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춘추칼럼] 국민 독서운동 제창 지면기사
국민들 책 읽지 않으면 그 나라는 결국 '퇴색'중앙·지방정부, 독서운동 적극 확산시켜야국가별 독서율, 글로벌시대 경쟁력과 '직결'신석정 시인은 서재에 '책은 외출을 싫어한다'라고 써서 붙여 놓았다고 한다. 책을 빌려 달라고 하는 이들이 많고, 또 빌려간 책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였기에 이런 궁여지책을 강구하였는지 모른다. 책을 정말로 소중하게 여겼고, 그에 버금하여 독서량이 풍성하였던 선생의 인품이 눈에 선하다. 알려진 바와 같이 나폴레옹도 대단한 독서가였다. 그는 전쟁터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하는데, 다 읽고 난 책은 마차 밖으로 던져 버리는 습관이 있었다고 전한다. 청마 유치환 시인도 읽은 책은 보관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그냥 주곤 했다고 한다. 책은 만인의 것임을 나름대로 실천한 셈이다. 독재자 무솔리니도 대단한 독서가로 알려져 있다. 굳이 유명인의 예화를 들지 않더라도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책을 가까이 하면 현인과 벗이 될 수 있다는 독서상우(讀書尙友)란 말이 이를 증거한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목경(目耕)의 즐거움을 능가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쁜 나머지 이 삼매를 누릴 겨를이 없는 것 같다. 학생들도 책보다는 스마트폰을 가까이 한다. 강의가 없는 빈 시간에 야외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낭만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불석권(手不釋卷)이 아니라 수불석기(手不釋機)에 빠져 있다. OECD에 가입한 주요 국가의 연평균 독서율이 76.5%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거의 책을 읽지 않는 나라에 속한다. 작년에 가구당 책을 사는데 쓴 비용은 1만6천원 꼴로 5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참고서나 학습교재를 사는데 쓴 돈이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니 일반 교양서적은 거의 구매를 하지 않은 모양이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1인당 책 읽는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로 한국이 소개되었다고 하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으면 그 나라는 결국 퇴락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경쟁력
-
[춘추칼럼] 코딩교육과 문맹탈출 지면기사
자신의 목적 '최적 알고리즘' 설계하는 능력돼야대학입학·취업률로 교육 잘되고 있는지 척도 삼아취업 측면에서 이젠 평생교육이 필요한 시대 도래어린 시절에 대나무와 창호지를 가지고 연을 만들어 본 사람은 그 연이 하늘 높이 올라갈 때의 성취감을 기억한다. 고난이도의 조립식 장난감을 완성해본 사람은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웠다. 자신의 손으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낸 경험은 그래서 늘 특별하다. 요즘에는 스스로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가 자신의 의도대로 신기한 일을 해낼 때 통쾌감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많다. 음악이나 미술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처럼, 프로그래밍은 아이의 머릿속 상상을 세상에 구현하는 새로운 통로가 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 즉 코딩(coding)을 가르쳐야 한다는 흐름이 생겼다. 이미 영국이 교육과정에 코딩 교육을 도입했고, 미국이 여러 주에서 도입을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곧 시작된다. 단순 코딩은 번역과 비슷한 과정이라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잘할 수밖에 없고, 이런 기술만을 숙련해서는 미래에 쓸모가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통역을 대신하게 돼도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여전히 미래를 위한 좋은 투자지 않나. 접할 수 있는 세상이 훨씬 커지니까.코드카데미의 자크 심즈 창업자가 얼마 전에 방한했다. 코딩에다 가르치는 곳이라는 뜻의 아카데미를 조합한 코드카데미는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기업이다. 전 세계에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두고서 세계적인 코딩 교육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그가 강연한다고 하길래 코딩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강연이려니 했는데, 뜻밖에도 그가 강조한 것은 수학 문맹(computational illiteracy) 해소였다. 계산적 읽고 쓰기(computational literacy)는 계산을 잘하는 능력을 뜻하는 게 아니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과정인 알고리즘 설계 능력이 대부분이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코딩 능력이 나머지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방식들 중에서 최적인 것
