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춘추칼럼] 터널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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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터널 앞에서 지면기사

    트라우마는 우리에게 기억 '주체' 아닌 '대상'에 불과그 고통 얼마나 참혹한지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몰라누군가의 터널속 어둠 되지 않으려면 정신 차리자김성훈 감독의 '터널'은 많은 장점을 가진 영화다. 지금 꼭 필요한 이야기를 더 많은 관객에게 들려주기 위해 가장 적합한 화법이 무엇일지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터널에 갇힌 '정수'(하정우)보다도 그의 아내 '세현'(배두나)이 나오는 모든 장면이 나에게는 더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터널 안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밖에 있는 것도 아닌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터널 안팎의 고통이 모두 그녀를 통과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가장 안타까워 보였다. 터널 밖의 고통과 분노에 떠밀려 그녀가 결국 터널 안의 남편을 포기하기로 결단하는 '마지막 방송' 장면을 나는 지금도 떠올리고 있다.그런데 그와는 다른 의미에서 계속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 35일 만에 구출된 정수가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퇴원해서 아내와 자동차로 귀가하는 장면. '이송'에서 '퇴원'까지 실제로는 긴 시간이 흘렀겠지만 관객들은 불과 몇 분 만에 멀끔해진 정수를 보게 된다. 그 사이 건강해진 정수의 너스레는, 조금 어리둥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했다. 그런데 그가 사고 이후 처음으로 터널을 지나가는 장면을 보여줄 때 나는 당혹스러웠다. 물론 정수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결국은 통과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젓고 있었다. 저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 읽었다. 정수가 퇴원하는 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사고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감독의 의도는 트라우마의 집요함을 강조하자는 데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장면이 내게는 오히려 반대의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다시 터널로 들어갈 수 있는가. 나라면 다시는 터널을 이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터널의 시커먼 아가리가 저 멀리 보이는 지점에까지 가는

  • [춘추칼럼] 전기요금과 관료주의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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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전기요금과 관료주의의 벽 지면기사

    가정용 전력수요 많이 써도 전체 사용량중 15.6%대통령 한마디에 "누진제 완화 검토" 180도 돌변관료주의 관점서 볼때 우리나라는 '후진국'에 불과관료주의란 조직의 공정성, 합리성, 효율성을 기할 수 있도록 위계질서를 형성하고 있는 전문적 관료들의 체계를 말한다. 관료주의는 업무 처리에 있어 공평무사의 원칙에 따라 합리성을 실현한다. 임용과 보수에 있어 능력주의에 따르고, 통제력의 집중과 위계적 질서에 의하여 능률성을 발휘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관료주의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독선적 권위주의, 행정적 형식주의, 무사안일, 책임 전가, 규정 만능주의 등을 말한다. 관료주의에 젖은 조직의 구성원들은 상급자에 대하여는 아첨하고 하급자에게는 거만하며, 까다로운 업무는 적당히 넘기고, 자기 업무 이외에는 무관심하며, 독선적이고, 책임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등의 특징을 나타낸다. 온라인에서 찾아본 '행정학 사전' 등은 관료주의를 이처럼 풀이한다.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은 이 같은 부정적 관료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숨 막히는 더위에 시달리는 국민들이지만 에어컨조차 제대로 틀지 못한다. 말 그대로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서다. 최고 11.7배까지 가중되는 징벌적 누진제비판은 매년 여름 되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국민을 더 열불 나게 만든 것은 누진제를 강변하는 산자부 관료의 권위주의적 태도이다. 에어컨을 하루 서너 시간만 틀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 아침부터 시작된 찜통더위가 기록적 폭염으로 이어지는 날이 계속 중이다. 도저히 잠을 이루기 어려운 열대야도 수십 일째 지속 중이다. 하루 종일 에어컨 속에서 긴팔 옷을 입고 근무하는 고위 관료들이니 국민들의 사정을 알 턱이 없다. 거짓 논리로 누진제를 옹호하는 점은 더 어이없다. 가정용 전력 수요는 전체 전기 사용량의 13%. 지금보다 가정에서 20%를 더 써도 전체 사용량에서는 15.6%에 불과하다. 여름철 전력 대란이 우려되는 피크 타임은 오후 2~3시이다. 가정용 전력소비는 그 시간에 오히려 줄어든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정용

