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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의 연인]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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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연인]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지면기사

    사라져가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안녕히라고 인사하고 떠나는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그가 돌아가는 하늘이회중전등처럼 내 발밑을 비춘다내가 밟고 있는 세상은작아서 아름답다 김종해(1941~)비가 내린 가을은 제 모습을 서둘러 감추기 시작한다. 빛을 잃고 사라져 가는 저녁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빠져간다. 화자는 가을의 한복판에서 저녁이 오는 풍경을 침묵하며 바라본다. “사라져가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라고 독백한다. “안녕히라고 인사하고 떠나는” 가을 낙엽 저무는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떨어진 낙엽도 그 잎사귀만큼의 펼쳐진 생애를 살다가 갔으리라. “그가 돌아가는 하늘이/회중전등처럼 내 발밑을 비춘다” 바스락거리면서 ‘내가 밟고 있는 세상’ 속에 서 있는 초라한 자신을 본다. “작아서 아름답다”는 것은 짧은 시간에 소멸되어가는 ‘존재의 역설’이라는 점이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자치단상]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 북부구간 통행료 인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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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상]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 북부구간 통행료 인하를 지면기사

    이용료 남부구간 보다 최대 10배나 비싸국감서 여야의원들과 문제점 개선 강력 촉구국민연금공단 “연구용역 추진” 약속 받아내서울외곽순환도로는 수도권 동서남북을 원형으로 연결한 서민들의 생활도로다. 그 중 북부 구간은 일산IC~퇴계원IC로, 당초 재정에서 민자사업으로 전환돼 남부구간에 비해 통행료가 2.64배에서 많게는 10배나 높다.할인 혜택에도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 남부 구간 나들목은 무료 구간이 많이 있지만, 북부 구간은 모든 나들목에서 통행료를 징수한다. 남부 구간과는 달리 북부 구간에는 출퇴근 할인 혜택도 없다. 같은 도로에서 차별적인 통행료가 부과되는 것이다.그 원인은 (주)서울고속도로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민간투자를 빙자해 통행료와 국민의 혈세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데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36%의 고이율로 지난 4년간 5천500억원에 달하는 이자 수익을 올렸다.투자금 수익의 회수가 어렵다는 핑계로 최대 48%의 고이율을 적용하고 있다. (주)서울고속도로는 지난해 1천284억원의 영업 이익을 올렸지만 6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 손실은 다시 국민의 혈세로 채워진다.기본적으로 서울외곽순환도로는 정부가 재정구간으로 매입해 통행료를 평등하게 조정해야 하지만, 우선 국민연금공단의 과도한 채권이율을 조정해 통행료 인하에 반영해야 한다. 일례로 민자도로인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지난 9월 1일부터 통행료를 1천원 인하했다. 주주들과의 합의를 통한 자금 재조달로 가능했던 일이었다. 공공성이 짙은 국민연금공단 역시 시민들의 통행료 인하 요구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양시는 5년 전부터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고, 지난 8월에는 15개 자치단체장과 25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 공동대책협의회가 출범했다. 대책위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그간 국회·국토교통부 등에 ‘북부 구간의 재정사업 전환으로 통행료 인하’ 등의 사항을 촉구했다. 그리고 통행료 개선에 대한 제언을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과 해당 지역 25명의 국회의원에게 전달했다.그간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영의 안정성 확보를 들어

  • [기고] 물 부족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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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물 부족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지면기사

