사 인물인 정약용 선생의 호를 바로 알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예가 '다산 아트홀'을 '사암 아트홀'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이후 조안면 마재마을에 위치한 다산유적지 등 다산이 들어간 명칭에 대해서도 '사암', '열수' 등 새로운 명칭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그렇다면 왜 그동안 흔히 써오고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다산'이라는 호보다 '사암'이나 '열수'라는 호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먼저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유적지에 가면 생가인 여유당 옆에 자찬묘지명이 세워져 있다. 자찬묘지명이란 정약용이 회갑을 맞은 1822년(임오년·순조22년)에 스스로 묘지명을 자찬하였다는 뜻으로 평생 저서의 대의와 목록을 자세히 열거한 것이다."이 무덤은 열수(洌水) 정약용의 묘이다. 본 이름은 약용이요, 자는 미용, 또 다른 자는 용보라고도 했으며, 호는 사암이고 당호는 여유당인데, 겨울 내를 건너고 이웃이 두렵다는 의미를 따서 지었다"고 시작한다. 여기에서 정약용 선생이 생전에 '사암'이라는 호를 즐겨 사용하였음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아울러 사암의 자손은 매우 귀한데 9남매를 낳아 2남 1녀만을 남겼다. 두 아들 중 큰 아들인 학연의 후손이고 사암에게는 4대손이 되는 정규영 선생이 1921년에 펴낸 '사암선생 연보'에도 정약용 선생이 여러 호 중에서 '사암'을 가장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역주자인 송재소 박사가 서문에서 밝혔다. 그 외에도 정약용 선생의 7대손인 정호영(EBS미디어 대표) 씨가 모 연구단체와 한 인터뷰에서도 "정약용 선생이 자신을 다산으로 부른 적이 없다는 게 정설"이라고 밝힌 바 있다.또한 일제강점기인 1935년에 정약용을 연구한 학자 중 최익한이 당시 동아일보에 '여유당전서를 독함'이라는 제목으로 총 65회 연재하면서 그의 사상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소화해냈다(그 연재물을 송찬섭 박사가 2016년 동명의 제목으로 엮고 간행). 그 내
-
[노트북]일자리 미스매치 해결되려면 지면기사
취재 도중 대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들은 모두 3∼4학년으로 취업을 앞두고 있는 '취준생'들이었다.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먹먹함이 전해졌다.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직장의 모습은 흔하게 생각하는 직장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정한 근무 기간 이후에도 새 직장을 갖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근무 환경과 적당한 보수가 그들이 바라는 목표였다. 물론 그들이 목표에 가장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은 대기업과 공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그들이 단순히 대기업과 공기업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취재 중에 만난 한 취업준비생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직업을 통해 이룰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된다면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흔히 생각하듯 취업자와 중소·중견기업의 일자리 미스매치는 단순히 월급이 대기업에 비해 적다는 발상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 구직자들은 기업의 연봉뿐만 아니라 비전과 기업 문화, 복지 등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직자들과 그들을 채용하려는 기업 사이에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고 구직자들이 원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 업체들도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자사에 대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 최근에는 국내 채용사이트에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채용관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채용박람회도 꾸준하게 열리고 있는 만큼 다양한 루트를 통해 기업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구직자와 구인 기업 사이의 간극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근 경제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경제부 기자
-
[노트북]문화의 힘 지면기사
얼마 전, 취재차 한 서양화가를 만났다. 양주의 작은 마을에 작업실을 열었는데, 그 아래 '그림가게'를 열고 단돈 9만원에 자신의 창작작품을 팔고 있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거나, 작품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공부한 전공자였고 미술협회 회원인 정통(?)작가다.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기자에게 그는 경험을 들려줬다. "우연히 동네 고깃집에 들렀는데, 내 그림이 벽에 걸려있었다. 내가 작업실을 정리하다 버린 그림이었다. 그래서 이 그림을 아느냐, 왜 걸어두었냐 물어봤더니 '나는 평생 그림을 벽에 걸어본 적이 없는데, 이 그림을 본 순간 벽에 걸어보고 싶었다'며 행복해했다. 동네 편의점 사장은 3일을 고민하다 내 그림을 사갔다. 나중에 그 사장의 딸이 '평생 엄마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나와 부둥켜안고 울었다. 동료들은 이런 나의 행동을 싫어하지만, 나는 9만원의 액면이 중요하지 않다. 예술의 본질이 그렇다."전 세계에 K-팝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기획사의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소기획사여서 방탄소년단은 애초부터 엄청난 자본과 물량으로 승부하는 그룹이 아니었다. 대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선율과 가사로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고 유튜브 등 SNS 채널을 통해 그룹과 음악을 알리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팬들과 소통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지금의 인기는 오로지 방탄소년단이 가진 문화콘텐츠의 힘만으로 해낸 성과였다.역사를 돌이켜보면 문화는 늘 무엇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정치력을 과시하기 위해,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아니면 가장 손쉽고 티 나게 수혜를 베풀 수 있는 복지수단으로 쓰이기 일쑤였다. 그것은 보수건 진보건 구분이 없다. 새천년이 밝았고, 역사상 처음 민주당이 경기도정을 장악했다. 하지만 문화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 이제는 문화가 가진 스스로의 힘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 /공지영 문화부 기자 jyg@kyeongin.com공지영 문화부 기자
-
[노트북]실향민 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 지면기사