  • [춘추칼럼] 시대에 역행하는 한반도의 신냉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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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시대에 역행하는 한반도의 신냉전구도 지면기사

    정부 사드배치 결정에 中 반발 확산 '신냉전구도' 심화북한, 중·러와 관계 복원·진전 시동 '발빠른 대응'예방안보·균형외교 중요… 박대통령 8·15경축사 기대냉전구도는 이념에 토대한 대립구도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진영 간의 대립이다. 남한은 미국진영이고 북한은 소련진영이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다. 나의 손실이 적의 이익이라는 제로섬 게임의 국제질서이다. 1980년대 말 공산주의 국가의 붕괴와 90년대 초 소련의 해체로 냉전구도는 종말을 고했다. 한반도는 전환의 시대를 맞이했다. 한중·한러 수교가 이루어졌다.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다.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채택됐다. 미북 간에는 북핵동결·경제지원·관계 정상화 논의 등을 담은 제네바 합의가 채택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남북한이 화해 협력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주도했다.신냉전구도는 안보에 토대한 대립구도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우호 국가 간의 대립이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론과 중국의 신형대국론이 논리적 토대이다. 북한의 핵무장론과 남한의 동맹강화론이 대립구도의 전면에 서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중외교를 강화했다. 중국과의 협력강화와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는 중국의 신형대국전략에 긍정적 기여를 했다. 대북압박 공조인 한미일중러 대 북한의 구도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을 잠시 지연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갑작스럽게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중국의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대북압박 공조는 와해되는 모습이다. 북한의 핵 능력은 고도화되고 한반도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구도가 심화되는 느낌이다.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사드 배치의 결정적 요인은 분명하다.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위협의 방어적인 제거이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배치를 적극 반대한다. 한중간의 입장 차이는 간단하다. 사드배치의 전략적 목표에 대한 인식차이이다. 한국은 사드가 대북용이고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의한 대중용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을 의

  • [춘추칼럼] 간섭 안하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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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간섭 안하는 마법 지면기사

    공기청정기 살균제·사드문제 등 곳곳에 '신뢰 위기'대중들 전문가 '피어리뷰' 안 믿고 음모론과 괴담만서로 소통 가능한 '공공의 과학참여'로 고비 넘겨야미국이 아폴로 계획으로 인간을 달에 보내려 할 때 모든 사람이 박수친 건 아니었다. 세기의 예산낭비로 보였으리라. 전문가들의 평가인 피어 리뷰 (peer review)로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결국 기폭제가 된 건 냉전시대 적국의 최초 인공위성 발사였다. 이렇듯 과학연구 지원에서 '무엇을' 지원할지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어떻게'의 문제도 만만찮다. '지원하되 간섭 안한다'라는 문구는 바람직한 지원 방식을 마법처럼 표현한다. 당연한 말이라서 누가 반대하랴 싶지만, 그게 꼭 그렇진 않다. 당장 '눈먼 돈' 아니냐는 냉소에 맞닥뜨린다. 툭하면 연구비 유용 사건이 터지니 무조건 믿어 달라 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감시를 위해 만든 각종 서류를 끝도 없이 채우는 일에 연구자들을 몰아넣자고? 재능의 낭비고 국가적 손해다.결국 '신뢰의 부재'가 문제의 본질이고, 공공재의 투입 여부 결정과정부터 설득력을 담보해야 함을 깨닫는다. 전문성에 바탕하지 않은 지원 결정이 얼마나 무모한가의 사례로 수없이 인용된 게 황우석 사건이다. 당연히 공적 자금의 투자 결정에서 피어 리뷰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피어 리뷰는 지원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동종의 전문가들끼리 벽을 치고 담을 세우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는 거라는 차가운 시각은 어쩔건가. 그러니까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한 검증에서 살아남은 것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다음 단계가 남아있다. 이건 전문가 집단을 훨씬 넘어서는, 실제 재원을 제공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를 요한다. 피어 리뷰 자체를 생략하고 공공자금을 지원한 황우석 사건의 경우에는, 필요조건부터 만족시키지 못했으니 결정과정의 결함이 분명히 있었다.과학 분야에서 이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가리켜서 '공공의 과학참여(public engagement in science)'라고 한다. 원래 '과학대중화'라

  • [춘추칼럼] 가십의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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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가십의 나라에서 지면기사

