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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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인천시와 하와이 지면기사
1902년 12월 22일 월요일, 인천 제물포항에서 승객 121명을 태운 배가 출발했다. 일본 화물선 현해환(玄海丸) 호는 이틀 뒤 일본 나가사키 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다시 '갤릭(Gaelic) 호'로 갈아타고 이듬해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입항했다. 120년 전, 차마 떠날 수 없어 눈물로 바다가 된 미국 하와이 이민사의 시작점이다.남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초기 이민자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일했다. 외교적 문제로 인력 공급이 중단된 중국인과 일본인 노동력을 빠르게 대체했다. 당시 정부는 하와이 이민을 장려했고, 혹독한 굶주림과 불안한 정세를 벗어나려는 이들의 도피처가 됐다. 1903~1905년 사이 64회 출항에, 7천415명이 새 삶을 꿈꾸며 배에 올랐다. 1910년 한·일병합 이후엔 이승만 서재필 등 독립운동가들이 한인사회에 합류했다.하와이에 정착한 교민들은 한시도 조국 땅을 잊지 않았다.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이주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인천에 공과대학을 만들자고 제안하자 나라 재건에 보탬이 되겠다며 적극 호응했다. 1954년 개교한 인하대학교는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을 설립하자며 이역만리에서 교민들이 피땀으로 젖은 종잣돈을 모아 보내온 성금으로 지어졌다. 교명인 '인하'는 인천의 '인(仁)'과 하와이의 '하(荷)'를 조합해 탄생한 것이다.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20일 하와이에서 교민들을 만났다. 이민 120주년 기념 '인천의 날' 행사장에서다. 유 시장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까지 750만 재외동포의 노력이 있었고, 그 가운데 인천이 있었다"며 방문의 의미를 강조했다. 교민과 방문단은 인천 출신 그룹사운드 '사랑과 평화'가 히트곡 '한동안 뜸했었지'를 부르자 함께 박수 치고 소리치며 하나가 됐다.행사장에 온 교민들은 하와이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여론 주도층이다. 하와이 한인회, 하와이 한인체육회,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 한인상공회의소 등 12개 한인 단체는 '재외동포청'을 인천에 유치해야 한다고 지지 선언을 했다.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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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자폐 학생 인권과 교권 지면기사
지난 여름 방송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일으킨 반향은 대단했다. 자폐인을 향한 부당한 편견과 불편한 시선을 반성하는 사회적 각성이 고조됐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공식 병명으로 천차만별인 자폐 증상에 대한 이해도 넓혔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우영우'가 너무 특별해 발달장애인들을 대변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우영우 판타지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끔찍한 현실을 가릴까봐 걱정했다. 우려한 대로 현실은 악몽이다.인천지방법원이 21일 고등학생이 학교장을 상대로 낸 심리치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학생은 교실에서 약을 먹이려는 여교사에게 "먹기 싫다"며 가슴을 손으로 밀쳤다. 교사가 이 사실을 알리자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학생에게 출석정지 5일을 결정했고, 교사가 처벌을 원치 않자, 처분을 유보했다.학생 가족이 불복하고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처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학생 편에 섰다. 학교는 명확한 처분을 위해 교권위를 다시 열어 4차례의 심리치료를 명령했다. "강제추행, 상해, 폭행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이유였다. 학부모들은 이 또한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냈지만, 인천지법은 학교 손을 들어준 것이다.판사는 "학생의 장애를 고려하면 성적 목적과 의도가 없다"며 부모의 주장을 인정했다. 그래도 "교사의 가슴을 손으로 밀친 것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4살 수준 지능인 학생의 범죄 혐의를 인정할 수 없지만, 교사의 현실적인 피해는 인정한다는 판결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가해자는 없지만 피해자는 있다'인데, 판사의 고민이 느껴진다.학생 측은 항소 입장을 밝혔다. "밀치는 행위는 발달장애인의 거부 의사 표현"이라 했다. 이런 식이라면 수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항변으로 들린다. 교사도 딱하다. 실제로 느낀 성적 수치심을 감당할 수 없어 최소한의 처분을 요구했는데 일이 커졌다.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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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동지(冬至) 지면기사
