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야구대표 술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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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야구대표 술 파문 지면기사

    체육부 기자는 낮보다 밤, 평일보다 주말·휴일이 더 바쁘다. 근무시간이 경기일정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야구, 축구를 좋아하는 것과 경기장에서 취재·보도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열성 팬이라도 전담 기자 3년이면 진저리를 내고 만다. 사회부와 더불어 3D 부서로 꼽히는 이유다.체육기자들은 술자리가 두렵다. 출입처 상대방의 엄청난 주량(酒量) 때문이다. 씨름이 아니더라도 신장이 큰 농구, 배구계엔 상식을 깨는 폭주파(暴酒派)가 많다. 아이스하키 선수들도 주량만큼은 밀리지 않는다. 이런 종목 전담기자는 출입처 저녁 회식이 있는 다음날엔 오후에 출근하는 게 관례일 정도다.술 하면 프로야구를 빼놓을 수 없다. 수년 전, 동갑내기인 홈런왕 이대호와 돌부처 오승환이 방송에 나와 술에 얽힌 일화를 전했다. 사회자가 "비시즌 때 서로가 지지 않으려고 소주 40병을 마신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물었다. 이대호는 "그러면 죽는다"면서도 "둘이서 10병 정도는 마신다"고 했다. 오승환은 "각자 5병씩 마시는데, 금방 없어진다"고 주량을 은근 과시했다. 함께 출연한 정준하는 "나도 연예계 주당인데 이대호와 마시면서 필름이 두 번 정도 끊겼다"고 털어놨다.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대회기간 음주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한 유튜브 채널은 최근 "WBC에 출전한 일부 선수들이 일본 도쿄에서 호주전 전날과 일본전 전날 술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연 3일 술집에 왔다는 관계자 증언도 있다. 대표팀은 호주전에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7-8, 일본전도 4-13으로 패해 짐을 쌌다.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선수 3명이 음주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기 전날 여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해당자들은 술은 마셨으나 경기 전날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KBO는 국가대표 운영규정을 살펴 상벌위원회를 열기로 했다.프로스포츠 선수는 알아서 몸 관리를 한다. 경기력이 돈이기 때문이다. 술자리를 즐기는 선수가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면 자제해야 한다. 기량이 뛰어나도 대회

  • [참성단] 경계경보 오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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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경계경보 오발령 지면기사

    2차세계대전 중 독일은 1940년 9월 7일부터 이듬해 5월 10일까지 런던을 무자비하게 공습했다. 런던 대공습이다. 영국 국민은 강인하게 버텼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일제히 대피했다가, 폭격이 끝나면 곧바로 일상으로 복귀했다. 직장인들은 지하철역에서 숙식하며 출퇴근을 했고, 우유배달부는 배달을 빼먹지 않았다. 런던 시민들은 전시 표어인 'Keep calm and carry on'대로 동요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행동했다.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대도시에도 수시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알리는 공습경보가 울린다. 하지만 일상을 유지하려 애쓴다. 지난해엔 전쟁통에 새 시즌을 시작한 프로축구 경기가 공습경보로 네 번이나 중단된 끝에 4시간 27분만에 경기를 마쳤다는 외신보도도 있었다.그칠 날 없는 공습 사이렌으로 전 국민이 노이로제에 시달려도, 일상의 유지로 항전의 의지와 승전의 희망을 이어간 나라들은 승전국이 됐다. 전쟁 중에도 일상을 유지하려면 국민이 정부를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면 전쟁을 수행할 동력이 흩어진다. 강대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고전하는 이유다.어제 오전 6시 29분께 북한이 대한민국 서해 쪽으로 우주 발사체를 발사했다. 정찰위성을 탑재했다는 발사체 일부가 한중 중간해역에 낙하했고, 북한은 실패를 자인했다. 대한민국 정부도 경계 발령에 실패했다. 행정안전부는 발사 직후 백령지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서울시도 6시41분 문자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그런데 행안부는 7시3분 서울시 경계경보가 오발령이라는 공지 문자를 발송했다.서울시가 혼란에 빠졌다. 새벽을 강타한 사이렌과 문자 경계경보에 놀라 TV를 켰지만 아무 정보도 없었고, 네이버는 트래픽 폭주로 먹통이었다. 서울시 경계경보는 발사 시점에서 한참 늦었고, 무작정 대피만 강조했지 아무 정보가 없었는데, 그마저 오발령이었다. 일본은 발사 1분 뒤 '북한 미사일 발사'와 '지하 대피'가 명시된 경계경보를 오키나와현에 발령했다.실제 상황에서 늑장 발령과 오발령은 국민 안전에 치명적이다. 경계경보는 전시 중 일상