-
[춘추칼럼] 한 나무의 주검 지면기사
450년 주민들 사랑 받으며 동고동락했던 '당산나무'영주댐공사로 줄기 잘리고 새까만 피 토한채 죽어나무는 인간들 때문에 피폐해진 땅 살리려는건 아닐까어느 날 메일로 충격적인 사진 몇 장이 날아왔다. 비계파이프가 얼기설기 얽힌 사이사이로 새까맣게 타들어가 죽은 거대한 시체 한 구가 보였다. 수많은 팔이 잘린 온몸 이곳저곳에 이불 홑청처럼 큰 붕대가 친친 감겨 있었다. 붕대는 대부분 풀려 바람에 나부끼고 시체가 흘린 새까만 피로 뒤범벅된 지 오래인 듯했다. 거대한 몸 곳곳에는 링거 줄 몇 개가 무심히 엉켜 있었다. 곡절 많은 세월을, 고단한 역사를 묵묵히 견뎌왔을 그 몸은 비록 팔들이 모두 잘려나갔지만 꿈틀대듯 솟아오른 몸통의 근육들 속에 금방이라도 용트림 치며 끄응, 하고 살아날 것만 같은 힘찬 생기를 정지시키고 있었다. 맞다. 새까맣게 타들어간 이 거대한 시체는 나무다. 메일로 덩그마니 사진만 날아온 터라 사연이 궁금해 차를 몰고, 그 거대한 주검이 인간들에게 항거하듯 서 있을 영주 댐으로 달려갔다. 나무의 주검 앞에는 '보호수'라는 이름 아래 묘비처럼 이렇게 씌어 있었다. "품격:마을 나무, 지정번호:11-28-3-4-19, 지정일자:1982.10.26., 수종 및 수령:느티나무 450년, 소재지:영주시 평은면 강동리 304"450년 세월을 마을사람들 사랑 듬뿍 받으며, 그늘진 평상에서 나눈 숱한 사연들 들어가며 동고동락했을 오지랖 넓은 당산나무. 바람둥이 까치가 집을 서너 채나 지었을 가슴팍 넓은 느티나무. 우듬지 사이로 다람쥐들 오르내리고 까치가 집을 비운 사이 박새며 참새가 후드득 날아들어 잠시 쉬어갔을 다정한 나무. 영주 댐 공사로 느닷없이 수몰지역으로 지정된 마을에서 건져낸 450세의 연세 많으신 나무는 인간으로 치면 12대가 넘는 세월을 뿌리박고 살아온 땅에서 파헤쳐져 하늘 향해 뻗은 팔 같았을 수많은 줄기를 몽땅 잘린 채, 몸통만 남아 낯선 곳으로 강제 이송되었다. 뿌리가 잘려나가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나무를 살리고자 인간들이 설치한 비계파이프와 거추장스런 붕대와 영양제 주사를
-
[춘추칼럼] 제 7차 당대회로 본 북한의 대외정책 지면기사
'김정은 시대' 선포했지만 외교적 미래비전 안보여연방제, 남북 함께하는 과정으로써의 통일은 없어정부에 '군사회담 제안' 북미회담 분위기 조성 의도북한은 지난 6∼9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제7차 노동당 대회를 개최했다. 36년만에 개최되는 대회인 만큼 국내외의 관심이 컸다. 북한은 당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했다. 국제사회는 실패를 기대했다. 해외의 고위급 축하사절단의 방북이 없었다는 점은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한다. 120명의 외신 기자들이 방북한 것은 북한 노력의 결실이다. 최고의 정치행사이며 축제의 장에 북한과 국제사회가 대립하는 모습은 그리 아름다운 장면은 아니다.제7차 당대회의 주제어는 핵, 당, 김정은으로 요약된다. 당규약에 핵보유국을 명시하고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이 항구적인 노선임을 분명히 했다. 군의 인사가 퇴조되고 당의 인사가 확대됐다. 김정은은 당 전체의 위원장으로 추대됐다. 보좌기구로써 당중앙위원회 정무국과 부위원장직을 신설했다. 세 개의 주제어를 합성해 보면 핵무기라는 튼튼한 안보에 토대해서 당이 중심이 되어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 가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낡은 김일성·김정일 주의만 있고 김정은 시대에 부합되는 새로운 지도자상이 없다. 경제발전5개년전략이라는 구호만 있고 구체적인 정책방향과 이행방안도 없다.대남 분야에 있어 대화와 대결이 혼재되어 있다. 군사회담을 제안하면서 주한미군철수 등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면서 서울해방작전·남반부해방작전 등 대남위협 수위를 높였다. 통일3대헌장을 통일의 이정표로 제시했다. 72년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통일3원칙, 80년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 93년 대화·상호존중의 민족대단결 10대강령 등 김일성의 통일 유훈만 나열했다. 김정은식 통일방안이 없다는 것은 민족문제 해결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보여준다.대외 분야에 있어 3원칙인 자주·평화·친선을 재확인했다. 블록불가담(비동맹) 운동을 강화·발전시켜 나가겠다고
-
[춘추칼럼] 국어기본법 헌법 소원 사건 지면기사
