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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투플러스원 엄마들 지면기사
21세기 한국 주부 상당수는 '2+1 노동' 중경단녀 환영 3D업체서 2달 상처·1달 치유'학원비+알파' 벌려고 다른곳 찾을 수밖에보다 사람다운 일터 개선 '법부터 제대로!'어떤 선배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집사람 일하니?" "두어 달 일하고 한 달 쉬어요." "투플러스원(2+1)이구나. 다 그래." 연전엔 아내만 그런 줄 알았는데, 21세기 한국 주부 상당수가 '2+1노동' 중이었다. 왜 끈덕지게 일을 못해? 의아한 이도 있겠지만, 엄마들은 '2+1'일 수밖에 없었다.엄마가 아이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싶기가 무섭게 아이 과외비가 호환마마처럼 다가온다. 엄마는 학원비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일자리를 구한다. 결혼과 출산과 육아의 세월 동안 경력 단절 여성이 되었다. 무슨 '맥'(脈)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미혼 때의 경력을 살리는, 재능을 살리고 보람도 얻을 수 있는,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인……, 암튼 마음에 드는, 흡족한 직장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그런데 언제든지 주부들을 환영하는 일들이 있다. "구인광고 보고 전화했는데요……" 하자마자 어서 와보시라고 하는 곳들. 형식상 이력서도 내고 면접도 보지만 거의 일단 채용된다. 바로 3D업체들이다. 'Dirty'하고 'Difficult'하고 'Dangerous'한 일을 하는 곳. 콜센터, 청소, 간병, 식당, 캐셔, 판매, 노가다, 도우미, 공장…….이 일들은 깨끗하다 할 수 없고 어렵고 위험할 뿐만 아니라, 노동의 대가도 아주 적게 받는다. 갖은 까닭으로 덜 주려고 한다. 고용주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게 줄 수밖에 없기는 하다! 고용주는 정부법 탓을 하는데 확실히 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돈보다 더 문제는 이런 일들의 속성상, 무수히 받는 상처다. 육체적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 고용주에게만 받는 게 아니라 소위 중간관리자한테도 받고 동료끼리도 주고받는다. 물론 가장 큰 상처를 주시는 분들은 '고객님'들이다. 상처로 너덜너덜해지니 사흘 넘기기 어렵고, 삼 주 버티기가 어렵고, 석 달 넘기기가 벅차다.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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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모든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지면기사
편의점·대형마트 입점 '소멸되는 동네슈퍼'도시재생으로 새롭게 꾸며지는 '마을 공간'시간 흐름에 쇠락하는 것들 그저 바라볼뿐2019년엔 남긴 여백에서 새로운 탄생 기대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즈음이 되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밀려온다. 인류의 역사 자체가 생성과 소멸의 과정이다. 그렇게 수 천 년을 반복해온 일이지만 여전히 사라지는 것들은 아쉽고 슬프며, 새롭게 태어나는 것들은 벅차고 기쁘다. 우리는 매일 맞이하는 밤과 낮처럼 그 둘 사이에서 살아가지만, 문제는 그 둘의 균형이 흔들릴 때이다.서울시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근처 골목에는 오래된 동네슈퍼가 있다. 정확하게는 '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지금은 물건을 팔지 않고 낡은 간판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무 간판에는 하얀색 페인트로 쓴 '봉다리슈퍼'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원룸이 많은 대학가 주변이라 장사가 될 법도 하지만, 10여 년 전 바로 옆에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이 작은 가게는 판매 물품을 조금씩 줄이면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마지막 들렀을 때 팔고 있는 품목으로는 생수가 유일했다. '봉다리슈퍼'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 가득 찬 도시에서 낡은 간판으로 마지막 호흡을 연명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동네의 작은 가게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도시의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류 문명의 힘으로 세운 도시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면서, 다시 새롭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조금씩 다듬고 고쳐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넘어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등장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순간이고, 새롭게 조성된 매끄러운 편의공간에 금방 익숙해지고 만다. 자본의 특징은 '탐식'이다. 서울의 사례로만 보자면, 홍대에서 삼청동으로, 가로수길로, 서촌으로, 성수동으로, 끊임없이 먹이를 찾아 이동한다. 현재로서는 이 포식자를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는 곳이 '공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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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동상이몽의 선거제도 개혁논란 해법은? 지면기사
소수 野 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연대양당대립 벗어나 다당제·협치 제도화 주장초과의석땐 비례·대표성 훼손 불편한 진실권력구조 개편 맞춰 설계 심도있게 논의를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격돌하고 있다. 소수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생존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전체 의석을 정당 득표만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야3당은 이 제도의 최대 장점으로 사표(死票)를 줄이고 비례성을 강화하며 극단적 양당 대립정치에서 벗어나 다당제와 협치를 제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선거제도는 민주정치의 핵심인 대의 과정의 본질을 규정해 준다. 그런데 선거제도가 왜곡되어 거대 정당이 소수 정당보다 훨씬 유리하고 심각한 표의 비등가성이 노정되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따라서 심각한 불균형성을 내포하고 있는 기존의 선거 제도를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하는 것은 충분한 명분이 있다. 