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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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영화 속 과학이야기 '판도라' 지면기사
국내 원전은 '규모 7.2 지진'에도 견디도록 설계 사고 발생땐 수소가스 배기해 격납건물 폭발 안해지난 연말에 개봉한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가 흥행하면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느낀다. 영화 자체는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해서 제작됐다고 하지만, 영화를 본 많은 사람에게 우리나라의 원전 안전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영화는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원전인 한별 1호기 냉각재 밸브에 균열이 생기고,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원자로 격납건물이 폭발하고 국민들이 방사능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영화 전개를 보면 감독은 아마 후쿠시마 사고를 기반으로 영화를 만든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의 핵심원인인 규모 9.0의 대지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는 등장하지 않는다. 위의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설정됐다면 과학자들도 영화 전개에 대해서 많은 부분 공감을 할 수 있으나 영화에서 나타난 규모 6.1의 지진과 쓰나미가 없는 전개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입장에서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우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쓰나미가 몰려오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원전의 경우 지진 발생이 감지되면 제어봉이 자동으로 작동해 핵분열 반응을 멈추게 한다. 그러나 핵연료는 여전히 고온 상태이므로 냉각수를 공급해 온도를 낮춰야 한다. 냉각수를 공급하려면 모터를 돌려야 하고 모터를 돌리려면 전기가 있어야 한다. 모터를 돌리지 못하면 핵연료 온도는 점점 올라가서 피복관이 녹아내리게 되는데 이것이 중대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후쿠시마에서는 대지진으로 송전탑이 쓰러져서 전기공급이 끊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원전 내 비상 디젤발전기를 설치해 대형사고를 막게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원전과는 달리 후쿠시마 원전의 비상 디젤발전기는 지하에 설치되어 있었고 쓰나미가 덮치면서 비상발전기를 침수시켜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지진 발생이 곧 대형 원전사고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인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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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메릴 스트립의 용기 지면기사
'할리우드·배우·권력·언론이란 무엇인가' 언급우린 지금 '물러나는 권력' 열정적으로 비판하지만그녀가 맞선건 '들어서는 권력' 트럼프였다는 사실최근 특검이 밝힌 바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창작과비평'이나 '문학동네' 같은 좌파 문예지들만 지원하고 건전 문예지들은 지원을 안 해서 건전세력이 불만이 많으니" 해당 출판사에 대한 지원을 삭감하라는 지시를 직접 했다고 한다. '좌파 문예지' 제작자들을 감옥에 처넣지 않고 그저 돈줄만 죄었으니 차라리 고맙다고 해야 할까. 사실 할 수만 있다면 그들은 반대자들을 배제(exclusion)하는 정도가 아니라 절멸(extermination)시켜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배제(exclude)에는 포함(include)이라는 반대말이 있지만 절멸(exterminate)에는 없다. 그것은 말 그대로 끝장내버리는(terminate) 일이다. 저들을 '괴물'이라고 간주해 버리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나를 그들로부터 완벽하게 구별/구원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윤리적 판타지다. 다른,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끔찍한 이들에게 나도 그런 욕망을 품는다. 비근한 예로 나는 광화문에서 단식 중이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 앞에서 피자를 시켜 먹는 이들을 보며 저들을 절멸시켜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나는(우리는) 그러지 않는다. 인정과 공존의 윤리를 교육받은 민주 시민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감히 그런 욕망을 실천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질 수 없으므로 그러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면? 그러므로 권력은 위험한 것이다. 배제 혹은 절멸에의 욕망을 강하게 품고 있는 자가 권력을 가지게 될 때 특히 그렇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필요한 것이다. 권력자가 자신의 욕망에 패배하지 않도록 그의 욕망을 대신 감시해 주는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난 8일 골든 글로브 시상식장에서 메릴 스트립이 그의 놀랍도록 용기 있고 지적이며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통해 내게 새삼 가르쳐준 사실이기도 하다. 5분 30초 동안 진행된 그 연설은 구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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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박사모의 헛다리 지면기사
