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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 수원FC 창단 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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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수원FC 창단 20주년 지면기사

    전국 최대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수원시를 대표하는 시민 프로축구단인 수원FC가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았다.지난달 30일 수원 라마다 호텔에서 창단 20주년 기념식도 열었다. 기념식에서는 수원FC의 발전을 위해 힘써온 이들에 대한 공로패와 감사패 수여가 있었고 앞으로 수원FC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 선포도 했다.2003년 수원시청 축구단 창단을 시작으로 수원FC의 역사는 시작됐다. 2008년에는 프로 진출을 위한 법인을 설립했고 이후 2015년에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승격을 이뤄내며 2016년 처음으로 1부리그에 진입했다. 2021년에는 K리그1에서 5위를 기록하며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수원FC는 시민구단이다. 구단 운영비의 대부분을 수원시가 지원해주는 상황에서 K리그 기업 구단들처럼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받기는 힘들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인 K리그1에 잔류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수원FC는 저력이 있다.이제는 이 저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수원FC를 명문 구단의 반열에 올릴 때가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원FC가 수원시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것이 필수다. 시민구단은 시민들의 사랑이 없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지난 4월1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7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수원FC 구단 역사상 최다인 9천221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팬들은 분명 과거보다 많아졌다.수원FC는 여기에 그치지 말고 충성도가 높은 팬들을 더 많이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신경 써야 한다. 확고한 팬층의 형성은 수원FC가 풀어야 할 숙제다. 수원FC가 수원시민들의 진심 어린 관심을 받는 구단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형욱 문화체육부 기자 uk@kyeongin.com김형욱 문화체육부 기자

  • [노트북] 바이라인과 의원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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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바이라인과 의원 발의 지면기사

    기사 끝에 붙는 기자 이름을 '바이라인(By Line)'이라고 한다. 해당 기사를 직접 취재하고 쓴 기자가 누구인지 나타내는 표식이다. 기사에 바이라인을 붙인다는 건, 이름을 걸고 기사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바이라인에는 철저히 취재에 참여한 기자의 이름만 쓴다. 해당 기사를 취재·작성하는 과정에 아무 보탬이 안 된 기자의 이름을 붙이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이 말도 안 되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는 곳이 있다. 인천시의회가 그렇다. 기자가 사안에 대해 취재하고 기사를 쓰듯, 시의원들은 현안에 대해 정보를 모으고 조례안을 작성한다. 기자가 바이라인을 달 듯, 시의원들은 조례안에 '발의자(공동 발의)'를 표기한다.제9대 인천시의회가 출범한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의원 발의 조례안을 전부 살펴봤다. 전체 102건 중 발의자에 시의원 1명의 이름만 있는 건 단 3건뿐. 나머지 99건은 전부 2명 이상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마저도 10명 미만인 건 21건에 불과했고, 대다수에 10명 이상의 이름이 있었다.의원들이 조례안 작성 과정에 모두 직접 참여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 취재 결과 의원들은 조례안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발의 건수가 향후 공천심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와 조례안을 만든 동료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행태였다. 발의자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에겐 책임이 부여된다. 의안 철회 시 발의자 전체의 서명을 받아야 철회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에서 책임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이름을 함부로 내거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이들로서 인천시의원들이 좀 더 상식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기자 yoopearl@kyeongin.com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기자

  • [노트북] 당신들은 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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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당신들은 잘 있습니까 지면기사