하지만 선거제도를 둘러싼 각 당의 입장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내년 1월까지 선거구제 개편과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다. 향후 선거제 논의가 정략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이며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 가령 이 제도가 도입되면 초과 의석이 발생되어 의원 정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그 이유는 정당 득표율로 배분 의석을 정한 후, 배분의석 안에서 지역구 의석을 먼저 채우고 잔여 의석은 비례대표 의석으로 배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객관적인 사실을 정직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지난 2017년 9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에서 실시된 연방 하원 선거에서 무려 111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했다. 2016년 총선 결과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41석, 새누리당은 영남에서 11석, 국민의 당은 호남에서 7석 등 59석의 초과 의석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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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연내 답방 무산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 지면기사
철도연결 착공식 준비·남북 교류 확대 등비핵화 협상 진전위해 기초다지기 지속돼야신년초 성사땐 내년 남북관계 훈풍 기대기싸움 말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 이끌어야김정은 위원장의 연내답방은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연내답방과 관련 진척사항이 없으며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고 이제 연말도 절반이 지나간 만큼 경호, 의전 등 물리적 시간도 부족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에 답방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첫째, 비핵화 부문에서 아직 북미간 기싸움이 지속 중이다. 이러한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9·19 평양정상회담에서는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 상응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 북미간 신뢰의 접점을 찾기 위한 우리의 중재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북한이 미국에 대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북미 고위급회담이 무산된 이후 북미 실무자간의 접촉 움직임은 있으나 특별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교착국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필수다. 북한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 보다는 북미정상회담에 올인해야 할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답방을 하더라도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를 이뤄야 하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둘째,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현재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국면이다. 올해 이미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많은 사항에 합의하였다. 물론 그 합의사항들은 착실히 이행되고 있다. 남북 정상간 만남이기 때문에 새로운 비전과 사업들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북핵협상의 지연에 영향을 받고 있다. 남북이 새로운 합의를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고려한 듯하다.셋째, 준비기간의 부족이다. 준비기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관련되어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어있다. 국민 60~70%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환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견해도 있다. 북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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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소설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지면기사
"왜 읽어야 합니까?" 어느 수감자 물음에내 답보다 '故 최옥정 작가'의 유언이 명쾌"읽는 사람 많은 만큼 세상은 행복해지고타인이 언제나 마음 열고 인생을 보여줘…"서른다섯 살 때인가 교도소에 갔었다. 동행한 두 분은 단풍놀이라도 온 듯 여유로웠다. 대조적으로 나는 도살장 본 황소처럼 떨었다. "저…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저는 막 춥고 무섭고, 얼빠져 갖고 제정신이 아니네요." 내가 엄벙덤벙 주워섬기자, 환갑의 L이 물었다. "혹시 교도소에 처음 와보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L은 대견하다는 듯이 뇌었다. "너, 참 세상 편하게 살았구나. 참 착하게 살았어." 불혹지년의 J는 "난 고향에 온 것처럼 친숙한데!"라고 했다. J는 젊은 시절에 시국사범으로 옥살이를 했었다.가장 먼저 들른 무슨 '실'에서 주민등록증과 소지품을 꺼내놓고 대신 명찰을 받았다. 명찰에 '지도' 혹은 '선도'라고 씌어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다. 그저 '방문'이라고 적혀있었는지도. 몇 개의 철문을 통과했다. 교도소장은 아니었지만, 교도소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과 차를 마셨다. 그는 좋은 일 하러 오셨다고, 치하해주었다.'글쓰기반' 담당 교도관은 미안해했다. "좀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는데, 신청자가 거의 없네요. 훌륭한 분들 모셔놓고 정말 민망하게 됐습니다. 대개 귀찮아하기는 합니다. 종교 하는 분들, 바른 생활이니 도덕 함양이니 정의 실천이니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자주 오거든요. 그분들이야 봉사하는 마음으로 좋은 말씀을 해주십니다만, 아이구야, 여기 사는 사람들 귀에는 다 지겨운 설교죠. 초코파이나 사탕이나 군것질거리라도 나눠준다고 하면 좀 신청자가 있을까. 그래도 이번 프로그램만큼은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글쓰기 강좌는 진짜 처음이거든요. 시, 수필, 소설! 말만 들어도 황홀하네요. 글 쓰게 도와주고 좋은 책 얘기 들려주고 얼마나 좋아요. 똑같더라고요. 지원자가 여덟 명밖에 없어서 스무 살 갓 넘은 애들 여섯 우격다짐으로 끌어왔습니다. 너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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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호미와 굴착기 지면기사