    언론매체 난립 경쟁 과열로 생산 늘고 전파 빨라져타인 추락으로 쾌감 공유하는 것은 '인민의 아편' 사회구조의 불공정성이 성취·보람 제공에 무능하다는 증거 폭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종편 방송도 포털 사이트도 눈만 뜨면 각종 유명인(주로 연예인)들의 사생활 관련 정보들을 쏟아낸다. 국민이 낸 세금을 대신 집행하거나 이를 감시하는 사회적 공인들의 공적 활동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그저 직업의 특성상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이 알려져 있을 뿐인 사람들의 사적 삶에 대한 정보다. 미담(美談)도 아니고 대부분 추문(醜聞)인데, 사실로 확인된 것과 단지 추정일 뿐인 것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다. 보지 않으면 그만이겠으나 쉽지가 않다. 폭격 수준으로 쏟아지니 자꾸 눈에 띄고, 인간 본성의 결함 때문인지 자꾸 유혹에 지고 만다. 덕분에 우리는 시간을 날리고, 관련 업체와 매체는 수익을 거두며, 성찰과 토론이 필요한 공적 사안들은 뒤로 밀린다. 이와 같은 정보와 그런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를 '가십(gossip)'이라고 한다. '잡담'이라 하면 뜻이 약해지고 '폄론(貶論)'이라 하면 어려우니 '쑥덕공론' 정도로 옮기면 무난하겠다. 가십은 정말 인간 본성에 속하는 것일까. 1993년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인간의 언어가 발달한 이유는 '물리적' 환경에 대한 정보(예컨대 사냥을 위한 팁)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에 대한 정보(예컨대 타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폈다. 집단생활을 하려면 누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일일이 만나 판단할 수 없으므로 가십을 참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특정 성향을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의 산물로 간주하는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가십은 진화적 이득이 있어 발달돼 온 것이 된다. 그런데 가십은 왜 타인에 대한 긍정적 정보가 아니라 부정적 정보를 우대하는 것일까.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독일어가 있다. '남의 불행(S

  • [춘추칼럼] 권력의 칼날 머리 위의 칼날
    칼럼

    [춘추칼럼] 권력의 칼날 머리 위의 칼날 지면기사

    권력의 단맛에 취해 권좌위의 칼날은 알지 못해우리나라, 칼날 아래 놓인것처럼 일촉즉발 상황 함부로 나대면 안된다는 사실 깨친 사람들 나서야'다모클레스의 검'. 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로 권력의 위태로움을 경고하기 위한 우화로 사용된다. 다모클레스는 기원전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왕인 디오니시우스의 신하였다고 한다. 그는 온갖 아첨을 늘어놓으며 왕의 심복이 되었다. 왕이 얼마나 행복한지 찬양해 마지않는 것도 아부 목록에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왕이 다모클레스에게 제안한다. 그토록 부러워하는 왕의 자리에 앉아 볼 기회를 주겠다고. 다모클레스는 감격과 함께 왕좌에 올랐다. 세상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동안은 최고 권력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만끽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득 천장을 쳐다본 순간 감격은 공포로 변했다. 머리 위에 한 올의 말총에 매달아 놓은 예리한 칼이 왕좌를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1961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유엔연설 중에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이를 인용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로 미·소가 핵전쟁 직전까지 치달으면서 '다모클레스의 검'은 일촉즉발의 위험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하지만 본래는 권력의 자리가 항상 칼날 아래 있는 왕좌처럼 위험한 것임을 강조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권력이 주는 행복만 누리다가는 칼날에 다칠 수 있다. 권력이 높을수록 매달린 칼날에 가까이 가는 셈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고권력자나 그 주변인일수록 더욱 권력의 위험을 경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새누리당이 다시 한번 풍파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총선 백서가 나오자마자 윤상현, 최경환 의원 등의 공천 개입 녹취록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비박이 또 한번 일전불사 채비를 갖추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는 말밖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아무리 쪼그라들었어도 새누리당은 명색이 집권당이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모이면 나라의 엄중한 상황을 걱정한다. 경제는 한없이 추락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은 늘어만 간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급한 것은 안보라고 한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감수하더라

  • [춘추칼럼] 사드 배치 결정의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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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사드 배치 결정의 자충수 지면기사

