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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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태국 방콕에서 배운 선출직 공무원의 자세 지면기사
태국 방콕의 상징색인 녹색 넥타이를 맨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물었다. "방콕 시장으로 일하면서 중앙정부와의 갈등이나 이견은 없었나요. 혹시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찻찻 싯티판 방콕시장은 말했다. "도시 차원에서도 여러 일이 일어납니다. 도시에서 하는 일들이 사람들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도시 차원에서 어떤 모범 사례를 구축하면 오히려 더 큰 정부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현지시간 지난 6일 찻찻 시장을 만난 김 지사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으며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을 가졌고 협력 강화에 이어 국내 정치로 주제를 옮겼다. 김 지사는 자신처럼 여당 소속 단체장이 아닌 찻찻 시장에게 야당 단체장으로서의 고충을 물었고 찻찻 시장이 이같이 답했다. 양극화가 심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무소속'으로 출마, 지지자들을 모았다고 설명하며 "선출직 정부로서 항상 직원들에게 선거로 희망을 줘서 이겼으니, 실망하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또 무엇보다 신뢰가 있어야 무엇이든 할 수 있기에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고 부연했다.태국의 정치적 구도가 한국과는 여러 부분에서 다르지만, '도정 또는 시정을 우선해야 하고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양국을 막론하고 전 세계의 선출직 공무원이 가져야 할 자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정치를 돌아보면 이러한 자세를 가진 단체장이 얼마나 될지 암울한 게 현실이다.선거철만 되면 국회의원·단체장 후보들은 '지역'으로 와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또는 정부에 힘을 보태야 한다며 표를 호소한다. 내년 총선 역시 안 봐도 비디오다. 국회의원들이 후보 때만 지역에 오고 당선되면 국회에만 있는 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단체장이라고 다를까. 단체장 가운데 '지역봉사'보다는 더 큰 위치로 오르기 위한 성과 내기가 더 중요한 이들이 태반이다. 투표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힘을 주려면 유권자는 물론 한국 정치도 바뀌어야 함을 태국 출장에서 배웠다. 지금까지의 정치를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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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세닢 주고 집 사고 천냥 주고 이웃 산다" 지면기사
"세 닢 주고 집 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중국 톈진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도시 간 교류의 중요성을 이 같은 속담에 비유했다. 집을 정할 때는 집 자체보다도 주위 이웃을 더 신중히 가려서 정해야 함을 나타낸 말이다.한·중 관계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으로 냉각기에 접어든 상항에서도 인천시, 톈진시가 함께 한 자리에서는 '시장법칙' '상호이익' '포용적 성장' '대외 개방'이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언급됐다. 도시 외교를 지속하고 범위를 더욱 넓혀나가야 한다는 데 두 도시 간 이견은 없었다.유 시장은 오랜 기간 자매결연 관계를 이어온 톈진시 초청을 받아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유 시장의 중국행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세계경제지도자비공식모임(IGWEL) 등 국제적인 행사에서 인천이라는 도시 영향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에 충분했다.그러나 이보다도 국가 주권을 놓고 첨예하게 다투는 국가 외교의 한계를 넘어서 도시 외교가 갖는 운신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가 크다. 국가 외교와 비교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도시 외교가 한·중 관계 개선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인천시가 도시 외교의 새로운 토대를 마련한 만큼, 앞으로는 관계를 구축하는 데서 한층 더 진전된 모범 사례를 보여주는 게 과제로 남았다. 각종 교류 활동은 물론, 우수한 정책을 수출하고 중국 자본을 인천에 끌어들이기 위한 투자 유치에서도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의미다. 유 시장은 민선 6기 재임 당시 중국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서기관급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등 대(對)중국 활동에 관심이 컸다. 지역사회가 한층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길을 찾는 데 인천시 도시 외교가 주요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 /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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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새빛돌봄에 바란다 지면기사
