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뷰티산업 활성화, 말뿐이어선 안된다
    오늘의 창

    [오늘의 창]뷰티산업 활성화, 말뿐이어선 안된다 지면기사

    "조금 잘 팔린다 싶으면 유통사는 저희를 떠나고, 저희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죠."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한 화장품 제조회사 대표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는 몇 년 전 서울의 중소 유통사와 힘을 모아 새로운 브랜드 제품을 개발·출시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어떤 제품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그런데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함께했던 유통사는 더 많은 물량을 더욱 싼 값에 생산할 수 있는 대기업으로 갈아탔다. 유통사의 납품 단가 인하 요구를 맞추는 데 한계가 있어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결국 처음부터 브랜드와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문제는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새로 출시한 화장품이 잘 팔리기 시작할 때가 차기 제품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인천을 떠나지 않을 화장품 브랜드를 키우고, 소비자를 끌어들일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인천에는 400여 개 화장품 업체에서 1만명 가까운 종사자가 나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 2조7천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것이다.인천시는 이런 점을 반영해 뷰티(화장품) 산업을 인천의 '8대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육성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인천시는 인프라 조성과 성장 기반 구축, 융복합 개발을 통해 뷰티 특화도시를 이루고, '세계인이 찾아오는 뷰티 메카도시 인천'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놓기도 했다. 인천시가 올해 화장품 산업 육성을 위해 확보한 예산은 13억원이다. 지원을 본격화한 2014년부터 올해까지 따져보면 연평균 9억원 수준이다. 경우에 따라 큰돈일 수 있지만, 10조원을 넘는 인천시의 예산 규모를 고려하면 민망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유통사와 제품 개발·생산→납품, 브랜드 성공→유통사 대기업 행(行)→새 제품 개발·생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더욱 많은 관심과 적극적

  • [오늘의 창]작심삼일
    오늘의 창

    [오늘의 창]작심삼일 지면기사

    사람들은 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습관처럼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다짐한다. 금연, 다이어트 등 지난해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한 일들을 마치 올해는 반드시 할 것처럼 또다시 자신과 약속을 한다. 매년 연초에 반복되는 이런 다짐을 지키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오죽했으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작심삼일이란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란 속담이 어원이라는 설이 있다. 고려에서 하는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 만에 바뀐다는 뜻이다. 이 속담은 조선시대로 내려오면서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로 바뀌었다.설화문학가 유몽인이 쓴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유성룡의 일화가 전해진다. 유성룡이 공문을 각 고을에 발송하라는 명을 내렸다가 실수가 있어 회수시켰는데 한 역리가 진작 발송했어야 할 공문을 그대로 가져온다. 유성룡이 아예 발송도 하지 않은 것에 크게 화를 내자, 그 역리는 "속담에 '조선공사삼일'이란 말이 있어 어차피 사흘 후 다시 고칠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사흘을 기다리느라고 보내지 않았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무턱대고 떠오르는 대로 하지 말고 사흘 동안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의미다.지금의 작심삼일과는 다소 다른 뉘앙스를 지니지만 어원을 따져보면 무턱대고 생각나는 대로 무언가 빨리 결정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는 자숙의 의미를 담고 있다.요즈음 대한민국은 '빨리빨리'가 익숙한 사회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시나브로 '빨리빨리'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이미 적응돼 있다. 빠른 것이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빠른 것을 요구하다보면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의 새해 다짐도 지난해 못했으니까 올해 해보자는 식으로 다짐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올해 새해 다짐부터는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신중히 결정한다면 매년 후회하는 '작심삼일'은 없지 않을까./최규원 사회부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사회부 차장