    며칠 전 오랜만에 비가 조금 왔다. 요즘은 비 소식이 있을라치면 얼마나 반가운지, 나의 관심사는 온통 일기예보 뿐이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전국의 주요 저수지와 댐의 수위가 갈수기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해마다 1~2개 이상 한반도를 관통하던 태풍이 최근 3년 사이에 계속 비껴갔고 여름 장마에 비가 적어 중부 이남지역은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현재 충청권 주요 댐 담수율은 대청 40%, 용담 35%, 보령 30%로 담수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데다, 보령·서산 등 8개 시·군에 용수를 공급 중인 보령댐의 저수율은 평년의 57%에 불과하며 충남도는 지난 8월 19일부터 보령댐의 농업과 생활 용수 공급량을 줄였으며, 담수율이 30% 이하로 떨어지면 태안화력과 대산석유화학단지에 대한 공업용수 10% 감량공급이 불가피하다고 한다.지난 2012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50년에 OECD 소속 국가 중 ‘물 스트레스지수’ 1위가 될 전망이다.물 스트레스 지수란 물의 총수요량을 1년간 쓸 수 있는 물 가용량으로 나눈 수치로, 이 수치가 40%를 넘을 경우 ‘심각한 스트레스’(severe stress)로 분류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에 속한 국가 중 유일하게 물 스트레스 지수가 40%를 넘는 국가로 기록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우리나라 수자원 총량은 연간 1천297억㎥, 가용 수자원량은 753억㎥다. 이 중 420억㎥는 바다로 유실되고 333억㎥ 정도를 하천수, 댐용수, 지하수로 이용할 수 있다. 결국 수자원 총량 가운데 26%만 이용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급속한 경제성장과 산업구조의 변화, 좁은 국토에 비해 높은 인구 밀도 등이 물 스트레스를 높이는 주원인이다. 이상기후변화로 국지적 홍수와 가뭄 등 예측 불가능한 수 환경에 대비하여야 한다. 한정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스마트워터 시스템(물 수요량을 미리 예측해 수자원을 적정 분배 관리)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댐수와 호소, 하천수, 지하수에 의존하는 현재의 수자원 개념을 해수와 하수 재이용수,

  • [윤중강의 음악살롱] 파리를 울린, 아저씨의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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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중강의 음악살롱] 파리를 울린, 아저씨의 아리랑 지면기사

    파리의 스산한 가을에, 한국이 단풍처럼 물들고 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앞두고, 국립국악원이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콘텐츠 마다 색깔이 분명하지만, 프랑스의 언론은 특히 세 명의 여인을 주목했다. 김금화(굿), 안숙선(판소리)은 이미 기립박수를 받았다. 요즘말로 ‘격한’ 반응이다. 또 한 명의 여인이 프랑스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바로 무용가 안은미. 파리의 곳곳에서 ‘EUN-ME AHN’이 적힌 포스터나 배너를 만난다. 파리의 가을바람에서, 그것도 덩달아 춤을 추는 듯하다. 안은미의 춤 공연은 분명 아름다운 이변이다. 한달도 넘게 공연이 되는데, 모두 다 매진이다. 안은미의 춤에는 해학이 있다. 객석에서 과묵하기로 유명한 파리지앵도, 안은미의 춤공연을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이번 파리 가을축제에선, 안은미의 댄스 3부작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사심없는 댄스(Dancing Teen Teen), 조상님을 위한 댄스(Dancing Grandmothers)에 이어서,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댄스(Dancing Middle-Aged Men)까지 선보였다. 대한민국의 12명 아저씨들이 파리로 향했다. 여기 아저씨들은 대한민국에서 반듯한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아저씨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아저씨들에게도 저마다 내재된 끼가 있다. 이번 공연에선 아저씨들은 저마다 솔로로 춤춘다. ‘예비군가’에 맞춰서 교통정리하듯 춤을 추는 대기업과장님(이승엽)이 있다. ‘한잔의 추억’에 맞춰서, 거나하게 취해 객기를 부리듯 춤추는 대학교수(오동석)도 있다. 노가리 안주가 유명한 호프집을 경영하는 아저씨(성성열)는, 로맨틱한 색소폰에 맞춰 춤을 추다가, 객석을 향해 장미꽃을 던진다. 은행에 근무하는 아저씨(정연우)는 마치 음주 댄스 같다. 눈은 이미 벌게 있고, 추다가 계속 넘어진다. 나름대로 슬랩스틱을 설정한 거다. 아저씨들의 배경음악은 색소폰(안승구)으로, 프랑스 샹송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트로트와 7080노래를 넘나든다. ‘한옥의 현대화’를 외치면서 스스로 ‘동네목수’라 칭하는 아저

  • [특별기고] 여러분을 빅 포럼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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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여러분을 빅 포럼에 초대합니다 지면기사