  • [참성단] 금값이 된 금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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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금값이 된 금값 지면기사

    금의 표준 원소 기호는 AU, 원자번호는 79번이다. 금 원자는 모두 79개의 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원소 기호 AU는 '빛나는 새벽'을 뜻하는 라틴어 아우름(Aurum)에서 유래했다. 금은 높은 온도나 혹독한 환경에서도 부식되거나 변하지 않는 데다가 태양의 상징물로 간주, 석기시대부터 애용돼 왔다. 기원전 5천년 전의 유물이 발굴될 정도이니 인류의 금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각별했던 것이다.이처럼 귀한 금속이기에 금은 화폐 대용으로도 널리 활용돼 왔다. 금본위제, 은본위제, 복본위제가 혼재, 경합하다가 경제가 세계적 규모로 확장되자 가볍고 유통이 편리한 금이 통화의 기축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복본위에서 금 단일 본위제로 이행한 것은 영국이 처음이다. 산업혁명으로 산업과 금융에서 세계의 패자로 등장한 영국이 1821년 금본위를 공식적으로 천명하면서 프랑스(1873), 이탈리아(1874) 등이 복본위에서 금본위로 전환하였고, 독일도 1871년 은본위에서 금본위로 바꾸고 러시아도 1876년부터 금본위제를 채택하는 등 이른바 고전적 금본위제가 자리를 잡았다. 금 본위제가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골드러시를 촉발한 1848년 캘리포니아에서의 거대한 금광 발견과 뒤를 이어 1851년 호주에서 대규모 금광이 발견되어 세계 금 생산량이 10배 가량 증가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금은 수요에 비해 채굴이 쉽지 않아 유통이 쉽지 않았고, 시장가격의 상승 등으로 금본위제는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더구나 현대 경제에서는 돈이 계속 돌고 유통되어야 하는데 이 점에서 금은 활용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채굴된 금은 약 16만5천t이며, 2008년 기준 연간 금 생산량은 2천260t 정도라 한다.30일 기준 금값 시세는 34만4천원 선이다. 경기침체 우려에 물가채 금리가 상승세에 있고, 인플레이션과 미국 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 등으로 금본위제는 사라졌지만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금값이 금값인 시대다. 이것은 실물경제에 대중적 우려와 불안이 그만큼 크다는 뜻인데

  • [참성단] 이준석 학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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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이준석 학력 논란 지면기사

    2007년 30대 여성 셀럽이 학력위조 의혹을 받았다. 서울대 미대를 나와 예일대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된 인물이었다. 광주비엔날레 총괄 감독이 되면서 학력이 날조됐다는 풍문이 돌았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가짜 박사로 판명됐다. 그녀와 밀회를 했다는 장관 출신 청와대 인사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전국에 학력 검증 광풍이 불었다. 연예인, 교수, 사회 지도층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학벌 좋은 유명인들이 집중적인 표적이 됐다. 집요한 추적에 지친 여배우는 '이대 나온 여자가 아닙니다'라고 자백했다. 명문대를 나왔다는 방송인, 의대에 다녔다는 배우, 대학을 나왔다는 만화가가 거짓을 고백하는 대열에 동참했다.멀쩡한 연예인을 범죄자로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폐단도 있었다. 그룹사운드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는 스탠퍼드대 학사와 석사 통합과정을 조기 졸업했다. 미국 명문대 출신이라는 점이 관심을 모았다. 2009년 한 네티즌이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자 명단을 확인해 보니 타블로가 없었다'는 글을 올렸다.그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카페를 만들어 마녀 사냥에 나섰다. 졸업장과 학력 인증서, 성적 증명서, 교수 확인서, 기숙사 동영상이 증거로 제시됐으나 누리꾼들은 믿지 않았다. 타블로는 카페 운영자를 고소했으나 회원들은 불신을 거두지 않았다. 수년이 지나 허위 주장으로 결론이 났으나 확증 편향에 사로잡힌 집단의 비이성적 가해로 타블로는 만신창이가 됐다.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페북에 하버드대 졸업장을 공개했다. 허위학력 의혹이 번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모 유튜브 채널은 이 전 대표가 하버드에 입학은 했으나 졸업생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했다고 하는데, 당시 하버드대에는 복수전공 제도가 없었다고 한다.타블로에 이어 이 전 대표가 표적이 됐다. 심리학계는 부와 명예, 성공을 이룬 젊은이에 대한 질투가 표출된 것이란 견해다. 이준석은 "어차피 또 위조라고 난리 치겠지만"이라며 "10억 내기라도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벌거벗은 몸으로 대중 앞에 서야 하는 게