지난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가 빚 독촉에 시달려 복지 사각지대에 들어갔을 때도, 수원의 한 30대 여성이 생활고를 비관해 두 아이를 출산 직후 살해하고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이 발생한 지금도 기자들은 "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바란다"는 여러 기사를 작성했거나 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벌어진 사건은 되돌릴 수 없기에 앞으로 같은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불행한 건 이 같은 사건 발생 때마다 정부와 국회가 관련 정책과 법률안을 내놓는 건 물론, 기자들도 재발 방지를 바라는 기사를 쏟아내지만 안타깝게도 매우 유사하거나 때로는 더욱 끔찍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사실이다.'수원 세 모녀' 사건을 겪고 기획기사를 준비했던 당시 수많은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학과 교수들은 하나같이 "마을공동체가 유일한 답"이라고 이야기했다. 어떠한 정책을 시행해도 결국 어디에, 얼마만큼 힘든 가정이 어떤 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 파악하기엔 담당 공무원과 지역사회복지 체계로는 역부족이란 의견이다. 결국 수동적인 일부 담당 공무원과 사회복지사들의 활동보다 우리가 매일 얼굴을 마주치며 살아가는 동네 이웃들의 '능동적 돌봄'만이 보이지 않는 작은 복지 사각지대까지 찾아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지난해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겪은 수원시가 7월부터 시행하는 '수원새빛돌봄'은 기존 사회복지 체계를 넘어 일반 시민들까지 자발적 돌봄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그간 사실상 '무료봉사'에만 기댄 활동이 이뤄져 복지서비스가 더 큰 범위로 뻗어 나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돌봄서비스 제공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처럼 마을공동체의 능동적 활동을 유발하는 사업인 만큼 참여도가 높아질수록 복지 사각지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김준석 사회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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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당연하지 않은 권리 지면기사
한 달 전 장애인단체는 인천 1호선 부평역의 한 승강장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부터 시내버스를 교체할 경우 저상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인천시는 전체 시내버스 210개 노선 중 92개 노선을 저상버스 도입 '예외 노선'으로 정했다.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50여 명의 장애인은 지하철을 타고 인천시청 앞까지 이동했다. 비장애인이라면 인천시청역 5번 출구에서 인천시청 앞까지 6분이면 도착할 거리였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역사 안의 1대뿐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강장을 빠져나오는 일도 쉽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30분이 훌쩍 지난 시간이 돼서야 장애인들이 모두 모일 수 있었다.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한 40대 뇌병변 장애인에게 주로 어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장콜'(장애인 콜택시)이었다. 버스를 탈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집 근처 정류장엔 저상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또 버스 기사가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슬로프를 내리지 못해 버스를 타지 못한 적도 있다고 한다. 버스도, 지하철도 이용하지 않는 그는 장콜을 기다리다 약속 장소에 늦는 일이 자주 있다고 익숙한 듯 말했다.며칠 뒤 동구의 한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한 버스 업체는 해당 정류장이 경사로에 있어 저상버스를 운행할 수 없다며 인천시에 예외 노선 신청을 했다. 하지만 정류장에서 확인해보니 다른 버스 업체의 저상버스가 운행 중이었다. 인천시가 저상버스 도입을 꺼리는 업체들의 요구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수용한 것이다.다행히 인천시는 저상버스 도입 예외 노선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천에 저상버스가 도입된 노선은 전체 시내버스 210개 노선 중 40개 노선에 불과하고, 저상버스 운행 비율이 50%가 넘는 노선은 26개뿐이다. 장애인들에겐 버스, 지하철, 택시를 선택할 권리마저 당연하지 않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백효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100@kyeongin.com백효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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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지역소멸 위기에 뭉치는 마을 주민들 지면기사
