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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과 망각의 쌍곡선

    기억과 망각의 쌍곡선 지면기사

    잊고 싶은 것은 계속 기억되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누군가에게서 심한 모욕을 당한 일이나 기억하기조차 싫은 불행한 사건들은 시시때때로 생각이 나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어린 시절 학대받은 일이나 성적 폭력을 당한 사건은 평생동안 상흔으로 남아 어른이 되어서도 심신을 괴롭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잊어야할 것과 기억해야 할 것스스로 정리하는 시점이 '새해'마치 쭉정이와 검불은 날리고알곡만 모으는 키질처럼…새로운 한해를 보내기위한지혜이자 문화로 형성된 것반면, 밤새워 공부했던 것도 시험지를 받는 순간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시험을 망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리고 그냥 지나쳤다가 부부싸움을 하기도 하고, 아주 중요한 약속도 까맣게 잊어버려 낭패를 보기도 한다. 잊을 것은 모두 잊어버리고 기억해야 할 것만 영원히 기억하면 얼마나 좋을까!새해는 지난 한해의 삶에서 잊어야 할 것을 잊어버리는 좋은 기회이다. 새해의 풍습이 바로 그 방편이 된다. 나라마다 문화에 따라 그 주기와 기간은 다소 다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새해가 다시 시작한다고 여기고 갖가지 새해맞이 행사를 한다. 새로 옷을 지어 입기도 하고 새로 만든 특별한 음식을 먹기도 한다.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이 노래와 춤, 산해진미와 온갖 술로 축제를 열기도 한다. 남녀노소와 귀천빈부도 구별하지 않고 모두 즐겁게 놀면서 먹고 마시면서 즐긴다. 일상의 생활을 떠나, 공부와 일에서 해방되어 마음껏 놀다보면 지난날들의 아픔과 슬픔을 잊게 되는 것이다. 더 이상 과거를 묻지 않을 수 있도록 잊을 것을 잊어버리는 시간이 새해이며, 그래야 새해다운 새해가 된다.새해에는, 그러나 그냥 먹고 놀지만은 않는다. 조상들에게 제사도 올리고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한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픈 소원을 빈다. 지난날의 잘못과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새해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다시 환기하는 절기이다.꼭 기억해야 할 것을 마음 속 깊이 되새기는 때이다. 조상들이 가르쳐준 유훈을 회상하고, 신이 지키라고

  • 진정한 지식인, 강수 선생

    진정한 지식인, 강수 선생 지면기사

    지난해 말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출마한 후보가 몇 있었지만 유권자의 관심을 집중시킨 유력한 후보는 두 분이었고, 사실상 두 분에 대한 찬성과 반대로 선거는 극심한 양자 대결양상으로 진행되었다.신라시대 상위계층의 대학자합리주의 입각한 유교적 실천 노력삶과 학문 일치된 모습 보여줘…오늘날 우리 사회의 지도층편협된 주의·완고한 명분 아닌말·행동에 대한 신념·책임 필요그 과정에서 사회지도층과 지식인이란 많은 사람들이 서로 두 후보를 지지한다고 표방하면서 이른바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장마철의 개구리 울음소리처럼 시끄러웠다. 물론 여기에는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 정책과 공약에 뜻을 같이하여 그런 경우도 있었지만, 반면 한편에서는 그저 주변 사람들이 다른 후보를 나쁘다, 비호감이라고 하자 그쪽에 부화뇌동해야만 지식인인양 착각하고 행동한 사람들도 있지 않았나 한다.평소 학문적 성향이나 언행으로 보건대, 저 사람이 저랬나? 그런가? 하고, 보는 이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한층 가관인 것은 이런 사람일수록 더 과격하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튀고자했다는 것이다. 신라 삼국통일에 지대한 공로가 있는 대학자요 문장가인 강수 선생이 계셨다.그는 본디 멸망한 가야의 후손이었지만 신라에 들어와 골품제에서 6두품이란 상위 지배층에 속했다. '삼국사기'에는 강수가 어릴 적에 학문의 방향을 정할 때 있었던 아주 유명한 일화가 실려 있다.아버지 석체 나마가 강수의 학문의 뜻을 알고자 해서 묻기를 "네가 불교를 배울래? 유교를 배울래?" 하니, 강수가 대답하기를 "제가 듣기로 불교는 세상 밖의 가르침이라 합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사는 사람이오니 유학자의 길을 배우고자 원합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여 관직에 오르고 학자로서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다.한편 강수가 일찍이 신분이 낮은 대장장이 딸과 야합하여 둘 사이의 애정이 퍽이나 깊었다. 이 사실을 모르는 부모는 강수의 나이 20세가 되자 용모와 행실이 아름다운 읍내 여자를 골라 중매를 통해 그의 아내로 삼게 하려 했다.그러나 강수는 두 번 장

