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 박원순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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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박원순 다큐멘터리 지면기사

    최근 개봉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클레오파트라를 흑인 배우가 연기하자 '블랙 워싱'을 넘어 역사 왜곡이라는 주장이 나온 탓이다. 블랙 워싱은 '화이트 워싱'에 조응하는 신조어다. 화이트 워싱은 아시안인 칭기즈칸을 존 웨인이, 흑인인 오델로를 로렌스 올리비에가 연기하는 백인 중심의 콘텐츠 생산 문화에 대한 비판적 용어다.원작의 주인공마저 인종 세탁해 온 백인 우월주의에 맞불을 놓는 차원에서 등장한 블랙 워싱은 PC운동(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과 맥락이 닿아있다. PC운동의 선두에 선 디즈니는 인어공주 등 메가히트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면서 주·조연들을 흑인으로 교체했다. 화이트이든 블랙이든 인종 세탁은 창작물이라 가능했다. 원작 훼손 논란은 있지만 시대정신을 수용한 해석과 재창작도 자유의 영역이라서다. 하지만 사실을 다루는 장르인 다큐멘터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리스계 왕조의 백인 여왕을 흑인으로 세탁하면, 사실과 역사가 흔들린다.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첫 변론' 제작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2020년 7월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인권위원회는 6개월간의 직권 조사 끝에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사실'로 적시했다. 논란의 핵심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여부다. 다큐 제작진은 "1차 가해가 명확히 밝혀져야 2차 가해 판단이 가능하다"며 국가기관이 단정한 1차 가해 자체를 부정한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부른 민주당 여성 의원들과 진보 여성단체는 침묵한다. 피해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박원순 무죄 호소인'들의 집요한 언어 폭력에 홀로 갇혀있다.다큐 '문재인입니다'는 어차피 팬덤용이니 그들끼리 공유하는 사실의 틀에서 보고 즐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첫 변론'은 차원이 다르다. 피해자의 존재 때문이다. 국가기관이 인정한 '피해'로 살 용기를 얻은 사람이다. '피해자는 박원순'이라고 주장하는 다큐가 극장에서

  • [참성단] 플래카드의 오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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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플래카드의 오남용 지면기사

    살다 보면 그것이 알고 싶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 대한 시시콜콜한 얘기들이나 TV 광고나 전단지 등의 선전물들이 전하는 내용들이 그러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지 않은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받고 있다. 일상을 파고드는 고도화한 홍보전략들로 인해 일상생활 속에서, 심지어 TV나 컴퓨터를 켜거나 스마트폰 앱을 열어도 온갖 광고들로 넘쳐난다.종교단체의 홍보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헌법 제20조 제1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음악을 틀고 책자를 나눠주거나 큰 소리로 자신의 종교 경전의 구절을 외치며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일이다. 종교가 다른 이들도 있을 것이고, 종교를 '가스라이팅'으로 생각하고 아예 종교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들에게 그것은 참으로 괴롭고 짜증이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종교의 자유란 말은 종교선택의 자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갖지 않을 자유도 포함되는 것으로 종교 단체들의 과도한 홍보로 인해 믿지 않을 권리와 자유가 지나치게 침해되는 것이다.플래카드의 남용으로 인한 시각적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다. 요즘에는 선거철이 아님에도 각 정당들의 정치관련 현수막들마저 가세하여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플래카드(placard)란 말은 네덜란드어 플라켄(placken)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원래 이 말은 '붙이다'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일본어로는 프라카도(プラカ一ド), 다레마쿠(垂れ幕), 오단마쿠(橫 幕, おうだんまく)라 한다. 플래카드는 가로 방향으로 거는 것이고, 현수막은 위에서 아래로 즉 세로로 거는 것이니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것이지만, 요즘에는 다 현수막으로 표기하고 쓴다.전국에 내걸리는 저 수많은 플래카드들은 다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가? 플래카드의 남용은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도시미관마저 해친다. 탄소배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당들이 내거는 플래카드는 문구가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자극적이어서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정치의 진영화

  • [참성단] '바다 이야기'와 P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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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바다 이야기'와 P2E 지면기사