수요자 욕구 늘며 지역문화재단 설립 증가시설운영아닌 예술매개 모든 영역 망라 역할지자체 역사·문화 자원 발굴·콘텐츠 생산…굴착기 아닌 호미 들고 동네 삶 속으로 향해야최근 지역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많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16개 광역문화재단을 포함해서 대략 100개의 문화재단이 있고,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설립 준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해 설립 근거를 갖게 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예술 영역에서 생산자와 공급자 중심의 예술이 아니라 주민들이 즐기고 참여하는 수요자 중심의 예술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노동 중심의 삶에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기초한 문화가 있는 삶에 대한 갈증도 한몫하고 있다.물론 지역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도 존재한다. 지금까지 지역문화재단은 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한 공연장과 미술전시관, 문화센터 등의 시설을 위탁운영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문화재단이 만들어지더라도 새로운 변화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이 지역문화재단은 이중적 정체성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공공기관으로서 법령과 규정에 따른 행정 절차를 따르는 부분과 문화예술 영역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지원하는 유연함이라는 정체성의 측면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역문화재단이 어떻게 일할 것인지의 해답은 지역문화재단이 대부분 기초자치단체 영역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모든 정책의 마지막 종착지인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이다. 정부나 광역 단위의 정책과 사업, 예산은 부서별, 분야별로 모두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교육과 문화,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돌봄, 복지 등이 동시에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일까. 문화재단이라는 이유로 '문화'와 '예술'만 사업 영역으로 설정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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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5무(無) 정치' 벗어나야 국정 성과가 보인다 지면기사
정치권, 합의·소통없이 '투쟁' 갈등만 증폭 선출된 대표자들 권력 의존 '리더십 실종' 내각중심 정치로 전환 망가진 경제 챙겨야 잘못된 정책 과감히 바꿀 수 있는 용기 필요 우리 사회가 '5무(無) 정치'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째, 공학만 있고 철학이 없다. 정치권은 '민주당 20년 집권론', '반문 연대' 등 정권을 잡기 위한 정치 공학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오직 표를 얻기 위해 주저 없이 전략적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을 구사한다. 철학이란 '습관적으로 살아온 삶에 대해 변화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철학의 빈곤 속에서 대화와 타협보다는 상쟁과 대립, 포용과 협치보다는 독식과 배제, 합의와 소통보다는 투쟁과 불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통치만 있고 정치가 없다. 집권 세력은 이념과 코드에 맞춰 통치를 하고 종종 정치를 무시한다. 정치로 풀어야 할 것을 힘으로 밀어붙인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는 자신들이 의식하지 못한 채 군림하고 통치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에 빠져있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추구가 아니라 갈등조정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셋째, 리더는 있지만 리더십은 없다. 물리적 강제력을 통해 지시하고 통제하는 권력에만 의존하면 리더십은 발휘될 수 없다. 리더십은 설득을 통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권력에만 의존했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넷째, 투쟁만 있고 대안은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 투쟁에만 매몰되어 국민들이 공감하는 대안을 적시에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 대표만 있고 책임은 없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는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지금까지는 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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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가짜뉴스·현상왜곡은 모두의 적이다 지면기사
