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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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비자 감정 건드린 쿠팡의 악수(惡手) 지면기사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쿠팡을 향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3일 쿠팡이 랭킹순 항목의 검색 순위를 조작해 소비자들에게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 정황이 발견됐다며 쿠팡과 쿠팡의 자회사 CPLB를 향해 1천4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여기에 형사고발까지 시사하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철퇴를 내렸다.공정위가 칼을 빼든 이유는 두 가지다. 쿠팡이 PB 상품과 직매입 상품의 판매를 늘릴 목적으로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점, 그리고 임직원을 동원해 '셀프 후기'를 작성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자사 연관 상품들이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되는 효과를 봤고, 이를 소비자들이 우수한 상품으로 오인해 구매를 선택하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쿠팡의 행태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제한했다는 측면에서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하고 1천억원대의 막대한 과징금 폭탄을 부과했다.쿠팡은 즉각 반발했다. 전 세계 유례 없이 상품 진열을 문제 삼아 과도한 과징금을 매긴 건 형평성을 잃은 조치라며 강한 유감을 표하는 동시에 행정소송을 통해 부당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상 공정위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건데, 문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1천만명 이상의 회원들이 이용 중인 로켓배송 서비스를 축소·중단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이다. 로켓배송은 늦은 밤에 주문해도 다음날 새벽에 도착한다는 이점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서비스다. 공정위와의 분쟁 속에서 나름의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로켓배송이었지만, 여론전을 펼치려다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됐다.더욱이 쿠팡은 20일 예정됐던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도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배째라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로켓배송 중단을 우려하던 소비자들은 차츰 분개하기 시작했다. 공정위의 조치가 과도한 것 아니냐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던 이들마저도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다. 쿠팡의 대응은 결과적으로 악수(惡手)가 됐다.쿠팡은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이용 아래 성장을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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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선택 장애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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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별별 야시장 지면기사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현지인의 삶을 들여다보기에 시장만큼 좋은 여행코스는 없다. 중국 베이징 왕푸징은 이색 먹거리 천국이다. 전갈·지네부터 불가사리·굼벵이·해마까지 꼬치의 행렬이 도전DNA를 자극한다. 태국 방콕에는 매끌렁 기찻길 시장이 유명하다. 기차 통과 안내방송이 나오면 순식간에 차광막을 걷고 매대를 치우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 보케리아 시장은 신선한 해산물과 과일 등 다양한 식재료로 인기다. 스페인식 만두 엠빠나다·하몽은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프랑스 파리의 생투앙 벼룩시장의 다양한 앤티크 제품 쇼핑을 하다보면 특별한 빈티지 감성에 빠져든다.올해 1~4월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486만5천670명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87% 증가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은 시원하게 열리지 않았다. 이 기간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천63달러로, 지난해 1천858달러에 못 미친다. 외국인 관광객의 평균 체류기간도 1분기 6.5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일 감소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이 참여한 활동 중 식도락 관광이 80.3%를 차지할 정도로 K푸드 사랑은 여전하다. 외국인 관광객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을 전통시장의 먹거리 전략이 필요한 대목이다.바가지요금 홍역을 치른 전통시장을 살릴 '별별 야시장' 소식이 반갑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11월까지 경기·인천지역 20여 곳을 포함해 전국의 전통시장 100곳 이상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다. 