    국산 아케이드(오락실) 게임 '바다 이야기'는 2004년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스크린 경마를 만든 회사가 일본의 '파친코' 기기를 모방했다. 문어, 해마, 고래 등 바다 생물들이 등장하기에 바다 이야기로 불리게 됐다. 유사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전국에 도박장 게임 광풍이 불었다.게임에서 얻은 점수를 상품권으로 줬는데, 즉시 현금화가 가능했다. 업장 옆에 불법 환전소를 운영하는 '눈 가리고 아웅' 격이다. 수백, 수천 배 상금이 터진다는 소문에 게임장은 문전성시였다. 업주들이 자루에 지폐를 담아 귀가하는 등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지역 조직폭력배가 가세하면서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색 도박장 간판이 도시 골목을 점령했다. 중독성이 강해 재산을 탕진한 피해자가 급증하고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면서 사회문제가 됐다.참여정부 시절, 친정권 인사들이 뒷배를 봐준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당시 문체부 차관이 경질됐는데, 오락실 게임과 관련됐다는 설이 돌았다.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고, 관련자들을 구속했으나 잡음은 그치지 않았다.사행성 게임장이 해악만 남긴 건 아니다. 경찰이 압수한 LCD 모니터와 PC가 물품보관소를 가득 채우면서 처치 곤란한 상황이 됐다. 불우이웃과 소외계층에 무료로 제공하자는 아이디어가 실행됐다. 소프트웨어를 제거한 하드웨어가 미래 세대의 컴퓨터교육에 보탬이 된 것이다.김남국 국회의원의 가상자산(코인) 보유 논란이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규제 완화를 노린 입법로비의혹으로 번졌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신문 기고를 통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양당 후보 진영에서 작동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P2E 관련 업체가 게임머니를 합법적으로 현금화할 수 있도록 여의도 정치권을 집중 공략했다는 게다.김 의원은 민주당을 자진 탈당했으나 파문은 가라앉지 않는다.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젊은 세대의 분노가 커진다. 실체가 불분명하고 등락 폭이 제한되지 않는 가상화폐는 투기를 넘어 도박에 가깝다. 아빠는 '바다'에 휩쓸

  • [참성단] 캠핑 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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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캠핑 공해 지면기사

    들쑥날쑥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캠핑인구는 500만~700만명으로 추정된다. 야외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캠핑이 여가활동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기계적인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에게 캠핑은 해방구이자 삶의 활력소다. 방송과 유튜브가 쏟아내는 캠핑 동영상에 끌려 장비를 구입하는 '캠린이'들이 줄을 섰다.586세대가 청춘이던 시절, 배낭에 텐트와 버너, 식재료를 쟁여 짊어지고 기차와 버스와 도보로 산과 바다의 야영지를 찾아갔다. 설익은 밥에 장아찌 한 조각 올려 먹고 모기에 물리면서도 통기타 반주에 트윈폴리오, 산울림, 운동권 노랫가락을 합창하는 사이 별이 뜨고 졌다. 어른들은 사서 고생한다며 혀를 찼지만, '사서 고생'은 청춘의 특권과 낭만이었다.지금은 백패킹이 '사서 고생'의 명맥을 잇긴 하지만, 캠핑의 질과 수준이 확 달라졌다. 주말 고속도로엔 캠핑카가 즐비하고, 캠핑장마다 캠핑카와 차박용 SUV차량을 몰고 온 캠핑객으로 만원이다. 고참 캠퍼들은 텐트를 고급 카페처럼 꾸미고, 현란한 장비발로 캠린이들 기를 죽인다. 먹거리도 진공 포장된 육·해·공 식재료와 반조리, 조리식품으로 풍요롭다. 첨단 장비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캠핑장에서 구매한 장작으로 모닥불을 피운다. 서민들에겐 부담스럽다. 캠핑도 빈부격차가 심하니 씁쓸하다.수백만명의 캠퍼들이 주말이면 전국 각지의 캠핑장과 자연 깊숙한 곳으로 흩어진다. 부작용이 심각하다. 캠핑차량 주차와 쓰레기 문제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친다. 보다 심각한 것은 환경파괴다. 몇 년 전 인천의 굴업도가 백패킹의 성지가 되면서 목기미 해변, 개머리 초지, 연평산 일대가 쓰레기 천지가 됐다는 보도가 있었다.최근 인천 신항 배후단지에 캠핑족들이 몰리면서 이곳에서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검은머리물떼새의 생태가 위기란다. 캠퍼들이 불을 피우고 연을 날리면서 포란에 민감한 검은머리물떼새들의 번식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차박 캠핑 성행과 야영장 부족으로, 캠핑족들이 파고드는 자연의 범위가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자연의 주인인 동식물에겐 캠핑객은 불청객이다. 손님이 제멋대로