경인일보가 지난해 연중기획 시리즈로 연재한 '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가 책으로 묶여 최근 출간됐다.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남한에 정착한 실향민의 분투기와 고향의 기억이 담긴 책이다. 지난 11일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G타워 대강당에서 '인천의 전쟁과 세계 평화 포럼'의 일환으로 북콘서트도 열렸다. 나는 책에 실린 실향민 17명 가운데 4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한 실향민 중 한 명인 함경남도 북청군 출신 이인창(89) 할아버지를 북콘서트에 초청했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10대 후반이던 해방 직후부터 화물트럭 운전기사 조수로 일하며 한반도에서 가장 험하다는 '삼수갑산'을 밥 먹듯 오르내리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에 징집됐다가 탈출해 한국군 빨치산 토벌부대에서 복무하고, 전쟁 이후에는 미군 GMC 트럭을 개조한 시내버스를 몰며 평생 운수업에 종사했다. 할아버지의 사연을 풀자면 한 편의 영화를 찍을 수 있을 정도다. 이렇듯 책에 실린 실향민 17명 모두의 이야기가 현대사의 단면을 그렸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북콘서트 때 사회자에게 "고향 북청에서 그리운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답변으로는 본인의 살아온 삶을 쭉 읊었다. 나중에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귀가 어두워 사회자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고 한다. 틀린 답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G타워 대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수를 보냈다. 한 세기 가까이 산 할아버지의 인생사가 청중들의 마음을 울렸다. 실향민 1세대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는 사라져 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역사로 남겨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북콘서트에서 "내가 땅에 묻혀서도 통일 후 남북에 흩어진 후손들이 이 책을 통해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귀한 기록을 남겨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노트북]정하영 김포시장의 긴급기자회견 지면기사
지난 8월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비난여론에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축협이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배경을 밝히는 자리였다.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은 막후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벤투 감독을 둘러싼 여러 의문도 상세한 설명으로 해소했다. 김 위원장의 진정성 있는 회견에 팬들의 마음은 상당 부분 누그러졌다.이달 1일 김포시청에서 비슷한 맥락의 풍경이 연출됐다. 김포도시철도 개통시기와 관련해 정하영 김포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시는 올해 4월 김포도시철도 역명을 기습변경했다가 철회하는 홍역을 치르고 5월에는 개통연기설이 불거져 시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다음 달 개통했어야 할 도시철도는 결국 내년 7월로 미뤄졌다. 김포시민들이 도시철도 개통에 민감한 이유는 김포가 그동안 '철도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계가 닿은 경기도 지자체 중 김포와 하남만 철도망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었다. 이마저도 5·9호선 연장이 추진되는 하남과 다르게 김포는 서울 경계까지 오가는 경전철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던 지난달 또다시 4~5개월 개통지연설이 불거졌다. 국토부 안전지침 개정에 따른 것이었음에도 시민 여론은 폭발했다. 시는 지침 개정 움직임이 있던 올해 초부터 자발적으로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새 지침이 적용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공동 대응을 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정하영 시장이 직접 언론 앞에 나섰다. 당시에는 보도할 수 없었지만, 국토부는 김포도시철도에 종전 지침을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시 측에 미리 알렸다. 하지만 국토부의 함구령으로 기자회견에서 이를 공개할 수는 없었다. 이례적으로 20여쪽 분량의 자료를 배포한 정 시장은 공사 및 대응 현황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정상개통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언론의 반응은 "좀 더 지켜보자"였고, 나흘 뒤에 정상개통하기로 결정됐다. 정 시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소통에 대한 의지로 읽혔다. 청사진과 고민을 시민과 공유하겠다고 강조
-
[노트북]한국지엠, 편안한 명절은 언제쯤 지면기사
올해 설 명절을 이틀 앞두고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군산공장 폐쇄가 한국지엠 전체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인천은 불안감을 안고 설 명절을 보내야만 했다. 또다른 명절인 추석이 지났지만 한국지엠 안팎의 우려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4월 노사 합의에 이어 정부지원이 결정되면서 한국지엠과 관련한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지엠이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인력을 따로 분리해 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 측이 법인분리를 통해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구조조정의 전 단계'라며 반발하고 있다.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회사 측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지엠이 법인분리를 위해 추진하는 주주총회에 대해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이 법인 분리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고 설명한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 역량 강화 등을 위해 법인 분리를 추진하는 것이며, 구조조정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비정규직 관련 갈등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창원공장 비정규직 773명을 직접고용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한국지엠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정부지원으로 회생한 한국지엠이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철수설로 인해 곤두박질쳤던 차량 판매량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출시한 이쿼녹스는 신차임에도 월 판매량 100대를 밑도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지엠이 노동자, 정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불신이 이어진다면 한국지엠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신뢰를 얻기 위한 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노트북]허위매물 신고 압박으로 집값 잡힐까 지면기사