    우즈베키스탄 빠야렉 마을로 여행 온 한국인을 보고 현지인들이 정겹게 인사를 건넸다. 외국인 여행객의 발걸음이 뜸할 것 같은 시골임에도 동네 곳곳에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한국말이 적지 않게 들렸다. 여행 유튜버인 '곽튜브'가 2021년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하며 겪은 일이다.한국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이 많은 동네였다. 그래서인지 우연한 계기로 이 마을을 방문한 곽튜브는 별다른 이유 없이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셀럽이 됐다. 그중 오리뽀씨는 한 달 넘게 이곳에 머문 그를 볼 때마다 "동싱 잘 있나"라고 안부를 물었다.동싱은 동생의 방언이다. 오리뽀씨는 대구에서 일했다는데, 그때 동료들의 인사말이 아마 그랬을 것이다. 타지 사람을 따뜻하게 대해준 우즈벡인들의 그런 모습에 많은 한국인이 감명받았다. 곽튜브가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이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곽튜브도 이에 화답하듯 이듬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 그들과 재회하기도 했다.얼마 전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트란 반 남(35·베트남·가명)씨를 만났다. 고국에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남긴 채 먼 이국땅으로 왔다는 그는 나를 보자마자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넬 정도로 밝은 사람이었다.그랬던 그의 표정은 한국에서 일했던 경험을 이야기하자마자 어두워졌다. 기본적인 안전장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일하면서도 현장 관리자의 폭언을 견뎠다고 했다. 외국인노동자 처우가 십수 년 전보다 여러모로 나아졌다지만 이들에겐 여전히 홀로 속앓이하며 울분을 삼켜야 하는 일이 많다.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이들에게 훗날 따뜻한 인사말을 듣고 싶다. '한국은 좋은 나라'란 칭찬보다 우리를 대하는 표정과 따뜻함이 더 뜻깊을 때도 있다. 우리 주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좋은 기억만 담아 간다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mc0502@kyeongin.com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노트북]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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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태극기 지면기사

    '코리아, 경기도 웰컴!'대한민국으로부터 비행시간이 15시간 걸리고, 3개 대륙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아프리카 케냐. 보건의료 업무협약(MOU)을 위해 케냐에 방문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인 공항에서부터 현지의 환대를 받았다.오색 빛 전통의상을 입은 10여명의 주민들은 꽃다발을 전달하며 경기도(Gyeonggi-do)를 '경기두'라고 발음하지 않기 위해 애쓰며 급하게 배운 서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반복했다.업무협약 도시인 바링고주를 찾을 때는 주(州) 경계 지점부터 'South Korean Delegation Welcome(한국 대표단 환영합니다)'이라는 문구와 태극기가 그려진 현수막이 마을 곳곳에 붙었다. 협약 체결을 위해 주정부·주의회, 병원 등을 방문할 때마다 태극기와 케냐 국기를 양손에 하나씩 든 환영단이 춤을 추며 환대의 노래를 불렀다.피부색도 다른 먼 이국에서 맞이하는 태극기는 외교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했다. 환영단 중 고령으로 보이는 분에게 들고 있는 태극기에 대해 묻자, 웃으며 "코리아 내셔널 플래그!"라고 답했다.도의회 복지위의 이번 업무협약은 특별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 대열인 유럽이나 미국을 방문해 우리의 '발전'을 꾀하는 방식이 아닌 경기도가 저개발 국가와 도시에 원조를 지원하는 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물론 감염병 연구와 기술 자료를 공조해 경기도가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력 강화의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이번 협약은 경기도가 전국 최대 광역단체로서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처럼 지원이 필요한 국가와 도시에 지자체도 국가적 외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계기가 된 셈이다.현지 환영단이 도의회 복지위 방문단에게 건네준 케냐 국기를 안전히 한국으로 가져온 것처럼, 바링고주 주민들도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있지 않을까. /고건 정치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고건 정치부 기자

  • [노트북] GM, 두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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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GM, 두도시 이야기 지면기사