  • 봄을 기다리지 말라

    봄을 기다리지 말라 지면기사

    12월 내내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12월 추위로는 1956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엄동설한이란 말이 실감난다. 지구 온난화의 업보인지 기후변화의 역설인지 몰라도 그렇지 않아도 경제난에 움츠러든 어깨가 더욱 힘들어 진다.그러고 보니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엄동설한이라는 말을 잊고 살았던 듯싶다. 1960~70년대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도 길었다. 초등학교 때 쉬는 종이 울리면 추운 교실 안에 있기보다 바깥으로 나가 양지바른 건물 벽에 붙어 서서 해 바라기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그 때는 어린 마음에도 참으로 봄이 기다려졌었다. 그 때 우리가 기다리던 봄은 등 따습고 배부른 시절에의 염원이었다. 그래서 봄은 간절함이었고 희망이었다.2012년 겨울. 이제 우리가 기다리는 봄은 무엇인가. 학교는 전기난로와 중앙집중식 난방으로 훈훈해졌지만 예전처럼 씩씩하고 생기발랄한 아이들의 모습은 없다. 정신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이 내몰린, 벌써부터 지쳐버린 영혼들이 이리저리 쓰러져 있을 뿐이다.등 따습고 배부름을 실현한 자랑스러운 우리, 그러느라고 너무 바쁘고 각박했던 우리, 그 춥고 배고팠던 시절의 트라우마에 지금도 시달리고 있는 우리, 그래서 아이들에게서마저 여유를 박탈하고 있는 우리. 얼마나 더 따뜻하고 얼마나 더 배가 불러야 하는 것일까.우리에게 봄은 이제 더 이상 등 따습고 배부름을 갈구하는 상징이 아니다. 봄은 따스함, 봄은 밝음, 봄은 푸르름, 그리고 자유로움인 그 본래의 의미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봄을 만끽할 수 있게, 꿈을 꿀 수 있게 놓아 줄 때가 된 것이다.방법은 있다. 선행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미래를 당겨쓰는 사교육의 상업 마케팅을 금지하고, 학교 선생님들이 보람을 캐는 교육자의 자리로 돌아오고, 정치는 양질의 직업을 많이 만드는데 능력을 발휘하는 제자리로 돌아올 때에 가능하다.1960~70년대의 봄은배부른 시절을 향한 간절함지금 우리가 기다리는 봄은따스함, 밝음, 푸름, 자유로움…각박했던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아이들에게 여유와 꿈을 줘야희망적인 것은 우리사회가 삶의

  • 웰빙에서 힐링으로

    웰빙에서 힐링으로 지면기사

    한 때 웰빙(wellbeing)이 대세였다. 언론에서든 출판에서든 너나없이 웰빙을 말했다. '편안함', '안녕', '복지', '행복' 등이 웰빙의 원래 의미이고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지시하는 말이다. '참살이'라는 멋진 우리말도 널리 사용되기도 했다.우리 사회에서는 웰빙이 주로 건강이나 장수(長壽)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었다. 웰빙이란 수식어를 붙인 온갖 식품들이 나왔고, 다이어트도 운동도 모두 웰빙을 위한 것으로 여겨졌다. 웰빙 보조약품도 있고 웰빙여행에 웰빙의복까지 갖가지 웰빙 상품이 넘쳐났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웰빙이라 여기고, 그러기 위해서는 몸이 건강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받아들여진 것이다.'잘 먹고 잘 사는 것' 자체가행복한 삶 보장 할수는 없어정신적 평안·건전함 더해져야…억압·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우리사회를 치유할 수 있어이웃·자연과 더불어 사는삶 필요건강해야 행복할 수 있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지만, 건강 자체가 행복과 안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잘 먹는 것이 잘 사는 것의 전부는 아니다. 육체적으로 건강한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평안하고 건전해야 참된 의미의 웰빙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최근에 힐링이란 말이 더 자주 회자되고 있는 것도 웰빙이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단면적 인식의 결과일 수 있다고 본다. 어쨌든 최근에는 웰빙보다는 힐링이 뜨고 있다.'치유'(治癒)라는 의미의 힐링(healing)은 '완전해지는 것' 혹은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로 정신적인 치유의 의미로 힐링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지만, 육체적으로 상처가 나거나 병이 들었다가 회복되는 것도 힐링이고,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억압을 받아 괴로워하다가 평온하고 자유로움을 얻게 되는 것도 힐링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치유되는 것이 힐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힐링의 의미가 가장 실제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이 종교일 것이다.