용인중앙시장·군포역전시장·광주 경안시장·인천 간석자유시장은 맥주축제 콘셉트다. 북수원시장은 캠프파이어야시장으로 변신하고, 평택 송탄시장은 구이축제와 연계한다. 하남수산물전통시장의 수산물 체험부스, 동두천큰시장의 통큰 바자회 장터도 눈길을 끈다. 전통시장의 매력을 뽐내고 지역경제를 살릴 절호의 찬스다.서울 광장시장의 모둠전 바가지,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의 꽃게 바꿔치기는 선량한 상인들까지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상처를 남겼다. 이미지 타격을 입은 전통시장은 분골쇄신을 선언했다. 바가지요금 신고센터,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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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독자위 5월 모니터링 요지 지면기사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 유의미… 교육분야 적극적인 현장취재 요청 한북정맥 훼손 실태 '사회적 활용가치' 커교원들 현장보다 지원받은 기사 느는 듯'범죄피해자 지원금' 보도 오해소지 아쉬움경인일보는 지난 18일 수원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5월 지면을 평가하는 독자위원회를 진행했다. 황의갑(경기대학교 교수) 위원장과 조용준(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김명하(안산대학교 교수)·유혜련(법무법인 정직 변호사)·문점애(전 화성금곡초등학교 교장) 위원이 참석했다.위원들은 먼저 한북정맥 훼손 실태를 알린 <경기북부 허리가 끊겼다> 기획보도에 호평을 내렸다. 황의갑 위원장은 "한북정맥 전 구간을 현장취재해 일반적인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임을 명확하게, 깊이 있게 다뤘다"며 "무엇보다 한북정맥의 보전 방안을 찾음으로써 다른 정맥을 보호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대안을 고민하고 제시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활용가치가 큰 기사라고 생각된다"고 했다.유혜련 위원도 "백두대간과 달리 관심 밖에 놓였던 정맥에 흥미가 생기는 기사였고, 특히 가상가치평가를 통해 보존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서 중요성을 가시적으로 확인한 점도 좋았다"며 "보도 후에도 취재를 지속하면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관심과 정책 실현 의지까지 조명하면서 실질 대안이 기대되는 유의미한 보도였다"고 했다.경기북도 '명칭 논란'을 다룬 <[이슈추적] 경기북도 무용론 번지는 비판 여론… '서울편입론' 불씨도 되살아나>(5월10일자 1·3면 보도) 등 관련 보도들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황의갑 위원장은 "경기북도의 새 명칭 논란이 전국적으로도 큰 파장을 낳았는데, 이슈추적 기사를 바탕으로 시의적절한 보도들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관련 내용의 흐름과 정책적 여파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 기사들이었다"며 "경인일보의 보도만 보아도 한눈에 사안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게 평가한다"고 했다.조용준 위원은 "지역민들의 관심이 큰 주제인 만큼 새 명칭 후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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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독자위 5월 모니터링 요지 지면기사
'고립된 여고생' 사회적 조명 도움… 'F1그랑프리' 예상 밖 문제 분석을 '결산안 비공개' 등 지속적인 감시 칭찬지역 현안다룬 '저층 침수대책' 시의적절국제행사 실질적 득실 짚는 보도도 필요경인일보 인천본사 '5월 독자위원회'가 지난 11일 인천본사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신희식((사)아침을여는사람들 이사장) 독자위원장, 이동익(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 독자위원이 참석했다. 구본형((주)쿠스코프 대표)·박주희(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독자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왔다. 목동훈 인천 편집국장이 참석해 의견을 들었다.독자위원들은 이달 경인일보가 인천시민과 밀접한 문제나 지역 주요 현안을 다룬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고 입을 모았다.신희식 위원장은 <[뉴스분석] 가족과 단절… 낯선 교회 석달 고립된 여고생>(5월21일자 6면) 등 인천 남동구 한 교회에서 사망한 여고생 사건을 다룬 기사들을 보고 "경인일보가 관련 기사를 여러 번 보도했는데, 이를 통해 사건이 사회적으로 확대가 돼서 수사와 검찰 송치 등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부분에서도 의미가 있었던 기사"라고 평가했다.구본형 위원은 <"예산안 공개하는데 결산안은 왜 공개 안하나" 인천시 행정 지적 받아>(5월3일자 3면) 기사를 두고 "너무나 당연한 시민들의 알 권리임에도 결산안은 비공개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결산안을 통해 계획된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정치인들의 공약 이행률 점검과 같은 맥락으로, 다음 예산 편성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결산안 역시 언론이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이동익 위원은 <내년 개통될 신도대교… '신도·시도·모도' 섬 주민들 "주차 답 없다">(5월21일자 1면) 기사에 대해 "주차장 부족 문제는 결국 육지에 있는 사람들(관광객 등)이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주차장 확보뿐 아니라 섬 안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거나 차량을 편하게 렌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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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안산에 랜드마크가 있나요? 지면기사