오늘은 제석(除夕)이며, 내일이 동지(冬至)다. 동지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제대로 정확히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동지는 24절기의 하나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옛날 사람들은 동지를 태양이 다시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이고 제사를 지냈다 한다. 동지는 장지(長至)·단지(短至)·비동(肥冬)·희동(喜冬)·이장절(履長節)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아세(亞歲) 곧 새해에 버금가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팥죽을 쑤어먹었다. 24일을 크리스마스이브라고 부르는 것처럼 동지나 한 해 마지막 날을 제석, 즉 섣달그믐이라 했다.동지에 대한 최초 기록은 '상서(尙書)'이며, '예기'에도 나온다. 동지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록은 고려시대에 등장하는데, 고려 말 학자요 문인이었던 이제현(1287~1367)의 '익재집'에 동짓날에 두죽(豆粥)을 먹었다는 대목이 있다. '익재집'에 따르면 동지에 가족들이 모여 두죽을 먹고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술을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으로 보아 동지를 기리는 풍습이 그 이전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동지 팥죽은 조선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는데, '동국세시기' 11월 월령 조에 동지에 보면 적두(赤豆) 즉 붉은 팥으로 죽을 끓이고 여기에 찹쌀로 새알 모양의 단자(團子, 새알심)을 만들어 죽 속에 넣고 끓여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동지에 팥죽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의 기운이 가장 세고 밤이 긴 날 붉은색의 음식을 먹음으로써 어둠에 대한 두려움을 쫓고 액을 막아보자는 의미라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그 기원은 6세기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나온다. 공공씨(共工氏)에게 못난 아들이 있었는데 그가 동지에 죽어 역귀(疫鬼)가 됐다 한다. 역귀가 된 아들이 적소두 즉 붉은 팥을 두려워하였기에 이때부터 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고 역귀들을 물리치고 액을 몰아냈다고 한다.설날 떡국, 대보름날 오곡밥, 추석 송편, 동지 팥죽은 대표적인 우리나라 절기음식이다. 동장군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물가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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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사람답게 일하자'는 선언 지면기사
누가 인생의 암흑기를 묻는다면, 오랫동안 꿈꾸던 기자가 된 직후를 꼽을 것 같다. 한국 언론계는 수십 년 동안 수습기자를 '하리꼬미', '사쓰마와리'라는 방식으로 교육해왔다. 하리꼬미란 기자가 관할 경찰서에서 숙박하며 24시간 근무하는 것이고, 사쓰마와리는 관할 구역 경찰서와 파출소를 하이에나처럼 뒤지며 사건을 찾는 일이다. 나는 이러한 구습과 악습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였다.왜 암흑기였냐면 하루에 1~2시간도 채 잘 수 없는 노동강도 때문에 실제로 건강에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약골이 아니었는데도 오로지 수면 부족으로 응급실에 실려갔고, 이후 몇 년간 심한 불면증을 앓는 등 '하리꼬미'가 남긴 생채기가 컸다. 수습을 벗어나도 매일 평균 12~13시간 이상의 업무가 이어졌고 주말에도 모니터링 등 자발적인 근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수습기자 때 망가진 건강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이 기간을 거치며 '노동 시간이 사람의 삶의 질, 특히 건강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주는지'를 온몸으로 깨달았다.갑자기 세상이 달라졌다. 2018년부터 일명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다.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 저녁 7시에 퇴근하고 밤 11시까지 취재원과 술을 마시는 비인간의 세상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 다소 인간적인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수습교육도 변화했다. 경찰서 숙박 관행이 없어지고 수습기자들도 집에서 자고 출퇴근하며 일할 수 있게 됐다. 어떤 선배들은 "어떻게 수습이 출퇴근을 하느냐"고 혀를 찼지만 그것은 분명 비로소 언론계가, 세상이 정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주 52시간 근로제 업계 관행 큰 변화업무 시간으로 실력 평가시대 청산 노무사로 업을 바꾸고 '주 52시간 근로제'의 실체가 내가 피부로 느낀 것만큼 대단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령 1주일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정하기 전에도 68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었다. '하리꼬미'처럼 주 100시간 넘게 일해도 된다는 법은 이 땅에 존재한 적이 없다. 또 전체 노동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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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축구의 신' 메시의 강림 지면기사