  • [오늘의 창]브레이크 밟아야 할 지방의회 해외연수
    오늘의 창

    [오늘의 창]브레이크 밟아야 할 지방의회 해외연수 지면기사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의 해외 연수 가이드 폭행 파문을 계기로 인천에서도 광역·기초의회 해외 연수의 민낯이 드러났다.각 의회의 연수 결과 보고서를 조사해 보니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출처 모를 글을 짜깁기해 만든 게 대다수였다. 지금껏 해외 연수가 얼마나 부실하게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결국 지방의회 해외연수는 계획만 그럴듯하게 짜놓은 속 빈 강정이었던 셈이다.시민 세금으로 마련된 의회 운영예산을 쌈짓돈처럼 써가며 외유성 연수를 다녀왔다는 실태가 낱낱이 밝혀지면서 선진지 시찰, 우호 교류라는 해외 연수 명분도 이제는 설득력을 잃었다.이런 가운데 최근 인천시의회를 비롯한 인천 10개 군·구 기초의회가 지방의회 해외연수 관련 규정을 손보겠다고 밝힌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의원 스스로 해외연수 계획을 심사하는 '셀프심사' 관행을 없애고, 외유성 일정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전국에서 가장 많은 1인당 해외연수 예산(650만원)을 편성했다고 알려진 인천 동구의회를 비롯한 각 기초의회가 올해 해외 연수를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인천시 군·구의장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송광식 동구의회 의장은 "시민들이 원하는 게 전체적으로 취소를 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동료 의원들과 잘 상의해 해외 연수를 가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각 지방의회별로 숱하게 다녀왔던 해외 연수가 인천에 무엇 하나라도 남겼는지를 돌아본다면 이제 해외로 나간다는 발상은 쉽게 나오지 못할 것이다.의원 1명당 수백만원의 예산으로 그랜드캐니언이나 할리우드, 오페라하우스를 다녀와서 인천 관광을 살리겠다고 한다면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지방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며 '우문현답'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지방의회가 내실 있는 운영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갈 것이 아니라 발걸음으로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시민들을 만나야 한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mj@kyeongin.com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 [오늘의 창]길거리 집회로 새해가 추워진다
    오늘의 창

    [오늘의 창]길거리 집회로 새해가 추워진다 지면기사

    지난해 12월 '용인에 SK하이닉스반도체 신공장 건립의 긍정적 검토뿐만 아니라 부품·장비업체와 대규모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 산업 생태계 강화에 나선다'는 내용이 언론에 쏟아졌다. 여기에 '향후 10년간 120조원의 공동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이 모두 참여하는 상생형 모델로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이 발표에 이천시민 거의 뒤집어졌다. 또다시 길거리 집회를 떠올린다. 꼭 12년 전 2007년 이맘때를 시민들은 기억한다. 이천 공장증설 불가 방침에 전 시민이 "생존권 사수" 목소리를 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는 채권단과 투신사 간 공방으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기업과 지역경제가 피폐해졌고, 웬만한 협력업체도 떠난 텅빈 공간으로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다. 그 후, SK의 하이닉스 인수로 주민들은 나아진 지방재정과 한층 밝아진 하이닉스 앞 거리의 활기찬 출퇴근 모습을 보면서 증설 시위 참여를 뿌듯하게까지 느껴지게 했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2007년 1월 정부의 균형발전론, 수정법 등의 각종 법규로 인한 증설 불가 방침에 시민들은 길거리로 나섰다. 시민 4천여명이 상가를 철시하고 과천종합청사와 광화문에 모여 삭발식을 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시민들은 "기업을 분산시키는 일자리 창출과 클러스터 조성이 맞는지, 수출의 20%대를 차치하는 반도체산업을 현 공장증설과 첨단화로 40%로 끌어 올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이천공장마저 용인으로 갈 우려가 있다.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며 집단행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다시 칼바람을 맞으며 시위에 나설 시민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서인범 지역사회부(이천) 차장 sib@kyeongin.com서인범 지역사회부(이천) 차장