'최순실 국정농단' 태블릿피씨 통해 최초 입증모든 사실 검찰수사 통해 밝혀진 것들이기 때문"최순실 것 아니다"라는 한결같은 주장 아쉽기만"한번도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 "피곤해서 태반주사 좀 맞은 게 그렇게 큰 죄가 되느냐?"시간은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 그때는 몰랐던 것을 시간이 지나서 깨닫는 경우도 있고, 아무리 아픈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되게 마련이다. 또한 시간은 궁지에 몰린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곧 하야라도 할 것 같던 박근혜 대통령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유의 뻔뻔함을 회복했다.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촛불을 들었던 12월 2일, 박사모를 봤다. 그들은 서울역 한구석에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박대통령은 죄가 없다고 외치고 있었다. 수십명 될까말까한, 초라한 행색의 그들을 보면서 분노보다는 연민의 감정이 먼저 들었다. 주군의 활약에 힘을 얻어서일까, 한동안 웅크리고 있던 박사모도 힘을 낸다. 이젠 박사모도 광화문 한편을 내놓으라고 당당히 요구한다. 숫자 또한 늘어서, 이제는 수만명의 인파를 헤아린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도 상당부분 박사모의 것이다. 하지만 그 댓글들을 보면 좀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그들이 헛다리를 짚고 있는 듯해서다. 지금 그들이 물고 늘어지는 것은 JTBC가 특종으로 보도한 태블릿피씨다. (1) 그 취득 자체가 불법으로 이루어진 데다, (2) 그게 최순실의 것도 아니며, (3) 안에 담긴 내용도 다 JTBC의 조작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태블릿피씨에 매달리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박대통령이 이 지경으로 전락한 시초가 다 태블릿피씨가 아니던가. 그래서 그들은 다음과 같은 환상에 빠진다. 태블릿피씨만 없애버린다면 박대통령이 탄핵당할 일도 없고, 박대통령이 최순실의 지시를 받고 나라를 다스리던 그 아름다운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말이다. 그들의 단순무식함이 한편으로는 부럽고, 또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이 시점에서 태블릿피씨는 없어도 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태블릿피씨가 박정권의 몰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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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두차례 분수령이 예상되는 2017년도 한반도정세 전망 지면기사
2~3월 실시 한·미합동 군사훈련과 차기정부 출범국민·남북·국제사회의 대북정책, 위기 기회될 수도2017년은 한반도의 긴장국면이 지속될 것인지,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것인지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정세는 탄핵정국의 촛불집회, 개헌담론과 대선정국, 그리고 지도자와 정책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 속에서 다소 혼란이 예상된다. 탄핵의 결과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특검과 탄핵의 결과가 다르면 대립과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개헌담론이 부각되면 정당정치는 사라지고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이루어질 것이다. 대선은 정책경쟁이 아니라 이념경쟁의 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념경쟁에서 진보는 평화안보를 강조하고 보수는 대결안보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평화안보는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는 탈냉전적 사고이다. 대결안보는 북한을 인정하지 않는 냉전적 사고이다. 보수가 안보를 잘한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의 왜곡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권력집중을 비판하지만 직접선출을 선호한다. 개헌은 찻잔속의 미풍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차기정부는 6월 중 출범이 예상된다.북한 국내정세는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강화가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1월 8일), 김정일 출생 75주년(2월 16일 광명성절), 김일성 출생 105주년(4월 15일 태양절), 인민군 창건 85주년(4월 25일), 백두산위인 칭송대회(8월 중), 김정숙 출생 100주년(12월 24일) 등 정유년의 정치행사가 잡혀있다. 김정은 위원장을 김정일과 김일성의 동격 반열에 올려놓는 우상화작업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핵보유국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군사강국을 선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핵보유국의 동등한 입장에서 미북 군축협상 또는 평화협정 논의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분야는 자강력제일주의와 북중간의 교류협력을 유지하면서 6·28 조치와 5·30 방침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장마당을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하면서 생필품의 수요와 공급 균형을 유지시킬 것이다. 고위관료들에게는 공포정치를 펼치면서 주민들에게는 친화정책으로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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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가벼움의 미학 지면기사