리오넬 메시(36)는 네 살 때 할머니를 따라 유소년 축구경기를 보러 갔다 공을 차게 됐다. 경기중 선수 한 명이 비게 됐고, 할머니는 메시가 뛰게 해 달라고 감독을 졸랐다. 곧바로 재능을 인정받아 6살에 지역 유소년클럽 선수가 됐다.유망주이던 11살 때 시련을 맞았다. 성장호르몬 결핍증(GHD)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육체노동을 하는 부모는 매달 100달러(14만여원)나 되는 치료비가 막막했다. 아르헨티나 명문 구단 CA 리버플레이트와 접촉했으나, 천재성을 알아본 바르셀로나 FC가 치료비를 대주겠다고 해 계약이 성사됐다.하위리그를 거쳐 2004년 바르셀로나 1군에 합류한 메시는 그저 빠른 발에 발재간을 갖춘 윙어였다. 2008년 부임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팀을 개편하면서 그를 최전방 공격수에 포진시켰다. 측면돌파와 수비 부담을 던 메시의 득점력이 배가됐다. 이 시즌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코파델레이, 챔피언스 리그를 모두 석권했다. 이듬해엔 축구사상 최초의 6관왕 대기록을 썼다. 당시 메시는 챔피언스리그 12경기 9골로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프리메라리가 31경기 23골 11도움을 기록했다.아르헨티나가 36년 만에 월드컵을 다시 품었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19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와 전·후반 2-2, 연장전 3-3으로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메시는 2골 넣고, PK까지 성공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대회 7골 3도움을 기록한 메시는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매 라운드 득점하며 결승전 멀티 골로 월드컵 우승 경력을 더했다. 월드컵에서 두 번째 골든볼을 수상한 건 그가 처음이다. 이로써 월드컵 우승과 골든볼, 대륙컵 우승과 MVP, 올림픽 금메달, UCL 우승, FIFA 올해의 선수, UEFA 올해의 선수, 발롱도르, 5대 리그 우승, 5대 리그 MVP를 전부 이룬 유일한 축구 선수로 등극했다.월드컵 대관식을 통해 메시는 펠레, 마라도나를 뛰어넘는 위대한 선수가 됐다. 10대 초반, 성장이 멈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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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UN과 결별한 안젤리나 졸리 지면기사
안젤리나 졸리는 할리우드 현역 최고의 여배우다. 액션 장르에서 연기한 강인한 캐릭터가 인상적이지만, 연기력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쥘 정도로 출중하다. 할리우드에서 쌓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졸리는 약자를 위해 사회운동가로 헌신했다. 사적으로는 다국적 입양 자녀를 훌륭하게 키웠다. 입양 자녀가 국내 대학에 진학했을 때 학부모로 한국을 방문해 화제가 됐다.공적으로는 UN(국제연합)과 손잡고 약소국과 분쟁국 아동과 난민의 인권 보호에 앞장섰다. 유엔난민기구(UNHCR) 특사와 유엔아동기금(unicef)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세계 각국 난민 캠프를 찾아 국제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유엔아동기금 개인 최고액 기부자이기도 하다. UN은 국제시민상 최초 수상자로 졸리를 선정했고, UN 기자단은 '세계시민상'을 수여했다.UN의 상징이었던 졸리가 지난 16일 유엔난민기구 특사직을 반납하고 UN과 결별했다. 그녀는 "이제 다른 방식으로 일해야 할 때"라며 "난민과 현지 단체와 직접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이 설립된 방식 탓에 유엔은 전쟁과 박해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강대국의 이익과 목소리에 영합한다"고 UN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졸리가 최근 UN이 인권 침해 문제에 대응하지 못해 환멸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고 사퇴 이유를 짐작한 배경이다.졸리의 비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UN의 창립 목적은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이다. 목적은 고상한데, 기능은 발휘할 수 없는 구조다.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가 아니면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다. 딱 한 번 UN이 다국적 연합군으로 정의를 실현한 적이 있다. 한국전쟁 때 대한민국을 구하려 UN군을 파병했다. 상임이사국 소련이 불참하고, 대만이 중화민국으로 상임이사국이던 행운 덕에 한국은 자유진영의 일원으로 국체를 보전했다.대만이 중국으로 교체된 1971년 이후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와 러시아·중국은 자국의 이해를 앞세워 국제분쟁에 대한 UN의 개입을 방해한다. UN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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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SSG 랜더스 단장 교체 지면기사