우리말어휘 대부분 한자어로 한자 모르면 뜻 어려워한자어와 고유어 구분못하면 '사이시옷' 표기 못해한자, 동아시아 소통 도구로 소홀히 여겨선 안돼한자를 섞어 쓸 것인가, 한글로만 표기할 것이냐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며칠 전 헌법재판소에서 국어기본법 위헌 확인 헌법소원 공개 변론이 있었다. 국어기본법의 한글로만 표기해야 한다는 조항이 헌법에 위배 되는지를 따지는 자리였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정규 교과서나 공문서는 한자를 섞어 쓸 수 없고 모두 한글로만 써야 한다. 이 조항이 어문 생활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며 관련 단체에서 헌법 소원을 낸 것이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는 심재기 서울대 명예교수가 출석하였는데, 그는 한자와 한글이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공생 관계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 점을 무시하고 학교에서 한글만 가르쳐 왔기 때문에 국어교육이 파행을 거듭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같은 대학의 권재일 교수는 한글이 가지고 있는 정보 효용성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 국한문 혼용은 일제 식민지가 낳은 기형적인 표기 형태이기 때문에 이를 따라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였다. 반대 측 대리인 변호사도 정보화 시대에 한글을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으므로 '한글이 언어 인권에 이바지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국어기본법의 이런 조항들이 학습권을 훼손하고 또 문자 선택권과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하였는지는 헌법재판소에서 판가름할 일이다. 그러나 법리적 판단에 앞서 두 가지 점이 고려되었으면 한다. 먼저 한글전용이 국어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 우리말 어휘의 대부분이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자를 모르면 그 뜻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전문 학술용어는 물론, (서류) 결재와 (카드) 결제의 차이를 명확히 아는데도 한자를 익히는 것이 유리하다. 또 국어정서법에 맞게 표기하기 위해서라도 부득불 한자를 알아야 한다. 사이시옷 문제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한자어와 고유어를 구분하지 못하면 사이시옷 표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 '수돗물'에는 사이시옷이 필요
-
[춘추칼럼]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 지면기사
中, 첨단 과학기술 경쟁력으로 세계 선두 다퉈인적·물적 규모로 치고 올라와 차별화 불가피특정분야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인재 육성해야전기가 발명되고 나온 초기 전구들은 실사용에 문제가 많았다. 인내심을 무기로 최적의 전구 필라멘트와 내부 기체를 찾아낸 토마스 에디슨은 그래서 백열전구의 발명자라고 불린다. 그의 에디슨 전기회사를 병합한 제너럴 일렉트릭(GE)은 가전으로 출발해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거대 다국적 기업이 됐다. GE는 20세기 온갖 혁신의 대명사였지만 한때 거센 기업 간 경쟁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좌초의 위기도 맞았다. 잭 웰치라는 걸출한 경영자가 이를 해결하고 거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얘기는 현대판 영웅담으로 회자된다. 그런 GE의 가전사업부를 중국 가전회사인 하이얼이 얼마 전에 인수했다. 백열전구 발명자의 흔적은 중국으로 넘어갔고,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던 후발주자 하이얼은 GE라는 브랜드의 날개를 달고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중국은 이제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 경쟁력으로 세계 선두를 다투는 나라다. 올해 초의 CES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유인 드론처럼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가진 첨단 제품을 여럿 보여주었다. 중국의 부상 이면에 있는 내용과 전략도 놀랍다. ICT 만능주의의 묻지 마 투자가 아니라, 과학기술의 전 영역에서 인재를 기르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해외의 과학기술 인재 천명을 유치해서 엄청난 수준의 대우와 연구비를 제공한다는 천인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고, 당장의 먹고 사는 것과 관계없는 순수수학 분야에서도 전설적인 기하학자와 젊은 천재 정수론 학자 등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최근엔 자국의 국내박사 지원책인 '박사후 혁신인재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국가의 중대전략, 첨단기술, 기초과학 분야의 신규 박사 수백 명을 매년 선발해서 최고의 인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대졸자 초봉의 2~3배에 달하는 지원과 함께 관련 기업에 취업 추천도 하며 외국인 인재의 영구거류증 발급도 쉽게 했다. 외국 유학생의 창업과 영구정착을 위해 취업 제한을 풀고 영주권 신청 자격도 확대했다.