랜드마크란 어떤 지역을 식별하는 데 목표물로서 적당한 사물이다. 특이성 있는 시설이나 건물을 말하며 개념적이고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추상적인 공간도 포함된다. 사람은 도시의 각 부분을 상호 관련시키며 각자의 정신적 이미지를 환경으로부터 만들어 내 어느 도시를 떠올리면 보통 랜드마크부터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 랜드마크가 안산에는 있을까. 시민 대다수에게 물어본다면 오히려 '안산에 랜드마크가 있어요?'라고 되물을 듯 싶다.만약 17년 전 초지역세권 개발이 애초 계획대로 돔구장을 조성해 현재 프로야구 구단이 운영되고 있다면 안산의 랜드마크가 됐을까? 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이 서울 고척동 하면 바로 서울스카이돔을 떠올리듯 말이다. 이후 2014년 민선 6기가 들어설 당시에 초지역세권은 아트시티를 표방했다. 주거·교육·쇼핑·문화예술 등이 모두 집약된 복합테마타운으로 조성을 추진했다. 고층 타워를 포함해 문화시설, 시민광장, 예술대학 캠퍼스, 쇼핑센터, 스포츠시설, 쉼터 등을 그렸다. 만약 이 개발 사업이 성공했다면 안산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 불렸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민선 7기에서는 해당 부지의 도시개발구역을 해제하고 공유재산 매각을 시도했다. 이 또한 성공했다면 지금 초지역세권은 랜드마크를 표방하기 위해 뭐 어쨌든 개발이 한창일 것이다. 하지만 초지역세권은 여전히 방치돼 현재도 주말농장 용도 정도로 사용되고 있다.민선 8기 이민근 시장도 임기 절반 시점에서 관내 가장 노른자땅으로 불리는 초지역세권 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시장이 이례적으로 마이크를 잡고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정도로 무게를 뒀다.그렇지만 이번에도 안산시의회의 문턱에서부터 고전하고 있다. 의회의 뜻대로 민간사업자의 이익 독점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고 개발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지만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모양새다. 이번엔 언제될지도 모르는 국가 사업인 철도 지하화와 연계의 필요성마저도 검토해야 한다. 이번에도 개발의 타이밍을 놓칠까 우려된다. /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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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전쟁 발발 74주년에 즈음하여 지면기사
제2차 세계대전 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전쟁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이었고, 중동은 민족과 종교전쟁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석유로 인한 자원전쟁과 시오니즘(Zionism)대 비 시오니즘(Anti-Zionism)의 대립이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보면 인류역사가 전쟁역사이고, 전쟁역사가 인류역사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전쟁은 3년 동안 치열하게 진행되다 1953년 7월 종전이 아닌 정전협정으로 현재까지 71년째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북한은 현재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 한반도 비대칭 전력지형을 만들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권 당시 '전략적 인내'의 결과로 북한의 핵 개발 시간을 벌어 주었다는 주장을 차치하더라도 한국과 우방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늘 외치고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핵 없는 북한'은 공허한 소리일 것이다. 2010년 말을 전·후해 극심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던 '아랍의 봄' 당시 리비아 카다피가 친서방정책으로 전환한 후 몰락하는 등 많은 아랍의 정치지도자들이 권좌에서 쫓겨났으며, 1990년 소련 붕괴 때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핵을 반납한 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했듯 북한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정권몰락을 학습했기 때문이다.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국방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는 크리스토퍼 밀러는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인용해 "병(甁)에서 나온 지니는 다시는 병 속으로 못 들어간다(The Genie is out of the bottle)"라면서 노골적(어쩌면 현실인지도 모른다)으로 현재의 북한 핵을 인정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완전한 핵 폐기정책(CVID)'을 부정하면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이젠 되돌릴 수 없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일 것이다. 74년 전 동족상잔의 전쟁비극을 경험했던 우리로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외교적, 평화적 해결방안이 마련돼 핵 위협이나 핵 공갈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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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일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법 지면기사