  • [오늘의 창]논공행상
    오늘의 창

    [오늘의 창]논공행상 지면기사

    지도자의 자질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논공행상'이다. 논공행상이 공정하지 못하면 지도자와 부하들 간의 신뢰가 깨지고, 부하들 간에 알력을 일으켜 반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우석제 안성시장이 최근 단행한 문책성 인사와 특정지역 출신 중용 인사 등의 문제로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사회까지 시끌시끌하다. 시장은 지난해 취임과 함께 줄곧 측근 인사와 인사 청탁을 배제하고, 공명정대한 인사를 통해 적폐 세력을 척결하겠다고 공직 및 지역사회에 공헌해 왔다.하지만 시장은 두차례 대규모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하면서 자신의 고향인 보개면과 인근 고삼면 출신들 이른바 BK지역의 공무원을 대거 중용했다. 이 과정에서 '보개대군'과 '상왕', '김기춘 비서실장' 등이라 불리는 측근들이 개입해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소문도 사실처럼 퍼졌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서는 승진과 주요보직을 받기 위해선 BK출신이든가 측근들에게 줄을 대야만 한다는 자조 섞인 우려가 나왔다. 시장은 지난 9일 해외여행을 이유로 사령장 배부 및 시무식에 불참한 사무관 승진 내정자의 보직을 줬다 빼앗은 문책성 인사를 단행해 공직사회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인사불만을 품은 공직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SNS 댓글 등을 통해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시장의 입장에선 인사권이 고유 권한인데다가 자신의 소신과 고심 끝에 결정한 인사를 두고 내·외부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억울하고 화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들의 아우성도 한 번쯤은 차분하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원칙과 기준, 그리고 공정한 기회를 갖게 해달라는 것이다.시장은 공직사회에서 아버지 같은 존재다. 때로는 엄한 모습도 필요하지만 한없이 자애로운 모습도 필요하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인사는 없지만 과반수가 넘는 이들이 수긍하는 인사를 지향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인사는 다소 실망스러울수 있지만, 현명한 19만 안성시민이 선택한 시장인 만큼 믿고 싶은 마음으로 옛날 동네 어른들이 나에게 했던 말을 전하고 싶다. 인사(人事)와 같은 한자를

  • [오늘의 창]경기도 정책공모, 가평의 성공카드는
    오늘의 창

    [오늘의 창]경기도 정책공모, 가평의 성공카드는 지면기사

    '232억원'. 이 금액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실시된 경기도 공모사업 '넥스트 경기 창조오디션'과 '새로운 경기 정책공모 2018, 경기 First'에서 가평군이 확보한 특별조정교부금 총액이다.가평군은 '넥스트 경기 창조오디션' 시작 원년인 지난 2014년 '뮤직 빌리지 조성사업'으로 공모해 대상수상과 함께 100억 원의 특별조정교부금을 지원받았다. 가평군은 이내 급부상했고 경기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역사회도 모처럼 들려온 희소식에 환호했다.이어 이듬해인 2017년에는 커뮤니티 연극 활성화로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제시하는 '방문자 경제를 창조하는 연극공간 조성사업'으로 10억원을 받았다. 또 지난 2016년에는 '7080 청평 고을 조성사업'에 공모해 사업비 79억원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체류형 관광지로 도심 관광 활성화 모델을 제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지난해에는 민선 7기 '새로운 경기 정책공모 2018, 경기 First'에서 '전통시장 창업 경제 타운 조성사업'이 우수에 선정돼 43억원의 특별조정 교부금을 확보했다.이처럼 가평군은 지난 5년간 2017년을 제외한 매년 대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에 이르는 특별조정교부금을 확보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른바 특정 분야 편중(?) 사업이라는 등의 여론과 사업 성공 미지수에 대한 막연함 등을 걱정하는 소리다. 사업의 원만한 추진을 위해서는 갈등의 불씨가 되는 우려의 소리는 반드시 불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관계자 등은 무엇보다 우선해 우려를 사고 있는 부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예컨대 이해당사자 간 소통을 통해 사업의 당위성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 올리는 등 원초적 갈등 해소를 위한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 해소를 위한 대책 등이야 말로 사업 성공을 내다보는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사업 선정 성과 등을 통해 모처럼 충만한 지역의 자신감·자존감·존재감이 모래성이 되지 않길 기대해