자신의 생각 유머스럽게 표현 하는건 소중한 가치엄중한 시절 관용과 너그러움의 회복을 기다린다처음 유학을 갔더니 영어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비속어를 도통 모르는 탓이라 지레짐작하고 공부를 하려고 이 분야의 강자라는 에디 머피의 스탠딩 코미디 비디오를 빌려다 여러 번 들었다. 인종비하에서 여성비하까지, 난무하는 온갖 금기어는 심약한 청년에겐 가히 문화적 충격이었다.이런 발칙한 비디오를 파는 나라에서, 소수인종의 대학입학 비율을 정한 '입학 쿼터제'가 비하적 표현이라며 난리더니 긍정행동(affirmative action) 정책이라는 난해한 표현으로 정리되는 건 또 뭔지. 풍자와 해학의 표현 자유는 존중하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전혀 다른 수준의 엄정한 잣대를 고수하는 건가.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가 항상 지금 같진 않았다. 매카시즘의 출현이 한고비였는데, 1950년부터 6년간 지속한 2차 적색공포 시기에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J. McCarthy)에 의해 주도됐다. 정치인뿐 아니라 할리우드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연예인 다수도 핍박받았고, 과학자도 광풍을 피해 가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대량살상무기의 파괴성을 절감하고 반전 평화운동에 나섰던 아인슈타인이나 오펜하이머가 그랬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리더로 원자폭탄을 탄생시킨 오펜하이머는 1954년에 한 달 동안 상원 청문회에 불려가 고초를 겪었다. 중국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 첸쉐썬(錢學森)은 매카시즘의 감시와 통제를 못 견디고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간 탓에, 매카시즘이 중국에 보낸 최대의 선물이라고 한다.저명한 수학자 스테판 스메일은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며 반전운동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활동을 한 덕분에 한때는 미국을 피해서 브라질의 순수응용수학연구소(IMPA)에서 연구활동을 했다. 1966년 모스크바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 강연을 하면서는 소련 정부의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바람에 구금되어 외교 문제로 비화하기까지 했다. 표현의 자유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솔제니친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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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혐오와 농단 지면기사
올해의 단어는 단연 '미소지니(여성혐오)'·'국정농단'대통령과 비선실세들 이익 저울질하느라 국정 망가뜨려40대이상 남성 구조적 폭력 주체 되지않도록 성찰 필요'올해의 단어'를 꼽으라면 가장 강력한 두 후보가 바로 '미소지니(misogyny, 여성혐오)'와 '국정농단(國政壟斷)'일 것이다. 물론 신조어는 아니어서 그간 사용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학계 내부에서 사용되거나 신문 기사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말이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2016년에는 한국어 사용자 모두에게 널리 받아들여지기에 이르렀으니 올해의 단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하나의 언어공동체가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 일이 갖는 의미는 크다.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으나 간과되거나 무시되다가 정확한 개념이 언중에게 주어질 때 뒤늦게 가시화되고 공론화되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일단 '미소지니'라고 먼저 쓰고 '여성혐오'를 괄호 안에 넣은 것은 이 번역어 자체가 최선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어서다. "근대에 이르러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하고도 정교한 방식으로 여성이 배치된 원리 그 자체를 가리키는 미소지니의 구조적 측면이 이 용어[여성혐오]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김신현경) 핵심은 '구조적 혐오'에 있는데 그보다 '개인적 혐오'의 층위를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 그래서 남성들로 하여금 '나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다'라는 개인적 층위의 반론을 제기하게 만드는 면도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말을 어떻게 바꿔도 이해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지만 말이다. 딴에는, 이참에 '혐오'라는 말 자체의 근본적 의미를, 이를테면 애초 '혐오'라는 감정 자체가 전적으로 자발적인 것만은 아니라 '구조'에 의해 습득된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새롭게 성찰해 보기 위해서라도, 번역어를 교체하지 말고 그냥 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번역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 이 사안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도 나쁠 것 없다는 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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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느려도 법치주의를 따라야 한다 지면기사