  • [참성단] 유아인 영장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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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유아인 영장 기각 지면기사

    마약은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스테디 꿀 소재다. 악당 범죄집단이 마약을 거래하거나 투약하는 장면이 유난히 많다. 변호사, 의사, 사업가 등 상류층 인사들이 종이에 싸인 흰색 가루를 흡입하는 컷도 흔하다. 2014년 제작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배우 '매트 맥커너히'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식사를 하다 면봉으로 백색 가루를 코로 들이키는데, 마약의 대명사 코카인이다.종류가 다양하나 크게는 천연과 합성으로 나뉜다. 원재료에서 추출한 대마, 아편, 모르핀, 헤로인, 코카인은 대표적인 천연마약이다. 헤로인은 진분홍 양귀비를 정제한 것이다. 합성 마약은 다른 물질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것으로, 제약사들이 의약 목적으로 개발했다.마약은 강력한 진정·진통 효과로 인해 마취제로 쓰인다. 식욕 억제제나 불면증을 치료하는 수면 촉진제로도 활용된다. 문제는 강한 중독성과 심각한 부작용이다. 환각·환청에 신체 조정력을 상실하는 등 통제 불능이 되고 과할 경우 죽음에 이른다. 모든 나라가 치료 목적 외에는 유통과 투약을 허용하지 않고 엄벌하는 이유다. 아편 전쟁의 피해자 중국은 극형에 처한다.마약류 투약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씨가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4일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련 증거가 이미 상당수 확보됐고, 기본적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도 감안했다고 한다. 경찰은 유씨가 대마, 프로포폴, 코카인, 케타민, 졸피뎀 등 마약류 5종을 투약한 것으로 본다. 수년 전부터 상습적으로 투약했다고 한다. 유씨는 대마는 인정하면서도 다른 마약류는 부인하고 있다. "법원은 사실관계를 상당 부분 인정했다고 하는데, 무슨 근거냐"는 말이 나온다.유씨는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됐으나 여론은 싸늘하다. 그동안 수차례 출두를 미뤄 경찰이 체포를 압박했는데 무엇을 반성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대형 로펌이 돈값을 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일각에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마당에, 잘못된 시그

  • [참성단] 주정뱅이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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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주정뱅이 시의원 지면기사

    탈무드엔 하느님이 바쁘셔서 대신 보낸 사람이 엄마라 했는데, 술은 악마의 선물이라 했다. 술을 마시면 양처럼 온순한 단계를 지나 사자처럼 포악해지고, 원숭이처럼 춤을 추고, 이윽고 돼지처럼 추해진다 했다. 악마가 네 동물의 피를 섞어 인간에게 준 선물이 바로 술이란다.술 취한 개를 경계하는 금언에도 불구하고 동서고금의 문화에서 술은 사회생활의 윤활유이며, 고통의 치유제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찬양받았다. 우리 음주문화도 남부럽지 않게 너그럽다. 작취미성의 남자들은 어제 벌인 주정과 주사를 안주 삼아 해장 술로 쓰린 속을 달랜다. 음주천국의 불문율인 주취감경을 법으로 인정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세상이 변했다. 술 권하는 사회의 권력을 거부하고 술 취한 개들의 폭력에 저항하는 시대는 낯설지만 확실한 추세다. 음주문화를 떠받쳐 온 전체주의적 사고와 전제적 억압은 꼰대의 퇴행으로 전락했다. 음주 범죄를 가중 처벌하자는 사회적 각성이 대세다. 그래도 음주사고와 소동이 끊이지 않는다. 대물림해온 음주문화의 뿌리는 워낙 깊다.민주당 소속 부천시의회 남성 의원이 음주 사고를 쳤다. 호남에서 열린 시의회 의정연수 만찬에서 술에 취해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을 희롱했다. 첫날엔 여성 의원 가슴에 부침개를 던진 뒤 "내가 떼어 주냐"고 했단다. 이튿날엔 또 다른 여성 의원을 신체 접촉으로 괴롭혔는데, 이 장면이 전국민에게 공개됐다.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코인 사태로 심란한 이재명 당 대표가 즉각 윤리감찰을 지시했다. 시의원은 곧바로 탈당했다. 그러자 경기도당은 탈당 후에도 징계절차를 지속한다 하고, 시의회 민주당 의원 전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대응만 보면 전대 돈봉투와 코인사건 보다 시의원의 음주 성추행을 훨씬 심각하게 보는 모양새다. 만만해서인지, 시대의 반영인지 헛갈린다. 피해를 당한 여성의원들에 대한 사과가 없어 아쉽다. 시의원은 탈당해 도망갔으니, 민주당 중앙당이든 도당이든 민주당 시의원들이든 정중하게 사과했다면, 일벌백계의 진정성이 더욱 깊어졌을 테다. 주정뱅이 시의