    놀이공원에 간 사람들은 무슨 고민을 먼저 할까? 그것은 어떤 놀이기구가 가장 재미있는지, 또 대기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일 것이다. 그래서 고객 편의를 위해 최고 인기 놀이 기구 3종 혹은 5종 세트가 나왔다고 한다. 즉, 놀이공원에서는 수 많은 고객들의 기호와 행태를 데이터화 하고, 이를 분석하여 사람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종류를 예측했고, 그 결과로 3종 또는 5종 세트를 만들어서 할인권을 제공하고, 어떤 놀이동산에서는 대기 시간도 실시간 분석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보여준다. 이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빅데이터 활용의 일례이다. 데이터는 인류의 자취이다. 문명의 태동 이후 21세기 초입까지 축적한 데이터의 양은 500만 테라 바이트(TB) 정도라고 하는데, 현대인은 이 정도 데이터는 단 이틀 만에 생산할 정도로 우리는 엄청난 데이터 홍수의 시대, 즉 빅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쌓이고 있는 빅데이터들을, 이제는 분석을 통해 범죄와 자연재해 예방 등의 행정 분야, 수요와 공급의 예측과 같은 경제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활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IT기술 발전에 힘입어 이제는 저렴한 비용으로 빅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하고 분석·활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인데, 세계 최고의 기업인 구글의 가치도 실상은 축적, 관리하고 있는 거대한 데이터의 양에서 나온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데이터의 중요성은 미래를 바꿀 힘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그렇기에 주요 선진국과 우리 정부도 빅데이터 활용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경기도는 이러한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13일부터 15일까지 대한민국 IT산업의 중심지 판교테크노밸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국제 빅데이터 포럼이자 쇼인 ‘2015 빅포럼(B.I.G Forum)’을 개최한다. ‘피터 드러커’, ‘토머스 프리드먼’과 함께 세계 3대 경영 전략 애널리스트로 불리는 美 밥슨 대학의 ‘토머스 데이븐포트’(Thomas Davenport)를 비롯한 많은 석학과 글로벌 리더 400여

  • [월요논단] 사형(死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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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사형(死刑) 지면기사

    연쇄살인범에게 사랑하는 가족3명을 잃은 어느 피해자는“굳이, 사형 집행한다면또한번 나를 죽이는 것” 이라며오히려 “죽음을 줄게 아니라 아픔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우리나라에서 사형제도 존폐문제는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는 와중에서도 지속해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해도 국회의원 172명의 서명으로 사형제폐지 특별 법안이 공동발의 되었다. 서명한 의원의 수가 전체의 과반이 넘지만, 국민 여론은 아직까지 63대 27정도로 사형제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이 훨씬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마지막 사형집행 이후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 변협은 “사형제도 폐지가 세계적인 추세이고 인간의 생명은 그 자체가 절대적 가치를 갖는 소중한 것으로 다른 가치와 비교하여 희생되거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사형 폐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국민의 법 감정과 사회 여건상 사형폐지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도 있으므로, 사형 폐지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적 합의가 마련될 때 비로소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시하였다. 따라서 종국에는 폐지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예측되지만, 폐지되어야 할 이유 보다 정서적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갈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1996년 9월 5일, 사형수 M에 대한 사형집행이 예정된 미국 오리건주 세일럼 시에 위치한 교도소 앞에는 언론 취재진과 사형제도 찬반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지역신문에는 “사형집행일은 고뇌가 끝나는 날”이라는 피해자 어머니의 말과 흐느끼는 모습이 1면에 실려 있었다. 교도소 주변 도처에는 ‘신도 사형을 지지한다’, ‘사형은 자업자득, 지옥으로 보내라!’와 같은 글귀들이 쓰인 현수막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급기야 집행 1분전에 이르러서는 60, 59, 58…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집행이 끝났음이 알려지자, “…랄랄랄라! 헤이! 헤이! 세이 굿바이!”라는 유행가

  • [풍경이 있는 에세이]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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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이 있는 에세이] 집으로 가는 길 지면기사