    미국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은 GM(제너럴모터스)의 가장 오래된 공장이 있었던 지역이다. 인구 6만여 명의 소도시지만 자동차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20세기 중반에는 공장에 고용된 이가 7천명에 달했을 정도로 GM의 영향력이 컸던 곳이다.제인스빌 공장은 2008년 12월23일 폐쇄됐다. 공장이 들어선 지 85년 만이었다. 금융위기의 파도를 넘지 못하고 좌초될 상황을 맞은 GM이 미국 내 공장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선 대형 SUV와 픽업트럭을 생산했는데,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가운데 '기름을 바닥에 뿌리고 다니는' SUV 수요가 급감하면서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GM 공장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석유파동이 벌어진 1970년대 이후 주기적으로 제인스빌을 강타했다. GM이 대규모 감원을 예고할 때마다 도시 전체에 위기감이 퍼졌지만, 제인스빌은 매번 생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도시 사람들은 'GM 철수설'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 낙관하기 시작했다.한국지엠 부평공장의 역사 또한 제인스빌 공장 못지 않게 길다. 61년 간 주인이 숱하게 바뀌면서 수차례 부침도 겪었다. 지난해 12월 부평2공장 가동 중단에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올해 실적이 순항을 이어가면서 한고비는 넘긴 듯하다. 호성적을 바탕으로 전기차 생산 시설 유치 가능성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GM 수석부사장이 부평공장을 찾았을 때 우리 정부가 전기차 생산시설 투자를 요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다만 지역 차원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건 우려스럽다. 이미 수차례 반복돼 온 'GM 철수설'에 지역사회가 내성이 생긴 탓인지, 정부가 나섰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인지는 모르겠다. GM이 국내 전기차 생산 투자를 확정하는 게 부평공장의 미래와는 무관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인천이 미래차 산업 경쟁력을 충분히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보도 지금부터 동반돼야 하지 않을까.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dal@kyeongin.com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 [노트북] 기증의 힘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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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기증의 힘과 의미 지면기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동산 박주환 컬렉션' 전이 열리고 있다. 1974년 서울 인사동에 개관한 동산방화랑은 한국화 전문 화랑으로 현대 한국화단의 기틀을 마련했는데, 고(故) 동산 박주환 대표가 수집한 작품을 아들인 박우홍 대표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박 대표는 "부친께서 생계를 위해 미술계에 들어와 평생 일을 하고 가시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늘 갖고 계셨다"며 기증 이유를 밝혔다.수집가들이 평생을 모아온 예술작품을 선뜻 내놓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을 알기에, '한평생을 같이 살아온 아버지의 뜻을 잘 안다'며 이렇듯 작품들을 흔쾌히 건넨 기증자의 소감은 마음 한 편을 찡하게 만들었다. 기증된 작품은 한국화의 변천과 실험적 면모가 투영된 대표작들이 망라돼 있고, 보다 폭넓은 한국화 연구를 위한 기반이 됐다.국민들에게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건희 컬렉션'도 마찬가지다. 사실 개인이 소장한 작품들은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해도 대중에게 직접 공개하기는 힘들다. 특히나 이건희 컬렉션이 기증됐을 때 국립현대미술관의 몇 년 치 소장품 구입 예산을 다 털어도 살 수 없는 가치 높은 작품들이 많다며 관계자들이 무척 흥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건희 컬렉션의 가장 큰 기능은 예술에 대한 문턱을 낮췄다는 것에 있었다. 어려울 것 같았던 문화를 좀 더 쉽고 가깝게, 흥미를 가지고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집가들뿐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기꺼이 기증한 작가들도 있다. 최근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이 방문한 조각가 에르빈 부름의 전시작품 4점이 작가의 뜻에 따라 기증되기도 했다.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창을 더 넓게, 또 깊게 만들어주는 기증의 '힘'과 '의미'가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렇게 문화예술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 만큼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보고 나누며 느낄 수 있다면, 이 또한 기증의 참된 기쁨이 아닐까./구민주 문화체육

  • [노트북] '눈 가리개' 한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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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눈 가리개' 한 정치권 지면기사