  • [참성단]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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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지면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했다. 2020년 1월 20일 중국인 입국자가 첫 확진자로 판정된 뒤 3년 4개월만이다. 코로나19 위기경보는 심각에서 경계로 낮아졌다. 확진자 7일 격리 의무도 5일 격리 권고로 완화되고, 입국자 PCR 검사 권고는 해제됐다. 병원 외 모든 장소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없어졌다.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아진 것이다.2019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은 중국 당국이 쉬쉬하는 동안 삽시간에 세계를 휩쓸면서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 5월 10일 기준으로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6억8천800여만명, 사망자는 세르비아 인구와 비슷한 687만2천여명이다. 천조국 미국의 인명 손실이 116만여 명으로 가장 컸다.우리는 11일 기준 누적 확진자 3천135만여명, 3만4천583명이 사망했다. 6·25 전쟁 이후 최대 참사다. 방역전쟁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신천지 사태 이후 쏟아진 확진자를 감당할 병상과 의료진 부족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임종은 물론 장례도 없이 가족을 화장시킨 유족들은 단장의 고통을 삼켜야 했다. 마스크 대란, 백신 도입 지체로 정부는 혼쭐이 났다.팬데믹 공포에 질린 세계는 국경과 공항을 폐쇄했고, 2020년 세계 교역량은 9.2% 감소해 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전세계 대도시에서 인적이 사라지고 상가들이 문을 닫았다. 우리도 자영업자 등 영세 소상공인들이 무더기 폐업으로 생계를 잃었다. 전국민 코로나 지원금과 소상공인 지원사업으로 재정은 급속하게 악화됐다.비대면 사회의 도래로 인한 문화적 타격도 심각했다. 코로나19 원년에 중·고교와 대학에 입학한 세대는 동급생 얼굴도 모른 채 졸업했고, 마스크 착용으로 유아의 언어발달이 지체됐다는 보고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문화산업은 붕괴 직전까지 갔다.학계에선 기후변화와 생태계 붕괴로 제2, 제3의 팬데믹 유행을 경고한다. 시베리아 동토층의 갇혀있던 '좀비 바이러스'와 '고대 세균'들은 정체를 몰라

  • [참성단] 민노총까지 파고든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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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민노총까지 파고든 간첩 지면기사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터진 미 중앙정보국(CIA)의 도청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지만, 첩보전의 주역은 뭐니뭐니해도 첩보원이다. 도·감청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이 직접 획득한 정보만 못하다. 특히 적대국 전복, 교란 공작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첩보원이 우리 편이면 음지의 애국자이고, 상대편이면 색출해야 할 간첩이다.휴전 중인 남북도 전설적인 첩보원들이 명멸한 첩보전쟁의 현장이다.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박채서 소령, 갑자기 사람이 변했다. 술먹고 도박하고 동료들의 돈을 떼먹었다. 엘리트에서 망나니로 전락한 그는 결국 1993년 쫓겨나다시피 제대한다. 실상은 대북 첩보활동을 위한 '인간세탁'이었다. 대북사업가로 변신한 그는 북한 김정일과 장성택을 접촉할 정도로 거물이 됐다. 그의 실체는 암호명 '흑금성', 안기부 요원이었다.북한의 할머니 간첩 리선실의 전설도 이에 못지 않다. 제주 출신 1916년생인 그녀는 일찌감치 남로당에 가입하고 월북한 뒤 1966년, 1973년 두차례 남파 임무 수행으로 첩보 능력을 인정받았다. 1974년엔 일본으로 건너가 무려 6년간에 걸쳐 재일교포 신순녀로 완벽하게 위장했고, 1980년에 고정간첩으로 대한민국에 정착했다. 1992년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존재가 알려졌지만, 이미 1990년 월북한 뒤였다. 공화국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천수를 누렸다.수원지검 공공수사부가 10일 간첩 혐의자 4명을 구속 기소했다. 밝혀진 혐의 내용은 첩보전의 전형이다. 이들은 북한 공작원과 '총회장님'(김정은), '본사'(북한 문화교류국), '지사'(지하조직) 등 암호로 소통했단다. 기소된 4명은 '영업1부' 민주노총의 전직 간부들이었다. 접선 요령은 주도면밀했다. 손에 들고 있는 생수 물병을 마시면 선글라스를 손수건으로 닦는 것으로 접선자를 확인하고, 미행이 붙으면 담배를 피워 알리는 식이다. '실개천', '오르막길' 같은 특정 단어가 들어간 민노총 홈페이지 게시글과 댓글로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단다.민노총은 120만 노동자들이 가입한 대한

  • [참성단] '푸바오'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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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푸바오' 반환 지면기사