엄중한 '대통령 탄핵' 헌정사적 불행 우리 눈앞에가결땐 헌재심판 과정서 많은 의혹 사실여부 가려져대통령·여야, 정략적 판단 계산기 두드릴때 아냐박근혜 대통령의 검찰수사 거부에 비판이 쏟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수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약속을 어긴 게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누가 강요했던 것도 아니다. 국민 앞에 공표한 담화에서 스스로 밝힌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법치주의의 요구 때문이다. 대통령도 법 앞에서는 일반 국민과 다를 바 없다는 국민의 법감정을 무시한 것이다. 법치에 대한 요구는 이처럼 국민의 생각 속에 스며들어 있다. 최고 권력자도 법에 따라야 한다는 법치주의 사상은 기실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우리의 경우는 더구나 그렇다. 나와 같은 대다수 장년층은 헌법마저 장식에 불과했던 엄혹한 시기를 몸소 겪었다. 복잡한 심경으로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는 것도 그래서이다. 매일 같이 경쟁하듯 박 대통령과 관련된 이상한 소식이 쏟아져 나온다. 더 듣고 싶지도 않은 내용 들이다. 급기야 청문회 석상에서 '최순실-박근혜 공동정권' 얘기까지 나왔다. 차은택씨가 최씨에게 장관과 수석을 추천하니 그대로 되는 걸 보며 이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다고 증언한다. 정말 이럴 수가 있나. 분노, 자괴감, 배신감, 허탈함에 휩싸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실이라면' 당장이라도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게 마땅하다.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파면이 정당화되는' 기준을 이렇게 설정했다.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만 보면 이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는다.문제는 아무것도 '확정된 사실'은 없다는 점이다. 수많은 국정농단 사례들을 보면서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언론보도는 여전히 의혹 수준이다. 아직 법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검찰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법의 문턱을 겨우 넘었지만 갈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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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트럼프 행정부 '先이익後동맹' 전망 지면기사
한미동맹 유지하되 현안 조정 '실리주의'로 갈 듯'북핵불용 원칙' 고수하며 수단은 냉·온탕법 예상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기간 클럽이나 거리에서 수많은 얘기들을 쏟아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담론을 지배했다. 지지자들은 1970∼80년대 세계화정책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다고 불평했다. 굴뚝산업이 해외로 빠져 나간 자리에 정보통신(IT)산업이 들어 왔지만 일자리는 화이트칼라가 차지했다고 지적했다.한반도 안보문제와 관련된 트럼프 당선자의 지배담론은 한미동맹, 방위비, 북핵문제로 요약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과정은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대선공약에서 상호모순점이 많다.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공약과 공화당의 정강정책간의 충돌 부분도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실리주의와 정책참여 예상자들의 이념주의간의 갈등도 예상된다.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다. 동맹도 필요하지만 미국의 국가이익을 중시한다. 공화당은 '미국의 부활'을 주장한다. 동맹강화를 통해 미국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국제무역이 곧 미국이익이라는 인식을 가진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정 참여 예상자들은 '강경 보수적 성향'을 지닌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마이클 플린(Michael Flynn), 부보좌관 내정자 개슬린 맥파랜드(Kathleen McFarland), 유력한 국방장관 후보자 제임스 매티스(James Mattis) 등은 네오콘이라고 불리는 신보수주의자들이다. 네오콘은 군사력이 국력의 원천이고 미국의 패권질서 유지를 위해 선제공격을 포함한 적극적 군사개입을 강조한다.트럼프 행정부의 대한반도정책 노선은 '실리주의'로 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자의 관심도는 국가이익, 동맹협력, 국제개입 순이다. 한미동맹의 역할은 유지하되 현안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의 역할은 대북억제·대중견제·한미일 공조체제 구축이다. 주한미군의 방위비는 동맹의 현안문제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한국의 안보무임승차론을 주장한다. 안보의 경제적 접근이 예상된다. '선 이익, 후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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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국제정치의 탁류에 빠진 기후변화 지면기사