메이저리그(MLB)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 단장인 '브라이언 맥과이어 캐시먼(55)'은 현역 최장수 기록을 쓰고 있다. 1998년 이후 24년째 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 겸 수석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양키스 선수 출신으로 1986년 입사해 12년 만에 단장이 됐다.팜 리그를 활성화해 홈런왕 '애런 저지' 등 대형 유망주들을 발굴, '양키스 제국'의 성벽을 높였다. 1억 달러(1천300여억원) 넘는 초대형 거래를 잇따라 성사시켜 이름 그대로 현찰을 뜻하는 '캐시맨(Cash Man)'이란 별칭을 얻었다. 재임 기간 양키스는 4차례 월드시리즈 우승과 6차례 아메리칸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폭군인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는 캐시먼 이전엔 평균 3년마다 단장을 갈아치웠다. 그가 물러나고 괴짜 2세가 후임 구단주가 됐어도 캐시먼은 건재했다. 선수와 팬들의 사랑과 믿음 덕분이다. 미국야구기자협회 보스턴지부는 2009년 MLB 올해의 경영인(executive)으로 선정했다. 2010년엔 아일랜드계 미국인 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2022 한국프로야구리그(KBO) 우승팀 SSG 랜더스 류선규 단장이 사임했다. SSG 초대 단장으로 2년간 재임하면서 최하위권 팀을 정비해 6위에 이어 우승으로 이끈 야구 경영전문인이다. 후임엔 김성용 퓨처스 R&D 센터장이 선임됐다.야구계가 시끄러워졌다. 급작스레 사퇴하면서 실세 개입설이 돌았다. 구단주와 친분 있는 인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게다. 신임 단장은 "어제 사장에게 연락을 받아 얼떨떨하다"고 했다.팬심도 차갑다. 일부는 트럭 시위에 나섰다. 상암동에서 "인천 야구에 비선 실세 필요 없다. 신세계의 인맥 야구 'out'"을 외쳤다. 구단은 입장을 냈으나 돌아선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정용진 구단주는 지난 13일 SNS에 '힘든 하루'라 하더니 15일엔 '여기는 개인적인 공간이다. 소통이라고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구단 팔고 나가라'는 비판이 불편했나 보다.우승 많이 하면 명문 구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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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조폭의 그늘 지면기사
시칠리아 마피아의 돈줄은 피조(Pizzo)이다. 보호비라는 뜻인데, 피조를 바치지 않으면 마피아의 등쌀에 생업을 포기해야 한다. 시칠리아 한 곳에서만 마피아가 챙겨가는 피조가 수조 원대라 한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거부하기 힘들다. 1991년 리베로 그라시라는 사업가가 피조를 공개 거부했다가 살해됐다. 간간이 '아디오 피조(보호비여 안녕)' 운동이 벌어지지만, 마피아의 보복 때문에 지지부진하다.최근 한 TV 교양프로그램이 소개한 마피아의 악행은 단순히 보호비를 뜯어가는 수준을 넘어섰다. 아그로(농업) 마피아는 대규모 농장에 불법 이민자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에코(환경) 마피아는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권을 따낸 뒤 이를 되팔아 수익을 올린다. 불법 폐기물 처리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마피아는 소말리아 앞바다에 독성 폐기물을 버려 죽음의 바다로 만들었다. 사업자로 세탁한 마피아의 만행이다. 배후엔 부패한 관리와 기업들이 있다.한국 조폭(조직폭력단)들의 발전사(?)도 마피아와 다르지 않다. 일제시대 한국 상인들의 보호자를 자처한 김두한식 야인시대의 낭만은, 영세상인과 기업을 갈취하고 불법 산업에 기생하는 조폭들의 야만에 자취를 감췄다. 현대 조폭들은 룸살롱이나 파친코 영업권을 놓고 칼부림하던 과거 조폭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건설, 유통,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조폭 그룹 골드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직원들이 피비린내 나는 암투를 벌이는 영화 '신세계'는 상상의 세계가 아니다.최근 검찰이 대장동 비리 최대 수익자인 김만배씨의 범죄수익 은닉을 도운 혐의로 3명을 체포했다. 이 중 한 명은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김씨를 헬멧을 쓴채 오토바이로 호위해 '헬멧 맨'으로 불리던 사람이다. 그는 김씨 재판을 빠짐 없이 방청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의 전직이 쌍방울그룹 부회장이다. 쌍방울그룹은 경기도 대북사업비 횡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다. 김성태 전 회장은 검찰 수사 직전 해외로 도주해 호화 도피 행각으로 유명해졌다.여러 언론사들이 김 전 회장과 헬멧 맨이 조폭 출신이라고 보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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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문 닫은 소아청소년과 지면기사