    엄마 배웅 나갔다 만난 외국여자메모지 내밀며 안산가는 길 물어버스 탈때까지 있으려 했는데“고마워요” 하며 가보라고해 당황더 머물면 부담줄까 돌아섰지만‘잘 갔는지’ 온종일 떠올리게 됐다지난 달, 1호선 전철이 멈춘 날이 있었다. 엄마를 배웅하러 동인천역에 갔다가 나는 그 사실을 알았다. 아직 뉴스에도 나오기 전이었다. 역은 아수라장이었다. 노인들이 역무원을 붙들고 당신들의 행선지를 애타게 묻고 있었다. 결국 엄마를 버스에 태워 보내고 돌아섰는데 누군가 “저기요,” 불렀다. 외국에서 온 여자분이었다. 몸집이 작았고 메모지를 한 장 들고 있었다. “나 한국말 잘 못해요.” 그녀는 메모지를 내밀면서 신포시장은 어떻게 가느냐고 물었다. 메모지의 숫자들은 버스 번호였다. 신포시장은 버스를 안 타도 지하도를 따라가면 된다고 했더니 인천역은요? 다시 물었다. 가시는 곳이 인천역이에요? 신포시장이에요? 했더니 안산이라고 했다. 순간 나도 아득해졌다. 전철이 아니라면 대체 인천에서 안산은 어떻게 가는가? 더듬더듬 대화해보니 그녀는 동인천역이 안 된다고 하니까 인천역으로 가서 1호선을 탈 생각이었다. 여기로 올 때 인천역에서 내려 누군가 적어준 그 번호들의 버스를 타고 신포시장으로 가서 출입국사무소를 다녀왔던 것처럼. 그녀가 돌아올 때 인천역이 아니라 동인천역으로 와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또다시 알려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직통 전철을 탈 수 있고 버스로도 한번에 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 길로는 집에 갈 수 없었다. 내가 부평에서 전기가 나가서(그때만 해도 단순 정전인 줄 알았다) 모든 전철이 끊겼다고 하자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휴대전화 앱에서는 버스를 타고 송도역으로 가서 수인선을 타는 경로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어떡해, 버스 안내방송 잘 못 알아들어요.” “그러면 경찰서에라도 안내해드릴까요?” “거기 가면 어떻게 해줘요?” 하기는 경찰도 수인선 타는 경로를 알려줄 것이다. 그러니까 길은 그것 하나이고 하필이면 전철이 끊긴 날 이국의 낯선 도시 이 자리에 있게

  • [춘추칼럼] 명성황후 시해 120주년 추모의 역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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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명성황후 시해 120주년 추모의 역사적 의미 지면기사

    일본, 조선병합 최대 장애물로 지목 결국 만행오늘의 대한민국 성취 독립투사들 희생이 뿌리日, 한·일간 진정한 화해·상생위해선 사죄해야올해가 명성황후(1851~1895) 시해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바로 1895년 을미년 10월 8일 새벽 5시 일국의 국모를 구중궁궐까지 쳐들어와 시해한 일본의 만행이 저질러진 날이다.명성황후는 여흥 민씨 가문으로 숙종의 계비인 인현왕후의 아버지 민유중의 6대손이 된다. 명성황후(본명: 민자영閔紫英)는 경기도 여주에서 여흥민씨 가문인 아버지 민치록과 어머니 이씨 부인 사이의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명성황후는 8세에 양친을 잃고 고향 여주를 떠나 서울에 올라와 일가에 기탁하고 있는 외로운 처지였다. 1866년 3월에 삼간택에서 선발되었으니 고종황제보다 한살 연상인 16세였다. 명성황후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묘사를 살펴보면 아름답고 총명하고 기품 있고 사교적이고 매우 독서열이 강하였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처음에 왕비가 된 명성황후는 대원군과 부대부인을 잘 섬기고 궁중의 모든 어른들과 궁인들에게도 잘 대하여 궁내에 칭송이 자자하였으나 정작 지아비인 고종황제에게는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던 차에 1868년 윤4월에 고종황제의 사랑을 받던 궁인이씨에게서 완화군이 태어나자 명성황후의 입지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등의 독서를 열심히 연마하면서 고종황제에게 여인으로서 보다 정치적 반려자로 다가가기 시작하였다. 명성황후가 살았던 1851~1895년 동안은 한국 역사에서 국내외적으로 격변이 심했던 시기였다. 안으로는 봉건체제에 도전하는 민중세력이 형성되고 있었고, 밖으로는 서세동점의 물결 속에서 제국주의 침략이 노골화되던 상황이었다. 즉 근대화를 추진해야 되는 과제와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이 안겨졌던 시기였다.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독자적인 정치적 지지기반을 갖지 못한 고종은 그의 친정 의지를 실현시키고자 명성황후를 통해 민씨 친족세력을 정치적 배후세력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며, 유교적 윤리관에 입각해 아버지인 대원군에 대한 정면 도전을