트럼프, 석탄사용 감축정책 유도 '공장 中이전' 노려中, 공해재앙 인식 '2030년 온실가스 총량감축' 추진세계 탄소배출량 통제불능 우려에 美, 더 늘리겠다니미국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경쟁자보다 적은 득표수를 얻고도 당선된 경우는 도널드 트럼프가 5번째다. 여러모로 이단아의 풍모를 가진 트럼프는 기후변화에 대한 견해도 독특한데, 중국이 허구의 기후변화 위험을 과장한 배후라고 주장한다. 기후변화 재앙의 과장을 통해 미국 정부의 석탄사용 감축 정책을 유도해서 미국 내의 제조 공장이 문을 닫고 중국으로 이전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음모론은 항상 사람들을 피 끓게 하는 걸까. 기후변화 중국 음모론을 주장한 그의 2012년 트위터 글은 10만 번 이상 공유됐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는데, 너무 어처구니없는 얘기라서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리 없다고 믿었던 모양이다.예전에 본 장면과 뭔가 흡사하다.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가 맞붙은 2000년 미국 대선에서 고어는 득표수에서 이기고도 대선에서 패배했다. 8년 동안 부통령을 한 검증된 정치인이었고, 인터넷 초기에 미국 전역에 인터넷을 보급하는 데 앞장선 덕에 인터넷의 아버지라는 영광스런 칭호까지 따라다닌다.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닥친 대재앙임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 채택에 주요 역할을 했다. 환경활동가로서의 기여를 인정받아 2007년엔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부시는 어땠나. 기후변화는 인간이 유발한 것이기보다는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에 가깝다는 시각을 가졌고 미국 내의 석유 시추 확대를 지지했다. 국제공조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앨 고어의 방식이 미국 내 제조업의 위축을 부를 것을 염려한 미국인들 상당수는 부시를 지지했고, 선거인단 간접선거라는 미국의 독특한 대선 방식은 부시에게 유리하게 작동했다.국가 단위의 노력만으로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가 역부족이어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파리에 모여서 국제협약을 체결한 게 1년 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현된 지금은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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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대통령을 위한 다섯개의 메모 지면기사
끝까지 생각하고 언제나 성찰할 준비로 살았는지최씨 일가를 만나고 40여년간 되돌아본적 없었는지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곁에 있지 못했던 걸까#1 내가 교수로서 하는 일은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배우는 일이다. 정확히 가르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이 직업의 본령은 차라리 배움에 가깝다. 게다가 학생이 하는 질문 중 어떤 것은 내게 와서 오히려 답이 되는 일도 많다. 맹렬하게 인문학을 공부하는 한 제자가 내게 말했다. 지식에 대한 자신의 욕망이 본질적으로는 권력에 대한 욕망처럼 느껴진다고. 아니, 도대체가 무언가를 알려고 덤벼드는 것 자체가 그 대상에 대한 폭력인 것은 아니냐고. 과한 반성이라고 답을 건넸지만, 그 질문의 여운이 내게는 길었고, 그래서 지금은 다시 말해주고 싶다. 너의 그와 같은 근본적인(radical) 고민은 그 고민 자체가 바로 답이라고.#2 재직 중인 학과에서는 매학기 문인 특강을 여는데 이번에는 이성복 시인을 초대했다. 학생들에게 시인을 소개하면서 내가 아는 이런 내용을 전했다. 시인은 평생 접한 문장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모아 몇 권의 노트를 만들었는데, 놀라운 것은 그가 그 노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운다는 것. 그래서 운동을 할 때면 그 문장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암송하고는 한다는 것. 무엇하러 외우기까지 하는가. 어디 가서 폼 나게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 문장들 속에 담겨 있는 질문을 수시로 다시 묻기 위해서, 하여 바닥까지 남김없이 다 물어버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누구나 생각을 한다. 그러나 끝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3 얼마 후 손택수 시인도 특강을 했다. 시인은 대상을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그 대상에 대한 사랑이라고 했다. 자신은 고등학교 3년 내내 교정의 석류나무를 보았고 어쩌면 그때 시인이 된 것 같다고. 강연 말미에 한 학생이 시인에게 물었다. '요즘에는 무엇을 즐겨 보시나요?'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으나 뜻밖에도 시인의 대답은 심각했다. '학생의 질문은, 당신은 지금 이 사회와 주변 사람에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