美 연구소, 北 삭간몰 기지 속임수라 보도협상 진전없는 민감한 시점 뜬금없는 악재20년 전 '금창리 핵의혹' 불신만 키운 전례현상타파 거부하면 한반도는 영속적 분단 며칠 전부터 난데없이 미국 한 연구소의 분석보고서 내용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미국의 한 언론이 이를 북한의 거대한 속임수·기만 등으로 보도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우선 연구소 보고서에 언급된 삭간몰 미사일 기지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우리 군 정보 당국도 파악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동 기지가 비핵화 협상의 중요한 축인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연관이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지금 핵·미사일 관련 북미 간 협상이 진행 중이며 오히려 앞으로의 협상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기지 폐기문제를 미국과 합의하기도 전에 뒤통수를 쳤다느니 기만하고 있다고 하니 선후가 뒤바뀐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굳이 북한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뒤통수를 맞은게 누군지 좀 더 명확히 살펴볼 일이다. 지금은 매우 민감한 시점이다. 6·12 센토사 합의 이후 북미 간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북미 간 교착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여러 차례 중재에 나서 북미 간 초기 조치의 연결점을 찾기도 하였다, 9·19 남북정상선언에서의 비핵화 관련 합의가 그러한 것이다. 막상 초기 조치로 들어가려니 북한과 미국은 상대방의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여전히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를 비핵화 및 제재해제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며 북한은 핵동결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국면이다. 얼마 전 개최하기로 한 북미 고위급 대화의 연기도 명목상의 이유야 어찌되었든 양측의 입장차이가 명백히 좁혀진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으며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차 정상회담의 준비는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내년 초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비관적이나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지난한 협상의 과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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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소중한 기록자들 지면기사
학생문학상 덕분에 풋풋한 소설읽는 호사멘토작가로 조언해주면서 오히려 더 배워선입견 없는 자유문체 '천재의 향연' 같아다양한 생각·재능품고 세대대표로 커주길모 학생문학상 덕분에 반년 넘게 풋풋한 소설들을 읽는 호사를 누렸다. 여러 달 동안 학생들이 온라인에 작품을 올리면, 소위 멘토 작가가 조언을 해주고, 학생들이 퇴고하고, 최종 투고하는 방식이었다. 입상 학생들과 직접 만나 1박 2일 동안 문학을 나누기도 했다. 나는 주로 중학생의 소설을 만끽했는데, 지도했다기보다는 외려 느끼고 배웠다.다 같은 소설이 아니다. 소비 행태로 나누면 가장 널리 사랑받는 웹 소설 혹은 인터넷소설, 과거에는 대중소설로 폄훼당하기도 했지만 지금 대세인 장르소설, 교과서에서 배운 소설과 유사한 클래식음악 같은 본격소설. 이야기 방식으로 나누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듯한 리얼리즘, 마음의 풍경을 그리는 모더니즘,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황을 그럴듯하게 다루는 판타지, 여러 경향을 짬뽕한 퓨전….그 밖에도 얼마든지 소설을 나눌 수 있다. 전문가들이나 그런 쓸데없는 분류를 하는 줄 알지만, 실은 모든 사람이 하고 있다. 자기가 좋은/재미있는 소설이라고 설정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맞으면 좋은/재미있는 소설이고 안 맞으면 소설도 아닌 것이다. 대개의 소설가들은 평생 소설을 읽고 평생 소설을 써온 사람들로서 소설에 관한한 최고로 잘 아는 자들이기에, 자기가 최선을 다하여 쓴 소설에 대한, 문외한들의 몰이해와 몰인정이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지만, 당연한 것이다. 독자는 자기만의 소설관에 따라 소비할 뿐이니까. 실은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도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쓰는 존재라는 걸, 천진난만한 중학생들이 잘 보여준다. 정말이지 천재의 향연 같았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때, 그토록 할 것도 제약도 많고 즐길 것도 넘쳐 나는 시대에 그처럼 정성껏 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한 학교에 한 명 있을까 말까. 우주를 날아다니고 미래세계를 넘나들고 헛것에 집착하는 판타지가 주류였지만, 역사로부터 성실히 배우려는 알레고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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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자치분권, 공통경험 통한 '신뢰'에 달렸다 지면기사
권한·책임 다른 주체에 분배·이양하는 자치성별·세대·직업 등 서로 다른 목소리 수렴 상대방 존재 부정하기보다 인정하는게 중요 다양한 영역의 사례들 믿어주는것도 필요지난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 2018'이 열렸다. 총 21만여 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자치분권의 제도화와 구체화라는 목표를 두고 '중앙권력을 나누면 지방의 역량이 배가 되고 주민 행복이 더해진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전국적인 행사로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대한 다양한 세미나와 토론회가 열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생산성 측정 평가를 통한 수상과 함께 읍면동 기초단위의 우수 사례를 전시하고 시상하는 자리도 있었다.'자치분권'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라는 점을 넘어 분권이야말로 실제 주민들의 생활과 사고 수준에도 맞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구절벽과 경제위기 등 우리가 직면한 삶의 다양한 현안들을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중요한 출구전략이기 때문이다. 행정의 비효율성을 제고하거나 직접민주주의의 실현 등은 어쩌면 부수적 효과일지도 모른다.이번 박람회를 둘러보면서 자치의 가장 기초단위라고 할 수 있는 전국의 읍면동에서 실제로 만들어가고 있는 자치의 핵심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이 '자치'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권한과 책임의 분배와 이양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일상을 결정하고 규정하는 많은 권한과 책임이 공무원을 중심으로 하는 행정조직과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소위 '직능단체'의 몫이었다. 자치는 이러한 권한과 책임을 전혀 다른 주체들에게 분배하고 이양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제도와 규정, 절차와 예산 등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껍데기는 훨씬 딱딱하고, 과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