  • [참성단] 오복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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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오복서점 지면기사

    고서점, 헌책방은 업태(業態)가 서점이 아니라 고물상에 해당한다. 그러나 연구자·애서가·학생·서민들에겐 책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보물창고요, 귀중한 학술자료를 구할 수 있는 연구의 현장이기도 하다. 또 서점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로 마음을 터놓고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야기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문화사랑방이 된다.세계 각국에는 대표적인 헌책방과 헌책방거리가 있다. 소장 도서를 펼치면 길이가 18마일(약 29㎞)에 이른다고 해서 18마일의 서가란 별칭이 붙은 뉴욕의 '스트랜드 북스토어', 파주 헤이리 출판단지의 롤 모델이 된 영국 웨일즈의 헤이 온 와이(Hay on Wye), 일본 교토의 진보초 등이 그렇다.우리도 헌책방거리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청계천 헌책방들과 인사동의 고서점들을 비롯해서 부산 보수동 책방거리가 남아있다. 서울 잠실나루역 근방의 '책보고', 인천 배다리의 '아벨서점', 부천의 '대성서적', 지금은 주인이 바뀐 오산과 평택의 '아사달', 천안의 '갈매나무 서점', 창고형 매장인 화성시의 '고구마', 그리고 수원 팔달문 주변의 '남문서점'과 '오복서점'이 그러하다.이런 서점들은 단순한 헌책방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공간이다. 비록 원하는 책이 있을 때가 드물어 발품도 많이 팔아야 하고, 정작 사려는 책은 사지 못하고 예기치 못했던 책들을 잔뜩 사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도 애서가들에게 고서점은 정신적 고향이자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통한다.1990년 2월에 문을 열어 33년간 수원 팔달문을 지켜왔던 '오복서점'이 5월 말 문을 닫는다. 새 건물주가 더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 하고 손님들도 줄어들어 오프라인 서점을 닫는 것이다. 온라인으로는 영업을 지속한다고 하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수원에서 전국구급 오프라인 고서점은 모두 사라지는 셈이다. 오복서점은 알만한 유명인들과 연구자들이 즐겨 찾던 수원의 숨은 명소였다. '홍재전서', '사민필지', 희귀 '사마방목' 등 귀중한 자료들이 이곳에서 발굴되어 박물관, 도서관, 연구기관

  • [참성단] '광우병 괴담'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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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광우병 괴담' 소멸 지면기사

    광우병(BSE·소해면상뇌증) 괴담은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조건으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진행되면서다. 광우병 위험이 증폭되면서 불안이 확산했다. 일부 매체는 허위·과장보도를 반복했다. 전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리고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시위가 격화했다. 공중파 방송사의 고발 프로그램이 기폭제가 됐다. 광화문 거리는 불안에 떠는 시민들의 촛불로 뒤덮였다. 어린 학생이 "서른 살까지 살고 싶어요"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주부들도 있었다. 정부가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하기로 하면서 진정 국면을 맞았다. 뒤늦게 '내용이 과장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서 시장 점유율이 급상승했다. 한우만 팔던 식당들도 미국산을 추가했다. 값비싼 한우를 대신할 대체재로 자리 잡았다. 가정에서도 자녀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를 구워 먹는 게 일반화됐다. 2019년 전체 수입 소고기의 절반 이상이 미국산이었다. 한때 전체 수입량은 줄었으나 미국산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여론조사기관이 소비자 인식조사를 했는데, '미국산 소고기가 안전하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지난 20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도축장에서다. 미국 농무부는 광우병 감시 프로그램에서 도축 부적합으로 분류된 소를 검사한 결과 광우병 발병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소는 폐기돼 시중에 유통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지역 소고기는 한국에 수출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우리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현물 검사 비율을 3%에서 1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에 확인된 광우병은 비정형이다. 오염된 사료를 먹어 발생하는 정형 광우병과 달리 8살 넘는 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형의 인체감염사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미국에선 지난 2018년에도 비정형 광우병이 발견된 바 있다. 당시에도 정부는 검사 비율을 10%로 확대했다. 그래도 미국

  • [참성단] 히로시마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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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히로시마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 지면기사