최근 의정부시 흥선마을 소재 '우리동네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우리가치떡' 카페를 방문했다. 이곳은 올해 기업성과 공공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우수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마을기업이 어떻게 매출을 올리면서 동시에 지역사회 공헌까지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무작정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카페 문을 연 순간 펼쳐진 현장은 예상과 달랐다. 나름 '기업'인데 떡을 대량으로 제조하는 커다란 기계가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가치떡'은 어느 곳에서나 있을 법한 카페이자, 동네 방앗간이었다. 직원들은 연천무농약쌀을 직접 반죽하고 빚으면서 떡을 만들었다. 그 순수하고 투박한 모습을 보니 마을기업이란 단어가 비로소 명징하게 다가왔다.우리동네협동조합은 2013년 뉴타운 해제 이후 쇠락해가는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취지로 설립됐다. 그런 간절함이 통한 걸까. 23명으로 시작한 조합원은 현재 133명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에도 성장세를 지속해 지난해엔 매출 2억원을 넘겼다. 꾸준히 인근 노인정과 사회복지시설에 먹거리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고, 청년과 여성을 대상으로 일자리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같은 시기 '모두애(愛)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양평군 '증안리약초마을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주민 10여 명이 모여 농촌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찾은 게 시작이었다. 양평군에서 수확한 쌀을 가공해 에너지바, 쌀라테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10억원 이상 매출을 내고 있고, 도심에 거주하는 청년들을 채용하면서 귀농·귀촌을 장려하고 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의 소멸 위기를 막으려는 주민들의 절실함과 간절함이 성공 요인이었다.출구가 보이지 않는 저출생·고령화로 지역 소멸은 언젠가 찾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 소멸을 막고자 뭉쳐 활동하는 게 마을기업의 소명이라면, 그들의 구체적 현실을 기록하는 게 지역 언론 기자의 책무일 것이다. 비록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지라도 마을기업의 성공을 기원한다. /김동한 경제부 기자 dong@kyeongin.com김동한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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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문학, 진실 그리고 저널리즘 지면기사
장장 4시간. 자는 게 지겨워질 때쯤 버스가 멈췄다. 터미널에서 나와 숙소가 있는 항구에 다다르자 그제야 통영에 왔다는 게 실감 났다. 예술의 도시이자 문인들의 고향, 자부심 가득한 슬로건이 과장은 아닌 듯했다. 비탈진 언덕 아래 뻗은 푸른 바다를 보니 공책에 아무 말이나 절로 끄적이게 된다.1년하고도 1개월 전까지였던 '기자 지망생' 시기. 문학보단 비문학을 읽는 게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300쪽짜리 책 한 권을 꼬박 하루를 털어 들여다봐도, 문학은 도무지 언론사 입사 논술에 써먹을 데가 없었다. 반면 비문학은 '가성비'가 좋았다. 주장과 전제, 근거가 분명하게 담겼다. 그렇게 기자를 준비하는 동안 문학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지난 4월 소설 '통영이에요, 지금'의 저자 구효서는 인터뷰 내내 '동양의 나폴리' 통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 어느 도시를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글 곳곳에서도 묻어났다. 사랑과 예술 그리고 그리움이 담긴, 통영은 그런 도시였다. 무작정 그곳으로 향해본 이유였다.통영의 대표 문인, 박경리를 추모하는 기념관은 그저 묘소 앞에 펼쳐진 경치가 멋있다는 까닭에서 여행 코스에 담은 곳이었다. 묘소에 가기 전, 전시실을 둘러보다 벽에 붙은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문학은 삶의 진실을 추구합니다'. 뜨끔했다. 사실과 경계가 모호한 허구의 삶을 창작해 진실을 좇는 문학. 이런 문학을 비효율적이라 치부했던 과거 모습, 진실 추구는 오직 저널리즘만의 몫이라고 오만했던 점에서 괜히 민망했다.눈앞의 사실을 전하는 기자는 한 인간의 삶을 지어내야 하는 창작의 고통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소설가도 아니면서 창작의 고통에 사로잡힌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런 글은 기사로 완성하지 못했다. '잘못 전하면 혐오감만 불러일으키니까', '공부를 더 해야지'를 핑계 삼아 고고한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척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박경리 선생의 묘소를 등지고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는데 얼굴이 화끈거리면서도 웃음이 났다. /유혜연 문화체육부 기자 pi@kyeongin.com유혜연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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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안전하게 배달할 권리 지면기사