지난 4월 취재 뒷이야기로 아파트 입주민들의 가격 담합 및 왜곡을 다룬 바 있다. 부동산에 의뢰된 아파트인데도 가격이 집주인의 의사보다는 부녀회 등 아파트 주민 단체가 행사한 압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내용이다. 특히 일부 아파트에서 주변 공인중개사들에게 주민단체가 정한 가격대로 중개하겠다는 서약서나 동의서까지 받는 실태까지 보도했다. 현행 부동산 법으로는 이들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방도가 없어 수년째 지지부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내용도 덧붙였다.그로부터 5개월.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더 널뛰었다. 부진한 매매 거래 속에 호가가 계속 오르는 비이상적인 현상은 더 가속화됐다.정부가 반년 가량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예상대로 아파트 주민단체의 이기적인 담합은 심화됐고 가격도 시장거래가 아닌 인위적인 요소에 더 영향을 받았다. 매물 가격을 높여 그 가격보다 낮을 경우 허위매물로 신고하는 불법 행위가 아파트 단지들 사이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은 일감 확보와 허위매물 신고 압박에 입주민들의 입맛대로 아파트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난 4월 6천700건이던 허위매물 신고는 지난달 2만1천800 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뒤늦게 정부는 지난 10일 허위매물 신고가 유난히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직적으로 허위 매물 신고를 통해 부동산을 압박했다면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다는 엄포도 놓았다. 하지만 이미 오른 집값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이도 손에 든 사탕을 뺏으면 우는 법인데, 정부의 뒷북 조치가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황준성 경제부 기자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기자
-
[노트북]'논란거리' 취급받는 교내 폭력 피해자 지면기사
옛말에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잔다'는 말이 있다. 피해자는 비록 해를 입었을지언정 가해자는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는, 긴 세월에 걸친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그러나 옛말은 틀렸다. 지난해 5월 군포시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보면 오히려 피해 학생이 그날 이후 1년 넘게 발을 뻗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아이를 이런 상황으로 내몰았을까.학교 측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다는 명분 아래 사건의 원만한 해결에 앞장섰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 학생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부족했다.사건 직후 학교는 다친 아이를 즉시 병원부터 데려갔어야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자그마한 얼굴이 무려 3㎝나 찢어진 상황이었다. 당시 아이의 겉옷 양쪽 소매에는 피를 닦아내 붉게 물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병원 치료가 최우선이었으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어른들 때문에 아이는 반나절이 지나고서야 수술대에 올랐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건지 혹은 '대수롭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이해가 힘든 대목이다.사건 이후 아이는 한동안 학교에 돌아오지 못했다. 아이가 결석을 해도 학교에선 연락조차 없었다고 부모는 증언하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면 할수록 자꾸 문제만 일으키는 사람으로 취급받았고, 심지어 다른 학부모들에게까지 손가락질받는 처지가 됐다. 그렇게 아이는 학교로부터 점점 멀어졌고, 한 학기를 통째로 쉬다시피 했다. 결론적으로 학교는 피해 학생을 보듬지 못했다.이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책임 있는 위치의 학교 관계자는 "이미 종결된 일로 재차 논란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입을 닫고 있다. 얼굴의 상처 못지 않게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아이와, 이를 곁에서 바라보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부모는 언제쯤 두 다리를 뻗고 잠들 수 있을까.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
[노트북]경인아라뱃길 활용법 모색해야 할 때 지면기사
올 상반기 경인아라뱃길 컨테이너 물동량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해양수산부 포트미스 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인아라뱃길에 있는 경인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만 32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만 1천130TEU보다 7% 줄어든 것으로 2012년 개장 이후 상반기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경인아라뱃길은 1992년 상습침수 지역인 굴포천 유역 홍수를 막기 위한 방수로 사업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1995년 민간 주도의 '경인운하' 사업으로 바뀌었다. 방수로 운하를 이용해 모래와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제성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2003년 감사원의 사업 재검토 지시로 사업이 중단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경인아라뱃길'이라는 새 이름으로 바뀌고, 사업 방식도 민간투자사업에서 공기업(한국수자원공사)이 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하지만 경인항의 물동량은 애초 계획에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인항을 찾는 화물선이 없기 때문이다. 정기 컨테이너선은 중국 톈진을 매주 한 차례 오가는 선박 한 척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컨테이너 화물을 하역하는 부두에서 벌크 화물을 처리하다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경인아라뱃길이 실패했다는 것에는 이견을 다는 이가 거의 없다.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동남아시아 등을 오가는 대형 컨테이너선은 경인항을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영종대교 통과가 불가능해 추가 항로 개설이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항도 벌크 화물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인항의 벌크 화물이 급작스럽게 늘어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이제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인천시는 물론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 앞으로 들어갈 경비는 최소화하고 그나마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찾아가야 할 것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