    최근 '천원의 아침밥'이 이슈다. 여야 당 대표가 직접 대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불을 지폈고 천원의 아침밥 지원 대상이 대폭 늘었다. 경기도에서도 현행 5곳에서 23곳으로 늘었고 경기도도 지원에 동참하기로 했다.표면적으로는 고물가 시대 대학생들이 저렴한 아침밥을 먹도록 해준 정치권이 오랜만에 정책 경쟁을 벌인 듯 보이지만, 속을 뜯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천원의 아침밥을 위해 이른 아침 등교할 통학생은 얼마나 될 것이며 대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취업준비생, 고졸 취업생들도 식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비단 천원의 아침밥 정책만 그럴까. 정부, 지자체, 정치권 등이 내놓은 정책 중 '사각지대'를 살피지 않는 정책은 수두룩하다. 학교 밖 청소년,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 등 '소수 집단'은 정치권 관심 밖이다. 대학생 식비, 학자금 부담 등을 낮추자는데, 고졸 취업생 저임금 문제 등에는 소극적이다. 2020년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각 정당이 내놓은 청소년 공약만 봐도 68% 가량이 학교·대학입시 정책 틀 안에 있었다.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고등학교 졸업생 비율이 27%(2022), 고3을 제외한 청소년들은 투표권이 없으니 경주마처럼 '표'만 바라보며 달리는 정치권, 소위 엘리트 계층에 속해 살다 금배지를 단 이들이 소수 집단을 얼마나 대변할 수 있을지 싶긴 하다. 천원의 아침밥처럼 한낱 이슈에 편승해 인기몰이에 급급한 것이 우리의 권리를 대리하는 정치권의 민낯인 셈이다.약 1년 뒤 국회의원을 다시 뽑는다. 서로를 비난하며 갈등으로 살 찌우는, '나의 편'만 잘 살면 된다는 정치권의 행태를 막으려면 결국, 제대로 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대학, 학교에 다니지 않더라도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말이다. /신현정 정치부 기자 god@kyeongin.com신현정 정치부 기자

  • [노트북] 맞다고만 해줘야 우리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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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맞다고만 해줘야 우리 편인가 지면기사

    지난달 27일 수원시의회 임시회가 열렸던 본회의장에선 시장과 한 야당 시의원 간 설전이 오갔다. 주제는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과 '수원 군 공항 이전'. 화성시에 '상생협력센터'란 시설을 설치해 화성 지역 내 경기남부국제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의 긍정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수원시의 홍보 정책 관련 실효성 여부가 쟁점이었다. 이 홍보 정책이 성과는커녕 지역 간 갈등만 부추긴다는 시의원의 지적에 시장은 발끈했다.시의원이 "(수원시가)1억 원 넘게 투입하면서 간판도 없으며 주민들은 알지도 못해 무슨 소통창구가 된다는 건지, 돈 낭비 아니냐"는 노골적 비판에 나서자, 시장이 "의원님 시각에서 잘못돼 보일 수 있지만 그걸 전체로 몰아가면 안 된다. 말을 가려서 했으면 좋겠다"고 받아쳤다. 이에 의장은 "(시장이)의원을 가르치려는 듯한 느낌이다. 자제해 달라"며 중재에 나섰다.시정 질의를 마치고 나자 해당 시의원은 '수원시의원이 화성시 옹호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수원 군 공항을 이전하고 경기 남부지역에 국제공항을 짓기 위해 수원시가 투입하는 예산에 대해 실효성 문제를 제기한 걸 두고, 화성시 편에 선 발언을 했다는 오해를 받은 것이다.시 집행부의 정책을 분석해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잡도록 노력하는 게, 집행부를 견제하라고 시민들이 표를 던져 준 시의원의 본분이다.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사업의 홍보 예산이 적절했는지, 낭비였는지는 당장 단정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 역시 그 자체를 두고 잘못됐다거나 반대 편에 선 발언이라고도 할 수 없다.시의원의 이번 발언이 마치 수원시가 경기남부국제공항 관련 예산을 전부 잘못 쓴 것처럼 비췄는지 살펴봐야겠지만,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수원시가 그동안 쏟아부은 예산도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 역시 빈틈없이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김준석 사회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사회부 기자

  • [노트북] 가정의 달, 소외되는 부모가 없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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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가정의 달, 소외되는 부모가 없길 바라며 지면기사