"지금도 생계를 위해 배달을 나가야 하지만,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오토바이 헬멧을 쓴 배달 기사의 목소리가 기자회견장을 가득 채웠다. 지난달 인천지역 8개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계양구 플랫폼 노동자 지원조례 청원 운동본부'는 인천지역 최초로 계양구에서 플랫폼 노동자 지원 조례를 만들겠다는 큰 포부를 밝혔다. 플랫폼 노동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 등 온라인 플랫폼 중개를 통해 일하는 배달·퀵서비스·대리 기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미 경기도와 서울 금천구, 중랑구 등 19개 광역·기초자치단체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안전한 노동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조례를 만들었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 조례가 있는 자치단체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보호장구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계양구 플랫폼 노동자 지원조례 청원 운동본부'가 조례 제정을 추진하면서 계양구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계양구의회가 지난 19일 '인천시 계양구 플랫폼 노동자 지원 조례안'을 243회 제1차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 조례안은 다음달 7일 공포될 예정이다. 조례가 제정된 덕분에 앞으로 계양구 플랫폼 노동자는 계양구에서 법률 상담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보호장구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계양구를 제외하면 인천시와 9개 군·구는 아직 플랫폼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가 없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인천지역 최초로 지원책이 만들어진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앞으로 시 차원에서도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조례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익숙해진 지금 플랫폼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수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wed@kyeongin.com이수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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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코인과 외국인 지면기사
미래의 상징으로 칭송할 때는 언제고 '코인'(가상자산)에 주홍글씨가 제대로 찍혔다. 국회의원 코인 투자 논란을 발단으로 코인 소유 자체가 잘못이라는 양 전수조사가 추진되고, 자녀가 코인회사 직원이라는 사실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들은 지난해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두고 보기 드문 여야 극적 합의를 이룬 당사자들이다. 이 시간에도 천문학적 거래가 오고 가고 있는, 이미 다음 세대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안을 두고 보완이 아닌 '척결'을 외치며 정쟁을 이어가는 모양새다.사회적으로 악마화되는 우리 미래의 일부를 보며 문득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처지를 떠올렸다. 외국인 딱지를 달고 알려지는 형사사건들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당하고, 불법체류 신분으로 일자리 빼앗는 사람들이란 인식이다. 정작 범죄율과 고용률 지표 실상도 다르거니와 일부 산업현장에서는 극심한 인력난으로 오히려 외국인에 의지하다시피 운영되고 있다. 특히 생계 사정으로 입국해 신분상 어려움을 겪는 약자가 대다수인데도 그런 모습을 알리는 기사엔 여전히 혐오로 점철된 댓글만 돌아올 뿐이다.사뭇 이질적인 두 단어를 달리 보면 '기회'라는 공통분모도 가능하다. 거래량으로 세계 3위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내 코인 시장은 적절한 지침이 마련된다면 강한 국제 경쟁력으로 변모할 기회가 충분히 있다. 마찬가지로 해마다 늘어나는 외국인 인구는 국가 성장 발목을 잡는 초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이미 인구정책의 주요 방점으로 외국인 정책이 추진되면서 다양한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그런 관점에서 국내 외국인 셋 중 한 명이 거주하는 경기도는 기회의 최전선에 있는 지자체다. 일부 자치구는 이미 외국인 주민 비율이 내국인을 앞지른 지 한참 지났다. 한글보다 3개 국어 이상 표기된 간판들이 무성할 정도다. 이들이 무난히 자리 잡도록 지역사회가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기반을 만드는 모범 사례를 경기도가 보였으면 한다. 하물며 외국인은 가상도 자산도 아닌 같은 땅을 딛는 사람이자 어엿한 우리 이웃이지 않은가. /김산 사회부 기자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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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우리사회 큰 울림 준 맥도날드의 예스키즈존 지면기사