급하단 전화에 중단된 동료 밥시간밥 넣은 배밑으로 자존심 흐르지만숟가락 놓게 만드는건 존중의 태도어디서 일하든 직원식당에 모이니우대 아니어도 '같은 대접' 해주길예전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밥을 먹는데 상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른 사무실 문을 급히 열어야 하는데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K뿐이라는 것이다. 당시 우리가 쓰던 사무실은 번호키였고 잘 안 쓰던 사무실이 하나 더 있었는데 갑자기 그 사무실을 열어야 하는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K는 식당에서 막 주문한 음식을 받아서 겨우 몇 술 뜨자마자 급하다는 전화에 그대로 상을 물리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우리가 보기엔 그게 그리 급한 일이 아니고 밥 다 먹고 가서 열어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일이었는데 상사의 판단은 달랐던 모양이다. 아니 달랐다기 보다는 우리의 식사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남은 우리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둥의 속담을 주워섬기며 밥도 다 못 먹고 자리를 뜬 동료를 안타까워하고 상사를 욕했다.당시 다니던 직장이 박봉이라지만 지붕이라도 가린 곳에서 일하느라 눈치를 좀 더 보게 되어서 그렇지, 지붕 없이 뙤약볕에 찬바람에 부평초처럼 휩쓸리며 오면 그만 가면 그만인 노가다판에서는 점심시간이 되었다 하면 바쁜 일에 뛰어나가기는커녕 하던 일도 다 멈추고 흙더미에 삽 던져 꽂아두고 밥 먹으러 가버리곤 했다. 육체노동을 하면 배도 쉽게 꺼지고 허기도 더 심하게 오기도 하거니와 몸 쓰는 사람들이 어디서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체득하게 되는 은은한 배짱과 자존심이 밥 넣은 배 밑으로 도도히 흐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몸 쓰는 사람들이 밥 챙기는 자존심만 있고 다른 일은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니다. 목숨을 건 파업과 엄중한 대치 속에서도 사측이 노조를 해산시키려고 점거농성 중인 공장의 물과 전기를 끊자, 차량용 페인트가 굳지 않게 발전기로 기계를 돌렸다는 쌍용자동차의 파업 이야기는 자존심만큼이나 강했던 일하는 사람의 책임감을 떠올리게 한다.그럼 일하는 사람들이 먹던 밥숟가락 내려놓고 나서게 설득하는 방법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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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그렇게 된 나의 인생 지면기사
마을밖 걷다보니 비닐하우스 일하는 제자그의 아들과 담소 … 아이 형도 가르친 나초교 6년 선생으로 31년… '나의 길' 깨달음새벽 새소리에 괴롭다 기뻤다 다시 청한 잠해진다. 나는 걸어서 마을 밖으로 나간다. 마을에서 떨어진 길가 모정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 인사를 하며 어디 사느냐고, 물었다. 이웃 마을에 사는데 선생님 제자라고 해서 놀랐다. 그냐? 하며, 반갑게 악수하였다. 자기 이름을 말하며 수줍어한다. 제자 아버지는 허리가 몹시 굽었었다. 짧은 머리에 유순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어떤 때는, 영화 속의 동학농민군들이나 흑백사진 속 독립군 단체 사진 얼굴처럼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은 공동의 신념이 얼굴에 스쳐 갈 때도 있었다. 달구지로 나무도 해 나르고 보리도 벼도 실어 날랐다. 나는 그 어른이 어쩐지 좋았다. 제자는 시내버스 운전한단다. 정년이 6년 남았단다. 내가 아버님을 속으로 좋아했다고 말했다. 제자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을 봤다. 사회적인 공분을 살만한 일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아온 선량한 시민의 얼굴이다. 우리 집에 한 번 들러라. 아버지 사진이 나온 책이 있다고, 했다.조금 걸어갔더니, 다른 제자가 비닐하우스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저 제자 아들도 가르쳤다. 그때 내가 가르쳤던 아이를 닮은 아이가 있어서 사진 찍어 준다고 했더니, 길로 쪼르르 뛰어 올라왔다. 이름을 물었더니 이름을 말하고는, 아버지가 힘들게 지었단다. 내가 웃었다. 아이는 2학년이다. 자기는 공부를 아주 열심히 잘한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누구냐고 물었다. 네 아버지와 네 큰 형을 가르쳤다고 했다. 어디 가냐고 했다. 저기, 간다고 했다. 비가 온다고 했냐고 내게 물었다. 모르지만 비는 올 것 같지는 않다고 하늘을 보며 말했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닌다고 했다. 어디 가냐고 또 물었다. 우리 이야기는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내용은 별로 없다. 오랜만에 2학년 학동과 몸짓 손짓 발짓을 해가며 큰 소리로 떠들며 이야기했다. 둘이 크게 웃기도 했다. 막힌 데 없이 이어지는 유쾌하고 활발한 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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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