  • 당성의 역사문화와 개발에 대한 단상

    당성의 역사문화와 개발에 대한 단상 지면기사

    인간은 땅을 중심으로 생활하기에 지역과 국가는 물을 경계로 나뉜 경우가 많다. 물에는 크고 많은 위험과 어려움이 있지만 사람들은 왕래하고자 한다. 바다의 경우는 안전한 항로를 찾고, 튼튼하고 빠른 배를 건조하고, 바다로 출입하기 편리한 지역을 택하여 시설을 갖추면서, 한편으로는 항해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안녕을 추구하는 신앙심을 발현하였다.서해 당은포 물류·무역 요충지中 당나라~신라 사신 교류 길패권 타툼 끝에 진흥왕때 복속해로 기착지 한반도 입국 관문고대 해상 실크로드 역사 간직사신 길 복원 등 정비계획 앞둬신라는 황해를 건너 중국 당나라와 교류에 노력하였다. 당의 도움을 받아 삼국을 통합하는 과정에서는 물론, 이후에도 신라의 국제적 위상과 국내 정치와 사회·경제 및 사상·예술 등에서 당과 관계는 중요했다. 당 또한 신라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에 양국간에는 잦은 사신과 상인, 승려 등 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있었다.한반도의 서해안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다. 이런 까닭에 신라와 당 사람들은 대부분 서해안 항구를 이용하였다. 신라에서 당으로 가는 사신은 왕경 경주를 출발해 육로로 서해안에 이르고, 배를 타고 황해를 건너 중국 동해 연안에 도착한 뒤, 육로로 당 장안에 갔다. 반대로 당에서 신라로 오는 사신은 장안을 출발하여 바닷가에 이른 뒤, 황해를 건너 신라 서해안에 도착하고, 육로로 경주에 들어갔다.신라시대 서해안의 항구로는 화성 남양만의 당은포, 당진의 대진, 옥구 임피면 금강 하구의 진포, 부안 변산반도 남단인 희안현 연안, 나주 영산강 하구의 회진 등이 있는데, 이 중 당은포가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었다. 당은포는 '당성' 또는 '당항성'이라고 불렸다.백제 영역이었으나, 고구려에 점령되어 '당성군'이 되었다가, 진흥왕 때에 신라에 복속되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이곳을 빼앗긴 백제는 642년 고구려와 함께 공격해 신라가 당과 통하는 것을 막고자 했고, 신라 선덕여왕은 사신을 보내 당에 이것을 알렸다.이처럼 당과 교통요충지로서 신라가 삼국통일을

  • 안철수 현상은 미래진행형인가

    안철수 현상은 미래진행형인가 지면기사

    18대 대선도 네거티브와 흠집내기, 지역정서에 호소하는 선거전략 등 역대 대선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몇 가지 차이가 있다.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정당 제대로 표출시키지 못해무당파·중도층에게 나타난새로운 메시아 안철수새정치·쇄신의 아이콘으로서대선 이후 모습이 궁금하다우선 여야의 정책동조화 현상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일자리 창출, 정치쇄신 등이 주요 어젠다들이다. 16대 선거때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선거판세 전체를 흔들었고, 17대 대선이 이명박 후보에게 쏟아진 비리와 의혹에도 불구하고 견고하게 경제살리기 어젠다가 대선정국을 관통했던 것과는 큰 차이다.둘째, 민주화 이후 선거때마다 예외없이 등장했던 대통령에 대한 여당의 탈당 요구나 스스로 탈당했던 정치적 데자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일단 정당정치의 책임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다. 더 중요한 관점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살아있는 권력'과의 적절한 수위에서의 관계 조절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셋째, 이전 대선과의 가장 큰 차이이자, 한국정치가 고민할 지점을 제공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 국면에서 후보직을 일방적으로 사퇴한 이후, 오히려 안철수에 대한 여야의 쏠림 현상은 절실해지고 있는 국면을 맞고 있다.부동층의 향배가 다시 대선 정국의 핵심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그를 지지했던 무당파와 중도층이 다시 부동층으로 돌아선 결과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로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부동층이 늘어난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가 박 후보에게 돌아선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안철수는 기존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정치판에는 혜성처럼 나타난 정치신인이다. 아직도 '정치'라는 단어를 그에게 붙이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대선 이후에 정치를 업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엄연한 정치인이다.이 부분이 역설적으로 현재진