예스키즈존. 도내 어느 맥도날드를 방문하든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얼핏 보면 매장 내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설치돼 있을 것 같은 문구지만 단순히 아이들의 방문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아이들의 방문을 허용해야 하는 것이지만 굳이 예스키즈존이라는 팻말까지 걸면서 이를 안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맥도날드의 예스키즈존은 일부 식당과 카페 등에서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에 반대하면서 생겨난 용어다. 노키즈존은 성인 손님에 대한 배려와 영유아 및 어린이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을 제한하는 신조어다. 노키즈존 설치를 놓고 헌법상 평등의 위반 등 기본권 침해라는 견해와 방해받지 않고 싶은 성인 손님에 대한 권리라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노키즈존 설치를 찬성하는 이들은 아이들의 안전보다는 돈을 지불한 시간과 공간에 대해 오롯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 한다. 지불한 것에 대한 대가를 마땅히 누려야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언제부턴가 우리나라가 타인에 대한 배려와 희생이 옅어지고 자기 감정에만 충실한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그 감정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 분노가 타인에게로 향하는 것이다. 젊은 층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마치 정부가 마땅한 환경을 만들어놓지 않았다고 탓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소속 국가 중 꼴찌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인구동향'을 봐도 지난 1분기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조사됐다. 인구동향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일부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정부의 미비한 지원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아이를 낳을 때마다 1억원의 지원금을 준다고 하면 출산 계획이 없는 부부들이 과연 출산을 하려고 할까. 제도적 지원 전에 맥도날드의 예스키즈존처럼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출산율은 높아질 것이다. /서승택 경제부 기자 taxi226@kyeongin.com서승택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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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추가금 파티 지면기사
30대에 접어들어서일까. 부쩍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늘었는데, 이들을 만나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생각보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 결혼한 사람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야."결혼에 대해선 문외한인 만큼 준비 과정 중 어떤 부분에서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지 물어봤다. 크게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 및 예식장과 반지 등 예물의 비중이 큰 모습이었다. 특히 스드메 추가금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추가금은 '웨딩 플래너'로 불리는 웨딩컨설팅 업체 직원과 패키지 계약을 맺은 뒤부터 발생한다. 보통 웨딩컨설팅 업체는 드레스 숍 등 제휴 맺은 회사들로 꾸려 단가를 낮춘 기본 계약서를 예비 신혼부부에게 제시하는데, 예비부부가 기본이 아닌 다른 업체를 택할 경우 차액에 대한 추가금이 발생한다. '한 번뿐인 결혼'이란 마음가짐으로 기본보다 더 나은 선택지를 택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사실상 추가금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스드메 패키지 계약금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이 많다는 점이다. 결혼식 당일 입을 드레스를 고르기 위한 '드레스 투어' 피팅비, 예비 신랑이 입을 슈트, 헬퍼 비용, 촬영 원본 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수백만원을 추가금으로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예비 신혼부부들의 설명이다. 합리적인 금액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정찰제가 아니다 보니 업체별로 서비스 공급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서다. 온라인상에 '결혼 준비하며 호구되지 않는 법'이 꾸준히 공유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지난해 방송된 SBS '호구들의 비밀과외'에서는 결혼을 다루며 추가금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드레스 택갈이, 메이크업 직급 속이기 등 사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정보 범람 시대에서 아직 결혼 시장만큼은 정보의 비대칭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함께하는 새 출발을 꿈꾸며 결혼 준비에 수천만원을 쓰는 예비 신혼부부가 이상하리만큼 '을'이 되는 구조다. 가격 투명성 제고, 시급한 시점이다. /윤혜경 경제부 기자 hyeg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