  • [오늘의 창]방학 중 근무 논란 끝내자
    오늘의 창

    [오늘의 창]방학 중 근무 논란 끝내자 지면기사

    방학 중 선생님이 학교에 있어야 하느냐, 아니면 없어도 되느냐.방학마다 논란이 됐던 이 문제는 이번 겨울방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천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저런 갈등이 빚어졌다고 한다.방학이라고 해도 학교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아니라 돌봄교실, 학교도서관이 운영되니 이를 책임지고 감독해야 할 교사가 있어야 하는 입장과 교장·교감과 행정실 직원, 실무원 등 학교 내 많은 인원이 있으니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는 것이 주된 갈등이다.그런데 인천시교육청은 이러한 학교 현장의 갈등을 조율하고 봉합하기보다는 한쪽 편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교육청은 지난해 여름방학을 앞둔 7월 방학 중 근무조 폐지를 권장하는 공문을 보냈고, 지난달에도 일직성 근무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안내했다.학교 구성원이 지혜를 모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을 교육청이 나서서 한쪽 편을 드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점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됐다.하지만 정작 이러한 문제를 두고 인천시교육청이나 일선 학교들이 학생·학부모 등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서비스를 받는 당사자와 충분히 소통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학생과 학부모 의견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방학 동안 학교 문을 잠그고 모든 업무를 중단한다면 이러한 문제나 갈등, 논란은 없어지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인천시교육청이 방학 중 근무 문제에 개입하기로 했다면, 지금처럼 애매한 방식이 아니라 학부모에게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취했으면 좋겠다.그리고 인천시교육감이 명쾌하게 답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학 중에 학생을 학교도서관이나 돌봄교실에 보내도 아무 탈 없이 안전하고 건강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믿으라고, 교육감이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말이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 [오늘의 창]제갈량과 사마의
    오늘의 창

    [오늘의 창]제갈량과 사마의 지면기사

    중국 역사 속에서 수많은 영웅들과 함께 눈부신 활약을 하던 책사(策士)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대중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역시 제갈량(諸葛亮)이 아닌가 한다. 제갈량은 신출귀몰한 전략으로 촉한(蜀漢)의 유비(劉備) 군을 연전연승케 하며 삼국지를 읽는 독자들에게 수많은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그에 반해 제갈량의 최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위(魏)나라의 사마의(司馬懿)는 제갈량의 지략에 2% 부족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주요 전투에서 번번이 패배하곤 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삼국지에 등장하는 위나라의 조조, 촉의 유비, 오나라의 손권 중에서 삼국 통일의 대업을 이룬 사람은 없다. 세명 모두 평생 동안 천하 통일을 꿈꿨지만 모두 뜻을 이루지 못 한 채 눈을 감았고, 제갈량 역시 전장에서 죽도록 일만 하다가 결국 병사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삼국을 통일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것은 진(晉)나라를 세운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司馬炎)이다. 사마염이 명목상으로 3국을 통일하긴 했지만 그 기틀을 만든 사람은 단연코 사마의라 할 수 있다. 제갈량과 사마의 둘 다 각자의 나라에서 잘나갔기 때문에 정적들의 시기와 모략이 난무했다. 제갈량은 그럴 때마다 말로써 자신의 무결함을 증명해 보였고, 반대로 사마의는 수차례 권력을 박탈당하는 수모 속에서 병환 등을 핑계로 은거하며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 쿠데타를 일으켜 조조의 후손들을 평정한 뒤 위나라의 권력을 잡았고, 결국 사마(司馬) 씨 집안은 위·촉·오 3국을 집어삼키며 천하를 통일했다. 사마의의 최대 장점은 정적들의 간계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수십 년간 내공을 쌓으며 끝까지 버틴 데 있다. 새해 대부분의 기관과 조직에서 인사가 이뤄졌다. 승진이 되지 않거나 원치 않는 인사발령이 난 사람들은 대부분 이를 남 탓으로 돌리며 서로 헐뜯기 바쁘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아직 자신의 때를 만나지 못해서 그럴 수 있다. 사마의처럼 끝까지 버틴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김선회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ksh@kyeongin.com김선회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 [오늘의 창]반갑다, 2019 스포츠!
    오늘의 창