    에버랜드의 귀요미 '푸바오(福寶)'는 2020년 7월 대한민국에서 처음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판다다.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란 뜻. 성장 과정이 유튜브로 중계돼 에버랜드 동물 중 인기가 가장 높다고 한다. 할아버지로 불리는 강철원 사육사와 몸싸움을 하면서 티격태격하는 동영상이 정겹다. 할아버지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며 놀아달라고 조르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조회 수가 급증했다. 누적 뷰어 수 1억을 돌파했다.지난달 16일은 푸바오가 태어난 지 1천일 째 되는 날. 푸바오를 위한 깜짝 이벤트가 마련됐다. 대나무 평상 잔칫상엔 특별히 공수한 죽순과 당근, 안개꽃 등으로 장식한 대형 축하케이크가 올려져 푸바오를 놀라게 했다. 할아버지(사육사)는 천일을 기념하는 명패를 선물했고, 엄마·아빠는 '푸바오 사랑해'라고 쓴 대나무 판을 공주의 방에 놓았다. 아침 일찍 에버랜드를 찾은 관람객들도 함께 축하해줬다.엄마 '아이바오(愛寶)'와 아빠 '러바오(樂寶)'는 2016년 4월 한국 에버랜드에서 처음 공개됐다. 2014년 방한한 시진핑 중국주석이 판다를 선물하겠다는 뜻을 밝힌 지 2년 만이다. 에버랜드 내 판다월드에서 생활하는 푸바오는 엄마 아빠보다 할아버지와 뒹굴기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얼마 전부터 푸바오를 사랑하는 삼촌·이모 팬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푸바오가 내년 중국으로 반환될 것이란 소식이다. 중국은 모든 판다를 자국 소유로 하고 각국에 대여하기에 성체가 되면 돌려받는 게 관례다. 일본 동물원에서 태어난 판다 '샹샹'이 지난달 쓰촨성으로 보내진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 태어난 샹샹은 2년 전 중국에 귀속돼야 했으나 워낙 인기가 높아 미뤄졌다고 한다.중국의 판다 외교에 비난이 커진다. 비싼 대여료로 잇속을 챙긴다는 것이다. 자국에서 출생했는데도 중국으로 보내지는 건 과한 처사란 지적이다. 일부 네티즌은 푸바오의 짝을 데려와 살게 하면 안되느냐고 항변한다.푸바오는 이름 값을 제대로 했다. 많은 이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했다. 이빨에 낀 죽순을 떼어내려 혀를 내밀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

  • [참성단] 복잡한 아파트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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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복잡한 아파트 이름들 지면기사

    우리에게 언어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이 오고 그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또 말과 글이 있다 해도 올바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언어가 부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말과 언어는 그렇게 친절한 도구가 아니다. 말과 언어로 내 생각을 그대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도 힘들뿐더러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해도 상대방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20세기를 대표하는 언어철학자로 꼽히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은 언어는 사실을 표현하며 세계를 그림 그리듯 보여주는 것인데, 만일 언어로 세계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그릴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라고 했다. 언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상황과 규칙에 따라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그림이론과 사용이론의 핵심은 바로 언어의 쓰임에 있다. 그는 세계의 구조와 언어의 구조가 서로 일치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는 언어가 잘못 사용됨으로써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보았다. 언어는 게임처럼 사용 규칙을 잘 지켜야 하며, 그것을 잘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언어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인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개이득', '넘사벽', '듣보잡', '갑툭튀' 등 성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의 신조어나 줄임말도 문제지만, 성인들의 언어도 이에 못지않다. 청소년들이야 재미 삼아 자기들끼리의 문화를 만들어 소통하고 또 기성의 언어 질서에 대한 치기 어린 도전의 의미라도 있지만, 어른들의 언어는 너무 속물적이고 영악하다. 가령 최근의 아파트 이름들과 아파트 이름 개명 사태가 그렇다.백설마을, 청솔마을 등 멀쩡하고 고운 한글 이름을 에듀 파크·센트럴 파크·리버 파크·타운·빌·스카이 뷰 등 너무 복잡하게 바꿔서 '길도우미'가 아니면 찾아가기 힘들다는 택시 기사님들의 하소연도 들려온다. 외

  • [참성단] 코인 부자 김남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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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코인 부자 김남국 지면기사