    '한·미·일 對 북·중·러' 새로운 냉전구도 예고최첨단무기 '각축장' 되면 평화통일 멀어질 듯건강문제·님비현상 만만찮아 내부 갈등 우려지난 8일 한미 정부 당국은 한국에서의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가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그동안 발표 시기와 배치 후보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갑작스런 결정임에는 틀림없다. 한국측보다 미국측이 서둘렀던 느낌이다. 지난 1년 동안 사드 배치에 대해 미국은 적극적이었고 한국은 소극적이었다. 미국은 중국·북한·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2017년까지 한반도의 사드 배치 완료라는 전략적 목표가 세워져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 임기말에 동북아지역에서의 안보적 성과가 필요했다. 내년도에는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이기 때문에 사드 배치와 같은 중요한 결정이 어렵다는 판단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한미 당국은 사드 배치의 목적이 북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고 했다. 얼마만큼 실제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효과가 있느냐의 논란이 많다. 사드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 요격에는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사드는 아직 완성된 무기체계가 아니고 개선해 나가는 진행형의 요격체계이다. 지난해 3월 미국 국방부 소속 길모어 미사일운용시험국장은 사드의 비행실험과 신뢰성 실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드가 요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1천~3천㎞까지의 중거리미사일이다. 북한이 우리측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은 사거리가 500㎞ 내외의 탄도미사일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X-밴드 레이더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 요격하는 데는 별로 효과가 없음을 보여준다.중국은 한국에 사드 배치 결정의 철회를 요구한다. 사드 배치시 필요한 조치를 고려하겠다는 압박 메시지도 보낸다. 경제적·외교적 대중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현실에서 사드 배치가 불러올 파장은 크다. 한중관계의 악화는 시간문제다. 중국은 한류와 관광객과 같은 사회문화 분야에서부터 경제·외교 분야로 압박 수위를 높여 갈 듯

  • [춘추칼럼] 천재들의 무용담과 보편가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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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천재들의 무용담과 보편가의 시대 지면기사

    한분야 맞춤형교육 '위험' 그 직업 없어지면 낭패필요할 때 새분야 진입 가능한 '적당한 소양' 필수지식총량 커지는 시대엔 보편가 생존 가능성 높아전문가(specialist)는 한 우물을 파서 특정 분야의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며 미지의 영역을 탐험한다. 노벨과학상처럼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상도 전문가들의 성취에 주는 상이다.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항상 조화롭게 협력하는 것은 아니라서, 이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맡기고 그들의 지적 생산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통상 좋은 지도자의 덕목으로 여겨진다.만능가 또는 보편가(universalist)는 분야의 경계에 제한받지 않고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철학자와 수학자와 과학자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으니 보편가들의 세상이었다. 피타고라스나 플라톤은 이런 보편성의 재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시대의 아르키메데스는 그 박학다식함이 어안이 벙벙할 정도인데, 고상한 지식도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조선의 정약용과 비교할 만하다. 중세 유럽에서도 이러한 전통은 상당히 지속되어 다빈치나 파스칼처럼 미술가이자 수학자이고 과학자인 사람들이 출몰했다. 당시의 기준으로 이런 분야들이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빈치는 인체를 잘 그리려고 하다 보니 해부학의 전문가가 되었고, 파스칼은 풍경을 잘 그리려고 하다 보니 원근법의 원리를 사영기하학으로 발전시켰다. 이건 수학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모든 선분이 유한한데 반해서, 무한의 개념을 기하학에 도입해야 여러 모순적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각성한 것이다. 지식의 총량이 폭발 지경인 현대에는 이러한 보편가의 전통이 계속되기 힘들다. 보편가라고 하면, 당연히 특정 분야에 국한했을 때는 그 깊이가 얕을 것이고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훈수꾼의 역할에 그칠 테니까.세상에 예외는 항상 있다. 20세기 마지막 보편가라고 불리는 폰 노이먼은 전설적인 수학자로서 대수학과

  • [춘추칼럼]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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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 지면기사