    [오늘의 창]반갑다, 2019 스포츠! 지면기사

    2019 기해년(己亥年)은 대한민국 체육계에도 매우 뜻깊은 해이다. 오는 10월 서울에서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가 펼쳐진다. 경기도는 기념비적인 올해 대회에서 18년 연속 종합 우승을 노리고 있다. 대회 개최 도시인 서울시의 강력한 견제를 뿌리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인천시는 2014년 아시안게임을 치를 때 지은 경기장 등을 활용해 올해 전국체육대회 일부 종목(수영 등)을 유치, 서울시의 부담을 덜어줄 예정이다. 인천시가 지난해 대회에서 이룬 광역시 1위(종합 7위)를 다시 수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올해 남북 스포츠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발맞춰 경인지역 체육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프로축구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북한 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욘 안데르센 감독을 영입했다. 지난해 시즌 극적으로 1부리그에 잔류한 인천 구단은 남북 축구 교류를 위해 안데르센 감독과 머리를 맞대왔다고 한다. 수원FC는 북한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 데뷔한 선수를 영입할 거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인천시복싱협회는 북한과의 복싱 교류전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도 동참하는 대회를 구상 중이다. 인천시복싱협회는 지난 2012년부터 매년 5월께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열리는 국제복싱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북한도 오래전부터 이 대회에 출전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남북 스포츠 교류가 이어져 왔다. 매년 11~12월께 인천을 찾아 친선 교류전을 치르며 인천 복싱인들과 우정을 쌓고 있는 예프게니 티모페예프(Evgenii Timofeev) 러시아 하바롭스크시복싱협회장은 최근 인천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남북 교류전이 성사되도록 인천을 돕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는 불과 한달 전에 북한 평양에서 친선 교류전을 펼치고 온 터였다. 그런가 하면, 국민 스포츠인 프로야구 '디펜딩 챔피언' 인천 SK 와이번스는 올 시즌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겠다고 해 시민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새해에도 스포츠가 선사할 가슴 벅

  • [오늘의 창]'서울 경찰'이 독식하는 고위직 인사
    오늘의 창

    [오늘의 창]'서울 경찰'이 독식하는 고위직 인사 지면기사

    경찰 고위직 인사가 마무리됐다. '경찰의 별인 경무관에 15명이 새로 이름을 올렸고,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 82명의 승진이 확정됐다. 승진자 명단을 지역별로 분류하면 '서울 편중'이 심각했다. 경무관 승진자 15명 중 경찰청(7명)을 제외한 8명 중 6명이 서울청에서 배출됐다. 총경 승진자의 30%는 서울청 근무자였다. 경찰청까지 포함하면 승진자 82명 중 절반이 넘는 42명이 서울에서 나왔다.외부자 입장에서 수년 간 경찰 인사를 들여다보면서 '서울 편중' 현상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경찰청, 서울청 근무자들이 다른 지방청보다 '근무 강도'가 세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 경찰청·서울청에 근무하는 승진 대상 간부 상당수는 주말도 없이 거의 매일 근무한다고 한다.경찰관은 시민의 자유·권리를 보호하고, 사회 공공질서를 유지한다. 서울 경찰과 서울 외 지역 경찰의 역할이 다르지 않다.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수를 봐도 그렇다. 지난 6월 기준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수는 서울청이 365명으로 전국 17개 지방청 중 전남(362명) 다음으로 적다. 가장 열악한 곳은 경기북부청과 경기남부청으로 각각 경찰관 1인당 584명, 579명을 담당한다. 인천의 1인당 담당 인구수는 489명이다. 지난해 1년간 범죄발생 건수 역시 경기도(41만7천66건)가 서울(32만193건)보다 10만건 가량 많았다.경찰 11만여명 중 총경 이상에 오르는 비율은 0.5% 안팎에 불과하다. 총경 직급 이상 대부분이 서울 지역 근무 경찰로 구성돼 있는 현상은 개선돼야 한다. 국내 최대 도시 서울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의 역할과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도 시민 입장에서 서울과 서울 외 지역 치안 서비스의 경중(輕重)이 있을 수 없다. /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roblema@kyeongin.com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