    1945년 5월 8일 독일의 항복으로 2차세계대전의 전세는 미국·영국·소련 연합국으로 확실하게 기울었다. 연합국은 포츠담 선언에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다. 일제는 현실을 외면하고 본토 수호를 위한 1억 옥쇄(玉碎)로 배수진을 쳤다. 허세가 아니었다. 미국은 이오지마, 오키나와 상륙작전에서 일본군의 옥쇄전략에 막대한 인명과 장비를 잃었다. 일본 본토 점령에 따를 손실 규모는 예측만으로도 끔찍했다.일본은 미국이 망설였던 원자폭탄 투하를 자초했다. 그해 8월 6일 투하된 원자탄 '리틀보이'로 히로시마가 사라졌다. 일제가 영문을 몰라 항복을 망설였다. 8월 9일 원자탄 '팻맨'이 나가사키를 지우자, 쇼와 천황은 8월 15일 방송에서 '대동아전쟁 종결 조서'를 발표한다. 제국의 오판이 없었다면 히로시마의 비극은 없었고, 히로시마 때 정신 차렸으면 나가사키의 비극은 없었다.히로시마는 반핵의 성지이다. 원폭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폭심지에 있던 생명체는 증발했고, 열과 폭풍은 도시 전체를 파괴했다. 42만명의 인구 중 9만~16만명이 수개월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히로시마 군수공장에 강제징용된 조선인 14만명 중 3만명도 이때 희생됐다. 불과 10일 뒤 해방된 한반도 조선인들은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지만, 떼죽음 당한 히로시마의 식민지 조선인들은 잊혔다.히로시마 평화공원에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가 서있다. 히로시마 재일교포들이 십시일반으로 1970년 공원 밖에 건립한 위령비를, 교포들의 끊임없는 청원으로 1999년 공원 안으로 이전했다. 일본은 가해국이면서 저 혼자 피해자 행세를 하느라 원폭 피해 동포들을 2차 가해했고, 고국은 지원은커녕 외면했다.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21일 위령비를 참배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첫 참배라니, 놀랍다. 히로시마 동포 3만명의 희생과 원폭피해자 및 유족들을 역사의 그늘에 방치한 모국이라니 부끄럽다. 윤 대통령은 19일 히로시마 원폭 피해 동포들과 만났다. 이 역시 처음이란다."슬픔과 고통을 겪는 현장에서 고국이 함께 하지 못

  • [참성단] '거북선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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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거북선 마케팅' 지면기사

    선조 임란 때 경상도 근해에서 조선 수군과 왜군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부산진과 가까운 거제 앞바다는 7년 내내 피로 물든 격전지였다. 경남도가 지난 2008년 거북선 찾기에 나선 역사적 배경이다. 특명을 받고 탐사에 나선 한국수중공사는 이듬해 10월까지 거제시 하청면 칠천도 해저를 샅샅이 훑었다. 조선 수군이 유일하게 패한 칠천량 바닥에 침몰한 거북선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탐사 전문가들에, 최첨단 장비가 동원됐다. 이런 낭패가 없다. 배 모양 흔적은 물론 선재로 쓰였을 나무 판지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밥그릇과 술병 등 7점을 인양한 게 고작. 그나마도 임진왜란 당시 수군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애매한 감정이 나왔다. 용역비 2억4천만원, 탐사비 1억4천만원을 쏟아부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 성금 8억원은 행사비·경비로 녹아내렸다.헛발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거제시는 2010년 국·도비 20억원을 들여 거북선을 제작했다. 길이 25m, 폭 8.67m, 높이 6.06m 크기다. '1592 거북선'으로 불렸는데 수입 목재가 섞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짝퉁 논란이 일었다. 한 업체는 국산 소나무가 아닌 수입산을 써 10억여원 차익을 남겼고, 대표는 구속됐다.불량 거북선이 지난 16일 경매에서 154만원에 팔렸다는 소식이다. 시초가 1억1천750만원에 시작됐으나 7차례 유찰되면서 제작비 0.077%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무게가 100t이 넘는 거북선을 관리하는데 1억5천만원을 썼다고 한다. 이번에도 주인을 못 찾으면 폐기 처분키로 했던 거제시는 한숨 놨다는 표정이다.여수시 중앙동 이순신 광장에 전시된 거북선도 빗물이 줄줄 새면서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2014년 26억원을 들여 실물 크기로 만들어졌다. 내부엔 무기류 318점, 인물 모형 30점, 체험복 4벌 등이 갖춰졌는데, 시가 복구비 1천300만원으로 긴급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거북선 마케팅이 잇따라 헛발질을 하면서 수십억원 혈세가 낭비됐다. 전시행정,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코미디보다 더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