    수년째 딸아이와의 시간을 되찾으려는 아버지가 있다. 그는 2014년 태어난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올리지 못했다. 아이의 친모가 다른 사람과 이혼하고 300일이 지나기 전에 그의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민법에는 이혼한 지 300일이 지나지 않고 태어난 아이는 새로운 아버지 호적에 올리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친모와 헤어진 그는 소송을 통해 자신의 아이를 호적에 올릴 수 있었지만, 아이의 얼굴을 쉽게 볼 수 없었다. 주 양육자로 지정된 친모가 아이를 보여주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서다.아이와 함께 살지 않는 부모의 면접교섭권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다. 하지만 주 양육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다른 부모는 손을 쓸 방법이 없다. 법원에 면접교섭 이행 청구 신청을 해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그가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생 딸아이는 손톱과 치아 상태가 엉망이었다고 한다. 참다못한 그는 양육자 변경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친모의 손을 들어줬다. 여전히 그는 아이를 자주 만나지 못하고 있다.지난 2월 출범한 부모따돌림방지협회는 그처럼 면접교섭 방해를 겪는 부모들을 돕는 단체다. 부모 따돌림은 이혼 가정 등에서 아이와 함께 사는 부모가 함께 살지 않는 다른 부모의 면접교섭을 방해하고, 아이가 거부하도록 '가스라이팅'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2월 인천 남동구에서 계모와 친부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든 채 사망한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의 친모도 부모따돌림 문제를 겪었다.미국, 영국,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선 이미 부모 따돌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국내 가정 법원은 자녀와 비 양육 부모의 원만한 만남을 위한 면접교섭 센터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부모 따돌림 문제를 겪는 가정의 현황 파악도 못 하고 있다.얼마 전 그는 또 한 번의 양육자 변경 청구 소송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다시 긴 싸움을 시작한 그는 딸아이와 보낼 행복한 시간을 꿈꾼다. '가정의 달' 5월에도 가정에서 소외된 누군가는 사랑하는 자녀와의 시간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백효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노트북] 반지하 그곳엔 아직도 사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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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반지하 그곳엔 아직도 사람이 산다 지면기사

    물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을 처음 체감한 건 지난해 8월이었다. 당시 누적 강수량 최대 690㎜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경기도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 도로가 마비되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폭우는 공포 그 자체였다. 특히 반지하 주택 4천5가구가 침수돼 80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와 최대 4천31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물은 그 이치대로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고통은 취약계층에 집중됐다.수습기자로 현장에 급파된 나는 나흘 동안 침수 피해 현장을 목격했다. 반지하 거주민들은 집안까지 차오른 물을 밤새도록 쓰레받기로 퍼냈고, 먹통이 된 냉장고를 지상으로 옮겨 햇볕에 말렸고, 다음날 비 소식에 짐을 리어카에 실어 인근 교회에 맡기고, 화장실 변기통에서 흐른 똥물에 젖은 옷과 서적들을 폐기 처분했다. 그 참상에 나는 때로 인터뷰하기보다 복구작업을 도왔다. 형식적인 백 마디 질문보다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하나의 몸뚱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이후 정부는 대책을 내놨다. 지하층·반지하층 주택을 공공이 매입 후 리모델링해 지상층을 공공임대주택, 지하층은 비주거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두 차례 실시한 공고에서 매입된 반지하 주택은 없었다. 기준에 적합한 매입 물량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비주택 거주자에게 지원하는 주거상향지원 사업도 더딘 상황이다. 적합한 매물이 부족해 시간이 지연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근 취재차 박달1동을 돌아다녀 보니 여전히 취약계층이 거주하고 있었다. 한 공인중개사 말에 따르면 생계유지 여력이 있는 사람은 떠났고 홀몸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만 남았다고 한다.한 달 후로 다가온 이번 여름도 심한 폭우가 내릴 예정이다. 이제 남은 대안은 물막이판, 역류 방지시설 등 침수 방지시설을 통해 물을 막는 것뿐이다. 다행히 경기도가 침수 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한다고 한다. 그곳에 사람이 사는 만큼,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게 공동체 사회의 의무이자 존재 근거일 터, 확실한 지원을 통해 다시는 재난이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동한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