-
[춘추칼럼] 5월은 어머니, 어머니… 지면기사
집에서 전권 쥐고 항상 우렁차고 당당했던 어머님여행중 '못이룬 인생계획' 풀며 쓸쓸해 했던 표정가끔 "니가 억지로 끌고 다닐때가 좋았다"고 하신다결혼해서 애를 낳고부터는 4대가 함께 살았다. 시할머님, 시부모님과 함께 마당이 있는 낡은 2층집에서 17년을 살았다. 두 아이들은 그네들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 집의 수많은 추억들을 유리알 들여다보듯 기억한다. 분가를 한 후 몇몇 아파트로 옮겨 다니며 살았는데 아이들은 아파트의 기억들을 떠올릴 때면 한참을 더듬거린다. 나 역시 아파트 시절에 대한 기억은 늘 가물가물하다. 간짓대를 세운 빨랫줄에 이불을 널어 탕탕 털 수 없는 곳, 한밤중에 식구들끼리 마음껏 노래하고 웃고 떠들 수 없는 곳, 베란다 문을 열면 마당으로 나갈 수 없는 곳, 그곳 아파트.거실 유리창 문짝이 맞지 않아 문을 잠글 수도 없어 좀도둑이 들락거렸던 낡은 집이었지만, 시동생까지 여덟 식구가 복작이며 살았던 그 집에서의 수많은 에피소드는 줄거리는 물론, 등장하는 사물의 색깔이며 사람들의 표정까지, 여태 생생히 살아 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그 시절, 큰며느리인 나는 집안일이 서툴렀다. 삶을 살아내는 방법도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삶의 작은 문턱조차 쉽사리 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어머님의 지청구를 듣지 않는 날이 드물었다. 직장 다니는 며느리를 대신해 집안일과 아이들 키우는 일을 비롯, 연로하신 어른들까지 챙겨야 했던 어머니는 새벽부터 내가 퇴근하는 저녁까지 하루 종일 가사 노동의 연속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집에 있는 휴일이나 주말이면 긴장을 풀고 집안일을 나에게 맡겼는데 그때는 감독관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었으리라. 부족한 것 투성이였던 나는 종종 어머니의 잔소리 속에서 휴일과 주말을 보내곤 했다. 가끔 남편과 아이들과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여행 내내 긴장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집에 계신 어른들 때문에 나 스스로 안절부절 못했던 것이다.어느 날, 결단을 내렸다. 극심한 차멀미 때문에 어머니는 여행을 엄두도 못 냈다. 나 역시 어머니는 당연
-
[춘추칼럼] 20대 국회에 통일외교안보 전문가가 없다 지면기사
대북정책 성패여부는 일관성 유지하는게 중요정권 바뀔때마다 정책 바뀌어 실질적 성과 못내전문가 활용 못하고 독선에 빠지면 결국 실패한반도의 긴장 고조는 전쟁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국내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및 위협 장기화로 한반도 상황은 일촉즉발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대립과 대결이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고 통일의 길은 더더욱 아득해 보인다. 한반도의 분단은 70년을 넘어섰다. 세계전쟁의 피해국가이면서 동족상잔을 겪은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이다. 통일은 민족의 염원이면서 지상과제이다. 그런데 지상과제 해결에 도움을 줄 20대 국회에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는 보이지 않는다. 국정의 동반자이고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통일과 무관한 곳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전문성을 중시한다는 비례대표에 어느 당도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를 배정하지 않았다. 더러 있더라도 당선권과는 거리가 먼 후순위에 배치되어 있다. 지역구 당선자들 중에도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는 눈에 띄지 않는다. 공천의 불균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회는 통일외교안보정책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정부가 독점하는 편파적인 정책 추진을 견제하는 역할도 한다. 중요한 대외정책을 정부와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에 적합한 인물난이 예상된다. 국민의 대변자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수렴 및 정책입안은 어렵다.대북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문제와 직결된 대북정책은 장기적 안목에서 벽돌을 쌓듯이 차근차근 준비하고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일관성이 결여된 대북정책으로 인해 남북관계 발전에 장애가 되는 고질적인 병폐가 지속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변경되고,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못하니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다.전문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전문가가 없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비용과 노력을 들여 성숙