    어린시절 살던 집의 순례는 곧 '기억의 순례'아이들도 땅집 생활의 추억이 생생하다고 말해오두막이라도 마당만 있으면 공간 확장성 커져중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광주 도청 쪽 충장로 초입에 '오두막'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었다. 오두막처럼 작긴 했으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제법 고급스러운 식당이었다. 일본의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모든 집의 원형은 바로 오두막이라고 말한다. 필요 없는 공간을 하나씩 들어내다 보면 더 이상 들어낼 공간이 없는 지점에 도달하는데 그때 남는 것이 바로 진정한 집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그는 산기슭 비탈진 곳에 살림집으로 14평짜리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 현대 도시 건축물에 큰 영향을 미친 르코르뷔지에라는 건축가 역시 자신만을 위한 별장은 4평짜리 오두막으로 지었다. 자연 속 삶을 추구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4.2평짜리 오두막에서 살았다 하지 않던가.이 오두막들은 마을과 떨어져 있어 이웃과 더불어 혹은 식구들과 더불어 사는 집의 형태는 아니다. 다만 나에게 오두막은 전 국민의 반 이상의 주거 형태가 되어버린 아파트와 대별되는 지점에서 떠올리게 되는, 그래서 늘 갈망하게 되는 주거 형태이다. 나 역시 숨 막히는 아파트의 숲에서 종종 탈출하고 싶어 오래 전 서울 근교의 산 중턱에 여섯 평짜리 농막을 지었다. 건축가 유현준은 자신의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곳곳에서 한국형 아파트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고층 아파트는 우리에게서 머리 위의 하늘을 빼앗아 갔다. 이웃과 소통하던 골목도 없다. 아름다운 자연경관 주변을 아파트 단지로 차단함으로써 모두가 누려야 할 자연을 독점해가고 있다. 천장 높이는 2.25m로 모두 똑같아 답답하고 변화가 없다. 이불을 말릴 수 있던 발코니, 하늘이 보이던 발코니, 자연과 호흡하는 창구였던 발코니는 알루미늄 새시로 막혀 유리창 벽으로 변해버렸다.어디 그뿐이랴. 한밤중에 식구들끼리 맘 놓고 크게 웃을 수 없는 곳, 큰 소리로 노래할 수 없는 곳, 간짓대 세워 이불을 털어 말리고 그 이불 사이로 아이들이 숨바꼭질할 수 없는 곳, 일상에서 상처를

  • [춘추칼럼] 대북제재의 효과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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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대북제재의 효과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면기사

    김정은 현지지도와 당·국가차원 대외활동 활발물가·환율 큰 변동없고 비핵화 커녕 '핵능력 강화'포괄적 제한·금지보다 '대화·제재' 병행전략 필요지난 3월 3일 유엔안보리는 대북제재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다. 주요 내용은 무기거래 금지, 제재 대상 지정, 확산 네트워크 구축, 해운·항공·운송 검색 의무화,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포기, 대량살상무기 수출통제, 대외교역 제한, 금융거래 중단, 금수대상 사치품 목록 확대 등이다. 대북제재 조치는 한국의 입장이 80% 반영되고 중국의 입장이 20%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2270호가 채택된 지 4개월째 접어든다. 제재 효과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대북제재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 또는 징후는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도자나 정권의 공식적인 활동, 둘째, 급격한 시장물가 상승 및 환율변동, 셋째, 대외무역의 감소 폭, 넷째, 주민들의 불만 고조, 다섯째,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 등이다. 정부는 이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효과는 별로 없고 오히려 역효과를 우려한다.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비롯한 당·국가 차원의 대외활동은 활발하다. 김 위원장은 제7차 당 대회를 통해 법적 제도적인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남은 것은 주민생활향상을 통한 실질적인 주민들의 지지 획득이다. 당 대회 후 민생경제 현지지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의 지지와 직접 연관된다. 대외활동도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남 위원장은 아프리카의 우방국 적도기니 공화국을 방문했다. 당중앙위원회 김영철 부위원장은 쿠바를 방문했다. 윤병세 장관도 쿠바를 방문했다. 쿠바를 둘러싼 남북한의 외교전이 시작됐다. 쿠바에서는 의리를 중시하는 혁명세대와 실리를 중시하는 혁명 2세대 간의 논쟁이 뜨겁다. 아직 쿠바가 북한과 단교하고 한국과 수교한다는 소식은 없다. 쿠바는 혁명세대가 전권을 장악하고 있음을 간과 해서는 안된다. 이수용 부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했다. 시진핑 주석과 만났다. 제7차 당 대회 결과를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