    암호(暗號)화폐는 디지털 가상자산이다. 일본의 법정 용어는 '가상(가想)통화'이고, 중국은 '허의(虛 )화폐'라 부르고, 우리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2019년부터 '가상(假想)자산'으로 법정용어를 통일하는 중이다. 가짜, 허구를 뜻하는 명칭에 담긴 부정적 의미는 직관적이다. 한·일이 거래는 인정하면서 화폐의 기능을 부정하고, 중국은 아예 거래마저 불법으로 규정한 배경이다.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이 원조인 암호화폐의 작동 원리는 난해하다. 카지노에 비유하자면 현금 대신 사용하는 칩 자체가 도박 수단이 된 셈이다. 카지노 밖에선 의미 없는 플라스틱 쪼가리에 현금을 쏟아붓고, 알 수 없는 등락구조에 따라 어떤 이는 대박을 치고 다른 이는 쪽박을 차니 요령부득이다.암호화폐 통화 구조가 캄캄한 가상공간이다 보니 악당들에겐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다. 지난해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북한이 해킹으로 10억 달러의 암호화폐를 탈취했다고 밝혔다. 테러단체와 마약밀매 등 각종 범죄 조직들의 단골 거래수단도 암호화폐다. 검은 돈의 은신처와 세탁기가 됐다.정상적인 화폐가 아니다 보니 암호화폐 시장은 그야말로 요지경 속이다. 비트코인 광풍을 타고 떼부자도 속출했지만, 테라·루나 사태는 코인 거지를 양산했다. 정보의 비대칭이 지배하는 코인시장에서 서민들은 소수 정보 독점 세력들의 현금지급기로 전락한다. 철폐하기엔 비대해진 암호화폐 시장의 거래질서 투명화와 연착륙 입법은 정부와 국회의 현안이다.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무법천지 암호화폐 시장에서 단단히 한 몫 챙긴 모양이다. 60억원 규모의 위믹스 코인을 작년 초에 처분했다고 한다. 재산공개 대상이 아닌 암호화폐 보유 규모가 드러나자 민심이 깜짝 놀랐다. 김 의원은 코인 거래와 코인 누락 재산공개가 불법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민주당 논객 유시민이 "허황된 신기루"라 했던 암호화폐 시장이다.서민 피해를 방지할 입법에 힘써야 할 국회의원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코인 투자에 전념했다니 허무하다. 김 의원의 대박은 정보 약자인 수많은 서민들이 쪽박을 찬 결과일지

  • [참성단] '스타라이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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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성단] '스타라이트' 스토리 지면기사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때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긴자의 노포(老鋪)로 안내했다. 스키야기 식당 '요시자와'에서 부부 만찬을 하고 정상들만 2차로 '렌카테이'에서 독대했다. 두 식당 모두 유서 깊은 노포였다. 오래된 가게, 노포엔 시간이 축적한 정서가 있다. 노포 만찬이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두 정상의 정서적 연대와 공유로 해석된 배경이다.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44번가의 노포 '스타라이트'가 감동적인 뉴스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샌드위치 등 간편식을 파는 식당인데 1984년 재미교포 김정민씨가 개업했다. 김씨가 폐업하고 은퇴한다는 소식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한 자리에 모여 깜짝 폐업식을 열었다. 노래로 석별의 정을 나누고 모금한 퇴직금을 김씨에게 전달했다.'스타'가 되기 전 배고픈 현실은 미국 문화계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가난한 배우들과 지망생들이 '스타라이트'의 샌드위치를 씹으며 '스타'를 꿈꾼 세월이 어언 40년이다. 성공한 사람들 보다 실패한 사람들이 많았을 테지만, 스타라이트는 브로드웨이의 사연이 고이면서 역사가 됐다. 그 역사를 함께한 브로드웨이 사람들이 '스타라이트'의 마지막 또한 역사로 만들었다. 뮤지컬로 만들어도 손색 없는 스토리다.지난해 6월 냉면 노포 '을지면옥'이 문을 닫자 37년 단골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맛이 아니라 추억과의 이별이 아쉬워 눈물 흘리는 손님이 적지 않았다. 을지면옥처럼 전국 대도시의 미로 마다 촘촘이 박혀있던 노포들이 개발의 삽날에 속절 없이 사라지면서, 세대를 이어오던 정서적 연대와 추억도 흩어진다.그 자리에 SNS 미디어가 지배하는 푸드 포르노가 판을 친다. 인플루언서들이 쏟아내는 맛집을 순례하는 행렬로 주말마다 전국의 노포들은 뜨내기 손님들 차지가 됐다. 폭식과 괴식을 일삼는 먹방 유튜버들이 방문한 식당은 성지가 된다. 배달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식당 주인과 손님은 '별점'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백종원의 예산시장'은 몰려든 인파로 난장판이 됐다. 노포의 역사는 단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