  • 아카사키 촌의 화분

    아카사키 촌의 화분 지면기사

    아카사키 촌은 일본에 있는 마을이 아니다. 인천광역시 동구 만석동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이 시려운 등을 기대고 사는 도시 가운데의 낮은 언덕배기 쪽방촌이다. 성장·팽창에 길들여진 사회더 많아지고 빨라지지 않으면불안에 빠져 증오만 키워이러한 '성장기 갈등' 해결너그러운 사회분위기 조성할진심·역량있는 지도자 그리워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필자의 가슴에 아리게 그러나 훈훈하게 남아있는 그 마을은 일본식 이름이 말해주듯이 생겨난 유래부터 아픈 기억을 가진 '붉은 땅(赤琦)' 위에 지어진 일제치하 부두공사장 노동자들의 창고형 집단 합숙소였다. 해방 후 낡은 건물의 내부를 합판으로 얼기설기 칸을 치고 천장을 대어서 허리를 펴고는 들어갈 수 없는 2층짜리 쪽방을 만들어 갈 곳 없는 이들이 들어와 살았다. 아침이면 공동변소 앞에 줄을 서야 했다. 1989년 12월 말 동구청장으로 임명 받은 필자가 취임식에 가기 전 맨 먼저 방문한 곳이 거기였다. 초겨울 한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코끝이 매워서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그러면서 내가 설 곳이 여기로구나, 내가 해야 할 일이 여기 있구나 하며 의지를 다잡았었다. 그러나 정말로 나를 울렸던 것은 그 이듬해 봄이었다. 늘 순찰코스에 넣어 들르던 중에 쇠약한 노인네 두 분이 사는 칸에 갔을 때 집 앞에 나란히 열 지어 선 허름한 화분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직업 없는 남편과 초등생 아이들을 힘겹게 키우던 억척 아주머니네도, 막일 가서 아무도 없는 위칸 집에도, 집집마다에 옹기종기 투박한 화분들이 보였고 꽃들은 건강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이들은 화장실만 공동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물도 멀리 공동수도에서 길어다 써야 했었다. 이들은 찢어지게 가난한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고 작으나마 행복을 키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로 고마워서 눈시울이 적셔 왔다. 그 당시 그 희망의 싹은 온 국민의 것이었고 우리의 하나로 된 힘과 면면히 이어져 온 지혜의 각성을 바탕으로 아낌없이 쏟아 낸 땀방울은 기적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나라는 발전의

  • 과학과 종교는 다르기 때문에 상보적일 수 있다

    과학과 종교는 다르기 때문에 상보적일 수 있다 지면기사

    아직도 천동설을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달은 지구 주위를,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태양은 은하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은 초등학교 학생들도 아는 과학의 상식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태양이 떠오르고 달이 진다고 말한다. 한 해가 가면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고 말해야 과학적인 발언일 수 있겠지만, 우리의 감각은 지구를 도는 것처럼 보이는 태양에 더 민감하다. 지구가 자전(自轉)하고 공전(公轉)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느끼지 못한다. 분명 우리의 눈에는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보이고, 석양을 남기며 산 너머로 지고 있는 붉은 해가 보인다. 정월 초하루(설날)의 태양은 새해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바라보며 두 손 모아 소원을 빈다. 몸이 아픈 환자에게과학자로서 의사의 치료와성직자의 기도, 모두 필요해세계와 인간에 대한 다른관점아름다운 조화 이뤄가야사람들이 세계를 보고 인식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망원경으로 달의 분화구를 볼 수도 있지만, 계수나무와 방아 찧는 토끼를 볼 수 있는 마음의 눈도 있다. 하늘에 맞닿아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고,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더 가치가 있는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분명 다르지만 모두 의미 있는 삶이다.과학과 종교의 갈등은 해묵은 논쟁거리이나 여전히 뜨거운 관심거리가 되곤 한다. 특히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립은 우리 사회에서조차 '교과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계속 재연되고 있다. 진화론에서는 모든 생명이 진화의 과정을 밟으며 인간도 진화의 산물로 본다. 창조론은 신이 인간도 생명도 세계도 모두 창조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두 이론에 모두 다양하고 복잡한 견해들이 있고 더 많은 입장들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두 주장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진화론은 과학의 관점이고 창조론은 특정 종교의 관점이다. 진화론에 대한 논의는 과학적 탐구의 과정이고, 창조론의 수용은 믿음의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 시간에는 과학적 이론인 진화론을 가르쳐야 한다. 종교적 설교