서기 2027년, 아기를 볼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어떤 이유인지 여성들은 임신하지 못했고, 후대가 끊긴 인류는 파멸로 향한다. 아이가 없는 영국 런던에선 이민자들 폭동·폭력으로 골치를 앓는다. 정부는 무차별 진압과 함께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 고령자들에 자살 약을 배부하는 정신 나간 짓을 한다. 이처럼 절망스런 시기에 시민결사대가 임신한 만삭의 흑인 여성을 인류의 희망인 '내일(Tomorrow) 호'에 데려다 주기로 한다.2016년 영국과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은 저출산을 넘어 여성들이 임신 자체를 못하는 극단 상황을 그렸다.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하고 클라이브 오웬, 줄리앤 무어 등 유명배우들이 열연했다.영화는 온갖 역경을 뚫고 해안가에 도착해 보트를 탄 흑인 여성과 아기를 '내일 호'가 발견하면서 끝을 맺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어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Shantih Shantih Shantih' 자막이 흐른다.초저출산 여파로 전문의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현상이 심각하다. 올해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에서 세브란스 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정원 11명에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톨릭 중앙의료원은 13명 정원에 1명만 지원했고,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도 정원에 미달했다. 전국으로 확대해도 정원의 20%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소아청소년과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거란 우려도 현실이 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은 최근 소아청소년과 인력 부족으로 입원 환자 진료를 중단했다. 병원 측은 전공의 수급이 수년째 막히면서 전공의 1명만 남아 입원 환자를 진료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일단 내년 2월까지로, 전문의가 충원되면 입원환자 진료를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인천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소아입원환자 진료 중단은 충격적이다. 전국 여러 대학병원도 대동소이한 사정이라고 한다. 어린이들을 돌봐줄 전문의가 없다면 미래 세대의 건강과 성장 발달에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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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벤투 리더십 지면기사
카타르 월드컵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벤투 감독의 축구철학이 주목받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묵묵히 자기 길을 고수하여 한국 월드컵 사상 세 번째로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와 축구 리더십이 다시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빌드업 축구란 '공격 전개'란 뜻으로 골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격 전개의 움직임과 작업을 말한다. 수비수에서 중앙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수에게 공을 전달하는 전술적인 과정이 그것인데, 이를 통해 상대방의 조직력을 무너뜨리고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요컨대 상대 분석을 통해 맞춤형 전략을 짜고 수적 우위를 확보한 다음에 상대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프리맨을 만들어내고 이 프리맨에게 전진패스 또는 침투패스를 찔러주어 득점 찬스를 노리는 방식이다. 빈 공간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기습적인 롱패스를 통해 득점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서는 패스·드리블·볼 키핑·크로스 등 선수 개인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와 함께 정확한 패스를 통한 공격 진로 구축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지난번 우루과이와 맞붙은 조별 리그 1차전이 바로 벤투식 축구의 전형이다. 벤투의 빌드업 축구에 말려 우루과이는 자신들의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우리는 정확한 패스 플레이와 흐르는 볼들을 모두 따내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90분 내내 경기를 주도해,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비겨 승점을 챙길 수 있었다. 2차전 상대인 가나가 이에 대비하고 나오자 이강인 등 선수 교체를 통해 전술 운용에 변화를 주고 긴 패스로 조규성의 멀티 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포르투갈과의 3차전에서 이기고 우루과이가 가나에 이기되, 우리보다 다득점에서 밀려야 하는 실낱 같은 가능성을 뚫고 마침내 감동적인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선수들은 이런 벤투 감독을 향해 벤버지(벤투+아버지)라 부르며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잘 따랐다고 한다. 이런 리더십이 지금 우리 정치와 경제에도 필요하다. 우리 정치권이나 경제 수장 가운데 벤투처럼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리더들이 있는가? 자기철학과 분명한 방향을 가진 리더가 있는가? 벤투 감독의