-
[춘추칼럼] 인문정신과 지식재산 지면기사
실수 반복하지 않는 지혜로운 인격체 되라는 것미래전쟁 승리는 누가 지식기반 많이 쌓느냐가 관건생존 위해선 창의적 인재 많이 육성하는 수밖에인문학의 고갱이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람공부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공부가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문사철(文史哲)로 요약된다. 인문(人文)은 글자 그대로 사람을 위한 사람의 공부다. 학교 앞에 흔히 새겨둔 '먼저 사람이 되자'라는 표어도 인문학 공부를 하자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옛 사람들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려면 기본으로 문학, 사학, 철학을 배워야 한다고 믿었다. 범박하게 규정하면 문학은 현재를, 사학은 과거를, 철학은 미래를 가늠한다고 볼 수 있다. 문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더 멋스럽게 장식하려는 무늬와 같다. 같은 표현이라도 그럴듯하게 별명을 지어 불러야 여유가 생기고 실감도 그만큼 더하게 되기 때문이다.'미는 분노의 감정을 달래준다'는 괴테의 말이나, 시가이흥(詩可以興) 시가이군(詩可以群)이라는 논어의 구절도 이런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아름다움에 취해 흥얼거리다 보면 그만큼 쉽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또 흥기(興氣)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역사는 지난 일을 반추하여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거를 곰곰이 되새겨 보아야 한다. 문학이 '왜'를 감지한다면 역사는 '어떻게'를 지향한다. 처녀가 아이를 낳으면 역사가는 인구가 한 명 늘어났다는 결과를 강조하지만, 작가는 왜 하필 그랬을까 하고 그 이유에 주목한다. 이와는 달리 철학은 미래를 전망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그걸 실천하려는 노력이 철학의 밑힘이다. 그래서 칸트도 '철학'을 배우지 말고 '철학하는 것'을 배우라고 강조한다. 인문학의 덕목이 지향하는 바는 결국 지혜로운 인격체가 돼라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올바른 선택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 나가는 안목이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인생은 선택의 연
-
[춘추칼럼] 선거예측의 신호와 잡음 지면기사
다양한 요소 측정후 현재와 비슷한 이전상황 찾기예측·검색 가장 유사한것 선별 최적화 이론에 적용문화·사회적 반영 예측모델 우리는 언제쯤 나올까얼마 전에 미국에 갔다가 여러 방송에서 단골로 나오는 얼굴을 보고 '아 미국도 선거철이구나'하고 문득 깨달았다. 영화배우도 아니고 가수도 아닌 이 사람, 네이트 실버는 빅데이터 방식으로 선거예측을 귀신같이 해내서 유명해진 사람이니까. 원래 실버는 야구 경기의 결과를 예측하는 일이 직업이었다. 야구는 통계의 경기라는 속설도 있듯이 각종 통계에 입각해서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한 스포츠여서 이런 분석이 통하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같은 방식으로 선거예측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했다가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때 50개 주별로 선거결과 예측을 해서 49개 주에서 완벽히 맞춘 것이다. 이제는 정치 분석가 대접을 받는 경지에 올라서 선거 때마다 언론에 단골로 나오는 유명 인사가 됐다. 선거예측을 하는 수학적 방법을 설명한 그의 2012년 책 '신호와 잡음'은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15위 안에 연속 13주 동안 들었다.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간접선거로 치르기 때문에 절차도 복잡하고 선거 예측도 아주 힘들다. 50개 주별로 선거인단 선출결과를 예측해야 하는 데, 주마다 전통도 다르고 절차도 다르니까. 이런 악조건 속에서 실버가 2008년에 딱 하나 틀린 게 인디애나 주인데, 이 주는 양 후보 간에 격차가 영점 몇 퍼센트 정도에 불과했다. 같은 해 미국 상원 선거는 35개 모두를 완벽하게 맞췄다. 이런 이유로 2009년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축적하더니 2012년 오바마 재선 시에는 50개 주 모두에서 완벽한 결과 예측에 성공했다. 올해는 운이 다했는지, 뉴햄프셔는 정확하게 맞추었는데, 아이오와의 공화당 예선은 트럼프가 크루즈를 박빙으로 이기는 것으로 잘못 예상했다.빅데이터 방식의 미래 예측은 사람들의 주관적인 생각조차도 데이터에 반영되어 그 속에 숨어있다는 관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