  • 한국 성씨의 진실과 거짓

    한국 성씨의 진실과 거짓 지면기사

    최근에 성씨의 출자와 조상 찾기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 다문화사회가 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의 혈연적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현상으로 보겠다. 물론 그것이 긍정적 기능을 하지만 때로는 역기능도 한다. 조상과의 연계와 혈연의식을 표현하는 대표적 방법이 각 개인의 성씨와 이름을 통해서라 하겠다.한국인은 누구나 성명이 있으며, 성명에서 성과 본관은 소속 가문을, 이름은 흔히 가문에서의 세대수를 나타내는 항렬자와 각 개인을 구별하는 글자로 되어있다. 그러므로 한국인의 성명은 개인의 구별뿐만 아니라 가문의 세대까지 드러내주는,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인의 성씨에서 가장 큰 특징은 본관제도이다. 본관은 조상의 출신지 또는 씨족의 거주지를 성 앞에 붙여서 사용하게 된 것으로, 대개 고려초 이후 성이 일반화되는 과정에서 혈족계통을 달리하는 같은 성이 많이 생겨남에 다른 혈족의 성과 구별하기 위해 쓰이게 되었다.조선후기 신분 해방전까지인구 절반은 성씨 없이 지내격동의 시대에 위조족보 판쳐혈족 아니어도 동성동본 오인성씨에 대한 배타적 현창 보다사실 여부 검증 먼저해야성이 같아도 본관이 다르면 다른 혈족이다. 반드시 성과 본관이 같아야만 동족이 된다. 하지만 이것도 원칙론이지 실제는 예외가 많아 대단히 복잡하다. 씨족의 뿌리를 같이하면서도 성 또는 본관을 달리하는 성씨가 있고, 반대로 다른 혈족이면서도 성과 본관을 동일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보니 실제 동일 직계는 물론 친족도 아니면서 동성동본으로 오인된 경우가 있다. 그 연유는 후대에 여러 이유로 고치고 바꾼데 있지만, 그 중에는 처음 고려 태조가 사성과 사관하면서부터 그렇게 유래된 것도 더러 있다.태조의 사성은 특정한 세력가 개인에게 준 경우도 있었지만, 때로는 그의 친족 구성원과 집단에 포함된 일정지역의 모든 양민에게 주어졌을 것이다. 후삼국을 통일한 뒤 공신들과 고위관료 및 협조한 세력가들에게 출신지를 본관으로 하는 성씨를 내렸다. 그리고 전국 군현을 개편하여 명칭을 변경함과 더불어 각 지역의 토착 유력층에게 토성을 분정하고

  • '스윙 보터'의 선거

    '스윙 보터'의 선거 지면기사

    어느 선거나 부동층의 향배가 승패를 가른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어느 선거보다 부동층이 줄어들고, 대신 '스윙 보터'라고 불리는 유동층이 선거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이들은 현재 10%내외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 변동은 그래서 거의 한 달째 고착화된 상태이다. 통념적 분석은 각 후보의 공약이 결정적 차별성을 드러내지 않고, 정수장학회와 NLL 공방, 야권후보 단일화, 여성대통령론, 투표시간 연장 관련 등 정치공학적 접근이 유난히도 대선 정국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지지율의 고착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16대, 17대 대선때의 수도 이전이나 대운하와 같이 대선의 명운을 가를 대형 공약이 없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한국정치 관통 '진영논리'보수 vs 비보수 구도 양분후보3인 지지율 고착화정책·공약도 큰영향 못미쳐10%내외 변덕스런 유동층승패 좌우할 키 가져그러나 유심히 들여다 보면 한국정치를 관통하는 진영논리가 주범이다. 한국정치의 기본 지형은 보수와 진보의 양립 구도가 아니라, 보수 대 비보수의 구도이다. 현재의 정당체계로 보면 새누리 대 비새누리의 얼개로 짜여져 있는 형국이다. 진보가 집권했던 15대 선거는 DJP 연합으로 진보 진영이 승리할 수 있었다. 이는 보수의 분열로 인한 보수 진영의 패배로 보는 것이 야권의 단일화로 보는 것보다 설득력이 있다.보편적 분석과 전망에 의하면 결국 이번 대선의 표심은 40대와 50대 초반이 좌우할 것이라고 한다. 대학시절에 민주 대 반민주의 정치구도를 타파하는 대열에 섰던 나이든 386이 현재의 40대 중후반과 50대 초중반이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을 꼽는다.그러나 이는 어찌보면 도식적 분석이다. 부산도 대선의 향배를 가를 지역이라고 하고, 충청은 영원한 캐스팅 보트다. 호남은 또 어떤가. 야권 지지의 정치적 상징이지만 지난 총선때 새누리당의 약진도 돋보였던 지역이다. 제주와 강원은 유권자의 비율은 적지만 어차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선거에서 어느 지역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러한 분석은 대선의 핵심을 관통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