  • [기고] TPP타결이 우리나라에는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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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TPP타결이 우리나라에는 어떤 의미인가? 지면기사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그리고 베트남 등 12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 or 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이 체결됐다. 이는 세계 GDP의 약 37%를 차지하는 메가 FTA가 출범하게 됨을 의미한다. TPP 타결로 우리나라와 여러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한 일본이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 우위에 서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대표적으로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과 섬유류를 꼽는다. 특히 원사기준으로 원산지가 적용될 것으로 알려진 섬유는 생산설비의 해외진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국내 고용의 감소로 연결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청년고용이 심각한 상황인데, 불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FTA 강국이었다. 그러나 금번 TPP 타결로 일본에 역전당했다는 의견이 있다. 2008년에 미국과 FTA 체결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타결이 불확실한 TPP 가입에 소홀했던 탓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TPP를 추진한다고 생각하는 중국의 입장을 감안했으리라 추측한다.당국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TPP에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잘한 일이라고 본다. 개별 국가끼리의 FTA에서 메가 FTA로 변하는 추세라고 볼 때 TPP에 참여하여 국내 산업을 지켜야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제정세가 급하게 돌아가는 때는 없었다. 과거 미국이라는 절대강자가 세계를 이끄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정책이 헛발을 딛는 순간 국민은 힘들어진다.한편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진행 중에 있다. 여기에는 한국, 중국, 일본, 아세안, 호주, 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바 세계 GDP의 약 29%의 경제규모이다.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상황에서 국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신해야 한다. 자칫 두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우물우물하면 양쪽에서 찬밥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

  • [특별기고] 숲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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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숲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야 지면기사

    광복 이후 우리 대한민국은 애국심을 기반으로 전 국민의 참여 속에 산림녹화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특히 1973년 정부의 치산녹화 전략 수립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완벽하게 산림녹화를 성공시켰고 국민들은 푸른 숲을 통해 삶과 쉼을 누리고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광복 70주년, 산림녹화 70주년과 함께 산림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토의 64%가 산림인 우리 대한민국은 그동안 보전과 녹화정책에 가려지고 식량 생산 중심의 농업정책으로 산림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산림산업은 ‘숲의 양적 성장’과 ‘보존의 가치’만을 주장하다 보니 ‘숲의 질적 성장’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점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산림의 밀집도와 녹화수준은 양적으로는 이미 충분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숲의 질적 성장’과 ‘숲의 전략적 배치’를 통해 숲의 효율적인 활용과 기능성 강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존 자연 경관과의 조화와 함께 숲에 이야기와 철학을 담아 산림이 위치한 지역의 특성과 함께 상생 발전하는 산림정책과 산림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문제는 ‘농업의 위기’는 ‘밥상의 위기’라는 논리로 국민들과 함께 개방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농수축산업에 비해 산림자원과 임산물의 위기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들의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동안 산림산업이 주로 1차 산업에 안주한 탓이겠지만 이제는 산림 그 자체의 자원에 국한하지 않고 휴양, 치유, 교육, 복지, 관광 등과 적극적으로 융합하여 산림산업을 6차 산업으로 진화시켜가며 국민적 공감대와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림산업 발전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소통을 위해 산림청과 산림조합, 산청군은 8일 아름다운 구절초 군락지와 풀벌레 소리 가득한 경상남도 산청군 동의보감촌 일원에서 ‘산, 산림, 숲 그리고 인간’을 주제로 ‘2015 대한민국 산림문화박람회’를 개막했습니다. 전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